난 요리프로를 좋아한다. 물론 요리책도 좋아한다. 가끔은 소설책 읽듯 요리책을 읽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사람은 의외로 많더라.)


반면 나는 예능프로를 싫어한다. 내 주변에는 다른 건 안봐요. 무한도전만 봐요. 하는 사람들도 참 많고, 내 딸은 1박2일과 아빠 어디가를 좋아하고, 내 남편은 아빠를 부탁해와 힐링캠프를 좋아하는데, 나는 그런 예능프로들이 다 별로다. 싫다기 보다는 재미가 없다. 연예인들의 잡다한 일상다반사를 보는 게 별로 재미가 없다고 지금까지는 생각해 왔는데 요즘은 문득, 싫은 사람을 봐야 하니 싫은 거였구나, 하는 깨달음이 왔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내가 가장 이해 못할 부류의 사람은 싫어하는 연예인의 기사를 굳이굳이 찾아 읽고 거기에 악플까지 달아주는 정열이니까. 아니, 싫은 사람 이야기를 굳이 왜 보며, 그 싫은 사람에게 욕까지 하는 에너지는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겁니까. 싫은 사람 보면 스트레스 받지 않나. 아니면 츤데레라 싫다싫다 하면서 사실은 좋아하는 거였나?


내가 좋아하는 건 드라마와, 개그 콘서트 류의 프로그램과, 드라마와 드라마다. 사실은 다큐 3일 류의 프로와 전문가가 나와서 블라블라 떠드는 프로그램도 좋아한다. ㅎㅎ 


배우나 연예인에 대한 호는 강하지만 불호는 별로 강한 편이 아니고,(좋아하는 사람은 꺄악~ 하고 나머지는 관심이 없다.) 드라마에서는 배우를 보지 않고 배역을 보는 편이라. 


그런 내 눈에 우연히 띈 프로가 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 다. (사족이지만, 종편에 대한 거부감은 결국은 이렇게 사라져가나보다. 나에게 뿐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분위기가.)


호오. 김성주와 정형돈이 이렇게 괜찮은 콤비가 될 줄 몰랐다. 샘킴은 그 선하고 순해보이는 미소때문에 워낙 좋아했던 셰프고(파스타의 영향도 무시 못함. ㅎ), 최현석의 허세는 우와, 허세도 저렇게 귀여울수가. 였고. 어머나. 저 프로에는 싫은 사람이 하나도 없네? 했다. 박준우도 마세코 덕분에 좋아하던 캐릭터였고, 어라... 내가 김풍을 좋게 보는 날이 올 줄이야. 김풍도 귀엽더라. 홍석천도 관심없다가 좋아하게 되었고, 미카엘은 뭐, 괜찮던데?


대결프로임에도 누가 이겨도 흥겨워서 좋았다. 누가 별을 따든 누가 이겨도 누가 져도 웃기고 재미있고 좋았다. 좋았다. 좋았다 좋았다. 


사실 이 글은 지난주에 써야지 마음 먹고 있었는데... 


여러부운~! 드디어 제가 예능을 시간 맞춰 보기 시작했어요오오오오~!! (관심없다~ 라는 대답이 어디서 들리는군. ㅠ.ㅠ) 라고 외치고 싶었는데,


아아. 나의 유일한 예능을 누군가 한명이 난입해 망치고 있다.


이쯤되면, 무한도전 식스맨 논란이 이해가 되는 것이다. (그때 나는 전혀 이해를 못했다. 누가 들어오든 말든 뭐, 어쩌라고. 난 장동민이 싫은 만큼 기존 멤버중의 누군가도 싫었거든?) 아. 그러고 보니 몇년 전, 정말 열광해서 보던 "나는 가수다" 도 누군가의 난입으로 쌩까기 시작했었구나. 내가. 


나의 예능을 부탁해. 라고 외치고 싶어지누나. 누가 좀, 걔좀 살짝 들어서 내다 버려줘~


투덜투덜투덜투덜투덜투덜투덜투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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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6-09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그는 맹? ㅎㅎ (저는 이 프로를 한두번인가밖에 안봐서 잘은 모르지만 짐작해봅니다)

마녀고양이 2015-06-10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큭큭, 아시마님....
누가 난입해서 망치고 있는지 대충 짐작이 갑니다.
증말이지, 이번에 이미지 쇄신을 위해 만들었던 딸기사과 롤케익은 (거짓말 조금 보태서) 저도 만들겠더라구요. 에휴... 요즘은 편안하게 맛난 음식 만드는 코너가 젤 잼난데, 거기에 정치가 끼어드는 것은 보고 싶지 않더군요.
 

1. 시조새 파킹하는 소리.


어느날 뜬금없이 프리즌 브레이크가 보고 싶더라. 이 미드의 고전중의 고전 명작중의 명작(시즌 2까지만)을 처음접한 건 2008년이었다. 회사의 누군가에게 이 드라마가 들어있는 외장하드를 받아 온 충무공은 만사를 작파하고 정신없이 보고 있었다. 그때 나는 둘째를 임신중이었고, 첫째를 돌보느라 정신 없을 때라 오며 가며 충무공이 보는 걸 같이 보다 말다 했었다. 그때는 이게 뭐가 그리 재미있나, 그저 주인공 남자는 참도 잘생겼구나. 하고 말았는데 그때로부터 다시 7년이 지난 지금, 그해에 태어난 둘째놈이 초등학교를 들어가고도 2달이 지나 문득 그 드라마가 보고 싶어졌다. 고민할 게 뭐 있나. p2p 사이트에서 프리즌 브레이크 시즌 4개, 총 81편을 다운로드 받았다. 

그리고... 한 열흘 미쳤다. 하하하하하하. 

요즘 프리즌 브레이크 보고 있어, 했더니 누군가 그러더라. 

"시조새 파킹하는 소리 하고 앉아 있네."

그 시조새, 방금 파킹 끝내고 시동 껐다. ^_^


2. 그를 왜 죽여야만 했을까?


문득문득 느끼는 거지만, 미국은 슈퍼 히어로를 참 좋아한다. 영화도 그렇고, 드라마도 그렇고, 소설이나 뭐든지. 프리즌 브레이크의 슈퍼 히어로는 주인공 마이클 스코필드다. 배트맨 같은 엄청난 재력도 없고, 슈퍼맨 같이 하늘을 나는 것도 아니고 헐크같은 근육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 남자는 완벽한 외모와 측량할 수 없는 지능으로 슈퍼 히어로의 역할을 수행한다. 

뇌가 섹시한 남자를 좋아하는 나는 그에게 열광했지만 시즌 3에 들어가면서 부터는 좀 짜증이 났다. 이것드라~ 니들 뇌는 장식이냐? 스스로 생각 좀 해, 석호필한테 그만 물어봐!!! 싶었달까. 

그는 그의 뇌를, 그의 능력을 이용하고 싶어 하는 사람에 의해 끝도 없이 끌려다닌다. 시즌 1에서 정말 탈옥시키고 싶지 않았던 테오도르 백웰과 같은 인물도 어쩔수 없이 탈옥을 시켜놓고, 그가 저지르는 죄들에 대해 연대의 책임을 느끼는 섬세한 감성과 정의감을 가진 이 남자는, 그러나 연인과 조카를 구하기 위해 누군지도 모를 남자를 또다시 탈옥시켜야 한다. 

시즌 3에서 마이클은 굳이 제임스 휘슬러에 대해 알아보려 하지 않는다. 알아보려 했다면 얼마든지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주변에 굴러다니는 흔한 정보와 정보원들을 그는 애써 외면한다. 아마도 모르고 싶었을 거다. 거대악 집단 '컴퍼니'에서 구해내고 싶어하는 남자가 좋은 사람일 리가 없다. 백웰의 탈옥을 도운 것과 같은 일은 또 하고 싶지 않지만 그를 구하지 않으면 연인과 조카를 구하지 못한다. 내가 그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같은 지점이다. 정의고 나발이고 내 연인이 먼저~ 라는 바로 그 지점. 

시즌 1,2 에서부터 사람들은 마이클만 쳐다본다. 그의 입이 열려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린다. 이제 뭘 할까? 마이클? 이쪽으로 갈까? 저쪽으로 갈까? 죽을까? 살까? 숨을 쉴까? 말까?..... 시즌 1,2까지는 사람들의 그런 면이 이해되고 수긍이 간다. 그가 모두 준비한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시즌 3가 되면, 이 근육맨 형이 말이지,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동생한데 물으러 온다. 마이클, 뭘 할까? 아... 놔.... 생각 좀 하세요... 스스로도. 마이클의 옆에 있으면 사람들은 점점 생각하는 법을 잊게 되는 것 같다. 

그는 그래서 죽어야만 했을 거다. 그가 살아 있는 한, 사람들은 끊임없이 그의 능력을 이용하기 위해 그의 주변 사람들을 괴롭힐 테니까. 그의 죽음이 그의 가족과 연인을 지키기 위한 방법이 된다. 그가 죽는다는 결말을 알고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지만 그렇지 않았다해도, 시즌 3쯤 가면 그의 죽음을 예감하게 된달까. 이 똘똘한 남자는 뇌종양을 스스로 발생시켜서라도 죽었을 거다, 아마. 


3. 난 스트레이트가 좋은데.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은 뭔가, 음, 매우 전형적인 미남이다.... 라고 누군가 말했다. (그 말의 뒤에 근데 왜 충무공과 결혼을 했니? 라는 질문이 붙었던 건 슬픈 비밀이다. ㅠ.ㅠ)

내가 좋아하는 얼굴은 리키 마틴이다. 그는 대놓고 게이다. (그래도 대리모를 통해 그 아름다운 유전자를 지구에 남겨준 건 참으로 고맙구려, 마틴씨. 헐헐.) 이 라인에 웬트워스 밀러를 추가한다. (밀러씨, 마틴한테 가서 대리모 섭외 방법이라도 물어 봐. 좀좀. 지구 미모의 평균을 높여보자고.)

한국 배우중에는 차승원과 이민호가 좋다. 난 느끼한 외모가 좋드라. 

뭐, 뭐가 되었건 예쁜 걸 보는 건 좋으니까. 차승원은 이제 좀 늙었지만 과거 그의 미모와 기럭지는 과연 발군이었다. 아하하하하하.

아참. 조지 클루니도 무진장 좋아한다. 여자랑 결혼해 줘서 감사해요~ 조지.


4. 충고는 듣는 편이 좋다.


프리즌 브레이크를 보기 시작했을 때 누군가의 짧은 글을 읽었다.

뒷편이 궁금해 보는 것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하루에 한편만 보세요. 안 그러면 후회하실 겁니다. 라는.

그게 무슨 소릴까 했다. 열흘도 안되는 시간동안 프리즌 브레이크를 다 보고 나니 그 말이 확 와 닿더라. 후회된다. 하루 한편만 볼 걸. 

예전에 미드 로스트가 한참 인기있을 때, 그런 말이 유행했다. '로스트 안 본 뇌 삽니다.' 또는 '로스트를 아직 보지 않은 당신이 부럽습니다.' 아아. 그 말이 이렇게 절실하게 이해 될 줄이야.

"프리즌 브레이크 안 본 뇌 삽니다." 


5. 잘생긴 남자가 나오는 또 다른 미드 추천 받아용~ 반드시 주인공이 "잘!" 생겨야 합니다!!! 막 셜록 이런거 추천하면서 보다보면 쥔공이 잘생겨 보여요~ 이런말 하면 미워할 겁니다. 진짜예용~ 프리즌 브레이크 보는 내내 드라마 스토리를 따라가는 즐거움이 절반이면 석호필 얼굴보는 즐거움이 나머지 절반이었다. 시즌이 점점 진행될수록 그의 얼굴과 몸이 후덕해 지는 걸 보는 건 좀 슬펐지만. 어이 밀러씨, 거 다이어트 좀 하지? 웨이트도 좀 하고. 응?


6. 습관


예전에 말이지, 내가 드라마를 무진장 좋아하면서,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이유는 매일 또는 매주 같은 시간에 드라마를 보기 위해 동일한 시간에 TV 앞에 앉아 있는 것이 싫어서라고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는데, 요즘은 VOD 덕분에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내가 원하는 만큼 드라마를 볼 수 있게 되어 이제는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다는 말을 못하겠다. ㅎㅎㅎ 이건 자카르타 시절 생긴 버릇이다. 거기서는 선택의 여지 없이 드라마는 VOD로 봐야 했으니까. 재미있을 것 같은 드라마가 나오면 아껴뒀다가 완결까지 난 다음 한방에 확 땡겨 보는, 요 재미 아주 쏠쏠하다. 

그래도 프리즌 브레이크는... ㅠ.ㅠ 여전히 저는 프리즌 브레이크 안 본 뇌를 사고 있습니다. 네네.로스트 안 본 뇌 가지고 있으니 교환 가능합니다. ^________________^


7. 슬슬 돌아가야지.


그래, 이제 슬슬 돌아올 때가 됐다. 일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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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5-05-03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시마님, 왜 이리 뜸하셨나 했더니 석호필에게 가 있으셨던 거군요. 둘째가 벌써 초등학교를!! 조지클루니 부인은 조지클루니 답더라고요. 잘 살 것 같아요. 마치 아는 사람처럼 ㅋㅋ저는 아직 프리즌 브레이크 안 본 뇌입니다.

아시마 2015-05-18 18:47   좋아요 0 | URL
ㅎㅎㅎ 석호필을 거쳐 장그래하고도 다시한번 인사하고 왔어요.

미생도 참 잘 만든 드라마예요. ㅎㅎ 직장 생활을 안해본 저로서는 판타지 읽듯 읽었던 만화라 드라마도 재미있더군요.

조지 클루니 옹은 잘 살겠지요. 그분 와이프가 우리랑 동갑이던데. 그분도 그 잘난 유전자 얼른 남겨주셔야죠. 아. 난 이런거만 관심있어. ㅎㅎㅎ 둘이 닮은 사람들이 잘 산다니 잘 살겠죠 뭐. ㅎㅎㅎ 나도 막 친구인 척.

프리즌 브레이크를 아직 안 본 뇌라니, 부럽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5-05-03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듯 올듯 안오셨던 아시마님. 한 번 글 툭, 던져놓고 또 오래 안오시고.. 이젠 자주 오시는겁니까? 네?

아시마 2015-05-18 18:48   좋아요 0 | URL
자주 올 겁니다, 네네네네네. ^^

요새는 커뮤니티에서 노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ㅎㅎㅎㅎ
 

1. 폴라북스의 이벤트에 당첨되었다.


충무공의 회사에서는 자기 개발비라는 명목으로 연간 일정금액을 지원해 주는데, 그 돈은 책 구입이라든가, 기타 등등의 항목으로 쓸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알라딘에 충무공의 계정을 만들어 두고 종종 충무공 계정으로 책을 구입한다. 얼마전 다락방의 꽃들도 그 돈으로 구입을 했다. 거 참, 회사에 제목을 제출하기는 참 거시기 한 책이었는데 말이다. 흠흠. (애들 동화책이나 학습지, 문제집은 못산다 또.)

그 폴라북스에서 다락방의 꽃들을 구입하면, 추첨으로 뭔가를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던 모양이다. 내가 기억할 리는 없고. 여튼, 아이폰에 충무공의 아이디로 로그인을 해 놓은 걸 그대로 뒀던터라, 알라딘에 접속하니 공지가 떴다. 나 폴라북스의 이벤트에 당첨되어 무려 열권의 책을 받게 되었단다, 올레~!

당첨자에게 이미 개별 공지가 갔을 거라길래, 충무공에게 물었더니 시크하게 대답해 주신다. 

'스팸인지 알았지.'

헐.


2. 해인이가 입학을 했다.


그리하여 나는 이제 초딩 둘을 둔 엄마~


3. 영동대교를 아시나요?


지난 여름에 귀국하여 작년 하반기 6개월동안, 나는 일주일에 사흘, 하루에 영동대교 두번 넘어다니는 여자였다. 다인의 영어학원 때문에. 헐헐.

그리고 올 3월부터 나는 일주일에 이틀, 하루에 영동대교 여섯번 넘는 여자가 되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ㅠ.ㅠ


4. 식기세척기


나는 사람들을 불러서 밥 해 먹이는 것을 즐긴다. 예정되어 있던 손님이나 예정되어 있지 않은 손님이나 언제 어느 타임에 찾아와도 어떻게든 한상 차려서 먹일 수 있다. 문제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집안일이 설거지라는 거지;;;;;;;;;;;;;;

내가 대학에 다닐때, 친정에는 무려 여덟명의 식구가 바글바글 모여 살았다. 결혼해서 애 낳은 언니가 육아 문제로 친정에 합가해 살 고 있을 때였다. 엄청난 설거지 양에, 엄마는 언니에게도 설거지를 할 것을 종용했지만, 언니는 엄마에게 그때 막 일반에게 퍼져 상용화되기 시작하던 식기 세척기를 사다 안겼다. 동양매직 거였다. 서너번 사용해 본 엄마는 곧 그 식기세척기를 마른 식재료 보관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고, 훗날 분가하면서 그 식기세척기는 언니의 집으로 이사를 가 여전히 식재료 보관함으로 활동하셨다. 훗.

자카르타에 가기 직전 1년간 살았던 아파트에는 식기세척기가 빌트인으로 딸려있었다. 엄마의 본을 받아 당면 미역 등을 보관하는 용도로 잘 썼다. 음하하하하하하...

자카르타에서는 설거지를 해 주는 메이드가 있었고, 

귀국해서 한동안 설거지를 열심히 했는데, 책 정리를 하는 과정에서 손목이 나갔다(어디로?). 원래 갓난 애기를 키우는 엄마들이 손목이 나간다는데, 나는 애 키우는 내내 손목 통증을 겪은 적이 없었다. 무려 천기저귀를 써서 애들을 키웠음에도! 그러다 이 집에와서 책을 꽂다가 손목의 고질적인 통증을 겪게 된 것이다. ㅎㅎ 사서 일을 하고 있는 동서를 둔 언니의 표현에 의하면, 도서관 사서의 고질적인 직업병이라나. 

손목은 나을 듯 나을 듯 낫지 않았다. 쓰지 않으면 괜찮다가 좀 과한 설거지를 한 날이면 또 파스를 붙이고, 집안 손걸레질을 좀 거하게 한 날 또 파스를 찾았다. 아너스 물걸레 청소기를 샀고,

드디어 빌트인 된 식기세척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오. 이거슨 신세계~!

도대체, 이 좋은 것을 나는 왜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것인가. 왜 얘를 식재료 보관함으로 전락시켰던 것인가. 식기 세척기가 중간에 고장나 사흘간 사용하지 못하던 동안, 충무공과 아이들은 나의 눈치를 봤다. 멘붕도 그런 멘붕이 또 있을까. 부엌이 엉망진창. 대체, 식기세척기가 없는 동안엔 밥을 어떻게 해 먹었던 것인가 싶을 정도였다. 우리 어머니 세대에서 세탁기가 상용화되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도 이랬겠지. 후후.


5. 그릇


나는 꽤 오랜 자취 생활 이후 결혼을 했기에 혼수 장만을 할 때 부엌살림을 따로 사지 않았다. 쓰던 그릇들을 그냥 이고 지고 가서 살림을 했다. 보다 못한 엄마가 한식기 10인조를 사주신게 전부였다. 짝도 안맞는 그릇들을 오래도 썼다. 

인도네시아에는 각종 도자기 회사의 공장이 있다. 덕분에 거기서는 몇몇 명품 브랜드의 그릇을 싸게 살 수 있었다. 로스트란트 몬아미나 스웨디시 그레이스, 웨지우드와 로얄알버트를 막컵으로 쓰는 이것이 리얼 럭셔뤼~! 그릇을 후질러서 친정이며 친구며 닥치는대로 나눠줬는데도 그릇은 많~이 남았다. 여전히 많~이. 더구나 내가 귀국하기 직전 인도네시아의 한국도자기 공장에서 창고 물품을 대 방출하는 세일을 했다. 내 한식기를 모두 바꾸는 것으로도 모자라, 언니의 한식기를 죄다 바꿔주었고, 엄마의 오래된 살림도 교체했다. 

남들은 김치냉장고를 넣는 자리에 그릇장을 짜넣었다. 엄마는 질색을 했지만, 10년 전 혼수로 샀던 양문형 디오스 냉장고를 자카르타에 버리고 한국와서 새로 양문형 냉장고를 샀는데, 외부는 똑같은데 내부가 광활하게 넓었다. 뭐가 끝도 없이 들어가는데 김치냉장고까지야 필요있나. 그릇장을 짜 넣어 그릇을 차곡차곡 챙겨넣었다. 

자카르타에서 컨테이너가 도착해, 짐을 정리해 넣을 때, 부엌일을 도와주러 오신 이삿짐 센터의 아주머니에게 제가 그릇이 좀 많아요. 했더니 네~ 건성으로 대답하시다가 나중에는 잔소리를 하시더라. 싸다고 이렇게 많이 사오면 어째요....;;;; 네네네. 그거 세 집으로 나눠 갈 그릇이었답니다. 

자카르타에서 짐이 오고 난 다음에 그릇을 죄다 풀어 상태를 확인하고, 다시 뽁뽁이를 구입해 그릇을 포장해서 화물택배를 불러 열박스 넘는 그릇을 창원으로 보내고도, 추석에 내려갈 때 또 그릇을 둘둘 말아 여기저기 갖다 앵기고, 1월에 친정 식구들이 집들이겸 놀러와 또 한박스 분량의 그릇을 싸가지고 가고 그리고도 남아서 설에 또 시댁에 갈 그릇을 포장하고 있었더니 충무공이 묻더라. 도대체 그릇을 얼마나 사 온거냐고. 근엄한 표정으로 대답해 주었다.


'첩에게는 아직도 열두개의 그릇이 남아있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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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5-03-09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도 식기세척기를 미역과 파스타 면 등을 넣어놓는 용도로 사용 중이랍니다.

이사하시느라 고생하셨네요, 해외에서 오랫동안 사셨으니 큰 이사였겠어요. 그래도 귀국하신 것 축하드려요, 영동대교 6번씩 왔다갔다 하는 것이 만만치는 않아 보이는데... ^^ 이사, 저도 책 때문에 엄두가 안나요, 정리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뭐라 하실까 싶어서요. ㅋㅋ

아시마 2015-03-09 14:41   좋아요 0 | URL
ㅎㅎㅎ 식기 세척기는 초기 진입장벽이 좀 높은 가전 같아요. 근데 써 보면 세탁기 없이는 못사는 것과 비슷하게 될지도 ㅎㅎ
저는 책... 이삿짐 센터 분들이 정리 하겠다는 거 못하게 했어요. 책이 좀 많았어야죠. 책장도 미처 못 산 상태였고요. 처음엔 넣을 수 있는데까진 넣어드리겠다 하던 분들이 끝도 없이 나오는 책박스에 질려 그냥 서재 한가운데 책박스들 다 쌓아두고 그냥 가셨어요. 그거 혼자 정리 하느라 손목이 맛이 갔지요 ㅋ

붉은돼지 2015-03-09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벤트 당첨 축하드려요^^
저도 몇년 전에 이벤트에 당첨되어 타셴 화가시리즈 10권 받았는데 기분 좋드라구요ㅋㅋ 그 뒤론 감감 무소식 ㅠㅠ
 

    


V.C. 앤드류스를 처음 접한 건 아마도 중학교 1학년쯤이었지 싶다. 그때 큰언니가 누군가에게 빌려 집에 가져온 책은 <오도리나>였다. 큰언니는 기를 쓰고 동생들이 그 책을 읽는 것을 막고자 했지만 나는 물러터진 큰언니의 반대를 뚫고 그 책을 읽었다. 나는 언니가 책을 읽는 속도의 (거짓말 조금 보태)세배쯤의 속도로 읽었으므로, 언니가 그 책을 읽다 덮어 두고 외출을 한 사이 다 읽어 버렸다. 언니보다도 빠르게. 


책은 재미있었다. 재미있었는데 몹시도 기괴한 느낌이었다. 오도리나는 아직 열살도 안된, 아니면 많아도 십대 초반의 여자아이였다. 그녀는 어느날 숲 속에서 누군가에게 강간(또는 윤간)을 당하고 그녀의 부모님은 무슨 치료를 했는지 모르겠으나 그녀의 기억을 지워버린다. 정확히는 그녀의 기억에 듬성듬성 구멍을 낸다. 정신의학적 용어로는 해리쯤 되겠다. 그때부터 그녀의 집에는 두명의 오도리나가 산다. 말하자면 지금 살고 있는 오도리나는 강간의 경험(?!)이 없는 오도리나이고, 언니 오도리나가 있었는데 숲에 들어갔다 강간을 당해서 죽었다...는 것이 그들의 시나리오이다. 


그 집에는 오도리나의 고종사촌이 고모와 함께 살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관계또한 기묘하다. 오도리나의 고종사촌은 오도리나의 고모 딸이기는 한데, 아빠는 알고보니 오도리나의 아빠였다. 그러니까 고종사촌이 아니라 근친상간에 의한 이복형제라고 해야하나. 그 탓인지 그 고종사촌은 뼈가 유리처럼 쉽게 부서지는 병이 있었고 마침내 계단에서 굴러 죽고 만다. (죽었나? 안죽었나? 확실하지 않다.)


그 뒤 중학생인 나에게 주어진 앤드류스의 책들은 다락방의 꽃들 시리즈였다. 그 즈음 붐이 일었던 책대여점에서는 표지가 날깃날깃 닳아 중간에 두꺼운 호지키스 심을 박은 그 시리즈의 책들을 빌려볼 수 있었다. 


반 아이들의 절반 이상이 그 책을 읽었고, 아이들 사이에서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작가에 대한 설명이 나돌았다. 그러니까 V.C. 앤드류스 역시 근친상간에 의해 태어났고, 그래서 그녀역시 오도리나의 사촌언니와 같이 뼈가 유리처럼 약한 병이 있어 평생 휠체어에 앉아 생활을 했다고. 외출이 자유롭지 않아 늘 근친관계의 남자들만 보니 그녀의 소설은 항상 근친에 의한 관계들만이 소재가 된다는.


그런 소문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만큼 그녀의 책은 모두 근친상간이 소재였다. 으악 스러운 소재이긴 한데 엄청나게 재미있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다락방의 꽃들 시리즈를 다 읽고 헤븐 시리즈도 다 읽었던 것 같다. 그런데 도온 시리즈에 가서는 두손을 들었다. 읽다가 독서를 포기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더는 못읽겠다, 하는 느낌.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에 수록된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의 말대로 '중학생인 나를 더럽힌 소설' 이었다.

기사 원문은 여기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68059 


그녀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뭔가 내 안의 깨끗하던 무언가가 좀 더럽혀졌다는 느낌이 있었고, 그래서 도온 시리즈는 읽기를 포기했음에도 (여러번 말했던 바, 내가 읽던 소설을 중단한다는 건 나에게 있어서는 대단한 일이다. 나는 읽던 소설을 중단하는 일이 거의 없다. 약간의 강박증 같은 게 있어서 억지로라도 꾸역꾸역 다 읽는다.) 역시 김용언과 마찬가지로, 이 책의 재간 소식에 책을 구매한다. 


이놈의 완역 덕후는, 내가 읽었던 번역서의 '완역본'이 출간되었다는 말에는 정신을 못차린다. 문장과 문장 사이의 행간 읽기를 즐기는 나는, 심지어 드라마를 보던 중 등장인물의 대사 한마디를 놓치는 것도 질색을 해서 드라마를 실시간 본방이 아니라 VOD로 주로 본다. 드라마를 보던 중간에 무언가 해야 할 일이 생기면 드라마를 중지해 놓고 볼 일을 볼 수 있도록.


그런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 더럽힌다는 느낌에도 불구하고 참지 못하고 탐독했던 이 책의 완역본이 나왔다는데 사지 않을 도리가 있겠는가? 산다, 산다, 무조건 사고 본다. 


그런데, 사기는 사는데...... 다인이 없을 때 얼른 읽고 다락방(이 있다면) 어딘가에 깊숙히 숨겨둬야 겠다. 다인이가 스무살이 될 때까지는, 아니, 해인이도 스무살이 될 때까지는 풀어놓지 말아야지. 그래봐야 다인이도 중학생이 되면 엄마가 기겁할 책을 어디선가 찾아 읽을 테지만 아아, 내 책장에서 꺼내보는 건 좀 죄책감이 든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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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5-01-27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 오도리나도 생각나네요. ㅎㅎ 헤븐 시리즈도 가물가물 떠오르구요. 다시 읽으면 어떨까 정말 궁금해요.

아시마 2015-01-27 20:45   좋아요 0 | URL
오도리나...... 정말 기괴하기 짝이없는 책이었죠. 그 책중에 엄마가 아이를 욕실에 넣고 온몸을 박박 문질러 씻기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게 아마 강간을 당한 아이를 발견해 집에 데리고 온 직후였나.... 한동안 목욕할 때마다 그 장면이 떠올랐었다죠.

헤븐 시리즈는 도온 시리즈랑 내용이 좀 헷갈려요.

하여간 이 작가도 머릿속이 좀 애매모호한ㅎㅎㅎㅎ 재미있는 건 이 충격적인 내용의 소설이 영화로도 제작되어 상영되기 까지 했다는 사실이죠. 미국에서도 인기는 인기였나봐요.

blanca 2015-01-27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다들 비슷한 연배. 비슷한 추억. 오도리나 저도 기억나요. ㅋ

아시마 2015-01-27 20:45   좋아요 0 | URL
ㅎㅎㅎ 70년대 중후반생은 거의 비슷한 추억일걸요? ㅎㅎㅎ

다락방 2015-01-28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락방의 꽃들 너무 충격이어서 헤븐시리즈, 도온시리즈, 오도리나 다 읽었었거든요. 오도리나, 정말 충격이었죠. 사실 강간을 당한 게 오도리나 본인이었다는 거요. 제가 기억하기로는 같은 반 남자아이들한테 무리지어 당하는 거였어요. 그리고 엄마가 집에서 욕조에서 오도리나를 되게 더럽혀졌다고 하면서 엄청 빡빡 씻기고, 그래서 기억을 잃는 걸로 기억해요. 그건 네 잘못이 아니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등의 말을 해준 게 아니라, 너는 더럽혀졌으니 깨끗해져야 해, 하면서요. 크.

링크해주신 칼럼도 읽었어요. 아, 우리는 그러니까 다같이 그당시에 더렵혀진겁니까.

여기 댓글 달아주신 하이드님, 블랑카님, 저는 아마도 제가 알기로는 다 동갑일걸요? ㅋㅋㅋㅋㅋ 아시마님은 제가 잘 모르겠네요. 아마도 한두살 차이 나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지요. 하하하하하.

아시마 2015-01-28 10:21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 아마 동갑일 거예요. 학번만 하나 정도 빠를걸요. 제가 1월생이라. 우리, 아마 럭키한 숫자가 두개 겹쳐졌던 그해에 태어났죠?

그나저나, 현대문학(폴라북스)에서는 앤드류스의 작품들을 모두 줄줄이 재간해 낼까요? 과연? 일단 이게 궁금합니다. ㅎㅎㅎ 오도리나가 재간 된다면 그건 사고 싶고, 헤븐이나 도온 시리즈는 노땡큐.
그래도 앤드류스의 작품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어서, 출판사가 돈 많~~~~~~~이 벌어서 다이애너 개벌든의 책 아웃랜더 연작들이나 계속 출간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제발 책 좀 내줘!!!

다락방 2015-01-28 11:14   좋아요 0 | URL
다이애너 개벌든의 아웃랜더 시리즈라면 저 역시 환영입니다만 ㅋㅋㅋㅋㅋ

프리강양 2015-02-12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나가던 객이 눈치없이 끼어들고 싶네요 ^^
당시 라디오 광고도 엄청 많이 나왔던 책이었는데, 전 책 줄거리 듣고 질색하며 거들떠도 안 봤어요. 할리퀸을 볼 지언정 이 작가는 제 취향과는 너무나 극에 있던 작가였거든요.
다이애너 개벌든의 아웃랜더 시리즈는 저 역시 환영입니다 ㅠㅡㅠ 애증의 제이미 ㅠㅡㅠ
아웃랜더가 미드로 만들어져 방영 중이기도 해요. 배우들도 스코티시에.
다만 책은 뒤로 갈수록 작가의 의욕이 더해져 문화사 책이 되어간다는 소문이 있습니다아아
 

인도네시아에 나와서도 한동안 알라딘 플래티넘을 유지했었다. 받는 방법이야 다양하다. 출장자 편에 받기도 하고, 친정에 모아놨다가 누가 이삿짐을 싼다 그러면 그 편에 부탁하기도 하고, 누군가 한국에 다니러 갔다 오는 길에 가져다 주기도 하고. 이도 저도 여의치 않을 땐 알라딘 해외배송을 이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알라딘 해외배송은 안할거다.  

물론 알라딘의 문제는 아니다. 알라딘의 해외배송 시스템은 꽤 편리하고 요금도 개인이 발송하는 것보다야 조금 저렴하다. 문제는 인도네시아에 있다. 아무런 원칙도 규칙도 없고 그것에 대해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이 나라. 알라딘에서 도합 예닐곱번을 주문했다. 매번 물건의 금액은 50-100 달러 선이었고, 처음 몇번은 문제가 없거나 있어도 납득 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였다. 예를 들면, 이미 한국에서 배송료를 다 지불한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이나라 우체국에서 잡아둔 채 한화로 치면 1-2천원의 배송료를 요구하는 수준의 어이없지만 애교로 봐 줄 수도 있을 정도.  

문제는 그 이후에 일어났다. 

얼마전 남편 회사에서도 회사로 물건을 발송하고 (DHL) 나도 알라딘에서 DHL로 발송 주문을 넣었다. 내용물은 한치 틀림 없이 똑같았다. 둘다 비슷한 가격의 책이었고, 둘다 똑같이 책 외에 사소한 물건이 들어있었다. 알라딘에서 보낸 것에는 얼마전 알라딘의 사은품이었던 여행용 백이 들어있었고, 남편 회사에서 발송한 것에도 책과 원단 한마(90cmX120cm)가 들어있었다. 알라딘에서 집으로 발송한 것은 아무 문제없이 집까지 잘 도착했고, 회사에서 회사로 발송한 것은 무려 한화 3만원에 해당하는 세금을 물렸다. 같은 날 발송해 같은 날 도착한 물건이었다.   

헐. 이건 뭐지. 아마 회사에서 회사로 보낸 물건이라 그런가보다, 했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집으로만 보내자, 했다. 다음 주문을 넣었다. 알라딘에서 집으로, 그나마 조금 싼 EMS로 주문을 넣었다. 물건 가액은 120 달러가 조금 넘었나보다.  

같은 날 옆집 사는 언니와 같이 물건이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언니는 150 달러라고 물건 가액을 써 넣은 박스였고, 나는 120 달러라고 써 놓은 박스였으나, 그 언니는 세금을 물지 않았고 나는 한화 5만원에 육박하는 세금을 물었다.  

헐. 그래, EMS라 그랬나보다. 나름 우체국은 국가 기업이니, 이놈의 나라는 정부가 썩을대로 썩었으니까, (옆집 언니는 왜 세금을 내지 않았을까?) 그럼 그나마 사기업이고 국제적인 기업인 DHL을 비싸더라도 이용해주마. 했다.  

다시 알라딘에 주문을 넣었다. 집으로 발송, DHL 이용. 물건 가액은 하나는 70달러 하나는 90 달러.  

풋. 70 달러 물건은 50달러 세금, 90 달러 물건은 55달러 세금을 매겼다.  

알라딘에 전화를 하고, 한국 DHL에 전화를 하고 인도네시아 DHL에 전화를 했다.  

알라딘에서는 이런 컴플레인은 처음이란다. 전혀 모르는 사실이란다. 이런 일이 있으니 공지에 올려달라 말했다. 인도네시아로는 웬만하면 보내지 마세요! 그렇게.  

한국 DHL에서는 알고 있단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항상 일어나는 일이란다. 심지어 입던 옷이라 목깃에 때가 꼬질꼬질 묻어서 간 옷 조차 세금을 물린 경우를 본 적이 있단다.(전 세계적으로 중고물건에는 세금 안물린다.) 

인도네시아 DHL에 전화를 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살 수 있는 물건을 해외에서 사서 들여왔기때문에 세금을 메긴 거라고 했다. 니네 한국말 책도 만들어내니 했더니 우물쭈물, 바로 말을 바꾼다. 라이센스가 없기 때문이란다. 무슨 라이센스? 물으니 대답을 못한다. 인도네시아 거주 외국인이 자국의 책을 받으려면 라이센스가 있어야 된다는 말이니? 그랬더니 바로 그렇단다. 그 라이센스 어디에 가서 받니? 했더니 대답 못한다. -_-;;; 

두번째 물건은 못받는다 했다. 열받은 남편 님하, 그 책 새로 사 줄테니 걍 버린셈 치란다. 그래 그러마, 했다.  

 

 

 

 

 

 

ㅠ.ㅠ 

 

 

 

 

한국에 살때, 기분이 꿀꿀해지면 책을 샀다. 책을 주문하고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도착한 책을 읽는 순간들의 즐거움이 나를 지탱했다. 그걸 아는 남편은 가끔, 내가 정말 우울해 보일 때 책 사줄까? 묻곤 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이 나라에 산다는 게 너무 힘들어 투정을 부리면, 남편은 한번씩 책 사줄까? 출장자 있는데. 했다.  

헌데 이 나라에서는 책을 사는 것이 더 스트레스다.  

dhl 과 싸우고 패닉 상태로 누워서 오늘도 하루키의 먼북소리를 꺼냈다.  

 

 

하루키가 이탈리아에 체류하며 쓴 이 책에는 <이탈리아의 몇가지 얼굴>이라는 챕터가 있고, 그 안에 <이탈리아의 우편 사정>이라는 챕터가 있다. 그 챕터는 이렇게 시작한다.  

만약 이탈리아란 나라의 특징을 40자 이내로 정의하라고 한다면, 나는 "수상이 매년 바뀌고, 사람들이 큰 소리로 떠들며 식사를 하고, 우편 제도가 극단적으로 뒤진 나라."라고 답할 것이다.
p.377 

그리고 많은 페이지를 이탈리아의 우편 제도에 대한 놀라움을 토로하는데 할애한 하루키는 "아무튼 이 나라의 공공 기관은 치명적으로 번잡하고 비능률적이고 불친절하고 관료적이다. 그런데다 자잘한 규제가 많고 그런 규제가 또 반년마다 제멋대로 바뀌니 거의 아무도 규제 따위 기억하지 못하는 꼴이 되고 만다. 그런 연유로 도처에 제도적 블랙홀이 생긴다. (p.380)"라고 말한다. 그리고 영리한 하루키는 "하나 그런 일로 화를 냈다가는 이탈리아에서는 도저히 살 수 없다.(p.381)"고도 잘라 말한다. 왜나하면 "매일이 이런 일의 반복(p.381)"이기 때문에.  

그리고 또다시, "내가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두고두고 감탄하는 것은, 그들이 이런 비참하기 이를 데 없는 상황을 조금도 개선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p.382)"라는 진지한 감탄까지 해 준다. 그리고 마지막 한 줄은 그지없이 인상적이다. "아무리 내가 열심히 이런 일을 써본들, 어차피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이다.(p.386)"라고.  

내가 이 책을 읽은 2009년 무렵에 하루키의 이 이야기는 재미있는 우스개였다. 지금 나는, 하루키의 분노와 체념 뒤에 오는 그 허탈한 심리를 너무나 절절히 이해한다. 이건 정말이지, 당해보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을테니까. 아, 정말 사람은 자기가 아는 만큼만 이해하는 존재로구나.  

하루키의 책으로도 도저히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가 없을 때는 움베르토 에코 아저씨의 책을 꺼낸다.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 석학(아 이 식상한 표현이라니.)이신 이 분, 정말 끝내주는 소설가이자 기호학자인 이 분 말이다. 이분이 어느날 암스테르담을 지나오다 운전면허증을 도둑맞으셨단다. 그리고 그 도둑맞은 운전면허증을 이탈리아에서 재발급 받기 위해 겪으신 일들을 글로 남겼다. 이름하여 

<도둑맞은 운전 면허증을 재발급받는 방법>챕터다. 이건 도저히 요약도 안되고, 어디를 뽑아낼 수도 없다. 배를 잡고 깔깔깔 웃을 수 밖에 없는 코메딘데, 이 깔깔깔 웃는 코메디가 읽는 사람에게만 그렇다는 걸 이제야 나는 안다. 그간 웃었던 일들이 너무 미안해지는 거 있지. 이 일련의 일들에 대해 이 뛰어난 두뇌를 가지신 분은 이렇게 요약을 해 낸다. "한마디로 말해 불법의 대량화 또는 합법의 허구화(p.81)"라고.  

이 나라에 살려면 한국으로치면 외국인 등록증 같은 걸 받아야 한다(이름은 KITAS다). 이건 여권과 함께 항상 소지하고 있어야 하고 매년 갱신해야 하며, 심지어 이민 당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집으로 불심 검문을 나와 소지 여부를 확인하기도 한다(당해본 적은 없지만, 꽤 흔한일이다.) 이 중요한 것이 말이다. 크하하, 나는 지금 없다. 일년에 절반은 내가 가지고 있지를 못한다. 절반이 뭐야. 2/3 정도는 이 나라 정부에서 들고 있는 것 같다. 꼭 가지고 있으라고, 안가지고 있으면 안된다고, 벌금을 물린다고 추방을 하겠다고 난리지만 실제로는, 아니, 줘야 가지고 있지. 나는 매년 7월에 이 거주 허가를 갱신해야 하는데 5월경에 이민국 브로커를 통해 이민국에 여권과 끼따스를 비롯한 부속 서류들을 넘겼다. 그리고 7월도 지나서 8월에(푸하핫!) 이민국에 가서 갱신을 하기는 했다(뭐, 이 갱신 과정으로 이 나라에 불법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을 걸러낼 수 있다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 자 갱신을 하기는 했는데, 아직도 여권과 끼따스와 기타 등등의 서류는 10월이 된 지금까지 내 손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디 있는지는? 누가 알라나. 아마 브로커는 알겠지.  

이민국에 가보면 이민국 직원이 좀 있고, 외국인이 있고, 그 이민국 직원 전부와 갱신을 위해 와 있는 외국인 전부를 합한 수의 세배쯤 되는 브로커들이 있다. 서류에 사인하라는 말조차, 눈 앞의 외국인에게 하지 않고 바로 옆의 브로커에게 한다. 나름대로는 이 나라의 고용창출이라나. 푸하하하하핫. 하긴 뭐, 이 나라는 도로는 좁고(10년째 도로는 확충되지 않고, 자동차는 10배가 늘었다.) 교통 체증은 심화되니 도로를 건설하는 게 아니라 3 in 1 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도심으로 들어오는 차는 무조건 3명 이상이 타고 있어야 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그러자 조끼(joki)라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도심으로 들어가는 도로 근처에 손가락 하나를 내밀고 하릴없이 서 있는 사람들. 말하자면, 한국에 예전에 남산 터널이 3명 이상이라야 무료 통과할 수 있다는 제도를 만들었을 때 전설처럼 들려오던 그 앞에 서서 차를 타고 같이 터널을 지나주는 알바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과 똑같은 거다. 그게 정상적인 직업이 되고(장인자리가 사윗감에게 "자네 직업이 뭔가?" 하면 "네, 저는 조끼 일을 합니다." 가 되는) 나름 고용창출을 했단다. 푸하하하하하하하하.  아아 웃고 있어도~ 나는 눈물이 난다~~~

하루키 말대로 "어차피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이다" 이고, 에코의 말대로 "불법의 대량화 또는 합법의 허구화" 인 것이지.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남편이 DHL과 통화를 다시 했다. ㅠ.ㅠ 남편은 그 책을 폐기처분하라 말했다. 아아아아아아아. ㅠ.ㅠ 내가 이 그지같은 나라에 왜 날 끌고 왔냐고, 나는 도저히 못산다고 발작을(종종 일으킨다. -_-;;) 할 조짐이 보이자 미리 선수를 친다. "새로 사 주께! 똑같은 거 사서 출장자 편에 받아다 주께!!!" 아. 마음에 좀 안정이 온다. 

마지막으로 은희경의 책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곳. 아니 모든 인간이 가진 개인성을 다양함으로 받아들이고 존중하고 그리고 배려하는 사회는 규칙이 많고 복잡할 수밖에 없다.
p.244

규제가 많은 것, 좋게 보자면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 사는 이민의 나라이기 때문에 필요하겠지요.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 함게 살자면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고, 그 불만을 최소화하려면 규칙과 규제가 많아질 수밖에요. 사회의 우선 가치는 물론 공정함fair이고 말이죠. (걸핏하면 소송, 그러니 변호사가 그리도 많고...)
p.250 

미국은 이러하군.  

저는 이 나라에서 아직 2년 남짓 더 살아야 한다. 뜻밖에 모범생 기질이 다분하고 규칙에 어긋나는 것을 못견뎌하는 나에게 이 나라는 참 견디기 힘든 나라.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고, 법과 규칙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나라.  

ㅎㅎㅎ 운전 면허증 말이 나와서 말인데, 이 나라에서는 면허를 돈을 주고 사거든요. 그리고 그것또한 갱신을 해야 하는데, 뭐 면허증이 없으면서 운전을 해도 교통 경찰에게 뜯기는 돈이 있을 때보다 세배쯤 많아진 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_-;;; (참고로, 운전면허증을 가지고 있어도 돈은 뜯긴다. 단 벌점이나 기록은 전혀 없다. 걍 돈만 주면 된다. 교통경찰하면서 돈 구하긴 참 쉽다, 이 나라는.)

살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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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맘 2011-10-27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속상하셨겠어요..ㅜ,ㅜ그래도 열심히 책읽는님의 모습을 보면 제모습에 반성이 되네요..책을 편하게 살수있는이곳에 살고 있으면서도...요즘은 뭐가 그리 바쁜지 책을 못읽고 스트레스만 읽어야지 하는...ㅋㅋ직원이 한명 있었는데 어렵다는 이유로 권고사직을 시켰거든요 얼마나 서로 무등켜안고 울었는지...사실 정말 어려워서 그렇다면 할말이 있는데 그건 아니었으니까.요...한명의 직원이 그만둔 빈자리는 고스란히 제가 다 일로 전해주네요...
덕수와함께 놀시간도 괜히 피곤하다는 이유는..여튼 힘내세요...

아시마 2011-11-10 22:44   좋아요 0 | URL
열심히 읽죠. 후진국이 괜히 후진국이 아니라서 한달 이십만원 정도 되는 돈에 식모 둘을 부리고 있으니, 닉 혼비가 말했듯, 저녁 먹고 설거지 거리를 미뤄두고 책을 읽는 거죠.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없고.

근데 참... 이 나라가 싫어요. 진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