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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개월간 순수구매금액 : 1,886,615원     만료일 : 2010년 03월 03일 

어느날 별 생각없이 나의 계정을 열었다가 본 저 금액. 순수 구매금액이 저거면, 알라딘에서 물경 200만원 넘는 책을 샀다는 이야기다. 병도 이정도면 중증이다. 살면서 아직까지는 그런적 없는데 처음으로 충무공한테 미안해져서, 12월 한달간 책을 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잘 지켜질 수 있을까. 4000원 맥스무비 영화 할인권은 지난 몇년간 써본적도 없이 매번 날렸다. 오늘은 동생에게 전화해서 저거라도 받아가라 해야할까보다. 

2. 곧 이사를 해야해서 이삿짐 센터 사람을 불렀다. 우리집에 들어오는 사람들마다 책에 질린 얼굴을 하는 건 익숙해져서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이삿짐 센터 사람이 견적내러 와서 질린 얼굴 하는건 좀 맘에 걸리더라. 보기보단 안많아요, 아하하하하하하하... 비굴하게 웃었더니 생각보단 싸게 견적이 나왔다. 하긴 뭐, 우리집에 책 말고 또 짐이 있어야 말이지. 

3. 책을 살수도 없으면서 중고샵엔 왜 그리 열심히 드나드는 걸까. 에혀. 갈때마다 사고 싶은 책을 장바구니에 꾸역꾸역 담아놓고, 다른 사람이 사 가서 살수 없다는 메세지가 뜰때마다 가슴이 미어지며 충무공에 대한 미안함이 희석되어 간다. 아놔, 난 왜 돈 없는 남자한테 시집을 갔을까아아! 

4. 오늘 간만에 김훈 <자전거 여행>을 펼쳤더니 서문에 이런 말이 있더라. 
"이 책을 팔아서 자전거 값 월부를 갚으려 한다. 사람들아 책 좀 사가라."
그 말에 슬적 덧대어 말한다. "이 리뷰를 팔아 책을 또 사려한다. 사람들아 thanks to 좀 해라." 

5. 저 책 구입비의 절반은 딸 책 산거다. 그러니까 충무공은 나한테 구박하면 안된다. 딸은 나 혼자 낳았냐, 같이 낳았지. 그러니 절반은 충무공이 쓴거다. 그러니 알라딘 구매 금지를 절반으로 줄여라아아아아아... 절반은 아니라도 적어도 1/3은 다인 책일... 지도 모르겠다.  

6. 몇달 뒤엔 20피트 컨테이너에 우리 짐을 다 실어야 한다. 다 안들어가면 어쩌지, 충무공은 맨날 그 걱정이다. 책을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책장이 다 실리지도 않을 거라고. 혼수로 한 장롱은 이미 버림받았고, 또 뭐 버릴까. 책을 버리느니 날 버리라고 했더니 오냐, 냉큼 버려주마, 하신다. 쩝.  

7. 요즘 노리고 있는 책은 미야베 미유키 여사의 책들과 아가사 크리스티 여사의 황금가지판 전집이다. 그 두 가지의 책이 중고샵에 뜰때마다 심장이 찢어진다. 지금 안사면 내일은 없을게 뻔한데. 아이고 데이고. 그나저나 알라딘 참 머리 잘 썼다. 중고샵은 내 충동구매의 원흉이다. 

8. 고통과 수난의 달 12월이 빨리 지나가길 바란다. 이사하고 어쩌고 하면 휙 지나가고 없겠지. 그러나 저러나 188만원은 내가 생각해도 좀 심했다. 3개월 금액이 100 이하로 내려가 본 적도 없지만. 매달 충무공과 합의한 나의 책 구매 한도액은 25만원이다. 매달 그 두배 이상을 쓴거다. 에혀. 월급쟁이인 충무공은 국세청과 두집 살림 중이시고(신문에 나는 연봉과 통장의 실수령액은 체감상 거의 두배 차다.) 나는 알라딘과 두집 살림 중이다. 집에 돈이 모일 새가 없다.  

9. 두집 살림하니... 결혼 첫해에 신문에 남편 회사 연봉이 떴다. 매달 얼마로 환산한 금액인데, 내가 관리하는 남편 월급통장에 찍히는 금액의 정확히 두배 금액이더라. 월급 절반을 어디다 줬냐 따졌더니 세청양 갖다줬단다. 국씨집안 세청양. 그래서 충무공은 장인도 두분이시지. 차-암, 훌륭하시기도 하다. 둘째를 낳고 진지하게 말했다. 여보 이제 두집살림은 정리해. 우리도 이제 애가 둘이야. 했더니 남편이 말한다. 안돼. 왜냐하면 그쪽에도 애가 둘이거든. 어이구, 이걸 농담이라고.  

10. 아. 괴롭도다. 마태 수난곡이 울려퍼지는 듯 하다. 나도 이달엔 재고 소진이나 해야겠다.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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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09-12-07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석달에 저는 25만원 넘었다고 반성 또 반성했는데 ㅋㅋㅋ 님은 저보다 두 수는 위이신듯. 저 4번 안그래도 김훈 자전거 여행 화장실에서 다시 읽다 뿜었잖아요. 책좀 사가라! 아이 키우면서 책읽는 낙이라도 없으면 너무 힘들지 않을까요? 저는 그런 식으로 합리화중이랍니다.

아시마 2009-12-07 22:05   좋아요 0 | URL
남편에게도 맨날 나 애 키우느라 우울해서 책 사야겠어! 라고 말하는데요, 저 좀 심했죠? ㅠ.ㅠ 구박받고 반성 해볼라고 긁어 올렸어요. 188만원은 뭘로도 변명이 안되는 금액같아요. 그냥 미친듯이 질렀구나, 라는 말밖엔. 세달에 25만원 넘었다고 반성반성 하는 분도 있는데, 제가 제정신이겠어요. 저정도로 질러놓으면요, 솔직히, 6개월간은 책 안사도 책 읽는 낙은 충분히 느낄수 있을만큼의 비축분이예요. 에혀. 오늘은 정말, 진심으로 남편에게 미안하더라고요.
오죽하면 괜히 전화해서 애교 좀 떨어줬죠. 남편은 황당했을 거예요. 얘가 갑자기 왜이러나 그러면서.

아시마 2009-12-07 23:21   좋아요 0 | URL
아, 맞다. 더 압권은, 오늘 전화해서 괜히 애교 좀 떨어주고 이쁜짓 해줬더니 남편 왈, "너 사고 싶은 책이 생겼구나. 얼마냐?" 그러더군요. -_-;;;

blanca 2009-12-08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님 댓글 읽고 오늘 분리수거날인데 괜히 신경쓰이더군요. 알라딘 상자가 좀 많아서... 그래서 저도 아기가 크면 빨랑 책값을 벌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놔, 그냥 책 읽으면 돈 주는데 없나요? ㅋㅋ

아시마 2009-12-09 00:0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님도 외치세요. 이 리뷰를 팔아 책을 사려한다, 사람들아 thanks to 좀 해라. 그렇게. 난 외쳤지만 아무도 안해줘서 슬펐다는...
저희 부부도 참 안싸우는 편인데, 가끔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날 남편이 씩씩 거리곤 했지요. 아하하하하하하하하... 뭐.
전 평생 놀고 먹을 계획이라(김훈 선생 왈, "노는 게 신성하다!" 하셨으니) 애 커도 돈 벌 계획은 전혀 없고, 어떻게하면 남편 등을 좀 더 잘 쳐먹을수 있을까... 이 궁리만.
여러모로 님이 저보다 훨씬 나은 아내이시니, 알라딘 박스가 좀 많이 나와도 당당하시압! 서재가니 이런 여자도 있더라고 남편에게 알려주면 남편이 님에게 고마워하실 거예요. 아. 나 남의 부부 평화에 도움준 건가요? 냐하하하하....
 

예전 홈에 올려뒀던 리뷰들 옮기기 끝. 아. 후련하다. 

30% 쯤은 버리고, 남은 것들만 살렸다. 묵은 숙제를 해 버린듯. 아. 후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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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 둘은 27개월 터울이다. 큰놈은 약간 까칠하기는 해도 순한 편이고, 둘째 놈은 성격 좋아 보이는데(11개월 된 애가!) 순하지는 않다. 그런고로 두놈은 은근히 닮았고 전혀 다르다.  

전반적으로 큰놈이 작은놈 해꼬지를 하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작은 놈이 10개월에 걷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큰놈만 죽자고 쫓아 다니는 작은 놈, 작은 놈이 귀찮아서 도망다니는 큰놈. 

제일 큰 방을 장난감 방으로, 두번째 방을 서재로, 제일 작은 방이 침실인데, 아이들은 주로 그림책이 꽂혀있는 거실을 주무대로 논다. 조용히 책보는 걸 좋아하는 큰놈은 작은 놈이 귀찮게 하면 장난감방으로, 서재로, 침실로 도망을 다니는데, 작은놈이 기를 쓰고 따라가니 문제가 된다.  

어제도 큰놈은 침실로 도망가고 작은 놈이 쫒아 갔는데, 문을 닫으려던 큰놈과, 문의 경첩있는 쪽을 잡고 있던 작은놈 사이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작은 놈이 문에 손이 끼인 것. 

애둘에 엄마까지 울면서 집 앞 내과(그 내과엔 산부인과를 제외하면 한국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과를 진료과목으로 표시해 놓았다. 물론 정형외과도.)로 달려갔다. 가는 길에 작은놈은 벌써 울음을 그쳤고, 큰놈도 그냥 훌쩍훌쩍 하는데 엄마인 나만 엉엉 울었다. 병원서 의사와 간호사가 엄마 진정하세요 소리를 열번쯤 하더라.  

손이 끼인 부분은 관절이 아니고, 왼손 세번째 네번째 손가락의 두번째 마디 정 중간이었다. 의사가 보더니 자기 생각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기는 한데 엄마가 이렇게 걱정을 하니, 근처 정형외과를 소개해 주면서 거기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란다. 자기 병원에도 엑스레이가 있지만 자긴 내과의라 정확하지가 않다고. 아놔, 그럼 정형외과를 진료과목으로 표시해놓긴 왜? 

도로 집으로 들어와 차 키를 들고, 근처 정형외과를 갔다. 양손 엑스레이 두방씩 찍고. 정형외과 선생님이 뼈를 다치진 않았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타박에 의한 통증이 있을 수는 있으니 원한다면 진통제를 처방할 수는 있는데 애가 11개월이고 별로 아파하지도 않는 것 같으니-_- 걍 안먹이는 게 어떠냐고.  애기들은 회복력이 좋아 금방 괜찮아 진단다.

그렇게 십년 감수를 하고 집에 돌아와 큰놈을 붙잡고 한바탕 울면서 동생이 다치면 어떡할거냐, 엄마는 니가 그러면 너무 속이상한다, 하소연을하고, 나름 충분히 반성한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동생과 사이좋게 지내는 언니 이야기가 나오는 그림책들을 집중적으로 골라 읽어주고 재웠다. 

 

그리고 오늘 아침. 

이번엔 장난감 방 문에서 똑같은 사고 발생. 

정말 딱, 머리에서 퓨즈가 나가는 기분이더라. 그래도 이번엔 경미한 사고여서, 내가 봐도 병원을 가지 않아도 좋을 정도로 보이기는 했지만,  

다인을 낳고, 38개월, 처음으로 미친여자처럼 소리를 질렀다.  

정말 이런 날은, 엄마 자리 사표내고 싶다.  

방방마다 돌아다니면서 문이 아예 안닫기도록 아이 손이 안닿는 곳에 굄목을 설치. 

문닫을 일 있을때만 빼서 닫기로 하다.  

정말 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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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12-04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이도 낳아보지 않았으면서 언제나 내가 보지 않는 곳에서 아이들이 다치면 어떡하지? 보고 있어도 내 눈앞에서 순식간에 다치면 어쩌지? 라는 생각을 간혹 하곤 하는데, 이번에 아시마님께 일어난 일이 딱 그거였군요. 읽으면서 조마조마 했는데 크게 다친게 아니라니 정말 다행이지 뭐에요. 그래도 엑스레이 찍기 전까지는 얼마나 마음 졸였을까요. 역시 엄마가 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로군요. 어휴...


아시마 2009-12-05 02:23   좋아요 0 | URL
아이가 다치는 건 정말 순간적인 사고예요. 그리고 또 하나 분명한건, 저의 경험상, 엄마의 긴장이 잠시 늦춰지는 순간이 그 사고의 순간이더라는 거죠. 엄마도 사람이다보니 순간순간 긴장이 풀릴때가 있는데,그럴때는 어김없이 크고 작은 일들이 생겨요. 그래서 아이의 사고는 항상 죄책감을 들게 하죠.

친정엄마 말씀이, 애가 세돌이 되기 전까지는 재앙(일종의 신같은데 정확한 정체?는 잘 모르겠어요. 어른들 말씀이라.)이 보호를 해 주고 있어서, 어른이면 크게 다칠 상황에서도 많이 안다친대요. 재앙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으나 확실이 애들이 어른이면 큰 문제가 생길 상황에서도 별로 안다치는 것도 맞기는 하구요.
하여간, 이번에 십년 감수했어요. 다 제 잘못이죠, 뭐. ;;;
 

이건 아무래도, 내가 그동안 알라딘에 너무 많은 돈을 갖다줬다는 반증같다. 

마이리뷰 세편 썼는데, 세편 모두 다음 블로거 특종에 당선되어서 5,000원씩 모두 15,000원을 받았다. 이건 뭐냐... -_-;;; 리뷰 쓰는 사람 모두한테 돈을 뿌리는 건 아닐테고, 아무래도 일종의 특별고객에 대한 예우차원으로 느껴진단 말이지.  

주니 고맙게 쓰긴 하겠습니다만, 

은근 기분이 나쁜;;;;;;;;;;;;;;; 

헉, 이 포스팅했다고 앞으로 돈 안주면 안되고, 줄거면 2만원씩 달란 말이지.  

아하하... 

이번엔 창피해서 블로그 메타사이트에도, 다음 블로거뉴스에도 글 보내기 안할란다.  

 

ps. 오늘도 알라딘서 5천원 받고 알라딘에 5만원 갖다줬다. 아하하하하하 이건 항상 밑지는 장사야. 앞으론 알라딘에서 버는 돈만가지고 책을 산다는 말도 안되는 원칙이라도 세워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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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맘 2009-12-08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저두 저번에 깜놀했자나여.
책을 5만원어치 구매했는데 결재금액 25,000원만 결재하고서 구매할수 있다는거에요.
좋기도 한데...어안이 벙벙해서...그때 어찌해서 마일리지가 거의 그정도가 생겼는지.
여튼 좋기도 한데.님말대로.
받는것보다 나가는게 더 많아서..저두 구매 나름대로 많이 한다고 생각했는데..ㅋㅋ
여기오면 제구매목록은 명함도 못 내밀겠는데요..ㅋㅋ
그럼 점심때가 다 되어가네요 점심맛나게 드세요
전 점심먹으로 고고씽합니다.ㅎㅎ

아시마 2009-12-08 14:09   좋아요 0 | URL
헤헤... 전 이런 의심을 할 만해요. -_-;;; 돈을 좀 갖다 줬어야 말이죠. 냐하하하... 점심 맛나게 드세요. 전 점심 먹고 아기들 목욕시키기 전에 잠시 짬내어 들어왔답니다.
 

앤 패디먼의 책에 관한 위대한 책《서재 결혼 시키기》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나는 책에 대한 책은 안 사고는 못 배기는 성미다"(p.191)  

나도 비슷하다. 나도 누군가의 독서록(그게 문인의 것이면 특히 좋다. 왜냐면 글쓰기 훈련이 잘 되어 있는 사람들의 리뷰는 리뷰 그 자체로 한편의 작품이 되니까.)이나 서재에 관한 책은 열광하며 본다. 사실 꼭 어떤 책의 리뷰들을 모아놓은 책보다는 책 그 자체에 대한 책을 좋아한다. 자신의 서재에 얽힌 이야기라든지, 원하는 책 한권을 얻기 위한 분투기라든지.  

지금 내 서재(아, 이 "내 서재"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까지, 나는 3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29살 겨울, 결혼과 동시에 나에게는 서재가 생겼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나는 남편을 무지하게 사랑한다. 서재로 만들 빈방이 있는 큰 집을 구해줘서 정말 고맙다, 신랑.)엔 대충 10권 남짓한 책에 관한 책들이 있는데, 

어제, 한권 더 샀다. 닉 혼비의 <런던 스타일 책읽기>(헌데, 이 책의 제목은 <닉 혼비 런던스타일 책읽기> 인 것일까 그냥 <런던 스타일 책읽기> 인 것일까. 책등을 기준으로 하자면 그냥 <런던 스타일 책읽기>가 맞는 것 같긴 하다.) 서문에 이런 말이 있다.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고, 저녁 식사가 끝나고 설거지를 다 한 다음 책을 집어 드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p.11-12) 

흠. 나는 (닉 혼비의 견해에 따르자면) 그 극히 드문 부류중의 하나다. 올 한해 내가 몇권의 책을 읽는지(사람들이 가끔 1년 독서 목표 몇권 이런 걸 세우길래.) 체크해 보고 싶어 작년 연말에 받은 알라딘 탁상 달력에 매일매일 읽은 책을 기록했다. 나의 30년 독서역사상 이런 일은 처음이라는 걸 우선 밝혀두고. 

1월 - 18권 
2월 - 7권 
3월 - 7권
4월 _ 7권
5월 _ 11권
6월 - 11권
7월 - 7권 
8월 - 22권
9월 - 24권
10월 - 32권 

1월에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었던 건 작년 12월 중순에 둘째놈을 낳아 1월 중순까지 몸조리를 했던 덕분이고, 그 뒤엔 갑자기 애 둘을 보느라 정신없어져서 줄었다가 4월 말, 남편이 장기 출장을 가면서 독서량이 또 늘었다. 7월엔 남편이 출장에서 돌아와 2주간 한국에 있었다. 8월에 비약적으로 독서량이 늘어난 건, 8월 중순경 컴퓨터가 고장나 2주간 A/S 센터에 들어가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러니까 내 독서를 방해하는 주범은 육아도 살림도 TV도 아닌 남편과 인터넷 웹서핑 되시겠다.  

8월 말에 노트북을 찾아와서도 계속 독서량을 유지해 10월엔 무려 하루 한권이상의 책을 읽어치운건, 책읽는 습관을 찾은 덕이기도 하고 후반부에 퇴마록을 읽어 권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탓도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주변에 비슷하게 애 키우는 엄마들이 묻는다. 도대체 책 읽을 시간이 어떻게 나느냐고. 37개월 11개월의 아이 둘을 주변 도움 없이, 남편도 없이 혼자 키우면서. 

글쎄. 시간이 어떻게 나는지 나도 잘 모르겠는데 걍 읽는다. 남편이 없으니까 저녁시간이 한가하고, 우리 애 둘 잠자리 습관하나는 기가 막히게 들여놔서 두놈다 저녁 8시 이전에 잠들어 버리니까, 8시부터 새벽 1-2시까지는 온전히 내 시간이다. 그야말로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고, 저녁 식사가 끝나고 설거지를 다 한 다음' 책을 읽는 거다. 물론 책만 읽지는 않는다. 

선덕여왕도 보고, 조금 있다가는 개그 콘서트도 볼거고. 웹서핑도 하고, 글도 쓰고, 재봉틀 돌려 애들 옷도 만든다. 결혼하면서 만든 십자수 쿠션이 낡아서 새로 만들려고 십자수도 놓는다. 십자수는 항상 TV 볼때 하고, 책 읽다 지루하면 옷 만들고, 옷 만들다 지루하면 웹 서핑 한다. 옷 만드는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번 가을 겨울 애들 내복을 무려 여덟벌 만들었다. 올 가을 겨울은 내복이나 실내복은 더 안사도 된다. 지난 여름에도 애들 옷 한벌도 안사주고 둘째놈은 큰놈거 물려입히고, 큰놈은 재봉틀 돌려 원피스 몇벌 만들어 입혔다. 나 이렇게 알뜰한 엄마다. 그러니까 한달에 몇십만원쯤, 책사는데 써도 된다!!!!!!!!!!!!!!!!!!!!!!고 누가 울 남편한테 말좀 해 줬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저녁 시간에 책 읽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가 않고 낮에도 책 종종 본다. 작은 놈 업어 재울때, 젖 먹일때, 카레나 이유식을 만들거나 해서 불 앞에 서서 냄비를 휘젓거나 할때, 한손에 책 들고서 본다. 뭐, 많은 양을 읽을 수는 없고, 기껏해야 3-4장 넘기는 정돈데, 이게 모이면 크다. 그런데, 이런식으로 책을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 이것도 일종의 독서 강박증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쨌든, 닉 혼비의 <런던 스타일 책읽기>는 다락방님의 서재에서 그 존재를 알아낸 책인데(그러므로 다락방님의 서재는 나에겐 지뢰밭이다. 정확히는 남편에게. 장바구니를 순식간에 채우게 만드는 곳이므로.) 거기서 또하나 발견한 재미있는 건, 가름끈에 관한 거였다. 

가름끈이 없다고 투덜거리다니.  

이건 습관에 관한 부분이기도 한 것 같긴 한데, 난 가름끈을 쓰지 않는다. 책 날개도 쓰지 않는다. 물론 책갈피도 쓰지 않고 책 귀퉁이를 접어두지도 않고, 읽던 페이지를 펼쳐 엎어두지도 않는다. 이렇게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서너장(예닐곱페이지)를 읽다 독서를 중단할 때도 그렇고, 한참 읽다 중단해야 할때도 그렇고, 난 그냥 책을 탁 덮어둔다. 그리고 다음번 읽을때 펼쳐서 대충 이즈음이겠지 하면, 내가 읽다 그만둔 부분을 쉽게 찾을수 있어서 거기서부터 또 읽는다.  

그래서 난 가름끈이 있는 책이 무척 싫다. 한때는 가름끈이 붙어있는 부분에 바짝 붙여 쪽가위로 똑 잘라내서 버리기도 했는데, 너덜너덜해 보이는게 싫어서 그것도 그만뒀다. 매번 자르기도 귀찮고, 일단 붙어있는 걸 자르는 건 책을 훼손하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해서. 

이 가름끈이라는 게 책 밖으로 나와있으면 책을 꽂아놨을때 지저분해 보이기도 해서 반쯤 접어 책 사이에 끼워놓는데, 책을 읽는 중간에 가름끈이 있는 페이지가 나오면 거슬려서도 싫고(안그러려고 해도 신경이 쓰인다.) 이상하게 이런 끈종류가 꼬여 있는 걸 못봐주는 성미이기도 해서 판판하게 펴서 꼬이거나 접힌 부분이 없이 펼쳐서 책사이에 끼워두려고 하니 그마저도 일거리의 하나가 되어버려서, 내 독서의 방해물 중의 하나다.  

헌데 요즘 하드커버본은 가름끈이 없는 책이 거의 없다. ㅠ.ㅠ  

무겁니 비싸니해도 어쨌든 책은 양장본이 좋은데, 나는.  

아, 물론 책날개나 띠지를 책갈피 대용으로 쓰는 것도 별로. 애초 나야 책갈피라는 것 자체를 쓰지 않는 인간이긴 하니 그렇다쳐도, 책날개를 책갈피 대용으로 쓰면, 날개가 구겨진다. 약간 둥글게 휜다고 해야하나.  

딱히 책을 곱게 본다거나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것도 아니면서 이상하게 이런것들은 거슬린단 말이지. 가름끈이 끼워진 채 오래 덮어두면 그주변 몇페이지에 가름끈 자국이 남는다든가 하는 거.  

아. 잡설은 그만두고 개콘보러 가야겠다.  

다락방님 포스팅보고 생각나 주절주절 써봤다. 쓰는 도중에 제목을 몇번 바꿨는지 모르겠다. 

 

아, 창 닫았다가 한가지 추가. 책갈피를 쓰지 않는 것과 비슷하게, 난 내가 읽은 책에서 어떤 구절을 찾아내야 할 때 그걸 무척 쉽게 찾는 편이다. 페이지까지 외우는 건 아니라도 어디쯤에 있겠구나, 어느 장면뒤에 그런 문장이 있었다, 뭐 이런식으로 기억이 난다. 이건 나름 자랑질이고. 어제 잠깐 본 SBS 그것이 알고싶다 에서 기억력에 관한 이야기를 하던데, 난 언어화된 것에 대한 기억력은 남들보다 조금 나은 편인 것 같다. 문제는 언어화되지 않은 기억력은 남들의 반의 반도 안된다는 게 문제겠지만. 예를 들어 길 찾기 라든지, 음악을 외운다라든지. 그런거 있지 않나. 어떤 멜로디를 듣고, 아 이건 비발디다 바하다 또는 시크릿 가든이다 앙드레 가뇽이다 등등등. 이런거, 난 절대 안된다. 가사가 없는 음악은 매번들어도 매번 그 제목과 매치 시키지 못한다. 븅.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면서도 전혀 즐기지 못하는 건, 내가 들은 음악을 그 다음에 찾아 들을수가 없기 때문이라는 거. 아.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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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11-16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
그러니까 책갈피에 대해서는 저랑 완전히 상반되는 입장이신 거군요. 저는 책날개를 쓰는게 가장 좋은데, 그러니까 책 날개가 말씀하신 것처럼 구겨지고 낡아도 저는 또 그게 그대로 참 좋더라구요. 찾고 싶은 문장은 저도 아시마님처럼 밑줄 긋지 않아도 찾을 수 있긴 한데, 또 그게 책에 밑줄이 있어도 또 좋고 말이죠. 저는 새 책 처럼 보이는 것 보다는 헌 책 처럼 보이는 걸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책장을 접는건 안했었는데, 이제부터는 접기도 해버리자, 싶어서 어제부터는 책을 읽다가 접기도 했어요. 하하하핫.

저도 길찾기는 정말 안되요. 전 이쪽으로는 뇌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사람인 것 같아요. 처음 가는 빌딩에서 화장실을 찾아 간다면 나올 곳을 찾지 못해 버벅인 적이 한두번이 아니에요.

그리고 책 읽기 말인데요, 아시마님. 혹시 속독이 가능하신건 아닌가요?

아시마 2009-11-16 09:48   좋아요 0 | URL
하하하 속독까진 아니구요. 글 읽는 것도 하도 하다보니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약간 빨리 읽는 정도예요. 눈에 띄게 빨리도 아니고 그냥 약간 빨리, 정도요. 그대신 다른 일들을 안해요. 일주일에 두번 청소하는 아줌마가 와서 하는 거 말고는 청소도 거의 안하구요. 애들이 노는 공간만 손걸레질 하는 정도.
창피해서 다락방님한테만 살짝 말해주는데요, 아줌마 오기 전날엔 아침부터 저녁까지 먹은 설거지도 그냥 쌓아놔요. 다음날 오셔서 닦아주시거든요. 아하하,,,,,,,,, 걍 애들 밥해먹이고, 애들하고 놀아주고, 책 읽어주는 거 말고는 다른 살림을 안하고 놀맨놀맨 책만봐요. 그럼 저렇게 읽어져요. 아하하.

아, 길 찾는 거요. 저도 하도 안되어서 도대체 왜 이럴까 하고 주변에 물어봤는데요, 동서남북을 인지하는 센서가 기본적으로 내장된 사람들이 길을 잘 찾는 다고 하구요. 거리를 객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길찾기를 잘한대요. 그러니까 내가 얼마나 이동했는지는지, 여기서 저기까지가 몇백미턴지 이런거 바로 파악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전 뭐, 걍 포기했어요. 아하하... 우린 길찾는거 말고 다른 일을 잘 하잖아요!

blanca 2009-12-07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글이네요. 저는 애 하나지만 우야든동 아홉시에는 재워 버리고 살림 작파하고 독서 들어갑니다. 그 시간에 남편오면 막 짜증내잖아요 ㅋㅋㅋ 그런데 옷까지 만드신다니 대단하십니다.

아시마 2009-12-07 23:18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희 집안 꼴보면 기절하실 걸요. 오죽하면 남편이 아줌마 쓰는 비용만은 두말없이 대줄까요. 원래도 청소를 못하기도 하고, 안하기도 하고, 어질러진 꼴을 봐도 아무렇지도 않은 무딘 성격이라, 난장판 한가운데 앉아서 걍 내가 하고 싶은거 해요. 치워봐야 내일 또 어질러질거 뭐. 이러면서. ^^;;;

덕수맘 2009-12-08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시네요.저두 님처럼 울아들 재워놓고서 맘편히 책을 읽고싶은데 울아들12시에 자버릇해서 누구를 원망하겠습니까 버릇들인 재탓인걸..어떡해든 재우고 싶은데 버릇이 무섭다고 그시간되야 잠이드니..아웅..남 원망할게 아니라 오늘부터 아들 일찍 재우기에 돌입해서 책읽는 재미를 더 느껴야겠네요..ㅋㅋ전 나름대로 21권 올해 읽은것두 식구들한테 막자랑하고 단녔는데..ㅋㅋ여기에는 말도 못 붙이겠는데요.여튼 글을 너무 잼나게 쓰셔서 읽다가 시간 가는줄 모르겠네요..이젠또 점심시간이 다 끝나가네요..열심히 일을 열심히 해봐야 겠네요.

아시마 2009-12-08 15:00   좋아요 0 | URL
제가 애 둘 키우면서 남들한테 자랑할만한 거라고는 잠자리 습관 딱 하나랍지요. ^^ 잠잘때만 효녀예요. 아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