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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즘 알라딘 들어올때마다 기분이 좋다. 적립금이 맨날맨날 쌓여 있는 거다. 리뷰 한편 썼다고 사람들이 무려 140원씩이나 나한테 준다. 와 놀랍도록 고마워라. 그런데 얼마전엔 뜬금없이 몇천원이 올라가 있었다. Thanks to를 이렇게 많이했나 봤더니 다음 블로거 베스트 특종인가에 선정되었다고 오천원 주더라. 완전 감동먹고 남편한테 자랑했다.  

야옹씨 : 나, 리뷰 써서 다음 블로거 베스트 특종에 선정됐다!!! 
충무공 : 그게 뭔데?
야옹씨 : 그... 글쎄? 그게 뭘까? 뭐 네이버 메인 같은거 아닐까? 여튼 중요한 건 당선됐다고! 백만년만에 리뷰한편 써서 알라딘에 올려놨더니 떡하니 선정되고. 마누라 대단하지 않아?
충무공 : 상금은 있나?
야옹씨 : 그럼! 무려 오천원!
충무공 : 니 다 무라  

우리가 이 대화에서 알수 있는 것은, 첫째, 야옹씨와 그녀의 남편은 블로그 초보이거나 블로그 개념이 없다. 둘째, 그녀의 남편님하는 돈밖에 모른다.(무려 수전노 상대 출신이시다. 하.하.하.) 

2. 첫리뷰 개시를 한 뒤 며칠 있다 두번째 리뷰를 올렸다. 그리고 다음날 방문했더니 적립금이 또 확 늘어있다. 이번에도 다음 블로거 베스트 특종 당선이란다. 헐헐헐... 쓰는 것마다 당선되는 거 아닐까 해서 오늘 읽은 글 또 리뷰한편 써봤다. 결과는 내일 발표~ 

3. 리뷰 써놓고 보니 알라딘에서 무슨 리뷰 대회를 한단다. 오호. 나 내 홈페이지에 써놨던 리뷰가 엄청나게 쟁여져 있는데(홈페이지는 닫았다.) 이번에 올리고 리뷰 많이 올리는 사람한테 주는 10만원이라도 노려볼까, 진지하게 생각중이다.  

4. 민음사판 세계문학 전집을 30% 할인행사 한다고 해서, 사고 싶던 것들 주섬주섬 담아놓고 얼마 담았나 봤더니 285,000원이다. 나 사까 마까. 사면 충무공이 나랑 그만살자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책의 유혹은 너무나 강력하고, 아. 고민스러워. 살것인가 말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여기서 "살 것"과 "말 것"은 책 구매에도 해당되고 결혼 생활에도 해당된다. ㅎㅎㅎ 한국어 만쉐이. 

5. 예전 홈페이지 시절에는 이렇게 번호붙여 자잘자잘하게 쓰는 일기를 많이 썼었다. 새삼 써보니 반갑다. 기록도 습관이라, 이젠 슬슬 포스팅질(근데 솔직히 난 아직 포스팅이라는 말도 서먹하고 블로깅도 낯설다.)에 이력이 붙기 시작한다.  

6. 아참. 빼먹고 안써놓을뻔 했다. 난 알라딘에서 하는 이런저런 이벤트에 잘 당첨되는 편인데, 이벤트에 당첨되고 남편에게 막 자랑하면 남편님하는 매번 심드렁 하시다.  니가 알라딘에 갖다준돈이 얼만데, 앞으로도 계속 갖다 달라고 그런거 주는 거다. 라나. 아. 수전노 상대랑 사는 건 참 힘든 일이다. 그러나 난 무능문대이므로 참기로 한다. 에혀. 내 신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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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11-13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
아시마님 앞으로 완전 탄력받아서 페이퍼나 리뷰 더 자주 올리실 것 같은데요. 리뷰대회도 도전 해 보세요. 1등은 무려 백만원이라니깐요!!(제세공과금은 본인부담이지만)

6번에 쓰신것처럼 사실 '알라딘에 갖다준돈이 얼만데' 매주 리뷰당첨금이나 다음 블로거 선정으로 책값을 충당하려면 택도 없지만 그래도 기분 좋잖아요. 뭔가 더 쓰고 싶다는 욕구도 스멀스멀 생기고. 그리고 아시마님, 다음 블로거 특종도 1등으로 뽑히면 2만원이에요. 후훗. 완전 공돈 생겨서 짭짤하다는. 헤헷 :)

아시마 2009-11-13 09:0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오늘 찾아보니까 특종도 등수가 있더군요. 아... 하지만 전 1등하곤 별로 사이가 좋지 않다는. 아. 이건 운명적 좌절이예요.
탄력받고 말고 할 것도 없이 홈에 썼던 리뷰들이 걍 그대로 제 컴에 남아있어요. 안그래도 컴이 요즘 불안불안해서 얘네들을 어쩌나 하던 참인데 알라딘에 완전 도배질 해볼까 하다가, 음음, 알라딘 직원들이 얘 돈독 올랐다고 욕할까봐 참아요. 소심하기로는 1등까진 아니고 한 15등쯤은 될거라. ^^;;;

글구 딴소리지만, 저한테 다락방님 서재는 지뢰밭이예요. 오늘도 다락방님 덕에 몇권의 글을 장바구니에 담았는지 몰라요. 매번 다시는 안가야지 버럭! 이러고 결심한다는. ㅎㅎ
 

'애칭이란 인생이 항상 그렇게 심각하고, 형식적이고, 복잡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하는 유물, 어린 시절이 남겨준 유물인 것이다. 애칭은 또한사람이란 함께있는 사람,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지는 존재라는 것을 기억하게 해 준다.' 

줌파 라히리, <이름 뒤에 숨은 사랑>, 2004, p.41 

다인이 어렸을 때 엄마 아빠 맘마 등의 일상적인 단어를 제외하고는 제일 먼저 한 말은 "야옹"이었다. 

남편은 나를 "야옹이" 라 부른다.  

뭐, 내가 생각할때 나는 전반적으로 고양이과의 인물이지만, 가까운 사람에게는 전형적인 강아지과의 인물이 되는데(특히 남편에게) 남편이 나를 야옹이라 부르는 건 좀 아이러닉한 일이 아닐수 없지만 어쨌든 남편은 나를 야옹이라 부른다. 

그건, 결혼하기 전부터였다. 나와 마찬가지로 나의 이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남편은(사실 나의 본명은 별로 "이름 뒤에 숨은 사랑"이 느껴지지 않는 이름이다. 아무런 고민 없이 생각나는 대로 지었음이 너무나 역력하고, 장차 이 이름을 쓸 아이가 자신의 이름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에 대한 배려가 전무한 이름.)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나를 야옹이라 부르기 시작했는데, 그 즈음의 나는 남편에게도 고양이처럼 굴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솔직히 서른살 여자에게 야옹이라는 애칭은 좀. 

결혼 직후 남편은, 시댁이나 친정 식구들 앞에서는 야옹이라는 호칭을 좀 자제하는 것 같더니,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시댁에서도 친정에서도 당당히 외쳐대기 시작했다. "야옹아!" 라고.  

남편의 나에 대한 호칭은 나름 다양하게 변주된다.  

야옹아, 옹아, 옹아야 등등등. 그리고 기분이 좋거나 심심하거나 괜히 한번 이름을 불러볼땐 나름 가락을 붙여서 불렀다. "야옹 야옹아~" 라고. 솔직히 40이 멀잖은 남자가 마누라를 부르는 이름으로는 좀.  

하여간. 남편이 그렇게 가락을 붙여 "야옹 야옹아~" 라고 불러주면 나는 냉큼 "야옹!" 이라고 대꾸해 주곤 했다. 아주 부부가 죽이 잘 맞지. 전화를 받을때도 "여보세요"라는 말대신 "야옹" 이라고 받기도 한다. 뭐, 천생 연분이다.  

그러던 어느날, 그날도 심심했던 남편이 별로 할 말도 없으면서 "야옹 야옹아~" 라고 부르자 내가 대꾸를 하기도 전에 다인이 냉큼 대꾸했다. "야옹." 이라고. 아이들의 학습력은 놀랍다. 그때가 아마 돌무렵이었을걸. 그 뒤, 아이에게 엄마 아빠의 이름과 주소들을 외게 할때 다인이 말했다. 

 "아빠 이름 뭐야?" 
"서**"
"엄마 이름은?"
"야옹이." 

이 문답으로 여럿 포복절도 했다. 37개월인 지금도 다인은 엄마 이름 뭐야를 물으면 야옹이를 외친다. ㅎㅎㅎ 웃긴다. 

한편. 다인의 애칭은 '찹쌀떡'이다.  사람들이 종종 묻더라 애를 왜 찹쌀떡이라고 부르느냐고. 뭐 별건 아니고, 아기의 말랑말랑한 엉덩이가 꼭 찹쌀떡 같아서, 어느날인가부터 다인을 찹쌀떡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 애칭도 다양한 변주형태가 있는데, 

찹쌀, 찰떡, 떡이, 챱샤리, 살떡이, 똑이 등등등. 

어느해의 명절엔가 사촌 언니 부부와 함께 가진 술자리에서 사촌 언니 부부가 논쟁을 하고 있더라. 다인의 별명이 찹쌀인지 찰떡인지를 두고. 나는 주로 찹쌀이라 부르고 남편은 주로 찰떡이라 부른다. 이랬건 저랬건 그걸 왜 둘이 싸우냐고. 멀쩡하게 옆에 앉아있는 날 두고. 착한 나는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찹쌀떡과 찹쌀과 찰떡의 변주에 대해서. 아직까지는 다인이 만큼 특이한 애칭을 가진 애를 본 적이 없다. 참고로, 그 사촌 언니 부부의 두 딸은 똘이와 짱이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다.  

둘째의 애칭은 다인이 지어준 셈이다.  

태어나긴 둘다 비슷하게 3kg 언저리에서 나왔는데(다인이 2.94 / 해인이 3.07) 다인은 작고 야윈 아이로 자란 반면(돌때 체중이 8.4였다. 애고고.) 해인은 백일까지 무섭게 체중이 늘었다. 태어난지 한달만에 5kg를 돌파했고, 언니의 돌때 몸무게인 8kg는 백일 언저리에 돌파했다. 어익후. 비만 아기가 될까 얼마나 걱정했게. 

다행히 5개월무렵부터는 그렇게 무섭게 체중이 불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평균체중을 윗도는 통통한 아기로 자랐다. 똑같이 젖먹이고 똑같이 이유식 먹이는데 왜그렇게 다른지 원.  

하여간 어느날 해인의 기저귀를 갈고 있는데 다인이 옆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토실 토실 엉덩이, 올록 볼록 예쁜배~"로 시작하는 동요를 아시는지? 다인은 그 노래의 가락에 맞추어 이렇게 불렀다. 물론 첫 소절 무한반복이다. 

"토실 토실 밤토실
해인이는 밤토실
토실 토실 밤토실." 

그래서 자연스레 해인의 애칭은 "밤토실"이다. 도대체 토실 앞에 "밤"이 왜 붙었는가는 나도 알수없는 다인만의 사고 매커니즘이고, 아직까지는 설명할 능력이 안되는 것 같으니 알수없고, 나중에 설명할 능력이 될만큼 언어 능력이 자라면 자신이 동생에게 "밤토실"이라는 애칭을 붙여준 걸 잊을테니 영영 알수가 없겠지만 어쨌든 해인은 "밤토실"이 되었다. 

이름의 변주에 특별한 능력(?)이 있는 남편은 밤토실을 주로 걍 토실이라 부르고, 나는 종종 기저귀를 갈거나 아이와 놀아줄때 챈트 비슷한 저 구절을 중얼중얼 부른다. 아, 그러고보니 다인의 별명과 관련된 챈트도 있다.  

"찹쌀떡 찹쌀떡 다인이 찹쌀떡 엄마 찹쌀떡 다인이 찹쌀떡~"  

이 가락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건지 나도모르는, 걍 어쩌다보니 입에 붙어버린 가락이다.  

이래서, 다인에게 가족의 이름을 물으면 이렇게 나온다. 

"아빠 이름 뭐야?" 
"서**" 
"엄마 이름은?"
"야옹이"
"네 이름은 뭐야?"
"다인 찹쌀떡"
"동생이름은 뭐야?"
"해인 밤토실." 

이 무슨 동방신기식 작명법이람. 

뭐. 그건 그렇고. 이제 대망의 남편.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는 이름 뒤에 "씨"를 붙여 꼬박꼬박 "**씨"라고 불렀다.  

보통은 다들 "오빠"라고 하는 모양인데, 난 당시 모시고 있던 선생님이 연인간의 "오빠"라는 호칭에 혐오에 가까운 반감을 가진 분이셨던데다(근친상간이라는 단어까지 들먹이시며) 우리 부부의 나이 차와 같은 나이차인 언니네 부부가 "##씨"라 부르고 있던 상황이라 아무 고민 없이 "**씨"라 불렀다. 그랬더니 세번째 만났을 때인가, 남편이 자긴 "**씨"라 불리는 걸 너무 싫어한다나. 

그래서 그럼 뭐라 불러주랴? 물었더니 수줍게 "오빠"라 불러달란다. 어익후. 단칼에 자르며 말했다.  

"울 엄마가 널 낳았니?" 라고. 

그리고 "**씨"와 "아저씨"라는 호칭중에 선택하랬더니 눈물을 머금고 "아저씨"를 택하더라. 그래서 한동안 "아저씨"라고 부르다가 결혼 준비 과정에서 웨딩 컨설턴트가 나를 "신부님", 그리고 남편을 "신랑님"이라고 부른 것을 계기로 "신랑님"이라고 호칭을 바꿔줬다.  

그리고 한동안이 지난 뒤, 남편 친구 부부(여긴 동갑)가 "여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걸 보고 자연스레 "여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저씨"도 "신랑님"도 "여보"도 딱히 애칭으로 보긴 힘들고.   

얼마전부터 남편은 나에게 "충무공"이라고 불리고 있다. 무려 충무공. 애칭 치곤 좀 대단하시다.  

남편은 장가를 잘 들었는데(믿어라!) 난 늘 남편을 세뇌시키고 있다. 나만한 마누라가 어디있니. 전생에 나라를 구해도 세번은 구했지. 그랬으니 이생에 나같은 마누라를 만났지. 당신이 잘되는 건 다아아아아아아 내 덕인줄 알라고.  

처음엔 비웃던 남편, 내가 하도 집요하고 줄기차게 주장하니 이젠 뭐, 걍 인정한다.  

그러다가 얼마전, 집을 사고 팔고하는 과정에서 말했다. 

당신은 전생에 나라를 구해도 세번은 구했나보다. 도대체 전생에 뭔 공을 그렇게 쌓았길래 나같은 마누라를 다 얻었니? 당신은 아마 전생에 이순신이었을 거야. 앞으로 당신을 충무공이라고 부르겠어. 서 충무공. 

 해서 남편의 애칭아닌 애칭(? 이 경우엔 호칭 또는 별칭에 가깝겠다.)은 충무공이 되었다. 

결국은 다, 내가 잘났단 말이다. ㅎㅎㅎ  

이 책, 이름 뒤에 숨은 사랑을 읽다보니, 문득 생각이 나서 주저리 주저리 길게도 써봤다. 

뭐, 따지고 보면 우리 가족의 애칭은 이 책에 나오는 분류대로 하자면 "벵골식 애칭"에 가깝다. 

"친구와 가족처럼 친한 사람들이 집에서 또는 그 밖의 사적이고 편안한 순간에 부르는 이름"
p.41 

이니까. 

이 애칭 외에 나의 또 하나의 이름은 아시마다.  

인터넷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써온 이름.  

난 이 아시마라는 이름을 중국 고산부족의 설화 <아시마>에서 따왔는데, 이 책의 설명에 따르자면 벵골이름 아시마의 뜻은 '경계를 모르는, 가능성이 무한한 여자' 라는 뜻이란다. 중국 고산 부족의 설화에서 아시마 라는 이름은 향기로운 이름이었는데.  

사람이 이름을 규정하기도 하고, (언제 였는지 확실히 기억은 안나는데 김영삼 정권때 호적 일제 정정 기간이 있어서 이 시기에 이름을 바꾸는 게 쉬웠다고, 그때 가장 많이 바꾼 이름이 전두환 노태우 라던가.) 이름이 사람을 만들기도 하는데(이게 바로 동양 고전 작명의 원리겠지.) 후자쪽을 따르자면. 나는 경계를 모르는 가능성이 무한한 여자가 되어야 할텐데. 

뭐, 호기심의 경계는 모르겠고(여러가지로 관심이 많다.) 가능성이 무한한지는 모르겠지만, 책에 대한 욕심은 무한하다. 결국 내가 이렇게 된 건 아시마라는 내가 택한 나의 이름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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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하도 미친듯이 사제끼니, 이런 저런 태클을 걸어보던 남편님. 

남편이 태클을 건다고 내가 책을 사지 않을 손가. 

이런 책 수집은 아이가 태어나고 세배쯤 늘어나 버렸다. 내 책도 사고 애들 책도 사고. 

태클도 걸어보고 말려도 보고 이것저것 다해보다가 지친 남편님하가 하도 투덜거리길래, 

내가 당당히 말했다. 

"남편아, 내가 다른 건 안 사잖아. 내가 사는 건 오직 책 뿐이잖아. 내가 비싼 화장품을 사기를 하니(두번의 임신 출산을 거치면서 있던 화장품 다 썩어서 버리고, 새 화장품 아예 안사서 지금 내 화장대는 재봉틀용 탁자로 둔갑했고, 얼굴에 찍어바르는 걸로는 스킨하나, 수분 크림 하나, 비비크림 하나 콤팩트 하나가 끝.) 밍크를 사니. 고작 책 몇권 사는 걸로 왜 그래." 

했더니, 우리 훌륭하신 남편님하 말쌈. 

"차라리 밍크를 사!" 

진짜? 남푠아, 사실 내가 밍크도 딥따 좋아하걸랑... 사라면 살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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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09-11-03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전 그 심정 알아요. 저도 책구매때문에 여자이기를 포기하고 살았거든요. 화장품이나 옷 이런 거 사느니 책 사 읽고 그게 삶의 즐거움이었어요. 딸랑 티하나로 몇년을 버티기도하고...근데 올해부터는 좀 변화를 주고 싶어서..제가 변했어요.제가 이제 딱 마흔이거든요. 책 사 제끼냐고 추레한 저한테 친정엄마가 하다 못해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이쁘게 하고 살 날 얼마 안 남았다고. 50 넘으면 아무리 이쁘게 하고 싶어도 이뻐질 수 없다고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렇더라구요. 이제 이쁘게 할 날 겨우 10년밖에 안 남았구나 싶어서..요즘은 화장도 하고 옷도 사 입고 그래요. 대신 예전에 예스와 알라딘 모두 플래티튬 회원이었는데 지금은 알라딘만 플래티늄 회원이에요.
전 남편이 책 산다고 아무 소리 안해서 고마워요. 어떤 때는 회사에서 나오는 복지비180만원 전부 책을 샀는데 것도 아무소리 안 하더라구요^^ 문제는 저와 남편의 책 취향이 너무 틀려요. 흑흑

아시마 2009-11-03 16:51   좋아요 0 | URL
전 뭐... 어지간히 사야지요. 울 동네 알라딘 택배 아저씨를 거의 매일 만나는 지경이니 말 다했죠. 재활용 쓰레기 남편이 버리는데 버릴때마다 열받아 씩씩대며 들어와서는 밍크 사라고 외쳐대길래, 한동안 모아서 주문하느라 골머리좀 앓았었다는. 뭐. 제가 남편이라도 열받을 것 같긴해요. 울 남편은 책 취향이 다른 정도가 아니라, 남편은 안 읽고 전 미친듯이 사제끼고 읽어제끼고 그런다는 게 문제랄까요.
책 산다고 암말 안하는 남편님 부럽습니다. ㅠ.ㅠ
전 남편 명의 가족 카드 사용하고 있는데 매번 카드 짤림의 위협을 느끼며 살고 있다는... 그래도 고맙죠 뭐. 어쨌든 남편이 돈 벌어서 제 책 사주는 거니까. 저도 7년째 알라딘 플래티넘이예요. 으하하하... 알라딘에서 나 상안주나 몰라요.
 

나는 독서 그 자체도 좋아하지만, 책 수집에도 열광한다.  그렇다고해서 뭐, 고가의 고서적을 수집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고, 책 그 자체를 좋아하는 거다.  해서 내가 사는 책들은 내가 읽지 않은 신간 서적과 예전에 재미있게 읽은 책의 비율이 7:3 정도 된다.

역시나, 책을 별로 좋아하지도, 잘 읽지도 않는 남편은, 읽은 책을 왜 사냐고 묻지만, 예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책을 새로 읽는 기쁨이 얼마나 쏠쏠한데. 

요즘은 이우혁의 퇴마록을 다시 읽고 있다. 

이 책, 한참 인기있을 때 책 대여점에서 열광적으로 빌려봤던 책인데, 이런 저런 사정상 가볍게 읽을 거리들을 많이 마련해두는 게 필요해서 알라딘 중고샵에 나왔을때 냉큼 사뒀다가 읽고 있는데,  

오오, 역시 너무너무 재미있다. 

옛날에 재미있게 읽었던 책은, 책 그자체의 기쁨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내가 이 책을 읽을 무렵의 기분을 되살려준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마치 내가 이 책을 처음 읽던 10대 후반 20대 초반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달까. 책을 읽을때의 감상만이 떠오르는 게 아니라 그 시절의 내 생각들 느낌들 이런게 참 애틋한 색채를 가지고 떠오른다.  

그래서 예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책을 읽는 건, 일종의 과거에 대한 추억이 된다. 

그나저나, 내가 퇴마록을 산 걸 알면, 울 남편은 기절할지도. 

결혼해서 책장에 떡하니 꽂힌 김용의 사조 삼부곡 시리즈를 보더니 이게 뭐냐 묻길래, 영웅문 모르냐고, 영웅문의 정식 완역판이다 했더니, 울 남편 말쌈. 

"난 무협지를 사서 보는 사람은 처음봤다." 그러더군. 

더 중요한 건, 남편이 읽은 몇 안되는 내 책중 한권이 김용의 의천도룡기 1번이라는 거. 그 뒤로는 읽지도 않더라. 아니 어떻게, 1번을 읽었는데 2번을 읽지 않을수가 있지? 울 남편이 책에 관한한 나란 인간이 미스테리 하듯, 나 역시도 책에 관한한 내 남편이 참으로, 참으로, 참으로 미스테리하다. 어떻게 뒷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을수가! 신기한지고. 

여튼. 그 유명한 사조삼부곡을 사는 걸로도 어이없어 한 사람인데, 퇴마록 산거 알면 기절할거다. 음하하하하하하... 내 배를 째시오, 남편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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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특별히 좋아하는 취향의 책이 있게 마련인데, 나의 경우는 음식과 관련된 책이 그렇다. 

요리책 그 자체만도 좋아하지만(집에 요리책만 한 스무권 된다.) 요리사가 주인공인 책이나, 음식을 조리하는 장면이 나오는 책들, 음식에 대한 추억을 다룬 책들을 환장하게 좋아한다. 

우선 박완서 선생님의 <그 남자네 집>  

어라, 그런데 이 책, 표지가 바뀌어서 나왔구나. 흠. 예전 표지가 나은데.

어쨌든. 박완서 선생님의 묘사력은 정말 발군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중에서도 이 책에서는 주인공 <나>의 시댁(정확히는 시어머니와 남편)의 식문화가 다루어진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철철이 해먹는 계절음식에 관한 묘사는 웬만한 우리 음식문화 소개서보다 낫다. 

결혼을 하고 친정어머니가 마련해준 이바지인 고기를 들고 시댁에 가던날로부터 이집의 "내 생전에 도저히 끝날 것 같지 않은 시집의 식도락"(p.136)은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다.  

"부엌에서 양념 다지는 소리가 어찌나 요란하게 나는지, 식칼 밑에서 도마의 톱밥이 튀는 게 보이는 듯 했다."(p. 117) 라니. 이 맛깔진 묘사는 박완서가 아니면 도저히 안된다.  

물론 이 책은 음식에 관한 책만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이, 주인공 시집의 식도락이, 주인공은 도저히 못견뎌하는 그 식도락이 엄청난 즐거움을 준 것만은 사실.   

자, 이번에도 역시 박완서 선생님이 먼저 나온다.  

이 책은 유명 문인들이 쓴, 자신들의 기억속에 강렬하게 남아있는 음식에 관한 글이다. 음식 그 자체에 관한 글도 있고, 음식에 관련된 추억에 관한 글도 있고. 

특별한 음식에 관한 건 박완서 선생님의 <메밀 칼싹둑이>나 <참게젓>에 관한 글이 되겠고, 평범한 음식에 얽힌 자신의 삶의 내력에 관한 이야기라면 공선옥이나 이오덕 선생님의 말 그대로 흰 쌀밥 한그릇에 대한 이야기겠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건 그 음식을 먹는 사람들과, 그 음식에 관련된 이야기이지 음식 그 자체는 아닌것이다.  

이번엔 말 그대로 맛 산문집인 윤대녕의 어머니의 수저다. 

어머니의 수저라는 제목 그대로, 이 책은 새로운 음식, 특별한 음식을 소개하기 보다는 음식을 매개로 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글이다.  

이 책과 비슷한 책으로  

이 책, 성석제의 음식에 관련된 산문집 소풍이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 성석제를 딱히 좋아하진 않는데(성석제의 글 스타일은 나와는 뭔가 맞지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아, 난 왜 이 거창한 부사어를 이리도 주구장창 쓰게 되는 것일까.) 이사람, 글 참 잘 쓴다.  

글 잘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그 글을 좋아하는 것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인 것 같다. 어쩌면 나는 성석제의 그 포즈랄까, 유머랄까, 그런게 뭔가 거슬린다. 아주 많이.  

어쨌든 이 책에서 인상적인 건, 냉면에 관한 부분이다. 

 "내 주변에는 냉면광들이 많다. (중략) 내가 아는 한 어떤 음식도 냉면처럼 열렬한 신도를 거느리고 있지 못하다. 비빔밥, 육개장, 찰떡 뒤에 '광'자를 붙였다 떼보면 냉면의 위대성을 쉽게 알 수 있다.
음식 이름 뒤에 '광'을 붙일 만한 것은 그 음식이 그만큼 중독성이 있어서일 것이다.도대체 냉면에 무슨 맛이 있기에 사람을 중독 시키는가.
(중략)
간단한 듯하면서 이토록 까다로운 음식이 없고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이 많은 음식도 따로 없다."
(p. 149-150) 

나도 냉면광이다. 비빔냉면은 명동 <함흥냉면>이 최고다. 

 이번엔, 별로 많이 알려지지는 않은 시인 박형진의 "꼴까닥 침 넘어가는 고향 이야기" 되시겠다.  

이 책에 나오는 음식들은 요즘은 거의 보지 못하는 음식이다. 박형진의 어린시절에 먹었던 고향음식이거나, 시골음식이니까. 요즘이야 직접 청국장을 띄워먹는 집이 적어도 도시에서는 없으니까.  

신기한건, 남자가 어떻게 이렇게 음식 조리법을 잘 알고 있을까 하는 거다. 그렇다고해서 고춧가루 몇숟갈 이렇게 계량된 조리 레시피가 나오는 건 아니고, 음식을 만드는 절차나 재료들이 상당히 자세히 묘사된다. 읽다보면 정말로 침이 꼴딱 넘어간다.  

 

 

이번엔 김훈이다.  

이 책은 여행기다. 우리나라 국토를 자전거로 여행하며 쓴 정말 무시무시하게 잘 쓴 기행 산문집이다. (이 책처럼 잘 씌어진 여행기를 또 발견하긴 힘들듯.) 

그런데, 이 책에서도 내 눈을 잡아 끄는 건 음식에 관한 부분들이다. 봄날 남해안을 여행하며 먹는 봄나물 된장국에 관한 이야기. 

"냄새 만으로도 냉이국이란 걸 알아 맞혔다. 아내는 기뻐했다. 국 한 모금이 몸과 마음속에 새로운 천지를 열어 주었다. 기쁨과 눈물이 없이는 넘길 수가 없는 국물이었다. 국물 속에 눈물이 섞여 있는 맛이었다. 겨울 동안의 추위와 노동과 폭음으로 꼬였던 창자가 기지개를 켰다. 몸 속으로 봄의 흙냄새가 자욱이 퍼지고 혈관을 따라가면서 마음의 응달에도 봄풀이 돋는 것 같았다."
(p. 35-36)  

"쑥 된장국의 냄새는 그것을 먹는 인간에게 괜찮다, 다 괜찮다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마침내 돌아가야 할 곳의 정갈함을 일깨우기도 한다. 그 풀은 풀의 비애로써 인간의 비애를 헐겁게 한다."
 (p.39)

새 봄에 먹는, 봄나물을 넣어 끓인 된장국을 이렇게 묘사할 수 있는 사람은 김훈 밖에 없다. 봄이 되어 봄나물을 넣은 국물을 떠먹을때면 자동반사처럼 이 구절이 떠오른다.  

재첩국에 대한 묘사는 또 어떻고. 

"하동 재첩국은 순결한 원형의 국물이다. 여기에는 잡것이 전혀 섞여있지 않다. 이 국물이 갖는 위안의 기능은 봄의 쑥국과 거의 맞먹는다. 이것은 하나의 완연한 세계를 갖는 국물이다. 이런 국물은 흔치 않다. 재첩은 손톱 크기만한 민물 조개다. 재첩국은 이 조개에 소금만 넣고 끓인 국물이다. 다 끓었을 때 부추를 잘게 썰어넣으면 끝이다.
그 맛은 무릇 모든 맛의 맨 밑바닥 기초의 맛이다. 맺히고 끊기는 데가 전혀 없이 풀어진 맛이다. 부추가 그 풀어진 맛에 긴장을 준다. 오장을 부드럽게하고 기갈을 달래준다.옛 의학서에서는 재첩이 삶에 기진맥진한 사람들의 식은땀을 멈추게 해준다고 적혀 있다.푸른 부추가 뽀얀 국물에 우러나서 그 국물의 빛깔은 새벽의 푸른 안개와도 같다."
(p.99-100) 

하동과는 제법 거리가 있는데도 친정동네에는 재첩 철 무렵이 되면 새벽녘에 재첩국을 파는 차가 온다. 엄마는 가끔 그 국을 사다가 아침에 주곤 했다. 먹어보면 안다. 재첩국은 김훈과 같이 묘사할 수 밖에 없는 맛이란 걸.  김훈의 글을 읽다보면 서정적 묘사란 이런 것이구나 싶다.  

이 재첩국에 대한 묘사는 훗날 김훈의 또다른 소설 <현의 노래>에서 변주되어 나온다.  

"재첩국 국물은 그 어둠 속으로 흘러들어갔다. 국물을 넘길 때, 왕의 목울대가 흔들렸다. 국물은 왕의 마른 창자에 스몄다. 엷고도 아득한 국물이었다. 아득한 국물은 창자 굽이굽이와 실핏줄 속으로 깊이 스몄다. 국물은 연기처럼 퍼졌다."
김훈, <현의 노래>, 생각의 나무, 2004, p.40 

 

 

이제 10개월, 세상 태어나 첫 감기를 앓고 있는 작은놈의 숨소리가 고되다. 

글 그만쓰고 들어가 애를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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