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로스트 인 파리>보고 독특한 코미디를 부부가 만드는데 급흥미가 있어 찾아봤다. 남편 아벨은 벨기에인이고 아내 피오나는 호주에서 태어난 캐나다인. 아, 그런데 이런 코미디라니...세상에 이 보다 더 나쁠 순 없다, 가 이 영화의 주제가 되겠다. 원래 도미니크 아벨은 코미디언이라고 한다. 마임적 개그를 해서 손짓, 몸짓, 표정을 보고 있으면 독특한 아우라가 있다. 유투브에 <로스트 인 파리> 상영 후 감독과의 대화를 위해 CGV에 온 동영상이 올라와있다. 영상 처음에 말했듯이, 이들의 유머는 불행한 상황에서 나온다. 불행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웃음을 만들 수 있다고 하는데 <룸바>는 정말 웃어도 될까, 하는 죄책감이 들게 하는 영화다.
2. 라틴 춤 경연대회에 갔다 오다가 자살을 결심한 한 남자가 차에 치려고 길에 서 있는다. 그를 피하기 위해 핸들을 꺽었다가 두 사람은 사고가 난다. 남편 돔은 기억상실에 걸리고 피오나는 한쪽 다리를 잃는다. 두 사람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고, 피오나는 병원에서 퇴원 후 목발을 짚고 학생들 앞에 선다. 불편한 다리로 아이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 서서 자리에 앉기 까지 고군분투하는 장면이 슬랩스틱으로 이어지는데 과연 웃어야할지...아이들은 물론 웃지않는다. 이 영화가 그래서 굉장히 독특하다. 불행을 희화해서 그런지 웃긴데 웃지 않는...그후 누군가가 나무로 된 의족을 보내오고 피오나는 목발을 버리고 나무 의족을 쓰는데 캠프파이어하다가 의족에 불이 붙고 접을 수 없는 의족을 이리저리 옮기다 집이 홀랑 다 타버린다. 재만 남은 집터에서 밤을 보내는데 폭우가 쏟아지고, 다음날 빵을 사러간 돔은 기억상실증이라 빵을 탐내는 사람한테 폭행을 당하고...피오나는 남편이 죽은 줄 알다가 일년 후 재회하는 이야기다. 밝은 화면과 생략하는 영화 언어를 써서 그렇지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거 아닌가.
3. 한국독립영화가 많이 다룬 주제이기도 한데 영화 표현방식에 너무너무 놀라게 된다. 두 배우의 외모에서 풍기는 절대적인 분위기도 한 몫하지만 이들의 연출력은 독특하다. 생략과 비약을 많이 사용한다. 가령 교통사고 장면에서 죽음을 결심한 남자의 비관하는 상반신을 카메라는 담고, 사운드로 차 다른 곳에 부딪친 걸 처리한다. 남자의 프레임 안으로 사고를 알리는 자동차 연기만이 들어온다. 집이 완전 재로 변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불이 여기저기 붙어서 허둥지둥 끄려고 하는 모습을 담고 그 다음 장면에서 날이 밝고 모두 재로 변한 것 위에 두 사람이 앉아있는 모습이다. 스펙터클 없이도 슬픔을 전달해서 웃지 못하게 하는 연출법이다.
4. 힘든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안 놓는 게 다르덴 형제와 일맥상통하는 벨기에 감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