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전에 본 영화라 무언가를 끼적이기에는 가물가물하지만 손아람의 <소수의견>을 읽고 끼적이고 싶어졌다. 이 영화는 좋은 사진이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란 인터뷰어의 질문으로 시작한다. 보도 사진의 미학과 윤리에 관해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총알이 날아다니고 폭력과 무법이 널부러져있는 길을 헤매며 사진 기자들이 얻은 순간의 기록은, 시선이란 권력 앞에서 때로는 상품처럼 소비되기도 한다.
실제로 사람이 죽어나가는 현장에서도 연민이나 애도가 아니라 카메라 셔터를 눌러야하는 운명이, 사진 기자들이다. 이들은 낮에는 총격전이 벌어지는 시내에서 수 많은 죽음을 맞이하고 죽어가는 이들의 사진을 찍어댄다. 죽어가는 이를 구해내는 건 이들의 일이 아니다. 죽어가는 이가 있다고 알리는 일이 사진 기자들의 일이므로 죽어가는 이들을 렌즈를 통해 바라만 본다. 많은 고용직들이 낮에 일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술집을 찾는 것처럼 이들도 밤마다 바에 가서 술마시고 농담하는 평범한 백인이 된다.
사진 기자들은 하이에나일 수도 있고 죽음의 숲에 들어간 매의 눈을 지닌 이들일 수도 있다. 종군 기자들의 임무는 현장을 포착하는데서 끝난다. 취득된 사진이 어떻게 사용될 지는 또 다른 문제다. 특종이라고 할 만한 사진이 세계 주요 언론사에 뿌려질 때 사진의 위력은, 이미 사진 기자의 것이 아니다. 매체를 대하는 대중의 태도는 아주 오묘해서 때로는 혐오감을 내비추면서도 때로는 사진을 무차별적으로 소비한다. 사진과 기사가 다루는 건 제3자의 불행이다. 독자는 타인의 불행을 바라보며 분개할 수 있는 권한을, 사는 것같기도 하다.
개인적 연민에서든 정의감에서든, 대량 학살을 만드는 폭력은 알려져야한다. 종군 기자들의 윤리 의식과는 별개로 보도 의무 수행만으로도 가치있다.그러나 정말 그럴까, 하고 질문하는 영화다. 생각이 많은 것과는 별개로 좀 자극적인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