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픽션이라고 하자. SF 말고.
은결(세탁소 보조 로봇)의 존재를 신기해하던 동네 주민들은 방송이 나갔을 때 한두 주쯤 반짝 관심을 보이곤 어느덧 익숙해진다. 일상의 일부가 된다. 일반인이 잔일에 부려먹기에는 다소 기능이 과하다 싶은 고가의 로봇보다 중요하거나 피곤한 일들이, 영원히 마르지 않는 빨래처럼 일상 곳곳에 널려 있다. 세상은 한 통의 거대한 세탁기이며 사람들은 그 속에서 젖은 면직물 더미처럼 엉켰다 풀어지기를 반복하는 동안 닳아간다. 단지 그뿐인 일이다. - 29 p.
삶은....데어버리도록 뜨겁고 질척거리며 비릿한 데다, 별다른 힘을 가하지 않고도 어느 결에 손쉽게 부서져버리는 그 무엇. - 115 p.
<연희문학창작촌에서 낭독공연>난해하고 어두운 작품을 나름 경쾌하게 음악도 틀고 몸짓도 하며 한시간여 낭독을 했습니다. 낭독을 기반으로 하기때문에, 서사가 거의 없는 이런 작품도 무대가 가능하구나.. 했어요. 그건 문장이 낭독하기 좋은 리듬감이 있어서 가능했던 거구요. 산모기에 모기향 피워가며 소나무 숲마당에서 펼쳐지는 작은 공연의 가을밤 분위기는 나름 좋았습니다.
우리 니엘, 뭐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