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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수 클리볼드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6년 7월
평점 :
예전에 주말에 저 홀로 집에 남아있을 때, 인터넷 영화 사이트에서 상영하는 무료영화를 뒤지다가 구스 반 산트 감독이라는 이름이외에는 아무런 정보없이 <엘레판트>라는 영화를 골라 보다가 충격받은 일이 있습니다. 전반부도 미국에 사는 고등학생들이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믿기지 않게 장래 아무런 희망이 없는 꿀꿀한 분위기도 상당히 보기 힘들었지만, 후반부의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사건를 극화한 장면이 나온 것은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그 후 이와 비슷한 사건이 한국교포에 의해 버지니아 대학에서도 일어났고, 그 이후로 다른 학생들에 의해 꾸준히 괴롭힘을 당한 것이 주요한 이유인 것으로 알려지게 되었고, 우리나라에서 심각한 왕따현상과 연관지어 연구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현재 신자유주의의 경쟁 지상주의 시대에서 왕따를 통해 희생양을 만들어내는 경향이 점차 심해지고 있어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책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는 컬럼바인 고등학교 총기사건의 범인 중의 한 명인 딜런 클리볼드의 어머니의 글입니다. 저는 왜 그가 이러한 사건을 저지르게 되었는지 알고 싶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생각과는 다른 방향의 책이었지만, 제가 이전에 미처 생각하지 못한 내용이 담겨있어, 새로운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는 등 오히려 기대보다 훨씬 좋은 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 그리 자세하게 이야기되지는 않았지만 이 사건의 가해자인 학생들이 이러한 사건을 저지르게 된 일차적인 이유는 버지니아 대학 총기사건과 유사하게 학교내의 괴롭힘 때문입니다. 이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언젠가는 이러한 사건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많은 학생들의 이야기처럼 교내 폭력이나 괴롭힘, 따돌림 등이 만연했었다고 하는데, 이러한 부분에다 미국사회의 느슨한 총기규제같은 문제점과 결합되어 이러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미국에서 왜 이렇게 폭력, 괴롭힘, 따돌림이 발생하는지는 정확히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제 생각으로는 미국은 건국 이후로 꾸준히 자기보다 약한 나라와 민족, 인종을 괴롭히고 살육하던 조폭같은 나라이고, 그 문화를 통해 그들 내부에서도 비슷한 일이 꾸준히 발생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의 저자 수 클리볼드는 사랑으로 자녀를 양육한 여성이었지만, 그녀의 아들 딜런 클리볼드가 겪고 있었던 아픔을 발견하지 못해서 컬럼바인 고등학교 총기사고같은 파국을 발생시킨 것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녀가 아들이 남긴 여러 기록들을 통해 그녀의 아들의 아픔을 알게되고, 특히 그녀의 아들이 자살을 통해 세상을 떠날 마음을 가지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사건을 저질르게된 것을 알게되면서 청소년들의 정신적 고통과 치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이 내용을 이 책에 남겼습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어머니의 아픔이 너무 고통스러웠다는 점이고, 특히 부모님들이 무척 따뜻한 분들임에도 불구하고 아들이 자신의 고통이나 고민을 부모들과 전혀 상의하지 않았다는 점이 부모님들의 가슴을 가장 아프게 했었던 것 같습니다. 부모가 노력을 한다고해도 자녀의 세계를 100% 이해하기 어려운데다가, 어느 순간 소통의 다리가 끊어지게 되었다고 생각되는데, 처음에는 아들이 너무 나쁘다고 생각했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딜론 클리볼드의 고통이 점차로 어느 정도는 느껴졌습니다. 영화 <엘레판트> 초반에 느껴지는, 아무런 장래의 희망이나 꿈이 없는 무미건조한 분위기가 어쩌면 딜론 클리볼드의 느낌이 아니었을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입시경쟁, 취업경쟁에 고통받는 많은 학생들의 마음도 비슷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자신과 가장 가까이 살고 있는 사람일지라도 제대로 알고 이해하고 알기는 정말 어렵다는 점을 깨닫고, 상대방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