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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저울 - 수평사회, 함께 살아남기 위한 미래의 필연적 선택
김경집 지음 / 더숲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인문학자 김경집의 새로운 책입니다. 전에 읽은 <생각의 융합>이나 <엄마 인문학>에서도 우리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이 많았는데, 우리나라의 잘못된 정치, 경제, 사회 체제를 뜻하는 <고장난 저울>이라는 이번 책 제목처럼,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논하는 책입니다. 언론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시점에서 무척 용기있는 발언을 계속하고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제목의 고장난 저울은 상위 1%만을 위한 우리나라의 모든 시스템을 의미하는 것으로,무너진 민주주의와 교육, 세대 문제의 3분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서장에서 우리나라가 IMF를 조기탈출하면서 경제, 사회의 모든 부분이 재구성되고, 마지막으로 상부구조가 구조조정되어야할 시점에서 그만 IMF를 예상보다 일찍 마치게 됨으로서, 궁극적으로 우리사회를 붕괴시킨 주범들을 심판할 기회를 놓치게 되고, 오히려 그들은 그들의 위치를 단단히 하는 동시에 구조조정된 하부구조의 희생을 독차지하게 됨으로서 현재의 헬조선이 만들어진 것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이들이 자신의 이익을 계속 독점하기위한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 단계로, 이를 막고 우리사회를 다시 제대로 돌아가기 위한 방법을 1장에서 제시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에 입각한 의사결정 등에 관련된 내용 이외에, 제가 가장 인상적으로 읽은 부분은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와 석관동 두산아파트, 우리는 어디를 꿈꾸는가>입니다. 서울 석관동 아파트 주민들은 경비원의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냉장고 온도를 올리고 에어콘 코드를 빼놓는 등 전기요금을 아껴서 경비원의 임금을 19% 인상하였다고 합니다. 아파트 경비원에게 최저임금을 100%적용했을 뿐 아니라 해고나 임금삭감에 대한 공포로 벗어나게 할 수 있게한 이 모범적 사례는, 탐욕을 조금만 억제하고 약자에 대한 배려와 인간에 대한 보편적 존중을 행하는, 우리사회에 남아있는 희망을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더우기 비슷한 시기에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에서 경비원이 주민과의 갈등에 시달리다 분신해서 한달만에 사망하고, 이 문제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자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이 오히려 경비월 78명 전원을 해고 예고 통보장을 보내 또 한번 논란을 일으킨 사건과 비교하면 우리사회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 지 분명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우리사회에 만연한 탐욕의 하나하나를 없애는 것이 우리사회를 바르게 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교육에 관련된 내용으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다음 내용입다.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바라는 것은 소수 엘리트들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이 아닌, 좋은 직장을 얻는 것이라 할 때, 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우선 2등급 정도는 되어야 지원할 수 있는 일류대학에 들어가야 한다. 이는 대략 전체 수험생의 11%정도이다. 이런 일류대학을 나와 4대보험의 혜택을 받는 직장을 얻는 확률이 현재30~40%라고 한다. 결국 전체의 4%정도만 대단한 직장이 아닌 4대보험의 혜택을 받는 직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중 절반은 특목고 출신이다 강남 등의 부유층의 자사고 출신에게 돌아가니 결국 일반고를 다니는 학생은 2%정도만 이런 직장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교육부에서는 거의 매년 대학입시를 개정하는데 이런 입시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교육부 관계자가 아닌, 메가스터디 실장, 종로학원 실장, 그리고 강남 김여사이다. 다시 말하면, 어떻게 입시안이 변경되더라도 자신들의 부를 이용하여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입시안을 활용하는 부류는 이들뿐이다.
결국, 현재의 교육시스템이 상부의 부유층이 그들의 위치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므로, 사교육 시장은 팽창하지만 학생들의 실력은 날로 떨어지는 등, 올바른 교육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도 학부모 입장에서 무척 인상깊게 읽었는데, 근본적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교육분제에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지만, 왕따를 당하고 있는 학생에게 고립이 아닌 주체적인 고독을 이용하여 독서를에 집중하도록 권한 저자의 이야기가 기억에 납습니다. 실제로 그 왕따를 당한 학생이 저자의 충고를 잘 받아들여 학창시절을 잘 이겨냈다는 말로 볼 때 독서가 주는 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독서에 집중할 수 있는 학생이기에 왕따를 이겨냈을 수도 있습니다만, 어느 시대나 자기를 발견하고 자기를 키워내는 것은 독서만한 것은 없으니까요)
마지막은 세대에 관한 이야기인데, 노년층에 접어는 소위 세시봉 세대에게 예전의 자유, 저항, 민주정신을 회복해주길 바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굉장히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제 주위 사람들 20-30대에는 무엇이 옳고 그른 지 제대로 된 사고를 했으리라고 생각되는 40-50대가 많이 있는데, 정말 어느 순간부터 이상해지고 볼수꼴통이 되는 것을 많이 봅니다. 제 생각에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개인적인 욕심을 계속해서 키워나가면서 사람들이 변질되는 것 같은데, 이렇게 되지 않으려면 꾸준히 독서하고, 영화도 보고, 사회에 대해 고민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즉, 나이를 먹고, 몸은 늙어가더라도 정신은 청년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