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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 EBS <인문학 특강> 최진석 교수의 노자 강의
최진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3월
평점 :
이 책의 제목은 <노자인문학>이지만, 제가 이 책을 읽은 후의 느낌은 지면의 상당부분이 인문학 전체 개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책을 읽으면서 정말 책 잘썼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명쾌한 느낌이 듭니다. 본래는 EBS에서 방송한 인문학특강의 강좌라고 들었는데, 정말로 명쾌한 강의였으리라고 생각되고 찾아서 시청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책의 앞부분은 역사의 시작에 관하여, 그리고 종교와 도덕의 발생에 대한 저자의 식견을 말해주고 있는데,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매우 명쾌합니다. 중국의 역사를 중심으로 이야기했지만 서구의 역사 (성경의 구약과 신약)와 르네상스 및 법치주의까지도 확대 적용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노자의 사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우선적으로 인상적인 것은 노자가 보기에 모든 가치는 중심적이며, (공자의 예같이) 특정 기준이 비록 선으로 내용이 채워져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기준으로 행사되는 한, 폭력을 잉태한 장치일 뿐이라고 강조합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기준 또는 이념은 세계를 구분하고 바람직하다고 간주되지 못하는 한쪽을 배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기성종교나 이데올로기의 폐해를 이처럼 명확히 이야기한 글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다시 말해서, 어떤 종교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정신을 강조하는 도중, 그 기준이 강화되면 그 기준을 따르지 못하는 쪽을 배제하면서 기존의 생각과 동떨어진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을 뚫어본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러한 기준을 정하는 것, 개념을 정하는 것에 의해 다른 쪽과 울타리치는 예를, 이 책에서는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는 노래 가사를 이용하여 설명하였는데 정말 이해하기 쉬웠습니다.(이 부분을 강의하실 때 강연장 분위가 무척 궁금합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무소유나 인연같은 개념 등이 이용되면서 노자의 사상을 설명되어 노자의 사상은 자연과 벗삼은 유유자적하는 자연주의 사상이 아닐까하고 생각하게 되지만, 이 책의 후반부에 오면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노자의 사상은 어떤 하나의 기준에 맹종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미치는 기준 사이에 존재하는 대립면의 긴장을 받아들여서 무엇을 배우더라도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삼고 긴장을 잃지 않는 삶을 권합니다. 다시 말해서 이미있던 신념, 이념, 가치관을 무시하고 자신이 주인이 돼서 자신이 고유하게 생산한 자신만의 문제의식으로 세계와 관계하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삶을 이 책에서는 일반명사가 아닌 고유명사가되어 사는 것이라 말합니다.
자본주의 시대에서 자본주의가 요구하는 스펙을 쌓기위해 영혼없는 삶을 택한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게 하기위해 인문학 열풍이 불어왔는데, 이러한 목적을 위해 자신을 발견하고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기위해서는 이 책에서 권하는 노자의 사상이 참으로 적합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향후 노자의 사상에 대해 좀더 깊게 설명된 책을 읽으면서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