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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시스 - 건강과 질병의 블랙박스
이덕희 지음 / Mid(엠아이디) / 2015년 11월
평점 :
과학서적이기는 하지만, 저자가 대학졸업 후 연구활동을 시작할 때부터의 이야기를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는 식으로 허심탄회하게 말하는 것처럼 씌여져 있어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는 예전에 원자력 관련 인터넷 강좌를 보던 중, 우리 몸이 (생명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의) 미량의 방사능에 노출된 경우, 방사능에 전혀 노출되지 않았을 때 보다 우리 몸의 면역력이 강화되고 더 건강해진다는 내용으로 호메시스에 대해 접한 바 있습니다. 그러므로, 친 원자력 단체쪽에서만 이 현상을 인용하고 반대쪽에서는 관심을 갖지않는 등, 호메세스는 사기꾼의 과학이라는 등, 논란이 적지않는 분야인 것 같습니다.
저자도 처음부터 호메시스에 가진 것은 아니라 POPS라고 불리는 잔류성 유기오염 물질에 의한 영향을 조사하면서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POPS는 특정 화학 물질을 지칭하는 용어가 아니라 공통적인 특성을 가진 수많은 화학물질을 통칭인데, 환경 내에서 자연적으로 잘 분해되지 않으면서 강력한 지용성을 가지고 생명체의 지방조직에 축척되고 먹이사슬 윗단계로 갈수록 농축되어 문제를 일으킨다고 합니다. 잘 아는 예로 다이옥신이나 제초제 등을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즉, 암을 비롯하여 각종 병의 주된 요인들입니다.
그 동안의 건강 상식은 이러한 물질이 체내에 흠수되지 않도록 유의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면, 저자의 생각은 이미 지구 상의 토양은 오염될 데로 오염되었기에, 어떤 방법을 써서 농작물을 키우고, 가축을 키우더라도 그러한 물질이 체내에 흡수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오히려, 이보다는 투입된 이물질을 몸에서 밖으로 신속히 배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라고 보는데. 저 역시 무척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바로 호메시스입니다. 이는 많은 스트레스들이 항산화 시스템이 활성화되고, 글루타치온 합성이 증가하고, 우리 몸의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가 새롭게 활성화되며, 손상된 유전자가 신속히 복구되며, 면역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망가진 세포 내 부속품들은 빨리 빨리 처리하고, 화학물질과 대사노폐물들의 세포배출이 촉진되는 등 총체적으로 우리 세포가 가진 자생 능력을 극대화되는 반응을 말합니다. 이는 생명체 진화과정에서 나타난 일종의 적응반응으로 화학물질이나 방사선과 같은 나쁜 요인이라고 생각하는 분야에서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환경요인들이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 수준에서는 모두 유사하게 호메시스 반응을 보인다고 합니다.
호메시스를 작동하는 방법은 (1)적게 먹기 (2)간헐적 단식 (3)운동 (4)파이토케미칼 등인데, (1)~(3)의 경우는 노폐물의 배출과 연관이 있고, (4)의 경우는 인체에 역설적으로 어느 정도 산화 스트레스를 증가시킴으로써 호메시스 반응을 일으킨다고 보는 것인데 대표적인 예로 포도주의 라스베라톨, 토마토의 리코페닌, 마늘의 알리신, 당근의 베타카로틴, 카레의 컬큐민 등이러고 합니다. 이렇게 적어 놓고 보면, 일반적인 건강을 위한 방법이나 건강식품을 적어놓은 것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이러한 건강을 위한 방법의 원인를 기존의 상식과는 다르게 노페물 배출 및 호메시스와 연관시킨 것이 이 책의 특징인 것 같습니다. 또한 파이토케미칼 성분 자체가 몸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호메시스를 통해 건강을 돕는 것이므로 파이토케미칼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식품 원래형태로 흡수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언급도 있었습니다.
즉, 우리의 생명현상 이나 건강은 유전자의 정보나 영양분의 흡수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므로, 유전자는 환경의 종속변수라는 저자의 주장이 강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이는 유전자 정보는 하드디스크 내의 노트에 불구하고, 주위 환경과 영향을 주고받는 세포막이 오히려 생명현상의 주체라는 <당신의 주인은 DNA가 아니다>라는 책의 결론과도 연결된다고 생각됩니다.
인상 깊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만, 책 말미에 저자의 뇌종양 소식을 보고 무척 충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 실린 저자의 생각을 믿기에, 자신의 노력으로 뇌종양을 극복하려는 저자에 응원을 보내면서 쾌유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