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간의 위대한 여정 - 빅뱅부터 호모 사피엔스까지, 우리가 살아남은 단 하나의 이유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7월
평점 :
일시품절
배철현 교수의 많은 저작은 그 분의 고대 언어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어떤 개념이나 단어에 대한 어원과 그 속에 숨어 있는 옛 사람들의 지혜를 이야기해서 다른 책에서 배울 수 없는 새로운 지식이 많아서 다른 인문학 관련 책과는 차이가 있고 책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일종의 빅 히스토리 서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 기존의 빅 히스토리가 담고 있는 과학적, 천문학적 접근과 유사하게 시작하지만 그 의미를 해석하는 과정에서는 역시 저자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면서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이 책의 제목은 인간의 위대한 여정이지만 책의 내용은 오히려 인간이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들을 어떻게 보고 해석하는 방법을 발전시켜 왔는가에 대해 논하는 책이라고 평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책 초반에 나온 아인슈타인의 말은 이 책의 주제를 말하고 있다.
- 저의 삶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거은 삶의 신비를 묵상하는 것일입니다. 우리가 희미하게 아는 우주의 놀라운 구조에 대해숙고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자연 안에 드러난 우주에 관한 지식의 아주 작은 일부라도 이해하려고 겸손하게 노력하는 일입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인류가 세상의 존재를 보는 시각 중 하나는 '존재의 거대한 사슬'인데, 이는 우주의 질서가 신에 의해 계층적으로 정해져 있고, 하나의 거대한 사슬이 이 모든 것을 결합시킨다는 것으로 이러한 시각은 그 후의 과학혁명에서 종의 분류를 비롯하여 계속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인류가 자신과 자신을 제외한 다른 모든 것을 구분하여 보는 시각이다.
또 다른 하나는 저자가 이야기하는 이타주의인데, 이 생각이 인류를 현재의 위치까지 도달할 수 있게 해 주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 후반부에 상당히 많은 지면을 통해 구석기 시대 동굴의 벽화를 소개한다. 알타미라 동굴의 들소를 비롯하여 쇼베동굴, 라스코 동굴의 벽화는 그 표현이 매우 세밀하고 정확하여 수많은 시간을 들여 관찰하고 그림을 그렸음을 알 수 있고, 또한 그림을 그린 사람은 사냥 등의 생업에서 해방되어 그림을 전문적으로 그렸다는 것도 추정할 수 있다. 어두운 동굴에서 남겨진 그림으로부터 저자는 인류가 이러한 동물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관찰하고,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그들을 사냥해야만 한다는 사실에 대해 죄의식을 가지고 그 대상에 대해 용서를 빌고 반성하였음을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자신만을 위해 살지않고 다른 존재들을 생각하고 그 입장 대해 교감하는 존재가 됨으로써 현재의 위치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런 이유로 저자는 농업의 발달로 종교가 시작될 수 있었다는 기존의 생각을 뒤집어, 인류가 (타인이나 다른 동물 등의 존재와 교감하는) 종교활동을 하면서 농업이 시작될 수 있었고 현재의 문물까지 이룰 수 있었다고 해석한다. 다시 말해서, 자신만을 생각하지 않고 다른 존재도 생각하는 존재이기에 인류문명이 시작되었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볼 떄 이 책에서 가장 좋은 부분은 책 마지막의 에필로그이다. 이 책에서 이야기한 인류의 자신과 다른 존재에 대한 성찰을 의미를 단테와 휘트먼 등을 비롯한 인물의 글로 다시 정리하는데 이 책의 주제가 얼마나 훌륭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준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