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묻힌 거인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홍한결 옮김 / 민음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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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지만 작품을 많이 접하진 못한 가즈오 이시구로의 파묻힌 거인을 읽었다. 그를 사장 좋아하는 작가로 꼽은 이유는 나를 보내지마를 읽으면서 문학작품에서 내가 바라는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작가라는 느낌이 들었고 그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수식을 들었을 때 안목을 인정받은 느낌이 들었다. 파묻힌 거인도 나를 보내지마, 클라라와 태양처럼 청소년들을 위한 소설 같은 문체이지만 담고 있는 이야기는 무척 심오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장르는 기사와 용이 등장하는 중세 이야기이지만, 기존에 알던 모험 이야기가 아니고 아더왕과 기사가 약소민족을 살육한 지배자였고, 용은 이민족 간의 평화를 간간히 유지할 수 있는 망각을 만들어내는 존재였다는 점 등 기존의 이야기를 비튼 내용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다른 작품처럼 문장이 무척 아름답고, 책을 읽는 동안 글 속에서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내는 호흡 속에 독자의 호흡이 그대로 일치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강한 흡인력이 있는 이야기였다.

 

특히, 이야기 전체를 흐르는 모험 이야기 이외에 인생에서 망각이 차지하는 역할에 대해서 생각할 기회를 주었는데, 망각은 두 민족 간의 갈등과 증오를 가까스로 덮어두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두 사람 간의 과거 속의 상처도 덮어주기도 했다. 사람들은 흔히 감추어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을 하지만 과연 그것이 최선일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야기의 결말까지 읽고 나면 진실을 감춘 상태에서 이루어졌던 평화는 일순간에 무너질 수 있고, 상처를 드러내고 치유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진정한 평화가 온다는 생각이 든다. (일종의 열린 결말 형태로 끝이나고 작가의 의도가 애매하여 해석을 어떻게 해야할 지는 아직까지 고민이 된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 중에서는 비교적 성공하지 못한 작품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흥미롭고 만족스러웠고, 그의 다른 작품도 계속 찾아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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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 수업 : 양자혁명 - 플랑크의 양자 입자에서 아인슈타인의 광전효과까지 노벨상 수상자들의 오리지널 논문으로 배우는 과학
정완상 지음 / 성림원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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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자의 오리지널 논문으로 과학을 배우는 시리즈는 처음 접하지만 양자역학에 대해 과학 교양서적보다 한 단계 높은 지식을 접하고자 과감하게 도전하였다.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책을 읽다 보니 양자역학 전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양자역학 시대를 연 막스 플랑크의 논문을 이해할 수 있는 가이드 (아마도 학부 물리학과 강의 수준일 것으로 생각된다)이므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상당 부분은 열역학에서 다루는 내용이라서 전공과 연결되어 이해하는데 큰 문제는 없었던 것 같다.

 

플랑크의 논문, 플랑크 상수 등을 유도하는 과정을 위해 몇가지 수학이 이용되고 이 책에서 설명되는데 고등학교에서 배운 수학에서 출발한 내용이라 어렵지 않았고 (실제로 연필을 들고 계산하지는 않았지만) 흥미로왔다. 특히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나 리만가설 등에 나오는 제타함수에 대한 내용이 나온 것과 물리적 불확실도를 의미하는 엔트로피를 계산하는 식이 나온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불확실도는 무척 애매하고 막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를 경우의 수를 사용하여 구체적으로 계산한 것이 정확하게 들어맞는다는 점이 무척이나 묘하게 생각되었는데, 당대에 이를 연구하던 인물들이 얼마나 흥분하고 좋아했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그동안은 양자역학을 교양과학 서적을 통해 개념만 이해하는 수준으로 접해왔는데 수식을 직접 다루는 책을 보니 더욱 의미가 다가왔고, 앞으로도 가능하면 이런 시리즈를 통해 좀 더 구체적인 공부를 하면 과학에 대한 이해가 높아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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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 자오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8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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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통해 접한 바 있는 코멕 매카시의 소설이다. 그 동안 접한 영화처럼 서스펜스가 강한 흥미만점의 소설을 기대했지만, 작품 자체는 산문과 운문 중간 정도 형식으로 읽기 쉽지 않른 작품이었고, 현실 속인지 꿈 속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묘사로 읽기 힘들었다. 소년이 주인공인데 소설 중간 부분에는 그에 대한 묘사가 거의 없어진 것도 읽기 어렵게 만든 한 요인이 된다.

 

낭만이 있고 언제나 마지막에는 정의가 구현되는 서부극과는 달리 살육과 잔인함만이 남은 서부의 실상 (등장인물들이 실제 인물들을 참조하여 만들어졌다고 한다)을 보면 좀비와 인간과의 항전 속에서 인간들끼리 서로 다투고 살해하게 되는 상황과도 유사하다고 생각하게 되고, 어쩌면 기후위기로 인해 인류의 문명이 파괴되면 이런 지옥도가 펼쳐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인디언들과 싸운다기보다는 자신들의 돈벌이를 위해 마구 살육하고, 이러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추적당하고 서로 싸우는 과정이 조비 영화의 전형적인 흐름과 닮아 있다)

 

작품 속에 철도건설을 위해 버팔로라는 한 동물 종을 멸종시킨 이야긱가 나오는데 비슷한 과정으로 인디언들도 살아남지 못한 역사를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소설을 통해 이러한 자신들의 추악한 모습을 들쳐낸 코멕 매카시에게 경의를 표한다. 앞으로도 그의 작품을 몇 작품 읽을 예정인데 다른 형식의 작품이었으면 읽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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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일의 공부법 수업 - 인생의 성취를 이루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특별한 수업 수업 시리즈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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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수업 등으로 유명한 한동일 교수의 공부법에 대한 책이다. 로마법 석박사 학위와 사법연수원이라는 동양인이 거의 가지 않은 길을 가면서 고독과 자신감 부족 등 그가 유학시절 공부를 하면서 겪었던 경험 속에서 성찰을 하며 얻은 생각을 담은 책이다. 이탈리아어와 라틴어라는 높은 장벽을 지난 외국어로 공부를 하고, 공부를 계속하기 위해 사제 신분을 벗어나는 등, 일반인들이 접하지 못한 수많은 고초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학생 중 유일한 동양인이라는 외로움, 고로로 인한 건강 문제, 높은 외국어 장벽 등을 저자가 극복할 수 있었던 길은 고민하고 괴로워할 시간에 꾸준히 공부하여 몸이 공부하는 방법을 기억하게 만든다는, 지극히 원시적이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택한 것이라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비슷한 경험을 한 적 있어 저자의 외로움이나 건강, 그리고 무엇보다 미래에 대한 전망에 대한 고민이 엄청났으리라 생각된다. 특히 사제신분이었던 저자가 그 파계하고 공부를 택한 과정에 대해서는 어떤 위로의 말도 하기 어렵고, 다만 그의 선택이 보상받기 위해 앞으로 좋은 일에 그의 재능과 노력이 쓰여지길 바랄 뿐이다.

 

저자의 전자 라틴어 수업처럼 공부법과 관련된 라틴어 문구를 제시하고 있는데,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공부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과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책 속에 이러한 글들이 강한 울림을 주는 것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공부한 저자의 삶의 궤적이 있기 떄문이라 생각한다.

 

이제 학생 신분은 아니지만 성인인 내게도 여전히 큰 울림을 주지만, 누구보다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공부를 시작한 청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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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 예술을 들일 때, 니체 - 허무의 늪에서 삶의 자극제를 찾는 철학 수업 서가명강 시리즈 32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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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에 관한 책을 몇 권 읽고, 아모르파티로 대표되는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 등이 좋아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로 꼽게 되었다. 몇 년 전 사내 교육 자료를 통해 박찬국 교수님의 니체 철학 강의 (교수님의 저서 초인수업을 기반으로 한)를 접하고 더욱 좋아하게 되었다. 박찬국 교수님의 새로운 니체에 관한 책이 출간되어 무척 기대하면서 읽게 되었는데, 그의 철학적 기반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내용이었다.

 

니체 철학의 세상을 이해하는 관점은 쇼펜하우어 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인간이 감각을 통해 접하는 현상과는 달리 세상을 관통하는 생명력이 존재한다고 보고 있는데 니체는 세계의지, 근원적 일자, 욕망, 디오니소스적인 것 등 다양한 용어로 설명하고 있다. 쇼펜하우어가 이러한 생명력이 충족되지 못해 고통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금욕을 추구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것에 비해, 니체는 이러한 욕망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최대한 발현해야 한다고 하였는데, 이 점이 우리가 니체를 철학자들 중 가장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니체가 이렇게 결론을 낸 이유는 그리스 시대의 비극을 이끌어 낸 경쟁의 아름다움을 높이 평가하고 소크라테스 철학이나 기독교, 마르크스주의 속 염세주의를 극복하고 자연을 움직이는 근본적인 원동력과 일치하면서 각 개인도 행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생각했기 떄문인 것 같다.

 

강한 자들의 약한 자들에 대한 폭압이나 성공하지 못한 자들의 성공한 자들에 대한 시기가 극심해진 오늘날, 이러한 사고 방식을 염세주의라고 보고 이를 극복할 방안을 제시한 니체 철학을 누구나 한 번 읽어 보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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