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두려운 사랑 - 연애 불능 시대, 더 나은 사랑을 위한 젠더와 섹슈얼리티 공부
김신현경 지음, 줌마네 기획 / 반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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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제목으로만 처음 접하였을 때는 금기되는 사랑이 주제인 책인 줄 알았다. 즉, 동성애에 대한 내용으로 잘못 알았는데, 이에 대한 내용은 아니고 이성앵 대한 사랑인데, 남녀가 서로 사랑을 한다고 하더라도 서로가 상대방에 대해 가지는 생각이나 원하는 점이 너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사랑하기가 두려워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무거우면서도 불편한 주제였지만 무척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학부모의 위치와 나이로 이성교제에는 거의 관심이 없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무척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그 이유는 이 책이 자신의 주장하는 바의 근거를 최근 방송된 드라마나 상영된 영화를 분석하면서 이 시대에 담겨있는 남녀 관계에 대한 사회적 가치관을 밝혀내는 방법을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큰 히트를 치면서 많은 공감을 얻었던 작품에는 그 속에 포함된 인물간의 관계들도 사회적 인식과 큰 차이없이 시대를 잘 반영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그 속에서도 숨겨진 콘텍스트를 찾아내고 설명하는 저자의 능력도 탁월하여 읽는 재미도 솔솔하였다. (이 분야의 주제가 아니더라도 저자의 문화비평책을 앞으로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많은 내용이 인상적이었지만, 누드와 벌거벗음을 비교하는 존 버거의 말로 대표될 수 있는 것처럼 여성에 대해서는 육체적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남성들의 심리가 거의 모든 문제의 발단이 되는 듯하다. 여기에 덧붙여 남성들간에서 벌어지는 격차에 대한 상실감을 여성에 대해 화풀이하는 심리다 나타나면서 여성혐오 등을 설명하는 내용 등이 인상적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사회적 갈등도 점차 커지고 있으므로 남성과 여성의 인식차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남녀 모두 이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공감하기 어려웠던 <82년생 김지영>보다는 실질적으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조금 아쉬운 점은 긍정적인 남녀관계의 예가 있었으면 더욱 좋았으리라 생각하는데, 이 책에 실리지 않았다는 사실은 예로 들만큼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사례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없었다는 의미도 된다. 또한 남성이 여성을 육체적 대상으로만 보고 있다는 개념이 여성들 속에서 고정화되는 것도 또다른 사회적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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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59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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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후 일본의 패전 후 몰락한 일본 귀족의 삶을 표현한 소설이다. 우리나라를 침략하였다가 전쟁에 패망한 국가 귀족이 몰락하는 과정이라 동정심이나 감정이입은 어렵고 관망하는 느낌으로 책을 읽었다. 책을 읽는 과정에서 최대한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침략국가라는 생각은 잊어버리고, 삶을 살아가면서 좌절하거나 실패를 경험하는 경우에 대입하면서 작품이나 주인공의 마음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하였다.

 

이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은 자중화자인 가즈코와 그녀의 어머니, 그리고 그녀의 남동생 나오지, 그리고 그와 술친구 정도되는 우에하라가 있는데, 책을 읽으며 계속 드는 생각은 그녀를 제외한 나머지 세 사람은 가즈코가 가지고 있는 3가지 가치관 또는 인격을 상징한다는 것이었다. 귀족 출신으로 계속해서 어려워지는 가정형편 속에서도 품위와 아름다움을 지키는 어머니의 모습은 몰락한 일본 귀족의 자부심으로 느껴졌다. 가즈코의 어머니를 묘사하는 부분은 슬픔을 바닥에 깔고 있어도 언제나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으며, 작가 자신의 애정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가 후반으로 흐르면서 병약해지고 세상을 떠나게 되는데, 작가 다자이 오사무나 다른 일본인들 역시 가장 애정하지만 역사의 물결 속에서 사라지는 일본의 과거의 영광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이야기의 전반부에서는 가오코가 어머니와 함께 지내며 자신의 품위를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그녀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남동생 나오지와 함께 살게 되면서 그녀의 가치관도 그 남동생과 비슷하게 변한다. 혁명의 가치관에 공감하고 새로운 사회가 필요하다고 느끼지만, 실제로 운동에 참가하는 등의 실천은 하지 못하는데, 기존에 가졌던 생각과 새로운 사회에 대한 가치관 등이 충돌하면서 혼동을 겪다가 나오지는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고, 가즈코도 우에하라을 찾아나서는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한다. 나오지의 삶과 자살이 변명으로 가득한 비겁으로 가득하였듯이, 가즈코의 마지막 선택도 스스로의 애정을 찾은 결정이었다고 말하지만 역시 비겁한 선택으로 보여진다. 다만, 자신의 삶보다는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나머지 삶을 그를 위해 살 것으로 보이는 모습에서 가치관의 판단이나 결정 등은 후손에게 미루고, 자신은 그 후손을 위해 희생하는 삶을 살기로 결정한 전후의 일본인들이나 민주주의나 평등의 성취는 뒤로 미루고 자신의 삶을 희생한 우리나라의 기성세대의 모습이 살짝 엿보이기도 한다.

 

전쟁 침략국가에서 패망국으로 바뀐 입장이라 어떤 경우에도 당당할 수는 없지만, 모든 문제가 외부 탓으로 돌리면서 스스로가 고통받는 모습을 탐미적으로 아름답게 묘사한 문장들이 병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변태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오지가 세상을 떠나기 전 남긴 글을 옮기며 그 속마음을 다시 생각해 본다.

 


대체 우리에게 죄가 있는 걸까요? 귀족으로 태어난 것은 우리의 죄일까요? 오직 그런 집안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영원히, 이를테면 유다의 인척들처럼 굽실거리고 사죄하고 부끄러워하며 살아야 하다니.

나는 좀 더 일찍 죽었어야 합니다. 그러나 단 한가지, 어머니의 애정. 그것을 생각하면 죽을 수 없었어요. 인간은 자유롭게 살 권리를 가진 것과 마찬가지로 언제든지 마음대로 죽을 수 있는 권리도 가졌지만, ‘어머니’가 살아 계시는 동안 죽음의 권리는 유보되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했습니다. 그건 동시에 ‘어머니’마저 죽이고 마는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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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계급론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4
소스타인 베블런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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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효과로 유명한 베블린의 저작을 드디어 읽었다. 그가 주장하는 내용의 큰 틀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책의 구석구석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무척 어려웠다. 증거를 제시하거나 논리를 바탕으로 하여 자신의 주장을 뒷바침하기보다는 자신의 사고를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면서 주입시키려는 느낌이 들어 책의 후반부로 가서는 그의 주장을 완전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최근 한 팟캐스트에서 베블린의 생각에 대해 용약해서 설명해준 내용을 들어서 이 책의 앞부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의 제목에 나오는 유한계급은 (그 팟캐스트에 따르면) 우리말로 불한당(땀을 흘려 일하지 않는 사람)으로, 지주나 자본가 등으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베블린의 주장에 따르면, 이러한 유한계급의 특성은 노동을 통해서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계층에 대비하여 자신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노동이 필요없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 다양한 문화를 형성하였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의복 등 패션을 통한 현시효과가 가장 유명하고, 이와 연관되어 종교, 교육, 문화 등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그의 주장이 담긴 책 후반부는 읽기 쉽지 않았다. 베블린은 그의 주장의 대부분을 인류가 초기 계급 사회로 진입하기 시작할 때의 경쟁의식이나 폭력성 등에서 유한계급의 사고나 행동 양식이 출발하였다고 주장하는데,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천민자본주의에서 나온 허영과 배금주의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느껴진다. 오늘날의 유한계급(그러니까 불한당)의 행동양식의 기원이 베블린의 설명과는 다를지라도, 베블린이 이 책에서 이야기한 유한계급의 종교나 교육과 관련된 병폐가 현재의 대한민국에서도 나타나는 것을 보면, 불평등이나 계급 등에 의해 발생하는 여러 사회문제점의 발생에 대한 그의 사고는 오늘날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생각한다. 또한, 나 자신의 개성이나 취향이라고 여겼던 것이 유한계급의 산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어쩐지 불편한 느낌도 들게 되었는데, 좀 더 내공을 쌓은 후 다시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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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가장 섬세한 글을 쓰는 최은영 작가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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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종에 반대한다 - 누구에게도 지배받지 않는 온전한 삶을 위해
아르노 그륀 지음, 김현정 옮김 / 더숲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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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촛불혁명으로 온 나라가 한참 뜨거울 때 태극기를 들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자신들이 살아온 지난 시대를 부인할 수 없다는 어쩔수 없다는 마음에서 출발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의문점이 어느 정도 풀렸다. 


강자에게 굴복하고 복종하면서 자신을 강자와 동일시하면서 자신의 약점을 심리적으로나마 극복하는 것 같지만 자신의 내부는 파괴되어나간다는 것이 이 책이 주장하는 내용이다. 독재에 저항하는 정신말고도 우리사회의는 주요한 사회적 문제점도 이 책의 주장과 연관하여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정권교체가 되기 이전에 만연했던 파시즘의 징조나 초중고등학교에서 발생하면서 끈임없는 문제를 만들고 있는 왕따문제 등이 그것이다. 즉, 강자의 그늘에서 당장은 자신의 안위를 보장받으려고 하지만, 결국은 자신을 파괴하게 되는 복종의 문제는 이미 우리사회의 많은 병폐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온전한 삶을 위해서 복종의 사슬을 벗어나서 사회 전반에 심어져 있는 복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고쳐나가는 노력을 하여야하며, 그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사사로운 이익이나 행복보다 전체 국민의 행복을 (또는 나만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한)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종교에 대해서 꾸준히 생각하게 되었다. 종교 자체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기 어렵겠지만 종교가 자신만의 행복을 위하여 신을 높인다면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복종의 문제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자신의 행복이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을 비난하고 괴롭히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도 파괴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의 행복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어야 복종이 아닌 진정한 종교활동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항상 나는 나 자신의 온전한 삶을 살고 있는 지, 아니면 당면한 이익을 위해 복종하고 있는 것은 아닌 지 꾸준히 돌아보는 노력을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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