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완두콩은 꼬투리에서 터져 바닥에 떨어진 개체만이 유전자를 후손에게 전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이 수확할 수 있었던 콩은 꼬투리가 터지지 않고 매달려있던 돌연변이 개체였다. 이처럼 인간이 재배하게 된 작물들은 편리에의해 무의식적으로 선택한 돌연변이들이라는 재밌는 사실. 현재 쓰고 있는 쿼티 자판배열이, 초기 타자기가 나왔을 당시, 빠른 속도로 타자할 경우 글쇠가 엉켰기에 타이핑 속도를 늦추기 위한 의도로 배치되었었다는 사실. 유럽의 분열과 중국의 통일이 가져온 예상치 못한 역사등 흥미로운 소재들이 풍부하다.

기술은 발명된 이후에 용도가 발견된다든가,문명에는 우열이 있으나 문화에는 우열이 없다든가...

 

'올가의 반어법'에 등장하는 요네하라 마리의 친구들과의  실제 만남을 보고한 프라하의 소녀시대. 요네하라 마리가 잠시나마 혜택을 누렸던,면밀하게 계획하여 수업을 예술작품처럼 진행하는 알렉산드로브나 선생님과 개인의 재능에 대해 시기,경쟁 아닌 모든이의 재산으로 여기는 러시아의 사고방식. 그녀의 글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지만 여전히 인상적이다.

인도인을 노예처럼 혹사시켜 생산한 아편을 청나라에 밀매하여 청나라의 경제와 사회를 파탄에 빠뜨려가며 은을 긁어 모으자 이에 대항하여 청나라가 수출 금지 조치를 내리니 아편전쟁을 일으켰고 합법적으로 불평등 조약까지 맺으며 지금의 세련된 자본주의 나라가 된 영국,아직도 남태평양에 식민지를 거느리고 있고 거기서 태연하게 핵실험을 하면서 안전하고 무해하다고 떠벌리는 프랑스,원주민 살육과 흑인 노예 착취로 사회 인프라를 정비한 미국 등 선진국이라는 나라의 그림자를 들춰준다. 문화 다양성에 대한 그들의 무자비한 독선을 꺼리낌없는 그녀의 억양으로 서술한 마녀의 한 다스. 두 권 모두 가볍고 개운하게 읽었다.

 

 실명하면 시각적 자극을 처리하던 뇌의 부분인 시각피질이 그냥 멈추는 것이 아니라 즉각 청각처리를 위한 회로로 채워진다는 뇌의 신경 가소성. 뇌의 재정비 능력등 알면 알수록 신체는 절대 대체불능 신비의 총체인데, 이런 뇌의 잠재력을 버리고 기계에 의존하면서 인간은,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특성인 사고력을 퇴화시키고 있다. 사소한 정보에 갈급을 심화시키는 환경 이면에 숨겨진 경제논리, 산만해짐으로 인해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인 공감,열정이 점차 침식당하고 독창적인 사고로 도전하기보다 관습적인 생각과 방법만을 쫓기에 우리는 누군가에게 쉽게 제어 당할 수 있는 세계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지식이 될 수 없는 정보만이 부유한다. 

외부적인 자극의 폭격을 받고 있지 않을 때 뇌는 실제로 휴식을 취하면서 집중력이 회복 되는데 자연과의 단순하고 짧은 교류만으로도 인지 통제에 대한 진전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단지 고요한 시골 풍경 사진 한 장이 집중력에 대한 강력한 통제능력을 부여해 준다니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효과적인 인지 기능에 있어 필수적으로 중요한 일일 것이다. 누구든 사색이라는 회복 마법을 경험해 볼 수 있다.

 

 

 윤구병 선생은 너무나 바쁘다.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농사일들. 농한기 농번기의 구분 없이 줄이은 일거리에 나도 숨이 막히건만 마지막엔 개꼬리처럼. 그래도 행복하다...는.완료 불능인듯한 소망형은 농촌생활의 평안과 고요는 부서뜨리고, 고단함만 한껏 던지니 내내 맘이 무겁다.

도시 사회는 자급자족할 수 있는 생산 공동체를 안고 있지 못하므로 끊임없이 외부에다 빨판을 대고 기생하는 삶을 도모할 수 밖에 없으니 나라안의 생산 공동체를 식민화하고 나아가 더 큰 식민지를 찾아 국외로 시선을 돌리게 된다. 이는 제국주의적 생존전략을 취하던 역사의 고통을 상기시킨다. 

<잡초는 없다>와 내용 중첩이 과하고,시간적으로도 정돈이 필요해 보였다.

야마오 산세이 그의 시간엔 진정 여유와 자연,느긋함이 느껴진다. 헬렌 니어링도 오후 시간은 개인 자유시간 확보를 원칙으로 하는 일상을 추구 했는데 이분도 오전 시간을 그러한 지적 작업의 시간으로 늘 보장해 놓는다.

15년에 걸쳐 자란 나무가 불과 서너 번의 목욕탕물 데우는 데 쓸 땔감이 되어 처마밑에 쌓이는 풍경에선 허망무상함을, 자유란 하늘과 땅 그 자체의 생물과 무생물을 통해 드러나는 섭리를 통찰하는 데서 찾아온다는, 곧 자유란 곧 필연의 통찰(프리드리히 엥겔스)이라는 이해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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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우리집에서 도보 10분 거리 안에 한살림과 두레생협이 있다. 항상 힐끗거리기만 하던 곳이었는데 며칠 탐색해보니, 한살림에선 국산제품 위주이고 화석연료를 사용한 철없는 농산품은 생산하지 않는다. 무농약보단 유기농 비중이 높은 듯했다. 두레생협은 한살림에 지금없는 청양고추나 파프리카도 있고,최근 나의 주구입품인 귤의 경우 무농약만 판매되고 있었다. 유기농 커피콩은 없고,공정무역 커피콩,그외 가공품과 비품등이 다양하며 매장이 한살림대비 두 배 넓었다.

가격은 두 곳 거의 비슷하다. 한살림은 2주에 한 번,두레는 한 달에 한 번 발행되는 간행물이 있는데,여기에 모든 상품 목록과 가격이 자세하게 실려 있어 비교해 보니 가공품들의 경우 납품업체가 거의 중복되어 있었다. 두 곳 모두 조합원비가 있고,이는 탈퇴시 반환되며 상품구입때 적립되는 일정금액이 있으며 이 또한 반환된다고 한다. 두 곳을 적절하게 이용하면 될 듯 하다. 한살림 직원들이 좀 친절했으면 좋겠다

 

공정무역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도매상이 공정무역재단의 브랜드 사용료로 지급하는 돈은 영국 공정무역재단 총수입의 90%를 차지한다. 그 중 절반이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감독하는 행정비로 지출된다. 그렇다면 수입의 나머지 절반은 농부들에게 돌아가는 것일까? 천만의 말씀.남은 돈은 공정무역브랜드의 캠페인과 홍보비로 나간다. 브랜드 홍보및 광고비로 수입의 절반 가량을 쓴다 p72  공정무역재단이 개발및 지속 가능성과 관련한 기업의 역할을 자극했다는 사실은 마땅히 존경받고 칭찬받을 만하다....하지만 윤리 인증 상표가 사실은 소비자와 상품의 단절을 일으키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p82

 

두레 생협에,내가 방문한 날 에콰도르 커피콩만 남아 있어서 할 수 없이 구입했는데,육안으로는 이마트에서 구입한 예가체프보다 알이 굵고 윤기가 나며 분쇄시 부드럽게 갈린다. 콩이 크고 잘 갈리는 것은 건조정도 때문인지 콩자체 품질 차이 때문인지 난 모른다. 다만 드립할 때 에콰도르콩의 거품이 풍성하고 부드럽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드립 기술이 없어서인지 맛이 매번 다르다. 난 오일리한 맛 즉 부드러운 맛을 좋아하는데 여과지를 사용하면 이 맛도 함께 여과되므로 내가 원하는 맛을 느낄 수 없다. 처음엔 가제손수건을 썼는데 찌꺼기가 너무 많이 물에 씻겨져 내려가는 것이 신경 쓰여 여과지를 사용했다. 편리하다. 몇 주 후 시력이 갑자기 안좋아지는 느낌이 들었는데, 혹시 여과지 때문인가 생각되어 다시 가제손수건으로 바꿨더니 시력의 불편한 증상이 없어졌다. 몸 관리가 잘 될 수록 몸의 센서는 예민해져서 유해한 환경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내주는 것 같다. 안그래도 일회용을 쓰면서 작은 아이에게 '엄마,일회용을 자주 쓰시네요'라는 말을 들어 뜨끔했는데,결과적으로 잘 됐다. 얼마전 싸다고 여과지를 한 팩 더 사다 놓았는데,역시 '필요한만큼만 취하며 살아야 하는 구나'라는 진리를 삶이 나서서 가르치고만다... 커피 찌꺼기는 한번 짜서 숟가락으로 긁어 내버리고 물에 헹구는 방법을 찾았다. 편리함에는 리스크가 따른다. 편리함과 맞바꾸는 것이 무엇일지 항상 의심하자.

 

포근해 보여 운동복 입고 뛰어 나갔는데 기온만 체크했지 노면상태를 염두하지 않았다. 이런. 미련함.이라니. 웃음이 났다.기왕 나온 김에 눈밭 위를 달리는 낭만적 경험을 한다. 얼어버린 인도를 피해 차도를 이용하다보니 쫓기듯 달려 기록이 단축되는 덤을 얻었다. 

몸에 결절이 하나 있었는데,일 년 후 초음파 검진 결과 그 결절은 없어졌으나 다른 곳에 생겼단다. 자궁 물혹도 사라진 적이 있어 혹시나 기대를 했었는데 좋은 결과와 예상외 결과를 함께 얻었다. 과식이  원인인 것 같다. 식사후 급피곤해진다. 일일일식을 원칙으로 하는데,적은 양으로도 배가 불러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한 나머지...욕심을 부리곤 했다. 이제 다음 건강검진까지 잘 실천해 봐야겠다. 난 몸의 치유력을 절대 신뢰한다. 내가 내 몸을 치료할 수 있도록, 음식 소화에 이용되는 에너지를 줄여주는 것이 내가, 내 몸을 위해 내가 할 일이다.

 

지금 눈이 고운 떡가루 처럼 포근하게 내린다. 난,10분후에 도서관에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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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밥상
제인 구달 외 지음, 김은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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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에 종기가 나있던 연어 살코기 표본을 사설 연구소와 정부 소속 연구소로 각각 보냈다. 한곳에선 모든 표본에 박테리아가 우글거리며, 살아있는 배양접시와 마찬가라는 답변을,한 곳에선 박테리아 미발견이라는 답변을... 대중이 알아야 할 정보의 순결이란 정보화시대 도래와 동시에 사라졌다. 이권과 야합해 악의적으로 노출하는 정보로 대중의 판단을 가리고 자신들이 자행하는 만행을 덮고 미화시키는 수단일뿐이다.

미국은 GMO작물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다.콩의 81%,옥수수의 40%, 캐놀라의 73%, 면화의 73% 등.미국과 캐나다 정부는 소비자들의 바람과 상관없이 GMO작물을 만들어 내는 기업들과 긴밀한 협조 체제를 유지하며, 많은 정치 자금을 받아 왔기 때문에 GMO임을 표시하는 규제를 강제적으로 실시하지 않는다.p95

화학제초제,살충제로 자양분이 몽땅 빠져나간 흙.살충제 부작용에 대한 분노로 기업이 탄생시킨 또 하나의 괴물. 유전자 변형.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널리 보급된 Bt옥수수는 특정 곤충을 죽이는 독소를 만들어내는 박테리아의 유전자를 주입받아 만들어졌다. 유전자 변형 농산물 보급을 홍보하면서 영양면에서 우수하고 보강되었다는 정보도 끼워 넣는데,검증결과 정상 작물과 GMO작물은 영양성분도 다르다고 한다. 침팬지에게 유기농 바나나와 GMO 바나나를 주면 영락없이 유기농을 선택한다. 본능적으로 공포를 느끼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GMO작물을 재배하여 다른 땅의 곡물까지 GMO로 전염시키는 것인데, 이런 경우 손해배상은 커녕 오염된 논밭주인들을 상대로 특허침해 혐의로 고소하기까지 한다. 이런 억지가 실제로 일어난다. 미국 최대 기업 몬산토사다. 그리고 몬산토의 확고 부동한 뒷배.미국 정부도 있다. 몬산토는 살충제에 이어 GMO 작물을 끊임없이 만들어내 세계에 못팔아 먹어 안달하는 두려움없는 기업으로, 미국 정부 모든 기관을 쥐락펴락하며 인류의 생명을 유린하는 악의 지존이다.

이밖에도 미국이라는 나라가 세계를 상대로 저지르는 횡포는 다 말할 수 없다. 자국 산업에 걸림돌이 된다며 이산화탄소 규제 조약인 교토의정서에 싸인도 당당히 거부했고,인구 5%의 나라가 세계 이산화 탄소의 20%이상을 차지하면서도, 재활용이라는 개념자체가 없는 일회용 천국이다. 3년 넘는 미국 생활 체험을 통해 깨달은 그곳. 한국 출국때 가졌던 기대는 총체적 경악으로 추락했고, 그 낙차는 나의 무지와 무관심의, 딱 그 크기였을 것이다. 세계를 기만하고 있는 최강국 미국의 추한 실상들.

미국은 걸프전에서 42일간 이라크에 8만 8000톤 폭탄을 투하했는데 이는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폭의 1만4000 배에서 3만 6000 배의 방사능 원자가 뿌려진 것이다. 미국은 자금과 자원에 대한 세계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없는 문제도 만들어 전쟁을 저지르며 세계를 우롱하고 있다. 그래서 부시의 수수께끼도 생긴 것이고(정말로 무지무능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조력을 받고 누군가 뒤치닥꺼리를 해줘야 하며 따라서 조종하기 쉽다..요네하라 마리의 속담인류학 중)

미국은 우유속 고름 세포 농도 기준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게 유지하고있는데 이는 국제 허용 기준에 거의 두 배에 가깝다 P153   유럽연합과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에서 소에게 투여하는 행위가 금지되어 있는 rBGH(유전자를 조작한 보빈 성장호르몬)를 미국은 허용하고 있다. 만약 호르몬 사용이 금지 된다면 몬산토는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입게 될 것이다.  몬산토는 '무 rBGH' 를 표기한 유기농 우유 제조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고 이에 미국 식품 의약국도 동조했다. 그 표기가 소비자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P153   유럽 연합은 가축에 대해 일상적인 항생제 투여를 금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는 자국의 식육 가공업체와 제약 업체에 유리한 고수익 정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P156 

이것이 정말이지 비현실적인 미국 도덕성의 현주소다,

 

육식에대한 경각심도 컸다. 동물들에게 이성이 있는지,동물들이 말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들이 고통을 느낄 수 있는가에 촛점을 맞춰야한다는 제안는, 그간 의식조차 없었던 죄책감과 더불어 육식에대한 거부감을 불러 일으켰다. 버나드쇼의 '당신은 동물의 시체를 먹어 치우는 끔찍한 버릇을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지요?'라는 말보다 더 행동의 변화를 촉구하는 힘을 담고 있었다. 우리가 마켓에서 집어 드는 말끔한 포장육이 어느정도까지 비인도적으로 가공되는지 공개된다면,그들이 사육되는 좁은 공간이 주는 비현실성과 위생, 그들을 먹이는 괴기스런 사료,일상적인 항생제와 약물 남용등 그들에겐 탄생 자체가 저주와 다름 없다는 실태가 공개된다면 그 고기를 사먹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유기농 식품 구매는 더이상 가진이들만의 선택이 아니다. 지구 훼손, 지구 파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미약한 개인인 나도, 지구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다. 대중은 우매할 수 있지만 강력하다. 그들은 구매력을 갖고 있다. 이윤 추구가 지상 최고의 가치인 글로벌 대기업을 구매력으로 유인하여 인류가 추구해야 할 방향. 지구도 살고 인간도 살 수 있는 방법. 유기농으로,과거 자연의 섭리 안으로 그들을 유도한다.  이윤을 쫓는 자들을 이윤으로 유인해 그들이 만신창이로 만든 지구,그들이 회복시키도록 만들어야 한다. 가진자들이 못쓰게 만든 잔인한 미래로 더이상 무기력하게 흘러들지 않겠다. 

농민은 세상 인류의 생명창고를 그 손에 잡고 있습니다. 우리 조선이 돌연히 상공업의 나라로 변하여 하루 아침에 농업은 그 자취를 잃어 버렸다하더라도 이 변치 못할 생명 창고의 열쇠는 의연히 지구상 어느 나라 농민이 잡고 있을 것입니다. (윤봉길 농민독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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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헬렌 니어링 지음, 이석태 옮김 / 보리 / 199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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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이 쓰지 않는 두뇌의 70%를 쓰는 용기와, 양심의 98%를 실천하는 용기를 지닌 스코트. 덜 갖고 더 많이 존재하라는 그의 철학. 남보다 우월한 느낌이 들도록 지나치게 몸과 마음을 가꾸지 않았고, 필요한 만큼만 취하며,생활의 질 보다는 삶의 질을 높이고자 했으며, 노동의 존귀함을 알기에 버튼을 누르는 대신 바깥의 간섭을 최소화해,손으로 쓰는 연장을 갖고 천천히 일하는 것을 좋아 했다. 땅에 의지해 살아가는 비밀을 알고 있었고,검소하고 단촐한 생활 습관으로, 98세 강연에서도 열정이 넘쳤다. 상류층에서 태어나 자신이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에게 빚진다 느꼈기에 사회 개혁의 필요성을 인식했으며, 이러한 그의 문제제기는 계급 착취과정 속에서 약탈을 일삼아 안락을 누리는 기득 지배층의 노골적인 반감을 사, 대학 강단에서 두 번이나 쫓겨났다. 많은 위험 앞에서도 그러나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 알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끊임없는 반대와 비난 질시의 대상이 되면서 그는 그것을 창조적 사고와 행위에 따르는 희열에 대해 치러야할 대가의 일부로 받아 들였다.

 

그는 상반되는 자질로 가득찼다. 그이는 이상주의자였으나 강인하고 실천하는 일꾼,곧 실천하는 이상주의자였다. 또 타고난 종교인이었으나 어떤 교회의 구성원도 아니었고, 어떤 종교집단에도 소속되지 않았다. 학식있는 사람이었으나 땅벌레 같은 농사꾼이었고, 공적인 인물이었으나 은둔자로서 행복해 했고,명망있고 우렁찬 웅변가였으나 보통 대화에서는 말수가 적었다. 그이는 음악을 이해하거나 느끼는 데는 무디었지만 언제나 바이올린을 연습하고 연주하는 내 뒤에 있었다. 학문적인 주제에 관해 간결하고 사실에 바탕을 둔 글을 썼으나, 일상 생활에서는 웃음을 머금게 하는 유머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p238

 

그이라는 말이 이렇게 존경과 친밀함이 담긴 호칭이었던가.

헬렌은 끊임없는 자신의 질문에 해답을 줄 수 있는 현명한 연장자와 사는 것을 즐거워했으며 마치 학교 수업과 휴일이 하나로 합쳐진 것 같다 여겼다. 어린 헨렌을 스코트는 동등하게 대했고 결코 지배하지 않았다. 헨렌은 '그 사람이 흔들림 없는 사자의 성격이라면 나는 이리저리 움직이는 물고기 같다' 고 표현했다. 처음 둘 사이에 존재했던 정반대의 기질은 시간 속에서 어떤 신비로운 작용으로 균등해졌고, 둘은 동료요 동반자로 완벽했다. 다시 이런 결합은 결코 없을 것이다.

버몬트 숲에서 생활한, 개척 일지와 같았던 '조화로운 삶'을 읽으면서, 난 스코트를, 그  동네 사람들이 일컫듯이 그냥 공산주의자인가보다 여겼었고, 나도 자연의 거스름 없이 돌집을 짓고 싶다는 정도의 소망을 품었었는데 이번 책을 통해 알게된 스코트는, 진정, 위인이었다.

 

크리슈나무르티에 관한 기록들도 흥미로웠다. 크리슈나와의 6년은,스코트와 반세기를 함께 하면서 사회에 미친 영향력에 비교할 수 없음에도 부각되고 있다. 헨렌이 그의 연인으로 소개되는 한 줄 프로필은 세상의 자의적 해석이 끼어들어 꺼림찍하다.      질문에 답하면서 크리슈나는 때때로 오만에 가까운 염증과 멸시를 보였으며 진지한 물음들을 거칠게 무시했다. ..헌신적인 삶을 살았지만 그 삶은 안장 받침을 댄 것이었다. p77   크리슈나는 분명 사회개혁가는 아니며 이념으로나 현실에서나 대중들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p71   크리스나무르티 그 사람은 특별한 사람이었으며 그 사람을 알게 된 것을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p47   그 세계적 명성의 크리슈나무르티. 헨렌 17세 ,크리슈나무르티는 26세에 둘은 만났고 6년간 시간을 나누었다. 그가 헬렌에게 보낸 편지 속엔 절대불변을 맹세하는 사랑의 언어가 가득하다. 그는 독서를 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헨렌의 기록이 없었다면 절대 노출되지 않았을 노트가 아닌가. 물론 그의 나이 삼십대 전후로 어리다면 어릴 수 있는 시기의 흔적이지만 말이다.   

 

스스로 준비해서 맞이한 그의 죽음은 충만했던 삶만큼 평화롭고 고요하다.  그이는 단식으로 자기 몸을 벗고자 했다...그 죽음은 느리고 품위있는 에너지의 고갈이고 평화롭게 떠나는 방법이자 스스로 원한 것이었다... 천천히 천천히 그이는 자신에게서 떨어져 나가 점점 약하게 숨을 쉬더니,나무의 마른잎이 떨어지듯이 숨을 멈추고 자유로운 상태가 되었다. p228

그는 자신의 죽음에 언제 어떤 식으로든 설교자나 목사,그 밖의 직업 종교인이 관여하지 말 것을 요청했고 이 요청이 자신 뒤에 계속 살아가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존중되기를 바랬다. 친구들이 자신의 시신에 자신의 작업복을 입혀 치장하지 않은 소나무관에 뉘어 화장시킨후 스피릿만을 바라보는 그들의 땅 나무 아래 뿌려 주기를 원했다. 흔히 동물들이 택하는 죽음의 방식인 스스로 먹이를 거부하는 방법으로 그는 위엄을 잃지 않은 채 삶을 마쳤다. 죽음 앞에 그는 환영을 보고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모두 들었소.다른 삶을 말이요. 그것은 오래 전에 시작되었던 거요...곧 돌아올 것이오.더 잘 준비해서

 

지금껏 이런 가공할만한 감동은 없었다. 북극성처럼 나머지 삶의 방향을 일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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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은 자연에 대해 경박한 권위를 행사하여 살충제를 생명들 간에 끊임없는 순환 속으로 유도해 재앙이 확대 재생산된다. 조급한 인간들은 효과도 거두지 못하는 살충제로 천적들만을 없애는 코미디를 만든다.

비용이 얼마가 들건 즉각적인 결과를 원하는 사람들은 의문의 여지 없이 화확살충제를 사용할 것이다...거듭 비싼 비용을 들여야만하는 무제한적 화확방제를 계속 시도할 것이다... 자연 방제법은 한 두 철을 기다리더라도 시간이 갈수록 더욱 효율적이고 지속적인 결과를 얻을 것이다.p131

원하는 식물만을 먹이로 삼는 곤충의 제한적인 식성을 이용하거나,뿌리에서 곤충을 죽이는 물질이 분비되는 식물을 이용하거나,풍뎅이 개체수 조절을 위해 말벌을 이용하거나...등등 자연적이고 효과적이며 영구적인 방법들이 있지만 살충제 제조업체들은 정부와 유착되어 점점 더 광범위한 해충 구제 계획을 펼치며,뛰어난 곤충학자들은 화학회사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고 있다. 고착된 현실이다.

현대인들의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질병들.그 양상은 다양하나 원인은 단일하다. 질병치료에 쏟는 노력대신 원인 제거가 우선임에도 한 편에선 무자비한 재앙의 씨 뿌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파렴치한 소수가 던진 부메랑을 왜 힘없는 다수가 맞아야 하느냐 말이다.

 

노자도 도덕경에서 이상으로 삼는 공동체를 '작은 나라에서 적은 백성 수에 남보다 열 배,백 배로 그릇이 큰 사람이라도 쓰지 않고 배나 수레가 있어도 타지 않고,군대가 있어도 진칠 곳이 없고,버린 끈을 이어서 쓰고,거친 음식 달게 먹고,허름한 옷 기꺼이 입고,작은집 편히 여기고,새것이 눈돌리지 않고 살되,이웃나라가 빤히 건너다 보여 닭 우는 소리, 개 짖는 소리를 서로 들을 수 있어도 늙어 죽도록 오고감이 없는 세상'으로 정의했다.

현대 우리의 고민들은 대개 기계에의한 대량화,대규모에서 기인한 것 같다. 인간의 노동력이 충직하게 반영된 물질과 노동의 가치가 성실하게 인정받는 사회와  부패가 쉬 드러나는 집단의 규모. 지구와 인류를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이런 것들이 아닐까.

 

작은 아이가 얼마전 학예 발표회를 했다. 1학기 초에 동아리 활동 부서를택 선택했는데 난 그저 취미활동 내지 특별활동 정도로 이해했었다. 이번 행사와 이런 식으로 연결될 지는 몰랐다. 

진행자를 외부에서 섭외했다. 난 멍~함과 어이없음 사이를 오갔다.

1학기 운동회에서 이미 외부에 맡겨진 행사를 경험한 바 있었는데,그 당시엔 요즘엔 다 이렇게 하는가 보다 생각했으나, 변화에 가장 둔감한 영역인 줄 알았던 교육계의 빠른 적응이 좀 썼다. 언젠가 공개수업에 갔을 때 수업이 교사 대신 컴퓨터 화면에 의해 진행됨을 목격후 충격과 거부감,교사의 방만함등 편의주의를 탄 학교의 퇴보가 준 소용돌이로 어지러웠다. 이런 수상한 변화 앞에 학부모들은 아무런 저항이 없었던 것일까.학부모회의에선 대체 어떤 소통이 오가는 것일까. 혁신이 이런걸 의미하는 걸까...

하여튼 이번 발표회 진행자의 저럼한 멘트는, 풋풋하고 생기 넘쳐야 할 발표회를 저렴한 동네 행사로 전락시켰다. 아이들의 수련을 지도하고 현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담당교사는 왜 진행자가 될 수 없었던 것일까.

 

작은 아이의 경우는 난타 공연을 했는데 난타 공연은 그날 총3회나 진행되었다. 학년별로 분리시켰다. 인원이 많아 분반했는가 보다. 그런데 왜 학년별로 나눴을까. 난이도 때문일까. 평소에 타 학년과 섞이는 경험이 없는 아이들 입장에서는 타학년과 어울릴 수 있는 드문 기회였을텐데. 연령대가 다른 이들과 어울리면서, 고학년은 동생들을 지도하며 자존감을,동생들은 동질감이나 소속감을 얻을 수 있었을텐데. 학생을 죄다 유사한 것들로 칸막음하면서 통합적 사고를 지닌 인재육성이란 목표엔  무슨 신묘한 방법으로 접근하려는걸까. 이런 습관적 분리는 누구의 편의를 쫓는가. 가르치는 자들을 위한 것인가, 배우는 자들을 위한 것인가. 학교가 가르치는 자와 관리하는 자의 편의에만 노골적으로 편중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획일화된 행사들.행사들.

동일 프레임안에 갇혀 갑갑하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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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2-09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리약뿐 아니라 샴푸도 벌레와 풀한테는 살충제가 되어요.
자동차 배기가스도 살충제 구실을 하고,
발전소 열폐수와 매연도 살충제 노릇을 해요.
그런데 이 모두를 슬기롭게 읽으며
아름다운 삶길 찾도록 하는 교육은
좀처럼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