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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반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놀라울 정도로 독창적인 사랑이야기를 하는 알랭 드 보통'' 이라는 책소개말이 의도하는 것과, 내가 받아들인  "독창적인 사랑이야기"란 해석 사이엔 분명 차이가 있었다. 그 간극이 내게 심란한 무게를 지우게 했는지도 모를일이다. 그도 그럴것이 개인적으로 다소 지치고 우울한 상황 속에서 다감한,  따뜻한, 책을 읽고 싶었던 차에 잡은 책이라니... 뜨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좀 더 이성적인 상태로 회복되면 그의 분석을 진정한 해설로 받아들이게 될지도.

작가 자신도 언급한다.  " 메마른 분석적 기질로 그녀을 소외시켰던 것인지도 모른다 "고.

내겐,,,어지간한 집중력으론 어림없는 글이 대부분이었다. 사랑을 풀어 놓기보다, 다양한 분석과 이론들 속에 가두는 갑갑함이 책읽기의 속도를 늦추기도 했다.  내가 했던게(사랑)  이렇게 복잡 혼란스러운 것이었다면 난 다시 그거 안하고 싶다. 작가 또한 다짐하지만 그런 다짐은 예고 없이 방향을 180도 바꾸어 불가피한 것으로 치달아 버린다. 어찌 말리랴. 그래서 인간인걸.

내가 사랑을 했을 때, 정리하지 않았던 여러 감정들을 그는 정리해줬다.  그의 글을 통해 내가 했던 사랑 속에 숨어있던 명제를 찾았을 땐 씨익 웃을 수도 있었다. 아하.. 원제목이 에세이인 만큼 소설의 스토리는 가늘기 그지 없으니, 그냥 옆에 두고 보면 좋을 책이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어도, 아무 무리 없는 사랑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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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레이드 오늘의 일본문학 1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 요시다 슈이치의 최고의 작품 "   " 하릴없는 다섯 남녀의 뒤집어지는 동거 이야기 "

옅은 청록 띠에 걸어 놓은 소개 글귀다.  차라리 이 책은 검은 빛.  도심 언저리 밤 골목의 어두운 무게를 숨기고 있었고,  본표지색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뒷 부분을 읽을 수록 알게 되었다.  가볍게 들었다가, 덮을 즈음엔 개운치 않은 응어리를 떠안았다.

시간은 흘러간다.  동시간대를  각자 입장에따라  다르게 해석하는 구조는 가끔 보아 왔지만, 이처럼 시간은 시간대로 지나가고, 화자만 바뀌어서 교대로 시간을 토막내어 이야기하는 방법은 처음 접했다. 각자의 주인공들이 차례로 자기 속내를 드러내고 이야기를 한다. 다른 주인공들의 이야기 속에서 표면적으로만  등장하게 되는 각자는, 자기의 순서가 되서 이야기를 풀어가며 그 속내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미 지나간 시간대에서 설명되지 않았던 문제들은, 화자가 바뀐 시간대로 넘어가면 더이상 사실확인이  힘들어 진다.  다른 화자에의해 겉모습만 일부 관찰될 뿐이다.

특별한 사건은 없다.  그저 일상을 이야기 한다. 서로에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거실 하나, 방 두개 짜리 좁은 공간에서 5명은 별 충돌없이 산다.  한심해하는 눈초리, 의도적인지 모르는 방관, 이해와 고의적 자유보장일수도.

어찌하다 보니 모여들게 된 이들.  짐을 부려 놓지 않고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가방을 한 켠에 두고 사는 이들. 고단한 인생들 중 일상의 토막을 끊어 풀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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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아파트 입구 앞을 턱하니 지키고 있는 벤치 한 쌍.

겨울에는 그게 거기 있는지도 모르다가 서서히 날이 풀리면서 그 위용을 떨치니  두려워라. 그 벤치앞을 지날때마다, 난  교무실 앞에서 얼어버려 쭈삣거리는 어벙한 학생꼴을 한다. 무서워라 아줌마들이여. 

대학때 후문 스텐드. 그곳에 널린 빨래처럼 주욱 앉아 있는 남학생들. 주로 공대생이었던 것 같다.  그 앞을 지나려면 괜히 머쓱해지고, 모두 날 쳐다보는 것 같아 은근히 의식이 되곤 했었다. 그때 어색함은 새발의 피라는 걸 알았으니....

어쩔수 없이 집에서 나가고 들어오려면 그  벤치 앞을 반드시 지나야 하는데,  그곳에 항상 포진해 있는 아줌마들.  주구장창 서너 시간씩 거기서 반 나절을 보내는 그들.  모두 안면 있는 이웃인지라 후문 스텐드앞을 지날때보다 시선의 압박이 세다. 고개 인사정도 하지만, 해가 갈 수록  더욱 그 앞을 피하고 싶어지니 고민이  거기서 시작 되더라..   아파트 베란다에 라푼젤처럼 머리칼은 아니더라도 밧줄이라도 매달아 그리로 들락거렸으면 상상하기도 하고, 지니가 궁전을 번쩍 들어 옮겼듯이 저 벤치를 멀찌감치 옮겨 줬으면 부질없는 공상도 하고.   제발 저 벤치만 없었으면 좋겠다고 이 궁리 저 궁리를 한다.  벤치 시즌인 선선한 계절을 싸잡아 원망도 한다.

그러다가 번쩍 떠오른 굿 아이디어.  아줌마떼가 주로 진을 치는 시간은 오후 3시부터 저녁밥 먹기 전까지이므로 이 시간만 피하면 되겠구나. 내 생활 패턴을 바꾸면 될 것을. 내가 왜 이 생각을 못했지. 괜히 벤치만 원망했네 그려.  내가 생각해도 내가 기특해.  그리하여 나의 외출 - 일주일에 한 두번- 시간을 오전으로 변경하여 그들과의 대면을 데면데면하게 만들었으니.  푸하하하하.    일단 성공. 하지만 나의 외출 종착지는 주로 마트인지라 오전에 횡한 그곳 마트에서 쇼핑을 하려니 좀 뻘줌하기는 하더라..

이렇게 별거 아닌일에 신경이 쓰인다.  최근들어 사람들과 부딪히는걸 꺼리는 나의 개인적은 신변변화도 일조하였으나.  난 솔직히 거기서 서너 시간씩 몽창몽창 써 버리는 사람들이 잘 이해가 안된다.  난 집에서 항상 시간에 쫓기고 아이고 바빠 바빠 엘리스의 흰토끼마냥 허둥거리는데 말이다. 그들의 일상을 한 번 들여다 보고 싶다. 나만 왜 이렇게 바쁜건지.   

집에 눌러 있으면서 시간에 쫓긴다고 하면 누가 웃을지도 모르나, 내가 이렇게 고단할 수 밖에 없는 이유중엔 큰아이가 있다. 가공식품을 전혀 먹을 수 없는 까다로운 아이를 가진 나.  모든 음식을 직접 조리해야만 한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포장 된 음식들은 내 아이에겐 독이다.  식품첨가물이 들어간 음식 한 입으로 우리 큰 아이는 알러지 반응을 나타낸다.  코막힘, 콧물, 기침 ,눈 주위에 흰 버짐처럼 살깣이 일어나기도 하고, 눈을 계속 비벼대 피가 나기도 하는등.  그 반응도 무지 다양하다. 그런 음식 섭취하면 서너 시간안에 몸이 싫다는 표시를 한다.  한번은 에이비씨 초코렛 작은 거 한 개 먹고 이틀간 고생한 적이 있다.   학원 선생님이 먹으라고 까서 입에다 디밀어 줘서 안먹을 수 없었단다. 본인도 먹어선 안되는 음식이 뭔지 알아서 먹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그런걸 보면 참 안됐다.  어린것이 친구들이 먹는 과자봉지나 사탕들을 외면하기가 얼마나 힘들겠는가.  제발좀 은행이건 병원이건 애들한테 사탕이나 과자 인심좀 쓰지 않았음 좋겠다. 

이런 내 아이를 위해 과자도 만들어주고, 이 더운 여름에 집안 기온을 2도정도는 거뜬히 올릴 수 있는 육수내기도 수시로 해야 하며, 과일 고구마 옥수수 과일 등 간식거리를 늘 마련해 두어야 한다.  거기다 공부와 책읽기. 작은 아이 훼방 말려가며 초등학생 큰 아이 공부봐주기. 수시로 밀어대야 하는 청소기, 이부자리 걷어 매일매일 털기. 영어책 하루 종일 붙들고 틈나는 10여초 단위의 시간 붙들기. 정말 짬을 낼 수 없이 하루가 휘리릭 가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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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정말 단단하다. 너무 날을 세우고 내게 덤빈다. 유독 내게만 그런거 같으니 내가 매우 심약한 인간인걸 세상도 눈치 채고 더 업신여기는가보다.

난 서러운 감정이 격해지고 뭔가에 노여움을 느끼면 심장부터 방망이질을 한다.   맥박이 온 몸을 마구 흔들어 목소리를 떨리게 만들어 상대방에게도 나의 고요가 깨졌음을 눈치채지 않고는 못배기게 만든다. 이런 현상엔 반드시 눈물이 선행되며 이런 망측한 꼴을 불러 내기까지 10초 이상의 시간은 불필요하다.  이를 어찌하면 좋은가.  일상은 종종  나의 이런 꼴사나운 상태를 불러내니 죽을 맛이다.

 며칠 전 부동산에서 온 전화를 받았다. 난 전세를 살고 있는데, 매물로 나와 있던 우리집이 팔렸으니 집에 특별한 문제가 있으면 말을 해달란다. 그래서 난 화장실을 수리한 적이 있었고, 수리 당시 현집주인과 통화를 했으며 수리비용의 영수증을 보관하고 있으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집에 살기 전에도 화장실 수리비용을 집주인이 처리해 준 적이 있었기에 난 당연히 집주인이 부담하는 걸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부동산 중개인 왈 그 정도는 살고 있는 사람이 고쳐서 써야지 뭐 그런거까지 해달라고 하냐는 거다.  이 시점에서 김이 쏴악 올랐으니...

 부동산의 그녀는 '그정도의 수리는 세입자가 부담하는게 관례다'라는 정보외에 그런 사소한것 까지 요구하냐는 비난과 날 몰염치한 인간으로 몰아대는 높은 언성을 섞어 전달했던 것이다.  난 단지 내 과거 경험에 비추어 수리 당시 잽싸게 집주인에게 연락을 취했으며 영수증도 고이 간직했건만 내가 그런 추긍을 받는 것이 마땅한가 말이다. 만약 수리비용을 세입자가 처리하는게 관례였다면, (내 입장에서 생소하기만 한)관례에 대해 설명을 해주어야 마땅한게 아닌가. 날 비난할 게 아니라 말이다.

 난 결국 우스운 꼬라석니를 그녀에게 들켜버리고 말았고 대화를 잇지 못하고 전화를 끊을 수 밖에 없었다. 나중에 직접 부동산으로 내려가서 대면하여 서로의 입장을 풀어 놔서 어찌어찌 그냥 얼버무려졌다. 어떻게 결론이 났는가 혹시 궁금하신가?  수리영수증은 꼬깃꼬깃 접혀서 내 뒷호주머니 속에 쑤셔 박혀 있었다.

 만약 부동산의 그녀가 상식이란게 있다거나 그도 아니면 상술이라도 있었다면 나한테 그런 식으로 대해선 안된다고 본다. 그녀의 입장에서 내가 그녀와 당장에 확실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매수자도 매도자도 아니기에 나한테 친철한 필요가 없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그녀는  현시점의 고객인 매도자의 입장을 두둔한걸지도, 정말 그게 관례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세입자인 난 그저 이 쪽에서 저 쪽으로 떠넘겨지는 보따리같은 존재일테니까.   하지만 난 그녀가 관리하는 상권에 있는 잠정적인 고객이다.  그녀는  나로 인해 파생될 소문의 파급효과에 대해선 미리 대비하지 못한 게다.  비록 난 아줌마들의 소문 사정권에 큰 역할을 하지 못하는 편이지만 말이다.   

 난 금년 12월경에 이사예정이 있다.  전세 기간 만료전이다.  메롱.   난 그녀를 12월경에 본때나게 거부할 수 있는 키를 쥐고 있다.  바로 옆 부동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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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풍자극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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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을 고요히 마무리하고자 네이선이 브루클린을 선택한 이유는 "그곳이 뉴욕이면서도 뉴욕이 아니라는 점"  

 안타깝게도 뿌듯한 감회를 느낄만큼 삶을 견실하지 쓰지 못한 우리의 네이선. 초반  다분히 냉소적인 목소리로 이야기를 풀어 가기에  건조하고 차분함이 너무 과하다 싶다.  조카 톰이 문학과 작가에대한 박식함을 비칠 때는 문학 강의를 듣는 것같아 노트필기를 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래도 여전히 절대 흥분하거나 격앙되지 않는 느릿느릿 그리고 안정된 목소리다. 

 삶을 정리하고자 브루클린에 온 그는 오히려 그곳에서 본인의 진가를 십분 발휘하는 삶을 풀어 낸다.  그의 과거의 이야기보다 브루클린에 오고나서 그가 냉큼냉큼 해결해 내는 이야기가 훨씬 흥미로운 것은 당연지사.   헤리의 문제를 전화 한 통으로 해결할때는 너무나 후련..  거의 한 페이지를 담당한 만만찮은 길이의 긴 문장이었건만 한 호흡으로 휘리릭 읽어 냈으니 이는 작가의 역량인가 번역가의 공로인가 잠시 골몰... 중반 이후로 갈 수록 네이선은 정말 믿음직한 외삼촌이며 근사한 협객으로까지 그 활약을 펼친다.  

 가끔 장난끼 섞인 목소리로 화자에게 말을 거는 것도 귀엽다.  앞으로 아연실색할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 질거라고 미리 귀뜸을 해주기에 그 충격을 가볍게 흡수하고자  나름 대비를 하고 기다리기 몇 번.  허나 막상 맞딱뜨린 건 뭐 그리 호들갑떨만한 큰 폭탄은 아니었기에 김이 솨아 빠지기도 몇 번.  사람마다 고통 체감지수가 천차만별이니 그를 탓하진 않는다.  그런데 난 이런 종류의 암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대부분 그 암시들은 암시를 한 순간 공수표 비스무리하게 변색되기 일쑤다. 감도가 떨어지는 거지.  그냥 '어머 어머'  '세상에나'를 흘리며 나 혼자 충격들을 감내하게 놔줬으면 좋겠다.

 브푸클린에서의 종횡무진이  젊었을적 후회스런 시간의 더께를 덜어냈기를 바란다.  충분히 잘 해 주셨어요. 네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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