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나르기 봉사에 참여했다. 
에베레스트 수준으로 청정한 공기를 유지하기위해 월 수 천만원의 전력을 소비하는 회장님 저택과 
겨울을 나기 위해 연탄 갯수를 셈 해야하는 낮은 처마집이 병존하는 곳이 내가 사는 이 시대다. 
첨단이든 수고로운 옛 방식이든 내 입장에서 현실감 떨어지는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첨단에대한 선망보다는 연탄을 향한 애처로움이 선명하다.
이 간극으로인한 현기증은, 나의 모든 방식에 덜 갖고 덜 해치는 선택을 강화할 것이며 
스콧니어링 선생이 길을 열어주셨듯, 나도 뒤에 오는 누군가에게 길이 되겠다는 과대망상을 꿈꾸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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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이 "학교에서 아보가드로의 법칙 안배웠어요? 멍 하네요." 하셨다. 
(쯧쯧, 맹꽁이들)이라는 환청이 따라 붙었다. 종종 경험한 패턴이었다.
그런데  스님이 농담을 잘하셔서 재밌었다는 어느 도반의 나누기를 듣고, 
내가 느낀 무안을 주는 스님은 농담 잘하는 스님으로 바뀌는 마법을 경험했다. 
아마도 내가 평소 배우고 싶어 했던 성정을 지닌 그 도반을 향한 호의가 주요하지 않았나 싶다. 
이런 극적인 관점의 전환을 이전에도 경험한 적이 있다. 단독 주택에 살 때인데, 
정원에 고라니도 오고 다람쥐도 오는 곳이었다. 
어느날  집 안에 새끼 손가락만한 작은 도마뱀이 들어와 깜짝 놀라 엄마야 호들갑을 떨었다.
그런데 갑자기 작은 아이가 허리를 굽혀 도마뱀에게 얼굴을 가까이 기울이더니 
"할로우" 라고 하는 거다. 
그 순간 징그럽고 무서운 도마뱀은 귀여운 생명체로 바뀌었다.
이렇듯 재밌는 스님과 할로우라는, 도처에 존재하는 마법의 언어는 
사회적 혹은 개인적으로 무의식 중 조건화된 감정들을 분리시킨다는 생각이 든다,
관습적 사고를 해체해 지금을 정직하게 경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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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 죽는다 하더라도 나는 오늘 이 일을 할 것인가 '
이런 질문 하나 품고 살면 생이 얼마나 경이로울지, 하루가 얼마나 충만할 지.
특별한 일을 해서가 아니라, 해야 하는 일을 매일 꾸준히 한다는 것이 일상의 위대함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책을 주문하면서 마음을 나누고 있는 지인의 것도 셈에 넣었다.
전달의 순간, 그 연결의 감각만이 대가의 전부다.
고맙다는 반응의 기다림이 나누는 기쁨을 훼손한다는 경험이 쌓이다보니
나누는 그 행위 자체만 집중할 수 있었다.
가르침이 전제된 후의 깨달음이 아니라, 긴 체험을 통해 도달했기에 이러한 이치는 완전히 내 것이다.
비교적 이 영역에 한해 난 자유롭다.
그녀가 갖고 싶어하는 것이 책이라서 , 내 선택의 고민까지 덜어주는 그녀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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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하면 다 될 것 같은 그녀의 에너지를 발견하였고, 
카페에서 떡을 나누며 그들을 해석할 이해의 선을 여럿 그었고, 
필요로했던 오고 감이 있었던 M4403으로 순식간에 서초 투어를 마무리지었다
지금까지의 소통이 가상 공간에서의 일이 아니었건만 온라인에서의 그들을 확인하는 건 
새로운 차원으로의 진입처럼 설레였고 안도감을 줬다. 
특히 오래 그리다 마주잡은 4층 엘레베이터 앞 핑크의 주인공과의 감격이 가장 현실적인 기쁨이었다. 
그간 시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았던 온라인 수업의 편리함이 좋았고 고마웠다. 
그러나 오프 체험을 해 보니 온라인의 한계를 바로 알 수 있었다. 
우리가 나누는 것이 이론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온라인 방식은 더욱 불완전해 보인다. 
또, 대면 상황이 전제된 후 이루어진 온라인 접속에 비해, 
출발부터가 온라인일 경우는 우리가 상대에게 얻는 정보가 정서적 감도는 물론 사실의 정확도까지 떨어뜨릴 수 있겠다 싶었다. 
오늘의 확인은 지금까지 내가 마치 억양이 빠진 음성만 전달되는 것처럼 빈곤한 소통을 했다는 생각이 들게 했고 
그래서 지난 학기의 나눔이 아깝고, 섣불렀던 판단은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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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안 데이비드 피츠 감독, 마치아스슈와바이어퍼 출연 / 인조인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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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부족 문제로 상담원과 통화 시도를 하는데 예상 대기 시간은 가뿐하게 25분. 
그러나 대기 시간은 찔끔찔끔 자가 증식을 하더니, 하필 화장실 간 사이에 연결된 상담원 전화.
그 대가로, 대기 시간은 사뿐히 104분. 그 허탈감. 전화기 잡고 기계 음성과 4시간 동안 씨름한 폴은, 이런 속수무책 일방통행 앞에 세상 의욕 다 잃고 아래층 토니의 집 벨을 누르고 문 앞에 주저 앉아 하소연 한다. 

" 중간 지대에 갇혀서 나갈 수가 없어. 
  돈을 못내서 인터넷을 못하고, 인터넷을 못해서 돈을 못내고 있어 "


대부분 이런 불통의 무력감, 연결 자체의 안도를 경험해봤을 것이다.
내가 제어할 수 없는 내장을 지닌 제품을 다룰 때의 저항감, 전력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시스템이 갖는불완전성에 대한 불안, 온라인 네트워킹만으로 지탱되는 사회에 잠재된 불신은 무엇에 의해 소거 되는 걸까. 그 절대무한 신뢰는 어떻게 만들어진걸까.

폴처럼 중간지대에 갇히기도, 불시에 전력스위치가 내려질 수도 있는데, 무엇이 이 세계의 완전무결을 장담하고 불안을 말소시키는가, 21세기 인류의 DNA에 박힌 초인류적 적응력인가.

폴과 토니가 어릴 적 듣고 자란  <고슴도치와 토끼>라는 동화가 있는데,
찾아 보니 올바른 경쟁의 기준과 결과의 정당성이란 주제로 서울대 논술시험에도 나왔던 동화였다.
고슴도치와 토끼가 우연히 경주를 하게 되는데, 부부인 고슴도치 두 마리는 꾀를 내어 결승점과 출발점에 
각각 숨어 있다 나타나기로 약속해서 결국, 토끼를 이긴다는 내용이다.
어린시절부터 함께 성장한 두 사람. 인간적이고 감성적인 폴과, 이성적인 미남 똘똘이 토니.
폴은 자신이 고슴도치라고, 토니는 자신이 토끼라고 여기고,
폴은 강하고 뛰어난 능력 가진 토니를 의식하고, 토니는 무조건 사랑해주는 가족이 있는 폴을 부러워한다.
둘은 각자 가진 것의 가치는 접어두고, 오로지 비교를 통한 결핍에만 집착해 불필요한 상실감에 빠지곤 하는데, 사실 우리들 대부분이 이런 불행감을 자초하며 산다. 나의 아담하고 예쁜 집이, 옆 공터에 큰 저택이 지어지는 순간 헛간이 되어버리는 것처럼. 경쟁과 자본 중심 사회에서 나고 자란 이들에겐 태생적 결함이라 할 만큼 상대적인 박탈감으로부터 자유롭기는 불가능할 뿐더러 남들 기웃거리느라 자신을 들려다 볼 시간도 없다. 
사실, 우린 나름의 기준으로 모두 승자일 수 있지만, 우리의 기준은  한 가지 뿐이다. 




영화의 첫 자막


'증조부 세대는 57개, 조부모 세대는 100개, 부모님 세대는 650 개, 우리 세대는 평균적으로 1만개의 물건으로 생활한다. 풍족하고 자유로운 우리들에겐 이제 뭐가 남았냐'로시작하며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에 소유 당하는 우리에대한 이야기를 풀어 간다.
음성AI 나나의 권유로 9개월 간 자신이 151개나 되는 물건을 주문한 것을 퍼뜩 알게 된 폴.
스스로도 놀랍다. 심지어 중복되는 물건은 24개. 
그후, 왜,왜, 폴은 자신이 그렇게나 많은 물건을 사들였는지 알고 싶어 한다.

우연히, 이미 소비 중독에 빠진 루시와, 물건을 사면 행복해지지만, 우리의 행복은 오래 가지 않고, 행복하지 않아서 또 물건을 사는 소비의 굴레에 대해 폴은 이야기 나누는데, 그 틈새로 토니가 판결을 내린다. 결국 아무도 행복해질 수 없지만 그게 소비자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니들은 그것도 몰랐냐고 우쭐한 듯.'하나를 원하고 또 다른 걸 찾아. 행복같은 건 없어. 본능과 규율이 있고 그걸 아는 자가 승리해 ' 라는 토니의 말은 자본이 무한으로 설정해둔 인위적인 결핍상황을 간파한 듯 보였다. 폴은 고민하고, 토니는 그 통찰을 이용한다.


 오래 전 사진을 발견한 폴이 사진 속 할머니의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고 말한다.할머니는  "우린 젊었고 살아 남았으니까. 그거면 됐었어."
폴은  "우리에겐 총을 겨누지도 않고 감금하지도 않아요.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요.                         할머니 세대는 전쟁까지 겪었는데 왜 우리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을까요"  말한다.

왜 행복하지 않은걸까... 옛날엔 모든 게 쉬웠는데, 가진 게 없어도 행복했는데.
언제부터 우리가 행복을 미래형으로 설정하고 현재를 연소시키며 ,'행복해서' 보다 '행복하기 위해서' 현재를 합의하게 됐는지 생각해 봤다. 이 무의식의 근원에 대해.



효율과 편리의 논리로 쉴 틈 없이 구식으로 만들어, 내다 버리도록 부추기는 쓰레기 문명, 소비지향적 획일성 문화에 대한 경각심과 행복에 대한 철학, 알게 모르게 우리에게 스며든 자본의 중독을 건들인다.  기후 위기의 적은 자본주의가 아니라 소비주의라는 관점에서, 매일 매일 우리가 클릭하는 물건에 대한 책임 있는 선택만이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끌어다 쓰고 개발하는 성장 방향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실천적인 방법이란 걸 안내하는 영화가 아닐까 한다.  

외국문화의  이질성이 직설적인 대사를 통해 위트 있게 전달되어 내내 명랑했고, 모든 컷이 선명하고 아름다웠다.수묵화로 허공에 달을 그릴 때, 여백에 어둠을 더해 달을 밝혀내는 그 기법이 떠오르기도 했다.
밤과 어둠과 빛을 이용해 사물의 윤곽을 강렬하게 돋우기도 경계를 지우기도 하는데  대부분의 장면들에서 르네상스의 명화 분위기가 느껴졌다. 놀이터 같은 그들 사무실의 자유로운 인테리어, 원색의 정면 대결, 직선적인 구도, 검정으로 아웃라인 된 유화같은 무게, 소품 하나, 에피소드 하나, 낭비 없이 활용된 성실매력의 영화였다. 당연히 재미가 너무 있었다. 

독일 박스 오피스 7주 연속 TOP 10을 기록한 장르가, 무려 코미디인 영화다.

독일 억양의 특이성 때문인지 자막 따라잡기가 만만치 않았다. 덕분에 영화 끝나자마자 다시 보기 시작했는데 거듭할 수록 매번 다른 발견을 하게 되었다. 외국어 영화에 대해 연기력을 평가할 내공이 없는 내게 토니는그의 표정과 행동만으로 그 상황을 이미 80퍼센트 넘게 전달해 몰입도를 높이고, 영화의 서사를 거의 이끌고, 입체감과 에너지를 부여하는 캐릭터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이 배우의 익살과 미소, 순발력, 고민을 담은 눈빛과 표정이 깊게 남았다. 오래된 미래로의 회귀를 택한 폴의 새로운 인생 설계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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