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환상적인 섬. 그 명성을 확인.  

한국 귀국에 촛점이 맞췄기에 내겐 이번 귀국여행은 그저 번거로운 일정으로 홀대되어 아무런 기대가 없었던 피곤한 여행일뿐이었다. 귀국하는 이들이 다 간다니까 우리도 그냥 귀국하기 허전해 들러보자는 구색맞추기요,학점 채우기 위해 수강해야하는 교양과목 정도. 이사짐을 한 달 전에 미리 보내고 이민가방과 트렁크 3개로 근 한 달을 이미 견뎠던 우리 가족은 소속감없는 바깥생활에 지칠대로 지쳐 어서 귀국해 내 집에 들어가 안정된 생활공간과 시간을 갖고 싶다는 바람뿐이었다.  

허나 하와이는 우리에게 미국에서의 마지막 추억을,귀중한 기억을 남겼다. 여러개의 거대한 섬으로 이루져있는 하와이. 자연의 순수한 아름다움과 진정한 휴양을 위해선 마우이 섬으로 가야했지만 일정이 짧은 우리 가족은 가장 유명한 와이키키 해변이 있는 오아우 섬을 선택했다. 그곳도 충분히 우리에겐 아름다웠다.   

호놀룰룰 공항 도착. 와이키키 중심 호텔들은 침대 두 개 겨울 들어갈 정도의 좁은 룸들이고 오래되어 많이 낡았다는 리뷰들이 많았다. 그래서 우리들은 중심에서 벗어난 곳에 리조트형 호텔을 선택했는데 반짝 세일을 잡아 120불 정도에 예약한 호텔은 full kitchen을 갖추고 있었고 샌프란시스코 호텔 룸 넓이의 3배가 넘는 깨끗한 룸이었다. 이런걸 대박이라고 하던가. ^^ 

일단 늦은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고 와이키키 해변으로 뛰어 해 질때까지 놀았는데 아이들은 지칠줄 모르고 뛰며 첨벙댔다. 모래 사장의 경사가 완만하고 모래도 고와 아이들 놀기에 너무나 좋고,물도 너무나 깨끗했다. 

다음날은 버스를 타고 하나우마 베이에 가서 스노우 쿨링을 했다. 아래 사진 3인 뒤로 보이는 곳이 하나우마 베이인데,물 속을 들여다 보면 물고기들이 보일만큼 물이 깨끗하고 수중생물들이 많은 아름다운 만이었다. 헌데 짱짱하던 하늘에 갑자기 굵은 비가 쏟아져 2시간 정도만에 철수해서 다시 와이키키로 가 어두워질때까지 놀았다. 일정 내내 해변에서 우린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아이들을 항상 아쉬워했다.

다음날은 렌트를 해서 섬 외곽으로 멀리 나가 보았다. 드라이브 하다가 맘에 드는 해변을 발견하면 내려서 놀고,서핑하는 사람들도 구경하고,직거래 재래장에 내려 코코넛에 빨대 꽂아 빨아 보고,유명하다는 새우 트럭을 찾아 새우 요리도 한 접시씩 먹고,Dole 파인애플 농장에 가서 파인애플 아이스크림도 맛보았다. 달지 않고 굉장히 맛있었다. 이 날은 폴리네시안 민속촌에 가고 싶었는데 렌트카 일정과 폴리네시안 민속촌 공연일정이 맞지 않아 그 유명하다는 폴리네시안 코스를 포기해야 했다. 헌데 우리 보다 한 달 먼저 하와이 여행을 했던 지인의, 폴리네시안 민속촌은 입장료만 너무나 아까웠던 코스였다는 평을 내렸다는 말이 잠깐 위로가 되었지만,어쨌든 아쉽긴 아쉬웠다. 이 날도 역시 와이키키로 돌아와 해변에서 어두어질 때까지 놀았다. 우리에게 마지막이 될 와이키키에서의 시간을 너무나 안타까워하며...

 

미국생활 일 년차엔 새로운 환경이 주는 예상치 못한 새로운 압박들로 헐떡이며 안으로만 파고들었고,이 년차엔 그 압박들을 조금씩 용납할 수 있었으며, 마지막 일 년 반은 일상 속에서 고요함을 찾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제 미국에서도 살 수 있겠다 싶은 배짱이 생겼건만 귀국이었다. 미국생활을 계속 하고 싶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차피 미국생활은 정거장과 같이 잠시 거쳐가는 곳일뿐 언젠가는 떠날 곳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 생활에 애착이나 미련은 없지만 미국에서의 여행에 미련이 생길 줄은 몰랐다. 우리 가족에게 하와이 여행은 그러했다.

 

어쨌든 우리는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왔다. 그날 마침 월드컵 국가 대표들 입국 시간과 겹쳐서 공항이 무지하게 복잡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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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0-09-06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무잡잡한 아이들과 남태평양의 싱그러움...아, 부럽습니다~ 하와이 저는 언제쯤 가볼까요^^

AppleGreen 2010-09-07 06:56   좋아요 0 | URL
누구든 결심하는 그 순간 떠날 수 있다는 걸 서서히 알아가고 있습니다. 하지 않았을 뿐 할수는 있었다는 뉘우침 혹은 깨달음.^^
 

 

꾸룩 꾸룩 소란스런 물개 구경을 마치고 칼바람에 쫓겨 자리를 떴다. 바쁘게 움직였다. 근처 유명한 초코렛 팩토리 기라델리에 가서 선물용 초코렛 한 꾸러미 사고,  in and out 버거로 돌진. 난 버거 2개를 먹었으나 못내 아쉬웠다. 너무나 추워 여행 첫날 일정은 이것으로 일찍 마무리했다.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은 도시인답게 발걸음이 빠르고 표정도 없다. 우리가 워낙 촌동네에 살아서 그런지 이들의 무표정이 낯설었다. 외국인들이 한국인에게서 느끼는 차가운 인상이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내가 살던 동네 사람들은 눈만 마주치면 활짝 핀 꽃처럼 웃었다. 귀국 2개월 가량 된 지금 난 그들의 미소가 조금은 그립다.   

둘째날. 큰 아이 긴팔 옷 한 장 사 입히고 롬바드 꽃길로 가기 위해 지도 들고 버스 정거장 찾아 우왕좌왕. 결국 유니언 스퀘어로 근처에서 케이블카 타고 가기로 결정하고 광장에 전시되어 있는 전시품 좀 구경하다 케이블카에 탑승. 롬바드 꽃길로 가는 중에 차이나 타운도 구경하고. 차이나 타운은 우리나라 재래시장 같다. 인도까지 그득하게 나와 있는 물건들,넘쳐나는 사람들,좁은 도로. 뉴욕 차이나타운도 마찬가지였다.     

 

 

가파른 길을 꼬부랑 꼬부랑 내려오는 롬바드 꽃길. 역시 햇살이 반짝 나와주지 않아 그 아름다움은 덜했으나 아이들은 재미있게 놀았다. 

버스를 타러 20분 정도 걸은 것 같다. 옹기종기 사람들이 모여있는 정거장. 사람들 찾아보기 힘든 외곽지역에서 사람들을 만나니 어찌나 반갑던지. 모두 골든 브릿지로 가는 관광객들이었다. 

  

안개속에 모습을 감춘 골든 브릿지. 브루클린 브릿지는 1K 정도 되는 길이였지만 골든 브릿지는 2.8K 가량 된다. 브루클린 브릿지를 7월의 더위와 굶주림을 견디며 기어코 걸어서 건넜던 기억이 새롭다. 골든 브릿지에서도 특별한 기억을 남기고파 걸어서 건너고픈 맘은 굴뚝같았으나 아이들때문에 깨끗하게 단념. 흩날리는 안개비에도 아랑곳 않고 자전거나 도보로 건너는 관광객들은 많았다. 날씨에 개의치 않고 계획대로 여행을 즐기는 홀가분한 이들이 부러웠다. 우린 버스를 타고 소살리토로 이동했는데 다리 하나 건넌 소살리토는 거짓말처럼 햇살이 내리쬐고 따뜻한 곳이었다. 유명하다는 수제 버거 하나씩 들고 밴치에 앉아 까먹었다. 정박되어 있는 수많은 요트들. 아름다운 저택들. 예술가들이 많이 사는 동네라 들었다.  

소살리토에서 이곳 저곳 구경하다가 배를 타고 피셔맨 와프로 돌아갔다. 배 위에서 골든브릿지도 멀리서 다시 쳐다보고,알카트라즈도 멀리서 구경했다.

 

재팬타운에 가서 뜨끈하기만 했던 라면 한 그릇씩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여행 일정이 짧아 대표적인 곳만 대강 들렀다. 우리 아이들에겐 도시 여행은 여전히 이르다 싶다. 아이들의 기억에 즐거운 곳으로 꼽는 여행지는 단연 옐로 스톤이다. 내게 옐로스톤은 사슴과 부딪혀 우리 미니밴이 작살 났던 기억뿐인데.

다음날은 하와이행 9시 비행기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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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하기 전에 샌프란시스코와 하와이 여행 일정을 잡았다.

샌프란시스코 첫날.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에서 대중교통이 잘 갖추어진 도시중 한 곳으로 손꼽힌다. 뉴욕도 그러했고 도시 여행은 렌트할 경우 주차장 찾기도 힘들뿐더러 주차비도 살인적이다. 호텔에 투숙하더라도 차가 있을 경우 1일 40-50불 정도의 주차비를 부담해야 한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지하철인 bart를 타고 유니언스퀘어 근처 숙소로 이동. 지도상에서의 거리보다 호텔은 역에서 가까웠고, 좁지만 깨끗했다. 간단히 배낭을 메고 샌프란의 명소 케이블카 종점인 유니언스퀘어로 출발. 날씨가 춥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Austin 의 100도 넘는 기온에서 50도의 낮고 축축한 이곳의 기후는 우리가족이 적응하기 힘든 기온이었다.   

    

위 사진은 유니언스퀘어 근처에있는 케이블카 종점이자 출발점. 레일을 따라 이동하는 고전적인 교통수단으로 원형바닥 위에 케이블카가 올라가 멈추면 사람이 밀어서 회전 유턴시킨다. 많은 영화에 낭만적으로 등장한 관광 명물로 난간에 매달려 탈 수도 있다. 승차를 기다리는 줄이 무지막지하게 길어서 우린 한 정거장 약 30m 위로 걸어 올라가, 매달려 올라 탔다. 

muni pass를 구입하면 muni버스와 케이블카을 모두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1일권,3일권,일주일권등 종류는 다양하다.

 

  

위 사진은 정거장에서 기다리는 우리들. 저 길이 경사가 아주 급한 언덕길의 시작이다. 샌프란은 많은 언덕과  비탈로 이루어졌다. 춥다 추워...

 

케이블카를 10분 가량 타고 도착한 곳은 피셔맨 와프라는 부두. 알카트라즈나 주변 유명한 관광지로 이동하는 유람선들이 머물러 있는 선착장으로 많은 해산물과 먹거리들,온갖 상점들이 늘어서 있는 곳이다. 우린 가장 유명하다는 빵집에 들어가 시큼한 빵 속을 파내고 뜨끈한 크램차우더를  채워주는 메뉴로 주린 배를 채웠다. 일단 춥고 배가 고팠기에 코를 박고 맛있게 먹었을 뿐더러 빵까지 알뜰하게 뜯어 먹었다.  

       

 

 

아래 사진들은 부두 근처 선착장에 올라와 쉬고 있는 물개들과 동상이다. 어떤 날엔 저 공간이 빼곡히 채워질만큼 많은 물개들이 엉켜있기도 한다는데 우리가 간 날은 그 수가 적었다.

    

 

 

 

 

날이 무지하게 춥고 바람도 아주 매서웠다. 캘리포니아의 따뜻한 햇살을 기대했건만 6월말임에도 불구 날씨는 여행 내내 좋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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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팔고, 이사짐을 싸고, 이사를 하고, 청소를 하고, INSPECTION을 받고 등등의 과정들은 나에게 많은 것을 남겼다. 우리 둘이 한정된 시간내에 풀어야하는 과제는 대학때 이후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그간 15년 이상을 함께 생활했고,아이라는 공동 관심사도 있었으나 이번 과정처럼 단기간에 가시적인 결과를 끌어내야 하는 과제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그에게 의지하는 맘도 생기고,동지애도 느끼고......

반면,결정적인 순간에 나를 외면하는 그의 습관은 여전하는 것도 다시 확인해야 했다. 간절한 순간마다 뒤돌아서는 이와 함께 산다는 것. 참 쓸쓸한 일인 것 같다. 이런 면역결핍으로 난,마지막 순간까지 그에대한 긴장을 풀지 못할 것이며 그때마다 순간 방전과 허탈은 반복될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강한 에너지원을 찾았다. 나의 결핍에 침묵하고 손내미는 지인이 있어 구태여 날 설명하는 번거로움을 생략할 수 있게 되었으며, 아침 에너지도 나에겐 오랫동안 깊게 각인될 큰 선물로,남은 나의 시간 내~내~ 영향을 끼칠 귀중한 혁신이고 도발이었다.

미국생활....한국에가면 깨어버린 꿈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내 가슴안에 모인 에너지는 절대 휘발되지 않을 것이기에 더욱 다행스럽다.

내일,샌프란시스코로 간다. 샌프란시스코는 60도 중반의 날씨로 꽤 선선하다던데 급격한 날씨 변화에 저질체력의 우리 식구들이 잘 견뎌줄지 모르겠다.  

                                                                                      2010년 6월 말 귀국 약 일주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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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부메의 여름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 손안의책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만만하게 접근했다가 다소 움찔했던 초반부.  

무겁고 두껍게 제시되는 근거들은 과연 상대적으로 얄팍했던 결말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베이스였던가 의구심도 잠시 들고. 하여튼 나같이 설렁설렁 글을 읽는 독자에겐 매끄럽게 흡수할 수 없었던 독서였다. 아마,독서의 밀도가 높지 않아서였는지도 모르겠다. 명성이 주는 기대치가 없었다면 좀 달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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