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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안철수 지음 / 김영사 / 2004년 12월
평점 :
편안한 필체로 전달되는 논리. 사업가로서의 도덕성을 넘어 애국심 방향이다. 오래전 안철수란 이름을 알게 된 순간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안철수 연구소에서 백신을 다운 받는 남편을 향해 정말 공짜냐고 몇 번 반문하고 확인했던 순간. 나를 의아하게 만들었던 주인공이 십여년이 지난 지금 세계적인 인물이 되어 등장했다.
그는 철저한 원칙론자이다. 그는 말한다. 원칙이 원칙으로 힘을 얻는 것은 원칙을 지킬 경우 수반되는 불이익을 감수할 경우라고. 일시적인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고자 한국의 백신시장을 외국에 넘길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원칙이었고 도덕이었다. 그는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실천을 주저하는 도리나 원칙 앞에 흔들림 없는 결단을 내렸고 그 원칙의 힘을 바탕으로 세계적으로 영향력있는 인물이 되었다.
관리자는 단순한 감시자나 감독자가 아니다. 관리자는 조직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고 인력과 자금등의 자원을 적절하게 분배하고 문제 해결이나 개선등을 통해서 조직의 부가가치 창출을 극대화하는 사람이다 p104 부모의 입장에서 난 아이의 부가가치 측면을 간과하고 성적에만 치우친 한 학기를 운영했다. 고득점이 아니라 한국식 학습 방법을 깨우치고,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느긋하게 아이의 변화를 확인시켜 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었는데, 지난 학기엔 분명 순서가 뒤바뀌었고 그래서 결과도 참담했다. 성적이 아니라 아이의 변화와 성취를 부각시키는 일이 우선이었다는 늦은 뉘우침. 자주 한다. 요즘.
그가 지적하는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세계1위의 이면, 진실은 - 우리는 인터넷 망을 설치하고 운영하고 있을 뿐 외국 회사들에게 돈을 벌어주는 거대한 시장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를 구성하고 있는 장비들을 살펴보면 거의 대부분 외국산이며 국내기술로 대체할 수 있는 것도 거의 없다. 장비뿐만 아니다.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도 거의 대부분 외국산이다.
인터넷 사용시간은 세계 최고수준이지만 내용면에서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생성하기 보다는 소비적인 측면이 주류를 차지한다. 채팅,음란물,동영상 교환등 소비하고 즐기는 일이 인터넷 사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정보 보호문제 정보보호 문제에대한 관심과 투자가 소홀한 우리나라는 주요 해킹 경유국가로 부상하게 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p129
그가 정부에 제시하는 바 - 지금은 지식 정보 산업에 대한 지원이나 육성책을 논할 때가 아니라 잘못되거나 비정상적인 환경을 정상적인 상태로 고치는 일이 더 절실한 시점이라는 인식을 해야한다고. 이 말은 또한 효율성 제고및 개선 측면에서 좋은 관리자는 새로운 프로세스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기존의 프로세스를 없애거나 줄여가는 사람이라는 사실과 통한다.
감동적인 일화가 있다. 2003 이라크 전쟁 종군기자 강인선기자가 쓴 글이다. 귀국 여부를 놓고 갈등하는 강기자에게 부대총지위 대령이 한 말 "당신이 여기까지가 나의 한계다 라고 생각하고 돌아간다면 지금 그은 그 선이 평생 당신의 한계가 될 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옳다고 판단하는 일을 하십시오.도와드리겠습니다" 그녀는 '선택할 수 있어서 너무 괴롭다'고 생각했다.p246 원칙을 가지고 스스로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힘들 수는 있지만 불행하지는 않다.p245
책읽기에대한 언급도 있다. 인류가 쌓아 놓은 세상의 모든 지혜는 책 속에 있다고 믿으며,사람이 세상에 남기는 유일한 흔적이 책이라고 믿는다 p252
모든 일이 이런 식이다보니 처음에 한 단계 올라서는 데 남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렸다.그러나 책을 통해서 기본원리를 정확히 익힌 덕분인지 얼마 안가서 가속도가 붙고 남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p253
바둑,컴퓨터 의대공부 등 그가 익히고자 했던 것에 접근하는 방법은 오로지 책,책,이었다. 일단,많은 종류의 책을 읽고 내용을 알고 실전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방법. 안다는 것은 얕지만, 깨달음은 깊은 것이다.
책을 통해 이미 알고 있던 것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고,모르는 세상도 알 수 있고,책을 읽는 사람은 책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라며 책읽기의 유익함과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조직원으로서 필요한 소양이 열거되는 기존의 자기개발서와는 달리 안철수님의 글이 내게 큰 각성과 숙고의 시간을 갖게 해 준 이유는, 그가 실천이 뒤따르는 보편타당한 원칙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긍정적인 자신감과 미소도. 책읽기를 마친 후에도 내게 오랜 시간 큰 파장을 준 즐겁고 긴장어린 책읽기 였다. 편리를 위해 원칙을 슬쩍,살짝 넘나드는 어른이 되지 않기로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