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중반부터 1월 내내 너무나 추운 날씨로 밖에서 뛰지 못하고 단지내 휘트니스에서 런닝머신 위를 뛰었다. 사람 잡는 기계 런닝 머신.운동은 해야겠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매일 들락 거렸다. 외화 채널이 달리는 고통을 분산시켜 준다. 그러던 중 우연히 보게 된 아더와 미니모이 초입부.   

어거스트 러쉬, 찰리와 초코릿 공장을 통해 눈에 익은 주인공. 프레디 하이모어. 휴 그랜트이 조카라는데... 아더가 미니모이의 세계로 들어가는 부분까지 보다가 멈추었는데,뒷부분이 궁금해 검색해서 주문했다. 두 아이들의 반응은 너무나 굉장했다. 이틀간 적어도 5회 이상 본 것 같다. 셀레니아 공주 목소리가 주변 캐릭터에 비해 좀 뜨는 감이 있었다. 마돈나가 더빙했다.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진 않는다. 

감독은 뤽 베송. 레옹,제5원소의 감독.의외다. 메이킹 필름도 신기하고 재미나게 훑어 볼 정도로 이 영화는 이번 겨울 우리 아이들에게 최고의 영상이 되었다.  

 

우연치 않게 이 영화의 주인공도 역시 프레디 하이모어. 1990년생이니까 벌써 21살이다. 큰 아이는 이미 원서로 이 책을 본 상태였다. 미국에 있을 때 영화 제작이 되고 있다고 큰 아이가 말 했었는데,우연히 휘트니스에서 뛰다가 발견하게 되어 바로 주문. 생각보다 짧고 단순했다. 스토리가 책 내용과는 조금 다르게 편집되었다고 큰아이가 말했다. 누나의 머리카락을 침대에 갈래 갈래 묶어 놓은 장면이 책에 그대로 나온다고 책을 가져와서 보여 준다. 정말 똑같다. 원서의 일러스트가 맘에 든다.

 

 

 

방학이 끝났다. 큰 아이는 방학을 무지 아쉬워 한다. 학교 가는 걸 싫어 했다. 미국에선 개학을 손꼽아 기다리던 아이였는데....개학하면 또 다시 학과 공부에 모든 시간을 쓰게 될테니,맘껏 책 보며 뒹구는 자유는 사라질 것이다. 나 또한 개학이 싫다. 나도 함께 큰 아이의 공부를 거들어야 할테니.

류시화님의 지구별 여행자 중, 부처가 아닌 체 하지 말라는 말씀이 최근의 나를 겨냥하고 있다. 담아 두고 생활하자. 나는 부처였다?? 그러니 부처처럼 살아라. 괜한 일에 성질내고 언성 높이는 것은 부처답지 못했다. 지저분하면 그냥 그런대로 못 본 체하면 될 것을 오늘 아침 그리 까칠하게 굴 건 뭔가. 이 책을 읽는 동안만은 간섭없이 평화로웠다. 이제 내재화가 필요하다. 어제 죽은 자처럼 오늘을 살자는 말씀도 다시 상기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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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 - 박완서 산문집
박완서 지음 / 열림원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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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라 보는 선생님의 시선이 너그럽다. 시선마다 배어나오는 감사와 애정의 온화함을 글읽는 이에게 고대로 전해 주신다. 선생님 글이 갖는 힘은 이런 진심들인 것 같다. 자연의 질서와 그 속에 깃듯 일상을 향한 감사와 애정. 결핍을 문제삼지 않으니 그 부족함을 메우려는 치열한 시도가 자연스레 접힌다. 더불어 결핍 대신 내가 쥐고 있는 것들에 시선을 돌리니 이젠 나도 나눠야할 의무감을 가질만큼 자랐다는 걸 깨닫는다. 

우연하게도 내가 막 이 책을 덮었을 때 선생님의 부고를 들었다. 마침 토요일 저녁이어서 아이들과 애들 아빠가 모두 함께 있었다. 뉴스를 통해 그 소식을 듣고 아이들 앞에서 엉엉 울었다. 작은 아이는 내게 달려 들며 아는 친구냐고 물으며 엄마를 따라 함께 울어 준다. 다음날 뉴스에서도 작은 아이와 난 또 울었다.  

이 구절을 읽는 순간 세상이 정지된 듯. 마비된 듯. 했었는데...  

익은 과일이 떨어지듯이 혹은 누군가가 거두듯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죽고 싶다.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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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9일  

빨리 음악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재수는 피해야만 했다. 동기부여가 확실했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공부했고 내 눈에는 수험이라는 두 글자밖에 보이지 않았다. 목표가 생기면 안간의 잠재력은 강해진다. 음악은 가까운 미래를 위해 살짝 닫아 둔다는 느낌이라서,악기 연주도 거의 하지 않았다. 즐거움을 미뤄두는 감각에 가까웠는지도 모른다. p47
다채롭고 화려한 변화의 인생을 걸어오신 분 같다. 너무나 비범하여 대단하다는 생각만 했다. 그러나,그가 겪은 끊임없는 표면적인 변화들이 시간적 순서로 열거되는 글을 읽자니 명함 뒷면에 약력을 읽는 듯 심심했다. 

 

***12월 15일  

지난 토요일 작은아이의 유치원에서 음악회가 있었다. 학예회같은 연중 행사인 것같았다. 5세,6세,7세 세 반 아이들이 번갈아 가며 무대에 나와 리코더,영어연극,난타,사물놀이,리듬악기등 각 반에서 각  네가지 아이템씩 발표했다. 큰아이 때도 유치원 학예회를 경험한적이 있었다. 그 당시엔 별 생각 없이 관람했다. 그러나 이번엔 한마디로 좀 거북했다. ..... 변한 건 나다.

각 반 25명 정도의 아이들이 삼열 횡대로 길게 열을 지어 무대에 올라 발표를 한다.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다. 턱을 한 껏 들어 핏대를 세워 자기 차례에 입을 활짝 벌려 소리를 낸다. 안쓰러웠다. 어두워지는 미소끝을 나 스스로도 느꼈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무표정의 작은 사람들. 긴장해서였을까. 아이들에게 이 발표회는 어떤 의미를 줬을까? 성취감? 즐거웠을까?  

  

***12월 17일  

온화한 눈이 내린다. 기분 좋은 눈이다. 아침에 작은 아이 유치원을 데려다 주면서 걸어 나간 주차장 출구는 겨울의 나니아를 향한 입구였다. 상상을 향해 걸어 들어가는 신비로운 감동을 선물 받은 기분 좋은,눈오는 오늘이다. 창밖을 자꾸 힐끔거린다. 눈이 얌전하고도 여전하게 내리고 있다. 안심한다. 

 

***12월23일 

자주 들러 요리정보도 얻고 공동 구매에도 심심치 않게 참여하는 블로그가 있다. 문성실님의 블로그인데,오늘 그녀가 좋은 실천을 한다는 포스팅을 올렸다. 힘든 아이들을 도와 주자는 취지의 모금인데, 모인 성금만큼 문성실님 개인적으로 그 만큼의 성금을 보태어 기부를 한다는 것이다. 맥시멈 천만원. 대단하다. 아무리 유명한 블로거라도 넉넉치 않은 가정주부일텐데 천만원 정도의 기부를 결심하다니. 그래서 더욱 굉장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와 비슷한 연배로 비슷한 규모의 살림을 꾸리면서 기부를 실천한 경우라, 나눔이란 말이 어울리는,누군가의 몇 억보다 가치있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는 주변에 박경철님, 박원순 변호사등 기부하는 이들을 보며,언젠가 자신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고 한다. 대화는 커녕,댓글 한 번 달아본 적없는 그녀의 블로그,포스팅으로만 만난 그녀는 서글서글하고 인심 좋은 동네 친구처럼 항상 반갑다.

외국의 기부문화를 부러워하면서 나도 적게나마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사실 많이 했었다. 하지만 모아진 기부금이 엉뚱한 쪽 배만 불리거나,흐지부지 녹아없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불신으로 쓸데 없는 짓하지 말자 쪽으로 주저 앉아 있는 편이었다. 투명한 기부가 가능할 수 있는 경로가 생겨 나와같이 마음은 있지만 의심 많은 소심인들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뿌듯함을 ,그런 행복의 기회를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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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안철수 지음 / 김영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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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필체로 전달되는 논리. 사업가로서의 도덕성을 넘어 애국심 방향이다. 오래전 안철수란 이름을 알게 된 순간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안철수 연구소에서 백신을 다운 받는 남편을 향해 정말 공짜냐고 몇 번 반문하고 확인했던 순간. 나를 의아하게 만들었던 주인공이 십여년이 지난 지금 세계적인 인물이 되어 등장했다.

그는 철저한 원칙론자이다. 그는 말한다. 원칙이 원칙으로 힘을 얻는 것은 원칙을 지킬 경우 수반되는 불이익을 감수할 경우라고. 일시적인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고자  한국의 백신시장을 외국에 넘길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원칙이었고 도덕이었다. 그는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실천을 주저하는 도리나 원칙 앞에 흔들림 없는 결단을 내렸고 그 원칙의 힘을 바탕으로 세계적으로 영향력있는 인물이 되었다.  

관리자는 단순한 감시자나 감독자가 아니다. 관리자는 조직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고 인력과 자금등의 자원을 적절하게 분배하고 문제 해결이나 개선등을 통해서 조직의 부가가치 창출을 극대화하는 사람이다 p104  부모의 입장에서 난 아이의 부가가치 측면을 간과하고 성적에만 치우친 한 학기를 운영했다. 고득점이 아니라 한국식 학습 방법을 깨우치고,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느긋하게 아이의 변화를 확인시켜 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었는데, 지난 학기엔 분명 순서가 뒤바뀌었고 그래서 결과도 참담했다. 성적이 아니라 아이의 변화와 성취를 부각시키는 일이 우선이었다는 늦은 뉘우침. 자주 한다. 요즘. 

그가 지적하는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세계1위의 이면, 진실은 - 우리는 인터넷 망을 설치하고 운영하고 있을 뿐 외국 회사들에게 돈을 벌어주는 거대한 시장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를 구성하고 있는 장비들을 살펴보면 거의 대부분 외국산이며 국내기술로 대체할 수 있는 것도 거의 없다. 장비뿐만 아니다.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도 거의 대부분 외국산이다.  

인터넷 사용시간은 세계 최고수준이지만 내용면에서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생성하기 보다는 소비적인 측면이 주류를 차지한다. 채팅,음란물,동영상 교환등 소비하고 즐기는 일이 인터넷 사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정보 보호문제 정보보호 문제에대한 관심과 투자가 소홀한 우리나라는 주요 해킹 경유국가로 부상하게 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p129 

그가 정부에 제시하는 바 - 지금은 지식 정보 산업에 대한 지원이나 육성책을 논할 때가 아니라 잘못되거나 비정상적인 환경을 정상적인 상태로 고치는 일이 더 절실한 시점이라는 인식을 해야한다고. 이 말은 또한 효율성 제고및 개선 측면에서 좋은 관리자는 새로운 프로세스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기존의 프로세스를 없애거나 줄여가는 사람이라는 사실과 통한다.    

감동적인 일화가 있다. 2003 이라크 전쟁 종군기자 강인선기자가 쓴 글이다. 귀국 여부를 놓고 갈등하는 강기자에게 부대총지위 대령이 한 말 "당신이 여기까지가 나의 한계다 라고 생각하고 돌아간다면 지금 그은 그 선이 평생 당신의 한계가 될 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옳다고 판단하는 일을 하십시오.도와드리겠습니다" 그녀는 '선택할 수 있어서 너무 괴롭다'고 생각했다.p246  원칙을 가지고 스스로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힘들 수는 있지만 불행하지는 않다.p245 

책읽기에대한 언급도 있다. 인류가 쌓아 놓은 세상의 모든 지혜는 책 속에 있다고 믿으며,사람이 세상에 남기는 유일한 흔적이 책이라고 믿는다 p252   

모든 일이 이런 식이다보니 처음에 한 단계 올라서는 데 남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렸다.그러나 책을 통해서 기본원리를 정확히 익힌 덕분인지 얼마 안가서 가속도가 붙고 남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p253   

바둑,컴퓨터 의대공부 등 그가 익히고자 했던 것에 접근하는 방법은 오로지 책,책,이었다. 일단,많은 종류의 책을 읽고 내용을 알고 실전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방법. 안다는 것은 얕지만, 깨달음은 깊은 것이다.

책을 통해 이미 알고 있던 것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고,모르는 세상도 알 수 있고,책을 읽는 사람은 책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라며 책읽기의 유익함과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조직원으로서 필요한 소양이 열거되는 기존의 자기개발서와는 달리 안철수님의 글이 내게 큰 각성과 숙고의 시간을 갖게 해 준 이유는, 그가 실천이 뒤따르는 보편타당한 원칙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긍정적인 자신감과 미소도. 책읽기를 마친 후에도 내게 오랜 시간 큰 파장을 준 즐겁고 긴장어린 책읽기 였다. 편리를 위해 원칙을 슬쩍,살짝 넘나드는 어른이 되지 않기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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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 김선주 세상 이야기
김선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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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보는 시각을 갖고 있는 그녀가 부럽고 근사하다. 멋지다..기자라는 직업때문에 생긴 통찰은 아닐 것이다. 내 몸뚱이 하나 통제 못하며 편협한 경계를 만들고 사는 내가 부끄럽다.  일상에서 시작하여,사회,경제 종교,국제,정치 등 전반에 걸친 끊임없는 문제의식과 모색. 비겁하게는 살지언정 쪽팔리게는 살지 말자는 털털한 그녀의 좌우명조차 근사해보인다 .  

이라크 목격이 자행된 다음 날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리근 차석대사를 조지 워싱턴 대 이창주 교수가 인터뷰한 기사가 <한계레21>에 실렸다. "금창리 지하시설이 핵과 관련이 없다면 왜 당당하게 공개하지 않는가. 그리고 왜 사찰 조건으로 3억 달러를 요구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답변한다. "어떻게 적대 국가가 몸수색을 요구하는데 대가를 받지 않는다는 말인가" 

이라크나 북한데 핵시설과 화학무기 공장이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나 자존심이 있는 주권국가로서 몸수색을 핑계로 속옷까지 벗으라는 다른 나라의 요구를 받아 들일 수 없다고 말하는 태도는,비록 벼랑 외교라는 비판을 받을지언정 우리 사회의 주눅 든 모습보다는 당당해 보인다. p134 

연극의 마지막에 30년 동안 벽 속에 갇혀서 산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장면이 있다. 기독교 신자인 어머니가 목사를 불러서 아버지에게 하나님을 받아들이라고 재촉한다. 목사가 '형제님,하나님을 받아들이세요.하나님을 믿으시'라고 채근했지만 아버지는 '나는 인간의 사랑을 믿습니다. 그뿐입니다. 인간의 사랑에 하나님의 사랑이 나타나는 겁니다' 하고는 끝내 묵묵부답이었다. 아버지는 미소를 지으며 '나는 하나님한테 용서를 구하지 않아. 사람들...당신한테 용서를 구할 뿐이지'하며 아내에게 '용서해줘'라고 말하고 죽는다.p342  2006년 8월 리영희 선생과 함께 관람한 연극의 내용

1990년대 초반부터 2010년 현재까지 사회,경제,종교,국제,정치에 닿아 있는 그녀의 비판과 대안,사고가 엮여 있다. 문장보다 내용이 먼저 가슴에 당도한다. 큼지막한 사건에대한 그녀만의 사고. 그녀와 연을 대고 있는 유명 인사들을 더불어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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