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오랜만에  찾아온 이 공간.

항상 신경의 한 끝은 이 곳을 향해 있었지만

누가 보아도 거미줄 앉은 방치된 서재.

하지만 있었다.그저 그 곳에.

 

살면 살 수록 사람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범위는 점점 좁아지는 것 같다.

만난다기보다 스치는 관계들.

점점 혼자만의 시간이 늘고,그런 변화에 별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두려움도 없지만 설렘도 없는.일.상.

그러다가 일상이 한 번씩 넘어진다.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이 주는 긴장.

그 초조함을 맘껏 누리고 싶다.

 

대상이 있다는 전제는 날 점검하는 기회를

오래전의 나를 경험하는 시간을.

 

목표한 코스를 다 달리고 난 후 맞는 희열처럼.

늘 손 닿는 곳에 놓여있는 책처럼.

그런 에너지가 다가 왔다.

긍정적으로 증폭 시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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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고 난 학교로부터 두 통의 전화를 받았다. 물론 맘 아픈 통화였다.  

작은 아이는 한국에서 유치원 한 학기를 다니고 올 초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유치원을 다니면서 가기 싫다는 말은 종종 했었다. 유치원에선 공부만 하기 때문이고,자신은 친구들만큼 글자도 모르고 셈도 잘 못하는 것이 그 이유였다. 남들보다 못하는게 있다는 것이 괴로웠나 보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도 별 문제는 없었다. 5월경 선생님과 말씀을 나눌 당시에 '모든 아이들이 **처럼만 하면 좋지요'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작은 아이가 위태롭다고 보았지만,남들은 야무지고 똘똘하다고 보았다. 

첫 번째 전화. 작은 아이가 다른 친구의 스티커를 떼어서 자신의 스티커 판에다 붙였다. 부끄러웠다. 아이들이 스티커를 많이 붙이고 싶어하는 맘은 이해하지만 이런 행동은 당연 문제 삼을 수 있었다. 아이를 혼냈다. 매를 들지는 않았다. 몰래 하는 행동은 좋지 않다고,맘이 두근 거리고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행동은 하면 안되는 거라고 분명히 거듭 일렀다.

두 번째 전화. 작은 아이가 급식 시간에 김치를 바닥에 버렸다. 순간,지난 달 급식왕은19번을 다 먹은 A이고,내 아이이는 17번을 다 먹었다는 메모가 떠올랐다. 그 메모에는 이번달 발표왕은 20번을 발표한 B이고 내 아이는 8번을 발표했다는 내용이 한 줄 더 있었다. 무섭다.

두 번의 문제 행동 원인은 스티커였고, 두 번 다 몰래 한 짓이었다. 이번에는 매를 들었다. 아이를 체벌하면 아이는 스스로의 죄값을 치렀다고 여기기 때문에 죄를 뉘우치지 않을 수 있다는 조언을 받아들여 체벌을 안했는데 내 아이에겐 아직 일렀나 싶다. 내가 먼저 나를 때리고,아이도 때렸다. 우리 둘은 많이 울었다.  

그날 아이의 일기장에는  "엄마가 무섭다. 아이들이 많이 모여있고 어른이 아이들을 돌보는 곳(고아원을 설명하는 말인 듯)에 가서 살고 싶다. 내 마음을 너무 슬프다. 너무 속상하다. 너무 속상해서 울고 있다. 계속 계속 울고 있다. 아빠가 올 때까지 울거 같다. 어린이집에 가면 엄마 아빠 언니 고슴도치를 못 볼 거다. 너무 속상해!" 라고 써 있었다.
 

스티커는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결과물,성과,태도등에 적용되며 지급된다. 다수의 인원을 한 방향으로 이끌기위한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보인다. 하지만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면 잘한다고 해서 항상 스티커를 받을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한 아이에게 집중되면 안되기때문에 골고루 나눠주는 개념으로 말씀하셨다. 그래서 아이는 혼란스러웠을까? 어떤 상황이 스티커를 가져오는지 그 기준을 파악하지 못해서? 

스티커를 간절히 원하지만 '골고루'라는 기준으로 배분되는 시스템에서 아이는 자신의 노력이 무력해지는 상황과 자주 마주했으며 그 지점에서 '상'이 주는 성취보다 상실을 먼저 감지했고,경쟁을 알고,불필요한 패배도 경험했나 보다.   

미국의 자유로운 교육환경에서 너무 갑작스레 경쟁을 유도하는 무리에 노출되었기 때문에 나타난 반응일까? 아이는 기질적으로 뭐든 잘해내고픈 욕구로 팽창되어 있었다. 하지만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스티커.그것을 갖기 위해 도덕이 결여된 편법을 선택했다. 아이의 세상은 스티커에 매몰되어 있었다.     

두 번의 전화 후.다음날. 그림일기에 남기신 선생님의 메모. 스티커 받기 위해 열심히 하기보다는 즐겁게 하라는 내용. 메모 끝에,나는 발견하지 못한 하트 속 일기왕이란 글자. 아이가 보더니 고성을 지르며 두 팔을 위로 치켜 들고  

아이 :  "와! 일기왕이다. 스티커 받는다" ,  

나     : "....................."

교실은 내가 상상치 못했던 갖가지 아이템에 스티커가 걸려 있었다. 사실 적잖이 놀랐었다. 왜 아이들을 이렇게 줄을 세울까. 일등부터 꼴등까지는 아니어도,누락을 눈치 챈 소수의 아이들은 상실을 반복 경험해야 한다. 그야말로 경험할 필요없는 패배를 학습당하고 있었다. 교실은 모든 행동,성과 하나 하나가 스티커의 갯수로 낱낱이 평가되고 있다. 그것도 명확한 기준이 있는 방식이 아닌 다수를 위한 '골고루'에 의해.  

스티커 시스템은 행동 교정에만 사용되어야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노력이 요구되는 성과나 성취에 들이대는 스티커엔, 1학년 아이에게 극복하라고 강요할 수 없는 가혹한 부작용이 있다. 스티커 시스템하에 다수의 아이는 시스템의 취지대로 올바른 행동을 강화해 가고 있다. 하지만 내 아이는 개인적인 기질과 맞물려 그 시스템이 의도하지 않았던 부작용에 노출되었다. 스티커의 (골고루) 평등 원칙을 아이에게 이해 시키고 아이가 그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좀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평등보다는 공정!인데....

내 아이를 두둔하거나 거듭되는 문제 행동을 정당화 하고자 함이 아니다. 아이 행동의 원인을 따라가다 보니 아이의 반응이 이해는 된다'뿐이다. 화와 실망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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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it 2012-07-12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어린 시절부터 조화와 협동이 아닌 경쟁으로 내모는 교육 시스템, 스티커에도 이런 비밀이 숨어 있었군요. 행동교정에만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AppleGreen 2012-07-13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이 글 이후 벌써 작은 아이가 일 년이나 성장했네요.
 

 

벌써 귀국한지 일 년여가 되어 간다. 작년 이맘때 우린 이사짐을 한국으로 부치고 여행 보따리 둘레둘레 메고 아파트 생활을 했었는데. 그런 시간들을 내가 진정 통과했었는지 도무지 실감이 안난다. 미국생활하면서 주말마다 우리식구는 쌀국수,멕시칸 레스토랑,BBQ 레스토랑,이탈리안 레스토랑에 출근도장을 찍었더랬다. 아이들이 쌀국수를 특히나 좋아했었는데 한국 귀국후 한 번도 쌀국수 먹으러 데리고 나간 적이 없었다. 내가 워낙 음식에 모험하는 것을 기피하는 인간이라 검증되지 않은 곳에 가서 실패의 쓴맛을 보는 것은 최대한 피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우연히 주부들이 많이 가입하는 카페에서 우리 동네 맛있는 쌀국수집을 하나 알게 되었다. 유명한 체인점으로 일반적인 평가가 좋았다. 그래서 별 망설임과 두려움을 가질 필요 없이 기세등등하게 우리 식구들을 끌고 입장.

쌀국수3개와 칠리해물볶음 1개를 주문했다. 쌀국수의 맛은 우리가 먹던 그 맛과 동일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용하는 소스가 동일하기 때문에 국물의 농도차가 있으면 모를까 맛이 다르진 않을 것이다. 문제는 내가 주문한 칠리해물볶음. 메뉴 사진에 그득하던 해물은?   칼집 넣은 오징어 4개와 약간 말라서 단단한 듯한 칵테일 새우 딱 2개를 기름에 말다시피한 칠리밥을 둥글게 모양낸 위에 장식으로 혹은 눈속임으로 슬쩍 올려 놓았다. 괴씸. 밥 위에 널어 놓은 해물6개 외에 밥을 아무리 휘저어도 해물은 없었다. 쌀국수와 더불어 나오는 숙주와 양파로 볶은 칠리볶음밥이라고 메뉴명을 변경하는 것이 마땅하다.

음식을 남기다니.내가 음식을 남기고 일어섰던 적이 있었던가? 기억나지 않는다. 차라리 쌀국수를 시킬 것을. 내가 시킨 칠리해물볶음밥은 11000원으로 쌀국수 8500원보다 비쌌건만...계산하면서 클레임을 걸고 싶었지만,내 깜냥으론 터무니 없는 짓. 그저 다시 찾지 않겠다는 소극적인 저항으로 내 의사를 표시하기로 다짐.

이윤을 음식재료에서 내려고 하다니...음식재료를 남길려고 매상을 날리는 어리석은 계산으로 어찌 먹거리 천지인 요즘 경쟁에서 살아 남을까.안타깝다.

어느 맛집이든 맛이 평준화 되어가는 상황에 사람들을 일부러 다시 찾아 오도록 만드는 힘은 내 판단으론 서비스와 후한 인심인 것 같다. 고객들이 그 집에서 인색함을 감지하게 방치하는 것은 자멸을 자초하는 짓이건만. 이번에 나의 실패한 선택은 간만에 남기는 몇 줄 메모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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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시절 삼 사십대를 살고 있는 이들은 주변을 섭렵한 깊이를 가진 어른들이라고 짐작했었다. 어른들은 다양한 문제들 앞에 놀랄만한 해결 능력을 갖고 있었으며 별 힘들이지 않고 상황을 풀어 나가는 이들이었다. 그들에게 겁나는 건 없어 보였다. 짓눌렸으나 방통한 재주를 가진 연령.나로서는 한참 더 가야 만날 수 있는 세월의 시점이라 생각했었다. 

헌데 내 나이 마흔 하나. 올려 보던 그 시간을 지나고 있으나 정작 나는 어렸을 때와 별 차이 없이 모든 문제들이  여전히 생소하고 무자비하기까지 하다. 겁없이 결단할 수 있는 배짱도, 긴장하지 않을 산전수전 능란한 경험도 없었고,문제들 앞에 부화뇌동 않을 단단한 철학을 소유하지도 못했다.  

그저 나이만 먹었을 뿐 불확실한 현실 앞에 허둥대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나 세상 이치를 이해하는 해박함따윈 나이와 함께 딸려오는 것이 아니었다. 하고 싶은 것이 뭔지 모르는 그냥 심심한 나이였다.  하지만 우리 큰아이 일기장에서 난 보았다. 우리 아이는 날 대통령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우리집 대통령 엄마. 날 절대권력자라 판단한 것 같다. 내가 어릴적 나의 엄마에게 느꼈던 외경과 불합리를 내 아이도 내게 느끼고 있나 보다.

새벽녘에 들리던 마른 기침 속에 연탄 가는 소리. 찬바람만 불면 쩍쩍 터지던 엄마의 손끝. 부엌 부뚜막에 엎드려 새우깡을 만들어 튀기는 재주를 뽐내시던 엄마의 등판, 소란없이 이사짐을 싸고 풀던 엄마. 나는 이제 내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 있지만 나의 엄마처럼 난 듬직하지도 피곤을 모르는 사람도 아니다.

가장 빛나는 나이. 지금. 사십대. 언제나 나는 내가 누리고 있는 이 시간대가 내게 가장 반짝이는 나이라고 여기며 살아왔다. 어디 일상이 항상 입이 찢어지게 행복한 날의 연속이겠는가. 사고 없이,무탈한 일상이 행복의 다른 이름이란 걸,그 엄청난 의미를 간과하지 말자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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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기본적으로 부란 자기 발전적이고 자기 팽창적이며 자기 방어적이다. 또 부는 원심력이 아닌 구심력을 발휘해서 주변의 재화를 빨아들이고 불가사리처럼 팽창한다. 이것은 우리가 그토록 훔쳐보고 싶어하는 부자의 투자습관이나 안목,투자논리가 있어서가 아니라 부의 속성이 그런 것이다. p51 

부자들은 주식광풍,투기 열풍에 부화뇌동하지 않는다. 그들은 적정수준 이상의 수익을 확보했다고 판단되면 미련없이 시장에서 발을 빼고,다른 사람들이 그 시장에서 얼마나 큰 수익을 올렸는지에 대해서는 철저히 무관심하다. p55  

누구나 알고 있는 정보를 중심으로 투자에 이용한다면 실패하기 쉽지만,같은 정보를 두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지를 예측하는 자료로 삼는다면 대단히 현명한 투자자다. p125 

주식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가장 쉽게 가는 길은 평균에 서는 것이다. 성장과 가치라는 양 극단에 매몰될 필요도 없고 가격 상승의 평균을 그대로 취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만났다 헤어지는 가격의 흐름에서 '지금'이 지배하는 시장의 논리를 간파하고 그것보다 우위에서 바라보는 직관을 가지는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런 수준의 안목을 가진 현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p270

재테크는 처음에는 벌기위해 나중에는 만회하기 위해 하는 어리석은 게임이다. p297 

기억하라.투자는 자산을 고정시켜두고 그것에서 발생하는 이율로 투자하는 것이다. 그것은 당신이 살아 남기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안전자산을 확보한 다음 나머지로 더 큰 부자의 꿈을 꾸어 보는 것이지 당신이 가진 모든 것을 올인하는 것은 아니다. p300   

당신이 일용할 양식이라는 일차적 목표가 절박하면 할수록 스스로의 본업에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성취를 이루어 나가야 하고 재테크란 그러한 전제에서 당신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p371

당신이 부를 꿈꾼다면 수익보다 리스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자산 관리에서의 포트폴리오는 위험을 분산하다는 뜻이지 수익의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다...부자가 아닐수록 자산 규모가 작을 수록 위험관리에  충실해야 한다. p314 

주식 시장에 종종 참여한 적은 있었다. 대체로 너도 나도 뛰어 들었던 상승장에 들어 갔기 때문에 운좋게 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 이런 근본이 건강치 못했던 실적을 내세워 내가 이쪽에 소질이 있나? 잠깐 으쓱한 시점도 있었다. 하지만 거래가 거듭될 수록 가파른 하락을 경험하면서 나의 현재를 파악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저자는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패가망신한 이들을 수없이 거론하며 시장 참여 의욕을 무참히 꺾는다. 잉여 자본이 아닌 생존 자본으로,혹은 적은 자본으로 단기간에 대박을 꿈꾸는 이들이 감당해야만 하는 리스크의 크기를 간과하지 말라고 지나치게 반복한다. 그의 경고는 본격적으로 시장에 들어가려는 지금의 내게 현실적이고 진정성 있는 충고로 받아들여졌다.   

시장에 들어가는 이들은 무엇보다 강한 정신 단련이 필요함을,하지만 그 단련이란 하락을 몸으로 받아냈던 이들이게 서서히 가능해짐을, 이 역시 경험만을 통해 터득하게 된다. 출렁이는 시장에 흔들리지 않는 소신과 철학, 더디고 더딘 시장을 인내하는 과정을 통과하면 시장은 평범한 서민들에게도 기회의 문이 될 것 같다.

경험을 바탕으로한 직관을 세우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며, 난, 때 늦게 겁없는 도전을 하고자 한다. 작가의 조언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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