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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의 3년여의 기간. 지극히 한정된 사람만 접촉할 수 있는 좁은 관계망이 오히려 외부 스케줄에 과민한 내겐 더할 나위없이 적정한 범위였다. 난 이미 약속 없는 요일들이 만들어주는 진정제에 중증으로 중독된 인간이었다. 한 달에 몇 번 느닷없이 생기는 약속은 배경없는 평화로운 내 풍경 위에 함부로 부려지는 바위덩이처럼 무례한 존재같았으니까....... 내  판단으로도 난 정상 범위 바깥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숨막히게 편협된 사고를 가진 나,내가 한국 귀국이 눈앞으로 다가 오면서 의외의 결심을 했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 보자. 두둥~~  

방어적 시각을 버리고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보니 보였다. 힘들다는 것. 사람을 목적으로 사람을 만나며 그런 순수한 만남을 지속하는 것이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것. 만남은 많이 있다. 하지만 그 만남에는 필요한 것이 있었다. 이해 관계.  그마저도 아슬아슬하여 외부조건의 변화로 시효가 끝나면 두 번 돌아볼 것도 없이 즉각 해산되는. 보인다. 차갑다

아줌마들과의 약속이 끊길 날 없는 스케줄표를 휘날리는 지인이 이젠 우러러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내 처지가 초라함을 벗은 듯하다. 지인들은 만남에서 에너지를 얻는 대다수에 속할 것이다. 뛰어난 능력이다. 하지만 나란 인간에게 사람만남은 풍요로움 대신 일단 허기를 남겼다. 배고프다. 고추장에 비빈 뜨거운 냄비밥 뚝딱 치워야겠다. 뒤져보니 오이 고추가 있다. 스마일.

**** 

하루 8K-9K정도 뛴다. 어깨 들썩이며 숨을 몰아 쉰다. 코끝을 타고 떨어지는 땀 방울 그 중력의 맛이 현재 내겐 에너지다. 책 마지막장을 덮는 순간과 동질의 희열 에너지. 자존감  충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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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셉션 포인트> 1.2.  댄브라운의 첫작품이다. 과학과 정치권이 결탁해서 세계를 상대로 사기를 도모한 내용인데,작가의 해박한 과학적 지식이 망라되어있다. 그러나 다빈치코드나 천사와 악마등에 사용된 종교라는 일반적인 소재가 오히려 내겐 더 그럴듯하고 흥미로웠다. 디셉션 포인트엔 NASA와 백악관, 혜성,화석,북극,첨단 무기등 재료는 다양했으나 느슨한 구성과 평면적인 스토리면에서 아쉬움이 남는 글이었다. 

  

<대유괴> 덴도 신의 장편소설이다. 82세 부자 할머니가 어리버리한 삼인조 유괴단에 납치 당했으나,결국 납치라는 상황을 할머니 본인이 주도하며 기막힌 기회로 전환시킨다는 건조한 문체의 글.마냥 길게만 느껴졌던 글로  내 노트에 메모한 줄 없이 허탈감만을 남긴 책읽기였다. 

 

  

<외딴집> 1.2.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이라 내심 기대를 걸었던 작품이었는데 너무나 허전했다. 에도시대라는 시대적 배경이 걸림돌이었을까, 선명하지 못한 인물들의 서술 시점탓이었을까,파도나 잔물결 하나 없다...흐르기는 하지만,그 속조차 들여다보이지 않는 탁한 강줄기를 보고 있는 듯이 읽는 내내 답답한 기분이었다. 미야베 미유키의 글에서 느꼈던 그 속도감이나 치밀한 스토리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내 머릿속의 개들>제 11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이상운 장편소설이라고 큼지막하게 써 있었다. 책 뒷면에 박완서님의 "현란하고 부박한 우리 사회의 온갖 기호들이 다 들어있다....작지만 단단한 보석을 쓰레기 갈피에 숨겨 놓고 독자를 끌고 가는 솜씨는 신인답지 않게 노회하기까지 하다"라는 말씀을 보고 갈피에 숨겨있는 보석을 찾고자 내심 흐믓하게 책을 시작. 찾지 못한 보석때문에 씁쓸한 맘으로 본전은 뽑아보자는 심정으로 책 마지막 한 글자까지 박박 긁어 봤다. 박완서님의 논평이 참으로 후하시고 나와는 평가기준이 좀 다르다는 판단을 내리려는 찬라. 박완서님의 메안 심사평 발견.    "...이런 의구심때문에 이 작품이 호감을 못가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작품이 다수결에 의해 당선작이 되고 보니 심사평을 쓰기 위해서라도 왜 재미있게 읽었을까를 설명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이럴 수도 있는 거구나. 내 뒤통수를 친 사람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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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게 될 모든 이들을 생각하면 설레이고,겁도 난다
아니나 다를까,귀국 첫날부터 갈등과 선택이 날 기다리고 있으니,  

한국 귀국을 준비하는 짧은 과정이, 지난 3년여를 순식간에 밀어 낸다.
잠깐 접었다 편 종이쪽마냥 지난 3년이, 3차원의 다른 시공이었나 싶게 비현실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여행은 돌아갈 곳이 있기에 즐겁다던가.
당분간 여행은 그만하고 싶다. 하지만, 와이키키는 싫증날 때까지 쉬러 다시 오고 싶긴 하다. 하루 네 시간 이상씩 해변에서 놀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만족시키진 못했다.

우리 가족은 마지막 과제였던 샌프란시스코와 하와이를 찍고 드디어 제 자리로 돌아간다.
한 달 넘는 집 밖 생활이 남긴 것. 일상에대한 그리움.
 

 *** *** *** ***


여러가지 우여곡절을 겪으며 가전제품들과 가구를 하나씩 들이고 있다.
일상이었다면 판단과 결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을 큼직한 일들이 단시간에 휘몰아치듯이 지나간다. 그래서인지 사소한 문제들이 따랐다. 허나 무난하게 잘 해결된다. 좋은 징조로 받아들이고 싶다.

미국에 처음 도착해서 느꼈던 문화적 충격을,귀국해서 고스란히 한국으로부터 되돌려 받고 있다.그로인해 생기는 이질감들이 꽤 껄끄럽고 생소하다. 그러나 곧 내 민족의 거친 태도들은 나 자신임을 상기했다. 그래도 미국서 익힌 미소는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아직은 습관처럼 인사와 미소가 나로부터 넘친다.  

 
s엄마하고는 늦은 저녁에 놀이터에서 종종 데이트 한다.
저녁 먹고 선선한 바람 불거나 느즈막히, 문자 따닥 찍어 슬러퍼 살살 끌고 나가 만날 수 있는 지인이 있어 너무나 행복하다. 오래 전부터 꿈꾸던 로망중 하나였다. 번거로운 약속없이 언제든 맘만 먹으면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지척에 살았으면 하는 바람... 워낙 다채로운 스케줄을 갖고 있는 s엄마는 선뜻 응해준다. 난 해해거리며 튀~ 나간다.
최근,내 소중한 모퉁이에 누가 있는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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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환상적인 섬. 그 명성을 확인.  

한국 귀국에 촛점이 맞췄기에 내겐 이번 귀국여행은 그저 번거로운 일정으로 홀대되어 아무런 기대가 없었던 피곤한 여행일뿐이었다. 귀국하는 이들이 다 간다니까 우리도 그냥 귀국하기 허전해 들러보자는 구색맞추기요,학점 채우기 위해 수강해야하는 교양과목 정도. 이사짐을 한 달 전에 미리 보내고 이민가방과 트렁크 3개로 근 한 달을 이미 견뎠던 우리 가족은 소속감없는 바깥생활에 지칠대로 지쳐 어서 귀국해 내 집에 들어가 안정된 생활공간과 시간을 갖고 싶다는 바람뿐이었다.  

허나 하와이는 우리에게 미국에서의 마지막 추억을,귀중한 기억을 남겼다. 여러개의 거대한 섬으로 이루져있는 하와이. 자연의 순수한 아름다움과 진정한 휴양을 위해선 마우이 섬으로 가야했지만 일정이 짧은 우리 가족은 가장 유명한 와이키키 해변이 있는 오아우 섬을 선택했다. 그곳도 충분히 우리에겐 아름다웠다.   

호놀룰룰 공항 도착. 와이키키 중심 호텔들은 침대 두 개 겨울 들어갈 정도의 좁은 룸들이고 오래되어 많이 낡았다는 리뷰들이 많았다. 그래서 우리들은 중심에서 벗어난 곳에 리조트형 호텔을 선택했는데 반짝 세일을 잡아 120불 정도에 예약한 호텔은 full kitchen을 갖추고 있었고 샌프란시스코 호텔 룸 넓이의 3배가 넘는 깨끗한 룸이었다. 이런걸 대박이라고 하던가. ^^ 

일단 늦은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고 와이키키 해변으로 뛰어 해 질때까지 놀았는데 아이들은 지칠줄 모르고 뛰며 첨벙댔다. 모래 사장의 경사가 완만하고 모래도 고와 아이들 놀기에 너무나 좋고,물도 너무나 깨끗했다. 

다음날은 버스를 타고 하나우마 베이에 가서 스노우 쿨링을 했다. 아래 사진 3인 뒤로 보이는 곳이 하나우마 베이인데,물 속을 들여다 보면 물고기들이 보일만큼 물이 깨끗하고 수중생물들이 많은 아름다운 만이었다. 헌데 짱짱하던 하늘에 갑자기 굵은 비가 쏟아져 2시간 정도만에 철수해서 다시 와이키키로 가 어두워질때까지 놀았다. 일정 내내 해변에서 우린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아이들을 항상 아쉬워했다.

다음날은 렌트를 해서 섬 외곽으로 멀리 나가 보았다. 드라이브 하다가 맘에 드는 해변을 발견하면 내려서 놀고,서핑하는 사람들도 구경하고,직거래 재래장에 내려 코코넛에 빨대 꽂아 빨아 보고,유명하다는 새우 트럭을 찾아 새우 요리도 한 접시씩 먹고,Dole 파인애플 농장에 가서 파인애플 아이스크림도 맛보았다. 달지 않고 굉장히 맛있었다. 이 날은 폴리네시안 민속촌에 가고 싶었는데 렌트카 일정과 폴리네시안 민속촌 공연일정이 맞지 않아 그 유명하다는 폴리네시안 코스를 포기해야 했다. 헌데 우리 보다 한 달 먼저 하와이 여행을 했던 지인의, 폴리네시안 민속촌은 입장료만 너무나 아까웠던 코스였다는 평을 내렸다는 말이 잠깐 위로가 되었지만,어쨌든 아쉽긴 아쉬웠다. 이 날도 역시 와이키키로 돌아와 해변에서 어두어질 때까지 놀았다. 우리에게 마지막이 될 와이키키에서의 시간을 너무나 안타까워하며...

 

미국생활 일 년차엔 새로운 환경이 주는 예상치 못한 새로운 압박들로 헐떡이며 안으로만 파고들었고,이 년차엔 그 압박들을 조금씩 용납할 수 있었으며, 마지막 일 년 반은 일상 속에서 고요함을 찾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제 미국에서도 살 수 있겠다 싶은 배짱이 생겼건만 귀국이었다. 미국생활을 계속 하고 싶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차피 미국생활은 정거장과 같이 잠시 거쳐가는 곳일뿐 언젠가는 떠날 곳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 생활에 애착이나 미련은 없지만 미국에서의 여행에 미련이 생길 줄은 몰랐다. 우리 가족에게 하와이 여행은 그러했다.

 

어쨌든 우리는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왔다. 그날 마침 월드컵 국가 대표들 입국 시간과 겹쳐서 공항이 무지하게 복잡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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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0-09-06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무잡잡한 아이들과 남태평양의 싱그러움...아, 부럽습니다~ 하와이 저는 언제쯤 가볼까요^^

AppleGreen 2010-09-07 06:56   좋아요 0 | URL
누구든 결심하는 그 순간 떠날 수 있다는 걸 서서히 알아가고 있습니다. 하지 않았을 뿐 할수는 있었다는 뉘우침 혹은 깨달음.^^
 

 

꾸룩 꾸룩 소란스런 물개 구경을 마치고 칼바람에 쫓겨 자리를 떴다. 바쁘게 움직였다. 근처 유명한 초코렛 팩토리 기라델리에 가서 선물용 초코렛 한 꾸러미 사고,  in and out 버거로 돌진. 난 버거 2개를 먹었으나 못내 아쉬웠다. 너무나 추워 여행 첫날 일정은 이것으로 일찍 마무리했다.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은 도시인답게 발걸음이 빠르고 표정도 없다. 우리가 워낙 촌동네에 살아서 그런지 이들의 무표정이 낯설었다. 외국인들이 한국인에게서 느끼는 차가운 인상이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내가 살던 동네 사람들은 눈만 마주치면 활짝 핀 꽃처럼 웃었다. 귀국 2개월 가량 된 지금 난 그들의 미소가 조금은 그립다.   

둘째날. 큰 아이 긴팔 옷 한 장 사 입히고 롬바드 꽃길로 가기 위해 지도 들고 버스 정거장 찾아 우왕좌왕. 결국 유니언 스퀘어로 근처에서 케이블카 타고 가기로 결정하고 광장에 전시되어 있는 전시품 좀 구경하다 케이블카에 탑승. 롬바드 꽃길로 가는 중에 차이나 타운도 구경하고. 차이나 타운은 우리나라 재래시장 같다. 인도까지 그득하게 나와 있는 물건들,넘쳐나는 사람들,좁은 도로. 뉴욕 차이나타운도 마찬가지였다.     

 

 

가파른 길을 꼬부랑 꼬부랑 내려오는 롬바드 꽃길. 역시 햇살이 반짝 나와주지 않아 그 아름다움은 덜했으나 아이들은 재미있게 놀았다. 

버스를 타러 20분 정도 걸은 것 같다. 옹기종기 사람들이 모여있는 정거장. 사람들 찾아보기 힘든 외곽지역에서 사람들을 만나니 어찌나 반갑던지. 모두 골든 브릿지로 가는 관광객들이었다. 

  

안개속에 모습을 감춘 골든 브릿지. 브루클린 브릿지는 1K 정도 되는 길이였지만 골든 브릿지는 2.8K 가량 된다. 브루클린 브릿지를 7월의 더위와 굶주림을 견디며 기어코 걸어서 건넜던 기억이 새롭다. 골든 브릿지에서도 특별한 기억을 남기고파 걸어서 건너고픈 맘은 굴뚝같았으나 아이들때문에 깨끗하게 단념. 흩날리는 안개비에도 아랑곳 않고 자전거나 도보로 건너는 관광객들은 많았다. 날씨에 개의치 않고 계획대로 여행을 즐기는 홀가분한 이들이 부러웠다. 우린 버스를 타고 소살리토로 이동했는데 다리 하나 건넌 소살리토는 거짓말처럼 햇살이 내리쬐고 따뜻한 곳이었다. 유명하다는 수제 버거 하나씩 들고 밴치에 앉아 까먹었다. 정박되어 있는 수많은 요트들. 아름다운 저택들. 예술가들이 많이 사는 동네라 들었다.  

소살리토에서 이곳 저곳 구경하다가 배를 타고 피셔맨 와프로 돌아갔다. 배 위에서 골든브릿지도 멀리서 다시 쳐다보고,알카트라즈도 멀리서 구경했다.

 

재팬타운에 가서 뜨끈하기만 했던 라면 한 그릇씩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여행 일정이 짧아 대표적인 곳만 대강 들렀다. 우리 아이들에겐 도시 여행은 여전히 이르다 싶다. 아이들의 기억에 즐거운 곳으로 꼽는 여행지는 단연 옐로 스톤이다. 내게 옐로스톤은 사슴과 부딪혀 우리 미니밴이 작살 났던 기억뿐인데.

다음날은 하와이행 9시 비행기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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