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 김선주 세상 이야기
김선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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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보는 시각을 갖고 있는 그녀가 부럽고 근사하다. 멋지다..기자라는 직업때문에 생긴 통찰은 아닐 것이다. 내 몸뚱이 하나 통제 못하며 편협한 경계를 만들고 사는 내가 부끄럽다.  일상에서 시작하여,사회,경제 종교,국제,정치 등 전반에 걸친 끊임없는 문제의식과 모색. 비겁하게는 살지언정 쪽팔리게는 살지 말자는 털털한 그녀의 좌우명조차 근사해보인다 .  

이라크 목격이 자행된 다음 날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리근 차석대사를 조지 워싱턴 대 이창주 교수가 인터뷰한 기사가 <한계레21>에 실렸다. "금창리 지하시설이 핵과 관련이 없다면 왜 당당하게 공개하지 않는가. 그리고 왜 사찰 조건으로 3억 달러를 요구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답변한다. "어떻게 적대 국가가 몸수색을 요구하는데 대가를 받지 않는다는 말인가" 

이라크나 북한데 핵시설과 화학무기 공장이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나 자존심이 있는 주권국가로서 몸수색을 핑계로 속옷까지 벗으라는 다른 나라의 요구를 받아 들일 수 없다고 말하는 태도는,비록 벼랑 외교라는 비판을 받을지언정 우리 사회의 주눅 든 모습보다는 당당해 보인다. p134 

연극의 마지막에 30년 동안 벽 속에 갇혀서 산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장면이 있다. 기독교 신자인 어머니가 목사를 불러서 아버지에게 하나님을 받아들이라고 재촉한다. 목사가 '형제님,하나님을 받아들이세요.하나님을 믿으시'라고 채근했지만 아버지는 '나는 인간의 사랑을 믿습니다. 그뿐입니다. 인간의 사랑에 하나님의 사랑이 나타나는 겁니다' 하고는 끝내 묵묵부답이었다. 아버지는 미소를 지으며 '나는 하나님한테 용서를 구하지 않아. 사람들...당신한테 용서를 구할 뿐이지'하며 아내에게 '용서해줘'라고 말하고 죽는다.p342  2006년 8월 리영희 선생과 함께 관람한 연극의 내용

1990년대 초반부터 2010년 현재까지 사회,경제,종교,국제,정치에 닿아 있는 그녀의 비판과 대안,사고가 엮여 있다. 문장보다 내용이 먼저 가슴에 당도한다. 큼지막한 사건에대한 그녀만의 사고. 그녀와 연을 대고 있는 유명 인사들을 더불어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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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5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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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기억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아이가 그린 그림에서 사건은 전개 된다. 그 기억들이 행복한 기억이었으면 좋으련만 아이가 읽어낸 기억들은 죄의식에 싸여 감추고 싶었던 기억들이었다.   

편지 이야기를 해야 한다. 누구? 엄마에게?  왜 지금까지 이야기하지 않아냐고 야단을 칠 것이다. 왜 네모난 집 앞을 지나갔냐고 마구 화를 낼 것이다. 왜 이런 걸 네가 갖고 있는 거니? 주웠어? 정말이야? 엄마는 나를 싫어하기 때문에 내가 하는 말은 믿으려 하지 않는다. 가끔 정말로 거짓말한 적도 있기 때문이지만. 그래서 나는 못된 아이인 거지만. 소녀는 판단내리기 곤란해진 어린이가 하는 행동-어른이라도 어리석은 선택을 내릴 때 흔히 하는 행동을 택했다. 현상유지.-결론을 미루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뚜껑을 덮어 두고 잊어 버리는 것. p149

맘대로 안되는 존재.자식.당연하다. 나도 나 자신을 맘대로 끌고가지 못하는데 하물며 나 아닌 타인을 맘대로 하려는 시도에는 분명한 실패가 따른다. 욕심이다. 아마도 부모 자신의 양육태도가 부른 비극을 부모 자신은 절대 깨닫지 못한다. 부모 입장에선 아이탓이다. 아이의 인격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부모는 엇나가는 아이의 비행 가속도에 치를 떨며 나가 떨어질 것이다. 포기 될 수 없는 것 또한 부모 자식간이다.  

아이의 잘못. 독이라 여기고 더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통제하고 다신 반복되지 않도록 단단히 겁을 줘야겠다는 부모의 이기적인 해석은 아이에게 넌 나쁜 아이라는 최면과 세상을 향한 부정적인 시각을 강요한 꼴이 됨을 이 글을 통해 상기시켰다. 먼저 문제 행동의 원인을 읽어 주자. 손댈 수 없는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난 나를 경계해야한다는 경각심을 갖게 해준 책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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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2 14: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AppleGreen 2010-12-06 18:42   좋아요 0 | URL
네에.저,어릴적 부모님한테 받는 상처의 대부분은 '말'이었어요.부모가 된 지금은 그 말이 별 의미가 없다는 걸 알았지만요.전 아이의 긍정을 꼬집어주는 말을 남기고 싶어요.힘들죠.
 
웃음의 나라
조너선 캐럴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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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토마스의 영웅적인 존재 동화작가 마셜 프랜스. 신적인 그 존재의 전기를 쓰고자 마셜의 고향에 찾아간 토마스와 색스니. 고서점에서 마셜의 희귀본을 발견하는 것을 계기로 만남을 갖게 된 두 남녀. 같은 작가와 책에대한 열정으로 묶이된 두 사람. 함께 즐거워하고 열광하는 매개가 책이라는 것이 이 작품을 더욱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연대감을 느낄 수 있는 타인을 우연히 만나는 드라마틱한 인연은 흔한 소재임에도 설렘을 주었다.  

책 취향이나 책에대한 관심이라는 좁은 단면, 그 연대가 상대에게 부여해주는 신뢰는 그야말로 대책없이 절대적이고 무한할 듯하다. 영혼이 같은 색 톤을 띤 느낌? 서로을 알아차린 두 주인공들. 그들이 신적으로 절대시하는 마셜이 과연 어떤 인물이었는지 나도 무척 궁금해졌다. 그리고 마셜의 작품을 읽고 싶어졌고,일러스트도 무지하게 보고 싶었다.

하지만 마셜의 고향에 도착해서,마셜의 딸과 고향사람들을 통해 드러나는 사실들. 내가 품었던 근거없는 명랑한 전개 대신 후반부는 점점 서늘해졌다. 최근 읽었던 일본소설들에 부지기수로 등장하던 요괴 하나 없었으나 이번 글은 너무나 끔찍하고 섬찟했다.  민밋해보이는 구조로 마지막까지 독자를 긴장에서 놓아주지 않고 끌고 간다. 또한 일상적인 상황을 세밀하고 창의적이며 풍부한 묘사로 서술한 문장이 가득한데 이는 외국 소설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즐거움이었기에 꽤 반가웠다.  

책이 매개가 되는 작품이었기에,책을 읽는 내내 나의 주변에도 책읽기에 관심있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넋두리 글이라도 끄적거리며,글쓰는 공간을 염두하며 살아가는 누군가와 심심한 교류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품었다. 기존에 알고 있던 지인들은,각자 점점 더 각자의 길을 선명하게 파고 있어 내 욕심쪽에서 그 관계를 다져 가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지금에 와서 새로운 관계를 만든다는 것은 무모하다는 생각마저 드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아이들 때문에 매일 오후 만나지는 어떤 만남 속에서 비집고 나오는 이질감은 외면하기엔 너무 거칠다. 그것은 나와의 차이에서 오는 매력쪽이라기 보다, 상대와의 간격이 필요하다는 비겁한 절박함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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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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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에 이은 그의 이번 작품 역시 비슷한 느낌이다. 지나치게 쉽게 빨리 읽힌 다는 건 장점일까  단점일까.  서사에만 완벽하게 기대어 결말을 쫓아 장편소설을 수 시간안에 읽게 만든다는 것도 작가의 역량이겠다. 하지만 문학으로부터 압축이나 상징을 기대하는 나와같은 독자들에겐 다소 심심한,어쩌면 실망을 안길 수도 있는 글읽기였다. 고래에 비해

이 작품에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상적인 문장들은 분명 긴장을 떨어뜨린다. '상춘객이 마시고 갔는지 여기저기 소주병이까지' 읽으면 그 다음 말은 '나뒹굴고 있었다'의 식으로 완벽하게 짐작되는 문장들은 매일 만나는 옆집 아줌마들과의 수다마냥 너무 뻔하여 지루하다. 

막장 드라마쯤 될듯한 환경속 등장인물들을 무거운 궁상이나 찐든한 굴레보다 조소나 해학쪽으로 조명했으나 노골적으로 극단적인 상황들은 현실감이 떨어졌다. 또한 뭔가 설명이 빠진듯한 행복한 결말은 좀 급한 마무리는 아니었나 싶다. 전체적으로 고래의 느낌보다 많이 헐거워지고 부족해 보여 너무나 아쉽다.

잠깐씩 스치는 헤밍웨이에대한 개인적인 내력은 새롭게 기억될 듯하다.   

헤밍웨이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다름 아닌 그의 손이다.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위태로운 눈빛과 만지면 손이 찔릴 것처럼 억세 보이는 그 유명한 턱수염도 분명 인상적이지만,엽총을 든 채 방금 전 자신이 죽인 레오파드의 털을 쓰다듬고 있는 그의 유명한 손은 항시 그의 얼굴에 앞서 떠오르는 것이다. 물오리와 영양,담비와 사자 등 수많은 짐승들을 사냥했고,나무 책상에 앉아 노트에 뭔가를 끊임없이 적어 넣었으며,쿠바에서 카스트로와 악수를 나우었던 바로 그 손 말이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머리를 향해 엽총의 방아쇠를 당겼던 그 손.....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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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령작가입니다
김연수 지음 / 창비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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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멋스런 경험이었다. 낯선 말들이어서 정확한 의미는 모른다해도 한층 문장이 풍요로워지는 굉장한 우리말들이 넘치고 넘친다. 저녁을 향해 어섯 눈뜨기 시작한다, 버거스렁이를 몰고 온 땅거미의 세계로,끄느름한 거실에,빛이 설핏했다,고자누룩해지기를 바라며,아령칙했고,더덜뭇한 목소리,푸접스럽게 등등 최근 잘 못보았던 반짝이는 말들을 발견하며 작가의 노고도 함께 떠올렸다.  

9개의 단편 중 현대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는 작품은 2편 갸량으로 각각의 다른 시대들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개화기적 문체,한시 등등 각 시대에 맞는 어휘나 시문들을 엄청나게 끌어와 글을 한층 풍성하게 한 이 책은 작은 시대물 백과사전같다. 춘향전의 이야기를 재미있고 솔깃하게 비틀기도 했는데 읽는 내내 마냥 즐거웠다. 단편들 대부분이 비극적인 결말을 갖고 있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작품의 결말들과 상관없이 재미있고 해학적이었다.

북두칠성 일곱 별빛에 두고 비춰봐도 바래지 않고 지리산에서 흘러내려온 요천 푸른 물에 아흔 아홉날을 담가둔다고 한들 지워질 수 없는 그런 사랑이 찾아 온다.  p159

윗 문장처럼 멋스런 표현들이 빼곡하다. 손빠른 중 비질하듯 덧없이 세월이 흐르고...등등 오랜 만에 흥미로운 글을 읽었다. 김연수님의 글 중 사랑이라니 선영아 를 오래 전에 읽은 기억이 있다. 그당시 그다지 좋은 인상을 받지 않았는데,이번 책은 작가의 역량에 대해 재고하는 기회가 되었다. 작가도 말했듯이 방대한 자료수집에 따른 그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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