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것을 기다리는 시간 - 한 시골교사의 희망을 읽어내는 불편한 진실
황주환 지음 / 생각의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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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말 강렬한 책을 만났다.  

 

학부모들이 말하는 공교육 부실이란 단지 사교육과 경쟁지 못하는 비효율을 말할 뿐이다. 학교 교사들이 몰입교육,수준별 교육을 한다해도 사교육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대학이 원하는 것은 학력이 니라 남보다 앞아선 석차이기 때문이다. 모두 잘하게 된 영어,수학은 의미가 없기에 순서에 앞서기 위해 또 학원을 찾게 되어 있다. 이처럼 대학입시가 중등 교육을 지배하는 상황에서는 그 어떤 사교육 대책도 실패 할 것이다. 오히려 열심히 가르치고 채찍질 할 수록 전체 상황은 더욱 악화 될  뿐이다. 이는 몇 개의 먹이를 놓고 다람쥐들을 채찍질하면 모두 그 먹이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쳇바퀴 속도만 빨라지는 것처럼 말이다. p35

 

국립대학 통합 네트워크, 교장 선출 보직제, 패스 학점제 등 교육 현장에는 대안들이 많이 있다. 국립학교를 하나의 단일 학교로 묶어 입시 경쟁을 완화할 수 있으며, 일정 기간 근무한 평교사 중 교장을 선출하고, 교장은 임기후 다시 평교사로 돌아오게 하여, 교장을 승진 개념이 아니라 보직의 개념으로 바꿔 수평적 학교 문화를 만들 수도 있다. 또, 과열된 영어 교육의 경우도 일정 부분만 성취하면 더 이상의 점수가 필요 없는 학점제 실시로 진짜 필요한 이들만 사교육을 선택하도록 할 수 있다. 하지만 실행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 구조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이권과 자본은, 절대 공정하고 정의로우며 합리적인 사회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독점된 기득권이 지속되기 위해서 교육은 병리적인 상태로 유지되어야 한다. 조직의 근본이며  조직의 질적 변화를 일으켜 기존 체제를 위협할 수 있는 힘을 교육이 지녔기 때문이다.

국가는 지배계급의 대리자로 그들의 이익을 위해 교육을 지배한다...마르크스

 

사교육에의해 배설된 고득점자들을 모아 이른바 명문대로 배송하는 역할만 하는 특목고.  특목고의 위상은 학습효과라기 보다 선발효과로인한 허상일 뿐이며, 대학 또한 학문적 자립도 없고,국가 경쟁력도 없으면서 경쟁력있는 입시 선발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본격적으로 인재로 성장하며, 단련 할 수 있는 기회의 영역인 그 곳. 대학. 그 대학 교육의 부실에 대해 의문을 갖는 자, 어디있는가.

신자유주의와 금융자본의 무한 증식. 형체 없는 시대악인 이들은 자본과 노동을 극단적으로 소외시켜 노동의 실체인 사회 구성원들에게 박탈과 무기력을 안긴다. 공정한 노동의 대가와 사회 공공성이 확보된다면 경쟁 교육 대신 각각의 직면 과업인 노동에 충실할 수 있다.

 

우리 교육의 문제는 가난과 노동임금 구조 개선 없이는 불가능하다. 경쟁과 공포가 기형적으로 증폭되어 한국사회의 교육문제 아니 입시문제는 부의 분배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노동의 대가와 임금차별과 권력독점을 외면한 그 어떤 교육 개혁도 말단 처방일 뿐이기에 교육은 이미 교육의 차원에서 개혁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교육은 정치의 영역이 된다. P62

 

소유와 증식만으로 향한 깊은 홈은 옆을 볼 수도,전체를 볼 수도 없게 만든다. 가난할 때는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돈 버는 행위 자체가 자기에대한 존중감이자 타인에 대한 배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먹고 살만해진 다음에도 계속 부를 증식하고자 한다면 그건 바보거나 광인이다. 자연스럽지가 않기 때문이다. ...  물질적 풍요는 반드시 정신의 가치와 함께 가야 한다. 그래야 쉬임없이 만물을 낳을 수 있다. (나의 운명 사용 설명서. 고미숙 P47)  베푸는 것은 하느님과 같은 일이고, 쌓아두는 것은 지옥이라고 했다. 전체 맥락 속에서 문제를 해석하고 끊임없이 질문하고, 각성하며 성찰하고 선택하는 길만이 악의와 불의에 맥없이 복속하지 않는 방법이고 우리를 지키는 길이다.

 

***

 

일상은 끊임없는 선택을 요구한다. 필요에 의한 소비가 됐건 기호 소비가 됐건 물품의 선택에는 지나치게 신중하여 때론 피곤을 부르건만, 정작 중요한 가치 선택 앞에서는 기회의 존재 자체를 의식 못하는 듯하다. 경쟁적인구매만 있으며 그런 맹목에 참여하지 않는 이들을 희안하게 취급한다. 사교육. 그런 의미에서 내겐 희안하다.

물질이건 가치이건 대체할 무언가를 내가 이미 갖고 있다면 구태여 그것을 구매할 필요가 있는가. 서랍 속에 쓰던 연필이 많다면 연필은 살 필요 없고, 내가 떨어진 단추를 달 수 있다면 수선집의 도움은 받지 않아도 된다. 이것이 소비의 기본 원리 아니던가. 그런데 왜 교육면에서는 내부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색 없이 구매로 직행하여야 하는가 말이다.

 

초등생을 가르친 엄마라면 중학생도 가능하다. 이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임을  경험을 통해 깨닫는다. 나의 지식은 물론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해결 의지가 있다.  엄마가 과제에 접근하는 능동적인 태도를 목격하는 순간, 지식 이상의 것이 아이들에게 옮겨 간다.  몰랐던 것을 안다는 것이 참으로 기특한 경험임을 아이들이 깨닫는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아.가 논어의 첫 줄을 이끌고 있는 이유와  인간에게 배움 처럼 지속적이고 강력한 동력을 지닌 에너지는 없다는 것도, 우린 차차 함께 깨달아 갈 것이다.

 

금성 출판사의 과학 교과서의 경우가 요네하라 마리가 말했던, 한번 펼치면 덮을 수 없었다던 바로 그 교과서였다. 책 자체가 너무 재미있어서 우린 홀딱 반했다. 그에 비해 사회 교과서는 터무니 없이 허약하다. 이 시점에서,각 학교의 교과서 출판사 선택 주체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이 생겼다. 담당 교과 교사마저도 무가치함을 공공연히 언급하는 선택을 과연 누가 하고 있는 걸까.

하여튼, 나는 사교육을 선택하지 않은 덕분에 중학교 시기를 다시 살고 있다. 딸아이와 함께  나는 가족이 공유할 수 있는 범위 이상의 것을 공유하는 동료가 되었다. 시험 당일엔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전우를 혼자만 전쟁터에 보내는 심정이다. 아이에게만 그 시간의 압박을 혼자 감당하라고 하는 건 불공평한거 아닌가 생각이 들고...

 

현재,아이의 성적이 아주 뛰어나지는 않다. 하지만 사교육으로 만든 점수에서는 있을 수 없는 긍지를 얻고 있으며, 본인이 자신을 신뢰하고, 본인의 잠재성을 확신한다.  나는 학습 결과보다는 과정과 태도에 의미를 두기 때문에 성적엔 다소 편안한 편이다. 그저 아이가 지나게 될 각각의 시점마다 존재의 충만을 경험하며 통과하길 바랄 뿐이다. 사회적 통념으로 우리 삶의 질을 논하고 싶지는 않다.

 

아이가 중 3이고 비평준화 지역이기에 고등학교 입학 문제로 고민이 많다. 아이가 영어권에서 생활한 덕분에 영어 성적이 좋았고, 영어 원서 읽기에 꾸준히 흥미가 있었다. 그러던 중 토론식 수업과 교과외 다양한 활동,영어로 수업 진행등 아이가 선호하는 교육과정을 갖춘 국제고를 염두해 두었는데 .....전원 기숙제다. 여태 난 특목고들이 대부분 기숙제인줄 몰랐다. 학부모로써 이런 무신경이 있는가.

 

궁금해졌다. 특수고에 아이를 보낸 부모들에게.

그 연령대 아이들이 부모와 나누어야 할 교감과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배워야 할 시대적 감성은, 갈등 없이 포기 할 수 있는 가치였느냐고.  또 부모가 생활 속에서 가르쳐야 할 것들이 가장 많은 시기인데, 특목고에 보낸 부모들은 기숙제라는 강제에 저항감이 없었느냐고. 이런 고민을 특목고 학부모에게 털어 놨더니 그런 고민하는 사람 내가 처음이란다. '....'

그러던 중 고민을 덜었다.

지난 중간고사 영어 성적이 훌륭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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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밥상
제인 구달 외 지음, 김은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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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에 종기가 나있던 연어 살코기 표본을 사설 연구소와 정부 소속 연구소로 각각 보냈다. 한곳에선 모든 표본에 박테리아가 우글거리며, 살아있는 배양접시와 마찬가라는 답변을,한 곳에선 박테리아 미발견이라는 답변을... 대중이 알아야 할 정보의 순결이란 정보화시대 도래와 동시에 사라졌다. 이권과 야합해 악의적으로 노출하는 정보로 대중의 판단을 가리고 자신들이 자행하는 만행을 덮고 미화시키는 수단일뿐이다.

미국은 GMO작물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다.콩의 81%,옥수수의 40%, 캐놀라의 73%, 면화의 73% 등.미국과 캐나다 정부는 소비자들의 바람과 상관없이 GMO작물을 만들어 내는 기업들과 긴밀한 협조 체제를 유지하며, 많은 정치 자금을 받아 왔기 때문에 GMO임을 표시하는 규제를 강제적으로 실시하지 않는다.p95

화학제초제,살충제로 자양분이 몽땅 빠져나간 흙.살충제 부작용에 대한 분노로 기업이 탄생시킨 또 하나의 괴물. 유전자 변형.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널리 보급된 Bt옥수수는 특정 곤충을 죽이는 독소를 만들어내는 박테리아의 유전자를 주입받아 만들어졌다. 유전자 변형 농산물 보급을 홍보하면서 영양면에서 우수하고 보강되었다는 정보도 끼워 넣는데,검증결과 정상 작물과 GMO작물은 영양성분도 다르다고 한다. 침팬지에게 유기농 바나나와 GMO 바나나를 주면 영락없이 유기농을 선택한다. 본능적으로 공포를 느끼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GMO작물을 재배하여 다른 땅의 곡물까지 GMO로 전염시키는 것인데, 이런 경우 손해배상은 커녕 오염된 논밭주인들을 상대로 특허침해 혐의로 고소하기까지 한다. 이런 억지가 실제로 일어난다. 미국 최대 기업 몬산토사다. 그리고 몬산토의 확고 부동한 뒷배.미국 정부도 있다. 몬산토는 살충제에 이어 GMO 작물을 끊임없이 만들어내 세계에 못팔아 먹어 안달하는 두려움없는 기업으로, 미국 정부 모든 기관을 쥐락펴락하며 인류의 생명을 유린하는 악의 지존이다.

이밖에도 미국이라는 나라가 세계를 상대로 저지르는 횡포는 다 말할 수 없다. 자국 산업에 걸림돌이 된다며 이산화탄소 규제 조약인 교토의정서에 싸인도 당당히 거부했고,인구 5%의 나라가 세계 이산화 탄소의 20%이상을 차지하면서도, 재활용이라는 개념자체가 없는 일회용 천국이다. 3년 넘는 미국 생활 체험을 통해 깨달은 그곳. 한국 출국때 가졌던 기대는 총체적 경악으로 추락했고, 그 낙차는 나의 무지와 무관심의, 딱 그 크기였을 것이다. 세계를 기만하고 있는 최강국 미국의 추한 실상들.

미국은 걸프전에서 42일간 이라크에 8만 8000톤 폭탄을 투하했는데 이는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폭의 1만4000 배에서 3만 6000 배의 방사능 원자가 뿌려진 것이다. 미국은 자금과 자원에 대한 세계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없는 문제도 만들어 전쟁을 저지르며 세계를 우롱하고 있다. 그래서 부시의 수수께끼도 생긴 것이고(정말로 무지무능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조력을 받고 누군가 뒤치닥꺼리를 해줘야 하며 따라서 조종하기 쉽다..요네하라 마리의 속담인류학 중)

미국은 우유속 고름 세포 농도 기준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게 유지하고있는데 이는 국제 허용 기준에 거의 두 배에 가깝다 P153   유럽연합과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에서 소에게 투여하는 행위가 금지되어 있는 rBGH(유전자를 조작한 보빈 성장호르몬)를 미국은 허용하고 있다. 만약 호르몬 사용이 금지 된다면 몬산토는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입게 될 것이다.  몬산토는 '무 rBGH' 를 표기한 유기농 우유 제조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고 이에 미국 식품 의약국도 동조했다. 그 표기가 소비자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P153   유럽 연합은 가축에 대해 일상적인 항생제 투여를 금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는 자국의 식육 가공업체와 제약 업체에 유리한 고수익 정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P156 

이것이 정말이지 비현실적인 미국 도덕성의 현주소다,

 

육식에대한 경각심도 컸다. 동물들에게 이성이 있는지,동물들이 말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들이 고통을 느낄 수 있는가에 촛점을 맞춰야한다는 제안는, 그간 의식조차 없었던 죄책감과 더불어 육식에대한 거부감을 불러 일으켰다. 버나드쇼의 '당신은 동물의 시체를 먹어 치우는 끔찍한 버릇을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지요?'라는 말보다 더 행동의 변화를 촉구하는 힘을 담고 있었다. 우리가 마켓에서 집어 드는 말끔한 포장육이 어느정도까지 비인도적으로 가공되는지 공개된다면,그들이 사육되는 좁은 공간이 주는 비현실성과 위생, 그들을 먹이는 괴기스런 사료,일상적인 항생제와 약물 남용등 그들에겐 탄생 자체가 저주와 다름 없다는 실태가 공개된다면 그 고기를 사먹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유기농 식품 구매는 더이상 가진이들만의 선택이 아니다. 지구 훼손, 지구 파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미약한 개인인 나도, 지구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다. 대중은 우매할 수 있지만 강력하다. 그들은 구매력을 갖고 있다. 이윤 추구가 지상 최고의 가치인 글로벌 대기업을 구매력으로 유인하여 인류가 추구해야 할 방향. 지구도 살고 인간도 살 수 있는 방법. 유기농으로,과거 자연의 섭리 안으로 그들을 유도한다.  이윤을 쫓는 자들을 이윤으로 유인해 그들이 만신창이로 만든 지구,그들이 회복시키도록 만들어야 한다. 가진자들이 못쓰게 만든 잔인한 미래로 더이상 무기력하게 흘러들지 않겠다. 

농민은 세상 인류의 생명창고를 그 손에 잡고 있습니다. 우리 조선이 돌연히 상공업의 나라로 변하여 하루 아침에 농업은 그 자취를 잃어 버렸다하더라도 이 변치 못할 생명 창고의 열쇠는 의연히 지구상 어느 나라 농민이 잡고 있을 것입니다. (윤봉길 농민독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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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헬렌 니어링 지음, 이석태 옮김 / 보리 / 199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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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이 쓰지 않는 두뇌의 70%를 쓰는 용기와, 양심의 98%를 실천하는 용기를 지닌 스코트. 덜 갖고 더 많이 존재하라는 그의 철학. 남보다 우월한 느낌이 들도록 지나치게 몸과 마음을 가꾸지 않았고, 필요한 만큼만 취하며,생활의 질 보다는 삶의 질을 높이고자 했으며, 노동의 존귀함을 알기에 버튼을 누르는 대신 바깥의 간섭을 최소화해,손으로 쓰는 연장을 갖고 천천히 일하는 것을 좋아 했다. 땅에 의지해 살아가는 비밀을 알고 있었고,검소하고 단촐한 생활 습관으로, 98세 강연에서도 열정이 넘쳤다. 상류층에서 태어나 자신이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에게 빚진다 느꼈기에 사회 개혁의 필요성을 인식했으며, 이러한 그의 문제제기는 계급 착취과정 속에서 약탈을 일삼아 안락을 누리는 기득 지배층의 노골적인 반감을 사, 대학 강단에서 두 번이나 쫓겨났다. 많은 위험 앞에서도 그러나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 알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끊임없는 반대와 비난 질시의 대상이 되면서 그는 그것을 창조적 사고와 행위에 따르는 희열에 대해 치러야할 대가의 일부로 받아 들였다.

 

그는 상반되는 자질로 가득찼다. 그이는 이상주의자였으나 강인하고 실천하는 일꾼,곧 실천하는 이상주의자였다. 또 타고난 종교인이었으나 어떤 교회의 구성원도 아니었고, 어떤 종교집단에도 소속되지 않았다. 학식있는 사람이었으나 땅벌레 같은 농사꾼이었고, 공적인 인물이었으나 은둔자로서 행복해 했고,명망있고 우렁찬 웅변가였으나 보통 대화에서는 말수가 적었다. 그이는 음악을 이해하거나 느끼는 데는 무디었지만 언제나 바이올린을 연습하고 연주하는 내 뒤에 있었다. 학문적인 주제에 관해 간결하고 사실에 바탕을 둔 글을 썼으나, 일상 생활에서는 웃음을 머금게 하는 유머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p238

 

그이라는 말이 이렇게 존경과 친밀함이 담긴 호칭이었던가.

헬렌은 끊임없는 자신의 질문에 해답을 줄 수 있는 현명한 연장자와 사는 것을 즐거워했으며 마치 학교 수업과 휴일이 하나로 합쳐진 것 같다 여겼다. 어린 헨렌을 스코트는 동등하게 대했고 결코 지배하지 않았다. 헨렌은 '그 사람이 흔들림 없는 사자의 성격이라면 나는 이리저리 움직이는 물고기 같다' 고 표현했다. 처음 둘 사이에 존재했던 정반대의 기질은 시간 속에서 어떤 신비로운 작용으로 균등해졌고, 둘은 동료요 동반자로 완벽했다. 다시 이런 결합은 결코 없을 것이다.

버몬트 숲에서 생활한, 개척 일지와 같았던 '조화로운 삶'을 읽으면서, 난 스코트를, 그  동네 사람들이 일컫듯이 그냥 공산주의자인가보다 여겼었고, 나도 자연의 거스름 없이 돌집을 짓고 싶다는 정도의 소망을 품었었는데 이번 책을 통해 알게된 스코트는, 진정, 위인이었다.

 

크리슈나무르티에 관한 기록들도 흥미로웠다. 크리슈나와의 6년은,스코트와 반세기를 함께 하면서 사회에 미친 영향력에 비교할 수 없음에도 부각되고 있다. 헨렌이 그의 연인으로 소개되는 한 줄 프로필은 세상의 자의적 해석이 끼어들어 꺼림찍하다.      질문에 답하면서 크리슈나는 때때로 오만에 가까운 염증과 멸시를 보였으며 진지한 물음들을 거칠게 무시했다. ..헌신적인 삶을 살았지만 그 삶은 안장 받침을 댄 것이었다. p77   크리슈나는 분명 사회개혁가는 아니며 이념으로나 현실에서나 대중들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p71   크리스나무르티 그 사람은 특별한 사람이었으며 그 사람을 알게 된 것을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p47   그 세계적 명성의 크리슈나무르티. 헨렌 17세 ,크리슈나무르티는 26세에 둘은 만났고 6년간 시간을 나누었다. 그가 헬렌에게 보낸 편지 속엔 절대불변을 맹세하는 사랑의 언어가 가득하다. 그는 독서를 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헨렌의 기록이 없었다면 절대 노출되지 않았을 노트가 아닌가. 물론 그의 나이 삼십대 전후로 어리다면 어릴 수 있는 시기의 흔적이지만 말이다.   

 

스스로 준비해서 맞이한 그의 죽음은 충만했던 삶만큼 평화롭고 고요하다.  그이는 단식으로 자기 몸을 벗고자 했다...그 죽음은 느리고 품위있는 에너지의 고갈이고 평화롭게 떠나는 방법이자 스스로 원한 것이었다... 천천히 천천히 그이는 자신에게서 떨어져 나가 점점 약하게 숨을 쉬더니,나무의 마른잎이 떨어지듯이 숨을 멈추고 자유로운 상태가 되었다. p228

그는 자신의 죽음에 언제 어떤 식으로든 설교자나 목사,그 밖의 직업 종교인이 관여하지 말 것을 요청했고 이 요청이 자신 뒤에 계속 살아가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존중되기를 바랬다. 친구들이 자신의 시신에 자신의 작업복을 입혀 치장하지 않은 소나무관에 뉘어 화장시킨후 스피릿만을 바라보는 그들의 땅 나무 아래 뿌려 주기를 원했다. 흔히 동물들이 택하는 죽음의 방식인 스스로 먹이를 거부하는 방법으로 그는 위엄을 잃지 않은 채 삶을 마쳤다. 죽음 앞에 그는 환영을 보고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모두 들었소.다른 삶을 말이요. 그것은 오래 전에 시작되었던 거요...곧 돌아올 것이오.더 잘 준비해서

 

지금껏 이런 가공할만한 감동은 없었다. 북극성처럼 나머지 삶의 방향을 일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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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 정조, 꿈의 도시 화성을 세우다
김준혁 지음 / 여유당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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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와 같은 군왕과 한 시대를 누린다면 목숨인들 아까우랴. 200여 년의 시간을 뛰어 넘어,정적에 의해 여과된 기록이 어찌 이렇게 내게 고통을 준단 말인가. 그 시대가 그에게 안긴 한계에 나,하염없이 억울하고 갑갑하여 통한의 눈물 멈추지 않는다. 답답하고 화가 끓어 올랐다. 불면과 숙고의 결정체인 화성.그 이상 실현 직전,어쩌면 진정한 정치를 눈앞에 두고 그는 어찌 눈을 감았을까.

노론의 저항과,끊임없는 신변 위협 속에서 문과 무에 빈틈없는 정진을 위해선 초인적인 절제와 긴장이 따랐을 터인데 그가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분명. 화성이었다. 철저한 그. 유래없는 군사력,행정,교육,경제,환경,애민 등 권력 최상부에 있는 이로써 어찌 여기까지 신경쓸 수 있을까 싶은 구석까지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조성된 세계적 이상 도시 화성. 그는 어찌 눈 을 감았을까. 그가 군주로서의 진정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화성.을 두고.

당시 20만 명이던 서울보다 더 큰 도시인 50만 명 규모의 10만호 건설을 추진했으니 ...화성 유수를 기존의 개성이나 강화 유수보다 한 품계 높은 정2품으로 정하고 ...화성 유수로 좌의정 채재공을 임명했는데 이는 국무총리를 수원 시장으로 임명한 것과 같았다 p 176

서리와 청직등 274명에게 모두 급료를 줬다.조선시대에는 서리들에게 급료를 주지 않아 그들이 백성들을 교묘하게 착취하여 배를 불린게 사실이다.이러한 폐단을 잘 알고 있던 정조는 수원 백성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서리들에게 급료를 줘 숨은 뒷거래를 막고자 했다. p176

무릇 얻기 어려운 것이 백성이고 모으기 쉬운 것이 재물이다.재물을 모아 백성을 흩어지게 하느니 차라리 재물을 흩어서 백성을 모이게 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정조의 철인청치 시대 중)

나라의 실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고민하는 군주였기에 백성들은 결집되었고 10년 가량 계획했던 화성이 3여년 만에 완성되었던 것이다.

 

 

세번을 구부렸다 폈다 해서라도 성문을 저 백성들 집 밖으로 쌓으라 명해 민가 밖으로 물러 앉게된 장안문.감독자를 그 건축물의 기능에 맞는 전문 인력을 선발한다는 합리성에 근거 무인을 기용해서 건축된 연무대.정자이면서 군사지휘소인 아름다운 방화수류정.조선 축성사엔 없었던 창의적인 복합물 공심돈.경복궁 근정전이나 창덕궁 인정전 등에만 설치할 수 있는 박석이 깔린 화홍문. 정조가 내려와서 살려고 했던 화성 행궁등 기능성과 아름다음과 견고함을 갖추고 있는 건축물들.

현재 70%정도만 복원된 상태라는데 전쟁과 자연재해에 유실된 화성의 일부가 안타깝기 그지없다.. 화성성역의궤에 화성 건설의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는데 동원된 인부들의 이름과 노동 상황 급여에 이르기까지 그 기록내역들에는 한계가 없어 보였다. 무서울 정도라고 했다. 가까이 일상에서 보아왔던 그 건축물들에 정조의 무한대 사고 영역과 세밀한 의도가 녹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과거 내 무심했던 시선이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 변변치 않는 제 글.꾸준히 긍정의 관심 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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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우다, 공식 한국어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지음, 양희승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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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곳 라다크에서는 검약의 의미가 전혀 다르다. 그것은 풍요의 기본이 된다.한정된 자원을 조심스럽게 나누어 쓴다는 것은 인색함과는 관계가 없는 것이다.p74

 

난 가족이 모두 잠들면 종종 촛불 아래서 책을 읽는다. 작은 아이가 엄마 전기 아까우니까 우리 불끄고 촛불 켜고 책봐요 한다. 조금 당황되었는데,낭비와 절약의 의미를 비교해 줬다. 이를 닦으면서 물을 틀어 놓는등,사용되지 않고 자원이 버려지는 것이 낭비인데,엄마가 항상 아끼라고 잔소리하는 것은 낭비하지 말라는 것이지 꼭 필요한 에너지인데 불편을 느껴가면서까지 쓰지 말라는 게 아니었다고. 엄마는 자원들 중에 물이 가장 안타까운데, 물을 아껴 쓰라 하는 것은 물 자체가 소중해서이지 수도요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고.

얼마전에 무릎정도 높이의 노란통을 하나 샤워부스안에 들여 놨다. 온수 나오기 전에 나오는 찬물과 헹군 후 버려지는 맑은 묽을 담아 두기 위해서다. 통안에 모아진 물은 변기 소변을 내릴 때 썼다. 한 달간 수도 사용량 2톤이 줄었다.평소 우린 10톤 가량 썼으니 20%나 절약한 것이다. 뿌듯함보단 이제까지 괜한 물들이 그냥 버려졌다 생각하니 속이 좀 썼다.

 

라다크인들에겐 쓰레기라는 것이 없다. 제각기 알뜰하게 그 소임을 다 한 후에도,자리를 옮겨 다른 용도로 쓰여진다.유행이 지났다는,기능,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관념을 집어 넣어 끊임 없이 쓰레기를 양산하는 문명으로부터 안전했었다. 완전한 자급생활은 아이부터 노인까지 전세대에 건강한 존재감과 자긍심을 선물했으며,그들의 몸엔 관용과 공존과 자율이 건강하게 배어 있었다. 비화폐,자급경제 안에서 어느 민족보다 풍요로운 삶을 살던 이들에게 문명은 인위적인 결핍상황을 만들어,문명인들이 현재 그토록 열망하는 생활을 이미 누리고 있는 그들을 붕괴시키고 있다.

 

가장 오래된 문화가장 현대적인 문화 사이에는 눈에 띄는 유사점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우리 자신과 지구 사이의 오래된 연결관계 속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 중심의 삶과 여성 존중과 영적 가치를 추구하는 새로운 운동들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이러한 추세에는 새.로.운. 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지만 라다크 사회가 증명해 보인 것처럼 그것들은 아주 오래된 것들이다. 우리와 자연 사이의 분리될 수 없는 연관성을 인식하게 하는 숭고한 가치들의 재발견을 의미한다.p336

 

문명인의 최상층이라 하는 이들은 천연 모직 옷을 입고,유기농 채소를 먹고,자연 곁에 거주하려고 한다. 문명인들이 버리고자 하는, 합성 섬유,농약으로 겉만 멀쩡한 채소와 투약물로 키워진 육류,도시 주거지를 비문명인에게 아무런 조건 없는 발전인것 처럼 퍼뜨리고 중독시켜 비문명인들 고유 문화의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게 만든다. 요즘은 세계 어디를 가도 그 지역의 음식은 찾기 힘들고 다국적 기업의 체인점들뿐이다. 국내 여행에서도 어딜 가든 체인점뿐이다. 지역의 특수성과 다양성이 사라지는 세계의 미래는 공멸뿐이다.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

'월든'에서 소로우가 그리고 그런 삶을 체험한 현명한 이들이 제시하는 공동된  해법이다.

글로벌 경제.소비지향적인 획일성 문화가 저지른 부작용은 충분히 체험되었다. 각 민족의 고유하고 건강한 정체성과 다양성만이 생존의 진리임을 깨닫게 하고도 충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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