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음반구매를 자제 했다. 자제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으므로. 그런데 물꼬가 한번 빵 터지니 줄줄이 사들이기 시작한다. 그나마 책구매 방죽은 아직 터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수입 음반들 보다는 재고소진에 좀 더 걸린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  

 사실 그러다가 몇 개 놓친 책들도 있다. 오래도록 보관함에 들어만 있다가 문득 '아..이 책 사야하는데..' 라고 생각하고 돌아보면 이미 애인은 다른 이의 손을 잡고 사라진 이후다. 그 때 부터 약간의 조바심이 나서 다른 사이트들과 중고서점들에서 재고확인에 들어간다. 간혹 여기저기서 많이 발견되면 또 한시름 놓으며 잊게되고 거의 찾기힘든 책들은 잠재적으로 포기하는 수준에 들어서게 된다.   

 요한나 마르치의 testment 음반 두종. <슈베르트 바이올린 소나타집>과 <바흐 무반주 소나타 &파르티타> 후자는 EMI에서 여전히 스테디셀러로 나가고 있고 전자는 CD로는 처음 복각된 것 이다. 기돈 크레머의 연주가 경쾌한 봄날의 은폐된 냉기가 있다면, 마르치의 톤은 관조적인 부드러움이 있다.  

 

 안토니오 야니그로의 <베토벤 첼로소나타>음반이다. 뱅가드 클래식의 대표적인 히트상품 중에 하나인데 한동안 시중에서 찾기 어려웠다. 최근에 다시 수입되어서 또다른 기다림을 만들지 않기 위해 구매했다. 과거 현악기 연주자들과 요즘 연주자들 사이의 차이를 말하라면 나는 과거 연주자들에게서는 '나무' 향기가 난다고 말한다. 조금은 어눌한 톤 속에 악기는 과거 나무였던 기억을 되짚는다. 

 현역 은퇴한 알프레드 브렌델의 <하이든 피아노소나타>음반이다. 필립스가 데카로 편입된 후 데카 시리즈로 나오고 있다. 내가 최근에 구한 음반은 필립스 시절 나온 것이다..조금은 가벼워도 될 듯한 하이든이라는 선입견이 동백꽃처럼 떨어진다. 그리고 꽃 진 자리마다 사색의 결이 느껴지는 모종의 애상이... 

베토벤 현악사중주로 이름 높은 린지 사중주단이다. 이 단체 역시 이미 해산했다. 동시대에 가장 인기가 높았던 사중주단은 알반 베르크 사중주단이었다. 린지의 명성은 알반베르그에 못미친다. 하지만 명성이 꼭 실력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이 음반에는 고전파 연주부터 해서 현대음악까지 린지 사중주단의 찬란했던 시절의 기록들이 담겨있다. 내게 린지 사중주단은 베이지 않는 예리함이다. 

프랑수아 쿠트리에가 만든 타르코프스키 콰르텟의 <노스탤지아>음반이다. 클래식은 아니고 뭐라고 해야 할까...ECM 계열의...하여간 ECM계열은 뭐라 말하기가 어렵다.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작품에 영감을 받은 곡들이 들어있다. 노스탤지아. 희생.솔라리스.스토커 ...타르코프스키의 영화같은 음악들이다. 타르코프스키는 '영화에 음악은 필요없다'라고 했다지만. 최근에 나온 음반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그들의 예전 작품에 손이 먼저 갔다. 

 빌 찰렙이 이끄는 New york trio의 2005년 음반이다. 빌 찰렙은 과거 '빌 찰렙 트리오'로 활동하기도 했고 '뉴욕 트리오'를 이끌기도 했다. 블루노트 레이블에서는 '블루 노트7' 의 멤버이기도 했다. 이 음반은 전형적인 재즈 피아노 트리오 음반이다. 찰렙의 피아노는 부담없이 소근거린다. 봄 밤에는 재즈 트리오 연주들이 좋다.  비너스 레이블의 피아노 트리오 중 가장 많이 알려진 팀은 에디 히긴스 트리오가 아닐까?

 앤더스 위드마크는 스웨덴 재즈피아니스트다. 이 앨범의 제목은 <카르멘>. 비제의 곡을 재즈로 리메이크한 음반이다. 클래식을 재즈로 편곡한 음반들이 요즘은 너무 많다 보니 좀 식상한 감이 있다. 그들은 주선율을 살짝 보여주고  예측가능한 임프로비제이션을 보여준 다음 다시 주선율로 마감한다. 앤더스 위드마크는 그에 비하면 훨씬 더 해체적이다. 최소한 텍스트를 숙성시킨 후 변주한 결과가 확연히 보인다. 2001년 음반인데 최근에 알게되어서 후딱 구했다.     

 

 

 

벨라 다비도비치, <쇼팽 발라드& 즉흥곡>, 자크린 듀프레,<엘가 첼로협주곡 BBC녹음>, 릴리안 푹스,<바흐 무반주첼로모음곡-비올라버전>, 한스 리히터 하저,<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5번>  

음악잡지를 보다 '살아 있는 짐머만보다 죽은 리히터의 음반이 더 많이 나온다.' 라는 글을 읽고 잠시 웃은 적이 있다. 실제로 그렇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크리스티안 짐머만은 몇 년 만에 음반 한장 나온데 비해 물로 좋아하는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는 거의 매달 복각음반이나 미공개 음원들이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가 유명연주자가 자신들이 매번 과거의 거장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스럽다고 한 적이 있는데 그 말도 이해가 될 성 싶다. 음반으로는 죽은이들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악기나 연주실력, 또는 녹음 기술이 발달할 수 록 연주에 있어 무언가 평준화되는 경향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실력적으로는 상향평준화일거라 생각한다. 역설적이게도 조금은 어눌하고 답답한 녹음일지라도 불충분함 속에 느껴지는 여백과 다양성이 오래된 연주자들의 매력이기도 하다.  

말랑말랑 재즈 피아노 트리오 곡이나 하나 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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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봄비인가 아니면 이른 여름비... 

장안의 화제인 <나가수>를 매번 시청한다. 흔히 말하는 본방사수 프로그램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가수들이 그렇게 최선을 다해서 노래하는 무대를 TV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다.  

내게는 여전히 시나위의 보컬이란 수식어를 꼭 달고 다닐 수 밖에 없는 임재범을 만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은 실로 오랜만에 보는 인물인....장기호. 

누군가 하는 사람들도 있을 법하다. 자문위원인가로 나오는 아래 빼빼 마른 사람이다. 

  

  

<빛과 소금>이다. 이들의 노래 중 가장 먼저 알려진 노래는 드라마 삽입곡으로 쓰였던 1집의 '샴푸의 요정'이었다. 당시 베스트셀러 극장이던가에 삽입되었던 노래로 기억한다. 뒤에 후배 그룹이 리메이크를 하기도 했는데 썩 좋아하는 노래는 아니었다. 오히려 덜 알려진 2집의 타이틀 곡인 '나를 떠나지마'가 훨씬 좋았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내게 이들을 각인 시킨 음반은 3집이다. 지금 베란다 창고에 다른 LP들과 뒤섞여 있을 음반이다. 

 MP3나 CD와 다른 LP의 장점은 구간 반복이 잘 안되고 스킵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니 일단 플레이어에 올려 놓으면 귀찮아서도 한 면을 끝까지 다 듣게 된다. 

<빛과 소금>의 3집 음반은 그렇게 앞뒤면을 넘겨가며 열심히 들었다. 당시 친구들에게 녹음테입을 선물할때도 다른 외국곡들 사이에 한두 곡 씩 섞어서 넣곤했다. 다들 반응이 나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내가 특히 좋아했던 곡은 타이틀 곡이었던<그대에게 띄우는 편지>, 웨더리포트의 Remark yoy made의 도입부 베이스라인을 연상시키는 <슬픈영화를 보고나면>이었다. 

   

기침을 해대다가 새벽에 눈을 떴는데 잠자는 도시에 캄캄한 비가 내린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비 오는 날 무척 어울리는 곡들이다.  

오랜만에 만난 장기호의 얼굴도 반갑다.   

3집 '그대에게 띄우는 편지'

  

2집에 들어있었던 '나를 떠나가지 말아요'- 이소라가 그녀의 3집에서 리메이크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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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 저래 음악 듣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새벽에 잠에서 깻을 때는 오히려 인터넷 다시듣기로 정만섭의 <명연주 명음반>을 듣게 된다. 예전에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  모 여자 아나운서가 같은 제목으로 방송을 했다. 새벽 2시경이었던 것 같다. 그때는 전화질에 시간가는 줄 몰랐기 때문에 일단 TAPE에 녹음해 놓고 전화는 전화대로 하면서 녹음은 낮에 공부하면 듣곤 했다. 가끔 TAPE 뒤집는 걸 잊어서 그냥 앞면만 녹음된 것도 있다. 예전에 이사할 때 우연히 그 당시 녹음했던 클라우디오 아라우의 모노녹음연주를 들으며 지난 시절에 대한 추억에 살짝 웃음지었다. 

요즘은 그렇게 하는 친구들이 거의 없지만 예전에는 음반도 귀하고, 또 돈도 없던 시절이라 90분짜리 TAPE 하나 사서 좋아하는 심야 방송 녹음해서 듣곤 했다. 중 3때는-특히 방학기간 중- 항상 TAPE을 오디오 데크에 장전시켜 놓고 노래를 소개할 때 쯤 녹음하곤 했다. 김기덕, 이종환,김광환 등등등 

이후 심야시간에는 주로 전영혁의 프로그램을 앞부분만 듣다가 잠들기 전 녹음버튼을 누르고 잠들곤 했다. 이 경우 특히 TAPE를 뒤집을 수 없기 때문에 1부만 녹음된다거나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좀 고생하고 아쉬워하면서 들었던 음악들이라서 더 소중했던 것 아닌가 싶다.  

요즘은 어디가나 어떤 음악이든 클릭 몇 번에 쉽게 찾아들을 수 있다보니 그만큼 또 음악에 대한 아쉬움도 적어진다.    

음악 

              -이성복

비 오는 날 차안에서
음악을 들으면
누군가 내 삶을
대신 살고 있다는 느낌
지금 아름다운 음악이
아프도록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할 곳에서
내가 너무 멀리 왔다는 느낌
굳이 내가 살지
않아도 될 삶
누구의 것도 아닌 입술
거기 내 마른 입술을
가만히 포개어본다

최근 나를 만족시킨 음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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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탄생>을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오늘 우연히 거기 출연한 데이비드 오라는 청년과 관련된 기사를 보다가...깜짝.... 

거기서 고은희라는 이름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청년의 어머니가 바로 고은희 씨라는 것이다. 

고은희.이정란의 <사랑해요>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어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차분하고 그 단아한 목소리. 그리고 그 목소리는  

이문세의 명반 <이문세 4집>의 '이별이야기'까지 이어졌다.  

이후 이정란씨는 솔로로 독립하고 간혹 TV에서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좋아했던 '사랑해요'의 그 첫음을 노래하던 젊은 여인은 어디갔을까? 가끔 가을 무렵 라디오에서 <사랑해요>라는 노래가 나오면 오래전 TV에서 봤던 그녀를 생각했다.(당신을 기억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몇 십년이 지나고 나서야  오늘에야 그녀가 노래를 접었고, 평범한 은행원으로 미국에서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결국 그녀의 아들을 통해 다시금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녀의 노래를 무척 좋아했던 팬으로서 얼마나 반가운지....데이비드 오라는 청년이 노래하는 모습도 유투브를 통해 봤다. 경쟁에 길들여져 있지 않은- 그래서 처절함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순수한 청년의 모습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이란게 순위를 매기는 매커니즘이다 보니 어쩔 수 없겠지만, 순위는 경마장에서나 매기는 것이지 음악에서는 아니다. 밥 딜런이 이런 오디션에 나오면 몇 등이나 하겠는가?  

어쨋든 그녀의 팬으로서 나는 데이비드 오를 응원할 수 밖에 없지 않겠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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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 바른 곳에는 이미 목련과 개나리가 활짝 피었다. 출근길 강변에 아가들 뺨처럼 붉게 달아오른 벚꽃 가지들 사이로 성질 급한 녀석들은 이미 빵 하고 터졌다. 다음 주 가 되면 벚꽃 터널 아래로 출근 할 수 있을 것 같다.... 

 

 매우 독특한 <겨울나그네>음반이다. 평단과 팬들에게 그다지 높은 관심을 끌 것 같진 않지만 가끔씩 미묘한 차이만을 비교해야 하는 클래식 음반 사이에서 이런 독특한 시도가 나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알라딘 소개글을 옮겨 놓는다. 

   "보스니아 출신의 가수이자 여배우인 나타샤 미르코비치-데로가 허디거디 반주에 맞추어 슈베르트 <겨울나그네>를 부르는 이색적인 음반이다. 록큰롤과 재즈 가수로 시작했지만 정식으로 음악학과 성악을 공부하고 현대 오페라, 바로크 오페라, 민요, 재즈를 비롯해서 다양한 무대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쌓아가고 있는 미르코비치-데로는 이번 음반에서 월드 뮤직에서 오랫동안 함께 호흡을 맞추었던 마티아스 로이프너의 허디거디와 함께 노래한다. 전통적으로 거리의 악사와 연관이 있었던 허디거디는 <겨울나그네>의 가사에 등장하는 허디거디와 관련해서 묘한 현실감을 주며, 클래식도 아니고 재즈도 아닌 미르코비치-데로만의 독특한 음성은 내면의 절망을 노래하는 이 가곡집에 묘한 음영을 던져준다" 

허디거디? 이런 악기가? 허디거디? 이 말을 들었을때 입안을 돌던 말은 가수'우디 거스리'였다. 왠지 비슷한 뉘앙스 때문이었겠지. 악기 이름이 왠지 '바람'같은 것과 관련이 있어 보였는데 아무래도 <겨울나그네>에 나오는 '풍신기'라는 곡이 만든 연상같기도 하다. 일종의 아코디언 아닐까 생각했다. 바람을 넣어서 동작하는.

허디거디를 찾아보았다. 

 "악기의 한쪽 끝에 달린 나무 손잡이로 송진가루를 묻힌 나무 크랭크 축을 돌림으로써 활로 현을 마찰하는 것을 대신한다. 현의 스토핑(stopping:현의 특정 지점을 눌러 음높이를 정하는 것)은 왼쪽 손으로 누른 짧은 나무 키[件]들이 1, 2개의 선율현에 연결됨으로써 이루어지며, 스토핑하지 않는 지속저음 현(4개까지 달려 있음)들을 부르동(bourdon)이라 부른다. ..... 허디가디라는 이름은 때로 거리의 악사들이 손으로 작동시켜 연주하는 배럴 오르간, 배럴 피아노 등과 혼동하여 사용되기도 한다."   

배럴 오르간도 찾아보니...대략적으로 그림이 그려진다.

그래도 백문이 불여일견. 

유럽에서는 19세기-20세기 초까지 거리를 중심으로 널리쓰였다니 그 쪽 사람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악기일 것 같다. 유럽 여행에서도 한 두 번은 만나봤음직 하다. 나는 아시아를 벗어나 본 적이 없어서...^^ 

앞서 소개한 음반의 두 주인공이 연주하는 겨울나그네의 '보리수' 들어보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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