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 래틀의 말러 2번 교향곡 <부활>입니다.각종 음악잡지에서 최고의 말러2번이라 평했는데 그저께 비로소 구입했습니다.

사이먼 래틀의 대중친화적이고 실험적인 자세를 높이 평가했지만 그의 연주에 크게 열광하진 않았습니다.그의 말러 5번,10번의 경우 그의 명성에 비해 그다지 특별한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요.베토벤 교향곡의 경우도 전곡을 다듣지는 못했으나 과거 베를린 필의 수장들에 비교하여 더 큰 비교우위를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이 연주를 듣고 그의 명성이 빈 소리는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현대적인 사운드에 각 성부가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또 악기간의 밸런스도 좋고 금관의 울림도 아주 훌륭하더군요.제가 음악을 들을때 높이 평가하는 부분은 텐션입니다. 이미 알고 있는 곡이어도 다음엔 어떻게 진행될까 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긴장감을 가지고 있으면 진짜 최고죠.이 음반에서 사이멀 래틀은 2부리그 오케스트라를 데리고 최고의 텐션을 이어갑니다.다음엔 어떻게 처리될까 늘 궁금하게 만들고 그 지점에 오면 여실히 최고의 음향을 선사합니다.그러니 음반 평론가들이 별 다섯개를 줄수 밖에 없었겠지요.저 역시 그들의 평가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이건 제가 래틀의 연주를 듣기전에 좋아한 클라우디오 아바도-시카고 심포니의 연주입니다. 같은 음반사에서 녹음한 후기 음반도 있으나 이 음반이 말러의 죽음에 대한 사유와 말러식의 낭만성을 더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베를린을 맡기전 훨씬 과감하고 도전적인 연주를 들려주던 시기어서 맘에 들었습니다.더우기 이 음반은 말러 4전 교향곡과 커필링 되어있는데 4번 연주 역시 베스트중 하나이기 때문에 가격대비 연주의 질면에서는 아직도 단연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이 음반은 길버트 카플란이란 좀 희안한 경력을 가진 지휘자의 음반입니다.이 음반의 장점은 내실 있고 중용적인 연주라는 것이지요.당연히 연주의 안정감이 뛰어 납니다. 말러 음악에 경쾌하다는 말을 쓰면 왠지 어색할 듯 하지만 이 음반에서 카플란이 보여주는 말러는 무거우면서도 결코 칙칙하지 않은 말러의 모습을 보여줍니다.과유불급의 도리를 잘 지킨 뛰어난 연주라고 생각합니다.최근에 또 같은 곡의 연주가 나왔던데 들어보진 않았습니다.또 하나의 장점은 이 음반의 내지가 상당히 충실하다는 것입니다.곡에 관한 말러의 이야기와 카플란의 해석방향이 소책자 형식으로 만들어져있습니다.또한 악보까지 수록되어있지요.첫번째 CD에는 피아노로 연주한 말러 주요교향곡들의 주제선율이 들어있고 인터렉티브 CD를  이용해서 사진도 들어있습니다.(근데 저희집 컴퓨터에서는 사진이 안되던데...말모르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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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4-08-30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먼 래틀의 말러 2번 교향곡 <부활>을 꼭 듣고 싶었습니다. 각종 메스컴에서 극찬을 한 홍보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EMI가 정직하고 진실하게 음반을 만들었다는 평론가들의 후평에 더 반했다는 거죠^^

바람구두 2004-08-31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러 추종자들에겐 정말... 극약이로군요. 그런데 이 음반들을 가지고 계신 건가요?

mannerist 2004-08-31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고보니 레틀의 '부활'은 제가 지난주 월요일 핫트렉에서 목격한 음반이군요. 그때 레틀의 말러 2번 찾으시길래 긴가만가 했었는데요. 제가 이제껏 들은 래틀의 가장 훌륭한 연주는 '봄의 제전(솔직히 래틀밖에 못들었습니다-_-;)'과 지난번에 TV로 본 바렌보임과의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 협연이었지요. 작년 빈필과 낸 베토벤 교향곡 전집에 대한 악평과 함께 안좋은 말들 하도 많이 들어서 저도 모르게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역시 음반을 사서 직접 접해봐야겠지요. 베를린 필을 이끌고 그가 한국을 방문하기까진, 시간이 꽤 남아있을 테니까요.

2004-08-31 2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팀전 2004-09-01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구두님> 부활은 이렇게 석장 가지고 있습니다.래틀을 가장 최근에 샀지요.레너드 번스타인과 솔티의 2번도 들었는데...번스타인은 말러에서 고른 기량을 선보이니까 ..열정적이기도 하고 뭐 좋았던것 같구요.솔티 연주는 음 뭐랄까 저현부가 상당히 강조된 느낌이 들었어요.1악장 주제 시작할때 부터 다른 연주와 달리 첼로,콘트라베이스의 주제선율이 다른 모든소릴 누를만큼 강하고 무게감있게 연주하더군요.전 지금은 래틀 연주에 빠져있습니다.
매너님> ..서재주인에게만 하는 방법도 있네요.^^ 이번주 안에 발송할께요.알라딘보다 빠르다 그쵸? 성함이 그러시군요.대학다닐때 형중에 한분이 그 이름이어서 교수님들이 뭐시킬때 매번 그 형을 불렀는데....^^
 

 

브람스의 현악 6중주 1번입니다. 그중 2악장...워낙 유명한 곡이라서 뭐 설명도 필요없지요.

클라라에 대한 속앓이만 하다 세상을 마친 브람스가 그녀를 위해 만든 곡입니다.

이곡은 현악 6중주 버전 말고도 피아노나 기타 연주로도 음반화된 경우가 많습니다.

피아노 연주는 라두 루푸, 브렌델을 들어봤는데 다 좋았던 거 같구.백혜선 음반에서도 괜찮았던것 같아요기타 연주는 존윌리엄스와 줄리안 브림 밖에 못들어 봤습니다.

현악 연주로는 알반베르크 연주가 제일 좋았습니다.좀 힘이 많이 들어간 것 같지만 비장미는 넘치는 연주지요.(지금 나오는건 알반베르크껀 아니구...어서 퍼와서 잘 모르겠으나 메뉴힌 아니면 아마데우스겠죠.)

사실 지금 보다는 늦은 가을에 더 어울릴만한곡인데 그래도 뭐 ...

옛날 어느 가을 확 무너지는 음악이 듣고 싶었습니다.그때 아는 형님이 추천해준 곡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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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4-08-27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을 '지대로'긁어버리는군요. ㅜㅡ

지금 시쳇말로 '필 꽃혔습니다' 다음달 데카 TRIO로 나온 쿠벨릭의 슬라브 무곡 사려고 했는데 수정해야할지도 모르겠네요. 전에 아마데우스 사중주단 브람스 실내악 박스셋(DG)을 본 적이 있는데 이 안에 있겠죠? 저역시 알반베르크를 듣고 싶은데 수이 구할 수 있을진 모르겠네요.
 


<가을도 되고 하니 JAZZ 한번 들어보는 것도...>

클리포드 브라운은 26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트럼펫 연주자였습니다. 따뜻한 음색을 갖고 있으면서도 파워블로잉도 선보여주었지요.후에 등장하는 많은 하드밥 트럼페터들에게 교본이 될만한 음악인 이었습니다.그의 음반중에 가장 대중적이며 현악반주가 달려 가을에 더 듣기 좋은 음반이 옆에 있는 겁니다.

아래 글은 하루키의 <재즈에세이>중에서 클리포드편을 옮겨왔습니다.             

    Clifford Brown

 
 
  그가 생전에 남긴 레코드로 판단하는 한, 클리포드 브라운만큼 음악적으로 밀도 높은 연주를 하는 재즈 연주가는 달리 없을 것이라고 늘 생각한다. 어떤 앨범을 들어도 실로 질이 높고, 뜨겁고 정서적이고 그리고 가히 혁신적이다. 레코딩을 한 시기는 전부 합쳐야 불과 네 해밖에 되지 않지만, 브라운은 그 사이에 눈에 띠는 모든 기회를 포착하여 몸을 깍아내듯이 한껏 불어제쳤고, 한 점의 좌절도 주저도 없이 그야말로 절정에서 교통사고로 죽었다. 마약에도 전혀 손을 대지 않은, 당시로서는 상당히 희귀한 존재였던 클리포드 브라운이 오히려 그 누구보다 빨리 이 세상을 떠났으니 실로 생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딱히 생이 서두른 것도 아닐텐테, 어떤 유의 생은 그 시작부터 생의 길이를 견디지 못하도록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의 앨범은 "Study in Brown"이다. 나는 학창 시절에 샀던 국산판을 지금까지 소중하게 듣고 있는데, 몇 년 전에 보스톤의 중고 레코드 가게에서 엠아시의 오리지널 판을 3달러 99센트에 샀다. 야, 정말 기뻤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싼값에 팔고 있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지만 가격보다 더 기뻤던 것은 이 레코드의 음질이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훌륭했다는 점이다. 음질이 시원치 않은 국산판조차 감탄해가며 들었는데, 새로 구입한 오리지널 판을 듣고 나는 지금까지 눈앞을 가리고 있던 베일이 싹 걷히는 듯한 신선한 경악감을 느꼈던 것이다. 클리포드 브라운이 두 걸음 정도 앞으로 나와 연주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뭐 그렇다고 내가 오리지널판 지상주의자는 아니지만, 가끔 그런 일이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이다.
  아무튼 클리포드 브라운의 음악에는 재즈라는 음악 형식이 지닌 모든 훌륭한 면이 남김없이 담겨 있다. 훌륭하지 않은 면은 (아마도) 거의 파고들 여지가 없는 것 같다. 이는 실로 기적이랄 수 있는 완성도이다. 이 점은 거의 모든 재즈 팬이 인정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나는 클리포드 브라운의 음악에 탐닉하는 사람을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 그리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나 자신조차 그의 음악에 탐닉하지 못하고 있다. 전면적인 경의를 표할 수는 있다. 그러나 감정적으로는 몰입할 수 없다. 어째서일까? 아마도 우리들이 그의 음악에서 나약함과 과잉성과 망설임을, 또는 어쩔 수 없는 인간적 모순의 음영(陰影)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들은 어쩐 셈에서인지 좋고 말고에 상관없이 모든 사고력을 뛰어넘어, 무질서하고 파괴적인 나약함을 내포한 예술에 종종 매려되고 만다.
  물론 그것이 클리포드 브라운의 책임이랄 수는 없다. 어떻게 그렇게 말 할 수 있을까? 음악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그의 생에는 한눈을 팔 틈이 없었다. 죽음이 바로 등뒤에서 그의 목덜미에 싸늘한 입김을 내뿜고 있으니까. 클리포드 브라운의 음악이 안이한 탐닉을 넘어선 곳에 우뚝 서 있으니, 우리들은 그 앞에 조용히 고개 숙일 수밖에......
 
   
      * 무라카미 하루키 <재즈 에세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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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이 풀랑의 탄생 100주기였다.클래식 음악계에서는 풀랑의 탄생

100년을 맞아 각종 행사와 그의 음악세계를 다시 돌아보는 작업이 다양하게 펼쳐졌다. 나 역시 당시 풀랑에 대해선 그다지 잘 안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당장 레코드 샵에 가서 풀랑의 음반을 골랐다.

그때 처음 산 풀랑의 음반이 바로 데카에서 나온 이 음반이다.아마 당시 생각에 협주곡이 가장 무난할 것 같아서 골랐을 것이다.  (대개 음악가들도 협주곡부터 듣는게 가장 쉽다.)

이 음반에는 풀랑의 피아노 협주곡과 2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Sylviane Deferne / Pascal Roge)그리고 근대 음악에서는 드물게 만나는 오르간 협주곡(Peter Hurford )이 들어있다. 지휘는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전 남편이기도 한 샤를르 뒤트와가 맡았다.

 피아노 협주곡의 1악장은 피아노의 주선율로 바로 시작된다.그리고 오케스트라의 재현부가 이어지는데 이 멜로디가 한번 들으면 기억될 만큼 아주 인상적이다. 전반적으로 낭만주의의 전통을 이어가지만 중간중간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불협화음을 불러 일으키며 저돌적으로 변해가는 포인트도 인상적이다.2악장은 마치 모짜르트의 아다지오 악장을 듣는듯 하다.풀랑 자신도 모짜르트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으니 모짜르트를 염두에 두고 작곡한 것이다.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의 아기자기한 2악장과 뉘앙스가 비슷하다.

두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역시 도입부 부터 2대의 피아노가 상승 하강 멜로디를 종횡무진하며 다이나믹하게 진행한다.영화 음악과도 유사한 드라마와 색채감이 뛰어난 악장이다.1악장의 주선율도 한번 들으면 기억날 만큼 인상적이다.

오르간협주곡은 ...글쎄 바흐 음악 이후 오르간 협주곡은 만나본적이 없다....근대 음악중 보기 드물게 만나는 작품이어서 신선하다. 스토콥스키가 편곡한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처럼 장중한 오르간의 화음과 심포니의 웅장함이 이어진다.

뭐 이런 저런 음악 듣다가 좀 지루해지면 풀랑의 피아노 협주곡을 들으면 좋다. 기분이 좀 우울한 날이거나  여린 듯한 낭만주의의 음악이 좀 지겹고 원시적인 강렬함이 필요하다면 폴리니가 연주하는 바르토크의 피아노 협주곡도 아주 좋다. 협주곡은 아니지만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역시 good이다.

 

출근길에 차 안에서 이 음반을 들으며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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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4-08-06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으로도 가물가물합니다. 구매음반목록에 추가시켜야겠군요. 대개의 음악가들, 협주곡부터 접근하는게 좋다는 말씀에 동감합니다.

바르톡. 제가 현대음악을 가장 먼저 접한게 그의 협주곡입니다. 선율보다는 리듬의 강렬으로 기억되는. 그저 리히테르가 전집 안남긴게 한입니다. 아니, 2번이라도 남긴 데 감사해야할까요? ㅜㅡ
 

 


글렌 굴드야 원래 바흐에 일가견있는 분인데...가끔 다른 연주도 했지요.

개인적으론 별로 맘에 들진 않아요.

그의 모짜르트 소나타의 경우 뭘 그리 빨리 연주하는지 누가 쫓아오남

베토벤 심포니의 피아노 연주는 그래도 좀 낫죠.

다른 연주자의 음반도 찾기 힘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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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치 2004-07-17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피아노로 연주된 베토벤은 처음들어봤는데 왜 이렇게 심심한 느낌일까요. 바흐할 때는 꽉 차보이는데 허전하네요.

mannerist 2004-08-02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꽤 오래전에 끄적였다가 알라딘 실수로 날렸던 이야기 다시 씁니다. =))
굴드치고는 좀 무겁게 쳤네요. 원래 날아갈듯 가볍게 치는 게 이양반 장기인데요. 하여간 훌륭합니다. 어떻게 기적적 노가다맨 레슬리 하워드의 베토벤 교향곡 피아노 편곡판 전집을 구해서 즐겨 듣습니다만 "운명"에 한해서는 레슬리 하워드보다 잘 들어오네요.

그리고 굴드의 모짜르트. 경악할만하죠. 발터 기제킹 연주와 한번 번갈아 들은적이 있는데요. (K545). 말이 안나오더군요. 이런 말도 굴드가 남겼다죠. "모짜르트가 요절했다고? 그는 너무 늦게 죽었어!"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