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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몸값 1 오늘의 일본문학 8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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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도쿄만 부와 번영을 독차지하다니, 결단코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에요. 누군가 나서서 그걸 저지해야 합니다. 내게 혁명을 일으킬 힘은 없지만, 그래도 타격을 주는 것쯤은 할 수 있어요. 올림픽 개최를 구실로 도쿄는 점점 더 특권을 독차지하려 하고 있어요. 그걸 말없이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요." (404쪽) 
 
나도 예전에 그런 생각을 했었다. 부조리하고 불공평한 이 사회를 젊은 패기로 바꿀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어떤 차별도 없는 나라를 바랐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 혼자선 어쩔 수 없다며 나 자신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점점 나도 사회 안에 적응하는 법을 배워나갔다. 이왕이면 좀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며 나 자신을 다독이며. 어린 시절 가난한 시골에서 태어나 시마자키 구니오. 공부를 잘해 도쿄대학에 가고 대학원까지 가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건설회사에서 일하던 형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날림숙소를 찾아가기에 이른다. 그리고 거기서 시마자키 구니오는 형의 생활을 체험하기 위해, 노동을 체험하기 위해 막노동을 하며, 그 속의 부조리함과 억울해도 말 못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국가에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기에 이른 것이다.

올림픽의 몸값이라니, 이 책의 첫 느낌은 '황당함'이었다. 얼마 전에 동계올림픽이 끝났다. 밴쿠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은 지금도 뉴스거리다. 그런 올림픽은 나는 그저 구경만 한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도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이 개최되었었다. 그때도 축제의 분위기 속에 있었던 사람이 있었겠고, 억울하고 가슴 아팠던 사람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처 알지 못했던 누군가의 억울함과 슬픔이 이 소설을 읽고 나니 보이는 듯해 마음이 아팠다.

이 소설의 배경은 1964년 도쿄올림픽의 전후 시간대이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중에 폭발사고가 일어난다. 올림픽을 앞두고 올림픽과 관계된 장소가 폭발의 목표였다. 10월 10일 많은 사람이 모이는 개회식, 올림픽은 대외적인 행사이기에 일본에 그날은 아주 중요한 날이다. 그렇기에 폭발 같은 것을 일으킬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경찰, 오치아이 마사오. 올림픽의 몸값을 돈으로 요구하고 들어주지 않으면 폭발한다는 남자, 시마자키 구니오. 그리고 올림픽 경비본부 최고책임자의 둘째아들, 스가 다다시. 이렇게 세 사람이 주요 인물이고 그들 자신의 위치와 상황에 따라 올림픽과 폭발 사건을 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로 말미암아 같은 사건이라도 입장에 따라 어떻게 보는지 세 가지의 다른 계층으로 구분해 놓은 듯해 책을 읽으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빠져들어 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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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주의보>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분홍주의보
엠마 마젠타 글.그림, 김경주 옮김 / 써네스트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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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위에는 분홍색이 많다. 옷부터 시작해서 다이어리, 계산기, 핸드폰 케이스까지. 그런데 분홍주의보라니, 혹시 나에게 어떤 주의를 주려는 책인가 싶어 책 표지를 든 순간 뜨끔했다. 그렇지만, 전혀 아니었다. 이 책은 사랑에 관한 책이었다. "사랑이 스며오는 무렵"의 몸이 분홍으로 물드는 그런 시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진한 분홍색 덮개를 넘기고 나면 일단 푸른색이 나를 맞이한다. 그리고 한 장씩 넘기면 책 대부분이 그림이 차지하고, 시인지 산문인지 잘 모르는 글 몇 줄이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대충 읽었다. 사실은 정신이 없어서 집중할 수가 없어서 일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다시 한 번 더 읽고 나니 그 속의 분홍의 느낌을, 사랑이 스며드는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가 쓴 일기 같은 짧은 글과 그림은 온몸이 분홍으로 물드는 상큼한 시절의 사랑에 대한 기쁨과 슬픔과 기대를 얘기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는 '사랑'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설레고 얼굴이 빨개졌던 거 같다. 그걸 어떻게, 하며 무슨 말로 형용할 수도 없었다. 그런 사랑이 이 책에는 있다.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하며, 베개를 빌려주고 같은 꿈을 꾸기를 바란다. 그리고 헤어지면 얼마나 아플까, "점점 몸이 지워지는 거 같은" 느낌도 느낄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더 다가가기를 바라고, 꿈에서도 함께 하기를 바라며 그 사랑의 느낌을 "고백"하기를, "고백"받기를 원한다. 푸른빛과 초록빛이 가득한 세상이 점점 분홍빛으로 물들 것이다. 사랑으로 말미암은 성장통을 겪는 것이다. 이처럼 사랑과 이별의 감정들을 이 책은 그림과 함께 솔직하게 표현해 놓았다.

이 책은 28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김경주가 번역했다. 그래서 책 속에 글자들이 그림과 잘 어우러졌으며, 마치 시를 한 편 읽은 듯한 아련한 느낌을 불러들였다. 특이하게 책 속에는 쪽수가 없었다. 마음에 드는 글귀가 있어 기억해 뒀다가 적어야지 하고 넘기면 처음부터 읽어야 한다. 뭐, 쪽수가 적으니 다시 한 번 더 읽어도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지만 말이다.

"성장이란 어쩌면 고백에 관한 자신의 다양한 물음들이 아닐까 한다." 김경주 시인은 성장을 이렇게 말했다. 나의 성장기 사랑, 성장통은 잘 생각은 안 나지만, 그런 것도 같다. 풋풋하고 나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책이었다. 이 책으로 내 안의 칙칙한 회색들이 분홍으로 물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책 속 밑줄긋기>
사랑은 아마도 한 사람의 세상으로 들어가서
아주 오랫동안 여행을 하는 일일 거야
그 여행은 밤마다 초록색 베개를 안고 숲까지 걸어갔다가 돌아오는
두렵지만 깨고 나면 두 눈이 따뜻해지는 꿈 같은 거겠지……

등대가 바다를 비추면 어둠 속에서 고기들의 눈이 맑아지고
등대가 하늘을 비추면 어둠 속에서 구름 속이 훤해지고
등대가 사람을 비추면 그 사람은 잃어버린 방향을 찾게 된다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할 때, 그에게 많은 말을 하기보다는
가만히 그의 '곁'이 되주면 돼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것 같은 '곁'은 든든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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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이끼 2010-02-26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닉네임도 참 예쁘시네요^^ 잘 읽고 갑니다

연향 2010-03-16 22:49   좋아요 0 | URL
어머~! 감사합니다~ 이끼님 즐거운 시간되세요^0^
 
<꾼>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 이야기 하나로 세상을 희롱한 조선의 책 읽어주는 남자
이화경 지음 / 뿔(웅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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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을 좋아한다. 그 속에는 여러 삶과 누군가의 삶 속의 이야기들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과 만나면서 그 속의 이야기에 빠져 흥분하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 인생을 엿보는 게 무척이나 재미있다. 그리고 나 외에 누군가의 삶에서 뭔가를 배우기도 하고, 공감이 가 애틋한 마음을 가지기도 한다. 이 소설은 그런 이야기를 소설을 못 읽는 서민들을 위해, 아니면 지금의 연극처럼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 구전동화를 하듯 말해주는 조선시대의 이야기꾼 '전기수'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역사소설이다. 역사소설을 읽을 때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 같은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 읽기를 꺼리는 장르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요즘 나오는 몇몇 역사소설을 함께해보고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구나, 느끼며 한걸음 다가갔었는데, 이 책으로 다시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참 아쉽다. 그런 어려운 단어들은 나의 글읽기를 더욱 더디게 했다. 사전 찾으면서 읽어야만 하는 느낌은 문맥이 끊어지는 느낌이라 좋아하지 않는 데 말이다. 사전 안 찾고 읽으려니 문장이 단체로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있어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뭐, 나의 무지함을 탓할 수밖에. 그렇지만, 이런 어려움도 초반을 넘어서면 적응이 되었다. 그리고 소설 중간에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어 특이했다.

이 소설은 세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성균관에서 몸종으로 자라 글도 읽히고 소설도 보지만, 사대부에 들어갈 수 없는 반인 신분인 탓에 아픔을 딛고 짐꾼이 되어 길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 길에서 길 사람들의 이야기, 소설 등을 발판으로 삼아 이야기꾼이 되기로 하는 검은 놈, 김흑. 그리고 어린 김흑이었던 운득의 스승이었던 이율. 이율은 글을 쓰는 사대부였는데 소설체를 써 정조의 눈엣가시가 되어버려 힘들고 비참하게 생활했다. 그리고 조선시대의 임금이었던 정조. 정조는 서적을 좋아해서 책 읽기를 게을리하지 않지만 유독 소설체를 싫어했다.

조선최고의 이야기꾼이 되고자 했던 김흑은 한 여자를 만나면서 규방의 아낙들을 위한 여자로 변장한 이야기꾼이 되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유리도 만나 사랑하는 연인이 된다. 그렇지만, 그것은 김흑을 불행으로 내던지는 일이었다. 나는 조선의 멋진 하나뿐인 책 이야기꾼이 되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한 여자를 만나면서 그리고 한 전기수가 영웅의 이야기를 하던 중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는 것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는지는 모르나 얘기는 내 기대와는 반대로 가버렸다. 잘 가던 길이 바뀌어버려 그 길을 따라가던 나는 조금 의아해했다. 어차피 김흑의 인생은 이래저래 바람결에 따라다니기 때문에 모로 가나 서울로 가면 되는 것이었을까.

소설을 읽으면서, 영화 <왕의 남자>처럼 시작해서 <음란서생> 같은 느낌으로 끝을 맺는다고 생각했다. 이야기꾼이 되리라 서울로 향하지만, 규방의 아낙을 만나, 음란한 얘기와 행위까지 하니…., 조선시대 때 쓰고 싶은 글을 못 쓰고 비참하게 생활해야 했던 이결의 모습이 참 안타까웠다. 그래도 난 읽고 싶은 거 마음대로 읽을 수 있으니 참 다행이다는 생각이 뜬금없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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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인생 - 어진 현자 지셴린이 들려주는 단비 같은 인생의 진리
지셴린 지음, 이선아 옮김 / 멜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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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잔소리는 나를 위해 해 주는 말이고, 잘 들어보면 나에게 도움이 되는 말들이다. 그렇지만, 마음에 진정으로 닿아 있지 않으면 그 말들은 말 그대로 잔소리가 되어버린다. 그것도 듣기 싫은 잔소리. 게다가 한 번에 그치는 것도 아니면 정말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싫어진다. 이 책, <인생>은 인생에 있어 도움이 되는 책임은 틀림없다. 익히 들어서, 아니면 교육에 의해서 아는 그런 내용의 책이다. 그렇다고 잔소리처럼 싫은 소리도 아니다. 그렇지만, 내 마음에는 아직 이 책이 닿아있지 않은지, 그냥 지나가는 소리처럼 들렸다. 나는 이제 "신인류"니 하는 젊은이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 인생을 논할 만큼 나이 들지도 않아서 그렇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내 인생은 무엇이고, 나는 왜 사는가?, 이런 질문을 해보지 않은 이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뚜렷한 답이 없었다. 저자도 마찬가지로 뚜렷한 답이 없다고 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하며 살아가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인생은 무엇일까, 나는 왜 사는가?, 이런 의문도 어느 정도 생각할 여유가 있어야지 하는 것이기에 어쩌면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많이 미루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퍼뜩 들어 나를 한번 돌아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중국의 정신적 스승이며 대학자라고 했다. 이 책의 표지로 알 수 있듯이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시다. 9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고 하니 장수하신 것이 틀림없다. 이 책에서는 90살의 저자 할아버님이 "이런저런 지면에 발표한 글을 모아서 만든 책"이라고 한다. 옮긴이의 말을 듣고 보니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처음에는 술에 취한 아버지의 주정처럼 같은 말이 몇 번 반복되어 내 눈썹이 씰룩거렸기 때문이다.

자연을 아껴야 한다는 그의 말이 인상에 남았고, 98세까지 사셨다니, 그의 건강문제가 제일 관심이 갔다. 책 속에서는 "삼불(三不)"에 유의하면 된다고 했는데, 그 "삼불"이란 운동, 편식, 걱정을 안 하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적당한 운동은 몸에 좋다. 여기에서 운동은 무리한 운동을 말하는 것이란다. 그리고 뇌를 써야 한다고 했다. 다른 지침들은 머릿속에 들어오자마자 나가기 바빴지만, 이런 말들은 오래 남아 있는 걸 보니, 역시 건강은 나에게도 큰 관심사였다.

저자 할아버님의 소소하게 그리고 진실하게 살려고 노력했던 모습들이 책을 통해서 느껴졌다. 그리고 깐깐하고 고집 센 모습도 보였다. 스스로 "지식인"이라고 했던 말도 인상에 남았다. 나이가 들어서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그런 정석은 없다. 그렇지만, 좀 더 인간적이고 다가가기 쉬운 우리네 할아버지 같은 사람들의 진솔한 얘기를 더 듣고 싶은 건 이 책을 덮고 나서 느껴지는 어쩔 수 없는 감정이었다. "지식인"이 아니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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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지 못한 어글리>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사랑받지 못한 어글리
콘스턴스 브리스코 지음, 전미영 옮김 / 오픈하우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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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 라는 말. 성격도 다르고 어떨 때는 한 배에서 나왔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다를 형제라도 부모의 마음은 다 똑같다는 것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그렇지만, 나는 아프긴 해도 똑같이 아프진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뭐, 똑같이 아프든 덜 아프든 아프기는 할 건데 이 책에서는 전혀 아프지 않은 듯이 엄마의 학대는 지독했다. 나는 책을 읽으며 엄마의 행동에 치를 떨었다. 어떻게, 어떻게 친엄마가 그럴 수가…., 라는 말만 되풀이해야만 했다.

내가 이 책을 들었을 때 한창 동계올림픽 남자 500m 스피드스케이팅을 하고 있었다. 다른 나라 선수들이 뛸 때는 사실 지겨웠다. 그런데다 기계적인 문제까지 가미되어 시간은 계속 갔고, 나는 그 지겨운 시간을 대체할 것을 생각했고, 그게 바로 이 책이었다. 다른 나라 선수들이 경기할 때, 광고할 때, 짬짬이 텔레비전을 켜 놓고 소리만 없앤 채 읽고 있었다. 그랬기에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약간 상기되어 있었고, 이 책의 심각성을 뼈저리게 느끼지를 못했다. 그렇지만, 책을 읽어나감에 따라 나의 상기되어 있던 기분은 가라앉았고, 이 책의 엄마에게 깊은 원망을 품어야만 했다.

이 책은 수기이다. 저자인 콘스턴스 브리스코가 직접 겪었던 일을 적어놓았다. 녹록지 않았던 어린 시절을 적어놓았다. 엄마의 폭력과 엄마로 말미암은 다른 가족들에게서의 따돌림은 정말 경험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행동이었다. 어떻게 엄마라는 사람이 자기 자식을 발로 차는 건 예사고, 잔인하게 할 수 있는지, 나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게다가 다른 아이들은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은데 왜 하필 그녀만인지. 나는 그 대답을 알고 싶었다. 왜냐고 따지고도 싶었다. 그렇지만, 그건 그 엄마 말고는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이에게는 좋은 엄마로 비치고 싶어하는 그 속내도 참 비겁해서 나는 또 한 번 충격을 받아야만 했다.

범죄 드라마에서 보면 어린 시절 학대를 받은 많은 아이가 커서 나쁜 길로 들어서는 스토리를 많이 봐왔다. 그렇지만, 이 수기는 어린 시절 학대를 받았어도 굳건히 이겨내 판사가 되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안겨준다. 그렇게 되기까지 그녀에게 숱한 어려움이 있었다. 13살 어린 나이에 엄마의 어이없는 집세와 전기료의 압박으로 3가지의 일을 해야만 했고, 언제나 잠이 모자랐지만, 변호사가 되고 싶은 마음, 그 희망은 놓지 않았다. 그리고 그 희망에는 K 선생님과 K 선생님이 준 <소공녀>라는 책이 밑거름되었을 것이다.

이 소설은 어렸을 때의 학대를 받는 내용이지만 눈물은 나지 않았다. 대신 엄마에 대한 분노와 클레어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었다. 그렇지만, 책 전체 분위기가 우울하지만은 않았다. 당차면서 따뜻한 마음을 가진 클레어가 희망적이면서 경쾌해 책을 읽어내려가기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어린애들은 꿈을 먹고 자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떤 이유라도 아이를 학대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을 것이다. 그래도 클레어는 희망을 품고 있었기에 나쁜 길로 들어서지 않아 다행이었다. 희망과 용기가 그녀를 살린 것이다. 엄마에게서 영원히 벗어난 그녀가 이제는 그렇게 바라는 행복이라는 곳에 들어서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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