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보이지 않으면 눈이 보이는 코끼리와 살을 맞대며 걸으면 되고,
다리가 불편하면 다리가 튼튼한 코끼리에게 기대서 걸으면 돼.
같이 있으면 그런 건 큰 문제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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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라 메탈
박숲 지음 / 하늘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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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나온 따끈따끈한 책을 선물받았다.

올해 전남매일 신춘문예 당선작 ‘굿바이, 라 메탈’을 비롯

총 일곱 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이다. 

집에 오자마자 표제작인 ‘굿바이, 라 메탈’을 읽었다. 

읽고 나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같이 식사를 하면서 박숲 작가가 했던 말, 

‘나는 이 소설집에 내 모든 걸 다 쏟아부었다’고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단편이 인생의 단면을 집중적으로 그려내는 서사 장르이긴 하지만

이렇게 밀도 높게 집약적으로 인간의 서사를 그려내는 소설이 흔치는 않다.

다른 단편을 열기 위해서는 가빠진 호흡을 좀 고를 필요가 있어 일단 책을 덮었다. 

보기엔 굉장히 여리고 고운, 새끼를 키우는 어미새 같은 이미지였는데

소설은 이렇단 말이지 하는 놀라움도 좀 다스려야 할 판이다. 

'라 메탈'은 게임을 소재로 긴장감 있게 전개되는, 이른바 트렌디한 소설이다.

게임속에서 다나(문식)는 자신을 펫으로 둔 메텔(현경)의 원수(남친을 뺏어간 팀장)를 죽이는데

소설의 서사는 게임속 가상현실과 문식과 현경의 존재로 살아야 하는 현실의 경계를 뭉개면서

이들이 맞닥뜨린 삶의 비극을 중층적으로 드러낸다.

현실이 너무나 고통스러울 때 인간은 가상현실로 도피하여 숨통을 틔우기 마련이건만

박숲 작가의 소설 ‘굿바이, 라 메탈’에서 이 비극적인 인물들은 

현실에서 도피해간 가상현실에서마저 비극과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현실의 논리는 잔인하고 무도하여 한번 내팽개쳐진 인물들을 극단의 극단까지 내모는데 

작가는 그 너머를 쉽게 제시하지 않아 

현실과 가상세계의 경계를 뭉개듯 독자의 가슴을 뭉갠다. 

한 편 읽고 호흡을 고르고, 독주에 끌리듯 다시 한 편을 열어서 읽어가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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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를 읽다
황영미.김시무 지음 / 솔출판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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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올해 초 아카데미 주요상 4관왕에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으면서 봉준호 감독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독보적 존재가 됐다. 이런 센세이션을 일으킨 봉준호 감독을 평론가들이 가만 내버려 둘 리가 없다. 먼저 잡는 놈(?)이 임자라고 아카데미 수상 후 이동진 평론가를 필두로 발빠르게 몇 작품이 나왔다. 영화는 즐겨봐도 평론서까지 챙겨 읽을 정도가 아니기도 했고 온갖 미디어에서 봉준호 기생충 봉준호 기생충 하도 떠들어대는 바람에 질리기도 하여 사볼 생각을 안 했다.
그런데 한 달 전쯤인가. 페친 김시무 선생의 타임라인에서 황영미 평론가와 함께 봉준호 감독을 다룬 평론서 『봉준호를 읽다』를 공저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평소 페북에서 김시무 선생의 글을 즐겨 읽던 나는 그 책이 다른 건 몰라도 서술방식이 어렵지 않고 진솔해 읽기에 부담은 없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짐작대로 황영미, 김시무 평론가의 공저 『봉준호를 읽다』는 전공자가 아니어도 술술 읽어내릴 수 있을 만큼 평이한 용어로 써진 평론서였다. 두 저자는 책머리에서 기생충이 거둔 어마무시한 성과에 놀라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었는지 답을 찾고 싶었다고 밝히고 있다. 말하자면 이 책은 봉준호 감독이 미국에서 제법 한다 하는 감독도 받기 어렵다는 아카데미상을 어떻게 받을 수 있었는지 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는 셈이다. 과정은 간단하다. 감독론, 작품분석, 심층분석, 기생충의 국제적 현상 등 네 개의 단계를 밟아간다.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이나 평론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봉 감독의 일곱 편 작품에 대해 황영미 김시무 두 평론가가 각자 7개의 평론을 내놓은 ‘2장 개별작품론:두 개의 시선’과 ‘3장 심층분석’에 먼저 눈이 갈 것이다. 꼼꼼히 읽어보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전공자도 아니고 전공할 생각도 없지만 영화를 고급지게 향유하고픈 부류라면 ‘1장 감독론’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작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다른 감독과 차이나는 봉 감독만의 태깔이 어디서 어떻게 연유하는지 알 수 있다. 특히 시나리오나 소설 등 서사문학 창작을 하는 사람에게 팁이 될 내용이 보석처럼 숨겨져 있다. 이건 찾고자 하는 사람에게만 보일 것이니 꼼꼼히 읽기 바란다.
마지막 ‘4장, 기생충의 국제적 현상’은 영화의 대중성과 예술성을 놓고 고민하는 콘텐츠 제작자 및 관계자들이 참고할 만하다고 본다.
다양한 부류 사람들이 각자 필요에 따라 요긴하게 참고할 수 있는 이 책에서 내가 무척 공감한 것 가운데 하나는 봉 감독이 세상을 보는 시각에 대한 두 평론가의 진단이다.
“봉준호 감독은 <플란다즈의 개>에서부터 <기생충>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모순성과 이로 인한 사회의 모순성을 말하고 있다. 모순을 지닌 부족한 인간들이 모여 불러일으키는 오해가 봉준호 감독이 삶과 세상을 보는 시각이다. 진실된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있다 하더라도 진실을 볼 수 없게 만드는 오해나 편견이 영화를 출발시키고 있다. <플란다즈의 개>에서 시끄럽게 짖는 강아지라고 생각해 지하실에 가두었던 강아지는 성대수술을 시킨 강아지였으며… (중략) 이뿐인가. 인간은 모순덩어리며 그런 모순덩어리가 모인 사회 역시 모순덩어리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라고 진단을 내리고서 바로 이어 “이런 모순덩어리들이 극적인 위기 상황에서 뭉치면서 하나가 되는 재미가 바로 봉준호 감독이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라고 결론을 내린다. 결론에 백퍼 동의한다.
이 책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읽은 내용 가운데 또 하나를 고른다면 <기생충>의 결말에 대한 해석이다. 두 저자 가운데 아마 김시무 선생이 쓴 거 같은데 이런 내용이 나온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계급 간의 차별이 파국을 초래한 것이 아니라 계급 간 차이의 소멸이 비극적 결말을 초래했다고 생각했다. 감독은 특이하게도 외관상 지하, 반지하 등으로 계급을 나눈 것처럼 보이지만 그 차이를 무화한 것은 다름 아닌 냄새였다. (중략) 기택이 동익을 칼로 찌른 것은 계급 연대 때문이 아니라 그가 자신을 근세와 동류로 본 것에 대한 분노의 폭발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이 영화의 복선은 (인간 감각 가운데 가장 본성적인) 냄새에 있었다는 것이 우리의 해석이다.”
저자의 이러한 해석은 봉감독이 배치시켜 놓은 관계망 안에서 인간 심리의 바닥을 엿본 매우 날카로운 지적으로 보인다. 이런 분석을 한 다음 저자는 영화 <기생충>이 “차이가 있는 계급 간의 공존의 모색과 그 화해의 어려움을 조명하고 있다”고 결론내린다. 그리고 ‘욕망의 주체는 대상을 직접 선망하는 것이 아니라 중개자의 욕망을 모방함으로써 그렇게 한다’는 르네 지라르의 ‘욕망의 삼각형’이라는 이론적 개념을 끌어들여 기택 가족과 문광 부부의 관계가 어떻게 경쟁적 모방관계로 발전하는지, 거기서 나아가 왜 비극적 파국을 맞이하게 되는지를 다룬다. 인간의 욕망을 통해 관계를 조망하고 관계의 파국으로 이르는 과정을 짚어가는 분석은 꽤 흥미 있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소설을 쓰는 입장에서 이 책이 지닌 매력을 거론치 않을 수 없다. 이번 독서에서 내가 유념한 것은 두 저자가 책머리에서 던진 질문에 대해 내놓은 답변들이었다. 마지막 답변이 4장의 한 꼭지인 ‘미국아카데미가 <기생충>을 선택한 이유’에서 나온다. 아마 이 꼭지를 쓴 사람은 황영미 평론가로 보이는데, 그는 “몰입감 있는 스토리 전개와 예측을 불허하는 결말처리”라는 답을 내놓는다. 봉 감독이 100여 회의 GV로 쌍코피 흘려가며 오스카캠페인에서 뛴 노력도 무시 못 하겠지만, “이 영화는 기존 장르영화의 관습에 익숙한 미국 관객들에게 매우 신선한 이야기로 다가갔다”는 것이다. 이견 없이 설득되는 답변이었다. 책의 서두 부분에서 봉준호 감독이 스스로 밝힌 내용과도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1장 감독론에서 인터뷰이로 나온 봉준호는 시나리오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게 ‘집중력’이라고 말했다. 모든 장면 모든 사건을 다 끌고갈 수 있는 사건, 집중력을 유지시키며 끝까지 따라오게 하는 이야기! 그것이 아카데미에서 <기생충>을 본 미국 영화관계자들을 감탄케 했던 원동력이 아닌가 싶다. 봉 감독은 인터뷰에서 집중력과 함께 ‘최초충동’이라는 걸 잊지 말라는 말도 덧붙였다. 어떤 장르이든 창작을 하는 이라면 이 집중력과 최초충동의 비밀을 알 것이라 본다.
정리하자면 장르 편향적이긴 하나 부조리 앞에 무릎을 꿇는다는 봉준호 감독 영화의 성공은 결정적인 집중력과 최초충동 유지, 예측불가 결말이라는 새로운 스타일의 새로운 이야기에 답이 숨어 있었다는 것이다. 크게 새로운 답이 아닌 것은 이 책의 두 저자가 더 깊이 파고들지 않아서가 아니라 봉준호의 자리가 딱 거기까지 와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까지가 책을 읽은 내 소감이다. 일독할 가치가 충분히 있는 책이었다. 특히 창작하는 사람이라면.
끝으로 봉감독에게 전하는 오지랖 메시지 하나. ‘이미 벽에 구멍을 뚫은’ 감독이니만큼 이제부터 열어갈 영화세계에 대해 온세계가 주목할 것이다. 주목의 무게를 가볍게도 무겁게도 받지 말고 자유롭게 예측불허하게 봉준호표 영화를 만들어 던져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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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우산 글라이더 청소년 문학 5
김민혜 지음 / 글라이더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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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혜 작가를 개인적으로 아는데 성격이 온순하고 부드럽다.  작가의 성격이 온유해서인지 '너의 소설'은 문젯거리가 많은 인물이나 거칠고 긴장감 넘치는 갈등보다는 내면의 심리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관찰과 성찰로 인물들의 관계와 사건을 전개해 나간다. K팝 스타인 윤지완을 우러러보는 지나에게는 말못할 비밀이 있다. 윤지완과 한때 사귀는 듯 마는 듯한 관계였으나 사소한 오해로 인사조차 헤어지고 그 때문에 지나는 마음의 빚을 안고 살아간다. 그러다 지완의 노래가사에서 자신과의 사연을 은유하는 내용을 접하고서 용기를 내게 된다. 지완을 서운하게 하면서 헤어진 빚을 갚기로 마음먹고 단짝과 함/게 그를 찾아가기로 한 것이다. 

지완을 찾아가는 여행에서 지나는 만남의 의미와 좋아하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예의, 친구들과의 관계, 엄마에 대한 자신의 마음과 이해의 깊이와 폭을 넓혀간다. 그리고 윤지완과 이별하기 위한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깨닫게 된다. 

우리나라 청소년 소설 가운데 좋은 만남을 갖기 위한 팁(?)은 많지만 현명한 이별에 대한 팁은 쉽게 본 거 같지 않다. 어쩔 수 없는 이별이 닥쳤을 때 상대에 대해, 자신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서로를 보내야 하는지 김민혜 작가는 따뜻한 음성으로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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