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그리기 - 소소한 오늘을 특별하게 만드는 일상 드로잉
심수환 지음 / 산지니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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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입니다. 그림과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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툰드라
강석경 지음 / 강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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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와 간지, 둘 다 갖춘 강석경 선배께서 내게 신간 <툰드라>를 보내주셨다.
'툰드라'는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북극해 연안에서 남쪽으로 나무가 자랄 수 있는 북방 한계선에 이르기까지의 거친 벌판을 가리킨다. 짧은 여름 동안만 지표면이 녹아 지의류, 이끼류 등의 식물이 자란다고 한다.
뜻을 찾아보니(그 전에 어감상으로도) 툰드라-제목부터 아우라가 장난 아니다. 제목에 비해 표지가 좀 약한 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작가 말로는 구순의 조각가 최종태 선생 자코메티 그림으로 원본이 엄청 좋다고 한다. 또 듣고보니 더 좋아보이기도 한다(나는 팔랑귀)~~
(여기서 잠깐 새자면) 강석경 선배를 처음 만난 곳은 토지문화관에서였다. 문청시절(이 얼마나 고색창연한 말이냐)에 좋아했던 작가인지라 슬 말을 붙여보려 하다가 포기했다. 그러면 안 될 거 같았다. 집필하는 거 외엔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자신의 일에 열중해 있는 듯한 표정도 표정이지만, 가히 근접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그녀에게는 있었다. 바람 세찬 겨울의 언 땅을 밟고 걸어가는 듯한 그녀에게 말을 붙이면 왠지 정처없어진 사람처럼 슬프고 서운한 눈길을 돌려받을 것 같았다.
그후 사소한 친절과 사소한 배려를 주고받으며 선배와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영화도 봤다. 고민도 토로하고 앞으로 걸어야 할 길들 중 하나에 같이 눈길을 주기도 했다. 그 길을 잠시 혹은 오래 같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기를 바란다.
쌀쌀맞게 보인 인상이 실은 작가 강석경을 둘러싼 한국의 문화, 답답한 현실에 대한 거부감이라는 걸 알지 못했다면, 나는 이 글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강석경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인 <툰드라>에는 1987년작 '석양꽃'(1987)부터 2022년작 '툰드라'에 이르기까지 35년에 걸친 작품들이 묶여 있다. 작가로서 전 생애가 소설집 <툰드라> 에 담겨있는 것이다. 한국의 모든 것이 지겨워 인도로 그리스로 몽골로 늘 떠나야 했던 작가가 눈발 세찬 툰드라 벌판에 서서 어딘가를 바라보는 듯 서있는 표지는 어딘지 울컥 하게 만드는 데가 있다. 구도자들의 뒷모습에 배어있는 슬픔과 그리움의 정조 탓일까.
작가 강석경이 홀로 서서 바라보는 먼 길의 끝에서 언젠가는 만날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아직 모른다. 이 책 <툰드라>를 읽으면 나도 그것을 만나게 될까. 만나도 그것이 그것인 것을 내가 알 수는 있을까. 내게는 내 길 끝의 그것이 있을 것이고, 인간은 어쩌면 단 하나 자기에게 주어진 구도의 길만을 걸어서 그곳에 도착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같이, 그러나 따로... 툰드라의 광활한 공간처럼 구도의 길은 외로울 수밖에 없고, 알면서도 가야 하는 게 모든 구도자의 운명인 것인가. 그리고 소설.... 그리하여 소설가들이란... 하고 나는 결국 중얼거리고 만다.


작가들이란 언어에 매혹되는 사람임이 틀림없다. 작가에게 언어란 모태와 같아서 뜻 모르는 지명에도 환상을 이식해 먼 길을 떠나는 듯하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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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이 나온 건가. 정말 이게 다인가. 나는 묻고 답하고, 답을지운다. 그리고 다시 묻는다. 뙤약볕 아래 아무도 없는 운동장을한 바퀴 두 바퀴 세바퀴・・・・・… 발을 끌며 돌다가 털벅 쓰러졌을때 봉제인형처럼 구겨진 몸이 느끼는 건 절망일까, 분노일까. 결국 이렇게 벗어났구나, 하는 서글픈 안도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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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한경화 지음 / 산지니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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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에는 밖으로 나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안 생긴다. 무료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하다 책장을 훑었다. 봄비라는 제목의 소설집이 눈에 띄어 집어들었다. 2017년 단편소설 「종점」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단한 작가 한경화 소설가의 첫 번째 단편집이라는 소개가 나온다. 

봄비라는 제목에 끌려 자리에 앉아 읽기 시작했다. 등단작 「종점」은 낯선 동네에 미용실을 차린 여자의 이야기다. 삶의 끝자락으로 밀려난 듯 신산한 삶을 사는 여자의 신산스러운 삶을 그려나가는 가운데 삶에 대한 긍정이 알게 모르게 피어오르는 소설이다. 우울한 현실을 살아가면서 우울하지만은 않게 삶을 끝까지 붙잡는 여자의 태도 속에 희미하지만 어떤 희망이 고여있는 듯도 하다. 희망을 붙잡는 한 인간의 삶은 종점에 서 있다 해도 종점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날선 현실은 이어지는 소설에서도 나온다.  「봄비」에 나오는 상우와 창수, 희영이 살아가는 현실은 보다 더 날것으로 인물들의 삶을 공격한다. 상실을 감내하면서 대놓고 반항도 속시원히 할 수 없게 현실에 발이 묶인 이 인물들은 쉽게 절망하지 않는다. 절망조차 사치라는 것을 알아버린 인물들은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는 것 같은 그 현실을 붙잡고 자신의 삶을 끈질기게 살아나간다.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자신에 대한 믿음인가? 삶에 대한 믿음인가? 그런 의문과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참으로 특별할 것 없는 인물들의 삶을 통해 어쩌면 가장 본원적인 삶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 소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나는 이렇게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읽는 게 힘들다. 솔직히 현실도 힘든데 소설에서까지 힘든 삶을 봐야 하는 게 억울한 심정이라고 할까. 그런데 이 소설은 다음소설을 읽으라고 낮게 외치는 소리가 들어있다. 잘못 걸렸다. 마지막 소설을 읽을 때까지 다른 책을 집어들기는 어렵게 됐다. 그래, 읽어보자. 한경화, 라는 이름도 낯선 작가한테 낚인 건 오늘의 내 운명인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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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바깥 푸른사상 소설선 38
김민혜 지음 / 푸른사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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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혜 소설 '기억의 바깥'을 읽었다.

장편소설의 경우 오줌 누러 한 번 갔다온 거 말곤 한자리에서 다 읽은 적이 있어도내가 단편소설 들고 앉아 한자리에서 다 읽은 거 이번이 처음이다한 편을 읽고 나면 그 다음 작품이 궁금해 책을 덮을 수가 없었다김민혜 작가가 이렇게 소설을 재밌게 쓰는 분이었나.

 

김민혜 작가의 첫 소설집이 나온 게 2017년으로단편집 제목이 '명랑한 외출'이었다돈을 정크로 취급해 퍼포먼스를 벌이는 것으로 자존심을 지키려는 안간힘을 보여준 '정크 퍼포먼스', 아내에 대한 의심을 떨치지 못한 채 함께 파멸해 가는 이야기를 독특한 시점으로 그려낸 '아내가 잠든 밤등이 기억에 선명하다첫 작품집은 자본주의를 신랄히 비판하면서 현대사회의 비극을 묘사해냈다는 평과 함께 주목을 받았는데작가의 결연함을 읽으면서 감동을 느꼈던 것 같긴 한데 재미있게 읽은 것 같지는 않다.

 

이번에 나온 단편소설집 '기억의 바깥'은 작가가 즐겨 다루는 대상이나 지역적 배경이 크게 바뀐 것 같지 않은데 분위기나 톤이 확연히 달라졌다.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니 소설이 발전하고 달라지는 거야 당연한 거 아닌가이런 반응이 나올 수도 있는데내가 말하는 달라졌다의 실상은 사람으로 치면 인물이 아니라 성격 같은 거다나이 들면 인물 달라지는 거야 당연하다그러나 사람 성격은 안 변한다김민혜 작가의 작품에서 변한 것이 그 부분이다대상이나 소재나 작가가 지향하는 주제 같은 게 바뀐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 부분을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거리혹은 ''거리감'이다. ‘거리감이 생기면서 소설이 재미있어졌다재미와 함께 느낀 것 또 한 가지가 편안함이었다그 편안함이 어디서 왔을까생각했는데 세 번째 소설쯤에서 답을 찾은 게 거리감이었다좀 과장해서 나는 그 순간 이 작가는 이제 선수가 됐구나소설을 소설로 적당히 밀어놓고 거리를 조절해가며 들락거리는구나.’하는 생각까지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또 주위에서 많이 듣는 게 우리나라 단편은 재미가 없다는 말이다우리나라에서 한다하는 소설가들 단편 잘 쓰는 거야 두말하면 잔소린데 재미가 없는 건 사실 아닌가재미가 없는 이유를 나는 지나친 긴장감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뭐랄까지친달까피곤하달까장편도 아닌 단편을 잡았는데 세상에 뭐 이렇게 기막힌 삶이 다 있나 싶은 강적의 상황과 대치해있고 이러면 정말이지... 싫다소설을 읽으면서 긴장감도 좋지만맞지 않는 옷을 입었을 때 허리가 불편하거나 어깨가 끼는 옷을 얼른 벗어던지고 싶듯소재에 쫓기고 자기주장에 휘둘리는 주제에 절규하며 핏대 세우는 소설은 빨리 덮어버리고 싶다말을 말자.

 

김민혜 작가가 이 소설집에 담은 단편들은 그런 상태에서 전체적으로 슬며시 힘을 빼놓고 적당히 물러나 있다사건을 임의나 우연으로 처리했다는 게 아니라 묘하게 어긋나게 틀어놓음으로써 정색하고 싸우는 듯한 모습을 피해 숨 쉴 구멍을 확보해 놓는다그런 식으로 대상과 작가의 거리감이 생기니 호흡에 여유가 생긴다한마디로 읽기가 편해졌고작가가 던지는 메시지작품속에 깔아놓은 질문에 독자로서 생각을 하면서도 그 서사적 흐름을 음미하는 재미를 누릴 수 있다어떤 분야에서든 선수가 있기 마련선수라는 게 딴 게 아니다대상을 자기 영토(주방)로 끌고 들어가 자기 방식대로 요리하고 형상을 부여하고 캐릭터 혹은 색깔을 부여해서 이미지를 만들었다 허물었다(들었다놨다)하며 갖고 노는 게 선수다. 단편소설 선수인 김민혜 작가는 이런 거리감을 먼저 확보함으로써 상처와 고통 앞에서 비명을 지르는 대신 침묵과 응시와 자기치유를 시도한다. 김민혜 작가의 단편집과 다른 작가의 단편집과의 차이가 나는 여기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호들갑 떨지 않고 과장 없이 상처와 불안을 그리면서 가만가만 치유의 길을 더듬어나가는 작가의 그림자를 소설의 행간에서 만날 수 있는 것. 

 

그래서 결론이 뭐냐고작가의 소설 여덟 편을 간단하게 소개해 드릴 테니 훑어보시고 가급적 구매해서 읽어주시길 바란다는 거... 말고 뭐 딴 거 있겠어요.

 

엄마의 문장에서 철없는 딸 미래는 자신을 위해 험한 일을 하면서도 내색하지 않는 엄마의 일기를 훔쳐본 뒤 자신만의 문장을 적어나가면서 미래를 설계한다.

아인슈페너를 마시는 여자에서 U는 카페에서 아인슈페너를 마시는 여자의 얼굴이 누군가와 닮은듯한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리의 기억회복실을 들락거리는 가운데 그 여자가 자신이 상처를 준 뒤 결혼한 아내임을 알게 된다.

울음소리는 신축아파트를 지을 자리에 울음소리 요란한 맹꽁이의 서식처가 있는 걸 알고 문제가 발생하자 어떻게 꼼수를 써서 강행하려다 폭망하는데그래도 내 머릿속에서는 포기하지 않고 설계도가 그려진다.

진동의 기원에서 나는 경주에서 휴대폰 가게를 하다가 지진을 겪고 부산으로 혼자 이사해오는데 웬놈의 방문객이 자꾸 집으로 찾아든다경주 지진을 피해 온 나는 내 존재의 근간을 뒤흔드는 진동을 느낀다개인적으로 나는 이 진동의 기원이 이번 소설집의 대표작이라 생각된다이 소설책 가격이 16,900원인데 이 대표작 하나만 읽어도 본전은 뽑은 거다.

해뜰참 토스트는 치매에 걸린 내가 딸 미단을 찾아다니는 이야기다치매여서 불안한 60대 여인과 비정규직 교사여서 다음학기가 불안한 30대 여자가 서로를 찾아다니지만 길은 자꾸 엇갈린다.

북리뷰어는 함께 모임하는 사람들 가운데 자기 소설을 악평한 자가 있을 거라 짐작하고 모임을 기획하지만악평의 장본인을 찾기는 쉽지 않다오히려 자신이 모임의 좌장격인 백여사와 불륜관계라는 것을 들킬 위기에 처한다.

마음 테라피는 카페를 운영하는 나와 두 친구가 차를 마시면서 각자가 갖고 있는 삶의 고통을 나누는 이야기다복병이라면 두 친구 가운데 수연의 남편이 내가 공무원 공부를 할 때 사귀었던 사람이라는 것.

다락방의 상자에서 하야리아 부대가 있던 시민공원 근처 주택으로 이사온 진교는 다락방에서 상자 하나를 발견한다상자에는 한국전쟁의 상흔이라면 상흔이고 한때의 문화라면 문화인 미군과 한국 처녀의 애절한 러브스토리가 바랜 편지지에 오롯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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