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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남자 ㅣ 시공사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품선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시공사 / 2013년 3월
평점 :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책 읽어주는 남자>(1995)는 영화 <더 리더> 원작이고 영화로 유명하다. 전반부는 15세 소년과 36세 여인의 이야기지만, 그 배경에는 한 여자와 한 남자의 인생을 지배한 사랑. 가장 순수했던 사랑과 홀로코스트의 역사와 죄의식, 그리고 정의와 윤리에 관한 통찰이 담겨있다.
한나는 폭격으로 유대인 여성들이 교회에서 죽은 사건에 대한 재판을 받는데, 보고서에 대한 필적감정을 거부해, 유죄를 받았다. “그녀는 계산하지도 않았으며 전략을 쓰지도 않았다. 그녀는 해명에 대한 재판부의 요구를 받아들였으며 단지 그 밖의 정체가 더 노출되는 것만은 원치 않았다”(p170)처럼 자신을 변호하지도 해명하지도 않았다.
한나는 자신의 문맹이 드러나는 것을 감추고 싶어 모든 죄를 변론 없이 인정했다. 수치심을 지키면 무죄, 자존심을 지키면 유죄라면 어느 것을 택해야 할까. 물론 한나의 선택은 미하일과 관련된 것이다. 평생의 사랑에게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어쩌면 그를 만난 후 그녀는 다시 태어났는지도 모르겠다. 한나처럼 순수한 사랑이 세상에 존재하기는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