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가 그리스로 달아나도, 다시는 녀석을 안 봐도, 그 이름조차 잊어도 조지는 죽을 때까지 아가씨 마음속에 있을 거요. 사랑하는 사람들은 헤어질 수 없어요.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겠지요. 사랑을 비틀고 무시하고 혼탁하게 할수는 있지만, 그걸 떨쳐 버릴 수는 없어요. 경험을 통해서 나는 시인들의 말이 옳다는 걸 알아요. 사랑은 영원합니다." - P288

"다만 시인들이 이걸 좀 말해 줬으면 좋겠어. 사랑은 몸에속하는 일이라는 걸 말이야, 몸 자체는 아니지만, 몸에 속하는 일이라는 걸, 아! 우리가 그걸 인정한다면 얼마나 많은 이 세상의 고통이 줄어들까! 그런 작은 솔직함이 우리 영혼을해방시킬 텐데! 아가씨의 영혼 말이에요, 루시 양! 나는 영혼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아요. 이 말을 둘러싸고 퍼부어지는 미신들 때문에 말요. 하지만 우리에겐 영혼이 있어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있어. 그리고 아가씨는 지금 그 영혼을 억누르고 있어요. 그걸 가만 두고 볼 수가없구려, 어둠이 다시 기어들고 있어요. 그게 바로 지옥이에요." - P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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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열어요. 저 깊은 곳에 도대체 무슨 생각이 감추어져 있는지 이해는 안 돼도 한번 꺼내서 밝은 빛 아래 펼쳐 보고 그 의미를 생각해 봐요. 조기를 이해하는 건 아가씨 자신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지 몰라요. 그건 두사람 모두에게 좋은 일이지. - P44

"조지도 나도 이 사실을 잘 알아요. 그런데 그렇다고 왜 괴로워해야 하는 거요? 우리가 바람에서 왔고, 그래서 바람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걸 잘 알아요. 인생이란 영원한 평탄 속에 불거진 매듭, 얽힘, 흠집이라는 것도 말이에요. 하지만 그게 외 불행의 이유가 되야 하는 거요? 그저 서로 사랑하고 일하고 즐거워해야 하지 않소? 나는 이런 세상 한탄을 이해할 수가 없어요."
루시 허니처치는 그의 말에 동감했다.
"그렇다면 우리 아들도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어 줘요. 그 끝없눈 의문 옆에는 긍정이 있다는 걸 일깨워 줘요. 순간에 지나지 않은 긍정일지라도 긍정은 긍정이니까."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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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히 내 집이 제일이다. 자주 여행을 다니는 것도 내 집에 돌아올 때의 감격을 위해서일지도 모르겠다. 집은 편안한 만큼 헌 옷처럼 시들하기가 십상인데 그 헌옷을 새 옷으로 만드는 데는 여행이 그만이다. 그러나 때로는 집도 낯설고 불편할 때가 있다. 난방이 잘 된 집에서 배불리 먹고 편안히 빈둥댔음에도 불구하고 괜히 춥고, 배고프고, 고단하고, 집에 붙어 있음으로 생기는온갖 인간관계까지가 헛되고 헛되어 견딜 수가 없을 때 꿈꾸는 여행은 구태여 경치가 좋거나 처음 가보는 고장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럴 때 표표히 돌아갈 수 있는 고향이 있는 사람은 복되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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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학력의 가치가 또 하나 드러나는 셈이다. 만약 학사학위가 있는 중년이라면 그렇지 않은 동년배에 비해 사망 확률이 사분의 일밖에 되지 않는다. - P312

경제적으로 그것은 경제성장을 돕기보다 방해하는 데 금융 활동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도덕 및 정치적으로 그것은 ‘시장이 금융계에 주는 막대한 보상‘과 ‘그것이 실제 공동선에 거의 기여하지 않은 것‘ 사이의 큰 불일치가 있다는 의미다. 이런 불일치에다 금융 종사자들이 투기 활동을 하면서도 분에 넘치는 명성을 누리는 현실은 실물경제에서 유용한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의 존엄을 조롱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현대 금융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금융을 개혁하려 한다. 그러나 나의 관심사는 그 도덕적, 정치적 영향이다. 일의 존엄을 살리려는 정치 어젠다는 세금 제도를 써서 명망의 경제를 재구성해야 할 것이다. 즉 투기자본을 억누르고 생산적인 노동을 상찬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말해 이는 세금 부담을 일에서 소비로, 그리고 투기로 옮긴다는 뜻이다. 이를 급진적으로 추진하려면 급여세를 대폭 인하하거나 아예 없애버리고 대신 소비세, 부유세, 금융거래세를 통해 세입 부족분을 메워야 할 것이다. 보다 온건하게 가려면 급여세 (고용주나 고용자 모두에게 일 관련 비용을 늘리고 있는)를 줄이고 그만큼 줄어드는 세입은 단타 거래(실물경제에 아무 보탬이 안 되는)에 한해 금융거래세를 매겨 충당한다. - P338

그러나 그것은 잘못이다. 행크 애런 이야기의 모럴은 우리가 능력주의를 애호해야 한다는 게 아니며, 오직 홈런을 때려야만 벗어날 수 있는 인종주의의 부정의한 시스템을 혐오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회의 평등은 부정의를 교정하는 데 필요한 도덕이다. 그러나 그것은 교정적 원칙이며, 좋은 사회를 만드는 적절한 이상은 아니다.
- P348

그것은 단지 자동차나 높은 급여에 대한 꿈을 의미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여 뭔가를 최상까지 이뤄낼 수 있는, 그리고 태생이나 지위와 관계없이 자기 자신으로서 남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질서의 꿈이다.(제임스 애덤스, 미국의 서사시>

그러나 자세히 읽어 보면 애덤스가 말하는 꿈은 단지 사회적 상승만을 의미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더 폭넓고 민주주의적인 조건적 평등을 말하고 있다. 확실한 예로, 그는 미국 의회도서관을 가리켜
"민주주의가 그 스스로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관한 상징"이라고 말했다. 모든 삶의 영역의 미국인들이 자유롭게 와서 공공 학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350

일반 열람실을 보면, 물어볼 필요조차 없이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 1만권이나 비치되어 있다. 지리마다 조용히 앉아서 책을 읽는 사람들을 보면 노인도 젊은이도, 부자도 가난뱅이도, 흑인도 백인도, 경영자도 노동자도 장군도 사병도, 저명한 학자도 학생도 한 데 섞여 있다. 모두가 그들이 가진 민주주의가 마련한 그들 소유의 도서관에서 함께 책을 읽는다.‘( 제임스 애덤스, <미국의 서사시>)

애덤스는 "이 장면이야말로 아메리칸 드림이 완벽하게 작동한다는 확실한 사례다. 사람들 스스로가 쌓은 자원으로 마련된 수단, 그리고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대중 지성, 이 예가 우리 국민 생활의 모든 부문에 그대로 실현된다면 아메리칸 드림은 살아 있는 현실이 되리라" 라고 썼다.
- P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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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내신 성적도 어느 정도는 집안 소득 수준과 연관되어 있다. 그러나 SAT 점수는 그 연관성이 더욱 크다. 그것은 부분적으로 오랫동안 위원회에서 주장해온 것과는 달리, SAT는 과외를 통해 점수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설 과외를 받으면 분명 성적이 오른다. 그리고 그 점수를 높일 편법과 꼼수를 고등학생들에게 가르쳐 주는 사업은 큰 호황을 누리고 있다. - P261

성별, 인종, 민족적 차이에 대해 훨씬 관용적인 태도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능력주의 엘리트는 유동적이며 계층 이동이 활발한 사회를 못 만들어냈다. 대신 오늘날의 학력주의적, 전문직업인 위주 계층은 그들의 특권을 어떻게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을지 감을 잡고 있다. 그것은 자녀들에게 막대한 재산을 상속해 주는 방법이 아닌, 능력주의적 사회에서 성공을 결정하는 입지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 P263

"우리는 아이들의 성공에 너무 집착하게 되어 버렸다. 그래서 부모 노릇이라는 게 마치 어떤 생산물의 생산 과정처럼 되고 말았다." - P280

"사소한 문제에 흥분하며, 그들 다수는 우울하고, 불안하고, 분노에 차 있었다. 그들은 부모, 교사, 코치, 동료의 말에 지나치게 복종적이었으며 어려운 일만이 아니라 일상적인 문제까지도 남들의 말에 무조건 따르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의 문제가 삶의 어려움에서 소외되었기 때문인 건 아니었다.
매들린은 이들이 ‘풍요로움과 지나칠 정도의 부모 간섭 때문에 불행하고 깨져 버리기 쉬운 인간이 되었음‘을 차차 알게 되었다.
《물질적 풍요로부터 내 아이를 지키는 법 The Frice of Priniege)》이라는 책에서 레빈은 그녀가 ‘특권층 젊은이들에게서 나타나는 정신질환 증후군‘이라 부르는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심리학자들은 ‘일촉즉발‘의 젊은이는 도시 빈민굴의 불우한 청소년들이라고 생각했다. 어렵고 용서할 수 없는 환경에서 자라나야만 했던 아이들 말이다. 물론 그런 사람들도 괴롭다. 그걸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레빈은 "미국에서 나타난 새로운 일촉즉발의 젊은이 집단은 부유하고 잘 교육받은 집안의 아이들" 이라고 지적했다.
- P281

부유한 출신 젊은이들이 과도하게 감정적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해답은 능력주의적 사명에서 찾을 수 있다. ‘뭘 해내라‘, ‘뭘 이뤄라‘, ‘뭘 성공해라‘ 하며 끊임없이 떨어지는 사명. 투라는이렇게 썼다. "부모와 자식 모두 언제 어디서나 들려오는 메시지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것은 그들의 생애 초기부터 들려오던 것이며 행복으로 가는 길은 오직 하나밖에 없다고 가르치는 목소리다. 돈을 많이 벌어라. 그러기 위해 명문대에 들어가라." 
능력의 전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승리자다. 그러나 상처 입은 승리자다. 나는 그 사실을 내 학생들을 보고 알았다. 그들은 오랫동안 불타는 고리를 뛰어 통과하는 일을 거듭해왔고, 그 습관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많은 아이들이 아직도 분투하고 있다. 생각하고, 탐구하고, 나는 누구이며 나는 무엇을 해야 가치 있게 살아갈 것인가 숙고하면서 대학 생활을 보내지 못하고, 싸우고 또 싸운다. - P282

이런 병리학적 상황을 넘어 심리학자들은 이 세대 대학생들의 보다 미묘한 정신적 문제점을 찾아냈다. ‘완벽주의라는 숨은 전염병‘이다.
몇 년 동안이나 불안 속에 분투해온 결과 젊은이의 마음은 약하디 약한자부심, 그리고 부모, 교사, 입학사정관,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의 냉혹한 한 마디에도 산산조각 날 자의식으로 채워져 버렸다. "실적과 지위와 이미지만이 한 사람의 쓸모와 가치를 정할 수 있는 세계에서, ‘완벽한 자신‘이라는 비이성적 생각이 의미 있는 게 되고 말았다." 4만 명이상의 미국, 캐나다, 영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물의 공저자 토머스 쿠란과 앤드류 힐의 말이다. 이들은 1989년부터 2016년까지 완벽주의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을 보았다. 사회적인, 그리고 부모의 기대에 매인 완벽주의의 증가세는 32퍼센트에 달했다.
완벽주의는 능력주의의 대표적인 병폐다. "젊은이들이 끝도 없이 학교, 대학, 직장에 의해 선별되고, 구분되고, 등급이 매겨지는 과정 속에서 신자유주의적 능력주의는 현대 생활의 한복판에서 싸우고, 실적을 내고, 업적을 이루도록 강요한다." 성취 요구에 따라,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개인의 능력과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가치를 결정한다. -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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