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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참 독특한 소재였던 것 같다. 요리에 관한 소설이나 만화책등은 많지만 이렇게 한 사람만을 위한 식당이라니. 하루에 한 팀만 예약을 받고 또 인터뷰를 통해 그를 파악한 후 요리를 알아서 준비한다니. 그래서 이를 통해 사람들이 치유되고 사랑하게 된다니. 참 독특했다.
그런데 나는 이 식당의 독특한 시스템에도 반했지만 사실 가슴에 와 꽂힌 장면은 키우던 돼지 엘메스와의 이별 장면이다. 14페이지에 달하는 이 이별장면은 참으로 숭고하게 느껴졌다.
사실 우리 시골집에서는 가끔 개를 잡는다. 나는 처음에 "엄마 이거 키우던 그 놈이야? 이걸 어떻게 먹어~" 라고 하였고 엄마는 직접 키운 놈들이라서 직접 잡지 않으시고 다른 집 개와 바꾼거라고 하셨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놈이 그놈이었다...
어쨋든, 이렇게 직접 키운 무언가를 먹는 일은 그다지 쉽지 않다. 그것이 나를 잘 따르던 것이라면 더더욱이나. 그런데 이 책에서 엘메스와의 마지막 장면은 뭔가 그런 도덕적인 것을 뛰어넘는 숭고한 작업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엘메스의 피한방울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는 짧은 한줄의 메시지가 정말 살 한점, 피 한방울 안남기고 요리로 만들어가는 과정에 더 큰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달팽이 식당의 아름다운 이야기에서 갑자기 루리코의 아픈 이야기로 넘어갈 때는 참 황당했다. 참으로 상투적이 되어가는구나 라고도 생각했다. 그러다가 만난 이 장면에서 이 소설의 진가는 여기에서부터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엘메스가 세계 각국의 요리로 변신한다. 프랑스, 이탈리아, 중국, 베트남, 러시아, 아메리카 등등... 솔직히 어떤 음식인지 알지 못하기에 군침이 돌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엘메스가 가공되는 순간부터 하나의 근사한 요리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음... 뭐랄까... 도자기를 굽는 작업, 100호의 그림을 점묘화로그리는 작업, 장승을 깍는 작업 등 어떤 예술작품에 몰입하여 정말 멋진 대작을 만드는 그런 느낌이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난 후 이 책을 선물할 몇 사람이 떠올랐다. 첫번째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 끊임없이 노력하고 문화 예술에 대한 애정이 높은 그녀에게 이 책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그녀가 책을 한 권 내는 작업도 매우 숭고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내가 좋아하는 카페의 청년 사장님. 1평이 조금 넘는 카페에서 커피만큼 음악과 사람을 좋아하는 청년 사장에게 당신이 주는 커피한잔 한잔이 사람들을 치유하기도 하고, 사랑하게도 한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 세번째는 내가 좋아하는 연극배우. 내가 보아온 그녀의 연기는 결코 쉬운적이 없었다. 매번 자신의 뼈를 깎는 고통이 느껴질만큼 난해하고 생각과 마음이 열갈래, 만갈래로 찢어져있는 역할들만 맡았다. 이번에 하는 연극도 마찬가지이고... 그녀에게 전달하고 싶다. 당신의 연기는 내게 치유가 되고 생각할 여지도 주고 또 사랑하고 싶어지게 만든다고. 그리고 네번째...
달팽이 식당.내가 제일 좋아하는 헌책방에서 우연히 만난 책이었는데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놓쳐버린 책. 그래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서점에서 산 책. 이렇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에서 만난 책이기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에게 주고 싶은 책. 그만큼 너무너무 행복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