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성근대나무, 책만 보는 바보 (성근대나무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바람이 성근 대나무숲을 지나매 바람이 떠나면 대나무숲은 소리를 지니지 않는다. [채근담]</description><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Sun, 16 Aug 2026 04:04:40 +0900</lastBuildDate><image><title>성근대나무</titl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myface/PA_005.gif</url><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성근대나무</description></image><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또 하나의 일상</category><title>스페인의 거장 고야展 (2026.8.11)</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452015</link><pubDate>Sat, 15 Aug 2026 11:4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452015</guid><description><![CDATA[<br>전시회명 : 스페인의 거장 고야展 - 이성이 잠들 때, 괴물이 깨어난다기간 : 2026.6.26-9.30장소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br>관람일자 : 2026년 8월 11일(화)<br>* 관람평논란이 많은 전시회다. 고야라는 화려한 명성의 화가에게 기대했던 수준의 전시 내용이 아니어서 큰 비판을 받았고, 지금은 각종 안내와 소개에도 회화전이 아니라 판화전과 미디어아트임을 비교적 명확히 밝히고 있다.<br>나로서는 처음부터 이 전시회의 핵심이 판화집 &lt;카프리초스&gt;(변덕)임을 알고 있었기에 즐겁게 관람할 수 있었다. 평일 늦은 오후 시간대여서 관람객도 많지 않아 더욱 좋았다. 한가람미술관 방향으로 직진하느라 제7전시실을 찾아 한참 헤맨 게 아쉬웠을 뿐.<br>개인적으로 고야 예술의 최고봉은 화려한 태피스트리 밑그림과 초상화가 아니라 판화집과 검은 그림처럼 인간과 사회의 어둡고 비이성적인 면을 날카롭고 풍자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lt;카프리초스&gt; 전작을 소상히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무척 소중하였다. 작은 판형의 판화에 담긴 내용과 의미, 기법 등을 음미하며 작품소개 글을 꼼꼼히 읽어나갔다. 이미 책을 통해서 알고 있는 그림은 물론 처음 보는 판화를 통해 그의 예술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계기였다.<br>도록 견본을 보니 기대보다 품질이 좋지 않았다. 내용은 충실하지만, 도록의 메인은 수록 작품의 인쇄와 용지 질이 아니겠는가. 도록을 구입하려던 계획을 접었다.<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815/pimg_639223903544849497.jpg</url><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452015</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책이 나에게 말하는 것들</category><title>세상 모든 것의 기원 (강인욱/흐름출판) - [세상 모든 것의 기원 - 어디에도 없는 고고학 이야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449480</link><pubDate>Thu, 13 Aug 2026 22:5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44948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5965977&TPaperId=1744948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2542/5/coveroff/896596597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5965977&TPaperId=1744948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세상 모든 것의 기원 - 어디에도 없는 고고학 이야기</a><br/>강인욱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10월<br/></td></tr></table><br/>고고학이라고 하면, 옛날 유적과 무덤을 파헤치는 우리네 일상적인 삶과는 무관한 분야라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저자는 고고학이 인간의 삶과 매우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으며 상아탑에 안주하는 현학적인 학문 분과가 아님을 이 책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nbsp;  1부 잔치 편에서 다루는 항목은 막걸리, 소주, 김치, 삼겹살, 소고기, 닭, 상어 고기, 해장국이다. 음식과 관련된 내용이다.   &nbsp;  소주가이 새삼 눈길을 끄는데, 최초의 증류식 소주는 거란에서 만들었고, 세계화에 성공한 것은 몽골제국 시기라고 한다. 추운 지역에서 몸에 열을 내려고 일개 유목민이 마시던 높은 도수의 술이 세계의 술이 된 것은 역시 국력의 힘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던 셈이다. 김치와 삼겹살 항목에서 유라시아 각지의 절임 채소 요리의 공통성, 우크라이나와 우리나라의 돼지고기의 유사성을 통해 지역을 막론한 민중들의 강인한 생활력과 생존 본능을 우선 꼽는다.  &nbsp;  우리나라의 특수성이 반영된 항목도 있는데, 경상도 지역의 상어 고기 문화의 역사성을 예시하며 “신라 문화는 상어(돔베기) 문화권”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언급, 우리나라에서만 ‘도토리묵’과 ‘해장국’이라는 음식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흥미로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nbsp;  2부 놀이 편에서는 놀이, 고인돌, 씨름, 축구, 여행, 낙서, 개, 고양이 항목을 다룬다.   &nbsp;  고구려의 &lt;수렵도&gt;가 실제 사냥 장면이 아니라 일종의 사냥놀이를 하는 모습이라는 분석은 간과했던 사실인데 매우 설득력 있다. 씨름과 축구처럼 신체가 맞부딪히는 스포츠는 격렬한 만큼 거친 폭력성의 해소와 함께 신체 단련의 의미도 지닌다. 다만 그것이 과도하면 흥분과 폭력으로 확대되는 현상을 자주 보게 된다.   &nbsp;  고인돌이 놀이와 무슨 관계인지 의아했는데, 제의는 엄숙성과 동시에 축제성도 지니고 있다고 하니 이해가 되었다. 현세에서 여행은 인간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 내세로의 여행은 영생과 피안에서의 행복을 지향했다는 점은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반려동물의 대표격인 개와 고양이 이야기도 재밌지만, 시대를 초월한 낙서 애호의 흔적은 인간 본성이 한결같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이기에 해학적이다. 러시아 아이 온핌의 필기 뭉치처럼.  &nbsp;  생물은 생존과 번식을 실현하기 위한 본능적 욕망을 품는다. 3부 명품 편의 석기, 실크, 황금, 신라 금관, 인삼, 기후와 유물, 도굴, 모방 항목은 바로 이 욕망을 얘기한다.   &nbsp;  고급 옷감의 대명사인 실크는 실크로드라는 불후의 유산을 남겼는데, 실크에 열광한 흉노족의 쇠망 원인 중 하나가 실크라는 견해는 참신하다. 물욕하면 바로 황금이 연상되는데, 황금 문화의 역사가 흑해 연안에서 오래전 피어났다는 사실은 뜻밖이다. 우리 고대사도 황금과 무관하지 않다. 신라 금관이 대표적인데, 금관총 발견의 아픈 역사와 함께 복제품 유물 도난 사건의 어처구니없는 시대상이 함께 다루어진다.  &nbsp;  인삼은 고대부터 명품으로 취급되었으며, 특히 고려 인삼이 최고로 인정받았다는 점은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인삼과 관련하여 소개된 두 개의 에피소드도 이를 충분히 입증한다. 다만 역사적으로 청나라의 발전이 인삼 파워라는 견해는 놀랍다. 하물며 인삼이 병자호란의 사실상 원인이라는 주장은 어안이 벙벙할 뿐.   &nbsp;  명품은 모방과 도굴과 떼려야 뗄 수 없다. 모방은 방제경처럼 긍정적 의의를 부여할 수 있겠지만 도굴은 재화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의 적나라한 모습 아닐까. 그런 면에서 도굴의 왕이었던 조조의 무덤이 도굴로 발견되었다는 점은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할지 애매하다. 한편, 지구온난화가 현대 인류 사회에만 영향을 미치는 줄 알고 있었지만 확실히 고고학자는 다르다. 동토 지대에 오랜 기간 보존되어 온 유물들이 온난화의 결과로 녹아서 부패하고 소멸하는 현상에 대한 안타까움의 심정은 다만 헤아릴 뿐 충분히 따라잡기 어렵다.  &nbsp;  4부 영원 편의 벽화, 추모, 미라, 발굴 괴담, 마스크, 문신, 점복, 메신저 항목은 결국 죽음과 미래에 관한 항목이다. 인간의 죽음은 필연이며 회피할 수 없지만 누구나 벗어나고자 한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도 마찬가지다. 고인을 추모하고 그네들이 저승에서 현세처럼 부귀영화를 누리기를 기원하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거대한 무덤과 화려한 부장품, 제2의 집으로 그려진 벽화를 보라.   &nbsp;  기후로 우연히 된 미라가 아니라 의도적 미라 또한 영생의 의미가 아니겠는가. 그런 점에서 투탕카멘과 레닌의 미라는 닮았으면서도 전혀 다른 의도를 지닌다. 두 사람은 자신의 시신이 오늘날 이렇게 남아 있는 것에 대해 어떤 심정일지 궁금하다.   &nbsp;  마스크에 관한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마스크는 애초에 인간과 신을 중개했던 샤먼의 전유물이었으면서 오늘날 영정 사진의 역할도 했다는 설명은 마스크, 즉 가면의 비일상성을 증명한다. 다만 코로나 시기를 경험했던 만큼 전염병 예방을 위한 마스크는 새로운 의미를 지닌다.  &nbsp;  문신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고대에 문신은 부족과 신분을 나타내거나, 훈장처럼 특별한 공적을 드러내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었다. 물론 묵형처럼 먹을 새기는 형벌도 있었는데 모두가 문신의 반영구성에 기인한다. 문신에 대한 요즘 세간의 인식은 나쁜 편이다. 우리 사회는 유교적 가치관이 내재화되어 있는데 문신은 소중한 신체를 훼손하는 행위 아니겠는가. ‘문신충’이라는 폄하적 용어도 존재한다. 문신을 개성의 표현으로 인정할지 경계가 참으로 모호하다.  &nbsp;  과거를 발굴하면서 수많은 유물을 발견해나가면 기존의 역사를 새롭게 쓸 수밖에 없다고요. 그걸 해내는 학문이 바로 고고학입니다. (P.345)  &nbsp;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고고학의 의의와 자부심을 토로한다. 이 책은 대중을 겨냥한 고고학 입문서다. 새삼 골치 아픈 학문적 얘기는 제쳐두고, 세상의 다양한 사물과 풍습의 기원을 고고학과 결부시켜 의외성과 함께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풀어놓는다. 굳이 고고학이라는 어휘를 일부러 결부시킬 필요도 없다. 인간과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사항의 기원과 유래를 가볍게 읽어 나가다 보면 절로 고고학에 대한 호기심이 생길 것이므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2542/5/cover150/896596597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25420585</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책이 나에게 말하는 것들</category><title>급류 (정대건/민음사) - [급류 (특별판)]</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446960</link><pubDate>Wed, 12 Aug 2026 19:0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44696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28636&TPaperId=1744696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640/44/coveroff/893742863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28636&TPaperId=1744696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급류 (특별판)</a><br/>정대건 지음 / 민음사 / 2025년 06월<br/></td></tr></table><br/>&lt;급류&gt;는 서평이 심히 엇갈리는 소설이다. 한쪽에서는 감동과 극찬이, 다른 쪽에서는 실망과 비판이 날 서게 대립하는 보기 드문 현상이다. 우연한 기회에 이 작품의 존재를 알게 되었으나 처음에는 별로 관심 두지 않았다. 이른바 검증되지 않은 한때의 소설 읽기에 자원을 쏟고 싶지 않았으므로. 양분된 독자평이 오히려 흥미를 끌었다.  &nbsp;  세평에 휩쓸리지 말고 편견 없는 마음으로 작품을 대하리라 다짐하고 책을 읽어 나갔다. 그래야 나중에 어떠한 작품 평을 해도 떳떳할 것 같아서였다. 초반의 흥미진진한 서사에 몰입하였다. 중반부의 도담과 해솔의 사랑과 방랑, 이별에 마음 아팠다. 후반에 가서 그들의 재회와 이해, 그리고 드러난 비밀 장면에 가서는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시큰해졌다. 독자의 마음과 작품을 연결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 좋은 작품이 아니겠는가. 여기에 기법과 구성, 표현 등의 미세한 아쉬움은 별다른 흠결이 되지 않는다.  &nbsp;  “너희는 악연이야. 얽혀서 좋을 게 없어. 절대로 연락하지마.”정미가 거세게 기침하며 도담의 손을 잡아끌었다. (P.84)  &nbsp;  정미의 말마따나 두 사람의 인연은 결과적으로 악연이라고 해도 할 말 없다. 두 사람의 행동이 없었다면 두 가족이 풍비박산 나지 않았을 거라고 확언할 수 없지만, 그처럼 남부끄럽게 목숨을 잃는 결말로 나아가지는 않았을 테니까.  &nbsp;  자신이 구해 주고 자신을 구해 준 사람. 같은 또래, 그리고 첫사랑. 도담과 해솔은 분리될 수 없는 사이다. 두 사람은 남들이 갖지 못한 비밀의 공유자이자 겪지 못한 비극의 주인공이므로. 너무나 가깝고 친밀한 존재이기에 오히려 지긋지긋해하고 다투며 뛰쳐나가지만, 그들의 과거를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다시 있기 어렵다. 자유로워지고 싶지만, 소외되고 싶지는 않으므로. 자기 내면에 가면을 씌운 채 진정한 사랑을 구하는 건 자체로서 가능하지 않은 시도다.   &nbsp;  해솔과 자신을 과연 무슨 사이라고 설명해야 할까. 은인? 친구? 연인?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다.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잊으려 애썼지만, 사실 한 번도 잊은 적 없는 이름이었다. (P.203)  &nbsp;  승주의 말처럼 도담에게 승주, 해솔에게 선화는 대용품이자 구명환이다. 상대의 부재 속에 홀로서기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그것이 불가능함을 확신하기 전에 필요했던. 그나마 선화는 슬퍼하면서도 그들을 받아들인다. 해솔의 마음속에 자신이 자리할 공간이 없음을 일찌감치 알아차렸기에. 독자로서 선화의 행복을 다만 바랄 뿐이다.  &nbsp;  세월의 때가 묻다 보니 창석과 미영의 관계도 그럴 수 있지 하고 생각하게끔 된다. 세상일이란 게 반드시 나의 뜻과 의지만으로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겪어서일까. 한편 도담과 해솔의 지긋지긋할 정도로 강렬하고 뜨거운 고통과도 같은 사랑에도 공감과 애틋함을 품게 된다. 도담은 사랑의 도덕성을 기대하지만, 사랑이란 애초에 눈먼 존재가 아니던가. 창석의 배신에 치를 떨며 찌그러뜨리려고 마음먹은 것 또한 그가 창석을 너무나 사랑해서다. 이후 도담이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사랑을 뿌리치는 이유 역시 자신의 사랑관이 무너져서다.  &nbsp;  도담에게 사랑은 급류와 같은 위험한 이름이었다. 휩쓸려 버리는 것이고,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것, 발가벗은 시체로 떠오르는 것, 다슬기가 온몸을 뒤덮는 것이다. 더는 사랑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P.104)  &nbsp;  이 책의 작가 소개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작가는 영화계 출신이다. 그의 전작을 보면 작가의 배경이 깊게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을 순전한 문학 관점이 아니라 영화 시나리오로서 접근하면 이 소설의 특성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다. 두 주인공의 명확한 성격 대비. 비현실적일 정도로 치열한 만남, 사랑, 다툼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관계. 극적인 효과를 강조하기 위한 소설의 여러 장치, 즉 우연성, 주인공의 직업과 사고, 비밀. 주인공을 더 드러내기 위해 필요한 조연의 역할 등.  &nbsp;  우여곡절 끝에 도담과 해솔은 서로의 손을 맞잡았고 다시 놓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어린 나이부터 과도할 정도로 삶의 희로애락을 함께 맞닥뜨렸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되었으므로.  &nbsp;  둘은 물결을 가로질러 서로를 향해 헤엄치기 시작했다. 해솔과 도담은 손을 뻗어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두 사람 앞에 파도가 일고 있었지만 그들은 수영하는 법을 알았다. (P.298)  &nbsp;  내가 읽은 책은 ‘사랑의 에디션’이라고 한다. 20만 부 돌파를 기념하기 위한 특별판이다. 설명 문구처럼 신진 작가의 구간이 역주행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경우는 극히 드물다. 역주행의 대명사가 되었던 몇몇 아이돌 그룹도 아니고. 감상 후의 소감은 뭐랄까,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내가 근래에 이러한 몰입감을 가지고 소설을 읽어본 게 언제 적이었던가.]]></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640/44/cover150/893742863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6404473</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또 하나의 일상</category><title>손아진 피아노 독주회 (2026.8.11)</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445526</link><pubDate>Tue, 11 Aug 2026 23:0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445526</guid><description><![CDATA[<br>공연명 : 손아진 피아노 독주회 - Die blaue Blume Ⅱ일시 : 2026년 8월 11일(화) 19:30장소 :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연주 : 손아진 (피아노)프로그램&nbsp; - 하이든, 피아노 소나타 C장조 Hob.XVI:50&nbsp; - 라벨, 거울&nbsp; -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C단조 D.958<br>* 세줄평라벨의 연주가 가장 좋았다. 그렇게 애호하는 곡이 아니었는데, 섬세하고 정확한 터치가 곡상에 부합하였다. 하이든 소나타는 분명 잘하는 연주같은데 내가 기대하는 하이든 느낌은 아니었다. 마지막의 슈베르트는 그다운 느낌 외에 미처 간과했던 여러 들을만한 포인트를 짚어주어서 새삼 흥미가 당겼다. 전반적으로 강한 개성을 내세우기보다는 음악 자체에 집중하는 연주자 같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811/pimg_639220854998729805.jpg</url><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445526</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책이 나에게 말하는 것들</category><title>데데 코르쿠트의 서(書) (작자미상/이재정/계명대학교출판부) - [데데 코르쿠트의 서(書) - 코르쿠트 할아버지의 튀르크족 영웅이야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443814</link><pubDate>Tue, 11 Aug 2026 00:2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44381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52734387&TPaperId=1744381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7842/46/coveroff/k45273438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52734387&TPaperId=1744381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데데 코르쿠트의 서(書) - 코르쿠트 할아버지의 튀르크족 영웅이야기</a><br/>이재정 옮김 / 계명대학교출판부 / 2021년 08월<br/></td></tr></table><br/>앞서 &lt;고르구드 아버지의 영웅 서사시&gt;(걷는사람)를 읽었다. 전 12편의 이야기 중 절반인 6편만을 담고 있다는 점과,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평이한 편집에 일말의 아쉬움이 있었다. 다만 국내 초역이라는 점에 만족하기로 하였다. 우연한 기회에 이미 몇 년 전에 완역이 이루어졌음을 알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작품의 문학적, 역사적 의의를 다시금 되짚어보면 아래와 같다.  &nbsp;  &lt;데데 코르쿠트의 서&gt;는 아제르바이잔뿐만 아니라 터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전 튀르크인들이 공통으로 보유하고 있는 구전문학으로써, 고대 튀르크족의 생활 관습, 역사, 지리에 관한 광범위한 지식뿐만 아니라 이슬람 이전 튀르크 사회의 이념과 정치사상, 튀르크족의 삶의 철학을 담고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P.8, 머리말)  &nbsp;  아무래도 이 책과 걷는사람 판본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고대 오구즈족의 영웅서사시이므로 원서는 오구즈족의 언어, 지금으로 치면 아제르바이잔 또는 중앙아시아 민족의 언어로 기록되었을 것이다. 걷는사람 판본은 아제르바이잔 판본을 처음 번역한 것이고, 이 책은 러시아어 번역본을 우리말로 번역한 중역본이다. 즉 완역본 여부와 원전 번역본 여부가 두 책의 큰 차이점이다.  &nbsp;  번역 저본이 상이하다 보니, 번역 어휘도 같을 수 없다. ‘디르새 칸의 아들, 부가즈 이야기’는 여기서 ‘데르세-칸의 아들, 보가치-잔에 관한 이야기’로, ‘바이배래의 아들, 밤스 배이래크 이야기’는 ‘바이-부라의 아들, 밤시-베이레크에 관한 이야기’로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바사트가 외눈박이 테패괴쥐를 물리친 이야기’가 ‘데페-게즈를 죽인 비사트에 관한 이야기’로 큰 차이를 보인다. 다만 이야기의 줄거리와 내용 전개는 대체로 비슷하다.  &nbsp;  걷는사람 판본에 실리지 않고, 이 책에만 실린 6편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칸르이-코드자의 아들, 칸-투랄리에 관한 이야기’, ‘카즐리크-코드자의 아들, 이예켄크에 관한 이야기’, ‘베킬의 아들, 암란에 관한 이야기’, ‘우슌-코드자의 아들, 세크레크에 관한 이야기’, ‘포로로 잡힌 살로르-카잔을 구출한 아들, 우루즈에 관한 이야기’, ‘외오구즈족과 내오구즈족의 싸움과 베이레크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  &nbsp;  이들 이야기의 배경과 제재는 솔직히 다른 이야기와 특별한 차별성을 보이지 않는다. 진정한 무사의 조건, 부모.형제와 같은 혈연의 중시, 기독교도 적국과의 갈등과 전쟁 등. 모두가 살로르-카잔과 그의 아들 우루즈를 중심으로 그의 신하들인 여러 베크의 이야기다. 특히 우루즈는 나약하기 이를 데 없는 아들처럼 묘사되다가 다른 이야기에서는 용맹한 기사로 등장하여 적에게 사로잡힌 아버지를 구출하는 등 여러 이야기에 일관성 없이 등장하여 다양한 구전에 근거함을 알게 한다.  &nbsp;  특히 ‘외오구즈족과 내오구즈족의 싸움과 베이레크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와 달리 오구즈족이 내오구즈와 외오구즈로 분열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어쩌면 사소하다고 할 수 있는 행위 하나가 종족의 갈등과 분열로 이어지고 끝내 밤시-베이레크와 아루즈라는 두 걸출한 무사의 죽음으로 귀결되는 비극을 다룬다. 이 작품의 마지막 이야기로 실렸다는 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nbsp;  “정녕 그 이유를 모르신단 말씀입니까? 일전에 당신이 재산을 나누어 줄 때 외오구즈족은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내오구즈족 베크들만이 있었지요. 바로 그런 이유로 외오구즈족 베크들이 안 온 것이지요.” (P.267)  &nbsp;  걷는사람 판본에서는 언급하지 않거나 생략된 대목, 그리고 해설은 이 책의 미덕이다. 먼저 머리말에 따르면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은 14세기에서 15세기에 걸친 백양 왕조(아크 코윤루)라고 하며, 지역적 무대 또한 이란과 이라크, 튀르키예, 그리고 카프카즈에 걸쳐 있음을 알 수 있다. 작품 표제에 코르쿠트 할아버지가 등장하는 까닭은 수록된 12편의 이야기를 코르쿠트 할아버지가 노래로 지어서 후대에 전수하였기 때문이다.   &nbsp;  걷는사람 판본에서는 완전히 생략된 대목이 우선 서문이다. 몇 페이지에 걸친 서문은 코르쿠트 할아버지를 소개하고 그가 칸에게 한 몇 가지 예언과 신에 대한 영광과, 네 유형의 여인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nbsp;  각 이야기의 마지막 단락도 이 책에만 수록되어 있다. 그것은 코르쿠트 할아버지가 이 노래를 지었음과 함께 그가 말하는 예언 내용이다. 영웅들도 죽음을 맞이하기에 세상은 덧없음을 애상 어린 어조로 일단 말한 후, 그럼에도 칸은 전능하신 신의 은총으로 영원히 번영을 누릴 것이라고 예찬한다. 마지막으로 신을 향한 기도로 이야기를 마친다.  &nbsp;  온 세상이 내 것이라고 말하던 그 베크들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고요? 죽음이 그들을 잡아갔고 땅이 그들을 숨겼습니다. 무상한 세상이 누구에게 남겨졌냐고요? 지상의 삶은 왔다가 가는 것이고, 그 종착점은 죽음입니다. 오랜 삶의 마지막도 죽음과 이별입니다. (P.277)  &nbsp;  비록 러시아어 중역판이지만, 12개의 이야기를 모두 담은 완역본이라는 점, 서문과 코르쿠트 할아버지의 예언 단락도 모두 수록하였다는 점, 그리고 아동 청소년용으로 평이하게 각색하지 않고 원형에 가깝게 유지하였다는 점 등에서 개인적으로 이 책을 높이 평가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7842/46/cover150/k45273438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78424652</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책이 나에게 말하는 것들</category><title>3월 1일의 밤 (권보드래/돌베개) -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442050</link><pubDate>Mon, 10 Aug 2026 00:3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44205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1999276&TPaperId=1744205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8458/19/coveroff/897199927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1999276&TPaperId=1744205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a><br/>권보드래 지음 / 돌베개 / 2019년 03월<br/></td></tr></table><br/>3.1 운동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국문학과 교수다. 흠, 뭔가 이상하다. 역사학자 또는 사회과학자도 아닌 인문학자가 3.1 운동을 다룬 책을 쓰다니. 3.1 운동을 문학사적으로 조망하려는 책인가 싶은데 책소개나 서평을 읽어보면 그렇지도 않다.  &nbsp;  누구나 3.1 운동을 알지만 정작 3.1 운동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무엇이 떠오르는가, 민족 대표 33인, 유관순 열사, 전 국민의 만세운동. 이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태어나는 계기가 되었음을 아는 사람은 역사에 비교적 지식이 있는 경우다. 하지만 정작 3.1 운동 자체에 대해서는 머릿속에 확 다가오지 않는다. 태극기와 만세운동, 비폭력 저항운동이라는 추상적 이미지뿐.  &nbsp;  저자가 3.1 운동 백 주년에 맞추어 이 책을 쓴 까닭은 분명하다. 역사 속의 한 장면, 박제된 이미지가 된 3.1 운동을 학술적 차원이 아니라 인간적 온기를 품고 자세히 알아보고 드러내 보이고자 하는 것임을. 3.1 운동이 단지 지나간 역사적 한 사건에 그치지 않고 우리 근현대 역사와 문화에 깊은 족적을 남기고 이른바 판을 뒤흔들어 놓은 세기적 사건이었음을. 나아가 오늘날 우리는 3.1 운동의 지대한 영향 아래 살고 있으면서도 정작 3.1 운동의 본질과 계승에는 여전히 소극적임을 저자는 말하고자 한다.  &nbsp;  주석, 출전 및 찾아보기를 제외하고도 560면에 이르는 두툼한 책의 내용을 쉽사리 이해하기는 어렵다. 저자는 1부에서 3.1 운동의 전체적 맥락을, 2부에서는 시대적 흐름을, 3부는 실제 인물과 운동 각론을, 4부는 문학적 연계를 고찰한다. 역사와 대중적으로 유명한 민족 대표 33인과 유관순 열사는 거의 다루지 않는데, 민족 대표의 의미와 비중이 절대적으로 낮다는 점과 유관순으로 전형화된 인물 이면에 가려진 민초들의 생생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다.  &nbsp;  3월 1일의 밤을 기술하는 저자의 필치는 세심하며 건조한 객관성에 함몰되지 않는다. 온기를 품은 채 흥분을 배제하면서 최대한 온화하고 담담하게 3.1 운동의 현장과 인물을 그려나간다. 그것은 후대에 비판적 평가 대상이 되는 인물과 사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연유로 역사와 인문을 결합한 한 편의 문학작품을 읽은 것과 같은 깊은 여운을 갖게 됨은 전적으로 저자의 역량이라고 하겠다.  &nbsp;  3.1 운동은 세계사적 맥락에서는 타당하지만, 국내만으로 제한하여 보면 매우 뜬금없고 갑작스러운 출현이었다. 강제 병합 이후 독립투쟁은 국지적 활동을 제외하면 사실상 휴면 상태로 접어들었고, 민족적 역량을 결집할 만한 구심체도 존재하지 않았다. 민족 대표 33인은 독립선언만 하면 그것으로 할 일을 마쳤다고 생각하는 정도였고, 대중적 인식도 독립을 위한 만세인지, 독립에 기뻐한 만세인지 혼란스러울 정도였다. 기본적으로 3.1 운동은 태화관 및 탑골공원에서의 작은 해프닝으로 끝나는 게 당연한 수순이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전국으로 계층을 불문하고 확산되어 갔다.  &nbsp;  독립의 선언이 곧 독립의 현실을 구성한다는 믿음이야말로 3.1 운동의 비밀이다. ‘와야 할 현실’을 ‘도래한 현실’로 변형시킴으로써, 그러한 정언명령을 표현하고 전달하고 감염시킴으로써, 3.1 운동의 대중은 그 스스로 새로운 현실의 일부가 되었다. (P.52, 1부)  &nbsp;  강화도 은세공업자 유봉진 사례는 이러한 자발적 주체를 예시한다. 저자는 3.1 운동의 거시적 의의만 천착하지 않고 보다 구체적이고 세밀한 재료에도 관심을 보이는데, 다종다기한 선언서의 변형과, 운동에서 태극기의 출현 시기와 그것의 실질적 의미, ‘만세’ 구호가 갖는 비일상적 상징성 등이 그러하다. 또 민초들에게 독립은 추상적 전망이 아닌 토지, 종교 및 기타 현세적 소망과도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음을, 그것은 일제 식민 통치가 그들에게서 빼앗아갔고 통제함으로써 당대 체제에서는 획득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재화였음도 빠뜨리지 않는다.  &nbsp;  세계사적으로 볼 때 3.1 운동은 사회진화론이 표방한 제국주의 정당화 이데올로기를 정면으로 반박함으로써 향후 인류 보편주의가 지배적 이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된 사건이다. 약육강식이 불변의 보편적 원리라고 인정될 때 조선이 일본에 병합되는 사건은 대세 원리에 부합하므로 비난할 명분이 없다. 민족자결주의를 이해했든 곡해했든, 3.1 운동 선언서가 표방하는 인류 보편의 평화와 행복 추구권은 이후 사회진화론을 극복하는 이념적 토대가 되었다.  &nbsp;  ‘세계’와 ‘인류’의 보편주의가 학생과 지식인 사이에서의 동향을 벗어나 일반적인 기류가 된 것은 3.1 운동 이후다. 거꾸로 말하자면 인류 보편주의의 성장에 힘입어 3.1 운동의 이념은 비로소 형성될 수 있었다. (P.211, 2부)  &nbsp;  정신적 차원뿐만 아니라 물리적 기준에서도 3.1 운동의 영향은 지대하다. 3.1 운동의 영향으로 임시정부가 탄생하였으며, 비폭력 평화주의의 한계를 실감한 이후 무장 독립투쟁으로 노선의 큰 방향 전환이 생겼다. 3.1 운동이 외형상 실패하였음은 자명하다. 다만 이것을 독립 쟁취 여부로써만 판단하는 것은 단견이며, 향후 독립운동의 시발점 역할을 하였고 민중 인식을 근대화시켰다는 점을 유념하면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nbsp;  3.1 운동 직후 무력투쟁이 극렬해졌다는 사실은 3.1 운동기, 특히 초기의 비폭력주의가 결코 불가피한 전략이 아니었음을 알려준다. 3.1 운동의 비폭력은 체계적이거나 수미일관하지는 않았을지언정 의식적인 선택이었다. (P.332, 3부)  &nbsp;  3.1 운동의 장소라고 하면 태화관과 탑골공원, 그리고 아우내장터가 우선 연상된다. 저자는 운동이 전국적이고 거국적이었음을 보여주기 위해 각 지역 사례를 예시한다. 통일된 중심 조직이 없는 만큼 운동의 양상은 지역별로 제각기 달랐고 전개 과정도 상이하였다. 대체로 비폭력 평화운동이었지만 평남 성천처럼 유혈 충돌이 빚어진 사례도 발생하였다. 장터 같은 번화가, 산꼭대기는 물론 다수의 군중집회, 한두 명의 격문과 태극기와 같이 규모도 천차만별이었다. 지방은 유림, 농민, 천도교도, 도시는 학생과 노동자가 만세를 불렀으며, 신분으로는 양반과 평민, 기생 같은 하층민을 포함하여 진주에서는 백정 아낙들도 참여하였다고 한다. 저자도 언급했듯이 수년 뒤 백정해방운동인 형평사 운동이 진주에서 일어난 게 전혀 의외는 아니다.  &nbsp;  아산보통학교 교사 박경순, 서울 기생 정금죽, 개성 교회전도사 어윤희 사례는 평범한 여성들이 3.1 운동 참여를 통해 정치, 사상적으로 얼마큼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경우라고 하겠다.   &nbsp;  국문학자인 저자로서는 3.1 운동이 문화계, 특히 문학에 끼친 영향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의 4부는 일제강점기 개괄적 국문학사라고 해도 무방하다. 헤이그 밀사 이위종과 몽골 어의 이태준, 김필순 일가, 홍명희의 방랑 등 3.1 운동 이전에 식민 지배에 좌절하여 탈출을 모색하던 청년층은 운동을 통해 일본인이 아닌 조선인 또는 대한인으로서 정체성을 분명하게 인식하기 시작했다. 강용흘과 이미륵의 망명 문학은 3.1 운동 후 해외에서 고유성을 기억하고 알리는 역할을 하였다.   &nbsp;  무단통치 시기 강력하게 억눌렀던 국문학이 급격하게 발전하기 시작한 계기는 일제의 문화통치 덕분이다. 3.1 운동으로 놀란 일제가 지배 방침을 변경하여 제한적이나마 우리말 교육과 출판을 허용하였기 때문이다. 역으로 말한다면 3.1 운동이 없었다면 일본의 통치 기조는 변함이 없었을 것이고 우리말은 끝내 말살되고 민족의식조차 미구에 소멸되었을 것이란 뜻이다.   &nbsp;  3.1 운동 과정에서 민중은 일제의 유혈 진압과 핍박, 고문 등의 참상을 겪었다. 이로 인한 트라우마를 부정하지 못한다. 게다가 외형상 운동의 실패는 실망과 좌절, 패배 의식을 고취시켰다. 여기서 절망의 나락에 빠질 것인가, 어두운 현실을 명철하게 진단하고 분석함으로써 개선과 발전의 여지를 찾으려고 노력할 것인가, 현재 상태가 어둠의 밑바닥임을 깨닫고 희망의 빛을 확신할 것인가에 따라 문학적 입장은 달라진다. 저자는 김동인과 이광수, 심훈, 염상섭을 전형으로 제시한다. 운동 이전 동인지 문학에서 주도적 역량을 발휘하였던 김동인과 이광수는 오히려 3.1 운동 이후 타협의 길을 걷는다. 그들에게 3.1 운동은 민족의 독립 역량을 결집하고 표방한 긍정이 아니라 죽음 직전 마지막 비명으로 인식되었다. 이광수의 &lt;민족개조론&gt;이 대표적이다.  &nbsp;  염상섭의 시각마따나 3.1 운동은 종착점보다 출발점이라는 시각에서 바라볼 때 적극적 의의를 갖는다. 3.1 운동은 개인적.민족적 층위에서 공히 불회귀적 사건인 동시, 실패냐 성공이냐의 질문을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리는 종류의 사건이다. (P.543-544, 4부)  &nbsp;  저자가 4부에 걸쳐 3.1 운동을 조사하고 분석하고 해석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그것은 3.1 운동의 중대한 의의에도 불구하고 단지 역사적 사실, 현재와는 무관한 과거의 사건으로 치부하는 시각을 일신하기 위함이다. 역사성의 거대 담론에만 치우쳐 간과하는, 우리네 민중 개개인의 삶과 행동과 선택이 그 속에 어떻게 녹아들어 있는지를 드러내고자 함이다.   &nbsp;  3.1 운동을 그 세계사적 맥락으로 되돌리고 3.1 운동에서 토의된 정치.경제.문화적 쟁점들을 오늘에 되살려 보자는 것이다. 3.1 운동은 빛나는 경험이다. 그러나 그 빛은 천상의 순일성이 아니라 지상의 악전고투로 물들어 있다. (P.555, 나가는 글)  &nbsp;  3.1 운동을 자세히 알고 싶은 호기심과, 국문학자가 3.1 운동을 어떻게 풀어냈을까의 궁금증이 이 책을 읽게 된 동력이었다. 3.1 운동을 다층 다면적으로 이해하고, 개별 인간 차원에서 3.1 운동의 현장을 접근하고 싶다면 읽은 보람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책이라고 단언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8458/19/cover150/897199927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84581909</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책이 나에게 말하는 것들</category><title>GV 빌런 고태경 (정대건/은행나무) - [GV 빌런 고태경 - 2020 한경신춘문예 당선작]</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432955</link><pubDate>Tue, 04 Aug 2026 23:4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43295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42639085&TPaperId=1743295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3800/67/coveroff/k84263908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42639085&TPaperId=1743295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GV 빌런 고태경 - 2020 한경신춘문예 당선작</a><br/>정대건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04월<br/></td></tr></table><br/>&lt;급류&gt;로 역주행 각광 받는 작가의 데뷔작이다. 표제만 보고 어떤 유형의 작품인지 알기 어려웠다. 영어가 등장하고, ‘빌런’이라는 어휘가 사용되었으니 일종의 SF 소설일 거라고 지레짐작하였다. 막상 소설을 읽기 시작하니 완전히 잘못 짚었다.  &nbsp;  작가는 영화 연출을 전공하였고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연출한 이력도 지니고 있다. 자신의 영화 현장 경험이 이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고 하면 지나칠까. 이 소설은 일반 독자가 알지 못하였던 영화 제작과 연출의 생생한 이면이 담겨 있다.   &nbsp;  GV 빌런은 결코 좋은 의미는 아니다. 성공한 감독과 배우라면 웃어넘길 수 있겠으나 화자처럼 무명의, 실패하고 영화인이라면 전혀 다르다. 그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비수처럼 예리하게 가슴 속에 파고든다. 화자가 GV 빌런 다큐멘터리에 착안한 계기도 분명 그에 대한 복수심을 무시할 수 없다.   &nbsp;  어렵사리 빌런의 동의를 구하고 다큐멘터리 촬영을 시작하는 나. 이후 소설의 축은 나와 빌런 고태경의 촬영이 축을 이루는 가운데, 나와 종현의 남녀 관계, 나와 승호의 우정 관계가 주변을 장식한다. 처음에는 단지 빌런으로만 생각했던 고태경의 여러 행동이 영화인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이의 실현을 위한 끊임없는 준비와 공부 과정임을 알게 되면서 서사는 크게 방향을 전환한다.  &nbsp;  “나 아직 영화인이오.”고태경이 서늘한 목소리로 내 말을 잘랐다. (P.58)  &nbsp;  관객은 영화 자체를 중시한다. 영화를 만든 감독과 배우, 그리고 제작진처럼 스크린 뒤의 세계는 잘 알지 못할뿐더러 관심도 약하다. 중요한 건 결과로써의 작품이다. 과정에 연출자의 어떤 고충과 한계가 자리 잡고 있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단지 성공한 영화와 영화인, 그렇지 않으면 실패한 영화와 실패자로 낙인찍힌 영화인. 현재의 고태경과 화자 조혜나도 엄밀히 말하면 이 부류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풍자처럼 촬영을 시작하였지만, 인간 고태경을 알아가면서 화자는 점차 그를 지지하고 응원하게 된다. 그렇다고 그와 같은 처지가 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는 게 사실이다.  &nbsp;  두 사람의 다큐멘터리 촬영이 별 볼 일 없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그들은 계속 그 상태에 머물게 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화자 조혜나 감독은 독립영화지만 어쨌든 영화를 찍었지만 고태경은 불운의 중첩으로 한편도 찍지 못하였다. 그런 그에게 영화 촬영은 우리와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게 된다.  &nbsp;  “완성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야. 모든 완성된 영화는 기적이야.” (P.138)  &nbsp;  여기서 작가는 이들을 양지로 끌어낸다. 망한 작품으로 평가받던 이전 연출작이 뜬금없이 해외 영화제에 초청받고 특별상을 받는다. 우여곡절 끝에 상영한 다큐멘터리는 세간의 화제를 모으며 성공적인 평가를 받는다. GV 빌런으로 비난의 대상이었던 고태경은 졸지에 유명 인사가 되어 관객들의 주목과 응원을 받게 된다. 무엇보다 고태경의 그녀가 뜻밖의 인물이었던 거 하며.   &nbsp;  소설의 끝 장면에 이르러서도 그들의 처지는 크게 바뀌지 않는다. 화자 조혜나 감독은 여전히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다만 보다 확실한 삶의 목표는 생겼다. 친구 승호 역시 영화판을 떠났지만 자신의 꿈에 매달린다. 고태경은 이제 빌런 짓을 그만두었을까, 아니다. 그는 자신의 영화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놓지 않았기에 여전히 영화관을 들락거린다.  &nbsp;  작가는 과장된 인위적 수사를 최대한 자제하고 담담하게 소설을 전개한다. 굳이 큰 웃음, 사건, 극적 효과를 노리지 않아도 서사 자체의 자연스러운 힘으로 소설은 꽤나 가독성 있다. 은근하고 잔잔하지만 계속 책을 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독자는 누구나 고태경과 조혜나, 승호를 응원하게 될 수밖에 없다. 화자와 헤어졌지만 종현을 우리가 미워할 수 있을까. 작중에서 비교적 악인 역할로 나오는 조병훈 교수 또한 영화에 대해서는 진심이지 않았는가. 박원호 교수와는 결이 다르지만.  &nbsp;  자기가 좋아한 것 때문에 아파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너무 많았다. 우리가 추구하던 꿈과 기대하던 삶이 전부 무너진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P.168)  &nbsp;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가 참으로 영화에 대한 애정이 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자가 생활에 쩔쩔매면서도 영화를 놓지 못하는 것은 작가 자신의 소망이 투영된 것이 아니겠는가. 현재는 소설가로 활동하지만 언제라도 기회만 되면 영화인으로 복귀하겠다는. 고태경이 시나리오를 무수히 쓰고 고치고를 반복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nbsp;  자칫 진부하고 순진한 교훈을 반복하는 유형으로 전락할 수 있는 작품의 구성이다. 독자가 고태경과 채화영의 만남에 긴장과 스릴을 느끼는 심정은 동일하다. GV 빌런이었던 고태경이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으로서 무대에 서서 관객들에게 들려주는 발언 또한 상식적이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영화에의 끈을 놓지 않는 화자가 서서히 영화계에 자리 잡을 전망을 보여준다는 설정도 그렇지 않은가. 이 여러 요소가 소설의 재미와 멋을 흠집 내지 않는 이유는 작가가 보여주는 성실한 애정일 것이다.  &nbsp;  화해와 성장. GV 빌런 고태경은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으로서 자신의 삶과 세상과 화해하게 되었다. 화자 조혜나 감독은 다큐멘터리의 연출자로서 영화와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서 한층 성장하였다. 단단하게 자신의 길을 나아가는 승호도 계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게 된다. 중간에 비록 실패와 좌절을 겪겠지만 포기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기에. 이런 요소들이 우리가 이 소설을 다 읽고 났을 때 갖게 되는 흐뭇한 정서의 기반이 아니겠는가. 나도 그 집 단팥죽을 한 그릇 먹고 싶다.  &nbsp;  나는 앞으로도 실수하고 후회하고 반복하겠지만, 적어도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미워하지는 않을 거다. (P.256)]]></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3800/67/cover150/k84263908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38006701</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또 하나의 일상</category><title>앙상블 드 로즈마리 기획 초청 연주회 (2026.8.3)</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431028</link><pubDate>Mon, 03 Aug 2026 23:3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431028</guid><description><![CDATA[<br>공연명 : 페리지 홀 기획 초청 연주회 - 앙상블 드 로즈마리 : 'The Treasure Box'일시 : 2026년 8월 3일(월) 19:30장소 : 페리지 홀연주 : 앙상블 드 로즈마리&nbsp; &nbsp; &nbsp; &nbsp;- 권요안 (피아노)&nbsp; &nbsp; &nbsp; &nbsp;- 박지영 (바이올린)&nbsp; &nbsp; &nbsp; &nbsp;- 임재성 (첼로)프로그램&nbsp; - 드뷔시, 피아노 트리오 G장조&nbsp; - 포레, 피아노 트리오 D단조 Op.120&nbsp; - 라벨, 피아노 트리오 A단조<br>* 세줄평페리지 홀 첫 방문이다. 기획도 좋다. 인상주의 세 대가가 남긴 유일한 트리오. 연주도 좋다. 세 곡 모두 친숙한 곡은 아니다. 젊은 드뷔시의 열정과 나이 든 포레의 강렬한 사색이 불꽃을 튀긴다. 라벨의 곡은 보다 현대적이다. 3악장에서 그의 비명이 들리는 듯하다. 피아노 트리오가 이렇게나 맹렬한 조합이었던가 놀랍다.<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803/pimg_639213964581948044.jpg</url><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431028</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책이 나에게 말하는 것들</category><title>조선의 세계명작, 완월회맹연 (정창권/월인) - [조선의 세계명작 완월회맹연]</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428226</link><pubDate>Sun, 02 Aug 2026 14:0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42822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4775401&TPaperId=1742822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573/36/coveroff/898477540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4775401&TPaperId=1742822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조선의 세계명작 완월회맹연</a><br/>정창권 지음 / 월인 / 2013년 04월<br/></td></tr></table><br/>예전에 &lt;완월회맹연&gt;이라고 하는 조선시대 대하소설의 존재를 알게 된 적이 있다. 무슨 내용인지 알고 읽고 싶었으나 현대어본이 없어 아쉽게 생각하고 훗날로 미루어 두었다.   &nbsp;  장장 180권 180책의 대하소설인 만큼 모 출판사에서 간행 중인 완역본이 완성된다면 18권에 이르게 될 것이다. 아무래도 일반 독자가 다가가기에는 부담스러운 분량인 건 사실이다. 이 책은 &lt;완월회맹연&gt;을 독자에게 소개하기 위하여 한 권으로 압축하였다.   &nbsp;  허허, 완월대에 올라 달빛이나 구경할까 했더니 뜻밖에도 자녀들의 정혼이라.... (P.17)  &nbsp;  &lt;완월회맹연&gt;의 표제는 완월대 연회에서 맺은 약속의 의미를 지닌다. 정씨 집안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소설은 완월대에서 정씨와 장씨, 이씨 친우가 서로 자식을 결혼시키기로 맹세한다.   &nbsp;  정씨 집안의 적장자 정잠은 대를 잇기 위해 아우 정삼의 장남인 조카 인성을 양자로 들인다. 후처 교완은 자신의 소생인 아들 인중이 인성에게 밀리자 분개하여 어떤 수단으로든 인성을 제거하려고 한다. 교완과 시녀, 하인들이 처음에 시작하였지만 나중에는 인중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전처소생과 계모 간 갈등은 고전소설의 단골 소재이지만, 근본적으로 집안의 후계 구도와 맞물려 있기에 계모는 더욱 치열하게 노릴 수밖에 없음도 또한 당대의 현실이다. 처음에는 인성을 목표로 하는데, 인성이 자염과 혼인하고 아이를 낳게 되자 아이마저 제거하는 것으로 목표를 확대한다.   &nbsp;  “인성이 정부의 계후가 되어 인중으로 하여금 무용지물이 되게 했도다. 내 반드시 인성을 없애고 인중으로서 계후가 되게 하고 말리라!” (P.66, 교완)  &nbsp;  인중을 제외한 나머지 형제 남매 간의 우애는 돈독하다. 심지어 인중의 아우 인웅마저 어머니와 형의 그릇된 행동에 반대하고 바로잡으려고 애쓸 정도다. 이 소설에서 인성은 거의 성인군자에 가깝다. 충과 효에 지극하고, 탁월한 풍모에 반한 뭇 미인의 구애에도 한눈팔지 않는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안타까운 여성인 만초란과 석순영의 슬픔과, 해릉공주의 비극은 인성과 무관하지 않다.   &nbsp;  정씨 집안이 모범적인 인덕의 표본이라면, 정잠의 친우인 장헌은 범인 또는 소인배의 전형이다. 출세를 위해 권력자에게 빌붙고 정혼을 약속한 딸을 왕족의 첩으로 기꺼이 내주려고 할 정도다. 예비 사위인 인광이 어려운 처지에 놓인 상황에서 짐짓 외면하고 여색을 탐하여 월염을 첩으로 취하려고 시도한다. 변장한 인광에게 두드려 맞고 나중에는 계단에서 실족하여 해괴망측한 행동으로 체면을 구기고 사위를 난처하게 만든다. 부인 박씨 또한 남편 못지않아 혼인 후 정씨 집안을 향해 온갖 욕설과 창피한 행동을 서슴지 않을 정도다.  &nbsp;  이런 상황에서 인광이 부인 성완을 아낄 리 없다. 마지못해 혼인하였지만, 처가의 실덕에 질린 인광은 부인을 박대하고 내쫓으려고 하며 심지어 자결을 요구할 정도다. 이 소설에서 가장 안쓰럽고 딱한 대목이 바로 흠잡을 데 없이 고결한 성완이 친정과 남편 사이에서 어찌할 방안을 몰라서 고통받는 장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도 인광이 너무한 건 사실이다.  &nbsp;  장헌의 아들 세린과 부인 여씨의 관계 역시 봉건시대의 풍습이 낳은 안타까운 사례다. 자식의 의사는 안중에 없고 오로지 종실과 인척 관계를 맺기만을 바라면서 추녀 여씨와 강제 결혼시키는 장헌의 선택은 비참한 결말로 이어졌을 따름이다. 세린과 여씨 중 누구를 탓하겠는가. 미인을 갈망하는 세린에게 어쨌든 결혼했으니 여씨에게 만족하라고 하겠는가. 여씨는 무슨 잘못으로 시집와서 이리 박대와 수모를 견디라고 하겠는가. 여씨의 언행이 거칠어진 건 결과적으로 잘못된 혼인에 귀인하게 된다. 부부는 등 돌리면 남이라고 하지만, 그들은 차라리 원수다. 대체로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이 소설에서 대표적인 새드 엔딩이다.  &nbsp;  “소녀 장부와 더불어 무슨 원수를 지었길래, 이십 년도 못 살고 몸을 마치게 되었나이까? 죽으나 사나 장부와 원수가 되었으니 더 이상 이에 머물 바 없습니다. 빨리 소녀를 집으로 데려가 모친이나 보고 죽게 하소서.” (P.176, 여씨)  &nbsp;  조선시대 대하소설은 가문 소설의 구성을 지닌다. 이 소설 역시 정씨 집안의 4대를 축으로 진행되는데, 90세 넘어까지 장수하는 태부인이 집안의 중심을 이룬다. 주요 사건이 큰며느리 교완의 시기와 질투, 음모. 그럼에도 교완을 친모처럼 극진히 섬기는 인성과 자염 부부. 친정과 남편 인광 사이에서 괴로움과 슬픔을 견뎌내는 성완. 이러한 구도로 소설은 진행되기에 작중인물이 다수 등장하지만 전체적 작품구도는 비교적 단순한 편이다.   &nbsp;  우리네 고전소설의 특징인 중국을 배경으로 하여 위로는 몽골과 아래로는 안남에 이르기까지 광대한 중국 전역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교완과 인중은 마침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개과천선하며, 장헌 또한 실덕을 깨닫고 친우와 가족에게 사죄하며 훈훈한 마무리를 한다.  &nbsp;  &lt;완월회맹연&gt;의 저자는 18세기 초중반 이씨부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방대한 작품을 혼자 창작한 건 아니고 시작은 이씨부인이 하였지만 주변 사람들이 계속 뼈를 늘리고 살을 보태어 오늘날 이처럼 방대한 소설로 남게 된 것이다. &lt;완월회맹연&gt;, 그리고 유사한 장편 가문 소설의 존재는 우리네 현대문학에서 여성이 중심이 되는 대하소설로 면면히 이어져 왔다는 저자의 논평은 새로운 인식이다.  &nbsp;  어쩌면 이 작품은 17세기부터 싹트기 시작한 가문의식을 집대성하여 완성시킨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가문의식과 여성 가장의 모습은 &lt;토지&gt;나 &lt;미망&gt;, &lt;혼불&gt; 같은 오늘날의 대하소설에까지 이어져 오는 등 우리 소설사에서도 큰 맥을 형성하고 있다. (P.193, 해제)  &nbsp;  언제가 될지 솔직히 장담하기 어렵지만 &lt;완월회맹연&gt; 전권을 꼭 읽어보고 싶다. 아마 두 번은 읽지 못할 테니 단순한 버킷 리스트가 아니라 필생의 과업이라고 해야겠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573/36/cover150/898477540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5733642</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책이 나에게 말하는 것들</category><title>소비자의 마음을 읽어드립니다 (송수진/e비즈북스) - [소비자의 마음을 읽어드립니다 -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426666</link><pubDate>Sat, 01 Aug 2026 12:1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42666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52833802&TPaperId=1742666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1740/57/coveroff/k252833802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52833802&TPaperId=1742666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소비자의 마음을 읽어드립니다 -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a><br/>송수진 지음 / e비즈북스 / 2023년 05월<br/></td></tr></table><br/>&lt;경험수집가의 시대&gt;보다 앞서 저술한 책이다. 이 책을 먼저 읽었더라면 굉장히 신선한 감흥을 얻었을 테지만, 이미 차기작을 읽었다면 그보다는 저자의 개념 정립이 출발한 지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차기작과 이 책의 차이라면, 소비자의 새로운 속성으로 인식된 개념이 MZ세대의 특성과 부합된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nbsp;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이 책의 요지를 명시한다. 소비자가 느끼는 불편, 불안, 낭비를 해결하면 성공적인 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지만, 한 걸음 나아가 소비자에게 의미, 재미, 상징을 제공할 수 있다면 그 기업은 브랜드 자체가 하나의 아이콘이 되는 수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왜 중요하냐면 특정 제품과 서비스로 기업을 판단하지 않고, 브랜드 자체가 기업의 가치와 경쟁력을 대변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nbsp;  1부에서 저자는 근년 들어 변화하기 시작한 소비자의 심리를 분석한다. 사실 소비자의 욕구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 내가 지불한 비용의 대가로 동급 또는 그 이상의 편익을 제공받기를 희망한다. 과거에는 전체적 틀에서 욕구 충족을 판단하였다면, 점차 개인화, 개성화가 중시되는 근년에서는 개인별로 차별화된 욕구의 중요성이 크게 증가하였다. 남이 만족스러워한다고 해서 내가 무조건 추종하지는 않는다. 나아가 개인의 욕구 자체도 전일적이지 않고 분화하기 시작하여 각 지점, 단계마다 원하는 욕구의 유형이나 수준이 같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런 소비자의 심리를 파악하고 여기에 맞출 수 있어야 기업은 성공할 수 있다. 저자는 이를 ‘감시관’으로 요약한다.  &nbsp;  이 시대 소비자들의 심리를 요약해 이를 붙이자면 ‘감시관(감정 낭비 싫어요.시간 낭비 싫어요.관심 낭비 싫어요)’이라 하겠다. (P.41)  &nbsp;  이러한 심리적 불편은 획기적인 신기술이나 새로운 서비스의 제공으로 해결될 수 있지만, 기업이 소비자를 바라보는 태도와 관점만 바꿔도 크게 해소할 수 있다고 하며, 소비자들의 소비활동, 즉 고객 경험 여정을 세밀하게 분석함으로써 각 단계에서 불편 사항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성공적인 대안 제시로 급성장을 이룬 기업 사례를 제시한다. 아마존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국내 기업 중에서 당근마켓, 런드리고, 삼성과 LG의 냉장고 전쟁, 김갑생할머니김, 해외 사례로는 토니스 초코론리, 하인즈 케첩, 태양의서커스를 예시한다.  &nbsp;  이들의 공통점은 감시관을 싫어하는 고객의 심리를 포착하고 적합한 불편, 불안, 낭비 해법을 제시하여 고객 경험을 부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변화하도록 유도한다. 소비자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뭔가가 긍정적 방향으로 달라졌음을 체감하는 순간 해당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하게 된다. 기업으로서는 여기까지 올라서기도 용이하지 않기에 불불낭을 해결하는 기업은 성공적인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   &nbsp;  소비자가 팬이 되는 브랜드에는 특징이 있다. 소비자의 문제를 해결해 주기보다 소비자가 열망하게 만든다. 이런 브랜드는 소비자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문제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된다. (P.111)  &nbsp;  애플은 열렬한 추종자를 지닌다. 기술적, 가격적, 편의성 등에서 경쟁 제품에 취약점이 있더라도 고객은 이에 신경 쓰지 않는다. 영역은 다르지만 스타벅스, 테슬라도 유사하다. 고객은 애플, 스타벅스, 테슬라라는 브랜드 자체를 향유함에 자부심을 지닌다. 그들 브랜드는 더 이상 남의 것이 아니라 바로 고객 자신을 상징한다. 그들은 소비자에게 의미, 재미, 상징을 제공하여 고객이 브랜드를 내재화한 대표적인 사례다. 따라서 그들의 브랜드 로열티는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다. 어느 기업이라도 그렇게 되기를 열렬히 바라지만 쉽지 않다. 그것은 기업의 일방적 바람과 노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그것을 경험하고 자신의 것으로 수용해야만 가능하다.   &nbsp;  2부에서 소비자 마음을 얻기 위한 몇 가지 전략을 제시하는데, 이는 성공적 사례에서 역추적하여 추출한 요인이므로 이를 그대로 따라 했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오레오와 블록버스터의 노스탤지어 마케팅은 장수 기업에서 관심 가질만한 전략이다. 포켓몬빵 열풍은 해당 게임에 대한 공통적인 향수를 지닌 세대를 겨냥하였다. 레트로는 과거 복제와 변용 사이의 절묘한 균형감이 중요할 것이다.   &nbsp;  근년에 급성장한 스타트업으로서는 젠틀몬스터와 트레바리 사례를 다루는데, 젠틀몬스터는 현시점에서 이미 이 단계를 넘어섰다고 봐야 하리라. 나는 가보지 않았지만, 성수동의 사옥은 자체로서 구경거리라고 한다. 유료 독서클럽 트레바리 이름도 여러 차례 들었다. 서비스 특성상 대중적으로 폭발적 각인이 어려움에도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한다. 양자의 경우 고객은 해당 기업과 서비스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지위를 부여해 주는 상징을 발견한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nbsp;  기업의 성장에는 기술적 요인이 중요하지만, 모든 기업이 기술 경쟁만 하는 건 불가능하다. 기술과 기술 사이의 간극에 잠복해 있는 페인 포인트의 해소, 기술 또는 서비스 경험의 새로운 차원 접근에서 고객이 갖는 만족스러운 구매 경험은 고객이 해당 기업과 브랜드에 무조건적 동질성을 촉진한다. 이러한 단계까지 이를 수 있다면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브랜드는 영속성을 추구할 수 있게 된다.  &nbsp;  이렇게 브랜드에 몰이하고 결속된 소비자는 자신의 데이터를 더 많이 더 기꺼이 제공할 것이다. 데이터와 고객 경험, 브랜드 가치가 서로 연결되는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이다. (P.247)  &nbsp;  원체 경영학 분야에 과문하여 변화하는 소비자의 심리를 저자처럼 명쾌하게 파헤친 경우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우연한 계기에 저자에 대해 알게 되어 그의 책 두 권을 연달아 읽었는데, 경영학도가 아니더라도 그리고 기업체 마케팅 담당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저자가 계속해서 언급하고 분석하는 소비자의 특성은 특정 부류가 아니라 최근에 이슈가 되었던 MZ세대의 행동 특성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독자가 MZ세대라면 나의 선택과 행동 기저에는 이런 요인이 있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며, 소위 기성세대라면 자신의 자녀와 후배들의 이해하기 어려운 심리와 행동 요인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롭고 유익한 독서 경험이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1740/57/cover150/k252833802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7405764</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또 하나의 일상</category><title>이안아 피콜로 &amp; 플루트 리사이틀 (2026.7.27)</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418787</link><pubDate>Wed, 29 Jul 2026 11:1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418787</guid><description><![CDATA[<br>공연명 : 이안아 피콜로 &amp; 플루트 리사이틀일시 : 2026년 7월 27일(월) 19:30장소 :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연주 : 이안아 (피콜로/플루트), 문재원 (피아노)프로그램&nbsp; - 모차르트, 플루트 소나타 C장조 k.14 op.3, No.5 (피콜로)&nbsp; - G.Schocker, 피콜로 소나타 1번&nbsp; - 라이네케, "운디네" 소나타 Op.167&nbsp; - A.Rosenblatt, 카르멘 환상곡<br>* 세줄평실연으로 피콜로 연주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모차르트의 경쾌, 발랄과 쇼커의 현대곡다운 날카로움이 대비된다. 라이네케의 소나타는 근래에 알게 되어 차츰 좋아지게 된 곡인데, 물 흐르듯 넘실대는 플루트 선율이 아름답다. 로젠블랫의 카르멘은 친숙하면서 생소한 스타일이다. 연주 자체는 성실, 진지, 몰입으로 말할 것이 없는데, 거의 매 악장마다 끊이지 않는 박수소리를 포함한 청중 태도는 매우 아쉽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729/pimg_639209195946996669.jpg</url><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418787</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책이 나에게 말하는 것들</category><title>고르구드 아버지의 영웅서사시 (작자미상/유수진,마심리 레일라/걷는사람) - [고르구드 아버지의 영웅서사시 - 투르크계 오구즈 부족의 이야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415008</link><pubDate>Mon, 27 Jul 2026 16:3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41500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32030855&TPaperId=1741500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073/23/coveroff/k73203085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32030855&TPaperId=1741500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고르구드 아버지의 영웅서사시 - 투르크계 오구즈 부족의 이야기</a><br/>유수진 외 옮김, 방민호 감수 / 걷는사람 / 2025년 08월<br/></td></tr></table><br/>원서는 &lt;키타비 데데 고르구드&gt;이며, 튀르크계의 일파인 고대 오구즈족의 영웅서사시라고 한다. 오구즈족은 중앙아시아에 거주하다가 서쪽으로 이동하여 오스만튀르크를 일으켰고 오늘날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 이란 북서부에 후손을 남기고 있다. 아제르바이잔 국립 과학 아카데미 회장이 축사를 남기고, 아제르바이잔 재단에서 후원했다는 작가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아제르바이잔인들이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유산으로 생각된다.   &nbsp;  우리 책은 ‘데데 고르구드의 책’으로도 알려진 &lt;키타비 데데 고르구드&gt; 아제르바이잔 판본을 한국어로 처음 번역한 책이에요. 유라시아 유목 민족 중 오구즈족에 전해지는 영웅서사시를 한국에 처음 소개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P.233, 작가의 말)  &nbsp;  원서는 모두 12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는데, 이 책은 그중 6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nbsp;  - 바사트가 외눈박이 테패괴쥐를 물리친 이야기- 디르새 칸의 아들, 부가즈 이야기- 살루르 가잔의 집이 약탈 당한 이야기- 바이배래의 아들, 밤스 배이래크 이야기- 가잔 베이의 아들, 우루즈가 포로로 잡힌 이야기- 두카 노인의 아들 돔룰 이야기  &nbsp;  영웅서사시라고 하지만, 설화적 요소가 핵심을 이루는 이야기도 있다. 외눈박이 테패괴쥐 이야기와 돔룰 이야기가 그러하다. 각각 선녀와 외눈박이 인간 괴물, 알라신과 저승사자가 이야기에 등장한다. 나머지는 역사적 이야기에 가까운데 특히 살루르 가잔 혹은 가잔 베이 본인과 아들 우루즈, 친구 배이래크 등이 여러 편에 걸쳐 있다.  &nbsp;  별다른 주석이 없어 이야기들의 시대적, 지역적 배경을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살루르 가잔의 집이 약탈 당한 이야기’에 보면 아미트 부족에 대해 아나톨리아 반도 동쪽으로 해설하며, 본문에 조지아라는 지역명이 등장하는 걸로 보건대 오늘날 아제르바이잔, 이란, 튀르키예에 걸치는 지역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야기에 나오는 적대세력 이교도는 아마도 기독교도들로 이해되는데, 이 경우 서쪽으로는 동로마, 북쪽으로는 아르메니아와 조지아 등과 치열하게 세력다툼을 벌인 것임을 알 수 있다.  &nbsp;  영웅서사시이므로, 원문은 분명 운문체로 쓰였지만 이 책은 산문으로 번역하였다. 그래도 중간에 운문 대사가 자주 등장하는데,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감정을 토로하는 대목은 운문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디르새 칸의 아들, 부가즈 이야기’와 ‘가잔 베이의 아들, 우루즈가 포로로 잡힌 이야기’ 등이 대표적이다.  &nbsp;  ‘바사트가 외눈박이 테패괴쥐를 물리친 이야기’는 선녀와 나뭇꾼 설화와는 달리 선녀가 오구즈인들에게 재앙을 내리는데, 그것이 테패괴쥐다. 불사의 외눈박이 인간 괴물의 눈을 찌르는 설정은 &lt;오디세우스&gt;의 에피소드와 유사하다. 식인 당하는 인간의 고통에는 무감각하면서, 눈의 통증을 하소연하는 테패괴쥐의 태도는 매우 이율배반적이다.  &nbsp;  ‘살루르 가잔의 집이 약탈 당한 이야기’에는 숨은 영웅 가라자 양치기가 등장한다. 그는 이교도의 양목장 급습을 방어하였으며, 살루르 가잔이 약탈을 보복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가잔은 애초에 그를 죽이려고 하였다. 자신이 천한 양치기의 도움을 받는다는 점이 명예에 불리하다는 판단이었다. 만약 가라자 양치기가 나무를 뽑지 못했다면 양치기는 정말 죽음을 맞이하였을 터이니 계급적 차별이 당시 얼마나 심하였음을 알게 해준다.  &nbsp;  ‘바이배래의 아들, 밤스 배이래크 이야기’는 여러모로 생각해 볼 여지가 많은 이야기다. 밤스 배이래크는 영웅인가? 그는 십육 년 동안 이교도의 포로로 붙잡혔다. 그를 사모한 한 베이의 딸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하는데 그는 자신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즉 돌아와서 반드시 그녀와 결혼하겠으며,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저주받을 것이라는 약속을.  &nbsp;  그리고 이교도들이 신랑 배이래크를 공격한 것은, 신부 아버지가 자기에게 딸을 시집보내겠다고 했는데 약속을 어긴 데에 대한 이교도 베이의 분노였다. 이것의 진실은 무엇인가? 앞서 베이들은 바이래크와 바느치채크의 중매장이 역할로 고르구드 아버지를 낙점한다. 죽음을 무릅써야 하는 난제를 꼭 그가 맡아야 하는 게 온당한지 의문스럽다.  &nbsp;  ‘두카 노인의 아들 돔룰 이야기’에서 품행이 형편없어 알라신의 노여움을 산 당사자는 돔룰인데, 결과적으로 희생자는 돔룰의 부모뿐이다. 신에게 대든 대가로 자신의 목숨을 빼앗기게 된 돔룰은 자신이 살기 위해 부모의 목숨을 부탁하나, 자기 자식이라도 솔직히 쉽지 않은 요청임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돔룰 부부는 장수하겠지만, 그의 부모는 무슨 죄란 말인지.  &nbsp;  아멘! 아멘! 말하는 얼굴에 웃음이 가득할 겁니다.신께서 거룩한 이름 무하마드를 위해 당신의 죄를 사해 주실 겁니다! (P.173, 바이배래의 아들, 밤스 배이래크 이야기)  &nbsp;  처음에는 오역인 줄 알았다. 무슬림인데 “아멘”은 당치않을 테니. 하지만 자세히 알아보니, ‘아멘’은 기독교와 이슬람교 공통이며, 발음은 좀 달라서 ‘아-민’이라고 한다.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기원이 동일함을 여기서 알 수 있다.  &nbsp;  표제에서 고르구드 아버지를 강조하는 이유를 헤아리기 어렵다. 그는 작중에서 주로 시인이자 음악가, 점장이 역할을 맡는 것으로 보이는데, 대개 이야기 마지막 대목에 잠깐 등장할 뿐이다. 이야기 중에 실제로 참여하는 사례는 밤스 배이래크 이야기의 중매쟁이 역할 말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nbsp;  이 책은 “어린 독자”(P.236, 작가의 말)를 대상으로 삼는다. 문체도 평이하고 주석도 달지 않아서 이야기 흐름을 따라 내용을 죽 따라가기에 적합하다. 원문 번역자 외에 우리말 작가가 공동 작업한 이유는 어린 독자가 읽기에 어렵지 않도록 문장과 표현을 다듬은 것이리라.]]></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7073/23/cover150/k73203085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70732387</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또 하나의 일상</category><title>정서윤 오보에 독주회 (2026.7.24)</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410736</link><pubDate>Sat, 25 Jul 2026 10:5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410736</guid><description><![CDATA[<br>공연명 : 정서윤 오보에 독주회일시 : 2026년 7월 24일(금) 19:30장소 :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연주 : 정서윤 (오보에), 아야 마츠시타 (피아노), 지예송 (하프)프로그램&nbsp; - 헨델, 오보에 협주곡 B-flat 장조 HWV 301&nbsp; - 드뷔시, 오보에와 하프를 위한 5개의 소품 중 '꿈', '전주곡'&nbsp; - 장 프랑세, 꽃의 시계&nbsp;&nbsp; - 필립 고베르, 오보에와 피아노를 위한 2개의 소품<br>* 세줄평헨델의 곡은 바로크 음악다운 경쾌함과 단순함이 좋다. 드뷔시의 경우는 하프보다는 그냥 피아노 반주가 더 낫지 않았을까. 마냥 우아하고 부드러운 것만 좋은 건 아니다. 핵심은 '꽃의 시계'다. 처음 듣는데, 각 악장의 성격을 명확히 하면서 악장간도 끊이지 않고 재치있게 넘어간다. 첫곡의 온화함과 마지막곡의 발랄함이 인상적이다. 고베르의 곡은 로망스와 알레그레토의 대비적 표현이 재밌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725/pimg_639205734545676891.jpg</url><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410736</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책이 나에게 말하는 것들</category><title>제인 에어 (샬롯 브론테/햇살과나무꾼/시공주니어) - [제인 에어]</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409636</link><pubDate>Fri, 24 Jul 2026 18:1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40963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2787951&TPaperId=1740963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8558/88/coveroff/895278795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2787951&TPaperId=1740963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제인 에어</a><br/>샬럿 브론테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5년 11월<br/></td></tr></table><br/>&lt;제인 에어&gt;는 아주 오래 전 세로쓰기로 된 이군철 번역본(삼성출판사)을 읽은 기억이 있지만, 머릿속에는 아무런 잔상도 남아 있지 않다. 이번에 &lt;제인 에어&gt;를 재독하면서 여러 점에 놀랐다. 먼저 분량의 방대함이다. 시공주니어 판본은 더구나 아동, 청소년 대상 도서이므로 양장판에 고급 용지를 사용하여 책 무게가 한층 더 나간다. 출퇴근길에 지하철 내에서 들고 읽다 보면 팔이 무척 아프다.   &nbsp;  다음으로 제인 에어의 인생 역경이 매우 파란만장함이다. 특히 어린 시절 그녀의 삶은 극적으로 불행하다. 이 소설을 단순한 성장, 연애소설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완전한 오해였다. 작품의 전반부는 당대에 행해졌던 가정과 학교 내 학대를 고발한다. 더구나 주인공은 남성에게 의존하기보다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려는 정신이 강하여 여성주의자들의 지지를 받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도 이 소설은 재밌다. 그것이 800면이 넘는 두꺼운 책의 책장을 계속 넘기게 된 동력일 것이다.  &nbsp;  여자는 차분해야 한다고들 하지만, 여자도 남자와 똑같은 감정을 느낀다. 여자도 남자 형제 못지않게 자신의 능력을 갈고 닦아야 하고 그럴 장소가 필요하다. 엄격하게 구속당하고 발전이 없는 정체된 삶을 산다면, 남자와 똑같이 여자도 괴로워한다. (P.204)  &nbsp;  서문이 딸린 전 3부 구성인데, 두 번째 판으로서 다른 번역본과는 구성이 다소 다르다. 서문에서는 비판자들을 향한 작가의 항의와 더불어 작가 새커리에게 헌정한다고 밝힌다.  &nbsp;  이 소설 속 첫 번째 배경은 게이츠헤드 저택이다. 고아가 된 제인은 외숙모 집에 얹혀살게 되는데, 제인의 처지가 어떠한지는 하인보다도 못하다는 하녀의 말을 통해 알 수 있다. 외숙부 리드 씨가 살아있었다면 달라졌을 테지만, 외숙모 리드 부인마저 제인을 노골적으로 학대한다. 제아무리 마뜩잖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조카에게 이렇게 대놓고 차별과 구박을 하는 게 온당한 노릇일지 알 수 없다.   &nbsp;  리드 부인의 태도야말로 존과 두 자매가 제인을 무시하고 핍박하는 정당한 근거가 아니겠는가. 동물도 학대에는 저항하기 마련인데, 어린 제인의 반항은 자초한 결과일 뿐이다. 부인의 행동은 그들과 제인 간의 관계를 넘어서 자신들 관계마저도 파탄으로 몰고 가니 안타까운 일이다. 허영에 물든 가족과 타락한 존, 서로 간 애정이 일도 없는 자매. 온당한 가치관과 교육의 부재가 빚어낸 불행한 결말이다.  &nbsp;  두 번째 배경은 로우드 기숙학교다. 제인을 내치고 싶은 리드 부인으로서는 속 시원했겠지만, 이러한 수준 낮은 학교가 운영되고 있음이 당대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다. 여러모로 부조리하고 형편없는 학교이지만 이미 최악을 겪은 제인으로서는 오히려 버틸만한 곳이다. 헬렌 번스와의 아름답고 애처로운 우정을 경험하며, 무엇보다 템플 선생을 통해 사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게 되었으니.   &nbsp;  다만 운영 책임자 목사 브로클허스트가 문제의 근원임이 놀랍다. 어린 제인을 사탄의 무리로 매도하는 비교육적 처사와, 학생들에게는 검소, 소박, 수수를 강조하면서 자신의 가족은 호화롭게 치장하는 이중적 태도는 브로클허스트 목사가 교육자로서뿐만 아니라 종교인으로서도 위선자임을 강렬하게 고발한다.  &nbsp;  종교인을 향한 부정적 서술은 나아가 새로이 찾게 된 사촌인 목사 세인트 존에서도 나타난다. 종교적 열의에 가득 차 선교사가 되어 인도로 떠나겠다는 그의 결심은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18, 19세기에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포교 활동을 했던 수많은 선교사가 있었음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으니.   &nbsp;  다만 여기서 세인트 존은 제인에게 무리한, 본인으로서는 정당하다고 믿겠지만, 결혼 요구를 하고 있다. 그는 선교 활동의 동지로서 아내 제인을 필요로 할 뿐, 사랑의 반려자로서 아내 제인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타인에게 모범적인 목사 가정으로서 보이기 위한 필요조건으로서. 아내가 아닌 부목사로서 동행하겠다는 제인의 요청은 일언지하에 물리친 까닭이다. 심지어 이건 하나님의 뜻이라고 일종의 가스라이팅마저 감행한다. 여기서 우리는 삶과 사랑과 종교의 본질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게 된다.  &nbsp;  이 작품에서 가장 문제적 장면은 로체스터 씨의 이중 결혼 시도다. 왜 그는 미친 아내 버사 메이슨과 이혼하지 않았는지 궁금하였는데, 당시 영국 법률은 이러한 사유로 이혼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로체스터 씨 개인으로서는 사기 결혼에, 발광한 아내로 미칠 지경임에 딱할 따름이다.   &nbsp;  그가 저택에 정착하지 못하고 국내외로 이리저리 방황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함에도 유부남이 아무런 거리낌없이 제인과 결혼식을 치르러 했다는 점은 제아무리 동기의 순수성과 사랑의 절박성 등을 감안하더라도 도덕적으로 용납하기 어렵다. 그렇게 되면 제인은 법적 아내로 인정받지 못 하게 되니 결국 첩이나 정부의 신분이 되고 말 텐데, 그건 이기심의 발로일 뿐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정당한 처사인지는 부정적이다.  &nbsp;  대개 연애소설의 주인공은 선남선녀이기 마련이다. 제인 오스틴의 경우도 최소한 미인은 아니더라도 외모가 못났다는 평가 정도는 아니다. 여기서 작가는 대놓고 두 남녀 주인공의 외모를 박하게 묘사한다. 주변 인물의 미모가 오히려 훤칠하고 돋보일 정도다. 그럼에도 독자는 주인공에게 집중하게 되는데, 겉보기가 아니라 내면의 깊고 순수한 마음과 올바른 사고와 가치관, 지적이고 교양을 갖춘 그들의 가치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특히 로체스터 씨로서는 방랑 과정에서 숱한 실망을 맛보았으며, 자신의 재산에만 눈독을 들이는 여러 유혹도 경험했을 터이므로 제인 에어의 인간미에 더욱 끌렸을 것이다.  &nbsp;  작품 자체의 많은 미덕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단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건 ‘우연한 행운의 남발’이다. 소설이 독자의 마음을 동요시키는 근본적 동인은 그것이 전혀 터무니없지 않다는 암묵적 동의에 있다. 제인이 로우드 학교를 떠나 새로운 직업으로 가정교사를 택하기까지는 무리가 없다. 하필 첫 번째 가정에서 인생의 남자를 만나게 될 줄이야, 게다가 신분상의 커다란 격차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는 일단 넘어가자, 천에 하나 만에 하나 그럴 수도 있으니까.   &nbsp;  두 번째 우연은 손필드 저택을 몰래 떠난 제인이 거의 노숙자에 가까운 몰골로 구원받은 집에서다. 정말 우연히도 그들은 친사촌 관계였음이 밝혀진다. 천애 고아였던 제인에게 드디어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는 친척이 생기게 된 점은 기쁜 일이지만, 참으로 공교롭다. 작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는데, 세상을 뜬 숙부의 유언으로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되었다. 가난뱅이에서 졸지에 부자가 되었다. 물론 심성이 고운 제인이므로 넉넉지 않은 친사촌들과 재산을 나눈다는 결정은 훈훈하기 그지없다. 이러한 연속된 우연은 백번 양보해도 무리한 설정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nbsp;  “제가 가난하고 비천한 출신에 못생기고 몸집이 왜소하다고 해서 감정도 없고 영혼도 없는 줄 아세요? 잘못 생각하신 거예요! 저는 당신 못지않게 영혼이 있고 감정도 풍부해요! [......] 우리 둘 다 무덤을 지나 하느님 앞에 섰을 때처럼 동등하게 말이에요. 우리는 동등해요!” (P.468-469)  &nbsp;  무엇보다 이 작품의 매력은 연약한 아이에서 당당한 숙녀로 성장해 나가는 제인 에어를 바라보는 과정에 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흔히 말하지만, 고난을 감수하는 일은 쉽지 않으며, 낙이 올 거라는 낙관과 희망의 끈을 계속 지니는 것도 어렵다. 게다가 제인은 불의와 불평등을 인정하지 않는다. 상대적 차별이 존재하던 당대 사회에서 제인은 성별과 신분의 차이는 인정하지만 차별은 거부하는 담대한 용기를 지녔다. 로체스터 씨는 저택이 불타고 신체가 훼손되는 딱한 처지가 되었지만, 그건 미친 아내의 죽음과 이중 결혼 시도의 속죄를 위한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이제 두 사람은 이제 대등한 관계에서 맺어지게 되었다.&nbsp;]]></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8558/88/cover150/895278795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85588876</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또 하나의 일상</category><title>192회 아트엠콘서트 - 이영은 첼로 리사이틀 (2026.7.23)</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409197</link><pubDate>Fri, 24 Jul 2026 14:0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409197</guid><description><![CDATA[<br>공연명 : 192회 아트엠콘서트 - 이영은 첼로 리사이틀 : 고전의 빛, 낭만의 그림일시 : 2026년 7월 23일(목) 19:30장소 : 신영체임버홀연주 : 이영은 (첼로), 쉬 진자오 (피아노)진행 :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민프로그램&nbsp; - 로카텔리, 첼로 소나타 D장조 중 1악장&nbsp; - 바그너, 앨범블라트 WWV 94 "로망스" (다비드 포퍼 편곡)&nbsp; - 슈만, 아다지오와 알레그로 Op.70&nbsp; - 라흐마니노프, 첼로 소나타 G단조 Op.19<br>* 세줄평로카텔리의 발랄함과 다이내믹함을 시작으로 생소하면서도 진중한 바그너 작품을 거쳐 슈만 곡은 원곡이 첼로인마냥 깊고 풍부한 소리를 내준다. 대곡인 라흐마니노프는 그동안 정을 붙이기 어려웠는데, 이영은의 연주를 들으면서 참으로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극적이며 아름다운 곡임을 깨달았다.&nbsp;연주도 좋았지만, 연주자의 토크가 유쾌함을 자아내는 음악회였다.&nbsp;&nbsp;<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724/pimg_639204980702053012.jpg</url><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409197</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책이 나에게 말하는 것들</category><title>경험수집가의 시대 (송수진/청림출판) - [경험수집가의 시대 - 의미, 재미, 상징을 수집하는 새로운 소비 인류]</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403223</link><pubDate>Tue, 21 Jul 2026 07:2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40322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5215074&TPaperId=1740322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73/99/coveroff/893521507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5215074&TPaperId=1740322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경험수집가의 시대 - 의미, 재미, 상징을 수집하는 새로운 소비 인류</a><br/>송수진 지음 / 청림출판 / 2026년 03월<br/></td></tr></table><br/>점점 나이가 들수록 젊은 세대의 사고와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다. 내 아이와도 대화가 어려운데, 다른 집 아이와는 하물며 어떻겠는가. 소비자마케팅 또는 소비자심리를 다룬 책이지만, 이 책을 펼쳐 든 이유는 소비와 마케팅 관점을 넘어서 이른바 Z세대의 양태를 이해하는 한 접근이 될 수 있어서이다.   &nbsp;  저자는 Z세대를 ‘경험수집가’로 지칭한다. 연계되어 다음 질문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들이 수집하는 경험은 무엇이며, 그들은 무슨 이유로 경험을 수집하는가. 1장에서 저자는 Z세대가 존중의 세대로서 그들의 개인주의는 결국 상호 존중을 위한 전제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MBTI 열풍은 타인의 성향을 사전에 알아서 배려하기 위한 것이며, 기괴하고 부조화하게 여겨지는 디자인을 멋지다고 여기며, 복고풍도 흥미롭게 접근한다. 이렇듯 제각각이고 어울리지 않는 듯한 취향은 한가지로 귀결하는데, 즉 획일화된 시스템의 거부다.  &nbsp;  결국 Z세대의 다양성은 단순한 ‘관용’의 차원을 넘어서 있다. 이들은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 다름을 새로운 조합과 응용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하나의 세계를 여러 방식으로 접속하고, 각각의 방식이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고 믿는다. (P.37)  &nbsp;  대량생산 시대의 미덕은 다양성보다는 획일성이다. 우리는 정부 또는 기업에서 짜놓은 제품과 서비스 중에서 고르는데 익숙하다. 불편하더라도 미진하더라도 감수하고 제시된 범위 안에서 선택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Z세대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그들의 판단 기준은 자기 자신이다. 자기를 가장 만족시키고 가장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자동차의 하차감을 강조하고, 좋아하는 공연과 영화의 N차 관람을 당연시하는 풍조는 이러한 관점에서만 이해 가능하다.   &nbsp;  문제해결이 목적인 제품과 서비스는 문제가 해결되면 소비도 멈춘다. 경험은 문제해결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정답 경험’이라는 것이 없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수집하려 한다. 나쁜 경험조차 ‘경험의 축적’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P.79-80)  &nbsp;  개성 존중의 시대에서는 타인과 구별되는 나를 드러냄이 중요하다. 이른바 ‘차별화 욕구’는 남과 같거나 비슷함을 거부한다. 남보다 앞서, 남이 갖거나 경험하지 못한 것을 내가 획득했음을 보여줌으로써 차별화는 가치를 지닌다. 인스타그램이 다수에게 가장 핫한 SNS가 된 것은 이러한 시각적 이미지 강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플루언서는 동경의 대상이 되며, 팔로워는 유명 인플루언서의 게시물을 탐색하며 자신이 놓친 물건과 경험이 무엇인지 찾고 뒤쫓으려 애쓴다. 타인보다 앞서지는 못할망정 뒤처져서는 안 되므로.  &nbsp;  Z세대 소비자 대상 기업은 다양한 전략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개별 맞춤화 전략은 OTT, 음악 스트리밍 업체가 즐겨 쓰는 방법이며, 온라인 쇼핑몰도 구매 이력이나 관심 상품 등을 통해 맞춤형 제안을 내놓는다. 다른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서도 이러한 개인화된 경험 제안 전략을 확대될 수밖에 없다. Z세대가 다이소와 알리 등을 선호는 이유도 단순 가격 경쟁력이 아니라 많은 경험을 시도할 수 있다는 분석도 흥미롭다. 가격이 저렴하면 실패해도 위험부담이 감소하므로 모험적 시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일리 있다.   &nbsp;  누가 나를 대신하여 최적의 의사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코칭을 해준다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수 있으며 그것이 중장기적으로 내게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기술 상향화와 평준화, 그리고 플랫폼 확장으로 맞춤형 조언 서비스가 등장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실패 비용을 줄이고 싶어 하는 소비자심리는 가격이 올라갈수록 한층 중요한 요소가 된다. 게다가 이를 통해 긍정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저자는 제로 상품, 제로 리스크, 제로 웨이스트 운동의 관계를 통해 이를 밝힌다.  &nbsp;  1부 ‘경험수집가란 누구인가’와 2부 ‘경험수집가에게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비하며 3부 ‘무엇으로 경험수집가의 마음을 얻을 것인가’는 조금 덜 재밌다. 아무래도 이 대목은 마케팅을 고려해야 하는 기업 현장에서 더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이다. 페인 포인트를 찾는 4단계와 세 가지 시선, 마이클 솔로몬의 여섯 가지 빅 퀘스천 등. 저자는 앞서 제로 시대의 소비자가 추구하는 바를 보편화하면 페인 포인트와 열망 포인트가 분리되지 않고 결합한 상태임을 드러내는데, 이는 결국 소비자의 마음을 끌려는 기업에는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nbsp;  중요한 점은 페인 포인트와 열망 포인트가 서로 분리된 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현실의 소비는 이 둘 중 하나로만 설명되는 경우가 드물다. 어떤 소비는 불편.불안.낭비를 줄이기 위해 시작되지만, 동시에 의미.재미.상징이라는 열망을 함께 자극한다. (P.210)  &nbsp;  작금의 화두는 단연 AI다. AI의 발전에 대한 긍정적 전망 못지않게 부정적 전망도 함께 도사린다. 실제로 인간보다 훨씬 빨리, 많이 얻고자 하는 결과를 산출할 수 있다면 인간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AI 시대에서 소비자로서 Z세대를 떠나 인간이 차별화할 수 있는 영역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 있다. 버튼 하나, 자판 한 개 누름으로써 얻는 값이 아니라, 거기에 도달하기까지 노력하고 분투한 신체적, 정신적 경험 그것은 결코 AI로 대체할 수 없는 자산이다.   &nbsp;  저자가 열심히 분석하고 추론한 ‘경험수집가의 시대’가 단순히 Z세대만의 특유한 행태라고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지 그들이 사회 주류 세대보다는 훨씬 민감하고 예민하기에 장차 다가올 변화에 선제적으로 반응하였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책은 Z세대 소비자의 구매력을 기대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Z세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일반인, 나아가 AI 시대에서 인간이 지향할 방향을 궁금해하는 모두에게도 유효하다고 하겠다.  &nbsp;  따라서 우리는 지금의 현상을 ‘Z세대만의 이야기’가 아닌, 곧 시장의 표준이 될 변화로 읽어내야 한다. Z세대는 시장의 ‘예외’가 아닌 ‘예고편’이며, ‘경험수집가’는 시장의 지엽적인 현상이 아닌 시장 전체를 설명하는 새로운 문법이다. (P.235)]]></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73/99/cover150/893521507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7739945</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책이 나에게 말하는 것들</category><title>고야, 혼란의 역사를 기록하다 (줄리아노 세라피니/정지윤/마로니에북스) - [고야 : 혼란의 역사를 기록하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402293</link><pubDate>Mon, 20 Jul 2026 17:3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40229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0530697&TPaperId=1740229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15/31/coveroff/896053069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0530697&TPaperId=1740229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고야 : 혼란의 역사를 기록하다</a><br/>줄리아노 세라피니 지음, 정지윤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06월<br/></td></tr></table><br/>마로니에북스의 ‘위대한 예술가의 생애’ 시리즈 중 하나다. 일반 도서보다 좀 더 큰 판형에, 고급지 사용과 정밀한 컬러 인쇄가 역시 미술 전문 출판사답다. 이 책의 장점은 풍부한 그림 수록에 있는데, 앞서 읽은 두 권의 책보다 실린 작품의 수도 많을뿐더러 주요 작품은 전면 또는 양면에 걸쳐 게재함으로써 명화를 보는 재미를 배가시켜 주고 있다.  &nbsp;  목차는 아라곤의 남자, 마드리드로, 상승, 안달루시아의 여명, 전쟁의 참화의 5개 장으로 구성하여 전반적으로 연대기 순을 따르고 있다. 이 책은 인간 고야의 삶의 이력을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화가 고야에 더 주력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대중을 위한 보다 부담 없는 입문서는 아마도 하겐 부부의 책이 해당할 것이다.  &nbsp;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접하거나 인상 깊었던 내용분석 중 몇 개 대목을 예시적으로 기술한다. 먼저 고야의 청각장애를 기존에는 원인을 알 수 없다고 밝힌 데 비해, 이 책에서는 납중독의 결과라고 단언하고 있다.  &nbsp;  흰색 안료인 백연을 거의 매일 사용했던 데서 생긴 납중독이었다. 그로 인해 일생 동안 그를 괴롭혔던 청력상실에 이르고, 손짓을 통하지 않으면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게 된다. (P.38)  &nbsp;  고야 말년의 작품을 ‘검은 그림’이라 통칭하는데, 이 역시 단순히 소재와 주제, 채색의 어두움 때문이 아니라, 고야 화풍의 특징인 빛의 사용이 사라져 버렸다고 서술하여 독자는 문득 검은 그림 연작을 다시금 들춰보게끔 된다. 고야가 또 다른 빛과 어둠의 화가인 피라네시의 영향을 받았다는 대목 역시 날카로운 분석이다.  &nbsp;  &lt;옷을 벗은 마하&gt;로 유명한 마호와 마하가 스페인의 특징적인 하층 젊은 남성과 여성을 가리킨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스페인 귀족들이 그들 복식의 영향을 받은 이유를 단순히 흥미와 자유로움 추구를 넘어서 당대 정치 상화과 결부시킨 점도 설득력 있다.  &nbsp;  스페인의 변덕스러운 귀족들이 따랐던 ‘마히즘’은 프랑스를 통치했던 부르봉 왕조가 자신들의 왕위를 ‘찬탈’한 데 대해, 보수파가 히스패닉적 정체성을 내세운 결과물이었다. (P.30)  &nbsp;  그밖에 &lt;옷을 벗은 마하&gt; 작품이 갖는 도발적 의미, &lt;카프리초스&gt; 판화 연작과 오수나 가문이 주문한 ‘엘 카프리초’ 회화 연작이 갖는 관계와 함의, 나아가 기존에는 전혀 다루지 않았던 판화집 &lt;디스파라테스&gt;와 &lt;카프리초스&gt;의 유사점과 차이점 등은 고야 읽기의 깊이를 더해주고 있다.  &nbsp;  &lt;카프리초스&gt;에는 부패와 어리석음, 불관용에 대한 격렬한 비판이 이미지를 통해 분명히 드러났던 반면, &lt;디스파라테스&gt;에는 부조리와 난센스의 영역이 포함되어 있다. 이전의 ‘이성의 잠’은 이제 정신의 전복, 즉 환각으로 변모했다. (P.105)  &nbsp;  이처럼 이 책은 기존의 두 권보다 새롭고 세밀한 사실과 깊이 있는 분석을 접할 수 있다. 때로는 대상 독자를 초보자보다는 회화사의 기초 지식을 지닌 이를 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동시대 또는 전후 시대의 화가와 비교 분석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더 두껍고 전문적인 책이라면 당연하겠지만, 이 책은 120면 남짓할 정도로 얄팍한 책임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nbsp;  화가 고야는 위대하지만, 인간 고야는 우리네와 마찬가지로 보통 사람이다. 당대 최고의 화가로 입신하기 위해 그는 노력하였고, 마침내 수석 궁정화가로 목표를 성취하였다. 왕족과 귀족의 비위를 맞추고 적당한 처세만 해도 그의 지위와 영예는 유지될 수 있었음에도 그는 안주하지 않았다. 양탄자 밑그림과 초상화를 벗어나 청력 장애 이후에 그가 인간의 내면, 비이성과 환상에 주목하였다고 하지만, 초기작에도 그가 당대 사회의 위선과 부조리에 눈감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nbsp;  대중적으로는 그의 화려하면서도 강렬하고 충격적인 회화 작품인 양탄자 밑그림과 초상화, 검은 그림 연작들이 우선적으로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다만 그의 진정한 예술세계를 살펴보려면 모노톤의 판화 연작을 세심히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lt;카프리초스&gt;, &lt;전쟁의 참화&gt;, &lt;디스파레테스&gt; 등을 보면, 회화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며 때로는 미술보다는 사상이 주목적인 듯 여겨지는 그림들을 볼 수 있다. 솔직하자면 결코 아름답다고 말하기 어렵다. 회화의 이상이 조화와 균형, 아름다움의 추구에 있다고 하면 고야는 정반대 방향으로 향한다. 고야의 이러한 예술적 지향점이 당대에 그치지 않고 후세대의 화가들에게 지속적 영향을 미쳤다.  &nbsp;  역사적으로 볼 때, 프란시스코 고야의 천재성은 강렬한 갈등과 이중적 함의가 담긴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양식을 통해 창작기간 내내 지속되었던 특출한 선구자로서의 면모-인상주의, 표현주의, 초현실주의가 그의 영향을 받았다-에서 잘 드러난다. (P.10)]]></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15/31/cover150/896053069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153181</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또 하나의 일상</category><title>인천시립교향악단 제445회 정기연주회 - 인천시향과 김대진 (2026.7.17)</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98477</link><pubDate>Sat, 18 Jul 2026 15:3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398477</guid><description><![CDATA[<br>공연명 : 인천시립교향악단 제445회 정기연주회 - 인천시향과 김대진일시 : 2026년 7월 17일(금) 19:30장소 : 아트센터인천 콘서트홀연주&nbsp; -&nbsp;지휘 :&nbsp;김대진&nbsp; - 피아노 : 김대진&nbsp; - 연주 : 인천시립교향악단프로그램&nbsp; -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 A장조 K.488&nbsp; -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 D장조 Op.43<br>* 세줄평처음으로 아트센터인천을 가본다, 집에서 매우 멀다. 김대진의 피아노와 지휘를 감상하기 위해 선택하였다. 모차르트 곡은 독주 파트는 꽤 좋게 들리는데, 협주에서는 오케스트라에 소리가 묻혀 아쉽다. 2층이어서 더욱 그런듯. 의외로 악기들 울림은 좋다. 역시 기대에 저버리지 않고 시벨리우스는 막강한 화력을 보여준다. 김대진의 시벨리우스 음반을 가지고 있는데, 유장한 템포는 마찬가지지만 좀 점잖았던 전작에 비해 개별 악기군, 특히 금관의 활약이 대단하였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718/pimg_639199853323971295.jpg</url><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98477</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또 하나의 일상</category><title>트리오 아티스트리 제7회 정기연주회 (2026.7.17)</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98258</link><pubDate>Sat, 18 Jul 2026 12:1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398258</guid><description><![CDATA[<br>공연명 : 트리오 아티스트리 제7회 정기연주회 - Tchaikovsky vs Tchaikovsky일시 : 2026년 7월 17일(금) 15:00장소 : 금호아트홀 연세연주 : 트리오 아티스트리&nbsp; &nbsp; &nbsp; &nbsp; - 변예진 (바이올린), 변새봄 (첼로), 김고운 (피아노)프로그램&nbsp; - B.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트리오 (1953)&nbsp; - P.I.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트리오 A단조 Op.50 "어느 위대한 예술가의 추억)<br>* 세줄평흥미로운 기획이다. 보리스의 곡은 듣기 어려운데, 현대적이며 악상간 대비가 뚜렷하여 자주 연주되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표트르 일리치의 곡은 워낙 대곡이라 오히려 실연이 자주 없다.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며 긴밀한 호흡을 맞춰가는 연주자의 모습이 아름답다. 마지막 한 음까지. 피아노의 존재감이 두드러지는데, 좌석 덕분인지 첼로 사운드가 또렷하게 들려 더욱 좋았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718/pimg_639199735460660758.jpg</url><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98258</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책이 나에게 말하는 것들</category><title>프란시스코 데 고야 (엘케 폰 라치프스키/노성두/랜덤하우스) - [프란시스코 데 고야 - 붓으로 역사를 기록한 화가]</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88507</link><pubDate>Sun, 12 Jul 2026 23:3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38850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2550359X&TPaperId=1738850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86/95/coveroff/892550359x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2550359X&TPaperId=1738850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프란시스코 데 고야 - 붓으로 역사를 기록한 화가</a><br/>엘케 폰 라치프스키 지음, 노성두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2월<br/></td></tr></table><br/>고야 독서 2탄이다. 부제 ‘붓으로 역사를 기록한 화가’는 저자가 아니라 출판사가 붙인 듯하다. 부분적 연관성은 있지만 이 책의 성격을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저는 독일어인데, 표제는 &lt;프란시스코 호세 데 고야: 겨울&gt;이다.  &nbsp;  원제와 차례를 보면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는 하는 주제를 파악할 수 있다. 구성은 크게 1부 ‘벽걸이 양탄자 그림에 일가를 이루다’, 2부 ‘고야가 그린 사계’, 3부 ‘붓으로 진실의 얼굴을 그리다’이다. 2부가 핵심인데, 특이한 것은 고야의 그림 중 사계, 특히 ‘겨울’을 제재로 삼았다는 점이다. 전체적으로 고야의 생의 이력을 따르지만 초점은 다소 다르게 가져간다.  &nbsp;  대가로 성공하기 이전의 고야를 1부에서 다룬다. 마드리드의 미술 아카데미에서 낙방하고 이탈리아 아카데미에 합격한 고야. 태피스트리, 즉 벽걸이 양탄자 밑그림으로 성공하고, 이어 성당의 천장 벽화를 그리는 단계로 나아간다. 3부의 경우 그의 대표작으로 불리는 판화집 &lt;변덕&gt;과 &lt;전쟁의 참화&gt;를 이야기하지만, 깊게 파헤치지는 않는다. 다만 판화집 &lt;변덕&gt;을 당대 도덕 교육을 위한 그림으로 이해하는 점이 특징적이다. 화가로서 고야의 삶 중에서 주목할 점은 노년에 이르러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화법에 도전하는 점이다. 이 책에서도 일흔다섯의 나이에 석판화를 학습한 점을 언급한다.  &nbsp;  고야의 사계 연작은 이전 책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았던 작품이다. 이 저자는 왜 특히 &lt;겨울&gt;에 집중하였을지 궁금하다. 고야 이전의 사계 그림은 예쁜 장식 그림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무더운 여름도 상쾌하게, 매서운 겨울도 따뜻하게 그려 보는 이로 하여금 흐뭇한 정서를 품게 만드는 그림으로. 고야는 전혀 다르다.   &nbsp;  고야의 겨울은 정말 겨울답다. 매서운 추위에 몸이 절로 웅크려드는 겨울이다. 고야는 매섭게 휘날리는 눈보라와, 얼음처럼 얼굴을 찌르는 겨울 바람을 붓으로 그렸다. (P.72)  &nbsp;  단지 겨울답게 추위를 제대로 그렸다고 대단하지 않지 않는가. 저자는 &lt;겨울&gt; 그림 속 여러 요소를 분석하면서 당대 에스파냐 사회와 미술 화풍을 함께 분석한다. 겨울바람을 막고자 옷자락을 뒤집어 쓴 남자들의 펄럭이는 옷자락이 갖는 사회적 의미가 무엇인지. 우하단의 꼬리를 말고 있는 개의 모습이 갖는 그림 속 함의가 어떠한지. 말년의 &lt;개&gt;에 이어 &lt;날개 달린 개&gt;까지 이르러서는 당대 사회의 마녀와 광기를 파헤친다. 그것은 에스파냐를 지배했던 가톨릭 교회의 불의와 압제와도 연관된다.  &nbsp;  에스파냐는 이성과 학식을 갖춘 사람이 인정받지 못하는 나라였다. 모든 국민들이 마녀나 악마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었고, 도처에 검은 미신과 마술이 판치는 나라에서 이성의 능력을 설명하는 학자는 기를 펴기 어려웠다. (P.97,99)  &nbsp;  출세지향적인 고야의 화가로서 경력은 양탄자 밑그림에서 출발하여 초상화가로 명성을 떨치고, 수석 궁정화가가 되어 왕과 왕실의 초상화를 그림으로써 영광의 절정에 이른다. 저자도 언급했듯이 고야가 장수하지 않고 이때 죽었더라면 우리는 고야를 거의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고야의 위대성은 귀가 먼 이후 &lt;변덕&gt;과 &lt;전쟁의 참화&gt;, 그리고 ‘검은 그림’ 연작으로 이어지면서 당대 사회와 종교의 야만과 비이성을 드러내고, 고상한 대의를 내걸지만 실은 수많은 보통사람의 삶을 무너뜨리고 학살을 유발하는 전쟁의 참화를 고발한 데 있다. 나아가 빛과 밝음의 거짓과 위선 속에 내재한 어둠과 근원적 두려움과 공포를 보여준 데 있다고 본다.  &nbsp;  고야는 두 눈을 똑바로 떴다. 그리고 모든 것을 놓치지 않고 보았다. 고야는 자신이 흘러간 낡은 시대와 다가올 새 시대를 고루 체험할, 역사의 격동기 한복판에서 살아 있는 증인이 되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P.10)  &nbsp;  장수와 다작의 화가 고야의 그림 중에서 풍경화와 정물화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은 특이하다. 초상화든, 마호와 마하 그림이든, 벽걸이 양탄자 밑그림은 물론, 동판화의 단색 속에서도 고야는 집요하게 사람을 그리려고 하였다. 하다못해 노년의 투우 그림조차도 소와 더불어 사람을 놓치지 않는다.  &nbsp;  역자는 고야를 에스파냐의 역사를 그림으로 나타낸 화가라고 칭한다. 고야가 의식적으로 역사를 담으려고 애쓰지는 않았다고 본다. 고야는 그저 자신이 목격한 당대의 현실, 즉 미신과 종교와 전쟁이 가져온 불의와 비이성과 야만성을 그림으로 충실히 기록하려고 하였다. 그는 분명히 알았다. 이것이 올바른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인류는 분명히 보다 진보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그러한 고야다움의 단초를 저자는 &lt;겨울&gt; 그림에서 읽어내려고 하였다.  &nbsp;  이 책 역시 미술서적답게 고급지를 사용하고 컬러인쇄를 통해 고야의 그림은 물론, 관련된 선대와 후대 화가의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 다만 저자의 의도가 명확하기에 이 책이 고야의 전모를 충실하게 담았다고 하기는 어렵다. 고야에 관한 기초지식을 가진 상황에서,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고야 화풍의 일면을 제시하여 관심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유익하겠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86/95/cover150/892550359x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869516</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또 하나의 일상</category><title>소프라노 원상미 독창회 (2026.7.10)</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85158</link><pubDate>Fri, 10 Jul 2026 23:4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385158</guid><description><![CDATA[<br>공연명 : 소프라노 원상미 독창회 'Summer Love'일시 : 2026년 7월 10일(금) 19:30장소 : 영산아트홀연주 : 원상미 (소프라노), 이미나 (피아노)프로그램&nbsp; - 그리그, 6개의 가곡 Op.48&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1곡 '인사'&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3곡 '세상의 이치'&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4곡 '비밀을 지킨 나이팅게일'&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5곡 '장미의 시절에'&nbsp; - 라벨, 5개의 그리스 민요&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1곡 '신부의 노래'&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2곡 '저기, 교회를 향해'&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3곡 '어떤 멋쟁이가 나와 같을까'&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4곡 '유향나무를 따는 여인들의 노래'&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5곡 '모두 즐겁게!'&nbsp; - 바일, 미트볼의 노래&nbsp; - 바일, 야간 근무하는 친구에게&nbsp; - 바일, 유칼리&nbsp; - 바일,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nbsp; - 거슈윈, 날 지켜줄 사람&nbsp; - 거슈윈, 내가 사랑하는 그대에게&nbsp; - 거슈윈, 슈트라우스의 음악<br>* 세줄평성악 연주회는 거의 가지 않는다. 이유는 언어를 알지 못해서다. 이번에 큰맘 먹고 독창회를 찾는다. 연주곡 모두 한번도 들어본 적 없이 낯설다. 그리그의 가곡이 끌린다. 특히 3곡과 4곡이. 바일의 '유칼리'와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가 자아내는 슬픔의 절절함이 느껴진다. 상대적으로 라벨과 거슈윈의 노래는 아직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두 번째 앙콜곡 '서머타임'은 약간의 연출과 어우러져 대미를 장식하기에 훌륭하였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710/pimg_639193232266195125.jpg</url><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85158</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책이 나에게 말하는 것들</category><title>시골 소녀들 (에드나 오브라이언/정소영/은행나무) - [시골 소녀들]</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83532</link><pubDate>Thu, 09 Jul 2026 23:3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38353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12933332&TPaperId=1738353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4812/9/coveroff/k31293333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12933332&TPaperId=1738353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시골 소녀들</a><br/>에드나 오브라이언 지음, 정소영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09월<br/></td></tr></table><br/>예전에 청목사에서 출간한 그린 북스 시리즈가 있었다. 청소년 대상의 명작 소설 모음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개는 익히 아는 작품들이지만 일부 책은 굉장히 생소하였다. 문득 작품 목록을 훑다 보니 &lt;아일랜드의 봄&gt;과 &lt;파란 눈의 아가씨&gt;라는 표제와 작가 E.오브라이언이 궁금해졌다. 두 책은 일찌감치 절판되었고, 각종 도서관에서조차 찾기 어려웠다. 다행하게도 근년 들어 오브라이언의 책이 몇 권 번역되어 나왔는데, &lt;시골 소녀들&gt;이 &lt;아일랜드의 봄&gt;과 같은 책임을 알게 되었다. ‘시골 소녀들’ 3부작 중 1부에 해당하며, 원제는 ‘시골 소녀들’이 맞다. 그린 북스의 경우 표제를 좀 더 그럴듯하게 의역해서 붙인 모양이다.  &nbsp;  이 소설은 발표 당시 아일랜드 내에서 금서로 지정되었고 한다. 어떤 내용이 외설적인지는 잘 모르겠다. 윤리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설정은 10대 중반인 화자 캐슬린이 노신사 젠틀먼과 교제하는 대목이다.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원조교제에 가까운데 여기서 그들은 육체관계까지 나아가지는 않는다.  &nbsp;  이 오래된 마을을 떠나는 게 아쉽지 않았다. 지쳐빠지고 늙은, 바스러지고 무너져가는 죽은 마을이었다. 가게들은 칠을 새로 해야 했고, 위층 창턱의 제라늄은 내가 어렸을 때보다 그 수가 줄어들었다. (P.209)  &nbsp;  물론 아일랜드 사람이라면 1960년 이전 아일랜드 시골의 궁핍한 삶, 가정폭력과 가부장적 권위가 지배하는 가정의 모습, 캐슬린과 바바가 다니는 수녀원 학교의 과도한 금욕주의 교육 방침 등이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것에 즐거운 마음을 지니지 못하리라. 더블린으로 탈출한 두 사람이 부유한 중년남성과 어울리는 장면 또한 썩 유쾌하지는 못하다. 이런 내용이 보수적인 가치관을 지닌 이들에게 특히 반발을 유도한 결과가 아니겠는가.  &nbsp;  캐슬린이 가족과 집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집은 형편없이 쇠락한 가운데 아빠는 술에 의존하고 주기가 차면 부인과 딸을 마구 때린다. 화자는 이미 아빠를 두려워하고 아빠로서 사랑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엄마마저 사고로 세상을 떠나니 설상가상이다. 다행히 공부를 잘하여 수녀원 기숙학교에 장학생으로 갈 수 있게 되었지만, 학교의 교육 방침과 운영 방식은 요즘 기준으로 보면 가혹할 정도다. 공교롭게 최근에 읽은 소설들에서 영국, 독일, 아일랜드로 국가와 종교는 다르지만 종교기관에서 운영하는 교육기관은 학생들에게 매우 비교육적으로 훈육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이 책에서도 감옥으로 표현하고 감옥처럼 묘사한다.  &nbsp;  캐슬린과 바바는 외모, 성격, 가정형편 등에서 매우 대조적이다. 비교적 유복한 바바는 캐슬린을 시종일관 무시하고 독설을 퍼붓거나 노골적으로 질투하고 나쁜 행동에 동참하도록 꼬드기는 등 어찌 보면 악역에 가까운 역할이다. 그저 수동적으로 당하는 캐슬린의 태도가 이해 안 될 때도 있지만, 결핵에 걸려 떠나는 바바를 바라보며 캐슬린이 품는 감정 상황은 독자가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  &nbsp;  내 영혼이 살아 발딱거렸다. 황홀감. 지금까지 전혀 알지 못했던 어떤 것. 살면서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 (P.102)  &nbsp;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축은 캐슬린과 젠틀먼 씨에게 있다. 병든 아내를 둔 노신사에게서 캐슬린은 우정 이상의 것을 발견하고 애정으로 나아가기를 망설이지 않는다. 젠틀먼 씨가 적극적으로 어린 숙녀를 유혹하였다는 비난은 온당치 않다. 두 사람은 그저 감정이 합치되었을 뿐이다. 캐슬린은 젠틀먼 씨에게서 아빠에게서 구할 수 없는 부성애를 기대하였을지 모른다. 부유한 노신사가 베푸는 여유롭고 은근하며 안정된 접대와 에티켓에 마음이 쏠렸을 수도 있다. 어쨌든 두 사람은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공간에서 손을 잡거나 입맞춤을 하면서 서로 간에 기쁨을 느낀다. 그들은 관계의 진전을 바라지만 서두르지 않기에 내심으로는 바라지 않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다. 두 사람의 최초이자 마지막의 용기 있는 일탈은 젠틀먼 씨의 전보와 함께 날아가 버린다.  &nbsp;  젠틀먼 씨와는 늘 그런 식이었다. 만사가 완벽해지는 순간, 그는 완벽함을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멀어졌다. (P.272)  &nbsp;  난 벌써 슬퍼졌다. 그 누구도 그를 진정으로 차지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는 너무 초연했다. (P.287)  &nbsp;  화자 캐슬린은 솔직하다. 자신과 자신의 처지를 옹호하거나 도색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자신이 바라보는 주변 환경과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그의 시각에 자신의 시골 마을은 쇠락하고 영락한 자취가 역력하다. 수도 더블린이라고 나을까? 물론 젊은 사람을 자극하는 상대적 번영과 활기를 인정하겠지만, 그것과 어울리기 위해서라도 캐슬린은 노동을 해야 한다. 화장을 하고 화려한 대도시로 돌아다니는 저녁의 삶은, 점원으로서의 낮을 토대로 해야만 가능하다.  &nbsp;  우리는 키득거리면서, 낯선 승객들에게 ‘어쩌라고’ 식의 표정을 보이면서 통로를 따라 걸어갔다. 내 생각에 우리가 대도시에 도전적으로 맞서는 들뜬 시골 소녀들의 삶을 시작한 것이 바로 그 순간이었던 것 같다. (P.209-210)  &nbsp;  어쩌면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그때까지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였던 십 대 소녀를 화자이자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그들의 감정을 여과 없이 표출하고, 그들의 시각으로 가면 아래 뒤틀린 당대 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하였다는 점이라고 하겠다.  &nbsp;  작가는 캐슬린을 응원하고 옹호하지만 따끔한 비판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토록 사랑했던 엄마의 기일을 자신은 잊었지만, 자신이 그렇게나 미워했던 아빠는 기억했음을 보여주면서. 어쩌면 캐슬린은 젠틀먼 씨를 실체가 아니라 실현될 수 없는 공상의 꿈으로서 사랑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을 던지면서 말이다.  &nbsp;  내가 참 어리석고, 가장 친한 친구였던 히키뿐 아니라 잭 홀랜드와 마사와 브레넌 아저씨 모두에게 의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삶의 실제 인물들 모두에게. 젠틀먼 씨는 그저 그림자였지만 내가 열망하는 것은 그 그림자였다. (P.295-296)]]></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4812/9/cover150/k31293333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48120940</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책이 나에게 말하는 것들</category><title>프란시스코 고야 (로제-마리 하겐, 라이너 하겐/이민희/마로니에북스) - [고야]</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79552</link><pubDate>Tue, 07 Jul 2026 22:4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37955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0531898&TPaperId=1737955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811/65/coveroff/896053189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0531898&TPaperId=1737955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고야</a><br/>로제 마리 & 라이너 하겐 지음, 이민희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0년 12월<br/></td></tr></table><br/>한가람미술관의 고야 전시회 얼리버드 티켓을 구입한 후 생각하니 정작 고야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없다는 사실이다. 화가 이름은 그래도 들어봤는데, 작품은 &lt;옷을 입은 마하&gt;와 &lt;옷을 벗은 마하&gt; 정도만 떠오를 뿐. 이 책을 뒤적거리니 그나마 &lt;사투르누스&gt;도 본 기억이 있다.   &nbsp;  예습 차원에서 고야 관련 책을 읽으려고 하니, 확실히 저명한 예술가답게 관련 도서도 제법 출간되어 있는데 이 책이 제일 무난할 것 같다. 신국판보다 조금 더 큰 판형에, 100쪽에 못 미치는 얄팍함이 오히려 독서에 부담이 없다. 고급지에 수록 그림도 선명하다. 본문의 글자 크기가 다소 작고 빽빽한 게 불편할 수도 있다. 이 책은 프란시스코 고야의 삶을 온전히 추적하는 대신, 화가로서 고야의 작품 세계를 시기별로 크게 일곱 개로 특징지어 각각의 장으로 집중하여 다룬다.   &nbsp;  세속적으로 성공한 화가로서 고야는 무명 시절의 태피스트리 밑그림과 승승장구하던 시절의 초상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그는 태피스트리 밑그림을 단지 밑그림으로만 인식하지 않고 독자적인 예술성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자체로도 의의가 있다. 태피스트리 제작자가 제작에 난색을 보일 정도로 말이다. 게다가 &lt;꼭두각시&gt; 같은 작품에서는 장식성을 넘어서 상징적 비판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후기의 고야가 결코 뜬금없이 나온 게 아님을 알게 된다. 초상화가로서 대표작에 화가 자신이 슬며시 등장함도 이색적이다.  &nbsp;  소위 ‘저항하는 지성’으로서 고야는 &lt;로스 카프리초스&gt;와 &lt;전쟁의 참화&gt; 판화 연작에서 비로소 나타난다. 중년을 넘어서면서 고야는 건강상의 위기를 겪고 청력을 상실했다고 한다. 이후 고야의 주요 걸작이 쏟아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문득 작곡가 베토벤이 떠오른다. &lt;로스 카프리초스&gt; 단색 판화에 거칠게 표현되는 환상과 악몽은 개인 차원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 만연한 인간의 악행과 무지, 종교의 부패를 적나라하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미적 아름다움을 지고의 가치로 내세우던 당대 인식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nbsp;  프랑스 대혁명과 나폴레옹의 스페인 지배, 왕정복고 이후 시행된 반동 정치에서 무수한 피해를 당하는 계층은 결국 힘없는 민중들이다. 그들 처지에서는 전쟁과 죽음을 일삼는 지배층은 모두 똑같을 따름이다. &lt;전쟁의 참화&gt; 판화 연작은 전쟁과 이것에서 비롯한 온갖 비인간적 만행에 대한 고발이다.   &nbsp;  노년의 고야는 ‘귀머거리의 집’에서 은거하며, 오로지 자신을 위한 작품활동에 매진하는데, 이것이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이른바 ‘검은 그림’이다. 자식을 잡아먹는 유명한 &lt;사투르누스&gt;는 물론 &lt;산이시드로 순례여행&gt;, &lt;곤봉 결투&gt;를 보면 구원할 수 없는 절망의 심연에 저절로 뭉크처럼 절규하게 된다.  &nbsp;  어두운 그림들은 교회에 의한 구원의 약속과 계몽주의에 의한 삶의 조건의 향상 모두에 깊은 회의주의를 입증한다. 이는 단지 회의주의가 아니라 절망이었을 것이며, 공허한 하늘에 존재하는 날아다니는 마녀와 악마에 대한 공포일 것이다. (P.76)  &nbsp;  &lt;옷을 벗은 마하&gt;와 &lt;옷을 입은 마하&gt;에서 마하(원래는 마야로 잘못 알았다)가 모델 여성의 이름이라고 생각하였는데, 완전히 틀렸다. 마하는 하류층의 여성을 일컫는 용어로서 남성형의 마호와 짝을 이룬다. 이들이 어떤 유형의 여성인지는 비제의 오페라 여주인공 카르멘을 떠올리면 충분하다. 계급에 구애받지 않는 당당함과 도발적인 태도, 뜨거운 열정을 지닌 여성. 그래서일까, 옷을 벗은 마하는 관객의 시선 앞에서 나신을 드러내면서도 부끄러움 없이 무표정하게 당당한 포즈를 취한다. 이 책에서는 마르시알리다드라고 표현한다. 참고로 당대 스페인에서는 종교적으로 누드화가 금지되어 종교재판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마하의 자유로움은 인습과 속박에 억눌린 상류층 여성에게는 일종의 로망이었고, 마하의 옷차림이 패션으로 유행하였다고 한다.  &nbsp;  마호의 상대인 마하는 자신의 도발적인 매력에서 기쁨을 찾는 격정적인 여인을 뜻했다. 뻔뻔하면서도 재치 있게 답해야 했으며, 오렌지와 밤을 팔거나 귀족 가정의 하녀로 생활하며 돈을 벌었다. 대개는 자기의 마호를 먹이고 입혀야 했으므로 일을 열심히 했다. (P.10)  &nbsp;  말년의 고야는 스페인을 떠나 프랑스로 일종의 망명 생활을 한다. 혼란스러운 스페인에서 안전을 기약할 수 없었던 그는 &lt;보르도의 황소들&gt; 석판화 연작에서 투우를 소재 삼는다. 이미 수년 전 &lt;타우로마키아&gt; 판화 연작을 남긴 것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그는 태생적으로 스페인 사람임을 그림을 통해 입증한 셈이다.   &nbsp;  고야는 화가로서는 드물게 인문학자의 관심을 끌었다. 왕실과 귀족의 기호에 영합하는 성공한 화가 이면에 자리 잡은 어둠과 비극, 고통, 절망, 환상을 담은 그의 후기작들을 둘러싼 해석은 분분할 수밖에 없다. 또한 그가 던진 미적 본질에 대한 의문과 화가의 역할에 대한 성찰은 후배 화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쳤으니, 19세기 전후를 풍미했던 당대의 화가를 넘어서 현대까지도 지속적 의의를 지닌다고 하겠다.   &nbsp;  그는 아름다움에 대한 관습적인 생각에 의문을 제기하고, 새로운 기준을 수립했다. 또한 인간의 가장 어두운 두려움과 야수적인 충동을 눈으로 보이게 했다. 당시 어떤 화가와도 달리, 고야는 인간에 대한 우리의 이미지를 넓혔다. 19세기의 낭만주의는 처음으로 이를 감지했고, 20세기의 잔혹한 전쟁은 그의 인간에 대한 시각을 공포스럽게 확인시켰다. (P.89)]]></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811/65/cover150/896053189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8116546</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책이 나에게 말하는 것들</category><title>제복의 소녀 (크리스타 빈슬로/박광자/민음사) - [제복의 소녀]</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77297</link><pubDate>Mon, 06 Jul 2026 19:3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37729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29691&TPaperId=1737729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4936/75/coveroff/893742969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29691&TPaperId=1737729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제복의 소녀</a><br/>크리스타 빈슬로 지음, 박광자 옮김 / 민음사 / 2020년 08월<br/></td></tr></table><br/>원제는 &lt;소녀 마누엘라&gt;이다. &lt;제복의 소녀&gt;라는 표제는 &lt;제복의 처녀&gt;라는 영화명에서 가져왔다. 시나리오 작가가 크리스타 빈슬로다. 이 작품은 사실 연극에서 출발하여 영화화되었고, 작가가 이를 토대로 소설화한 것이다. 순서로만 보자면 소설이 가장 마지막이다. 대중적인 인기는 영화에서 얻었는데, 1931년과 1958년 두 차례에 걸쳐 영화화되었고, 최초의 레즈비언 영화로 불린다.  &nbsp;  소설로만 보자면 이 작품을 단지 레즈비언 성향으로 치부하기는 곤란하다. 전체 6개 장 가운데 전반부 4개 장은 마누엘라의 탄생부터 아버지의 전출과 퇴직, 큰오빠와 어머니의 죽음을 겪기까지 가족사가 이어진다. 후반부 2개 장에서 마누엘라는 수녀원이 운영하는 기숙 학교에 입학하여 폰 베른부르크 선생을 만나게 된다. 크게 보자면 이 작품은 마누엘라의 비극적인 결말로 나아가는 성장 소설의 성향이 강하다. 작가가 연극 및 영화와 다른 방향으로 소설을 쓴 것은 기존 유명세를 끌었던 연극과 영화가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성에서 벗어났기에 조금 더 폭넓은 세계를 그리고자 했던 게 아닐까 싶다.  &nbsp;  작품의 레즈비언 성격을 조금 더 언급하자면, 세상에 의지할 데 없는 마누엘라는 폰 베른부르크 선생에 집착한다. 기숙 학교에 오기 전에 프리츠의 어머니 잉에 부인에게 느꼈던 감정과 흡사하다. 그것은 상실한 어머니에 대한 일종의 대안 또는 대체재로 생각할 수 있다. 마누엘라의 순수하고 강렬한 감정을 의식하는 폰 베른부르크 선생 또한 마누엘라를 특별하게 생각하지만 훌륭한 교육자답게 감정을 자제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려고 노력한다. 선생과 소녀의 가벼운 키스 장면 하나만을 확대해석하여 성애적 분석을 가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본다. 영화와 소설은 지향점이 다르다.  &nbsp;  렐라는 두 손을 꽉 잡고 결심을 털어놓으려고 뜨거운 얼굴을 그 손에 묻었다. 선생님의 손은 거부하지 않았다. 그대로 있었다. 폰 베른부르크 선생은 두 손으로 눈물에 젖은 렐라의 얼굴을 들어 올려 몸을 숙여서는 떨리는 그 입에 키스를 했다. (P.210)  &nbsp;  이 소설은 살펴볼 대목이 여럿 있다. 먼저 기숙 학교의 국가주의적 운영 원리다. 이 학교는 아가씨를 프로이센 장교 부인이 될 여성으로 교육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 교장 선생 이하 폰 케스텐 선생에 이르기까지 학교 운영진은 철저하게 국가 방침을 맹종한다. 오로지 엄격한 규율과 수동적 순종만 요구될 뿐 개성 발현은 억누르기에 급급하다. 그렇기에 음주 소동을 일으킨 마누엘라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중대한 규율 위반자로 처벌의 대상으로 간주할 뿐이다. 실은 이러한 국가주의적, 전체주의적 성향은 프로이센 국가의 지도적 속성임을 작가는 교장 선생과 폰 케스텐 선생의 대화를 통해 독자에게 알려준다.  &nbsp;  “생각을 하지 마세요, 선생님. 그냥 따르기만 하세요. 우리 프로이센을 강하게 만든 것은 복종이지, 폭식이 아닙니다.”“맞습니다, 교장 선생님, 맞는 말씀이십니다.” (P.227)  &nbsp;  큰오빠와 엄마의 죽음 이후 마누엘라의 방황을 추스를 수 있는 사람은 아빠 마인하르디스 중령뿐이지만, 그는 오히려 가정을 벗어나 개인적 향락을 추구하기에만 바쁘다. 외로운 마누엘라는 프리츠와 사귀는데 이를 못마땅하게 보는 주위의 시선 때문에 아버지는 그녀를 기숙 학교에 보낸다. 기숙 학교에 보내는 행위가 어떤지 그는 잘 알고 있고 탐탁지 않지만 그에게는 마누엘라를 적극적으로 보살피려는 의사가 없다. 마누엘라가 곤경에 처해 있는 때에 뜬금없이 보여주는 마인하르디스 중령의 눈부신 남국 해변의 사랑 유희는 강한 대비를 드러낸다.  &nbsp;  이렇게 보면 마누엘라는 사랑하는 대상을 모두 빼앗기고 소외된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큰오빠, 엄마, 프리츠와 잉에 부인. 따라서 마누엘라가 폰 베른부르크 선생에 몰입한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은 선택이기도 하다. 우리도 학창 시절을 되돌아보면, 좋아하는 교사가 가르치는 과목에 더 매진하고 수업 시간에 집중한 기억이 있지 않은가.   &nbsp;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모든 것이 의미를 갖게 되었다. 모든 행동은 폰 베른부르크 선생님, 그분을 향한 충실한 봉사였다. 모든 것, 그 어떤 것도 모두 선생님과 연결되었다. 그리고 하루가 종소리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그분의 목소리에 따라 움직였다. (P.179)  &nbsp;  마누엘라의 성적 정체성을 헤아려볼 수 있는 표현을 작가는 자주 남긴다. 분명한 건 마누엘라는 자신이 여성이라는 점에 불만을 지니고 있었다. 많은 제약을 받는 여성의 지위에 답답해하고 마음껏 자유를 발산할 수 있는 남성 지향적 감정을 표출한다. 연극에서 남성 역할을 맡았을 때 크게 기뻐하고 열연을 펼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것을 성적 관점에서 파악할 것인지 아니면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남녀평등 지향으로 볼 것인지는 시각의 차이가 존재한다.  &nbsp;  마누엘라는 구원을 청하듯 선생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저는 여자가 싫어요. 남자가 되어서 폰 베른부르크 선생님을 위해서 살고 싶어요. 교장 선생님께는 말하시면 안 돼요.” (P.189)  &nbsp;  음주 사건으로 집단 따돌림의 처벌을 받는 마누엘라가 기대할 바는 오직 폰 베른부르크 선생이다. 그녀야말로 허약한 마누엘라가 삶의 의미를 지탱할 수 있는 유일한 지푸라기였으므로. 폰 베른부르크 선생은 교육자이자 성인이므로 마누엘라처럼 선택할 수 없다. 그녀는 교장 선생의 명령과 지시에 결국 굴복하고 만다. 마누엘라의 최후의 간절한 바람을 끝내 외면하면서.   &nbsp;  “한마디만 해 주세요. 작은 소리로요. ‘너를 버리지 않을 거야.’라고. 그러면 진정할 게요. 무엇이든 다 하고, 무엇이든 참아 내고, 복종하고, 착해질게요.” (P.278)  &nbsp;  우리는 마누엘라를 희생자로, 기숙 학교를 가해자로 섣부르게 재단하기 쉽다. 서두에 재산을 탕진하고 아메리카로 떠나는 카이저마르크 중위를 시작으로 작품 속 모든 인물이 모두 피해자다. 일체의 개성과 자유를 억누르고 국가를 최우선시하는 프로이센 체제의. 이 작품의 대단원은 극적이며 상징적이다. 우리는 학교와 학생, 폰 베른부르크 선생의 앞날이 매우 궁금하다.  &nbsp;  이 작품은 일찍이 청목사의 그린북스 38권, &lt;제복의 처녀&gt;(왕수영 역)로 출간되었다. 작가명을 크리스티나 윈스뢰로 표기한 점이 이채롭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4936/75/cover150/893742969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49367538</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책이 나에게 말하는 것들</category><title>아시리아 제국의 역사 (야마다 시게오/박재영/이희철(감수)/더숲) - [아시리아 제국의 역사 - 국내 최초 출간! 페르시아와 로마보다 먼저 세계 제국의 시스템을 설계한 최초의 제국]</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74862</link><pubDate>Sun, 05 Jul 2026 13:5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37486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22137117&TPaperId=1737486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950/68/coveroff/k42213711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22137117&TPaperId=1737486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아시리아 제국의 역사 - 국내 최초 출간! 페르시아와 로마보다 먼저 세계 제국의 시스템을 설계한 최초의 제국</a><br/>야마다 시게오 지음, 박재영 옮김, 이희철 감수 / 더숲 / 2026년 04월<br/></td></tr></table><br/>세계사에서 ‘제국’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는 최초의 국가가 아시리아 제국이다. 이전 시대의 히타이트와 고바빌로니아는 아직 왕국의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메소포타미아 전역과 이집트, 페르시아 일부까지 아우른 아시리아야말로 제국으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구약성서에도 등장하는 아시리아는 북이스라엘 왕국을 멸망시킨 장본인으로 사악한 민족으로 기술되어 있다. 다른 역사 기록이 없었기에 전모가 밝혀지지 않았던 아시리아 제국은 수많은 점토판, 기념비의 발견과 해독으로 단순히 무력만 막강한 국가가 아니었음을 알게 해준다.  &nbsp;  아시리아는 이러한 메소포타미아의 전통을 계승했지만, 군사 조직과 기술, 중앙집권적 관리와 초광역 제국 운영, 기록 문화의 보존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다른 메소포타미아 제국들과 뚜렷하게 차별화되었다. (P.10, 감수의 글)  &nbsp;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하류의 수메르 문명을 이어 중류의 고바빌로니아 시기를 거쳐 중상류의 아시리아로 주도권이 점차 이동하였다. 히타이트는 아나톨리아에 근거를 두고 메소포타미아 일부를 점령하였지만 결코 주도적 지배자가 되지는 못하였다. 강력한 맞수 엘람 왕국도 결국은 페르시아 남부 지역이 본거지였다.  &nbsp;  아시리아 제국의 역사에서 뛰어난 점은 방대한 문헌 기록의 존재다. 이를 통해 그들의 역사 대부분과 사회생활마저 파악할 수 있다고 하니, 연대를 감안하면 매우 놀랍다. &lt;아시리아 왕명표&gt; 등으로 왕들의 계보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아시리아의 명칭은 도시 아수르에서 유래하였고, 이는 아슈르 신과 연관이 깊다. 아시리아인들에게 아슈르 신은 최고 신으로서 훗날 그들은 수메르의 엔릴 신, 바빌로니아의 마르두크 신과 동일시한다. 참고로 오늘날 시리아의 이름이 아시리아를 의미한다고 한다.  &nbsp;  기원전 2000년대부터 멸망한 기원전 8세기까지 1,200년간 오랜 기간 존속하였던 국가로서 그네들 역시 도시 국가에서 왕국, 제국의 시기로 발전과 확장, 쇠퇴와 수축의 단계를 거치면서 나아갔음을 이 책에서는 상세한 기록을 통해 보여준다. 중아시리아의 아슈르 우발리트 1세부터 실질적으로 왕국의 시대로 넘어갔다고 볼 수 있으며, 투쿨티 니누르타 1세 시절에는 히타이트 왕국과 바빌로니아 왕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였다고 한다. 아슈르나시르팔 2세와 샬마네세르 3세를 이어 티글라트 필레세르 3세부터는 명실상부한 제국으로 인정받는다. 최전성기는 사르곤 2세, 센나케리브, 에사르하돈, 아슈르바니팔 시대이다.  &nbsp;  후대의 쐐기문자 아카드어, 그리스어, 히브리어로 된 저작물에서도 아시리아는 ‘제국’의 원형, 또는 ‘가장 오래된 제국’으로 간주되었다. (P.174)  &nbsp;  아시리아의 역사를 조망할 때 눈에 띄는 점은 치밀한 통치 체제이다. 제국을 여러 행정주로 분할하여 관료들이 통치하도록 하였고, 피정복지 주민을 제국 내 다른 곳으로 강제 이주시켜 반란의 가능성을 줄이고, 개척하도록 하였다. 이스라엘 민족도 이때 많이 끌려갔다고 한다. 한편 훗날 페르시아의 역참제도 아시리아가 선도하였다고 한다. 그들이 단순히 군사 대국, 정복 국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아슈르바니팔의 도서관도 주목할 만하다. 아시리아 제국 최후의 번영기를 일구었던 아슈르바니팔은 수도 니네베에 거대한 문헌 수집 작업을 개시하였으니, 문화적으로 세계의 중심 국가를 지향했던 그들의 야망을 짐작할 수 있다.  &nbsp;  아슈르바니팔이 니네베에서 시행한 문서 집대성은 기존의 모든 도서관 규모를 뛰어넘는 세계 최초의 국립도서관이라고 할 수 있다. (P.338)  &nbsp;  이해할 수 없는 점은 유목국가도 아닌 아시리아가 제국의 수도를 계속 옮겼다는 사실이다. 오랜 기간 민족적 근거지인 아수르에 자리 잡았으나 제국으로 발전하면서 칼후, 두르샤루킨, 니네베로 이전하였다. 추진 이유야 나름 있겠지만, 짧은 기간의 잦은 수도 변경은 제국의 안정성을 저해할 만한 요인이다.  &nbsp;  바빌로니아 통치는 그 후의 아시리아 제국에 닥친 가장 복잡하고 심각한 정치적.종교문화적 과제가 되었다. (P.160)  &nbsp;  아시리아의 영락은 바빌로니아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이들의 전성기에 바빌로니아를 지배하였지만, 완전한 점령보다는 자치권을 부여하였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바빌론이 갖는 문화적, 종교적 중심지를 존중하였는데, 아시리아의 세력이 위축될 때면 바빌론은 반아시리아 세력의 구심점으로 작용하였다. 에사르하돈과 센나케리브의 죽음은 물론 아시리아 멸망의 직접적 원인은 결국 바빌론의 반란이었다. 이는 아슈르 신과 바빌론의 최고신을 동일시하여 문화와 종교 혼합을 도모한 점과 무관할 수 없다. 훗날 신바빌로니아를 멸망하고 메소포타미아를 장악한 페르시아 제국은 바빌론의 특권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그들의 종교와는 전혀 무관한 탓이다.  &nbsp;  아시리아 제국의 멸망을 가져온 전쟁은 바빌로니아, 메디아, 이집트와 같은 대국뿐만 아니라 우라르투, 만나이, 엘람 등 여러 세력이 가세한 대규모 충돌이었다. (P.363)  &nbsp;  최전성기 이후 아시리아의 급격한 몰락은 이 시기 사료 부족으로 명확한 설명이 어렵다고 한다. 아슈르바니팔 사후 20년 만에 제국이 멸망한 사실은 단순히 왕가와 지배층의 분열과 혼란으로 설득하기 어렵다. 내우외환이 겹쳤다고 해야 하는데, 기회를 틈탄 바빌로니아의 반란과 이에 합세한 엘람, 메디아, 이집트 등 강성한 아시리아 제국의 위세에 눌렸던 주변 국가들이 일제히 동맹을 체결하고 사방에서 아시리아를 공격하였기 때문이다. 이후 메소포타미아의 패권은 신바빌로니아에게 넘어가고 다시 아케메네스조 페르시아가 갖게 됨을 역사는 보여준다.  &nbsp;  유럽과 아시아의 중간에 자리 잡은 지정학적 특성으로 소위 중동 지역의 역사에 우리는 대체로 무지하다. 우리에게 친숙한 동양사도 아니며, 근현대를 지배한 서양사의 영역도 아니기 때문이다. 중동과 서아시아 역사를 제대로 모르기에 우리는 그들을 은연중 무지하고 후진적인 민족과 국가로 오해하는 편견에 사로잡히기 쉽다. 이 책은 현재 구할 수 있는 아시리아 제국에 관한 유일한 역사서로 우리의 역사 이해를 넓혀줄 수 있는 귀한 책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950/68/cover150/k42213711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9506889</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또 하나의 일상</category><title>이재완 피아노 독주회 (2026.7.2)</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70842</link><pubDate>Thu, 02 Jul 2026 23:4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370842</guid><description><![CDATA[<br>공연명 : 이재완 피아노 독주회일시 : 2026년 7월 2일(목) 19:30장소 : 영산아트홀연주 : 이재완 (피아노)프로그램&nbsp; - 리스트, 순례의 해 중 두번째 해, 이탈리아 S.161<br>* 세줄평먼저 쉽지 않은 프로그램에 도전한 연주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진지하고 성실한 연주 태도와 적절한 음량과 음색이 연주장과 어울려 상당한 호연을 들려주었다. 첫 세 곡은 표제적 성격이 있어 감상이 비교적 용이하나 중반부의 페트라르카 소네트는 좀 더 친해져야 함을 절감한다. 단테 소나타는 장대한 스케일 속에서 당당함과 서정미를 고루 갖추고 있어 단독으로 자주 연주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있다.&nbsp;<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702/pimg_639186321147507089.jpg</url><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70842</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또 하나의 일상</category><title> 피아니스트 손영경 &amp; 오보이스트 손연지 듀오 리사이틀 (2026.6.29)</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61504</link><pubDate>Mon, 29 Jun 2026 07:4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361504</guid><description><![CDATA[<br><br>공연명 : 피아니스트 손영경 &amp; 오보이스트 손연지 듀오 리사이틀 - 바로크의 추억일시 : 2026년 6월 28일(일) 19:30장소 : 영산아트홀연주 : 손영경 (피아노), 손연지 (오보에)프로그램&nbsp; - 바흐, 오보에 협주곡 F장조 BWV 1053R&nbsp; - C.P.E.바흐, 오보에 소나타 G단조 Wq.135&nbsp; - A.마르첼로, 오보에 협주곡 D단조 S.Z799&nbsp; - 라벨, 쿠프랭의 무덤 M.68 [전4곡]<br>* 세줄평귀한 오보에 연주회다. 피아노는 반주 역할에만 충실하고, 라벨에 이르러서야 다소간 존재감을 보여 아쉽다. 덕분에 오보에의 낭랑하면서도 풍부한 음색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호사를 누렸다. 개인적으로 아들 바흐와 마르첼로의 곡이 오보에 음색의 진면모를 느끼게 해준다는 생각이다. 아버지 바흐 곡은 재구축된 한계랄까 확 다가오지 못하며, 라벨 역시 원곡이 아닌 한계를 느끼게 한다.&nbsp;<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629/pimg_639183153012824946.jpg</url><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61504</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책이 나에게 말하는 것들</category><title>피프티 피플 (정세랑/창비) - [피프티 피플 - 2017년 제50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56710</link><pubDate>Fri, 26 Jun 2026 16:5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35671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34241&TPaperId=1735671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9666/4/coveroff/893643424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34241&TPaperId=1735671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피프티 피플 - 2017년 제50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a><br/>정세랑 지음 / 창비 / 2016년 11월<br/></td></tr></table><br/>수십억에 달하는 세상 인구 중에는 영웅호걸보다는 갑남을녀, 장삼이사, 필부필부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소설 속 등장인물 역시 제아무리 보통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작가가 생명력을 불어넣은 점에서 결코 예사로운 인물이라고 볼 수 없다. 작품의 분량에 따라 한 명에서 대하소설은 수백 명까지 인물이 나오지만, 이들이 모든 세상 사람을 대변한다고 주장하면 과언이다. 게다가 등장인물 전체가 모두 주인공은 아니지 않는가.   &nbsp;  특별한 사람의 특별한 삶만이 소설의 주인공과 소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이들의 삶과 생각과 감정이 오히려 공감을 일으킨다. 인생의 온갖 신분과 환경과 행동과 사고와 감정을 한두 명의 주인공이 독점한다면 아무리 허구지만 너무 작위적이지만, 다수의 인물이 나눠 갖는다면 자연스럽다. 수많은 범부의 평범한 이야기가 차라리 그럴듯하다.  &nbsp;  그런 조각들을 쥐었을 때 문득 주인공이 없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면 모두가 주인공이라 주인공이 50명쯤 되는 소설, 한사람 한사람은 미색밖에 띠지 않는다 해도 나란히 나란히 자리를 찾아가는 그런 이야기를요. (P.392, 작가의 말)  &nbsp;  하물며 우리네 같은 필부들의 삶도 결코 간단하지 않다. 자신의 구구절절한 삶을 글로 풀어놓으면 대하소설이나 대하드라마 못지않을 거라고 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세상 사람 모두의 삶은 자체로 타인의 삶과 전혀 동일하지 않다. 그런 면에서 정세랑 작가의 이 작품은 독특하다. 오십 명, 작가의 계산 실수로 오십일 명의 등장인물은 자기 이름의 장에서 각자가 짧지만 당당한 주인공이다. 작가는 각기 몇 쪽이라는 제한된 분량 속에서 인물의 생을 전반적으로 훑기도 하지만, 대개는 가장 임팩트 있는 때와 사건을 다룬다.  &nbsp;  별개의 작품이 아닌 이상 각 장은 어떤 식으로든 연계성을 지녀야 한다. 많은 인물이 드나들 수 있고, 각자가 저마다 사연을 지닐 수 있어야 하며, 성별이나 계층에서 편중되지 않아야 하는 곳으로 작가는 종합병원을 골랐다. 의사, 간호사, 기사, 행정직 등의 원내 구성원과 병원 이웃. 환자, 보호자, 병문안 또는 업무상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과 친지들. 개개의 인물은 남자나 여자, 아이, 어른, 노인으로 나뉠 수 있다. 어른이면 결혼 여부, 결혼했으면 자녀 여부, 나아가 손주 여부를 물을 수 있다. 학력, 건강, 취미, 국적 등 다양한 조합을 고려하면 경우의 수는 수천수만 가지로 확장된다.   &nbsp;  무심코 한두 장을 읽어 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앞에 나왔던 인명인데 또는 어쩐지 비슷한 배경과 사건을 다루는 데 하는 느낌이 든다. 이후로는 책장을 앞뒤로 넘기며 그가 누구였던가 하는 숨은그림찾기를 시작한다. 그만큼 이 작품은 사람 간의 관계를 매칭시키는 재미가 의외로 쏠쏠하다. 나아가 작중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이 결코 나와는 무관하지 않으며, 우리를 스쳐 지나가는 무수한 사람들이 제각기 하나의 소우주를 품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nbsp;  그러면 작가는 왜 이러한 시도를 하였을까 궁금하다.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 장편소설의 주인공이 되기에 충분한 사연을 갖고 있는데. 아마도 오십일 편의 장편소설을 작가가 쓰는 게 불가능하다는 현실적 인식이 있었으리라. 발자크의 인간 희극, 에밀 졸라의 루공마카르 총서조차도 모든 인간 현상을 반영하였다고 할 수 없으므로.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말은 누구도 주인공이 아니라는 말과 동의어다. 우리는 자신의 삶에서 주인공이지만, 전후좌우를 둘러보면 타인도 모두 또 다른 주인공임을 보게 된다. 내 삶의 특수성을 주장할 수 있지만, 그것의 상대적 우월성을 내세우기 어렵다. 우리는 보다 겸손한 태도와 겸허한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nbsp;  오십일 명의 인물 중에서 독자가 누구를 선호하고 더 공감하게 될 것인가는 전적으로 독자에게 달려 있다. 나로서는 장유라, 배윤나, 홍우섭, 이설아, 한규익, 임찬복, 김시철, 이동열, 방승화, 소현재가 그러하다. 놓인 처지와 사고, 감정과 경험에서 가장 유사한 인물이 누구인가에 따라 독자의 마음이 끌리는 인물은 달라질 것이다. 적어도 이들 모두가 전혀 감흥이 없거나 무관하다면 자신의 삶을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nbsp;  공감과는 별도로 각 인물은 제각기 흥미롭다. 브리타 훈겐과 스티브 코티앙의 이야기는 황당하지만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송수정과 장유라가 겪는 슬픔은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니다. 조희락과 지현, 최대환과 남세훈, 양혜련과 하계범은 내게 미지의 세계다. 이수경과 지연지는 우리네와 다른 인종이 아니지 않는가. 그들은 내가 미처 상상하지 못했거나 실행의 엄두조차 내지 못한 선택을 통한 다른 차원의 삶은 살아간다. 개중에는 딱한 처지에 동정심을 품게 되거나 응원하고 싶은 인물도 있지만, 우리도 결국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nbsp;  이 소설의 마지막 대목은 확실히 정세랑답다. 대다수의 등장인물이 한날한시, 한곳에 모이게 하는 설정이. 현실적 가능성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 이런 당당함이 작가 특유의 매력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작가의 말에서 밝힌 것처럼 인물 모두에게 가급적 춤을 추도록 하려고 했는데 실패하였다는 점과 반복하여 등장하는 도마뱀 캐릭터에 관한 언급도 일종의 이스터에그처럼 흥미 유발 장치다.  &nbsp;  여태껏 이런 유형의 소설은 처음 접한다. 수많은 조각이 모여 커다란 모자이크가 완성되는 느낌이랄까. 하나의 그림 퍼즐을 완성하기 위해 불필요한 조각은 없는 것처럼. 우리네 삶도 결국 다층 다종의 조각들이 모여서 이루어진다. 오십일 명의 인물 중에 분명히 나도 들어가 있을 것이다. 그들의 삶이, 우리네 삶으로 인식하고 다가올 때 비로소 삶의 온전한 얼개를 그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9666/4/cover150/893643424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96660475</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또 하나의 일상</category><title>191회 아트엠콘서트 - 김도현 피아노 리사이틀 (2026.6.18)</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46747</link><pubDate>Sun, 21 Jun 2026 13:0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346747</guid><description><![CDATA[<br>공연명 : 191회 아트엠콘서트 - 김도현 피아노 리사이틀 : 노래는 물결이 되어일시 : 2026년 6월 18일(목) 19:30장소 : 신영체임버홀연주 : 김도현 (피아노)진행 :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민프로그램&nbsp; - 슈베르트, 4개의 즉흥곡 D.899&nbsp; - 슈베르트-리스트, 물 위에서 노래함 S.558/2&nbsp; - 슈베르트-리스트, 마왕 S.558/4&nbsp; - 글린카-발라키레프, 종달새&nbsp; -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소나타 2번 Bb단조 Op.36 (1931 revised version)<br>* 세줄평오랜만에 듣는 슈베르트의 즉흥곡은 새삼 훌륭한 곡임을 느낀다. 편곡 작품은 원곡 리트에 없는 리스트다운 화려함과 당당함이 드러난다. 라흐마니노프 소나타는 부분적으로 좋은 대목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아직 내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곡이다. 연주자는 개인적으로 어려운 고비를 넘어서고 있다고 하는데 완전히 극복하기를 바랄 뿐이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621/pimg_7093891535160430.jpg</url><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46747</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또 하나의 일상</category><title>임영주 바이올린 독주회 (2026.6.15)</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37707</link><pubDate>Tue, 16 Jun 2026 10:3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337707</guid><description><![CDATA[<br>공연명 : 임영주 바이올린 독주회일시 : 2026년 6월 15일(월) 19:30장소 : 금호아트홀 연세연주 : 임영주 (바이올린), 이영신 (피아노)프로그램&nbsp; - 슈만,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3개의 로망스&nbsp;Op.94&nbsp; - 슈만,&nbsp;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1번 A단조 Op.105&nbsp; - 슈만,&nbsp;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2번 D단조 Op.121<br>* 세줄평슈만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작품으로만 꾸며진 무대다. 실연에서 슈만의 바이올린곡을 듣기 어려운데, 좋은 기획이다. 피아노가 바이올린과 대등하게, 때로는 독자적으로 펼치는 가운데 조화와 긴장이 묘한 매력을 준다. 슈만의 작품답게 독특한 선율 또는 화음 진행이 여전히 인상적이며 내재한 어두운 정열과 격정을 무난하게 잘 살려 연주하였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616/pimg_7093891535155232.jpg</url><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37707</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