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성근대나무, 책만 보는 바보 (성근대나무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바람이 성근 대나무숲을 지나매 바람이 떠나면 대나무숲은 소리를 지니지 않는다. [채근담]</description><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Sat, 18 Jul 2026 13:24:07 +0900</lastBuildDate><image><title>성근대나무</titl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myface/PA_005.gif</url><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성근대나무</description></image><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또 하나의 일상</category><title>트리오 아티스트리 제7회 정기연주회 (2026.7.17)</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98258</link><pubDate>Sat, 18 Jul 2026 12:1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398258</guid><description><![CDATA[<br>공연명 : 트리오 아티스트리 제7회 정기연주회 - Tchaikovsky vs Tchaikovsky일시 : 2026년 7월 17일(금) 15:00장소 : 금호아트홀 연세연주 : 트리오 아티스트리&nbsp; &nbsp; &nbsp; &nbsp; - 변예진 (바이올린), 변새봄 (첼로), 김고운 (피아노)프로그램&nbsp; - B.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트리오 (1953)&nbsp; - P.I.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트리오 A단조 Op.50 "어느 위대한 예술가의 추억)<br>* 세줄평흥미로운 기획이다. 보리스의 곡은 듣기 어려운데, 현대적이며 악상간 대비가 뚜렷하여 자주 연주되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표트르 일리치의 곡은 워낙 대곡이라 오히려 실연이 자주 없다.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며 긴밀한 호흡을 맞춰가는 연주자의 모습이 아름답다. 마지막 한 음까지. 피아노의 존재감이 두드러지는데, 좌석 덕분인지 첼로 사운드가 또렷하게 들려 더욱 좋았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718/pimg_639199735460660758.jpg</url><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98258</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책이 나에게 말하는 것들</category><title>프란시스코 데 고야 (엘케 폰 라치프스키/노성두/랜덤하우스) - [프란시스코 데 고야 - 붓으로 역사를 기록한 화가]</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88507</link><pubDate>Sun, 12 Jul 2026 23:3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38850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2550359X&TPaperId=1738850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86/95/coveroff/892550359x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2550359X&TPaperId=1738850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프란시스코 데 고야 - 붓으로 역사를 기록한 화가</a><br/>엘케 폰 라치프스키 지음, 노성두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2월<br/></td></tr></table><br/>고야 독서 2탄이다. 부제 ‘붓으로 역사를 기록한 화가’는 저자가 아니라 출판사가 붙인 듯하다. 부분적 연관성은 있지만 이 책의 성격을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저는 독일어인데, 표제는 &lt;프란시스코 호세 데 고야: 겨울&gt;이다.  &nbsp;  원제와 차례를 보면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는 하는 주제를 파악할 수 있다. 구성은 크게 1부 ‘벽걸이 양탄자 그림에 일가를 이루다’, 2부 ‘고야가 그린 사계’, 3부 ‘붓으로 진실의 얼굴을 그리다’이다. 2부가 핵심인데, 특이한 것은 고야의 그림 중 사계, 특히 ‘겨울’을 제재로 삼았다는 점이다. 전체적으로 고야의 생의 이력을 따르지만 초점은 다소 다르게 가져간다.  &nbsp;  대가로 성공하기 이전의 고야를 1부에서 다룬다. 마드리드의 미술 아카데미에서 낙방하고 이탈리아 아카데미에 합격한 고야. 태피스트리, 즉 벽걸이 양탄자 밑그림으로 성공하고, 이어 성당의 천장 벽화를 그리는 단계로 나아간다. 3부의 경우 그의 대표작으로 불리는 판화집 &lt;변덕&gt;과 &lt;전쟁의 참화&gt;를 이야기하지만, 깊게 파헤치지는 않는다. 다만 판화집 &lt;변덕&gt;을 당대 도덕 교육을 위한 그림으로 이해하는 점이 특징적이다. 화가로서 고야의 삶 중에서 주목할 점은 노년에 이르러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화법에 도전하는 점이다. 이 책에서도 일흔다섯의 나이에 석판화를 학습한 점을 언급한다.  &nbsp;  고야의 사계 연작은 이전 책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았던 작품이다. 이 저자는 왜 특히 &lt;겨울&gt;에 집중하였을지 궁금하다. 고야 이전의 사계 그림은 예쁜 장식 그림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무더운 여름도 상쾌하게, 매서운 겨울도 따뜻하게 그려 보는 이로 하여금 흐뭇한 정서를 품게 만드는 그림으로. 고야는 전혀 다르다.   &nbsp;  고야의 겨울은 정말 겨울답다. 매서운 추위에 몸이 절로 웅크려드는 겨울이다. 고야는 매섭게 휘날리는 눈보라와, 얼음처럼 얼굴을 찌르는 겨울 바람을 붓으로 그렸다. (P.72)  &nbsp;  단지 겨울답게 추위를 제대로 그렸다고 대단하지 않지 않는가. 저자는 &lt;겨울&gt; 그림 속 여러 요소를 분석하면서 당대 에스파냐 사회와 미술 화풍을 함께 분석한다. 겨울바람을 막고자 옷자락을 뒤집어 쓴 남자들의 펄럭이는 옷자락이 갖는 사회적 의미가 무엇인지. 우하단의 꼬리를 말고 있는 개의 모습이 갖는 그림 속 함의가 어떠한지. 말년의 &lt;개&gt;에 이어 &lt;날개 달린 개&gt;까지 이르러서는 당대 사회의 마녀와 광기를 파헤친다. 그것은 에스파냐를 지배했던 가톨릭 교회의 불의와 압제와도 연관된다.  &nbsp;  에스파냐는 이성과 학식을 갖춘 사람이 인정받지 못하는 나라였다. 모든 국민들이 마녀나 악마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었고, 도처에 검은 미신과 마술이 판치는 나라에서 이성의 능력을 설명하는 학자는 기를 펴기 어려웠다. (P.97,99)  &nbsp;  출세지향적인 고야의 화가로서 경력은 양탄자 밑그림에서 출발하여 초상화가로 명성을 떨치고, 수석 궁정화가가 되어 왕과 왕실의 초상화를 그림으로써 영광의 절정에 이른다. 저자도 언급했듯이 고야가 장수하지 않고 이때 죽었더라면 우리는 고야를 거의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고야의 위대성은 귀가 먼 이후 &lt;변덕&gt;과 &lt;전쟁의 참화&gt;, 그리고 ‘검은 그림’ 연작으로 이어지면서 당대 사회와 종교의 야만과 비이성을 드러내고, 고상한 대의를 내걸지만 실은 수많은 보통사람의 삶을 무너뜨리고 학살을 유발하는 전쟁의 참화를 고발한 데 있다. 나아가 빛과 밝음의 거짓과 위선 속에 내재한 어둠과 근원적 두려움과 공포를 보여준 데 있다고 본다.  &nbsp;  고야는 두 눈을 똑바로 떴다. 그리고 모든 것을 놓치지 않고 보았다. 고야는 자신이 흘러간 낡은 시대와 다가올 새 시대를 고루 체험할, 역사의 격동기 한복판에서 살아 있는 증인이 되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P.10)  &nbsp;  장수와 다작의 화가 고야의 그림 중에서 풍경화와 정물화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은 특이하다. 초상화든, 마호와 마하 그림이든, 벽걸이 양탄자 밑그림은 물론, 동판화의 단색 속에서도 고야는 집요하게 사람을 그리려고 하였다. 하다못해 노년의 투우 그림조차도 소와 더불어 사람을 놓치지 않는다.  &nbsp;  역자는 고야를 에스파냐의 역사를 그림으로 나타낸 화가라고 칭한다. 고야가 의식적으로 역사를 담으려고 애쓰지는 않았다고 본다. 고야는 그저 자신이 목격한 당대의 현실, 즉 미신과 종교와 전쟁이 가져온 불의와 비이성과 야만성을 그림으로 충실히 기록하려고 하였다. 그는 분명히 알았다. 이것이 올바른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인류는 분명히 보다 진보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그러한 고야다움의 단초를 저자는 &lt;겨울&gt; 그림에서 읽어내려고 하였다.  &nbsp;  이 책 역시 미술서적답게 고급지를 사용하고 컬러인쇄를 통해 고야의 그림은 물론, 관련된 선대와 후대 화가의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 다만 저자의 의도가 명확하기에 이 책이 고야의 전모를 충실하게 담았다고 하기는 어렵다. 고야에 관한 기초지식을 가진 상황에서,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고야 화풍의 일면을 제시하여 관심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유익하겠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86/95/cover150/892550359x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869516</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또 하나의 일상</category><title>소프라노 원상미 독창회 (2026.7.10)</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85158</link><pubDate>Fri, 10 Jul 2026 23:4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385158</guid><description><![CDATA[<br>공연명 : 소프라노 원상미 독창회 'Summer Love'일시 : 2026년 7월 10일(금) 19:30장소 : 영산아트홀연주 : 원상미 (소프라노), 이미나 (피아노)프로그램&nbsp; - 그리그, 6개의 가곡 Op.48&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1곡 '인사'&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3곡 '세상의 이치'&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4곡 '비밀을 지킨 나이팅게일'&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5곡 '장미의 시절에'&nbsp; - 라벨, 5개의 그리스 민요&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1곡 '신부의 노래'&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2곡 '저기, 교회를 향해'&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3곡 '어떤 멋쟁이가 나와 같을까'&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4곡 '유향나무를 따는 여인들의 노래'&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5곡 '모두 즐겁게!'&nbsp; - 바일, 미트볼의 노래&nbsp; - 바일, 야간 근무하는 친구에게&nbsp; - 바일, 유칼리&nbsp; - 바일,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nbsp; - 거슈윈, 날 지켜줄 사람&nbsp; - 거슈윈, 내가 사랑하는 그대에게&nbsp; - 거슈윈, 슈트라우스의 음악<br>* 세줄평성악 연주회는 거의 가지 않는다. 이유는 언어를 알지 못해서다. 이번에 큰맘 먹고 독창회를 찾는다. 연주곡 모두 한번도 들어본 적 없이 낯설다. 그리그의 가곡이 끌린다. 특히 3곡과 4곡이. 바일의 '유칼리'와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가 자아내는 슬픔의 절절함이 느껴진다. 상대적으로 라벨과 거슈윈의 노래는 아직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두 번째 앙콜곡 '서머타임'은 약간의 연출과 어우러져 대미를 장식하기에 훌륭하였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710/pimg_639193232266195125.jpg</url><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85158</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책이 나에게 말하는 것들</category><title>시골 소녀들 (에드나 오브라이언/정소영/은행나무) - [시골 소녀들]</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83532</link><pubDate>Thu, 09 Jul 2026 23:3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38353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12933332&TPaperId=1738353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4812/9/coveroff/k31293333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12933332&TPaperId=1738353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시골 소녀들</a><br/>에드나 오브라이언 지음, 정소영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09월<br/></td></tr></table><br/>예전에 청목사에서 출간한 그린 북스 시리즈가 있었다. 청소년 대상의 명작 소설 모음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개는 익히 아는 작품들이지만 일부 책은 굉장히 생소하였다. 문득 작품 목록을 훑다 보니 &lt;아일랜드의 봄&gt;과 &lt;파란 눈의 아가씨&gt;라는 표제와 작가 E.오브라이언이 궁금해졌다. 두 책은 일찌감치 절판되었고, 각종 도서관에서조차 찾기 어려웠다. 다행하게도 근년 들어 오브라이언의 책이 몇 권 번역되어 나왔는데, &lt;시골 소녀들&gt;이 &lt;아일랜드의 봄&gt;과 같은 책임을 알게 되었다. ‘시골 소녀들’ 3부작 중 1부에 해당하며, 원제는 ‘시골 소녀들’이 맞다. 그린 북스의 경우 표제를 좀 더 그럴듯하게 의역해서 붙인 모양이다.  &nbsp;  이 소설은 발표 당시 아일랜드 내에서 금서로 지정되었고 한다. 어떤 내용이 외설적인지는 잘 모르겠다. 윤리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설정은 10대 중반인 화자 캐슬린이 노신사 젠틀먼과 교제하는 대목이다.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원조교제에 가까운데 여기서 그들은 육체관계까지 나아가지는 않는다.  &nbsp;  이 오래된 마을을 떠나는 게 아쉽지 않았다. 지쳐빠지고 늙은, 바스러지고 무너져가는 죽은 마을이었다. 가게들은 칠을 새로 해야 했고, 위층 창턱의 제라늄은 내가 어렸을 때보다 그 수가 줄어들었다. (P.209)  &nbsp;  물론 아일랜드 사람이라면 1960년 이전 아일랜드 시골의 궁핍한 삶, 가정폭력과 가부장적 권위가 지배하는 가정의 모습, 캐슬린과 바바가 다니는 수녀원 학교의 과도한 금욕주의 교육 방침 등이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것에 즐거운 마음을 지니지 못하리라. 더블린으로 탈출한 두 사람이 부유한 중년남성과 어울리는 장면 또한 썩 유쾌하지는 못하다. 이런 내용이 보수적인 가치관을 지닌 이들에게 특히 반발을 유도한 결과가 아니겠는가.  &nbsp;  캐슬린이 가족과 집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집은 형편없이 쇠락한 가운데 아빠는 술에 의존하고 주기가 차면 부인과 딸을 마구 때린다. 화자는 이미 아빠를 두려워하고 아빠로서 사랑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엄마마저 사고로 세상을 떠나니 설상가상이다. 다행히 공부를 잘하여 수녀원 기숙학교에 장학생으로 갈 수 있게 되었지만, 학교의 교육 방침과 운영 방식은 요즘 기준으로 보면 가혹할 정도다. 공교롭게 최근에 읽은 소설들에서 영국, 독일, 아일랜드로 국가와 종교는 다르지만 종교기관에서 운영하는 교육기관은 학생들에게 매우 비교육적으로 훈육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이 책에서도 감옥으로 표현하고 감옥처럼 묘사한다.  &nbsp;  캐슬린과 바바는 외모, 성격, 가정형편 등에서 매우 대조적이다. 비교적 유복한 바바는 캐슬린을 시종일관 무시하고 독설을 퍼붓거나 노골적으로 질투하고 나쁜 행동에 동참하도록 꼬드기는 등 어찌 보면 악역에 가까운 역할이다. 그저 수동적으로 당하는 캐슬린의 태도가 이해 안 될 때도 있지만, 결핵에 걸려 떠나는 바바를 바라보며 캐슬린이 품는 감정 상황은 독자가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  &nbsp;  내 영혼이 살아 발딱거렸다. 황홀감. 지금까지 전혀 알지 못했던 어떤 것. 살면서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 (P.102)  &nbsp;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축은 캐슬린과 젠틀먼 씨에게 있다. 병든 아내를 둔 노신사에게서 캐슬린은 우정 이상의 것을 발견하고 애정으로 나아가기를 망설이지 않는다. 젠틀먼 씨가 적극적으로 어린 숙녀를 유혹하였다는 비난은 온당치 않다. 두 사람은 그저 감정이 합치되었을 뿐이다. 캐슬린은 젠틀먼 씨에게서 아빠에게서 구할 수 없는 부성애를 기대하였을지 모른다. 부유한 노신사가 베푸는 여유롭고 은근하며 안정된 접대와 에티켓에 마음이 쏠렸을 수도 있다. 어쨌든 두 사람은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공간에서 손을 잡거나 입맞춤을 하면서 서로 간에 기쁨을 느낀다. 그들은 관계의 진전을 바라지만 서두르지 않기에 내심으로는 바라지 않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다. 두 사람의 최초이자 마지막의 용기 있는 일탈은 젠틀먼 씨의 전보와 함께 날아가 버린다.  &nbsp;  젠틀먼 씨와는 늘 그런 식이었다. 만사가 완벽해지는 순간, 그는 완벽함을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멀어졌다. (P.272)  &nbsp;  난 벌써 슬퍼졌다. 그 누구도 그를 진정으로 차지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는 너무 초연했다. (P.287)  &nbsp;  화자 캐슬린은 솔직하다. 자신과 자신의 처지를 옹호하거나 도색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자신이 바라보는 주변 환경과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그의 시각에 자신의 시골 마을은 쇠락하고 영락한 자취가 역력하다. 수도 더블린이라고 나을까? 물론 젊은 사람을 자극하는 상대적 번영과 활기를 인정하겠지만, 그것과 어울리기 위해서라도 캐슬린은 노동을 해야 한다. 화장을 하고 화려한 대도시로 돌아다니는 저녁의 삶은, 점원으로서의 낮을 토대로 해야만 가능하다.  &nbsp;  우리는 키득거리면서, 낯선 승객들에게 ‘어쩌라고’ 식의 표정을 보이면서 통로를 따라 걸어갔다. 내 생각에 우리가 대도시에 도전적으로 맞서는 들뜬 시골 소녀들의 삶을 시작한 것이 바로 그 순간이었던 것 같다. (P.209-210)  &nbsp;  어쩌면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그때까지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였던 십 대 소녀를 화자이자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그들의 감정을 여과 없이 표출하고, 그들의 시각으로 가면 아래 뒤틀린 당대 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하였다는 점이라고 하겠다.  &nbsp;  작가는 캐슬린을 응원하고 옹호하지만 따끔한 비판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토록 사랑했던 엄마의 기일을 자신은 잊었지만, 자신이 그렇게나 미워했던 아빠는 기억했음을 보여주면서. 어쩌면 캐슬린은 젠틀먼 씨를 실체가 아니라 실현될 수 없는 공상의 꿈으로서 사랑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을 던지면서 말이다.  &nbsp;  내가 참 어리석고, 가장 친한 친구였던 히키뿐 아니라 잭 홀랜드와 마사와 브레넌 아저씨 모두에게 의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삶의 실제 인물들 모두에게. 젠틀먼 씨는 그저 그림자였지만 내가 열망하는 것은 그 그림자였다. (P.295-296)]]></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4812/9/cover150/k31293333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48120940</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책이 나에게 말하는 것들</category><title>프란시스코 고야 (로제-마리 하겐, 라이너 하겐/이민희/마로니에북스) - [고야]</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79552</link><pubDate>Tue, 07 Jul 2026 22:4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37955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0531898&TPaperId=1737955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811/65/coveroff/896053189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0531898&TPaperId=1737955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고야</a><br/>로제 마리 & 라이너 하겐 지음, 이민희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0년 12월<br/></td></tr></table><br/>한가람미술관의 고야 전시회 얼리버드 티켓을 구입한 후 생각하니 정작 고야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없다는 사실이다. 화가 이름은 그래도 들어봤는데, 작품은 &lt;옷을 입은 마하&gt;와 &lt;옷을 벗은 마하&gt; 정도만 떠오를 뿐. 이 책을 뒤적거리니 그나마 &lt;사투르누스&gt;도 본 기억이 있다.   &nbsp;  예습 차원에서 고야 관련 책을 읽으려고 하니, 확실히 저명한 예술가답게 관련 도서도 제법 출간되어 있는데 이 책이 제일 무난할 것 같다. 신국판보다 조금 더 큰 판형에, 100쪽에 못 미치는 얄팍함이 오히려 독서에 부담이 없다. 고급지에 수록 그림도 선명하다. 본문의 글자 크기가 다소 작고 빽빽한 게 불편할 수도 있다. 이 책은 프란시스코 고야의 삶을 온전히 추적하는 대신, 화가로서 고야의 작품 세계를 시기별로 크게 일곱 개로 특징지어 각각의 장으로 집중하여 다룬다.   &nbsp;  세속적으로 성공한 화가로서 고야는 무명 시절의 태피스트리 밑그림과 승승장구하던 시절의 초상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그는 태피스트리 밑그림을 단지 밑그림으로만 인식하지 않고 독자적인 예술성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자체로도 의의가 있다. 태피스트리 제작자가 제작에 난색을 보일 정도로 말이다. 게다가 &lt;꼭두각시&gt; 같은 작품에서는 장식성을 넘어서 상징적 비판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후기의 고야가 결코 뜬금없이 나온 게 아님을 알게 된다. 초상화가로서 대표작에 화가 자신이 슬며시 등장함도 이색적이다.  &nbsp;  소위 ‘저항하는 지성’으로서 고야는 &lt;로스 카프리초스&gt;와 &lt;전쟁의 참화&gt; 판화 연작에서 비로소 나타난다. 중년을 넘어서면서 고야는 건강상의 위기를 겪고 청력을 상실했다고 한다. 이후 고야의 주요 걸작이 쏟아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문득 작곡가 베토벤이 떠오른다. &lt;로스 카프리초스&gt; 단색 판화에 거칠게 표현되는 환상과 악몽은 개인 차원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 만연한 인간의 악행과 무지, 종교의 부패를 적나라하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미적 아름다움을 지고의 가치로 내세우던 당대 인식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nbsp;  프랑스 대혁명과 나폴레옹의 스페인 지배, 왕정복고 이후 시행된 반동 정치에서 무수한 피해를 당하는 계층은 결국 힘없는 민중들이다. 그들 처지에서는 전쟁과 죽음을 일삼는 지배층은 모두 똑같을 따름이다. &lt;전쟁의 참화&gt; 판화 연작은 전쟁과 이것에서 비롯한 온갖 비인간적 만행에 대한 고발이다.   &nbsp;  노년의 고야는 ‘귀머거리의 집’에서 은거하며, 오로지 자신을 위한 작품활동에 매진하는데, 이것이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이른바 ‘검은 그림’이다. 자식을 잡아먹는 유명한 &lt;사투르누스&gt;는 물론 &lt;산이시드로 순례여행&gt;, &lt;곤봉 결투&gt;를 보면 구원할 수 없는 절망의 심연에 저절로 뭉크처럼 절규하게 된다.  &nbsp;  어두운 그림들은 교회에 의한 구원의 약속과 계몽주의에 의한 삶의 조건의 향상 모두에 깊은 회의주의를 입증한다. 이는 단지 회의주의가 아니라 절망이었을 것이며, 공허한 하늘에 존재하는 날아다니는 마녀와 악마에 대한 공포일 것이다. (P.76)  &nbsp;  &lt;옷을 벗은 마하&gt;와 &lt;옷을 입은 마하&gt;에서 마하(원래는 마야로 잘못 알았다)가 모델 여성의 이름이라고 생각하였는데, 완전히 틀렸다. 마하는 하류층의 여성을 일컫는 용어로서 남성형의 마호와 짝을 이룬다. 이들이 어떤 유형의 여성인지는 비제의 오페라 여주인공 카르멘을 떠올리면 충분하다. 계급에 구애받지 않는 당당함과 도발적인 태도, 뜨거운 열정을 지닌 여성. 그래서일까, 옷을 벗은 마하는 관객의 시선 앞에서 나신을 드러내면서도 부끄러움 없이 무표정하게 당당한 포즈를 취한다. 이 책에서는 마르시알리다드라고 표현한다. 참고로 당대 스페인에서는 종교적으로 누드화가 금지되어 종교재판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마하의 자유로움은 인습과 속박에 억눌린 상류층 여성에게는 일종의 로망이었고, 마하의 옷차림이 패션으로 유행하였다고 한다.  &nbsp;  마호의 상대인 마하는 자신의 도발적인 매력에서 기쁨을 찾는 격정적인 여인을 뜻했다. 뻔뻔하면서도 재치 있게 답해야 했으며, 오렌지와 밤을 팔거나 귀족 가정의 하녀로 생활하며 돈을 벌었다. 대개는 자기의 마호를 먹이고 입혀야 했으므로 일을 열심히 했다. (P.10)  &nbsp;  말년의 고야는 스페인을 떠나 프랑스로 일종의 망명 생활을 한다. 혼란스러운 스페인에서 안전을 기약할 수 없었던 그는 &lt;보르도의 황소들&gt; 석판화 연작에서 투우를 소재 삼는다. 이미 수년 전 &lt;타우로마키아&gt; 판화 연작을 남긴 것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그는 태생적으로 스페인 사람임을 그림을 통해 입증한 셈이다.   &nbsp;  고야는 화가로서는 드물게 인문학자의 관심을 끌었다. 왕실과 귀족의 기호에 영합하는 성공한 화가 이면에 자리 잡은 어둠과 비극, 고통, 절망, 환상을 담은 그의 후기작들을 둘러싼 해석은 분분할 수밖에 없다. 또한 그가 던진 미적 본질에 대한 의문과 화가의 역할에 대한 성찰은 후배 화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쳤으니, 19세기 전후를 풍미했던 당대의 화가를 넘어서 현대까지도 지속적 의의를 지닌다고 하겠다.   &nbsp;  그는 아름다움에 대한 관습적인 생각에 의문을 제기하고, 새로운 기준을 수립했다. 또한 인간의 가장 어두운 두려움과 야수적인 충동을 눈으로 보이게 했다. 당시 어떤 화가와도 달리, 고야는 인간에 대한 우리의 이미지를 넓혔다. 19세기의 낭만주의는 처음으로 이를 감지했고, 20세기의 잔혹한 전쟁은 그의 인간에 대한 시각을 공포스럽게 확인시켰다. (P.89)]]></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811/65/cover150/896053189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8116546</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책이 나에게 말하는 것들</category><title>제복의 소녀 (크리스타 빈슬로/박광자/민음사) - [제복의 소녀]</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77297</link><pubDate>Mon, 06 Jul 2026 19:3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37729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29691&TPaperId=1737729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4936/75/coveroff/893742969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29691&TPaperId=1737729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제복의 소녀</a><br/>크리스타 빈슬로 지음, 박광자 옮김 / 민음사 / 2020년 08월<br/></td></tr></table><br/>원제는 &lt;소녀 마누엘라&gt;이다. &lt;제복의 소녀&gt;라는 표제는 &lt;제복의 처녀&gt;라는 영화명에서 가져왔다. 시나리오 작가가 크리스타 빈슬로다. 이 작품은 사실 연극에서 출발하여 영화화되었고, 작가가 이를 토대로 소설화한 것이다. 순서로만 보자면 소설이 가장 마지막이다. 대중적인 인기는 영화에서 얻었는데, 1931년과 1958년 두 차례에 걸쳐 영화화되었고, 최초의 레즈비언 영화로 불린다.  &nbsp;  소설로만 보자면 이 작품을 단지 레즈비언 성향으로 치부하기는 곤란하다. 전체 6개 장 가운데 전반부 4개 장은 마누엘라의 탄생부터 아버지의 전출과 퇴직, 큰오빠와 어머니의 죽음을 겪기까지 가족사가 이어진다. 후반부 2개 장에서 마누엘라는 수녀원이 운영하는 기숙 학교에 입학하여 폰 베른부르크 선생을 만나게 된다. 크게 보자면 이 작품은 마누엘라의 비극적인 결말로 나아가는 성장 소설의 성향이 강하다. 작가가 연극 및 영화와 다른 방향으로 소설을 쓴 것은 기존 유명세를 끌었던 연극과 영화가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성에서 벗어났기에 조금 더 폭넓은 세계를 그리고자 했던 게 아닐까 싶다.  &nbsp;  작품의 레즈비언 성격을 조금 더 언급하자면, 세상에 의지할 데 없는 마누엘라는 폰 베른부르크 선생에 집착한다. 기숙 학교에 오기 전에 프리츠의 어머니 잉에 부인에게 느꼈던 감정과 흡사하다. 그것은 상실한 어머니에 대한 일종의 대안 또는 대체재로 생각할 수 있다. 마누엘라의 순수하고 강렬한 감정을 의식하는 폰 베른부르크 선생 또한 마누엘라를 특별하게 생각하지만 훌륭한 교육자답게 감정을 자제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려고 노력한다. 선생과 소녀의 가벼운 키스 장면 하나만을 확대해석하여 성애적 분석을 가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본다. 영화와 소설은 지향점이 다르다.  &nbsp;  렐라는 두 손을 꽉 잡고 결심을 털어놓으려고 뜨거운 얼굴을 그 손에 묻었다. 선생님의 손은 거부하지 않았다. 그대로 있었다. 폰 베른부르크 선생은 두 손으로 눈물에 젖은 렐라의 얼굴을 들어 올려 몸을 숙여서는 떨리는 그 입에 키스를 했다. (P.210)  &nbsp;  이 소설은 살펴볼 대목이 여럿 있다. 먼저 기숙 학교의 국가주의적 운영 원리다. 이 학교는 아가씨를 프로이센 장교 부인이 될 여성으로 교육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 교장 선생 이하 폰 케스텐 선생에 이르기까지 학교 운영진은 철저하게 국가 방침을 맹종한다. 오로지 엄격한 규율과 수동적 순종만 요구될 뿐 개성 발현은 억누르기에 급급하다. 그렇기에 음주 소동을 일으킨 마누엘라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중대한 규율 위반자로 처벌의 대상으로 간주할 뿐이다. 실은 이러한 국가주의적, 전체주의적 성향은 프로이센 국가의 지도적 속성임을 작가는 교장 선생과 폰 케스텐 선생의 대화를 통해 독자에게 알려준다.  &nbsp;  “생각을 하지 마세요, 선생님. 그냥 따르기만 하세요. 우리 프로이센을 강하게 만든 것은 복종이지, 폭식이 아닙니다.”“맞습니다, 교장 선생님, 맞는 말씀이십니다.” (P.227)  &nbsp;  큰오빠와 엄마의 죽음 이후 마누엘라의 방황을 추스를 수 있는 사람은 아빠 마인하르디스 중령뿐이지만, 그는 오히려 가정을 벗어나 개인적 향락을 추구하기에만 바쁘다. 외로운 마누엘라는 프리츠와 사귀는데 이를 못마땅하게 보는 주위의 시선 때문에 아버지는 그녀를 기숙 학교에 보낸다. 기숙 학교에 보내는 행위가 어떤지 그는 잘 알고 있고 탐탁지 않지만 그에게는 마누엘라를 적극적으로 보살피려는 의사가 없다. 마누엘라가 곤경에 처해 있는 때에 뜬금없이 보여주는 마인하르디스 중령의 눈부신 남국 해변의 사랑 유희는 강한 대비를 드러낸다.  &nbsp;  이렇게 보면 마누엘라는 사랑하는 대상을 모두 빼앗기고 소외된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큰오빠, 엄마, 프리츠와 잉에 부인. 따라서 마누엘라가 폰 베른부르크 선생에 몰입한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은 선택이기도 하다. 우리도 학창 시절을 되돌아보면, 좋아하는 교사가 가르치는 과목에 더 매진하고 수업 시간에 집중한 기억이 있지 않은가.   &nbsp;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모든 것이 의미를 갖게 되었다. 모든 행동은 폰 베른부르크 선생님, 그분을 향한 충실한 봉사였다. 모든 것, 그 어떤 것도 모두 선생님과 연결되었다. 그리고 하루가 종소리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그분의 목소리에 따라 움직였다. (P.179)  &nbsp;  마누엘라의 성적 정체성을 헤아려볼 수 있는 표현을 작가는 자주 남긴다. 분명한 건 마누엘라는 자신이 여성이라는 점에 불만을 지니고 있었다. 많은 제약을 받는 여성의 지위에 답답해하고 마음껏 자유를 발산할 수 있는 남성 지향적 감정을 표출한다. 연극에서 남성 역할을 맡았을 때 크게 기뻐하고 열연을 펼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것을 성적 관점에서 파악할 것인지 아니면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남녀평등 지향으로 볼 것인지는 시각의 차이가 존재한다.  &nbsp;  마누엘라는 구원을 청하듯 선생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저는 여자가 싫어요. 남자가 되어서 폰 베른부르크 선생님을 위해서 살고 싶어요. 교장 선생님께는 말하시면 안 돼요.” (P.189)  &nbsp;  음주 사건으로 집단 따돌림의 처벌을 받는 마누엘라가 기대할 바는 오직 폰 베른부르크 선생이다. 그녀야말로 허약한 마누엘라가 삶의 의미를 지탱할 수 있는 유일한 지푸라기였으므로. 폰 베른부르크 선생은 교육자이자 성인이므로 마누엘라처럼 선택할 수 없다. 그녀는 교장 선생의 명령과 지시에 결국 굴복하고 만다. 마누엘라의 최후의 간절한 바람을 끝내 외면하면서.   &nbsp;  “한마디만 해 주세요. 작은 소리로요. ‘너를 버리지 않을 거야.’라고. 그러면 진정할 게요. 무엇이든 다 하고, 무엇이든 참아 내고, 복종하고, 착해질게요.” (P.278)  &nbsp;  우리는 마누엘라를 희생자로, 기숙 학교를 가해자로 섣부르게 재단하기 쉽다. 서두에 재산을 탕진하고 아메리카로 떠나는 카이저마르크 중위를 시작으로 작품 속 모든 인물이 모두 피해자다. 일체의 개성과 자유를 억누르고 국가를 최우선시하는 프로이센 체제의. 이 작품의 대단원은 극적이며 상징적이다. 우리는 학교와 학생, 폰 베른부르크 선생의 앞날이 매우 궁금하다.  &nbsp;  이 작품은 일찍이 청목사의 그린북스 38권, &lt;제복의 처녀&gt;(왕수영 역)로 출간되었다. 작가명을 크리스티나 윈스뢰로 표기한 점이 이채롭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4936/75/cover150/893742969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49367538</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책이 나에게 말하는 것들</category><title>아시리아 제국의 역사 (야마다 시게오/박재영/이희철(감수)/더숲) - [아시리아 제국의 역사 - 국내 최초 출간! 페르시아와 로마보다 먼저 세계 제국의 시스템을 설계한 최초의 제국]</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74862</link><pubDate>Sun, 05 Jul 2026 13:5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37486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22137117&TPaperId=1737486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950/68/coveroff/k42213711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22137117&TPaperId=1737486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아시리아 제국의 역사 - 국내 최초 출간! 페르시아와 로마보다 먼저 세계 제국의 시스템을 설계한 최초의 제국</a><br/>야마다 시게오 지음, 박재영 옮김, 이희철 감수 / 더숲 / 2026년 04월<br/></td></tr></table><br/>세계사에서 ‘제국’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는 최초의 국가가 아시리아 제국이다. 이전 시대의 히타이트와 고바빌로니아는 아직 왕국의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메소포타미아 전역과 이집트, 페르시아 일부까지 아우른 아시리아야말로 제국으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구약성서에도 등장하는 아시리아는 북이스라엘 왕국을 멸망시킨 장본인으로 사악한 민족으로 기술되어 있다. 다른 역사 기록이 없었기에 전모가 밝혀지지 않았던 아시리아 제국은 수많은 점토판, 기념비의 발견과 해독으로 단순히 무력만 막강한 국가가 아니었음을 알게 해준다.  &nbsp;  아시리아는 이러한 메소포타미아의 전통을 계승했지만, 군사 조직과 기술, 중앙집권적 관리와 초광역 제국 운영, 기록 문화의 보존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다른 메소포타미아 제국들과 뚜렷하게 차별화되었다. (P.10, 감수의 글)  &nbsp;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하류의 수메르 문명을 이어 중류의 고바빌로니아 시기를 거쳐 중상류의 아시리아로 주도권이 점차 이동하였다. 히타이트는 아나톨리아에 근거를 두고 메소포타미아 일부를 점령하였지만 결코 주도적 지배자가 되지는 못하였다. 강력한 맞수 엘람 왕국도 결국은 페르시아 남부 지역이 본거지였다.  &nbsp;  아시리아 제국의 역사에서 뛰어난 점은 방대한 문헌 기록의 존재다. 이를 통해 그들의 역사 대부분과 사회생활마저 파악할 수 있다고 하니, 연대를 감안하면 매우 놀랍다. &lt;아시리아 왕명표&gt; 등으로 왕들의 계보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아시리아의 명칭은 도시 아수르에서 유래하였고, 이는 아슈르 신과 연관이 깊다. 아시리아인들에게 아슈르 신은 최고 신으로서 훗날 그들은 수메르의 엔릴 신, 바빌로니아의 마르두크 신과 동일시한다. 참고로 오늘날 시리아의 이름이 아시리아를 의미한다고 한다.  &nbsp;  기원전 2000년대부터 멸망한 기원전 8세기까지 1,200년간 오랜 기간 존속하였던 국가로서 그네들 역시 도시 국가에서 왕국, 제국의 시기로 발전과 확장, 쇠퇴와 수축의 단계를 거치면서 나아갔음을 이 책에서는 상세한 기록을 통해 보여준다. 중아시리아의 아슈르 우발리트 1세부터 실질적으로 왕국의 시대로 넘어갔다고 볼 수 있으며, 투쿨티 니누르타 1세 시절에는 히타이트 왕국과 바빌로니아 왕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였다고 한다. 아슈르나시르팔 2세와 샬마네세르 3세를 이어 티글라트 필레세르 3세부터는 명실상부한 제국으로 인정받는다. 최전성기는 사르곤 2세, 센나케리브, 에사르하돈, 아슈르바니팔 시대이다.  &nbsp;  후대의 쐐기문자 아카드어, 그리스어, 히브리어로 된 저작물에서도 아시리아는 ‘제국’의 원형, 또는 ‘가장 오래된 제국’으로 간주되었다. (P.174)  &nbsp;  아시리아의 역사를 조망할 때 눈에 띄는 점은 치밀한 통치 체제이다. 제국을 여러 행정주로 분할하여 관료들이 통치하도록 하였고, 피정복지 주민을 제국 내 다른 곳으로 강제 이주시켜 반란의 가능성을 줄이고, 개척하도록 하였다. 이스라엘 민족도 이때 많이 끌려갔다고 한다. 한편 훗날 페르시아의 역참제도 아시리아가 선도하였다고 한다. 그들이 단순히 군사 대국, 정복 국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아슈르바니팔의 도서관도 주목할 만하다. 아시리아 제국 최후의 번영기를 일구었던 아슈르바니팔은 수도 니네베에 거대한 문헌 수집 작업을 개시하였으니, 문화적으로 세계의 중심 국가를 지향했던 그들의 야망을 짐작할 수 있다.  &nbsp;  아슈르바니팔이 니네베에서 시행한 문서 집대성은 기존의 모든 도서관 규모를 뛰어넘는 세계 최초의 국립도서관이라고 할 수 있다. (P.338)  &nbsp;  이해할 수 없는 점은 유목국가도 아닌 아시리아가 제국의 수도를 계속 옮겼다는 사실이다. 오랜 기간 민족적 근거지인 아수르에 자리 잡았으나 제국으로 발전하면서 칼후, 두르샤루킨, 니네베로 이전하였다. 추진 이유야 나름 있겠지만, 짧은 기간의 잦은 수도 변경은 제국의 안정성을 저해할 만한 요인이다.  &nbsp;  바빌로니아 통치는 그 후의 아시리아 제국에 닥친 가장 복잡하고 심각한 정치적.종교문화적 과제가 되었다. (P.160)  &nbsp;  아시리아의 영락은 바빌로니아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이들의 전성기에 바빌로니아를 지배하였지만, 완전한 점령보다는 자치권을 부여하였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바빌론이 갖는 문화적, 종교적 중심지를 존중하였는데, 아시리아의 세력이 위축될 때면 바빌론은 반아시리아 세력의 구심점으로 작용하였다. 에사르하돈과 센나케리브의 죽음은 물론 아시리아 멸망의 직접적 원인은 결국 바빌론의 반란이었다. 이는 아슈르 신과 바빌론의 최고신을 동일시하여 문화와 종교 혼합을 도모한 점과 무관할 수 없다. 훗날 신바빌로니아를 멸망하고 메소포타미아를 장악한 페르시아 제국은 바빌론의 특권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그들의 종교와는 전혀 무관한 탓이다.  &nbsp;  아시리아 제국의 멸망을 가져온 전쟁은 바빌로니아, 메디아, 이집트와 같은 대국뿐만 아니라 우라르투, 만나이, 엘람 등 여러 세력이 가세한 대규모 충돌이었다. (P.363)  &nbsp;  최전성기 이후 아시리아의 급격한 몰락은 이 시기 사료 부족으로 명확한 설명이 어렵다고 한다. 아슈르바니팔 사후 20년 만에 제국이 멸망한 사실은 단순히 왕가와 지배층의 분열과 혼란으로 설득하기 어렵다. 내우외환이 겹쳤다고 해야 하는데, 기회를 틈탄 바빌로니아의 반란과 이에 합세한 엘람, 메디아, 이집트 등 강성한 아시리아 제국의 위세에 눌렸던 주변 국가들이 일제히 동맹을 체결하고 사방에서 아시리아를 공격하였기 때문이다. 이후 메소포타미아의 패권은 신바빌로니아에게 넘어가고 다시 아케메네스조 페르시아가 갖게 됨을 역사는 보여준다.  &nbsp;  유럽과 아시아의 중간에 자리 잡은 지정학적 특성으로 소위 중동 지역의 역사에 우리는 대체로 무지하다. 우리에게 친숙한 동양사도 아니며, 근현대를 지배한 서양사의 영역도 아니기 때문이다. 중동과 서아시아 역사를 제대로 모르기에 우리는 그들을 은연중 무지하고 후진적인 민족과 국가로 오해하는 편견에 사로잡히기 쉽다. 이 책은 현재 구할 수 있는 아시리아 제국에 관한 유일한 역사서로 우리의 역사 이해를 넓혀줄 수 있는 귀한 책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950/68/cover150/k42213711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9506889</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또 하나의 일상</category><title>이재완 피아노 독주회 (2026.7.2)</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70842</link><pubDate>Thu, 02 Jul 2026 23:4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370842</guid><description><![CDATA[<br>공연명 : 이재완 피아노 독주회일시 : 2026년 7월 2일(목) 19:30장소 : 영산아트홀연주 : 이재완 (피아노)프로그램&nbsp; - 리스트, 순례의 해 중 두번째 해, 이탈리아 S.161<br>* 세줄평먼저 쉽지 않은 프로그램에 도전한 연주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진지하고 성실한 연주 태도와 적절한 음량과 음색이 연주장과 어울려 상당한 호연을 들려주었다. 첫 세 곡은 표제적 성격이 있어 감상이 비교적 용이하나 중반부의 페트라르카 소네트는 좀 더 친해져야 함을 절감한다. 단테 소나타는 장대한 스케일 속에서 당당함과 서정미를 고루 갖추고 있어 단독으로 자주 연주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있다.&nbsp;<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702/pimg_639186321147507089.jpg</url><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70842</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또 하나의 일상</category><title> 피아니스트 손영경 &amp; 오보이스트 손연지 듀오 리사이틀 (2026.6.29)</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61504</link><pubDate>Mon, 29 Jun 2026 07:4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361504</guid><description><![CDATA[<br><br>공연명 : 피아니스트 손영경 &amp; 오보이스트 손연지 듀오 리사이틀 - 바로크의 추억일시 : 2026년 6월 28일(일) 19:30장소 : 영산아트홀연주 : 손영경 (피아노), 손연지 (오보에)프로그램&nbsp; - 바흐, 오보에 협주곡 F장조 BWV 1053R&nbsp; - C.P.E.바흐, 오보에 소나타 G단조 Wq.135&nbsp; - A.마르첼로, 오보에 협주곡 D단조 S.Z799&nbsp; - 라벨, 쿠프랭의 무덤 M.68 [전4곡]<br>* 세줄평귀한 오보에 연주회다. 피아노는 반주 역할에만 충실하고, 라벨에 이르러서야 다소간 존재감을 보여 아쉽다. 덕분에 오보에의 낭랑하면서도 풍부한 음색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호사를 누렸다. 개인적으로 아들 바흐와 마르첼로의 곡이 오보에 음색의 진면모를 느끼게 해준다는 생각이다. 아버지 바흐 곡은 재구축된 한계랄까 확 다가오지 못하며, 라벨 역시 원곡이 아닌 한계를 느끼게 한다.&nbsp;<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629/pimg_639183153012824946.jpg</url><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61504</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책이 나에게 말하는 것들</category><title>피프티 피플 (정세랑/창비) - [피프티 피플 - 2017년 제50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56710</link><pubDate>Fri, 26 Jun 2026 16:5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35671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34241&TPaperId=1735671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9666/4/coveroff/893643424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34241&TPaperId=1735671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피프티 피플 - 2017년 제50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a><br/>정세랑 지음 / 창비 / 2016년 11월<br/></td></tr></table><br/>수십억에 달하는 세상 인구 중에는 영웅호걸보다는 갑남을녀, 장삼이사, 필부필부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소설 속 등장인물 역시 제아무리 보통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작가가 생명력을 불어넣은 점에서 결코 예사로운 인물이라고 볼 수 없다. 작품의 분량에 따라 한 명에서 대하소설은 수백 명까지 인물이 나오지만, 이들이 모든 세상 사람을 대변한다고 주장하면 과언이다. 게다가 등장인물 전체가 모두 주인공은 아니지 않는가.   &nbsp;  특별한 사람의 특별한 삶만이 소설의 주인공과 소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이들의 삶과 생각과 감정이 오히려 공감을 일으킨다. 인생의 온갖 신분과 환경과 행동과 사고와 감정을 한두 명의 주인공이 독점한다면 아무리 허구지만 너무 작위적이지만, 다수의 인물이 나눠 갖는다면 자연스럽다. 수많은 범부의 평범한 이야기가 차라리 그럴듯하다.  &nbsp;  그런 조각들을 쥐었을 때 문득 주인공이 없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면 모두가 주인공이라 주인공이 50명쯤 되는 소설, 한사람 한사람은 미색밖에 띠지 않는다 해도 나란히 나란히 자리를 찾아가는 그런 이야기를요. (P.392, 작가의 말)  &nbsp;  하물며 우리네 같은 필부들의 삶도 결코 간단하지 않다. 자신의 구구절절한 삶을 글로 풀어놓으면 대하소설이나 대하드라마 못지않을 거라고 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세상 사람 모두의 삶은 자체로 타인의 삶과 전혀 동일하지 않다. 그런 면에서 정세랑 작가의 이 작품은 독특하다. 오십 명, 작가의 계산 실수로 오십일 명의 등장인물은 자기 이름의 장에서 각자가 짧지만 당당한 주인공이다. 작가는 각기 몇 쪽이라는 제한된 분량 속에서 인물의 생을 전반적으로 훑기도 하지만, 대개는 가장 임팩트 있는 때와 사건을 다룬다.  &nbsp;  별개의 작품이 아닌 이상 각 장은 어떤 식으로든 연계성을 지녀야 한다. 많은 인물이 드나들 수 있고, 각자가 저마다 사연을 지닐 수 있어야 하며, 성별이나 계층에서 편중되지 않아야 하는 곳으로 작가는 종합병원을 골랐다. 의사, 간호사, 기사, 행정직 등의 원내 구성원과 병원 이웃. 환자, 보호자, 병문안 또는 업무상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과 친지들. 개개의 인물은 남자나 여자, 아이, 어른, 노인으로 나뉠 수 있다. 어른이면 결혼 여부, 결혼했으면 자녀 여부, 나아가 손주 여부를 물을 수 있다. 학력, 건강, 취미, 국적 등 다양한 조합을 고려하면 경우의 수는 수천수만 가지로 확장된다.   &nbsp;  무심코 한두 장을 읽어 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앞에 나왔던 인명인데 또는 어쩐지 비슷한 배경과 사건을 다루는 데 하는 느낌이 든다. 이후로는 책장을 앞뒤로 넘기며 그가 누구였던가 하는 숨은그림찾기를 시작한다. 그만큼 이 작품은 사람 간의 관계를 매칭시키는 재미가 의외로 쏠쏠하다. 나아가 작중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이 결코 나와는 무관하지 않으며, 우리를 스쳐 지나가는 무수한 사람들이 제각기 하나의 소우주를 품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nbsp;  그러면 작가는 왜 이러한 시도를 하였을까 궁금하다.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 장편소설의 주인공이 되기에 충분한 사연을 갖고 있는데. 아마도 오십일 편의 장편소설을 작가가 쓰는 게 불가능하다는 현실적 인식이 있었으리라. 발자크의 인간 희극, 에밀 졸라의 루공마카르 총서조차도 모든 인간 현상을 반영하였다고 할 수 없으므로.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말은 누구도 주인공이 아니라는 말과 동의어다. 우리는 자신의 삶에서 주인공이지만, 전후좌우를 둘러보면 타인도 모두 또 다른 주인공임을 보게 된다. 내 삶의 특수성을 주장할 수 있지만, 그것의 상대적 우월성을 내세우기 어렵다. 우리는 보다 겸손한 태도와 겸허한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nbsp;  오십일 명의 인물 중에서 독자가 누구를 선호하고 더 공감하게 될 것인가는 전적으로 독자에게 달려 있다. 나로서는 장유라, 배윤나, 홍우섭, 이설아, 한규익, 임찬복, 김시철, 이동열, 방승화, 소현재가 그러하다. 놓인 처지와 사고, 감정과 경험에서 가장 유사한 인물이 누구인가에 따라 독자의 마음이 끌리는 인물은 달라질 것이다. 적어도 이들 모두가 전혀 감흥이 없거나 무관하다면 자신의 삶을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nbsp;  공감과는 별도로 각 인물은 제각기 흥미롭다. 브리타 훈겐과 스티브 코티앙의 이야기는 황당하지만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송수정과 장유라가 겪는 슬픔은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니다. 조희락과 지현, 최대환과 남세훈, 양혜련과 하계범은 내게 미지의 세계다. 이수경과 지연지는 우리네와 다른 인종이 아니지 않는가. 그들은 내가 미처 상상하지 못했거나 실행의 엄두조차 내지 못한 선택을 통한 다른 차원의 삶은 살아간다. 개중에는 딱한 처지에 동정심을 품게 되거나 응원하고 싶은 인물도 있지만, 우리도 결국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nbsp;  이 소설의 마지막 대목은 확실히 정세랑답다. 대다수의 등장인물이 한날한시, 한곳에 모이게 하는 설정이. 현실적 가능성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 이런 당당함이 작가 특유의 매력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작가의 말에서 밝힌 것처럼 인물 모두에게 가급적 춤을 추도록 하려고 했는데 실패하였다는 점과 반복하여 등장하는 도마뱀 캐릭터에 관한 언급도 일종의 이스터에그처럼 흥미 유발 장치다.  &nbsp;  여태껏 이런 유형의 소설은 처음 접한다. 수많은 조각이 모여 커다란 모자이크가 완성되는 느낌이랄까. 하나의 그림 퍼즐을 완성하기 위해 불필요한 조각은 없는 것처럼. 우리네 삶도 결국 다층 다종의 조각들이 모여서 이루어진다. 오십일 명의 인물 중에 분명히 나도 들어가 있을 것이다. 그들의 삶이, 우리네 삶으로 인식하고 다가올 때 비로소 삶의 온전한 얼개를 그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9666/4/cover150/893643424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96660475</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또 하나의 일상</category><title>191회 아트엠콘서트 - 김도현 피아노 리사이틀 (2026.6.18)</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46747</link><pubDate>Sun, 21 Jun 2026 13:0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346747</guid><description><![CDATA[<br>공연명 : 191회 아트엠콘서트 - 김도현 피아노 리사이틀 : 노래는 물결이 되어일시 : 2026년 6월 18일(목) 19:30장소 : 신영체임버홀연주 : 김도현 (피아노)진행 :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민프로그램&nbsp; - 슈베르트, 4개의 즉흥곡 D.899&nbsp; - 슈베르트-리스트, 물 위에서 노래함 S.558/2&nbsp; - 슈베르트-리스트, 마왕 S.558/4&nbsp; - 글린카-발라키레프, 종달새&nbsp; -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소나타 2번 Bb단조 Op.36 (1931 revised version)<br>* 세줄평오랜만에 듣는 슈베르트의 즉흥곡은 새삼 훌륭한 곡임을 느낀다. 편곡 작품은 원곡 리트에 없는 리스트다운 화려함과 당당함이 드러난다. 라흐마니노프 소나타는 부분적으로 좋은 대목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아직 내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곡이다. 연주자는 개인적으로 어려운 고비를 넘어서고 있다고 하는데 완전히 극복하기를 바랄 뿐이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621/pimg_7093891535160430.jpg</url><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46747</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또 하나의 일상</category><title>임영주 바이올린 독주회 (2026.6.15)</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37707</link><pubDate>Tue, 16 Jun 2026 10:3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337707</guid><description><![CDATA[<br>공연명 : 임영주 바이올린 독주회일시 : 2026년 6월 15일(월) 19:30장소 : 금호아트홀 연세연주 : 임영주 (바이올린), 이영신 (피아노)프로그램&nbsp; - 슈만,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3개의 로망스&nbsp;Op.94&nbsp; - 슈만,&nbsp;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1번 A단조 Op.105&nbsp; - 슈만,&nbsp;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2번 D단조 Op.121<br>* 세줄평슈만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작품으로만 꾸며진 무대다. 실연에서 슈만의 바이올린곡을 듣기 어려운데, 좋은 기획이다. 피아노가 바이올린과 대등하게, 때로는 독자적으로 펼치는 가운데 조화와 긴장이 묘한 매력을 준다. 슈만의 작품답게 독특한 선율 또는 화음 진행이 여전히 인상적이며 내재한 어두운 정열과 격정을 무난하게 잘 살려 연주하였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616/pimg_7093891535155232.jpg</url><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37707</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책이 나에게 말하는 것들</category><title>클래식의 권장 (허제/북트리) - [클래식의 권장]</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24466</link><pubDate>Tue, 09 Jun 2026 00:1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32446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072637555&TPaperId=1732446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06/59/coveroff/e07263755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072637555&TPaperId=1732446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클래식의 권장</a><br/>허제 / 도서출판 북트리 / 2026년 03월<br/></td></tr></table><br/>이 책도 클래식 음반 가이드북이다. &lt;두근두근 클래식&gt;에 이은 후속작이다. 모든 면에서 전작과 유사하다. 숨겨진 작곡가와 작품 소개, 기존에 알려진 음반 관련 일화 소개 및 오해 정정은 동일하고, 몇몇 악기에 관한 이야기, 유명한 곡이지만 위작으로 판명 난 작품 등 나름대로 차별성도 지닌다. 분량도 1.5배 정도 늘어나 얄팍하다는 느낌에서 벗어났다.  &nbsp;  근년 들어 클래식 음악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책들이 많이 나왔다. 대개 유명 작곡가와 대표 작품의 감상 포인트를 재밌는 일화와 함께 다룬다. 대중성을 고려하기 때문에 유명하지 않은 작곡가는 소개될 기회를 얻지 못한다. 이 책의 특장점은 비주류 작곡가도 소개하며, 익히 알려진 악곡의 경우도 작품보다는 연주자와 연주 자체에 비중을 두고 있다. 결국 음악 감상자로서는 누구의 무슨 곡이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연주자의 연주인지도 못지않게 비중이 크다. 유명한 곡은 수백 개의 연주가 존재하기에 여기서도 옥석을 고를 수 있어야 한다.  &nbsp;  총 38개 장의 내용을 낱낱이 언급할 수 없기에 개인적으로 흥미롭고 인상에 남은 대목만 소회를 남긴다.   &nbsp;  베토벤의 3중 협주곡을 리흐테르, 오이스트라흐, 로스트로포비치가 카라얀과 협연한 음반은 최고의 명반이자 최악의 음반으로도 평가가 엇갈린다. 주로 독주자 3인방과 카라얀의 주도권 다툼에 관련된 일화가 그것인데, 개인적으로 과도한 확대해석으로 생각하는 저자도 마찬가지 의견이다. 프로예술가들은 설사 사이가 좋지 않더라도 연주에서는 최고를 지향하는 법. 하물며 그들이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명확한 증빙도 없다. 협주곡은 이중적 성격을 지닌다, 조화와 경쟁. 연주자 간 사이가 아주 좋았다고 해서 반드시 훌륭한 연주가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nbsp;  카라얀은 똥폼을 잔뜩 잡은 채 찍은 사진이지만, 누군가의 눈에는 불만 어린 표정으로 비친 것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카라얀은 자신의 사진을 스스로 관리하여 좋고 멋있는 것만을 공개했다고 한다. 연예인처럼 이미지 관리 차원이라고나 할까. (P.25, 베토벤 3중 협주곡)  &nbsp;  클래식 음악계에서 여성 연주자는 많지만, 여성 작곡가는 드물다. 샤미나드와 그녀의 피아노 3중주 작품 소개는 그런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심오하고 진지함과는 거리가 먼 살롱풍의 아름다움을 담은 샤미나드와 훔멜의 작품은 무시될 만한 성격이 아니다. 모두가 바흐와 베토벤, 브람스가 될 필요도 없고 되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3중주를 언급하는 김에 차이코프스키, 라흐마니노프, 골덴바이저, 아렌스키, 쇼스타코비치로 이어지는 슬픔의 3중주 전통도 빼놓을 수 없다.  &nbsp;  저자는 잘 알려진 위작을 여럿 소개하는데, 의외의 반전이 주는 묘미와 더불어 익명의 작곡가와 숨겨진 사연을 파헤쳐 보는 쏠쏠한 재미와 더불어 씁쓸한 여운도 남는다. 한때 카치니의 &lt;아베 마리아&gt;로 유명세를 떨쳤던 곡이 사실은 카치니와 전혀 무관한 현대 작곡가 바빌로프의 작품이라고 한다. 페르골레지의 &lt;조화의 협주곡&gt;도 바세나르란 무명 작곡가의 작품인 게 20세기 말이 되어서야 밝혀졌단다. 하이든의 현악 4중주 &lt;세레나데&gt;도 사실은 호프슈테터가 원 작곡가라고 하니 놀랍다. 작곡가가 애초에 정체를 숨긴 경우도 있지만, 출판업자의 농간인 사례도 있다. 무명인 원 작곡가가 드러났다고 음악의 가치가 절하되지는 않음은 당연하리라. 한편 하이든의 유명세는 그의 두개골마저 가짜가 존재하게끔 하였다니 유명하다고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nbsp;  잉글리시 호른은 영국과도, 호른과도 다른 악기라는 이야기, 바이올린과 첼로 사이에 치인 신세인 비올라의 처지, 바이올린의 명기란 무엇인가를 다룬 장은 무심코 넘기기 쉬운 악기라는 대상에 초점을 맞춘 적절한 대목이다. 개인적으로 근년 들어 비올라가 참으로 매력 있는 악기임을 새삼 발견하였다.  &nbsp;  타이스의 &lt;명상곡&gt;으로 시작하여 마스네, 차이코프스키, 글라주노프 등 명상적인 소품 연대기는 간과하였던 악곡의 성격을 되새기게 한다. 반대되는 분위기를 자아내는 쇼스타코비치의 왈츠와 로망스는 흔히 떠올리기 쉬운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와는 전연 다르다. 그의 왈츠와 로망스가 편곡과 편집 오류로 인해 &lt;재즈 모음곡&gt;에 포함된 사연은 기가 막힌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게 생전 처음 접하는 브루흐의 두 대의 피아노 협주곡이다. 브루흐의 제자가 악보 출판 배달 사고를 일으켜 늙은 스승을 등쳐먹었다니 갑자기 브루흐가 딱해 보일 지경이다.  &nbsp;  전작에서도 저자는 간혹 문화예술계의 작태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었는데,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가치관과 이념으로 좀 더 나아간 점은 다소 유감스럽다. 클래식 음악은 고급, 재즈는 저급이라고 칭하는 인식은 클래식 우월주의 관점에 사로잡힌 견해다. 개인적으로 클래식 음악을 높이 평가하지만, 가요나 국악, 팝송과 월드뮤직 등도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고 믿는다. 윤이상에 대한 평가도 주관적 맹목에 가깝다고 본다.  &nbsp;  최근 사람들이 즐기는 햄버거나 째즈는 고급문화가 아니다. 햄버거는 정크푸드이고 째즈의 주제는 마약, 매춘, 도박이다. 고급만이 가치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 쓰임이 다르다는 것이고 저급한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P.129, 쇼스타코비치 왈츠와 로망스)  &nbsp;  일본에서 &lt;광주여 영원하라&gt; 음반을 한 평론가가 &lt;명반대전&gt;에 소개하였는데 마지막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한국 정부를 타도하는 음악을 북한의 지휘자와 악단이 연주하는 것이 두렵다.” (P.100,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nbsp;  전작에서 제법 심각했던 교정 오류는 이 책에서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곳곳에 실수가 나타난다. 예를 든다면, 브람스 &lt;주제와 변주&gt;를 다룬 장(P.283)의 부제는 ‘유롭고 행복했던 독신’이다. ‘자유롭고 행복했던 독신’의 잘못임을 누구나 알 수 있다. 하물며 본문도 아닌 표제 윗줄의 부제에서 이러하니 교정의 허술함을 지적하지 아니할 수 없다.  &nbsp;  이런 모든 약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클래식 음악과 음반의 길잡이로 충분한 가치가 있음을 말할 나위 없다. 특정 분야에 편중된 척박한 클래식 음악 출판 부문에서 힘겹게 고투하는 저자를 응원한다. 참고로 알라딘 서점에는 실물 도서가 없고 전자책만 판매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06/59/cover150/e07263755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8065996</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책이 나에게 말하는 것들</category><title>두근두근 클래식 (허제/좋은땅) - [두근두근 클래식]</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23852</link><pubDate>Mon, 08 Jun 2026 19:0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32385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52039452&TPaperId=1732385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579/77/coveroff/k95203945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52039452&TPaperId=1732385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두근두근 클래식</a><br/>허제 지음 / 좋은땅 / 2025년 06월<br/></td></tr></table><br/>클래식 음반 가이드북이다. 저자는 클래식 칼럼니스트인데, 개인적으로 클래식 추천 음반을 살펴볼 때 많이 참조한다. 저자가 낸 책도 여러 권 갖고 있다. &lt;명반 산책 1001&gt;, &lt;불후의 클래식&gt;, &lt;두근두근 클래식&gt;, &lt;클래식의 권장&gt;이다. &lt;명반의 산책&gt;은 지인에게 양도하였다. &lt;명반 산책 1001&gt;은 명곡에 대한 소개 없이 순수한 음반 안내서다. &lt;불후의 클래식&gt;은 소위 명곡 명연을 작품당 여러 면에 걸쳐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nbsp;  이 책은 대중적인 명곡도 다루지만 비인기 명곡 소개를 많이 한다. 곡 자체에 초점을 맞춰 소개하거나 특정 음반을 알리는 데 주력하기도 한다. 때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를 발굴하는 경우도 있다. 순수 클래식 음악뿐만 아니라 영화음악과 국악에도 한 항목씩 배정하였다. 최종적으로 음반 소개에 이어지지만 음반을 매개로 한 음악 에세이 겸 가이드북이라고 해야 마땅할 것이다. 클래식 초보자에게 바로 권하기는 어렵지만, 다소간의 지식과 경험이 있는 애호가라면 무척이나 흥미진진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다. 두껍지 않은 분량에 심리적 접근 장벽도 상대적으로 낮다.   &nbsp;  개인적으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보에 협주곡을 알게 되어 기쁘다. 이름만 들어봤던 라이네케의 &lt;발라드&gt;, 나아가 플루트 협주곡과 운디네 소나타를 접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가 작곡한 곡이 그렇게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바버의 &lt;칸쪼네타&gt;와 드뷔시의 피아노 3중주 등도 생소하지만 흥미를 당기기는 마찬가지다. 오펜바흐의 &lt;자클린의 눈물&gt;에 얽힌 비화, 비하의 &lt;아리오소&gt;, 플루트 소품집 &lt;미니어처&gt;와 더불어 경시되던 케텔비의 음반을 소개한 건 무척이나 반갑다.  &nbsp;  당시 평론가들은 ‘불후의 작품’이라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품위가 없고 저속하지만 즐거운 곡이라며 비난하였다. 또 ‘순수하고 싸구려인 사이비 동양주의’란 빈정거림도 있었다.당시 대중음악의 태동기인 시절 그의 작품은 전통적인 클래식이 아닌 가벼운 것이었고 이게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P.148, 케텔비 &lt;페르시아의 시장에서&gt;)  &nbsp;  쿠벨릭이 지휘한 체코필이 연주한 스메타나 &lt;나의 조국&gt;에 관한 저자의 부끄러운 일화, 대형 경기장에서 오페라 공연을 하는 상업주의 비판, 예술의 전당 음향에 관한 저자의 불만, 샤콘느 음악과 추모곡을 연동하여 비슷한 사례를 계속 소개한다든지, 클래식 연주자가 실력보다는 외모와 노출로 주목을 끄는 사례, 아버지의 명성에 가린 바흐의 아들들 중에서 칼 필립 에마누엘 바흐를 부각하는 글 등은 재미와 유익을 두루 갖추고 있다.  &nbsp;  결국 나는 그것을 수정하고자 무려 8년을 기다려야 했고, 드디어 2009년 나온 &lt;불후의 클래식&gt;에 ‘눈시울을 붉히고’로 수정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후배 말만 믿고 확인도 하지 않고 쓴 내가 경솔했다. (P.22, 스메타나 &lt;나의 조국&gt;)  &nbsp;  멀쩡한 오페라 극장을 놔두고 도떼기시장 같은 대형 경기장으로 나가 오페라 공연을 하고 또 여기에 비싼 돈 내고 사람들이 몰려가는 이유가 몹시 궁금할 따름이다. (P.46, 푸치니 &lt;투란도트&gt;)  &nbsp;  이 책에서 주요 작품 또는 연주로 다루는 음반을 다 감상한 후 독서 단상을 쓰면 좋겠지만, 그러면 꽤 많은 시일이 걸리거나 가능하지 않을 것이기에 - &lt;불후의 클래식&gt; 진도가 나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순전히 글의 내용만을 가지고 일단 몇 자 끄적거린다.   &nbsp;  다만 여러 장점과 미덕에도 불구하고 책 자체로서 완성도는 많이 부족하다. 정보의 오류는 드물게 나타나지만, 빈번하게 마주치는 맞춤법의 오류는 분명한 교정의 오류다. 좀만 더 꼼꼼하게 살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하나씩 예시만 든다.  &nbsp;  칼 뵘 연주 이외에도 명연주로는 모노이지만 에리히 클라이버 연주 그리고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 연주를 추천한다. (P.51, 모차르트 &lt;피가로의 결혼&gt;)→ 에리히 클라이버 연주는 모노가 아니라 스테레오 녹음  &nbsp;  드보르작이 이 곡을 통해 끝없는 우수와 동경을 마음속의 향수와 같이 토로하고 있다면, 셸 역시 느꼈던 인생의 감회를 마지막 녹음을 통해 백조의 노래로 울부짖고 있다.오늘도 그의 1970년 도쿄 실황 연주는 들으며 예술적 향취에 젖어본다. “인생을 짧은 예술은 길다” (P.175, 드보르작 교향곡 8번)→ 오늘도 그의 1970년 도쿄 실황 연주를 들으며 예술적 향취에 젖어본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579/77/cover150/k95203945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5797712</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책이 나에게 말하는 것들</category><title>매혹하는 미술관 (송정희/아트북스) - [매혹하는 미술관 - 내 삶을 어루만져준 12인의 예술가]</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22557</link><pubDate>Sun, 07 Jun 2026 23:4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32255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1964380&TPaperId=1732255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2281/22/coveroff/896196438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1964380&TPaperId=1732255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매혹하는 미술관 - 내 삶을 어루만져준 12인의 예술가</a><br/>송정희 지음 / 아트북스 / 2023년 08월<br/></td></tr></table><br/>부제 ‘내 삶을 어루만져준 12인의 예술가’와 같이 갤러리스트인 저자가 애호하는 12인의 여성 미술가를 소개하는 책이다. 여기서 소개하는 12인의 미술가는 조지아 오키프, 마리 로랑생, 천경자, 수잔 발라동, 키키 드 몽파르나스, 카미유 클로델, 판위량, 마리기유민 브누아, 프리다 칼로,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케테 콜비츠, 루이스 부르주아. 원래 마리 로랑생을 다룬 책을 찾다가 이 책을 알게 되었고, 읽어보니 글의 내용이 알차고 깊이 있어 전체를 다 읽게 되었다. 천경자, 카미유 클로델과 프리다 칼로 정도가 그나마 들어본 이름이고 후자 두 명의 간단한 정보만 기존에 접했을 뿐 나머지 미술가는 생면부지다.  &nbsp;  이 책이 동종의 다른 미술 입문서와 구별되는 특색은 저자의 약력이다. 보통 미술 관련 서적은 화가 또는 큐레이터 등 미술 전공자가 집필하게 마련이다. 예술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 감상, 기법 등 전문적 영역은 문외한으로서는 접근에 한계가 있어서다. 저자 송정희는 문학 전공자로서 미술 전시 및 기획에 관심을 가져 갤러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이 책의 글에서 짙은 문학적, 인문학적 이해와 해석이 두드러진 건 이러한 배경 때문이고 그것이 이 책을 더 돋보이게 하고 있다.  &nbsp;  저자는 12인의 예술가를 네 가지 키워드로 구분하여 배치한다. ‘아름다움, 그 너머’, ‘뮤즈에서 예술가로’, ‘몸을 통해, 몸을 위해’, ‘회복과 치유의 약속’이 그것이다. 예술가로 아름다움을 천착하는 건 당연하겠지만, 아름다움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이들로 특히 조지아 오키프, 마리 로랑생, 천경자를 다룬다. 추상표현주의의 개척자 오키프는 꽃, 짐승 뼈 등 그동안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던 사물을 확대함으로써 그로테스크한 신비로움을 일깨운다. 그녀의 말처럼 본 것을 그렸을 뿐이지만, 그것을 제대로 보고자 한 사람은 이전에 아무도 없었다. 마리 로랑생에 대해서는 건너뛴다. 천경자의 예술과 굴곡진 삶을 처음 알게 되었다. 한국적인 것과 이국적인 것의 조화를 꿈꾼 그녀의 미술에 대한 평가는 논외로 하더라도 위작 논란으로 한국을 떠나게 된 그녀의 말년이 안타깝다.   &nbsp;  오키프는 사막에 나뒹구는 하찮은 것들, 평범한 것들, 작은 것들, 버려진 것들을 크게 그렸다. 사람들은 그것을 추상이라고 했고, 그녀는 “그저 본 것을 그렸을 뿐”이라고 했다. (P.35)  &nbsp;  수잔 발라동, 키키 드 몽파르나스, 카미유 클로델을 다룬 장은 남성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모델 역할을 넘어서 스스로 예술가의 고지로 올라선 인물을 다룬다. 이 점에는 앞에 나온 조지아 오키프도 마찬가지다. 수잔 발라동은 르누아르, 모딜리아니, 드가, 툴루즈 로트레크 등 화가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모델이다. 키키는 사진작가 만 레이, 화가 후지타의 모델이자, 댄서와 가수로 ‘몽파르나스의 여왕’으로 불렸다. 카미유 클로델은 로댕의 제자이자 연인인 동시에 자신 또한 뛰어난 조각가였다. 피사체로 그치지 않고 자신 또한 예술가로 우뚝 서기를 고대하였지만, 정신병원에서 불행한 삶을 마감한 클로델은 그나마 현대에 재평가되고 있다. 발라동과 키키, 특히 여체를 이상화하지 않고 실제적인 모습으로 그려낸 발라동은 아쉽다.   &nbsp;  인상주의 화가들과는 달리 그녀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부풀리거나 포장하지 않았다. 그녀의 자화상은 강인하고 굴곡진 그녀의 내면을 현실적인 표정으로 살려냈다. (P.112)  &nbsp;  수잔 발라동이 여성 초상화와 누드화를 많이 그렸지만, ‘몸을 통해, 몸을 위해’ 장에서 소개하는 화가는 판위량, 브누아, 프리다 칼로다. 판위량은 삶 자체가 예술과 맞물려 있다. 창기 출신의 여성, 중국인이지만 중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유럽에서 방랑하며 정착하지 못한 미술가. 영원한 사랑과 존경의 대상인 판찬화와 재회하지 못한 채 끝끝내 떨어져 죽음에 이르는 불행한 삶. 벌거벗은 자신의 몸을 통해 인간과 여성을 끊임없이 사유한 예술세계.   &nbsp;  판위량은 자국에서 쫓겨난 디아스포라 예술가였고, 그렇다고 유럽인이나 미국 모더니즘의 틀 안에 자신을 맞출 수도 없었던 경계인이었다. 그녀는 중국에서도 유럽에서도 영원한 타자였다. (P.187)  &nbsp;  프리다 칼로와 남편 디에고, 둘의 만남은 천행인가 불행인가 쉽사리 판단하기 어렵다. 프리다를 괴롭힌 디에고의 행동만을 따져보면 만나서는 안 될 인연이겠지만, 그것이 결국 프리다의 예술로 빚어졌음을 고려한다며. 예술과 인생은 온전히 양립하기 어렵다. 마리기유민 브누아는 신고전주의 화가로서 역사화, 초상화, 자화상 등 여러 작품이 있지만 이 책은 &lt;마들렌의 초상&gt;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19세기 초에 그린 흑인 여성의 상반 나신을 통해 단순히 예술적 아름다움을 넘어서 내밀하게 잠재한 욕망, 편견과 환상을 벗겨내는 저자의 문장은 인문학적 해석의 장점을 그대로 드러낸다.  &nbsp;  당시 남성 예술가들과 문학가들에게 깊이 스며들어 있던 성적 욕망은 오리엔탈리즘과 아프리카에 대한 환상으로 나타났다. 이런 욕망과 환상이 초상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세 개의 시선 사이에 촘촘히 개입하고 있다. (P.202)  &nbsp;  마지막으로 ‘회복과 치유의 약속’이라는 주제의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케테 콜비츠, 루이스 부르주아는 앞선 미술가들에 비하면 20세기로 넘어서는 현대 예술가다. 각각 행위예술, 판화, 설치작품이라는 비주류 장르에 천착하여 일가를 이루고 미술계의 주요 일원이 되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lt;예술가가 여기 있다&gt;, &lt;리듬 0&gt;, &lt;연인들, 만리장성 걷기&gt; 등의 퍼포먼스는 인상 깊고 때로는 감명 깊지만, 여전히 행위예술 자체는 인물, 시간, 공간의 기억에 의존하기에 당대성을 넘어서기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 &lt;예술가가 여기 있다&gt;를 제외하면 오히려 고행에 가까운데, 고통을 넘어선 너머를 지향하는지도 모르겠다.   &nbsp;  그런 면에서 콜비츠는 빈곤, 전쟁, 고통을 직시하고 고발함으로써 예술을 향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상류층과 부르주아를 위한 예쁜 객체만을 과연 예술이라고 칭할 수 있을까. 우리네 삶은 행복보다는 고통과 불행이 압도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말이다. 그녀의 &lt;판화&gt; 연작, &lt;피에타&gt; 등은 예술의 다른 소명과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그것이 민중미술에 영향을 미쳤음은 당연하리라. 루이스 부르주아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거대한 설치작품 &lt;마망&gt;은 책에 실린 조그만 사진이 아니라 실물을 봐야 비로소 체감할 수 있을 것이며, 바느질 작업의 산물도 마찬가지로 사진과 글로는 공감에 한계가 있다. 다만 저자가 던진 질문은 하나의 숙제임에 공감한다.  &nbsp;  예술과 비예술의 아슬아슬한 경계, 모호한 섹슈얼리티, 다중 정체성을 내포한 그녀의 말년 바느질 작업은 여전히 우리가 지금도 물어야 할 질문이자 과제로 남아 있다. (P.303-304)  &nbsp;  저자가 여성 미술가만 소개한 것은 동성 예술가의 삶과 예술세계가 저자에게 더 와닿아서라고 밝힌다. 따라서 직접적 의도는 아니더라도 여성주의적 시각이 내용과 글에 일부 반영되어 있음을 인식하고 책을 읽어 나갈 필요가 있다. 판위량을 창기의 신분에서 구제하고 결혼한 후 예술가로서 대성하도록 물심양면의 지원을 한 판찬화를 제외한 대다수 남성 인물은 그리 긍정적으로 기술하지 않고 있음도. 오키프와 스티글리츠, 로랑생과 아폴리네르, 클로델과 로댕, 프리다와 디에고, 마리나와 울라이 등을 보면 여성 예술가에게 남성과 사랑은 불타오르는 예술의 동력인 동시에 자신을 갉아먹는 촛불과도 같다.   &nbsp;  알지 못하였던 좋은 미술가를 여럿 알게 된 것이 이 책에서 얻은 큰 소득이다. 꼼꼼하고 차분하게 써 내려간 저자의 문장은 인문학적 글쓰기의 미덕과 결부하여 예술가와 예술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반복해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은 결국 미술가와 작품에 대한 일반적 소개를 넘어 해당 인물의 삶과 예술의 진지한 관찰과 해석이 주는 문장의 맛을 깊이 음미하기 위해서다. 개별 미술가에게 할당된 적은 분량의 글에서도 핵심적 내용을 충분히 전달하고 있으며 나아가 소개된 예술가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를 불러일으켜 추가로 지적 욕구마저 생기게끔 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2281/22/cover150/896196438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22812240</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또 하나의 일상</category><title>마리 로랑생 회고전 - 무지개 위의 춤 (2026.5.29)</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17612</link><pubDate>Fri, 05 Jun 2026 00:2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317612</guid><description><![CDATA[<br>전시회명 : 마리 로랑생 회고전 - 무지개 위의 춤기간 : 2026.4.10-8.23장소 : 마이아트뮤지엄<br>관람일자 : 2026년 5월 29일(금)<br>* 관람평광고 포스터가 눈길을 끌어서 잘 알지 못하면서 덜컥 예매하였다. 작가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기대감을 지닌 채 관람장에 들어선다. 처음 가보는 곳이었는데 전시환경은 괜찮은 편이었다. 두드러진 불편 한 가지만 언급하자면 작품 옆에 바로 작품 설명이 없는 경우가 제법 많다는 점이다. 전시를 위한 최선의 선택인지는 모르겠지만 작품 설명이 한군데 몰려 있어 내가 관람하는 그림이 무언지를 곧바로 확인이 어렵다.<br>마리 로랑생 뮤지엄과 협력하여 100여 점을 전시하였다고 하는데, 확실히 대다수의 대표작을 한자리에서 일별할 수 있어 좋았다. 작가의 연대순으로 세탁선의 여인, 잊혀진 여인, 무지개 위의 춤, 장미와 여인의 네 섹션으로 구분하여 작품 이해를 돕고 있다. 도판을 통해 익히 본 그림이 많지만 실제 작품을 눈으로 보는 느낌은 전혀 다르다. 실관람에서 개별 작품의 크기를 비로소 체감할 수 있으며, 재질과 표현방식에 따른 차이도 확연히 구분할 수 있다.<br>기억에 남는 그림들을 두서없이 나열하면 &lt;가구가 딸린 렌트하우스&gt; &lt;우아한 무도회 또는 시골에서의 춤&gt; &lt;종려나무 아래의 젊은 여인&gt; &lt;춤&gt; &lt;성 안에서의 생활&gt; &lt;초상화&gt; &lt;기타를 든 두 소녀&gt; &lt;마담 앙드레 그루의 초상&gt; &lt;무희들&gt; &lt;음악&gt; &lt;세 명의 젊은 여인들&gt;이다. 대체로 큰 사이즈의 그림이 주는 강렬한 인상이 여운을 남긴다.<br>마리 로랑생의 작품 특징, 즉 여성들의 세계를 주로 대상으로 삼았고, 파스텔톤 색상을 즐겨 사용하였으며, 그림 속 여성들은 현실세계가 아닌 신화와 환상 속 여인 같은 이미지를 지니는 점이 작품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언뜻 비슷하면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자의 개성을 찾아볼 수 있다.<br>익히 알려진 회화 외에도 삽화가로서의 면모도 들여다볼 수 있다. &lt;가든파티&gt; &lt;춘희&gt; 등에 수록된 석판화 등을 소개하고 있다. 유익한 동시에 흥미로운 전시회다. 가정의 달 이벤트로 엽서 한 장을 받았다.<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605/pimg_7093891535144313.jpg</url><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17612</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책이 나에게 말하는 것들</category><title>정조의 비밀편지 (안대회/문학동네) - [정조의 비밀편지 - 국왕의 고뇌와 통치의 기술]</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16925</link><pubDate>Thu, 04 Jun 2026 18:1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31692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09929&TPaperId=1731692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610/83/coveroff/895460992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09929&TPaperId=1731692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정조의 비밀편지 - 국왕의 고뇌와 통치의 기술</a><br/>안대회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01월<br/></td></tr></table><br/>조선 후기 중흥을 일구었던 영조와 정조의 찬란한 시대가 갑작스럽게 스러진 후 조선왕조는 빠르게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때 이른 정조의 죽음으로 인한 어린 순조의 즉위는 왕권 약화와 세도정치가 발호한 빌미가 되었다. 급격한 정치적 격변을 음모론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은 정조 독살설을 주장하였고 꽤 많은 지지층을 모았다. 이를 다룬 소설과 영화도 등장하여 대중의 관심을 끌 정도였다.  &nbsp;  우리가 생각하는 정조와 노론 벽파는 팽팽한 대립 관계다. 왕이지만 전권을 휘두를 수 없고, 파당을 형성하여 왕권을 능히 견제할 수 있는 신하들. 사도세자의 죽음을 둘러싸고 동정하는 무리와 옹호하는 무리의 당쟁. 정조의 재위는 왕권의 기반을 강화하고, 노론 벽파를 견제하면서 왕조를 재건하려는 분투의 기간이었다면 과장일까.  &nbsp;  정조의 어찰과 심환지의 문집, 그리고 &lt;정조실록&gt;을 비롯한 정사, 이 세 가지 사료를 견주어볼 때, 정조는 공식과 비공식의 두 가지 경로를 이용하여 심환지와 접촉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P.58)  &nbsp;  2009년에 공개된 정조의 어찰은 그런 면에서 역사 이해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정조가 노론 벽파의 영수 심환지에게 보낸 350여 통의 비밀편지. 그것은 단순한 안부 묻는 성격을 넘어서는 서신 정치 또는 공작 정치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정조는 국정의 시시콜콜한 사항을 사전에 심환지에게 묻거나 본인의 뜻을 전하면서 따르도록 요구하거나 다른 신하들의 행위를 날카롭게 평가한다. 정치, 인사 관련 주요 현안에 대해 누가 어떤 식으로 주장을 펼치도록 조정한 흔적도 역력하다. 배우를 선발하고 연기와 대사를 배정하여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무대를 지휘하는 연출자의 모습이 바로 정조다.  &nbsp;  여기서 우리의 역사 이해는 혼란스럽다. 비밀편지가 집중된 정조 시대 후기의 공식 사료의 내용을 어디까지 신뢰해야 할 것인지. 심환지는 정조의 어명을 거스르고 비밀편지를 파기하지 않았다. 심환지 외에 얼마나 많은 당대 신하와 정조가 비밀편지를 주고받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공식 사료 독해보다는 이면의 정치 역학이 본질에 가까움을 우리는 계속 의심해야 하게 되었다.   &nbsp;  정조가 보낸 비밀편지는 자신을 독살했다고 오해할 만큼 적대적 관계로 알려진 심환지를 적극적으로 회유하고, 막후에서 비밀스런 지시와 조정을 주도하는 노련한 정치가의 수완과 동태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P.11)  &nbsp;  이 책에 따르면 비밀편지는 내용상으로도 다방면의 해석을 요하는 흥미로운 사항을 많이 포함하며, 문장 면에서도 흥미로운 대목이 눈에 띈다. 짧은 시간을 내어서 급하게 써 내려간 글이다 보니 수사성을 배제하고 직설적인 문체를 사용하고 문체반정의 당사자인 자신의 공식 입장과는 다른 소품체의 문장을 구사했다고 한다. 이두식 표기의 사용은 물론 한글 어휘를 그대로 노출하는 등 구어적 표현도 드물지 않다.   &nbsp;  이 비밀편지의 공개를 통하여 우리는 모범적 군주 정조가 아닌 노회한 정치가 정조의 이미지를 새로이 떠올리게 되었다. 신하들을 인형처럼 자유자재로 조종하고자 하였던 정조. 공식 석상에서는 노론 벽파에게 공격적으로 보였던 이면에는 이처럼 어르고 달래면서 공유하는 방식으로 정국을 풀어나갔던 것이다. 임금과 어찰을 교환한다는 것은 신하로서는 무한히 영광스러운 일이며 자신이 특별대우를 받는다는 의미일 테니 더더욱 임금에게 협조적으로 되기 마련일 것이다.  &nbsp;  그런데 심환지는 어명을 어기면서까지 어찰을 보관하였던 것일까? 어쩌다 한두 통이 아니라 거의 전부를 수신일시까지 표시하며 일목요연하게 남겨둔 까닭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단순히 어찰의 영광을 오래 보존하려는 목적이 아님은 금방 알 수 있다. 그러면 다른 정치적 의도를 지닌 것으로 봐야 하는데, 여기서 심환지가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님을 알게 된다.  &nbsp;  정조와 노론 벽파는 결코 한배를 탈 수 있는 정치적 동지는 아니다. 정조는 심환지를 통하여 벽파를 통제하려 하였고, 심환지는 정조의 비밀명령을 따르고 호응하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여차하면 이를 뒤집을 수 있는 물증을 손에 쥐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고 보면 어찰에서 정조가 심환지의 무심함과 부주의함을 수차 지적하고 있음은 심환지가 정조가 원하는 그대로 항상 따르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봐야 할 것이다.  &nbsp;  &lt;어찰첩&gt;에 보이는 정조의 성격은 다혈질적이고, 흥분을 잘하며, 조급하다. 정조는 이러한 자신의 성격을 태양증이라고 자체적으로 분석했다. 그 때문에 화병도 자주 나고 가슴의 심한 통증도 발생한다고 진단했다. (P.97)  &nbsp;  이 어찰을 통해 저자는 정조의 사망 원인이 독살보다는 자연사, 즉 병사에 가까움을 짚는다. 편지에서 정조는 자신의 건강 상태가 나쁨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병세를 스스로 진맥까지 하고 있다. 사십 대 중반이라면 당대 기준으로는 결코 적은 나이는 아니다. 임금으로서 국정을 총괄하고, 반대파 신하들과 대립하는 가운데 화성 신축과 문예부흥을 끌어내는 다사다난한 과업을 수행하면서 받는 스트레스 또한 격심하였을 것이다. 타고난 기질과 군주 지위가 갖는 막중함이 결부되어 정조의 병을 심화시킨 것이 아니었을까. 이 어찰의 존재로 독살설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저자의 주장대로 한층 설득력을 가지려면 보다 명백한 근거 제시가 필요할 것이다. 노론 벽파와 정순왕후가 굳이 독살을 감행할 명분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nbsp;  정조의 비밀편지는 조선 후기 우리가 역사를 이해하는 방식과 사고에 커다란 전환점을 마련하였다. 이제 우리는 정조 시대 공식 사료가 기록하는 역사상의 사건을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려워졌다. 정조의 진정한 의도는 공식 사료에 있을까 아니면 공개 또는 비공개된 비밀편지에 숨어 있을까. 흥미로운 동시에 더 깊은 노력과 연구를 요구하는 과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610/83/cover150/895460992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6108384</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책이 나에게 말하는 것들</category><title>죽었다기보다 잊혀졌어요 (마리 로랑생/이혜연/수오서재) - [죽었다기보다 잊혀졌어요]</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15848</link><pubDate>Thu, 04 Jun 2026 00:4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31584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32137910&TPaperId=1731584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932/91/coveroff/k83213791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32137910&TPaperId=1731584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죽었다기보다 잊혀졌어요</a><br/>마리 로랑생 지음, 이혜연 편역 / 수오서재 / 2026년 04월<br/></td></tr></table><br/>마리 로랑생 전시회에 가기에 앞서 화가의 삶과 그림 세계를 알고 싶었다. 전시회 설명이 다소 부족하다는 평도 있었기에 더욱 그러하였다. 이 책은 시중에 유통중인 마리 로랑생 관련 유일한 서적으로서, 그녀의 유일한 자전적 저서를 편역하고, 95점의 대표작 도판을 수록하였다고 한다.  &nbsp;  이 책에 실린 마리 로랑생의 글은 그의 첫 책이자 유일한 저서인 &lt;밤의 수첩&gt;을 편역해 구성했음을 밝힌다. &lt;밤의 수첩&gt;에는 마리 로랑생의 산문, 시, 단상들이 담겨 있다. (일러두기)  &nbsp;  이 책의 장점은 화가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과 상대적으로 큰 판형과 고급용지로 담은 풍부한 도판이다. 단점은 기본적 개요 외에 수록작에 대한 별도의 설명 없이 도판이 연대기적으로 나열되어 있어 본문과 그림이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다.<br>처음 9면에 걸쳐 그녀의 생애를 소개한 글을 담고 있는데,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의 연인이었고 야수파와 입체파의 득세하던 사조 속에서 자신만의 독자적 화풍을 유지 발전하였다는 점이 눈에 띈다. 운 나쁜 결혼으로 뜻하지 않게 망명 생활을 겪어야 했으며, 디자이너 니콜 그루와의 동성애적 동반자 관계를 장기간 유지하였음도 알게 되었다. 여기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아폴리네르의 유명한 시 &lt;미라보 다리&gt;의 주인공이라고 한다. 말년의 그녀는 나치 정권에 모호한 입장을 취하여 전후 부역 판정을 받았으며, 무엇보다 유언이 가슴에 다가온다.  &nbsp;  마리 로랑생은 서양미술사에서 흔히 남성의 관점에서 여성상을 그리던 관습에서 벗어나, 여성의 눈으로 바라본 그들의 모습과 여성성을 담아낸 최초의 여성 화가라고 평가되기도 한다. (P.14)  &nbsp;  그녀의 그림은 대부분 여성을 소재로 한다. 남성은 거의 배제되거나 개인적 친분이 있는 극히 예외적 존재만을 그렸다. 작품 속 여성은 남성의 시각과는 전혀 무관한 순전히 여성 화가의 시각에 비친 여성적 인상이다. 현실의 여성이라기보다 신화와 환상 속의 여인처럼 가볍고 투명하며 시공을 부유하는 듯한 가냘프고 섬세한 모습이다. 그녀의 작품에서 육감적 여성은 너무나 거리가 멀다. 아폴리네르와 열정적 사랑과는 무관하게 그녀는 이미 동성애적 성향을 내재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여성 간의 편안하고 친밀한 분위기, 비슷한 취향과 부드러운 대화는 남성과의 관계에서는 좀처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책에 실린 그녀의 글의 도처에서 이를 찾을 수 있다.  &nbsp;  연대순으로 수록된 그림을 보면 초기에는 입체파 등의 영향을 받았으나, 1912년 &lt;가구가 딸린 집&gt;에서 비로소 그녀의 개성적 화풍이 펼쳐지기 시작함을 확인할 수 있다. 작품 속 여성은 검은 윤곽선으로 신체를 표현한 가운데 긴 팔과 긴 손가락, 날아갈 듯 발끝을 세우고 있다. 얼굴형도 뾰족한 인상을 주는 가운데 눈은 세부 묘사 없이 검정색만으로 그리고 있다. 주변에는 대체로 악기가 등장하고, 개 또는 말과 같은 반려동물도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후기로 가서는 검은 신체 윤곽선이 사라지고 얼굴형도 부드러워지며, 비교적 화려한 색도 간혹 사용하는 사례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한 눈에 봐도 마리 로랑생의 작품임을 알아 챌 수 있을 정도의 특색은 여전하다.  &nbsp;  수록된 그림들 가운데 인상에 남는 작품을 두서없이 나열하면, &lt;가구가 딸린 집&gt;, &lt;우아한 무도회 또는 시골 무도회&gt;, &lt;춤&gt;, &lt;조각배&gt;, &lt;삼미신&gt;, &lt;다이애나 여신&gt;, &lt;성의 삶&gt;, &lt;곡예를 하는 소녀&gt;, &lt;세 소녀&gt;, &lt;개가 있는 풍경&gt;, &lt;무희들&gt;, &lt;세 명의 젊은 여인&gt;이다. &lt;자화상&gt;, &lt;코코 샤넬의 초상&gt;, &lt;키스&gt;처럼 대표작으로 알려진 그림은 그렇게 와닿지 않는다.  &nbsp;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기보다 / 쫓겨났어요. /쫓겨났다기보다 / 죽었어요. / 죽었다기보다 / 잊혀졌어요. (P.84, 진정제)  &nbsp;  이 책이 마리 로랑생의 화첩을 넘어서는 가치는 그녀 자신의 글을 담고 있어서다. &lt;밤의 수첩&gt;을 발췌 편역이기에 글의 온전한 모습을 알기 어렵지만, 그녀 스스로가 밝히고 있는 여성성의 의미, 아폴리네르와 관계와 일화, 어릴 적 아버지와 얽힌 육식 양 추억 등은 그녀 작품을 해석하는 단초 역할을 담당한다. 이 책의 표제도 그녀의 시에서 한 대목을 가져온 것이다.   &nbsp;  &lt;밤의 수첩&gt;이 제대로 출판되었으면 좋겠다. 그녀의 전기도 &lt;마리 로랑생, 사랑에 운명을 걸고&gt;라는 제목으로 역시 오래전에 나왔다가 단종되었다. 부록으로 연보가 실려 있는데, 흥미로운 대목이 있어 마지막으로 소개한다. 1983년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일본에서 마리로랑생미술관을 설립했다고 한다. 앞서 보았던 알폰스 무하도 그렇고, 일본의 문화적 저력을 다시금 보게끔 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932/91/cover150/k83213791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9329138</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또 하나의 일상</category><title>김진환 비올라 독주회 (2026.6.2)</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14071</link><pubDate>Tue, 02 Jun 2026 23:2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314071</guid><description><![CDATA[<br>공연명 : 김진환 비올라 독주회일시 : 2026년 6월 2일(화) 19:30장소 : 금호아트홀 연세연주 : 김진환 (비올라), 서형민 (피아노)프로그램&nbsp; - 브루흐, 콜 니드라이 Op.47&nbsp; - 힌데미트, 무반주 비올라 소나타 Op.25 No.1&nbsp; - 브리지, 생각 &amp; 알레그로 아파쇼나토&nbsp; - 요크 보웬, 비올라 소나타 1번 C단조 Op.18<br>* 세줄평비올라로 듣는 콜 니드라이는 다소 낯설다. 힌데미트의 소나타는 무반주라서 더욱 비올라의 음색을 더욱 잘 느낄 수 있는데, 마지막 악장을 생략하여 아쉽다. 후반부의 메인은 보웬의 소나타다. 처음 듣는 작곡가와 곡이다. 뭐랄까, 유머러스함과 진지함, 열정이 잘 조화된 작품으로 굉장히 인상적이었다.&nbsp;앵콜곡으로 오펜바흐의 '자클린의 눈물'이라 금상첨화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602/pimg_7093891535142312.jpeg</url><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14071</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책이 나에게 말하는 것들</category><title>오무아무아 (아비 로브/강세중/쌤앤파커스) - [오무아무아 - 하버드가 밝혀낸 외계의 첫 번째 신호]</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11623</link><pubDate>Mon, 01 Jun 2026 18:5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31162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62734310&TPaperId=1731162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7964/37/coveroff/k86273431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62734310&TPaperId=1731162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오무아무아 - 하버드가 밝혀낸 외계의 첫 번째 신호</a><br/>아비 로브 지음, 강세중 옮김, 우종학 감수 / 쌤앤파커스 / 2021년 09월<br/></td></tr></table><br/>2017년 하와이에서 망원경으로 이상한 우주 물체가 하나 탐지되었다. 소행성 또는 혜성의 하나로 추정되는데, 정확한 특성을 파악할 수 없어 하와이어로 ‘오무아무아’, 즉 ‘탐색자’라고 명명하였다. 대다수의 천문학자는 오무아무아를 특이하긴 하지만 우주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물체로 간주한다. “독특한 모양과 특징적 반사”는 기존의 우주 물체 범주로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그렇다고 보는 것이다.  &nbsp;  오무아무아는 외계 기술 장비다. 이것은 사실이 아니라 가설이다. 모든 과학적 가설과 마찬가지로 데이터와 대조, 검증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과학에서 흔히 그렇듯 우리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는 확정적이지는 않지만 상당하다. (P.294)  &nbsp;  이 책의 저자인 하버드대 천문학과의 아비 로브는 여기에 이의를 제기한다. 오무아무아는 외계의 인공 물체라는 주장이다. 기묘한 외관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오무아무아가 보이는 특이한 궤도는 자연적인 동력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견해다. 소행성이나 혜성의 에너지원인 가스나 붕괴가 아닌 다른 동력을 사용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nbsp;  오무아무아의 속성과 궤도를 설명하기 위한 무리한 가설을 억지로 전개하기보다 인공 에너지를 토대로 우주를 유영한다고 설명하면 간단하다. 그는 그것이 가능함을 빛의 돛 추론 가설로 제시한다. 아주 얇은 거울 돛을 지닌 경량 우주선이라면 현행 우주선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여행할 수 있어 성간 탐사가 가능하다고 제시한다. 우리도 기술적으로 가능한데 고등 문명을 지닌 외계 생명체라고 불가능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nbsp;  우리가 알고 있는 한 자연적으로 그러한 형상을 가진 물체는 전혀 없고, 그런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알려진 자연적인 과정도 없다. 그런데 인류는 그 요건에 맞는 것을 만들어 냈고, 심지어 우주로 쏘아 올리기까지 했다. 바로 빛의 돛이다. (P.159)  &nbsp;  오무아무아의 발견이 이미 늦고 상세한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모든 건 추측과 가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주류 과학자는 오무아무아를 자연물로 이해한다. 비록 정보 부족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특이한 속성도 결국 드물지만 극단적 예외에 속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설사 인공물로 보는 의견조차도 우주 쓰레기 정도로 약화해 이해하려고 한다.   &nbsp;  주류 과학은 우주에는 지구 행성의 인간 외에 고등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성간 여행을 하는 인공물이라는 개념은 원천적으로 논의의 대상에서 배척한다. 제아무리 기묘하더라도 오무아무아는 따라서 자연물일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이에 냉엄한 비판을 던지는데, 그것은 결국 인간의 오만과 무지를 드러낼 뿐이라는 것이다.  &nbsp;  천문학에 문외한인 우리로서는 무엇이 맞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저자의 주장은 확실히 타당성이 있다. 반면 수많은 천문학자가 단지 맹목적 편견에 사로잡혀 외계 생명체와 인공물을 부정한다고 믿고 싶지 않다.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를 탄압한 인물들은 과학계가 아니라 종교계가 아니었던가.  &nbsp;  이 책에서 저자는 외계 생명체 연구에 대한 과학계의 부정적 인식과 몰이해를 비판한다. 자신이 보기에 터무니없을 정도로 확률이 낮은 이론에는 엄청난 돈을 투입하면서도 지적 생명체가 가까운 우주에 존재할 높은 가능성은 일부러 외면하는 듯한 학계에 실망과 분개가 느껴질 정도다. 모든 건 인간의 유일성에 대한 맹목적 믿음에 기인한다고 본다.  &nbsp;  대부분의 과학계가 이 가설을 불편해하는 이유는 오무아무아를 만든 것이 우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문명이 그렇게 했을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은 가장 중대한 발견 중 하나, 즉 우주에서 우리만이 유일한 지능이 아니라는 발견이 우리 태양계를 통과했을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P.297)  &nbsp;  저자는 ‘우주 고고학’을 제창한다. 지구 행성이 아닌 다른 우주에 존재하는 생명을 찾아 나서는 일이야말로 과학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오무아무아는 이러한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입증하는 단서 역할이 되는 셈이다. 이 책이 순수 과학서로 구분되기 어려운 점이 여기서 발생한다. 어찌 보면 저자는 천문학계에서 소외당하는 비주류의 연구 분야를 부각하기 위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하겠다.   &nbsp;  게다가 저자가 주창하는 우주 고고학의 성과를 지나치게 낙관론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오무아무아가 정말로 외계 인공물이라면, 오무아무아를 날려 보낸 고도의 지성을 지닌 생명체가 존재하는 셈이다. 우리와 그들이 우주에서 조우할 때, 양자 간의 소통이 원활하고 상호 우호적인 관계가 유지될 수 있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비단 SF 영화의 흥미적 요소만을 위해 외계인의 침공 시나리오가 자주 사용되는 건 아니다. 인류는 과학의 순진한 낙관적 전망이 어떻게 비극적 결과가 이어졌는지 수차례 목격하였다. 과학계와 여기에 연구비를 지원하고 지지하는 정부와 시민들이 과연 ET를 발견하기 위한 노력에 그토록 큰 자원과 관심을 쏟을 것이란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다.  &nbsp;  다른 행성에서 생명체의 증거를 발견한다면 이는 우리를 근본적이고도 미묘한 방식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나는 그 변화 중 대부분은 더 좋아지는 것이라고 상상하게 된다. (P.259)  &nbsp;  그럼에도 저자의 빛의 돛 추론은 흥미롭다. 태양계를 벗어난 저 먼 우주를 탐험하기 위한 우주선은 빛에 가까운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면 더욱 좋다. 우리는 아직 태양계를 넘어서지 못하였는데, 빛의 돛이 여기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실제적 고안이라면 관심을 끌 수 있지 않겠는가. 빛의 돛에 달린 작은 카메라가 탐지하는 모든 것은 천문학은 물론 우주와 세계를 이해하는 우리 자신의 인식에도 분명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므로.  &nbsp;  오랜만에 읽는 천문학 서적이다. 다만 흔히 생각하는 성격과는 다소 다른 유형인데, 우주와 별, 은하 등을 다루는 게 아니라 외계 존재의 가능성을 추적한다. 어쨌든 오무아무아는 엄연한 사실이다. 단지 우연한 일개 현상으로 만족하고 묻어버릴 것인지 아니면 이 사실을 어떻게 해석하고 무엇을 끌어낼 것인지는 과학자뿐만 아니라 우리가 과학에서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한 복합적인 견해와 맞물려 있음을 깨닫게 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7964/37/cover150/k86273431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79643761</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또 하나의 일상</category><title>강진 오르간 연주회 (2026.5.29)</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05755</link><pubDate>Sat, 30 May 2026 14:1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305755</guid><description><![CDATA[<br>공연명 : 제17회 남대문교회 파이프오르간 연주회 - 오르가니스트 강진일시 : 2026년 5월 29일(금) 19:30장소 : 남대문교회 대예배실연주 : 강진 (오르간)프로그램&nbsp; - 바흐, 오르간 협주곡 G장조 BWV 592&nbsp; - 바흐, 코랄 전주곡 "주 예수 그리스도여, 우리와 함께 계시옵소서" BWV 649&nbsp; - 바흐, 코랄 전주곡 "깨어라, 우리를 부르는 소리 있도다" BWV 645&nbsp; - 비에른, 환상모음곡 Op.54 중 6곡 '웨스트민스터의 종소리'&nbsp; - 바흐, 전주곡과 푸가 BWV 552 중 5성 푸가&nbsp; - 댄 밀러,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nbsp; - J. C. H. 링크, "피난처 있으니" 선율에 의한 변주곡 Op.55 중 1-4번, 12번, 피날레&nbsp; - 비에른, 오르간 교향곡 3번 Op.28 중 5악장 피날레<br>* 세줄평오늘 프로그램은 바흐와 비에른이 주인공이다. 바흐의 오르간 협주곡보다는 확실히 코랄이 그나마 친근하다. 비에른의 첫곡은 흥미롭고 마지막 곡은 장대하다. 링크의 작품은 생소하지만 재밌게 들을 수 있을만하다. 연주자의 후평처럼 예배와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선곡이다. 지난번보다는 꽤 많은 청중이 자리하여 의외였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530/pimg_7093891535138936.jpg</url><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05755</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책이 나에게 말하는 것들</category><title>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권남희/북폴리오) - [밤의 피크닉]</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302371</link><pubDate>Thu, 28 May 2026 19:5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30237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830892&TPaperId=1730237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58/20/coveroff/8937830892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830892&TPaperId=1730237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밤의 피크닉</a><br/>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09월<br/></td></tr></table><br/>왠지 마음이 끌리는 책이 있다. &lt;꿀벌과 천둥&gt;을 읽으면서 온다 리쿠를 알게 되었고, 그녀의 소설 중 &lt;밤의 피크닉&gt;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읽어볼까 말까 계속 망설이다 이렇게까지 오래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다면 심적 해방을 위한 독서라도 괜찮겠다 싶었다.  &nbsp;  모두 줄지어 함께 걷는다. 단지 그것뿐인데,어째서 이렇게 특별한 느낌인 걸까.  &nbsp;  뒤표지의 문장이 유독 마음에 와닿는다. 걷기의 묘미, 그것도 단체 걷기가 지니는 최고의 미덕을 더없이 간결하게 잘 기술한다. 걷기를 좋아하고, 걷기를 다룬 작품 독서를 애호하는 나로서는 끌리지 않을 수 없다.  &nbsp;  고등학생들이 거교적으로 일 년에 한 번 치르는 ‘야간보행제’, 말이야 그럴듯하지만 야간 행군이나 다름없다. 한두 시간도 아니라 스물네 시간을 걷는 강행군은 그야말로 고행이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이 소설에 등장하는 학생들은 보행제를 끔찍하게 여기면서도 막상 보행제를 그리워하는 모순된 감정을 느낀다. 당시의 고통은 순간적이지만 보행제가 주는 추억과 상념은 두고두고 가슴속에 남아서다. 미국에 유학 간 안나의 목소리가 그러하고, 누나의 체험을 부러워하던 준야가 슬그머니 합류한 것도 마찬가지다.  &nbsp;  나란히 함께 걷는다. 단지 그것뿐인데, 신기하네. 단지 그것뿐인 것이 이렇게 어렵고, 이렇게 엄청난 것이었다니. (P.336)  &nbsp;  걷는 행위는 가장 원초적인 동작인 동시에 정신을 건강하게 만든다. 제아무리 침울하고 우울해도 훌쩍 한 바퀴 걷고 나면 한결 가슴이 가벼워지는 건 우연이 아니다. 걷기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이 오늘도 자기 수준에 맞춰 단거리에서 장거리까지 수많은 걸음을 분주히 놀린다. 걷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이지만, 여럿이 걸을 때 주위를 향한 경계선을 낮추고 서로의 마음을 수용하려는 태세를 나타내는 경우가 있다. 단순한 신체적 행위 속에서 타인에게 숨기거나 속이고자 하는 작위적 마음은 오래가지 못한다.   &nbsp;  그리고 밤의 미학은 어떠한가. 낮과 해가 이성이라면, 밤과 달은 감성이다. 명징한 의식은 밤의 어둠과 고요와 애매함 속에서 풀어지고 튼튼한 심리적 방어망은 느슨해지지 않던가. 여기서 서로 간에 속 깊은 대화를 통해 마음을 주고받는 환경이 조성된다.  &nbsp;  같은 반인 니시와키 도오루와 고다 다카코는 이복남매이다. 아버지의 외도로 맺어진 관계이니 서로가 편하지는 않다. 친구들에게도 철저히 집안의 수치를 숨기고 있지만 서로를 향한 의식마저 숨길 수는 없다. 영문 모르는 친구들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두 사람이 은연 중 좋아하지만 표현하지 못하는 걸로 오해할 정도다.  &nbsp;  고교 3학년생으로 마지막 보행제인데, 얼마 있으면 졸업하고 뿔뿔이 흩어질 텐데, 이대로 데면데면한 관계로 끝내야 하는가. 이 작품은 고다와 도오루의 시점을 오가면서 각자가 교대로 화자가 되어 보행제와 자신과 가족, 친구들의 상황을 기술한다. 고다는 처음에는 반 친구와 후반부에는 단짝 미와코와, 도오루는 줄곧 시노부와 함께 걷기를 이어 나간다.  &nbsp;  잡담과 때로는 침묵이 교차하면서 진로 진학, 이성 친구 교제와 같은 또래에 통상적으로 갖게 되는 고민을 주고받기도 하며, 좋아하는 상대방에게 마음을 고백하려는 대담한 시도를 하는 학생도 있다. 고다와 도오루를 맺어주려는 헛된 깜짝 계획도 있다. 불미스러운 스캔들의 주인공을 색출하기 위한 은밀한 탐색 작업도 동반되는 등 그들의 대화와 고민은 청소년과 성인의 경계선상에 놓여있는 만큼 다채로우면서도 위태롭기도 하다.  &nbsp;  “굳이 잡음을 차단하고 얼른 계단을 다 올라가고 싶은 마음은 아프리만큼 알지만 말이야. 물론 너의 그런 점, 나는 존경하기도 해. 하지만 잡음 역시 너를 만드는 거야. 잡음은 시끄럽지만 역시 들어두어야 할 때가 있는 거야.” (P.155-156)  &nbsp;  부모들은 자녀에게 흔히 이렇게 말한다. 다른 데 신경 쓰지 말고 학업에 집중하라고. 이성 친구와 몰입하고픈 취미는 나중에 대학 가서 해도 충분하다고. 학생들은 온갖 관심과 욕구를 억누르는 게 권장되고 당연시되는 풍토와 습관에 함몰된다. 그들에게 고등학생 시절은 훗날 어떤 의미와 기억으로 떠오를까. 학교, 학원, 과외, 독서실로 날마다 쳇바퀴 도는 맹목적인 나날이 아닐까. 한국이 아닌 일본의 학생들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으리라. 그래서 시노부가 보기 드물게 진지한 어조로 도오루에게 해주는 말은 어른다워 오히려 어색하게 들린다.  &nbsp;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 내지 증오라고들 하지만, 정말로 무서운 건 무관심이다. 사랑이든 증오든 관심이 있어야 가능하다. 애초에 관심이 없다면 그건 더 이상 어떠한 관계 설정도 불가능하다. 고다와 도오루의 표면적 무시와 외면이 친구들의 눈에 두드러진 건 그래서였으리라. 차라리 덤덤한 동급생 관계였다면 모를까. 그것은 두 사람의 내면에 서로를 향한 끌림이 있어서다. 유전자의 힘이라고 해도 좋을.  &nbsp;  결국 불평을 쏟아놓자, 시노부가 보기 드물게 진지해졌다.“이봐, 그건 아냐. 순서가 바뀌었어. 너희들이 연결되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이는 거야.” (P.151)  &nbsp;  고교생을 주인공으로 한 성장소설이기에 결말은 비교적 긍정으로 나아간다. 전속력으로 달리다가 다리를 다쳐 낙오한 도오루와 그를 돌보는 시노부. 때마침 지나치다가 그들을 발견하는 고다와 미와코. 서로를 향한 연대와 응원이 필요한 때 도오루와 고다는 비로소 제대로 된 대화를 처음 주고받는다. 막상 아무것도 아닌 것을, 두 사람은 서로를 미워하고 원망할 아무런 이유도 없는데. 잘못은 어른이 한 게 아닌가, 게다가 그들은 한 아버지라는 불가변한 공통점을 지닌다.   &nbsp;  앞으로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긴 세월.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 버린 지금부터, 두 사람의 새로운 관계를 기다리고 있는 시간. 이제는 도망칠 수 없다. 평생 끊을 수 없는 앞으로의 관계야말로 진짜 세계인 것이다.그것이 결코 감미로운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두 사람은 예감하고 있다. (P.349-350)  &nbsp;  소설의 초점은 응당 주인공인 고다와 도오루, 그리고 그들의 절친인 미와코와 시노부에 맞춰져 있다. 작가는 이들을 둘러싼 다양한 학우들을 등장시켜 작품의 폭과 깊이를 더한다. 안나와 동생 준야, 고다의 학급친구이자 보행제 전반을 동행하는 치아키와 리카의 소탈함, 엉뚱함이 매력인 고이치로와 도오루에게 깜짝 고백하는 우치보리 등. 이들은 단지 주변인물에 그치는 게 아니라 동년배 청소년들의 생활과 생각의 단면을 절묘하게 드러낸다.  &nbsp;  &lt;꿀벌과 천둥&gt;에서도 경험했지만 온다 리쿠의 작품은 최고 미덕은 문장과 서사가 주는 힘 자체다. 작가는 화려한 수식구와 정교하게 세공한 문장에 천착하지 않는다. 평범하지만 꼭 적합한 문장이 필요한 때와 곳에 퍼즐 조각을 맞추듯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다. 독자는 낮과 밤을 지나면서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되풀이하듯 자연스러운 흐름을 따라 작품을 읽어 나가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쪽에 이르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작가로서 이보다 더 행복한 일이 있을까.]]></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58/20/cover150/8937830892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582029</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또 하나의 일상</category><title>강한미 오르간 연주회 (2026.5.22)</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294770</link><pubDate>Sun, 24 May 2026 18:5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294770</guid><description><![CDATA[<br>공연명 : 제16회 남대문교회 파이프오르간 연주회 - 오르가니스트 강한미일시 : 2026년 5월 22일(금) 19:30장소 : 남대문교회 대예배실연주 : 강한미 (오르간)프로그램&nbsp; - 바흐, 오르간 작품(환상곡 G장조) BWV 572&nbsp; - 비도르, 안단테 소스테누토 (오르간 교향곡 9번 Op.70 "고딕" 중)&nbsp; - 로제-뒤카스, 전원곡&nbsp; - 메시앙, 천국을 소망하는 영혼의 고요한 알렐루야&nbsp; - 맥밀란, 아카데미 행진&nbsp; - 뒤뤼플레, '오소서 창조주 성령이여' 주제에 의한 전주곡, 아다지오와 코랄 변주곡 Op.4<br>* 세줄평남대문교회는 언덕 위에 있어 접근성이 불편하지만 대예배실 공간은 훌륭하며 오르간의 자태도 뛰어나다. 여지껏 들었던 오르간 연주 중 음향 밸런스가 가장 뛰어나다. 개인적으로 비도르와 로제-뒤카스의 곡이 평온과 위안 그 자체로 마음에 다가온다. 메시앙도 괜찮았다. 바흐와 뒤뤼플레의 작품은 더 이해가 필요하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성실한 연주에 마음이 끌린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524/pimg_7093891535133568.jpg</url><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294770</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또 하나의 일상</category><title>남에셀 오르간 독주회 (2026.5.19)</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287544</link><pubDate>Wed, 20 May 2026 14:3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287544</guid><description><![CDATA[<br>공연명 : 남에셀 오르간 독주회 - 파리의 교회들일시 : 2026년 5월 19일(화) 19:30장소 : 새문안교회 대예배실연주 : 남에셀 (오르간)프로그램&nbsp; - 유진 지구, 토카타&nbsp; - 쿠프랭, 베네딕투스&nbsp; - 보엘리, 환상곡과 푸가&nbsp; - 프랑크, 코랄 2번&nbsp; - 쥬앙 알랭, 리타니&nbsp; - 장 기유, 토카타 Op.9&nbsp; - 생상스, 전주곡 B단조&nbsp; - 뒤뤼플레, 알랭 이름에 의한 푸가&nbsp; - 메시앙, 기쁨의 폭발&nbsp; - 비도르, 안단테 소스테누토 (오르간 교향곡 9번 Op.70 "고딕" 중)&nbsp; - 비에른, 피날레 (오르간 교향곡 6번 Op.59 중)<br>* 세줄평엄청 큰 규모의 대예배실 전체를 울리는 거대한 오르간 음향을 체험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강력하고 위압적인 사운드의 오르간보다는 포용하고 충만하는 스타일을 선호하는 까닭에 쿠프랭, 프랑크, 생상스, 비도르의 곡이 더 가슴에 와닿았다.&nbsp;장 기유의 토카타는 오르간의 연주 기능성을 극한까지 추구하는 독특한 경험이다.&nbsp;앵콜연주가 끝나고 퇴장하는데 연주자가 다시 나와서 두번째 앵콜곡을 연주한다. 맨 뒷자리에 다시 주저앉아 음악을 듣는데 확연히 달라진 음향에 놀랐다. 기존의 직접 음향이 아니라 공간 전체를 아우르는 음향, 다음부터 오르간 공연은 뒷자리에서 감상해야겠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520/pimg_7093891535129486.jpg</url><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287544</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책이 나에게 말하는 것들</category><title>1816년 여름, 우리는 스위스로 여행을 갔고 (메리 셸리, 퍼시 셸리/유혜인/이일상) - [1816년 여름, 우리는 스위스로 여행을 갔고 - 프랑켄슈타인의 기원이 된 두 여행의 기록]</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284389</link><pubDate>Mon, 18 May 2026 19:5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28438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12039015&TPaperId=1728438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487/10/coveroff/k31203901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12039015&TPaperId=1728438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1816년 여름, 우리는 스위스로 여행을 갔고 - 프랑켄슈타인의 기원이 된 두 여행의 기록</a><br/>메리 셸리.퍼시 비시 셸리 지음, 유혜인 옮김 / 이일상 / 2025년 06월<br/></td></tr></table><br/>개인적으로 메리 셸리와 퍼시 비시 셸리의 결혼 선택을 탐탁잖게 생각한다. 두 사람의 부적절한 만남으로 퍼시 셸리의 가정생활은 파탄 났고, 그의 아내는 자살을 감행하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이 둘은 죄책감 없이 곧바로 결혼을 치렀으니 요즘으로 치면 파렴치한 인물에 가깝다. 제아무리 낭만으로 포장하고 예술가 특유의 방랑으로 옹호하더라도 잘못은 잘못이다. 특히 퍼시 셸리에게 더 큰 책임을 묻는다. 유부남으로서 어린 메리를 유혹하였고, 아내를 죽음에 이르게 한. 내가 개인적으로 퍼시 셸리 작품을 손대지 않는 것도 이에 대한 반감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  &nbsp;  이 책은 메리 셸리와 그녀가 쓴 &lt;프랑켄슈타인&gt;과 연관성에서 관심을 끈다. 10대의 메리 셸리가 이 소설을 구상하였던 그 때와 그 장소를 다루고 있어서다. 당시 메리 셸리는 무슨 상황에서 어떤 환경을 겪으며 이 작품의 틀을 만들어냈을까. 전체 3부 구성인데, 1부는 1814년, 2부는 1816년 두 사람의 유럽 여행을 소재로 한다. 1부는 메리의 여행 수기 형식이며, 2부는 메리와 퍼시가 쓴 각 2통의 여행 편지이다. 3부는 퍼시의 시 &lt;몽블랑&gt;을 담고 있다. 부록으로 &lt;프랑켄슈타인&gt; 서문 2개를 수록하고 있어 기획 의도를 명확히 한다.  &nbsp;  두 사람은 넉넉한 여비 없이 1814년 여행을 떠났기에 한여름에 이동의 불편을 겪으며 무조건적인 즐거움과 행복을 누리지는 못하였다. 그럼에도 메리 처지에서는 영국을 떠나 첫 외국 여행인 만큼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이 새롭고 강한 인상으로 다가왔음을 알 수 있다. 프랑스, 스위스, 독일, 네덜란드를 거치는 여정은 나폴레옹 전쟁이 종식된 직후였기에 아름다운 풍광과 대비되는 참혹한 전쟁의 상흔이 곳곳에 드리워져 있었다. 메리의 글에서 자연의 경이에 압도됨과 동시에 현실 사회의 날카로운 인식이 드러난다.  &nbsp;  집이 불타고 가축이 도살당하고 전 재산을 잃은 마을 사람들의 고통을 보고 있노라니 전쟁에 대한 혐오가 살아났다. 교만한 인간이 같은 인간에게 퍼뜨린 역병으로 망가지고 쇠약해진 나라를 여행해 보지 않았다면 느끼지 못할 감정이었다. (P.31)  &nbsp;  1816년 여행은 프랑스와 스위스를 오가는 여정인데, 시인 바이런과 동행하였고 여기서 &lt;프랑켄슈타인&gt;이 태동했음은 서문을 통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소설에서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의 창조자를 찾으러 무시무시한 폭풍과 날씨를 무릅쓰고 사방을 헤매고 다닌다. 비정하리만치 냉혹한 풍경 묘사는 작가의 순수한 창작이 아니라 직접 스위스에서 경험했던 반영임을 이 편지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nbsp;  어느 날 밤에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강한 폭풍이 불었어. 호수가 번쩍이자 쥐라산맥의 소나무가 다 보이는 거 있지. 모든 풍경이 순간 하얗게 빛나더니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왔고 어둠 속에서 머리 위로 무시무시한 천둥이 쳤어. (P.83, 두 번째 편지)  &nbsp;  두 영국인이 처음 바라본 알프스와 몽블랑의 장엄함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당사자 아니고서는 분명 형언하기 어려울 것이다. 요즘처럼 사진과 영상이 발달하여 미리 간접 체험이라도 했으면 낫겠지만, 상상 속 막연히 그려왔던 수준을 초월하는 광대한 규모의 거대한 산봉우리는 그야말로 압도적이라고 할밖에 없으리라. 메리는 물론 퍼시조차도 탄식을 아끼지 못하는 까닭이리라.  &nbsp;  이전엔 정말 몰랐어. 산이 이런 존재인지 미처 상상하지 못했지. 하늘 높이 서 있는 이 거대한 봉우리들이 돌연 내 눈앞에 들어왔을 때 가슴에서 광기와도 같은 황홀한 경이로움이 터져 나오더군. 이게 전부 하나의 풍경이었단 말이네. (P.115, 세 번째 편지)  &nbsp;  유럽과 프랑스, 스위스의 정치 체제가 갖는 뚜렷한 대비를 통해 메리와 퍼시는 2년 전에 비해 훨씬 성숙한 사회 비판 인식을 보여 준다. 영국인을 향한 프랑스인의 내재적 분노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자유주의를 억누르는 전제주의 체제의 폭정을 향한 혐오감을 감추지 않는다. 프랑켄슈타인이 단순히 공포 문학이 아니라 진한 울림을 남기는 것은 인간존재의 본질에 대한 의문을 우리에게 던지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nbsp;  인간 사회의 보편적 도덕과 윤리 기준에서는 결코 긍정할 수 없지만, 두 사람의 만남은 문학사에서 하나의 이정표를 만들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당대는 퍼시가 더 영향력이 있었지만, 프랑켄슈타인의 창시자 메리의 명성은 현대에 가까울수록 한층 드높다. 이 책은 소설 &lt;프랑켄슈타인&gt;에 흥미를 느낀 독자가 가벼운 마음으로 그 탄생 배경을 훑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487/10/cover150/k31203901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4871078</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또 하나의 일상</category><title>190회 아트엠콘서트 - 김영욱 &amp; 박유신 듀오 리사이틀 (2026.5.14)</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277856</link><pubDate>Fri, 15 May 2026 11:1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277856</guid><description><![CDATA[<br>공연명 : 190회 아트엠콘서트 - 김영욱 &amp; 박유신 듀오 리사이틀일시 : 2026년 5월 14일(목) 19:30장소 : 신영체임버홀연주 : 김영욱 (바이올린), 박유신 (첼로)진행 :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민프로그램&nbsp; - 글리에르,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8개의 소품 Op.39 중 No.1~4, No.7&nbsp; - 오네게르,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소나티네 H.80&nbsp; - 코다이,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듀오 Op.7<br>* 세줄평바이올린과 첼로의 이중주를 위한 작품은 드물다. 오늘 프로그램 모두 생소한 건 그런 까닭이다. 그리 인기있지 않은 연주형태이지만 연주를 들어보면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같은 현악기라는 음색의 공통분모에, 첼로의 중저음을 기반으로 바이올린이 자유롭게 비상하는 음악은 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섬세함에서 광포함에 이르기까지 두 악기로 들려줄 수 있는 거의 모든 음향을 접할 수 있다,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부부 연주가이기에 더더욱 호흡이 절묘함은 부가적이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515/pimg_7093891535124677.jpg</url><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277856</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또 하나의 일상</category><title>렘브란트에서 고야까지 - 톨레도 미술관 명작전 (2026.5.14)</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276185</link><pubDate>Thu, 14 May 2026 14:5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276185</guid><description><![CDATA[<br>전시회명 : 렘브란트에서 고야까지 - 톨레도 미술관 명작전기간 : 2026.3.21-7.4장소 : 더현대 서울 ALT.1<br>관람일자 : 2026년 5월 13일(수)<br>* 관람평얼리버드 티켓을 구입해놓고 시간을 못 내다가 겨우 관람 기회를 가졌다.&nbsp;톨레도 미술관이 소장한 52점의 회화를 전시하는데,&nbsp;시기와 주제별로 공간과 작품을 배치하여 동선을 따라가며 설명만 읽어도 충실한 감상을 할 수 있다.&nbsp;지난번 무하 전시회때 처음 가봤지만, 확실히 더현대 서울은 공간과 조명, 동선 등을 잘 세팅해놓아 감상하기에 편리한 환경이다.렘브란트, 고야, 들라크루아, 터너 등 들어본 화가 외에 알지 못하는 프랑스, 이탈리아, 플랑드르 화가들이 대부분이다. 전시회 포스터에 등장하는 &lt;까막잡기 놀이&gt;(프라고나르)는 그나마 얼마전에 읽은 책을 통해 알게 되어 반갑다. 개인적으로 나티에가 그린 &lt;로앙 공주&gt;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nbsp;첫 작품인 &lt;성가족과 세례 요한&gt;(살비아티)와,&nbsp;카날레토가 그린 베네치아의 풍경 , &lt;그리스도와 사마리아 여인&gt;(리치)도 인상적이었다.물론 렘브란트, 고야, 터너 등의 그림은 명불허전이지만 아무래도 생소한 화가의 의외의 작품이 강한 인상을 주는 것은 어쩔 수 없다.&nbsp;많지는 않지만 충실한 수집품으로&nbsp;르네상스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서양회화사를 일별할 수 있는 좋은 자리였다.<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514/pimg_7093891535123654.jpg</url><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276185</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또 하나의 일상</category><title>Winfried Bönig 오르간 독주회 (2026.5.12)</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275693</link><pubDate>Thu, 14 May 2026 10:1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275693</guid><description><![CDATA[<br>공연명 : Winfried Bönig 파이프오르간 독주회일시 : 2026년 5월 12일(화) 19:00장소 : 경동교회연주 : Winfried Bönig (빈프리트 뵈니히) (파이프오르간)프로그램&nbsp; - 카르크-엘레르트, BACH에 의한 파사칼리아와 푸가 Op.150&nbsp; - 바흐, 샤콘느&nbsp; - 바흐, 파사칼리아 BWV 582&nbsp; - 아르노 란트만,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 Op.29<br>* 세줄평쾰른 대성당의 오르가니스트라는 유명세 탓인지 경동교회 공연 중 이렇게 많은 청중은 처음이다. 카르크-엘레르트와 란트만의 곡은 완전히 생소한데, 첫곡의 연주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파워풀한 음량에 압도감을 느낀다. 경동교회 오르간에서 이런 소리가 나다니. 후자는&nbsp;헨델의 유명한 오페라 아리아를 주제로 한 변주곡이기에 다채롭게 변화해가는 오르간 음향을 경험할 수 있다.&nbsp;역시 메인은 바흐인데&nbsp;샤콘느의 친숙하면서도 새로운 음향에 좋지만, 오르간 원곡인 파사칼리아는 확실히 바흐가 대단한 작곡가임과 그 작품의 뛰어남이 돋보인다.&nbsp;<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514/pimg_7093891535123383.jpeg</url><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275693</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또 하나의 일상</category><title>강보라 바이올린 독주회 (2026.5.8)</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265916</link><pubDate>Sat, 09 May 2026 07:4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265916</guid><description><![CDATA[<br>공연명 : 강보라 바이올린 독주회일시 : 2026년 5월 8일(금) 19:30장소 :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연주 : 강보라 (바이올린), 김은찬 (피아노)프로그램&nbsp; -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28번&nbsp;E flat 장조 K.380&nbsp; - 그리그, 바이올린 소나타 3번 C단조 Op.45&nbsp; - 엘가, 바이올린 소나타 E단조 Op.82<br>* 세줄평세 곡 모두 비교적 자주 듣는 작품은 아니다. 연주자는 전체적으로 섬세한 스타일로 작품을 해석한다. 모차르트 곡에 배어있는&nbsp;은근한 슬픔을 잘 드러내며, 그리그 작품에서 격정과 열정에 가려 놓치기 쉬운 세밀한 사운드에 집중한다.&nbsp;엘가의 곡은 바이올린의 진한 사운드가 매력적으로 생각하는데, 극도의 섬세하고 미묘함에서 거친 열정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작품을 이끌어나가 흥미롭다. 몸만 덜 피곤했어도 한층 좋았을 텐데, 비몽사몽을 헤맨 게 아쉽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509/pimg_7093891535118339.jpg</url><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265916</link></image></item><item><author>성근대나무</author><category>또 하나의 일상</category><title>말러리안 시리즈 9 - 말러 교향곡 8번 (2026.4.30)</title><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252952</link><pubDate>Fri, 01 May 2026 22:5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anaudeh/17252952</guid><description><![CDATA[<br>공연명 : 말러리안 시리즈 9 - 말러 교향곡 8번일시 : 2026년 4월 30일(목) 19:30장소 : 예술의전당 콘서홀지휘 : 진솔연주 : 말러리안 오세크스트라독창&nbsp; - 이윤정 (소프라노)&nbsp; - 김수정 (소프라노)&nbsp; - 장혜지 (소프라노)&nbsp; - 김세린 (알토)&nbsp; - 정수연 (알토)&nbsp; - 박승주 (테너)&nbsp; - 이승왕 (바리톤)&nbsp; - 전태현 (베이스)합창&nbsp;&nbsp; - 국립합창단&nbsp; - 부천시립합창단&nbsp; - 위너오페라합창단&nbsp; - 김포시립소년소녀합창프로그램&nbsp; - 말러, 교향곡 8번 Eb장조, "천인"<br>* 세줄평말러의 천인 교향곡 실연은 처음이다. 곡 특성상 실연이 자주 없기에 말러리안 프로젝트의 후원회도 가입하고 이날을 손꼽아 기다렸다.&nbsp;1부는 다소 실망하였다. 우주가 진동하는 듯한 울림을 기대했건만, 생각보다 음량이 작고 관현악과 합창이 서로 섞여 혼탁함마저 자아냈다. 이것이 실연의 한계인가 아니면 연주 규모가 작아서인지 또는 내 좌석의 치우침 탓인지 알 수 없다. 그냥 체험 자체만으로 만족하자라는 심경이었다.2부는 훨씬 안정감있게 다가왔다. 아무래도 총주의 비중이 작고 독창이 활약하기 때문일 것이다. 성악의 뛰어난 활약, 합창의 적절한 반주, 악단의 충분한 협연. 중간에 아쉬움도 있지만 여유롭게 마음을 다잡은 탓인지 그렇게 거슬리지 않았다. 특히 후반부의 구원에 이르는 빌드업과 마지막 터뜨림에서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음반으로는 알 수 없는, 그래 이 맛이지.진솔과 말러리안의 쉽지 않은 도전에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내면서 수개월 후 인천시향 공연을 다시 기약한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501/pimg_7093891535111649.jpg</url><link>https://blog.aladin.co.kr/anaudeh/17252952</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