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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의 끝없는 도전 - 그들은 왜 교육개혁을 멈추지 않는가
파시 살베리 지음, 이은진 옮김 / 푸른숲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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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교사 부부 사이에서 태어나 실제로 교육계에 종사하고, 교육행정을 공부하며 각국의 교육정책을 분석한, 20년 교육 전문가가 쓴 핀란드 교육이야기다. 1970년대만 해도 다른 나라와 비슷한 교육제도를 갖고 있던 핀란드가 30년에 걸친 끊임없는 교육개혁으로 다른 OECD국가를 제치고 선두에 선 비결을 분석했다. 저자에 따르면 핀란드 내부에서도 9년제 종합학교 시스템으로의 개혁 과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한다. 그러나 2001 PISA(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자국 학생들이 읽기, 수학, 과학 영역에서 다른 OECD국가 학생들을 앞섰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자 반대는 누그러지고, 핀란드의 교육 모델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다른 선진국은 경쟁 시장 체제를 따라 교육의 효율성을 계산한 반면, 핀란드는 학생들에게 즐겁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하고, 학습 부담을 줄이고, 경쟁을 장려하지 않으며, 전국 단위의 표준화된 시험을 최소화하고, 학생 평가에 대한 책임을 지방자치단체와 개별 학교에 위임하는 방향으로의 개혁을 추구했다

단순한 생각으로 큰 차이를 만드는, 북유럽 사람들이 좋아하는 미니멀리즘은 교육 개혁에도 적용이 되었다. 저자는 핀란드 종합학교 개혁의 세 가지 원칙을 소개했는데, 얼핏 보면 당연한 말 같지만 뜯어보면 단순하면서도 의미있는 개혁임을 알 수 있었다


첫째, 생활환경과 열정이 전혀 다른 학생들을 같은 교실에서 함께 가르치려면, 완전히 새로운 교수법과 학습법이 필요했다. 기회 균등의 원칙에 따라 모든 학생은 즐겁게 배우고, 출세할 기회 또한 공평하게 제공받았다.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의 경우, 교사가 학습장애 혹은 개인적인 장애 여부를 초기에 알아보고 즉시 치료를 지원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특수교육은 학교 교육과정에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 되었고, 모든 지방자치단체와 학교는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을 위해 전문가를 채용했다


둘째, 진로 지도와 상담이 필수교육과정이 되었다. (...) 원칙적으로 학생들은 일반계 후기중등학교(한국의 고등학교)에 진학하거나 직업학교에 진학하거나 취업하는 등 세 가지 진로 중 한 가지를 택할 수 있었다. 진로 지도와 상담은 전기중등교육과 후기중등교육의 토대가 되었으며, 핀란드에서 재수와 중퇴율이 낮은 이유를 설명하는 중요 요인이기도 하다. 진로지도는 정규교육과 직업 세계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도 한다. 종합학교 학생들은 진로지도 과정의 일부로 각자 직장을 선택해 2주간 실습을 받는다.


셋째, 성격이 전혀 다른 학교에서 근무하던 교사들, 다시 말해 학구적인 중등학교와 실습 중심의 공민학교에서 일하던 교사들이 같은 학교에서 다양한 학생들과 함께 일하게 만들었다. (...) 종합학교 개혁은 단순한 구조 개혁이 아니라 핀란드 학교의 새로운 교육 철학이었다. 적절한 기회와 지원만 뒷받침되면 모든 학생이 배울 수 있고, 인간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배우는 것을 중요한 교육목표로 삼아야 하며, 학교는 수십년 전에 존 듀이가 주장한 대로 '작은 민주국가'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신념이었다. (65-66)



란드 학생들은 9년간의 기초교육과 3년의 후기중등교육을 마치고 대입시험을 치르기 전까지 표준화된 전국 단위의 평가를 받지 않는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고부담시험은 학생들의 학업 동기를 약화시키고, 교사들은 시험과목에 우선순위를 두거나 정보를 반복 학습하고 암기하는 방식으로 교수법을 바꿀 수 밖에 없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교육당국이 성과(학생들의 성적, 학교 평가)를 바탕으로 교사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건 핀란드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발상이며,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보는 과정은 양적 지표로 나타낼 수 없는 매우 복잡한 과정이라는 걸 이해한다

그렇다면 학생들의 놀라운 학습능력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핀란드는 '특수교육'을 문제를 해결했다. 특수교육의 목표를 "각자 능력에 따라 또래들과 함께 학교를 마칠 기회를 평등하게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을 돕고 지원하는데 있다"고 두고, 저학년때부터 학생 능력에 맞춘 시간제 특수교육을 제공한다. 일반 학급에서 다른 학생들과 섞여 공부하지만 각자가 취약한 부분은 소그룹으로 특수교사의 개별지도(말하기, 읽기, 쓰기부터 수학, 외국어에 이르기까지)를 받는다. 물론 전문가의 진단에 따라 특수 학급에 편성되어 종일제 특수교육을 받는 경우도 있다. 2008-2009년에는 종합학교의 약 3분의 1이 특수교육을 받았다. 해마다 시간제 특수교육을 받는 학생과 과목은 달라지나 보통 16세에 의무교육을 마친 학생 중 절반 정도가 재학중 특정 시기에 특수교육을 받는다고 한다특수교육은 전혀 특수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는 특수교육을 받는 학생에 대한 부정적인 낙인을 줄여주고 학생의 자신감과도 연결된다. 사소한 학습장애를 초기에 교정하고 모든 아이들이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핀란드가 다른 국가에 비해 유급, 중퇴율이 현저히 낮을 수 밖에 없는 이유였다

또 재미있는 점은 사립학교가 없고 학교간 성적 격차가 작다는 것이었다. 핀란드에서는 학교간 성적 격차가 7% 정도인데 비해 다른 OECD 국가들은 약 42% 정도라고 한다(그럴수밖에!). 핀란드 학교 내에서의 성적 격차는 개인의 재능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겠지만, 학교 간의 격차는 일반적으로 사회 불평등과 관련있다고 해석한다. 핀란드에서 학부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학교는 수도에 있는 학교도, 좋은 대학에 많이 보내는 학교도, 교육과정이 훌륭한 학교도 아닌,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라는 말이 납득이 되는 순간이었다

저자는 핀란드 정부가 학생 평가에는 예산을 아끼지만, 유능한 교사를 양성하고 재교육하는데는 아낌없이 투자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핀란드에서 교사가 되려면 교육학 석사과정을 마쳐야 한다. 석사 과정을 마치고 교사가 된 이후에도 박사과정에 등록해 공부하는 교사가 적지 않고, 게다가 핀란드의 박사 과정은 모두 무료이다. 교육학을 전공한 후 교사가 되지 않더라도 교육행정과 민간 부문 취업에도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재능있는 인재들이 교직 과정을 선택한다. 핀란드의 젊은이들이 교직을 평생 직업으로 선택하는 이유는 의사, 변호사, 건축가 못지 않게 자율적이고 독립적이며, 존경받는 직업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저자는 학생들의 시험 성적을 토대로 교사 능력을 평가하는 책무성 제도나 중앙 정부에서 교사의 업무를 통제할수록, 똑똑한 젊은이들은 창의성과 진취성을 발휘할 수 있는 '다른 직업'을 찾아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읽을수록 놀라웠고, 자연스럽게 한국의 제도와 비교하게 되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유사한 제도가 있다. 보충수업, 진로상담도 있고, 핀란드의 모듈제까지는 아니겠지만 자유학기제도 있는 것으로 안다. 대학 진학을 희망하면 인문계로, 취업을 위해 특성화고에 진학히도 한다. 한국의 교사들도 엄청난 경쟁을 뚫고 교사가 된 유능한 인재들이고, 석사학위를 가진 교사도 많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도 씁쓸한 이유는 무엇일까. 제도는 비슷하게 도입했지만 내재된 철학의 간극이 크기 때문인 것 같다. 교육개혁을 위해서는 보건, 고용정책 등 다른 공공정책도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높은 학업성취도보다는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 선택과 경쟁 대신 형평성과 책임 공유에 집중할 때에야 모든 아이들이 잘 배울 수 있는 교육제도를 만들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이 가슴에 박힌다



자주 간과되는 핀란드 교육제도의 성과 중 하나는 핀란드 아이들이 어린 나이에 이미 상당히 높은 수준의 읽기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교육적 요인과 사회문화적 요인이 있다. 핀란드 학교의 읽기 수업은 표준화된 커리큘럼 대신 개인의 발달 속도를 바탕으로 한다. 핀란드 부모들은 많이 읽는다. 조밀한 도서관 네트워크를 통해 책과 신문을 쉽게 접할 수 있고,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자막이 나오는 TV 프로그램과 영화를 본다. 우수한 독해력과 빠른 텍스트 이해력은 각 평가 영역의 과제들을 잘 이해할 수 있는지 점검하는 PISA 평가에 매우 유리하게 작용한다. (2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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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드 여전사가 되어 - 프랑스 여기자의 목숨 건 이슬람국가IS 잠입 르포. 글항아리 이슬람 총서 4
안나 에렐 지음, 박상은 옮김 / 글항아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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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책이다. IS 취재를 위해 무슬림 10대 소녀로 위장해 조직원과 접촉한 여기자 안나 에렐(가명)의 르포다. 용감한 건지 겁이 없는 건지 모르겠다. 취재가 종료된 지금도 그녀는 살해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내 친오빠는 미셸 오디아르가 한 유명한 대사를 즐겨 읊곤 했다. 그것은 바로 "앉아 있는 두 지식인이 항상 걷고 있는 지식이 없는 사람보다 멀리 가지 못한다"였다. (111쪽)


IS의 꾐에 빠져 국경을 넘은 10대 중 탈출에 성공한 소녀들을 취재하던 안나는 위험을 무릅쓰고 '멜로디'라는 이름으로 페이스북 계정을 만든다. 가정에도 사회에도 섞이지 못하는 10대소녀로의 이중생활이 시작된다. 다에시의 선전물을 자신의 SNS에 포스팅하고, 조직원과 채팅으로 접촉한다. (프랑스에서는 IS를 아랍어로 '다에시'라 부른다. '국가'가 아닌데 Islamic 'State'라 부를 수 없다는 이유다.)


페이스북에서 알게 된 빌렐이라는 다에시 조직원은 멜로디를 달콤한 말로 유혹한다. 국경을 넘어 이곳에 오면 공주처럼 지낼 수 있다, 사랑한다, 결혼하자, 네가 원하는 건 뭐든지 다 해주겠다는 등...


"그렇지만 나는 내 가족과 등지면서 모든 것을 버릴 수는 없어.."

"어떻게 그런 말을 하니? 내 느낌인데, 너도 당연히 자본주의자겠지?"

멜로디는 아직도 모르는 게 많았다. 자본주의가 뭐지? 그리고 그게 가족과 무슨 상관이지? 멜로디는 빌렐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잠시 후에 빌렐은 그녀에게 신이 정한 율법에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샤리아, 즉 이슬람 율법은 소수의 나라에서만 적용된다.) 그리고 그녀가 태어나고 자란 소비주의 사회에 등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빌렐은 단호했다. 멜로디는 자신이 사는 국가의 법에 순응하면 안 된다. 샤리아가 아닌 지금까지 멜로디가 살아왔던 나라의 법은 급진적인 이슬람교의 모습을 띠기 때문이다. 빌렐이 신봉하는 것은 '순수한' 이슬람교다. (43쪽)


낮에는 기자 안나로 살며 취재를 하고, 저녁이 되면 히잡을 쓰고 멜로디가 되어 빌렐과 스카이프 화상채팅을 한다. 입만 열면 사랑고백을 하고,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고, 국경을 넘어 자기가 있는 곳으로 오라고 유혹하는 빌렐이 위험한 존재임을 알면서도, 그녀는 점점 자신이 안나인지 멜로디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심지어 빌렐의 연락이 없으면 내심 걱정을 하는 모습도 보인다. 지인들의 걱정과 만류에도, 안나는 IS에 합류하는 경로를 취재한다는 명목으로 빌렐이 가르쳐 주는 대로 프랑스를 떠난다. 



책을 읽으면서, 다에시 조직원들의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거짓말과 사탕발림, 이중적인 모습이 역겨웠다. 예를 들어, 멜로디가 빌렐을 만나러 가겠다고 결정하자 빌렐은 그녀가 '숫처녀인지' 묻는다. 순수한 이슬람국가를 만들기 위함이라면서도 아내로는 아랍 여성보다는 이슬람으로 개종한 서양 소녀들을 선호한다. 남편을 즐겁게 해줄 수 있다나. 멜로디가 오기만 하면 원하는 모든 걸 사주겠노라면서 정작 국경을 넘기 전에 자신을 위한 향수와 면바지를 사다달라고 하는 모습은 우습기까지 하다. 


대체 얼마나 외로웠기에, 얼마나 심리적으로 고립되었기에, 그런 뻔한 사탕발림에 넘어가 부모의 신용카드를 훔쳐 떠나는지. 왜 소녀들은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지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게다가 안나 자신도 달콤한 말에 마음이 흔들릴 뻔 하지 않았던가. 한편으로는, 그를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몬 사회 구조가 안타깝기도 했다. 안나가 비정규 취재기자가 아니었다면, 그래서 특종을 터트리지 않으면 기자로서의 삶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과연 가족과 친구를 뒤로한 채 목숨걸고 다에시와 접촉해 결국 테러대상으로 지목되는 일이 일어났을까 하는 의문도 생긴다. 


그들이 접촉을 시도했던 것이 자신의 행위에 대해 정당함을 주장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음을 나는 지금에 와서야 알았다. 그들 역시 외로움을 덜고자 했던 것이다. 여느 청소년들과 마찬가지로, 초보 지하디스트들도 SMS로 대화를 했고, 이 나이대를 위해 문자를 무제한으로 보낼 수 있는 요금제도 생겼다.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언어와 문화가 있다. 그들 나이에는 누구나 자발적으로 전자기술을 터득한다. 빌렐은 그들의 "큰형님" 세대에 속하며, 그는 자신이 추구하던 바를 종교에서 찾았다고 한다. (98쪽)


미디어를 통해 그려지는 IS의 모습에,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나도 모르게 절대악, 사이코패스,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 여겨왔던 것 같다. 물론 눈 깜빡않고 사람을 죽이는 악인도 있지만, 단지 외로움 때문에 합류한 사람도 있고, 막상 가보니 자신이 아는 이슬람과 달라 빠져나오고 싶지만 보복이 두려워 남아 있는 사람도 있었다. 


"내 종교적 신념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없는 프랑스에서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어요. 나는 단지 내가 믿는 규율에 따라 살고 싶었을 뿐이에요."

아부 무스타파는 빌렐과 달랐다. 그 역시 가족과 주변 사람을 잃었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완전히 잃지는 않았다. 그는 이슬람 종교에 대한 여러 가지 관점, 그리고 이와 상반되는 자신의 신념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었다. 그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전체주의적인 이데올로기를 강요하는 조직인 다에시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그리고 만약 그가 프랑스로 돌아간다면 그는 조직의 손에 파멸당할 것이다. (145쪽)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니 속이 메스껍고 현기증이 났다. 어디서부터 문제였을까, 무엇부터 손을 대야 하는 걸까. 

다에시는 이슬람 한 종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회의 곪은 부분이 종교라는 가면을 쓰고 터져 나온 것이다. 이런 사회 현상들은 단지 프랑스, 유럽 국가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머지않아 한국 사회에도 어떤 형태로든 표출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생각에 마음이 더욱 무거워진다.





1968년에 앤디 워홀이 했던 유명한 말이 있다. ˝미래에는 누구든 15분간의 유명세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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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10-01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슬람 문제와 관련된 책을 읽으면 어디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 수 있는데, 정작 그 갈등에 휘말린 당사자들은 이성적인 해결에 전혀 관심 없다는 게 문제예요.

아말 2015-10-01 20:36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심지어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에요.
cyrus님 반갑고 감사합니당ㅎ
 
관계의 재발견 - 기본만 지켜도 사람을 얻는다
김만기 지음 / 다산북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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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리뷰를 위해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인데, 배송 과정에서 착오가 있어 돌고 돌아 드디어 연을 맺게 됐다. 230여 페이지 분량의 짧고, 읽기 편해 부담이 없는 책이다. 통근길 지하철 안에서만 읽었는데 완독하는데 이틀이면 충분했다. 다만 저자의 오랜 경험이 녹아 있는, 공들여 쓴 글을 너무 휘릭 읽은 것 같아 약간의 미안함이 있긴 하다. 그러나 달리 말하면 이것이야 말로 독서의 장점이지 않을까. 저자의 소중한 시간, 노력의 결정체를 독자는 편안하게 간접 경험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리뷰를 통해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있는 것도 독자의 특권이라 생각한다.)


<관계의 재발견>은 성공한 사업가이자 중국 전문가인 저자의 '인간관계'에 대한 철학(원칙)과 폭 넓고 질 높은 관계 구축 비결을 담고 있다. 중국 진출을 고려하고 있거나, 중화권 고객을 대상으로 비즈니스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 읽어봐도 좋을 듯 하다. 한편으로는, 중국인을 위한 '한국인과 관계맺기 가이드북'으로도 활용 가치가 높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혹시 중국 출판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닌지..ㅎㅎ)


책에서 소개하는 비결은 딱히 기발하지도, 어렵지도 않다. 시간 약속 지키기, 인사 잘 하기, 받으려기 보다는 행복하게 주기(준 건 잊어버리고 받은 건 기억하기), 말하기 보단 듣기, 귀인을 소중히 여기기, 긍정 에너지 품기, 나쁜 관계는 현명하게 정리하기, 역지사지의 자세, 비즈니스 관계를 위한 실력 쌓기 등.. 관계를 소중히 여겨 정성을 쏟고, 상대방에게 소소한 감동을 안겨 주고. 평범해 보이지만 마냥 쉽지만은 않은 '기본 지키기'가 바로 저자의 비결인듯 하다. 정말 아니다 싶으면 과감히 정리하는 것을 포함해서 말이다. 


깊이 있는 인간관계를 만들고 싶다면 숙성기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깊이 있는 인간관계는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그 신뢰는 하루아침에 쌓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뢰는 상호 교감하는 시간이 흐르면서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다. 몇 차례의 만남으로 누군가를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다. 신뢰는 '신용'이라는 객관적인 요소와 '믿음'이라는 주관적 요소의 결합이라고 생각한다. 평소 약속을 잘 지키면서 신용을 쌓고, 거기에 누가 봐도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평가가 더해졌을 때 우리는 신뢰할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한다. 그리고 이러한 평가는 오랜 기간을 함께 겪어봐야만 알 수 있다. (198쪽)


또한 저자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 그의 인생관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었다. 비단 인간관계 뿐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려 노력한다는 게 느껴졌다. (물론 과장 없이 본인의 삶 그대로를 소개했다는 가정 하에. 저자의 삶에 대해 자세히 아는 바가 없어 조심스럽지만.) 책에서는 멘토와 롤모델이란 용어를 구분해 소개하는데, 가까운 곳에서 실질적인 조언과 도움을 주는 사람이 멘토라면, 롤 모델은 닮고 싶은, 인생의 본이 될 만한 사람을 말한다. 그가 닮고 싶어하는 마윈의 말이 와 닿았다. 

 

"많은 젊은이가 저녁에는 수천 개의 길을 생각하지만 다음 날 아침 일어나면 어제 갔던 그 길을 다시 간다. 성공하려면 뛰어난 생각, 이상, 꿈을 가졌는가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가도 중요하고, 최선을 다해 그것이 맞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139쪽) 

이는 성공을 위한 삶 뿐 아니라 인간 관계에도 적용할 수 있는 말인 것 같다. 중국에 관심이 있는 학생, 사회 초년생에게 용기를 주고, 관계풀기를 어려워 하는 비즈니스 피플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멘토'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저자의 삶 자체로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될 수 있길 바란다. 그래서 나중에 더 유용한 비결을 공유해 줄 수 있다면, 독자로선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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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심연 - 뇌과학자, 자신의 머릿속 사이코패스를 발견하다
제임스 팰런 지음, 김미선 옮김 / 더퀘스트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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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계기로 자신의 뇌에서 사이코패스의 흔적을 발견한 뇌과학자의 인생을 회고한 자서전이다. 


제임스 팰런은 행동의 80% 정도는 유전자(특히 뇌의 신경전달물질에 의해)에 의해 결정된다는 믿음을 가진 신경과학자이자 의대 교수다. 가족들의 뇌 PET 스캔 사진을 판독하던 중, 사이코패스라 확신하게 되는 사진을 발견하게 된다. 처음엔 사이코패스의 뇌 스캔사진에서 섞여들어온 것이라 생각했으나, 실은 자신의 뇌였다. 억제, 사회적 행동, 윤리, 도덕성을 관장하는 뇌기능의 활동이 저조하거나 손상된 것이다. 


그는 살인충동을 느낀 적도, 범법행위를 한 적도, 전과도 없었다. 성장 과정중 짓궂은 장난으로 종종 주변 사람들을 곤경에 빠뜨리긴 했지만, 자신이 공감능력이 떨어진다거나 충동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좀더 심도있게 가계 혈통을 조사해 보니 직계 조상 중 살인자, 범죄자, 가정을 버린 바람둥이, 권투선수도 여럿 있었다. 범죄자 가문이었다니! 


그러나 그는 상황을 비관하기보다 과학자로서의 호기심을 충족하는 편을 택했다. 사이코패스에게서 발견되는 뇌를 가졌고, 폭력성향을 내포한 유전자변이인 전사(warrior)유전자를 가졌음에도 그는 범죄 이력이 없었다. 오히려 성공한 과학자이자 교수, 인간관계가 좋은, 궂지만 재미있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답을 성장 과정, 즉 양육에서 찾았다. 자신이 주장하던 이론과는 상반된 내용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정원에서 쓰는 다리 셋 달린 나무 의자가 보였다. 어머니가 주말에 제라늄을 다듬을 때 쓰는 물건이었다. 식물에 상처를 너무 많이 입혀도 성장이 지체되고 너무 적게 입혀도 굼뜬 식물이 되며, 딱 알맞은 양의 스트레스와 보살핌이 개화를 최대화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 순간, 사이코패시의 병인에 대한 그럴듯한 설명이 창조되었다. 사이코패시의 세 요소와 그 상호작용이 뒤뜰 정원의 다리 셋 달린 의자로 표상됐다.

세 개의 다리란, 안와전두피질과 편도체를 포함한 전측두엽의 유별난 저기능, 전사유전자로 대표되는 고위험 변이 유전자 여러 개, 어린 시절 초기의 감정적, 신체적 학대나 성적 학대였다. (128쪽)


뇌스캔에서 드러난 사이코패스의 뇌, 전사유전자와 같은 변이 유전자를 가졌지만, 아들의 남다른(부정적인 면으로) 면을 인지하고 사랑으로 양육한 가족 덕분에 내재된 사이코패스적 기질이 치명적인 방향으로 발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유년기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의 삶 중 사이코패스의 면을 보였던 사건들을 상세히 기술한다. 가족, 친구들에게 진심어린 관심을 가질 수 '없어' 상처를 줬고, 때로는 모험심에 그들을 생명의 위험에 처하게도 했으며, 자신에게 흥미로운 파티에 참여하느라 지인의 중요한 행사(결혼식, 장례식 등)에 참여하지 않았다 고백한다. 영안실의 어린 소녀의 시신을 보고 유족에게 "아이의 드레스가 예쁘네요."라는 말을 건넸다는 일화는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그리고 자신의 성향과 비슷한 인물로 빌 클린턴과 테레사 수녀, 간디를 꼽는다. 이들과 희대의 범죄자의 가장 큰 차이는, 양육과정에서 다듬어졌다는 사실이다.


60대에 시작한 뜻하지 않은 순례를 통해 발견한 것은 5년 전만 해도 내가 믿지 않았던 뭔가다. 태어날 때 자연이 나누어준 형편없는 카드 한 벌을 올바른 양육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 지금까지 책을 읽었다면 눈치챘겠지만, 나는 결코 천사가 아니다. 하지만 훨씬 더 나쁜 모습으로 성장할 수도 있었다. 

나는 사이코패시와 그 유전자를 사회에서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해버리면 인류는 결국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사이코패스의 특성을 가진 사람들을 생애 초기에 확인하고 그들이 어려움에 빠지지 않도록 지켜주어야 한다. 공감에 서툴고 공격성이 강한 사람들도 잘만 다루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그들은 나처럼 가족과 친구들에게 스트레스를 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시적 수준에서는 사회에 보탬이 된다.  (249쪽)


그는 우리 사회에 사이코패스가 어느 정도는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스트레스에 강하고, 그렇기에 면역력이 뛰어나고, 감정과 행동을 분리할 수 있기 때문에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겪을 위험도가 낮다. 특히 군인들에게 필요한 자질이다. 또한 인류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사이코패스의 척도가 아주 높은 사람들은 위험할 수도 있지만, 중간 정도의 사람들은 양육에 의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담하고 활기차고 인류의 생동감과 적응력을 지켜주는", 자신과 같은 사람 말이다. 


일상에서의 삶, 인간관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개인적인 부분을 과감히, 솔직하게 서술했기에 독자로서는 상당히 읽기 흥미로웠다. 뇌과학, 신경학 관련 용어가 자주 등장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작가의 삶을 예시로 전반적으로 쉽게 설명했다. 과학에 관심있는 독자 뿐 아니라 교육, 양육에 관심있는 분들께도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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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초 사고
아카바 유지 지음, 이영미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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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시간똑같은 일이 주어졌을 때 어떤 사람은 빠르게 일을 끝내고어떤 이는 기한을 넘겨서까지 끙끙대는 경우가 있다이러한 차이는 왜 생기는 것일까그리고 우리는 왜사람에 따라 걸리는 시간에 차이가 나는 것이 당연하다는 암묵적 이해 하에 개선점을 찾지 않는 것일까.


맥킨지에서 10여년간 일한 경험을 갖고 있는 저자는 본인의 경험을 통해크게 두 가지 이유로 설명한다첫째로훈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어떻게 하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지어떻게 하면 재빨리 생각을 통합분석정리해서 완성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훈련하는 방법을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둘째로는 생산성이란 개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제조 현장에서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애쓰지만기획서보고서 작성메일 교환 등의 사무 분야에서는 생산성의 개념이 별로 없다결국개인과 조직 차원에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고민하고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초고속 사고를 위한 저자가 권하는 특훈 방법은 바로 메모 쓰기하루에 10분만 투자하면 된다.

방법은 간단하다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을 잇달아 메모로 써나가기만 하면 된다노트나 컴퓨터에 쓰는 게 아니라 A4용지에 1건당 1페이지 분량으로 쓴다느긋하게 시간을 들여서 쓰는 게 아니라 1페이지를 1분 이내에 줄줄 써낸다매일 10페이지씩 쓰고파일에 넣어 재빨리 정리해 둔다. (13)


A4용지를 가로로 놓고한 장에 한 가지 아이디어를 1분간 쓴다상단에 제목을 적고즉흥적으로 떠오르는 관련 생각을 4~6행 정도로 나열한다정규 교육과정을 무사히 통과한 평범한 사람들은 모두 뛰어난 판단력사고력행동력이 있다는 것이 저자의 믿음이다심사숙고한다고 해서 더 좋은 생각이 떠오르는 게 아니니 정해진 시간 내에 떠오르는 대로 적는다매일 훈련을 하다 보면표현하는 언어도 정제되고,사고의 속도도 빨라지고주제도 다양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무엇보다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생각들이 종이에 쏟아져 나오며 정리된다는 장점이 있다.


평소 다양한 생각을 한다고 믿지만 그것은 분명 다람쥐 쳇바퀴나 반복망설임이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그것을 1 1페이지로 써나가면그 건에 관해서는 일단 결말이 나기 때문에 고민해야 할 것생각해야 할 과제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머릿속에 남아 있기 때문에 매일같이 많은 생각을 한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실제는 확연히 다르다. (121)


하루에 A4 10한 달이면 300장이다다양한 생각을 클리어파일에 주제별로 정리하고, 3개월에 한 번씩 리뷰하며 간추려나가길 권한다.한번 해 보고 싶은데 뭘 써야 할지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친절하게도 생각해볼 만한 질문 리스트도 제공한다심지어 어떤 펜이 빠른 메모 쓰기에 적합한지클립 보드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까지 깨알 같은 팁을 전수한다.

 

정말 효과가 있을지나도 한번 해보려고 다이소에서 A4 용지 100장짜리 한 묶음을 사왔다. 1,000원이면 열흘을 쓸 수 있다내 안에 숨겨져 있던 풍부한 발상과 창조력직관적 사고와 스피드한 판단력을 정말 발견해낼 수 있을 것인지한 번 도전해 볼까 한다줄리아 카메론도<아티스트 웨이>에서 모닝페이지 쓰기를 권하지 않았던가. 송숙희 작가는 <모닝페이지로 자서전 쓰기>까지 했다는데. 몰라서 못 하는 게 아니다. 직접 해 보지 않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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