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학번이 영화 <1987>을 보는 일은 
일종의 타임슬립 체험이었다.

영화가 끝난 후 빨개진 눈을 
손수건으로 가리고 나오며 탄식했다.

31년 전이라니...
세상에...어제 일 같은데.

6월 10일 아침에 신입생인 우리를 모아놓고
혹여 백골조에게 잡히면 
무조건 1학년이라고 말해야한다고,
그래야 봐주거나 덜 맞는다고
몇 번이나 다짐을 받던 85, 86선배들.

그것도 요령이라고 
몇 번이나 비장하게 복창하게 한 후
대열의 맨 뒷줄에 세우던 그 선배들이 그리웠다. 
선한 사람들...

우리 과에서는 걸음 느린 내가 제일 먼저 잡혔다.
거리에서 호되게 얻어맞고 경찰서 가서는 더 맞았다.
어린 놈의 1학년 새끼가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설친다고.
...
내 경우 그 해 12월의 패배감의 너무 커서
1987년은 되돌아보고 싶지 않은 해이기도 했다.

지나놓고 보니 역사의 어떤 변곡점이었지만
그 때, 그 시간, 그 곳에서 누가 그날을
31년 후에 영화로 보게 되리란 걸 짐작이나 했을까.

중간 중간 꺽이고 방향을 잃었지만
역사는 느리게 돌고 돌아 예까지 왔다.

지난 촛불도 그렇고 유월도 그렇고 
역사를 추동하는 힘은 선의와 분노가 아닐까.

인간에 대한 연민과 선의
억압과 부정에 대한 분노
시절이 어려워도 그것만은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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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하게 추운 오늘 같은 겨울 저녁.

까르똘라 할배 노래 듣기 좋은 저녁.


맑은 소주 두 병에 

맑은 복지리 좋겠다.


Todos erram neste mundo

Não há exceção

Quando voltam a realidade

Conseguem perdão


Everyone is wrong in this world.

There is no exception

When they come back to reality

Get forgive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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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엎드려 울고 있다 
 
눈물이 땅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으려고
흐르는 눈물을 두 손으로 받고 있다 
 
문득 뒤돌아보는 자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갈 때
바닥 모를 슬픔이 너무 눈부셔서 온몸이 허물어질 때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을 때가 있다 


 (눈물의 중력  / 신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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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오규원


자는 일만큼 쉬운 일도 없는 것을, 일도 제대로

없어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

1시와 2시의 사이로

1시와 2시의 공상의 사이로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느낌이

머리에 찬물을 바가지 퍼붓는다.

없어 돌아누워 눈을 멀뚱하고 있으면,

젖은 몸을 안고

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이라고

악마 같은 밤이 나를 속인다.


전전반측(輾轉反側)하는 날이 많은 요즘.

마음이 동하는 시를 읽다.


무릎을 탁 친다.

옳타구나 !

달고 달아 사악하기까지 하네.


But I have promises to k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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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8-01-05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규원의 저 시는 예전에 하이드님 서재에서 보고 좋다고 생각했던 시인데 지금 다시 읽어도 좋으네요. 오랜만에 오규원 시집을 다시 들춰봐야겠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시집은 저 시가 수록된 시집은 아니지만요.
달고 달아 사악한 시는 위의 오규원 시와 아래 프로스트의 눈 오는 저녁 숲가에 서서 중 어떤 시를 말씀하시는걸까요?

알케 2018-01-05 18:21   좋아요 0 | URL
둘 다 사악하지요.
하나는 입에 달아 사악하고 다른 하나는 써서 사악하고.
눈 오는 숲길을 꼭 가야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ㅎ

곰곰생각하는발 2018-01-05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대 시인 중에서 오규원 뛰어넘는 시인은 없을 거 같습니다..

알케 2018-01-05 18:22   좋아요 0 | URL
블로그 이름을 바꾸셨네요.
 


이젠 그렇게 쉽게는 외롭다 말할 수 없어졌지만 주저함이 향기처럼 흩어지고 무언지 모를 차분한 것이 내 맘에 조금씩 차오를 때
하나씩 불안한 빈틈을 메워가다 햇빛 좋은데 무거워만 있을 때
즐겁고 싶다는 생각이 날 숨 막히게 할 때 이젠 그렇게 쉽게는 알겠다 말할 수 없어졌지만 조급함이 바람처럼 흩날리고 무언지 모를 차분한 것이 내 맘에 조금씩 차오를 때
하나씩 불안한 빈틈을 메워가다 햇빛 좋은데 무거워만 있을 때 즐겁고 싶다는 생각이 날 숨 막히게 할 때 또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듯

하나씩 하나씩 마음이 자랄 때 질문이 멈추고 큰길이 보일 때 끝을 알 수 없어서 다시 흔들릴 때 난 용기가 필요할 때 하나씩 불안한 빈틈을 메워가다 햇빛 좋은데 무거워만 있을 때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날 감싸 올 때

나는 늘 권나무 선생이, 그는 현직 교사다,

 우리 포크 음악의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무심하게 옆에 앉아서 

어찌 사는지, 무엇을 생각하는지 

두런두런 털어놓는 

육성의 순정.


1집 <그림>과 2집 <사랑은 높은 곳에서 흐르지>

이 두 장의 앨범은 두고 두고 들을 만하다.


특히 이 노래 <노래가 필요할 때>는

정말 듣고 싶은 날에 들으면 울컥할 때가 있다.


"질문이 멈추고 큰길이 보일 때

끝을 알 수 없어서 다시 흔들릴 때"(sic)


바로 오늘 같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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