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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전 대 호랑전 - 명절맞이 부침개 대결
정현진 지음 / 창비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이제 곧 추석이 다가온다.
추석이 다가올 때면 아이와 함께 추석 관련 그림책을 찾아 함께 읽어보곤 한다.
'명절'하면 어떤 음식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가?
만약 설이라면 많은 이들은 '떡국'을, 추석이라면 '송편'을 대부분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나는 '명절'하면 설과 추석을 막론하고 '전'이 떠오른다.
어릴 적 명절 때 외할머니댁에 가면 나랑 6살차이밖에 나지 않은 외삼촌이 외할머니와 함께 전을 부치고 있었다.
나는 후라이팬에 바짝 붙어 앉아 따끈한 전을 하나씩 먹기도 했고, 이미 만들어놓은 전을 내일 제사에 먼저 쓴다고 할머니께서 놔두면 더 먹고 싶어서 몰래 꺼내먹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내겐 명절의 추억이 가득한 음식이 바로 '전'이다.
그런데 내가 어른이 되고 나니 가족들이 함께 모여 전을 부치던 모습을 많이 없어졌다.
이제는 전을 부치는 게 번거롭다며 시장에서 사다 먹거나, 명절을 함께 보내는 대신 여행을 가는 등 명절 모습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에게 책으로 우리나라의 명절 풍경을 간접적으로나마 알려주고 싶었는데 이번에 '토끼전 대 호랑전'을 만나게 되었다.
우리 나라 옛 이야기에 꼭 나오는 호랑이와 토끼가 주인공으로 둘 역시 전 냄새만 풍기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전 매니아들이다.

어쩌다보니 둘이 전 대결을 하게 되고 전의 달인인 전 대감 댁 업둥이가 심사를 맡게 된다.
이번 전 부치기 대결의 기준은 육감이라는데 맛, 향, 감촉, 모양새, 씹는 소리 이 다섯 감각에 한 가지를 더 담아야 한다고 한다.
대체 그 한 가지란 도대체 뭘까?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 한가지가 뭘지 궁금해하며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아이와 함께 그 한 가지를 추측해보고 결과를 확인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각자의 비장의 재료와 솜씨를 뽐내며 완성되어 가는 토끼의 쪽쪽 파전과 호랑이의 살살 육전!
그림만 봐도 당장 먹고 싶을 정도로 먹음직스럽다.
과연 전 부치기 대결의 승자는 누구일까?
명절에 우리는 왜 함께 모여 음식을 만들고, 전을 부치고 함께 먹는 문화가 있는 것일까?
호랑이와 토끼의 전 부치는 모습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보며 명절 음식의 미덕이 뭔지 잘 알게 되었다.
어릴 적 함께 모여 음식을 만들고, 한 상에 앉아 명절 음식을 먹던 그 때,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음식으로 하나된다는 말이 있다.
이번 추석은 함께 음식을 만들고, 나눠 먹으며 어우러지고 하나되어 모두에게 기쁜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전통문화의 색채가 물씬 풍기는 그림과 함께 판소리의 말맛이 어우러져 읽는 내내 흥겨움을 자아내는 그림책이다.
이번 명절에 꼭 어울리는 그림책! 꼭 한 번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