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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오랑 ㅣ 라면소설 2
하유지 지음 / 뜨인돌 / 2024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라면소설 두번째 책 '내 이름은 오랑'을 읽게 되었어요.
라면소설은 '만약'에서 시작된 이야기로 라면처럼 언제 어디에서나 간편하게 맛있게 읽을 수 있는 뜨인돌 출판사의 짧은 소설 시리즈입니다.
우리는 '내가 만약 oo가 된다면?' 이라는 상상을 종종 하죠.
이번 시리즈의 '만약'은 '사람이 만약 고양이가 된다면?' 이네요.

한 여중생이 어느날 갑자기 길 고양이가 되어 풀밭에 누워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이 여중생이 기억하고 있는 것은 인간, 여자, 중학생, 부모님과 거주 이게 전부입니다.
이 기억으로는 자신이 누구였는지를 알기 쉽지 않죠.
갑자기 길 고양이가 된 자신의 모습을 알게 된 여중생의 심정이 어땠을까요?
하늘이 무너진 기분이었을 것 같아요.
게다가 자신의 원래 모습에 대한 기억도 거의 없으니 더 막막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도 길 고양이 세상에서 어쨌든 살아남아야 자신의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 갈 수 있으니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합니다.
길 고양이로서의 삶은 순탄하지 않죠.
곳곳에 장애물들과 길 고양이를 위협하는 것들이 가득하죠.
일단 사람이 제일 무섭겠죠. 길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사실 별로 없거든요.
그리고 싫어하는 것을 넘어 길 고양이의 생존을 위협하는 사람도 꽤 있고요.
길 고양이의 구역에 들어가는 것도 일이고 거기서 새로운 인연들과도 친해지고 적응해야 하는 것도 만만치 않아요.
하지만 그런 과정 속에서 서서히 자신이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들을 조금씩 찾아갑니다.

여중생과 바뀐 고양이. 이 고양이는 바뀐 여중생으로 살고 있지요.
늘 사람을 피해 이리저리 힘들게 살아가던 고양이가 여중생이 된 심정은 어떨까요?
날아갈듯이 좋을까요?
우리는 가끔 이런 말을 하죠.
나도 '00처럼 되고 싶다'
하지만 실제로 그 사람의, 그 동물의 인생을 살아보게 된다면 어떨까요?
행복한 일들만 기다리고 있을까요?
실제로 살아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생각해보지도 못한 일들도 있을 것이고 예전 자신의 삶이 더 낫다고 생각하고 후회하기도 하지요.
사람들은 여행갔다가 집에 오면 역시 우리 집이 최고야 라고 말하는 것처럼...
우리 자신의 그 모습으로 살아가는 게 제일 나에게 잘맞는 옷이고 행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이 책을 통해 인간의 시선이 아닌 길 고양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길 고양이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죠.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전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네요.
이 책은 고양이가 된 여중생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여중생이 된 고양이의 이야기도 나오는 게 좋았어요.
분량이 부담이 없어 라면을 먹듯 후루룩 읽을 수 있었답니다.
다음 라면 소설 시리즈는 어떤 내용일기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