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야 하는 이유 - 불안과 좌절을 넘어서는 생각의 힘
강상중 지음, 송태욱 옮김 / 사계절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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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구'라는 건 '커다란 도랑'이라는 의미이므로 사람과 사람이 확연히 분리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그 결과 자신만의 세계가 되어 잠을 자도 깨어 있어도 '자신' 뿐이라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과 접할 때는 늘 맞선 볼 때의 심정으로 살라는 말이 재미있습니다.-47쪽

(상략)자기의식의 결과는 신경쇠약을 낳는다. 신경쇠약은 20세기가 공유하는 병이다. 인지, 학문 등 모든 방면의 사물이 진보하면 동시에 이 진보를 이루지 못한 인간은 한 걸음 한 걸음 퇴락하고 쇠약해진다.
세상을 재치 있기 웃어넘긴 소세키의 글 이면에는 이처럼 절실한, 피를 토하는 심정이 있었던 것입니다.-48-49쪽

자아나 자의식, 더 나아가 고민이나 고뇌가 문제되는 것도 그런 보편적인 주제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제임스에 따르면 사람은 아슬아슬한 갈림길에 맞닥뜨렸을 때 '종교인'이 되거나 '예술가'가 되거나 어느 한쪽으로 갈린다고 합니다. (중략)
소세키와 베버는 모두 자기 이외의 것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 고민의 기원이었는데, 그 때문에 종교의 문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실패를 거듭하며 갖은 고생을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계속 믿는 것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종교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60-61쪽

네 번째 고민거리는 '자아의 돌출'입니다. 자신답게 있고 싶다, 자신을 어필하고 싶다는 아주 강한 자기 현시욕을 갖고 있는데도 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나는 나'로 초연하게 있을 수 없고, 타자의 시선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리며, 그 결과 신경과민에 빠지는 것입니다. -73쪽

반대로 '온리 원'이 될 수 없는 나는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까지 있고 보면, '그래도 샐러리맨이 마음 편한 돈벌이다'라며 평범한 종신 고용 문화에 만족하고 있었던 편이 나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그만큼 진짜 찾기는 신경을 몹시 피곤하게 하는 일입니다. 이는 절대로 손이 닿지 않는 목표를 저편에 세워 놓고 영원히 그것을 향해 노력하는, 헤겔이 말하는 '불행한 의식'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세상의 일부는 그런 상황을 잠자코 지켜보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 '끙끙거림'을 해소하는 치료법을 다룬 책이나 부정적인 사고를 긍정적인 사고로 바꿔주는 자기계발서 같은 것을 줄줄이 내보냅니다. 새로운 수법의 '행복론'이지요. 사람들의 머리를 실컷 두드려 패놓고 그 다음에 진통제나 습포제를 파는 그런 '악덕 상술'같은 문화가 만연하고 있습니다.
정말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듭니다. 저는 우울증에 걸린 사람, 집 안에 틀어박혀 있는 사람, 자살에 실패한 사람 등 어려움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그저 아무 생각없이 이 시대의 병리로 취급하지 않고...자기다움의 탐구로 내모는 현실을 분명히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92-93쪽

천하에 무엇이 약이 되느냐 하면 자기를 잊는 것보다 마음 편한 것은 없고 무아지경보다 기쁜 것은 없다. 예술작품이 소중한 것은 황홀하여 한순간이라도 자신을 잊고 자타의 구별을 잊어버리게 하기 때문이다.
소세키는 자아, 자각심, 자기의식 등 '진짜 자기'를 찾는 일에 그 정도로 집착했습니다. 이를테면 진짜 찾기의 대장입니다. 그 대장인 소세키가 반대로 '자신을 잊어라'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105쪽

그런데도 그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정신이 파탄 나기 직전까지 철저하게 생각했습니다. 그 유별난 정열은 어디에서 나온 걸까요. 그 이유를 생각할 때 자꾸 제 머리를 스치는 것은 '거듭나기'라는 말입니다. '거듭나기'는 제임스가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에서 중요한 용어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사람은 생사의 갈림길을 헤맬 정도로 마음의 병을 앓고 나서야 비로소 그것을 빠져나간 지경에 도달하고 세계의 새로운 가치라든가 그때까지와는 다른 인생의 의미 같은 것을 포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는 '건전한 마음'으로 보통의 일생을 끝내는 '한 번 태어나는 형' 보다는 '병든 영혼'으로 두번째 삶을 다시 사는 '거듭나기'의 인생이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121쪽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인생에서 얼마간의 의미를 찾아낼 수 있느냐 없느냐는 그 사람이 진심으로 믿을 수 있는 것을 가질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중략)
왜냐하면 뭔가를 믿는다는 것은 믿는 대상에 자신을 내던지는 일이고, 그 대상을 긍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비로소 자기 안에서 헛돌기만 하던 고리 같은 것이 뚝 끊어지고 의미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 믿을 수 있는 것이 없으면 저 혼자 제자리를 빙빙 돌고 있을 뿐이기 때문에 의미는 생겨나지 않습니다. 사람의 인생이라는 것은 '자신의 세계'만으로는 결코 완성되지 않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134쪽

나는 죽기 전에 단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 다른 사람을 신용하고 죽고 싶습니다. 당신은 그 단 한사람이 되어줄 수 있습니까. 되어줄 수 있습니까. 당신은 진심으로 진지합니까.
'진지함'이라는 말은 바야흐로 다가올 개인이 궁극적으로 고독한 시대에, 타자와의 '공명'을 가능케하는 최후의 보루로서 소세키가 마음을 의탁한 키워드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147쪽

예전에 소세키는 노도 같은 기세로 나아가는 근대문명에 대해 사람들에게 이렇게 호소했습니다. "나쁘니까 그만두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눈물을 머금고 수박 겉핥기 식으로 미끄러져 가지 않으면 안된다." 이처럼 자각적으로 맞서지 않으면 안되는 것입니다. -154쪽

다시 말해 지금 우리의 시장경제는 어떤 의미에서는 만성적으로 실업을 만들어 냄으로써 작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좀 더 분명히 말하자면, 시장경제는 사회가 붕괴하지 않을 정도까지 실업률을 높이는 쪽이 부를 극대화한다고까지 말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자본주의는 그 정도로까지 노골적으로 변용하고 일탈해 버린 것입니다. -165쪽

그렇다면 한 번뿐인 인생을 소중히 하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인생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서 구체적인 내용은 사람에 따라 제각각입니다. 다만 제가 특별히 말하고 싶은 것은, 과거를 소중히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지금을 소중히 하며 살아서 좋은 과거를 만드는 것입니다. -168쪽

주인공의 인생을 멋지게 좋은 것으로 바꾼 것이 재판관으로서 해낸 업적이나 지위 또는 재산을 축적한 수십 년의 사회적인 '창조'가 아니라 채 한 시간도 안 되는 시간동안 가족에게 배려의 마음을 보여준 '태도'였다는 점입니다. 그러므로 톨스토이 역시 인간의 가치는 '창조creative'보다는 '태도attitude'에 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178쪽

또 하나 덧붙이고 싶은 것은 '사랑'하는 일입니다. 사랑에서도 '태도'와 '존엄'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사랑의 이상적인 모습이 상대가 뭘 하든, 뭘 갖고 있든, 어떻게 생각하고 있든,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통째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곧 상대의 존엄을 소중히 하는 것이고 '태도의 가치'에 한없이 가까운 것입니다. -181쪽

'자기를 잊는 것보다 마음 편한 것은 없고 무아지경보다 기쁜 것은 없다'
소세키가 그린 인물은 자신을 잊을 수 없기 때문에 몹시 고뇌하는 사람들 뿐이어서 모순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이것은 '역설'로 쓰인 것으로, 소세키는 자기를 잊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183쪽

계속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좋은 것을 배운 것 같았다. 그래서 그 뒤로는 "그럭저럭 살고 있습니다"라는 인사를 그만두고 "병은 아직 계속되고 있습니다"라는 말로 바꾸었다. (중략)

가슴에 폭탄을 안은 상태이고 뭔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다는 점이 대단합니다. 단순히 신은 역시 존재한다든가, 자신이 알지 못하는 세계가 존재한다든가, 자신은 병에 의해 깨달았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 점이 심오합니다. 그것이 소세키의 태도인 것입니다. -188-189쪽

그리고

우리는 덧붙인다. 죽지 마라.
-1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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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해도 괜찮아 - 나와 세상을 바꾸는 유쾌한 탈선 프로젝트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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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언젠가 숨을 들이 쉴수도 내뱉을 수도 없이 힘들 때 주문처럼 외우던 시 였다. '괜찮다'라는 말은 위로하는 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든 위로를 받는 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든, 가만히 듣고 있기가 힘든 말이었다. 어느 때부터인가  자꾸 괜찮다고 말하는 책이 많아졌고, 위로의 대상에게 다가갈 수 조차 없으면서 무력하기만 한 그 말엔 진정성조차 깃들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앗! 그런데 이 책은 좀 다른 것 같다. '욕망해도 괜찮아' 라는 말은 독자를 다독이거나 훈계하는 말이 아니라 김두식 교수 자신을 위한 말로 들린다. 유명해지고 싶지 않은 욕망, 그리고 유명해지고 싶은 욕망과 유명해지고 싶은 욕망을 들켜서는 안된다는 욕망을 오가는 자신의 혼잡한 마음을  우리에게 '고백'하기도 하고, 또 더 이상 인정욕망으로 인해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의 말에 흔들리지 않게 되었음'과 '사실 나도 나이키 신발을 신고 싶었음'을 고백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 아마도 가장 기억에 남을만한 내용은 가짜 신사 '포리스티어'의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진짜 신사도 하지 않을  '신사다운' 행동을 하다가 목숨까지 잃는 '포리스티어'의 이야기는 한 사람의 삶의 방식에서부터 종교, 정치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영역에 적용될 수 있는, 꽤 많은 은유를 담고 있다. 아직 생각할 거리가 많은 부분이다.

 

자신도 자기가 그어놓은 경계선을 넘지 못하면서 '선을 넘으라'고 독자나 주변인에게 바람을 넣는 모습이 이율배반적이다,고 생각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의혹에 대해서  저자는 자신은 선을 한번에 넘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조금씩 눈치보며 어깨로 밀어가며 경계선을 넓혀 온 사람임을 새삼 고백한다. '나는 누구인가' 라는 물음을 통해 자신을 지속적으로 관찰해 왔기에 할 수 있는 대답일 것이다.

 

이 책은  저자 자신에 대한 공감과 위로이며 가까이 서 그를 바라본 우리에 대한 공감과 위로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잘 듣는 것도 갖기 힘든 능력이지만, 의도하지 않았고 애쓰지 않았어도 자연스럽게 누군가를 어루만질 수 있다는 건 상당한 내공이 쌓이지 않고서는  좀처럼 얻기가 힘든 능력이다. 이 책의 저자 김두식은 그러한 두 가지 능력을 모두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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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해도 괜찮아 - 나와 세상을 바꾸는 유쾌한 탈선 프로젝트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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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지라르의 말을 빌리면 인간은 강렬하게 욕망하면서도 무엇을 욕망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존재입니다. 욕망은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것인데, 욕망을 드러내서는 안된다는 우리 사회의 묵시적 계율 때문에 우리 욕망은 원형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뒤틀어 졌습니다. -24쪽

남의 숨겨진 야심을 잘 찾아내는 사람은 대개 그 자신이 동일한 야심을 지닌 경우가 많습니다. 유난히 남의 욕망이 눈에 잘 들어올 때는 먼저 자기 내면을 돌아볼 필요가 있지요. -38쪽

보수는 자기 욕망에 비교적 정직한 사람들입니다. 욕망에 정직하다 보니 욕망이 굴절될 여지가 적습니다. 그러나 진보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권력의지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명예를 지키기 위해 권력을 포기한 사람들입니다. 최소한 그렇게 믿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중략) 명예를 위해 돈과 권력을 포기한 사람들은 이상한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뭘 포기했는지 객관적으로 검증된 바가 없는데도 그렇습니다. -41쪽

모방욕망과 무한경쟁 속에서 매일 조금씩 죽어가는 게 우리 영혼입니다. 그 영혼이 잠깐 산소를 맛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세상에서 나를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열심히 꼽아봐야 열 손가락을 채우기도 어렵습니다. 그 차가운 진실을 받아들이면 마음이 한결 편해집니다. 이 차가운 진실의 인정은 욕망의 인정만큼이나 소중한 정신승리의 출발점입니다. -108쪽

'헤어질 수 있는 용기를 갖는다는 것'은 상대방과 독립된 인격체로서 자기 위치를 확보한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그런 용기 또는 에너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에게 전달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우습게도 그런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관계를 유연하게 지속시킬 수 있습니다. 관계를 유지하는 데는 관계를 끝장낼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씀입니다. 이 원칙은 거의 모든 관계에 적용됩니다. -120쪽

애인과 헤어지지 않으려면 헤어질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직장상사와 좋은 관계를 이어가려면 그 관계를 끝장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데 필요한 것은 절교할 수 있는 용기입니다. 혼자 있고 싶지 않다면, 혼자 있을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혼자 있을 때 행복한 사람만이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인생의 슬픔과 묘미가 있습니다. -124쪽

노골적이지 못하고 '은근하게'표출되는 욕망은 우리 삶을 복잡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그 부작용에 비해 효과는 너무 미미합니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의 내면에는 남의 은근한 욕망을 귀신처럼 잡아내는 무시무시한 센서가 갖추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중략) 누구나 자신의 은근한 자랑이 상대방에게 먹혀들기를 원하지만, 누구도 상대방의 은근한 자랑을 듣고 싶어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아무리 은근해도 내 자랑이 상대방에게 순수하게 받아들여지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146쪽

'남에게 해를 가하는 경우 외에 개인은 자유롭다'는 밀의 선언은 오늘날까지도 무엇이 범죄인지를 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입니다. -252쪽

'내가 착하고 의롭다면 나에게는 어떤 나쁜 일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라는 단순한 프레임으로 설명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 단순한 프레임에 인생을 건 근본주의자들은 이런 불행에 대해 딱 한가지 설명만 내놓을 수 있습니다. "내가 착하고 의롭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나쁜 일이 생겼다"는 해석입니다. 이런 단순한 프레임에 갇혀 사는 사람들은 작은 불행을 겪어도 우울, 불안, 편집증, 공황상태에 빠지기 쉽습니다. 모든 불행은 내 잘못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불안은 근본주의 교회를 지탱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273쪽

거품을 거두고 자기가 정말 누구인지, 뭘 원하는지 살펴보는 건 공익변호사를 꿈꾸는 사람 뿐 아니라 모두에게 중요한 과제입니다. (중략)
"'판검사할 성적이 됐는데도 변호사를 선택했다'는 소리를 죽을 때까지 안하고 살 자신이 있느냐? 그럴 자신이 있으면 판검사 포기하고 변호사를 해도 된다. 그런데 입을 열 때마다 그 소리를 하며 남은 평생을 보낼 것 같으면 그냥 판검사로 가라. 주변 사람들이 평생 그런 얘기를 듣고 사는 것도 정말 피곤한 일이다. 괜한 민폐를 끼치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284쪽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 중에는 모범생이 많고 아무래도 '색'보다는 '계'쪽에 가까운 성향을 갖게 되지요. 자기가 바른 생활을 하는 만큼 남에게 돌을 던지기도 쉽습니다. 대신에 책을 많이 읽기 때문에 다른 세계를 접하고 경계선을 넓히기도 쉽죠. 서둘러 돌을 던지기 보다는 경계선을 넓히는 쪽이 자기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좋습니다. -291쪽

고백을 들어줄 귀가 없는 사회에서는 고백이 나올 수 없습니다. 고백이 없는 곳에서는 성찰이 아니라 사냥만이 힘을 얻지요. (중략)
사냥꾼들의 악플 대부분은 사안과 전혀 상관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아무렇게나 쏟아놓은 넋두리일 때가 많습니다. 자신의 억눌린 욕망과 분노를 그렇게 폭력적으로 풀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오히려 불쌍한 거죠. 그걸 깨닫고 나면 마음이 평안해지고 사냥꾼들을 더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됩니다. 고백과 함께 이런 내면의 힘을 다져가는게 중요합니다. -3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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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6-13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운 알리샤님, 제가 그은 밑줄과 몇 가지가 겹쳐요.^^
이 책 좋더라구요.^^ 한겨례신문에서 본 그의 '고백'을 재미나게 보는데
고백성 짙은 그의 글도 재미났어요. 마지막 인용 구절도 고백의 힘에 대한 이야기네요.

Alicia 2012-06-14 00:34   좋아요 0 | URL

저도 '고백' 본 적 있어요. 혜신명수 부부의 이야기 였는데, 재밌었어요~!
눈치보며 경계선을 넓혀온 사람이기에, 그의 고백은 다른 이들을 배려하고 있고 또 언제나 폭탄은 아닌 듯 합니다. 그래서 읽는 사람이 편안합니다. ^^
 
쫄지 마, 청춘! -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인생 항해술
김진각.박광희 지음 / 한국in(한국인)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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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순수하지 않다. 그렇다. 나는 작은 위로가 필요했고 또 어떻게 어떻게 살라고 가르쳐 줄 책을 원했다. 이것이 정답이라고 얘기하는 것들은 가짜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난 이것을 안다'라고 확신에 차 말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그것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가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살짝 아쉬운 점은 있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에 대해서 말해볼까. 이 책의 공저자 김난도 교수는 젊은이들에게 좋아하는 걸 하지 말고 잘하는 걸 하라고 말한다. 탁석산 교수도 같은 말을 한다. 좋아한다는 건 취향의 문제고 취향은 변하기 마련이므로. 지속적으로 나에게 밥을 주어야 하는 일은 취향과는 별개의 것이라고. 그런 의미에서 보면 좋아하는 것을 해야한다는 정민 교수의 말은 조금 무책임해 보인다. 그러니까 잘하는 것을 찾아야 하는데, 그걸 찾는게 쉽지 않고 또 찾았다해도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것이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는 것이다.

 

기다리는 일에 대해 말해볼까. 쉽게 끝을 보려고 조급증 내지 않는 마음. 무엇이든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 없는 그 지점에서 멈추어 서기.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은 수업을 받아들이길 거부하는 아이를 두고서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상관없어 기다리면 돼."  기다리면 된다, 기다리면 돼~! 라고 왜 나는 자신한테 진심으로 그 말을 해줄 수 없는 것일까.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할까. 길을 잃어버렸을 때 사람들이 찾게 되는 것이 인문학인 것같다. 스티브 잡스가 죽었을 때 또 한번 인문학 열풍이 불었다. 어느 신문에서는 잡스가 학부 때 들었던 손글씨 수업이 지금의 아이폰을 만들었다며, 혁신적인 사고가 인문학에서 나오는 것처럼 떠들었다.(실은 나도 논술 시험볼때 써먹었었다--;) 혹자는 그건 인문학이 아니라 리버럴 아츠(교양수업)였고, 인문학과 리버럴 아츠는 엄밀하게 다른 의미라고 말했다.

 

확실히, 어떤 계기만 있으면 사람들은 인문학에서 창의성을 찾으려고 한다. 그런데, 적어도 내 경험으로 인문학은 내게 어떤 답을 주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에 대해 의문점이나 비판의식을 갖게 만들고, 그 어떤 하나가 단서가 돼서 내 삶의 이야기를 만들고, 또 그것에서 살아갈 힘을 얻고. 그것 외에 창의적인 문제해결능력을 갖게 해준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인문학을 위대한 학문으로 만들어놓고, 필요할 때마다 인문학에서 창의성이라는 말을 꺼내어 쓰는 태도는 정병설 교수의 말처럼 왠지 '가짜'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앞에 인문학이 존재해야할 이유는. 여전히 인문학을 붙잡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것이 어떻게든 살아야 할 이유를 주기 때문은 아닐까. 그런 생각은 가끔 한다.  인문학에 대해 이렇게 얘기를 많이 한 이유는 이 책의 저자들이 인문학(기초학문)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고, 그것이 그동안 생각해왔던 바에 많은 자극을 주기 때문이다. 또 정혜신 박사가 얘기한 '기다림'이라는 말과 '인문학'이라는 말이 참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청춘이 읽어도 좋을 책이지만  아이를 둔 부모가 읽어도 좋은 책이겠다 싶다. 죽도록 바쁜 현대인들의 구미에 맞게 길지 않고 간결하면서도 칼럼보다는 깊은 내용을 담았다. 스터디 끝나고 전철타고 오면서 삼분의 일 읽고, 집에와서 나머지를 다 읽었는데 박승 교수가 경제를 택한 이유가 내가 이력서에 쓰는 내용과 비슷해서 조금 웃었다. 여전히 답은 알 수 없으나, 생각보다 인생이 길다는 것은 알겠다. 거칠게 말하자면, 어떻게든 살아야 할 이유를 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인문학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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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2012-01-28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보다 알리샤님 이력서의 내용이 더 궁금해요 ^^
잘 지내시죠? 여전히 춥습니다. 몸도 마음도 무탈하시길 ~!

Alicia 2012-01-29 00:09   좋아요 0 | URL

작년보다는 덜 추운것 같은데도 뒤돌아서면 잊어버리고 자꾸 춥다춥다 하게 되네요^^
굿바이님도 추운 겨울에 맛난음식, 좋은음식 드시고 모쪼록 건강 잘 챙기세요~ :>
 
굴라쉬 브런치 - 번역하는 여자 윤미나의 동유럽 독서여행기
윤미나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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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딘가를 여행하기 전에 그곳을 배경으로 한 책이나 영화로 예행 연습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에게는 그것이 사랑에 빠지기 위한 구실이다. 사랑은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려는 덧없는 몸부림이 아니던가. 그 덧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순수할 수 있는 유일한 감정이다. 흐라발이나 카프카가 아니었다면 이만큼 프라하를 좋아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게 행복은 본디 여집합이다. 감당해야 할 것들을 감당하고 견뎌야 할 것들을 견디고 났을 때 그제야 존재감을 얻는 것, 그래서 황송하기 짝이 없는 것.-31-33쪽

뜨거운 목욕으로 치유할 수 없는 것들이 분명히 있긴 하다. 하지만 그다지 많다고는 할 수 없다- 실비아 플러스-39쪽

여행을 하면서 두 사람이 함께 보내는 시간도 좋지만, 각자 내키는대로 사용한 시간을 저녁이 되어 맞바꾸는 재미도 쏠쏠하다.마치 외출에서 돌아온 기숙학교의 여학생들 같은 기분이다. 시내에서 산 머리핀이나 편지지, 초콜릿 따위를 교환하면서 킬킬거리고 흐뭇해 하는 기분. -109쪽

겨자씨같이 조그맣게 살면 돼
구겨진 휴지처럼 노래하면 돼
라디오 소리도 거리의 풍습대로 기를 쓰고
크게만 틀어놓으면 돼
모자라는 영원永遠이 있으면 돼.- 김수영<장시長詩>
-130쪽

경계는 불확실해서 매력적이다. 사는 건 어정쩡한 순간들의 연속이 아닌가. 묘하게도 지나고 나면 그런 애매한 순간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사귀는 것도 아니고 사귀지 않는 것도 아닌 시기에 마음이 설레고 짜릿하다. 백수도 아니고 일을 하는 것도 아닌 시기에 제일 하고 싶은 게 많고 의욕이 넘치더라. 경계에서 나는 가렵고 애가 탄다. 중간지대에서 한참 동안 뒤뚱거리다가 진심으로 아쉬워하며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사람, 그게 나란 인간이다. -180쪽

슬라보예 지젝은 현대인을 에워싼 환경은 실재 없는 가상의 것들, 예를 들면 "카페인이 제거된 커피, 지방을 뺀 크림, 알코올 없는 맥주, 아무런 사상자 없는 전쟁을 치를수 있다는 미국식 전쟁, 정치 없는 정치를 부르짖는 이론들" 따위로 가득차 있다고 했다. 이러한 가상의 세계는 "실재(알맹이)의 핵심적 저항이 죽어버린 것"이다.
그가 정의하는 '문화'의 개념을 생각한다면 이 실재의 저항이란 것을 좀 더 이해하기 쉬워진다. 지젝에 따르면, 문화는 "정말로 존재한다고 믿지 않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준수하고 있는 그 모든 것들에 대한 이름"이다 -1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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