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고도 - KBS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세상에서 가장 높고 가장 오래되고 가장 아름다운 천상의 길, 5000km를 가다
KBS 인사이트아시아 차마고도 제작팀 엮음 / 예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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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가장 높고 가장 오래되고 가장 아름다운 천상의 길. 한국 사람들은 '가장-한' 이라는 그러니까   더 베스트, 라는 수사를 쓰기를 좋아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그것은 종종  과정보다  성과를 중요시하는  풍습의 폐단으로  지적되어 왔다. 그런데 이 책 역시, 차마고도를 소개하면서 가장 높고 가장 오래되고 가장 아름답다는 수사를 던지고 있다. 아쉬운 점이다.

이 책은 KBS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차마고도,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방영된 다큐는 유럽과 아시아 주요 방송사들이 방송전에 구매하여 한국 다큐 사상 최초로 선판매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다큐가  시각언어와 청각언어로  요컨대 이미지로 그려진 것이라면  책은 차마고도를  문자로 그리고 있다. 다큐를 찍기 전에  세명의 피디들은  '피사체가 말하게 하라' 라는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하는데  이런 맥락에서 이 책을 보면  어떤 관점에서  쓰였는지 조금 이해가 되는 것 같다.

차에 얽힌 기록이나 전설이며, 보이차 제조와 운반과정, 마방들이 어떻게 차마고도를 건너 교역을 하였는지 마치 어깨너머로  카메라를 들고 따라가는 듯한 서술이 눈에 띈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차,가 티벳의 운명을 바꾸었다는 것인데  중국의 왕조가 숱하게 바뀌었는데도 바뀌지 않은 단 한가지가 있었는데 그게 대티벳정책이었다는 것이다. 고산지역에서  야크의 젖과 고기를 주식으로 했던 티베트인들에게는  늘 비타민이 부족했고  차는  비타민 공급원이었는데  역사의 격변기에 중국은 언제나  차와 티벳의 말을 맞바꾸는 형태를 취했고  그것은 사실상 조공이었다는 것이다.


서장인은 버터나 치즈를 좋아하며, 차를 얻지 못하면 곧 병이 생겨 곤란하다. 고로 당송 이래 이차역마의 법으로 그들을 제압한다.  ㅡ 명사, 식화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옌징의 소금계곡, 소금호수 짜부예차카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다. 4000만년전에 판과 판이 충돌, 융기되어 생긴 것이 지금의 티벳고원이란다. 산에서 소금이 나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소금우물에서 물지게를 지어다 날라 소금밭을 일구는 것은 언제나 아낙의 몫이다. 남자들은  밭일을 하고 여자들이 만든 소금을  파는 역할을 한다. 사진으로 보기에도 소금꽃은 퍽 예뻤는데  여인들의  눈물이  묻어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티벳에서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곳은  포탈라궁, 조캉사원이라고 한다. 조캉사원에는 자신의 고향에서  오체투지로 이곳까지 순례를 오는 사람들이 많다. 가장 낮은 자세로 신께 엎드려 절을 하는 것인데, 이렇게 해서  자신의 웅숭깊은 곳을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한다. 야크가죽과 나무는 다 닳아없어지고  타이어를 덧댄 자국만  남아있는데  순례자들의 얼굴은  햇볕에 그을리고  닳아서  노곤해보였다. 그런데도 그들은  행복하다고 말한다.  

온 재산을 다 버리고  오체투지를 떠난 한 가족에 대해 이야기가  가슴에 남는다. 지독한 가난에서 그토록  벗어나고 싶어  부자로 사는게  정답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걸  알게되었을 때, 깨달음의 순간은  이후의  삶의 방향을  틀어버릴 정도의  격렬함과 빛이 있다.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은 경험하게 되기도 하고,  죽을 때까지 겪지도 않고,  알지 못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래서 그들이  행복하다고는 생각  안하기 때문에..

티벳에 대해 글을 쓰는 사람들은 이곳을  너무  아름답게 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그들의 터전을  외지인들이  망가뜨려 놓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은  티벳과  중국의 관계, 오늘날  티벳의 정치적 현실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이 책은  옛날얘기만 하느라   이런  이야기들을  놓쳤다.  그것이  의도적인 것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오늘을  제외하고  어제를 얘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왜 그 유명한 말도 있지 않은가,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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