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jtbc 뉴스 말미에 리조트 붕괴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그 시간 이후부터 이어진 일들이 가관이었다. 오티를 하고 있던 신입생 300명 중 250명은 무사히 건물을 빠져나왔는데 50명이 매몰됐다는 상황(정확한 조사가 나오기 전). 결국 사망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는데, 누군가가 대학교 게시판에 "그럼 50명은 추가합격되는 건가요?"라는 정신상태 심각한 글을 올리고 개또라이로 욕을 먹던 중, 실제로 추가합격기간이었던 해당 대학교의 안내문자를 받은 누군가가 그 문자를 캡쳐해 올렸다. 두 무개념들의 행동이 섞이면서 일은 일파만파 퍼져, "사고가 나자 대학교에서 추가합격문자를 보냈다"는 줄기의 막장소설이 완성되었다.

 

추가합격기간인 걸 알면서도, 우연히 타이밍이 고약하게 된 걸 알면서도, 굳이, 그 문자를 캡쳐해 올린 심리는 진심으로 연구대상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비극적인 사고를 두고 무언가 좀 더 극적으로 상황을 몰고갈 수 있는 소스를 투척하여 주목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절반, 소스의 사실 여부에 상관없이 이야기가 부풀려지면 부풀려질수록, 사람들이 분노하면 분노할수록 스스로의 작품(?)에 뿌듯해하는 뒤틀린 자기만족이 절반..인가? 정말 말로만 듣던 관심병 환자의 말기증상인 듯하다. 실상을 알면서도 기사제목을 이상하게 뽑은 기자들 역시 마찬가지고.

 

이런 이야기가 급속도로 퍼지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계속 인명구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교측이 무슨 수로 사망자를 예견하여 추가합격안내를 한단 말인지. 관심병 말기 환자는 병자라서 그렇다치고, 멀쩡한 사람들은 어째서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그대로 믿어버리는 걸까? 왜 그럴까? 왜때문에??

 

분석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스마트폰과 SNS의 즉흥적인 소통방식과 구조를 종종 언급한다. 그러나 스스로를 저 손바닥만한 기계에 지배당하는 멍청이라고 인정하지는 말자. 멘션을 쓰거나 댓글을 달거나 리트윗을 할 때, 그냥 한 번 생각만 해보면 된다. 이게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 다르게 볼 수 있는 문제인지 아닌지. 지금도 스마트폰과 SNS를 쓰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 대단한 일이 아니다. 한 템포만 쉬면 된다. 결국엔 자정작용으로 바로 잡힐 거라고 위로하지도 말자. 시비를 가리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지능을 다 갖고 있으면서도 고작 1초, 길게 봐서 10초 머리 굴리는 게 귀찮다...면, 뭐 그냥 그대로 기계의 노예가 되는 수밖에 없다. 내 머리가 내 머리가 아닌 채로 이렇게 휩쓸리고 저렇게 휩쓸리면서 단 한 번밖에 없는 소중한 인생 멍하게 흘려보내는 수밖에.

 

하루가 지난 오늘 다시 jtbc 9시 뉴스를 봤다. 손석희라는 이름 하나가 뉴스를 얼마나 차별화할 수 있는지를 다시 한 번 느꼈다. 쇼트트랙 계주 금메달 소식으로 활기차게 열었을 다른 뉴스와 달리, "good news는 잠시 접어두고 bad news를 먼저 전해드려야할 것 같다"며 위의 사건을 긴 시간 할애해 보도했다. 채 꽃도 피우기 전에 스러진 아이들을 뉴스로 조문하는 손석희와 제작진의 마음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대학교 입학식도 하기 전에 마감되어버린 짧은 생에 대한 안타까움은 합동분향소에 놓여져 있던 영정사진을 보는 순간 극에 달하는 기분이었다. 고등학교 졸업사진인 듯 보였다. 졸업사진을 찍을 때 이 사진이 이런 일에 쓰일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고3 때 이 대학교에 지원하는 친구를 따라 가본 적이 있다. 손에 손 누런 원서봉투를 든 또래들로 북적댔던 접수처가 눈에 선하다. 원서를 낸 후 대학교 학생식당이 궁금하다며 이리 돌고 저리 돌아 찾아낸 식당에서 쫄면을 먹었고, 굳이 그 곳까지 가서 식당을 찾아낸 게 웃겨서 친구랑 내내 깔깔댔던 기억도 생생하다. 그 때의 나와 같았을 아이들의 영정사진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아, 연이어 전해지는 뉴스들은 그냥 귓가를 맴돌다 멀어졌다. 그러던 어느 순간 음악이 흘러나와서 화면으로 눈을 돌렸다. jtbc 9시 뉴스는 언제나 손석희가 직접 선곡하는 음악으로 마무리를 하는데, 오늘의 노래제목은 Never die young... 이었다. ㅜㅜ

 

기분이 묘한 날이다. 유명기업이 소유한 리조트에 그토록 허술한 건물이 있었다는 것, 그 날림공사에 아무 죄없는 어린 학생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 올림픽 때마다 효자종목이라며 치켜세우던 쇼트트랙이 실은 지저분한 행정으로 탈이 많았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여자아이들이 금메달을 따내고야 말았다는 것. 국가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는 책임을 매번 국민이 지느라 힘들고 그 와중에도 제자리를 성실하게 지킨 땀들이 오히려 국가 위신을 세워주는 상황이... 참 거지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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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02-19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조기후님의 윗글을 읽으니 예전에 'Kill with me'라는 영화를 보면서 인지부조화를 느겼던 것이 떠오릅니다.

건조기후 2014-02-19 10:10   좋아요 0 | URL
모르는 영화라서 찾아봤는데.. 끔찍하네요.

순오기 2014-02-22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거지같은 일이 많아요.ㅠ
그래도 기운내서 열심히 살아야지요~

건조기후 2014-02-24 10:50   좋아요 0 | URL
선진국이라고 부를 수 있는 날이 오긴 할까 모르겠어요.
 

글자를 조합하는 능력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김훈의 글을 읽으면서 어떻게 이런 문장을 만들어낼 수가 있냐며 왠지 모를 좌절감에 휩싸였던 그 때를 다시 한 번 마주했다. 정제된 언어가 자아내는 감성과 이성이 촘촘하게 짜여, 마침내 책을 덮었을 때는 포근한 스웨터 하나를 선물받은 기분... 좋구나.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감동은 '시간'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었다. 긴 세월을 살아온 만큼 많은 것들을 품고 있는 작가 덕분일 것이다. 이제 2014년이 되었고 우리는 또 저마다의 1년을 살아가겠지만, 2014년은 따로 떨어져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작년부터, 저 멀리로는 2002년부터 이어져왔고 1987년, 1945년, 1910년 그리고 1000년, 100년, B.C 수백 년 수천 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시간이라는 새삼스러운 깨달음. 내가 태어난 이후부터 내가 시작된 것이 아니라 나같은 개인의 일생이 수없이 쌓여온 결과물 속에 내가 잠시 들어와있다는 사실이 피부로 느껴질 때면 잠시 아연한 기분이 된다. 내 삶으로부터 떨어져서 관조하는 마음으로 나를 되돌아본다. 내가 앉아 있는 방이 보이고, 방이 있는 집, 집이 있는 동네, 동네가 있는 도시, 도시가 있는 나라, 나라가 있는 지구, 지구가 있는 우주, 우주가 있는... 또 어딘가까지 떠올려본다.

 

공간과 함께 시간도 다시 느껴본다. 지은 지 30년은 된 이 건물에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머물다 갔을까. 행복했을까? 불행했을까? 100년 전인 1914년에 있었던 일들, 1014년에 있었던 일들, 그 때의 거리와 사람들도 불러내본다. 낡은 짚신으로 종종거리며 물을 길어 나르던 종들이 실제로 이 길 위에 있었을 것이다. 도포 자락 휘날리며 팔자걸음 걷던 양반들도 이 길을 다녔을 것이다. 구한말 개항으로 몸살을 앓았을 부산을 그려보고 임진왜란으로 폐허가 되었을 거리도 떠올려본다. 누군가 태어난 자리이기도 하고 누군가 죽기도 한 자리일 것이다. 지금 내가 앉아있는 여기에서 과거의 수많은 누군가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먼 어느 날에, 나의 삶을 궁금해하는 누군가도 있을까? 어쩐지 가슴이 먹먹해진다.

 

지난 주 <무한도전>에는 출근한 지 갓 하루가 된 신입사원이 등장했다. 김태호 피디를 닮은 이 청년은 무한도전을 보고 자란 세대일 것이고 10년 가까이 쌓여온 무한도전의 시간이 그 자신 안에도 고스란히 쌓여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눈 앞의 무한도전에서 자기 안의 무한도전을 보기도 할 것이고 그렇게 현재를 과거와 함께 살게 되기도 할 것이다. 또 그것이 섞여 앞날로 이어져 가겠지. 그 미래는 다시 누군가의 현재가 될 것이고, 누군가의 과거가 될 것이다. 시간이 쌓여가는 것을 눈으로 보는 것 같아서 아련하고, 설레고, 목도 좀 메어왔다. 이 책은 나와 아무 상관없는, 방송국 피디로 막 첫 발을 내딛는 신입사원마저도 무심히 보아 넘기지 못하게 했다. 생각을 자꾸만 하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책이다.

 

그리고 어제의 <1박2일>은 시간이 쌓이는 아름다움의 정점에 있었다. 아들의 과거였던 아버지의 현재가 다시 아버지와 아들의 현재가 되었다. 젊은 시절 연애하던 아버지와 어머니가 명동성당 앞에서 사진을 찍었고, 그 시절의 아버지보다 더 나이를 먹은 아들이 다시 명동성당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아래 사진은 제작진이 부모의 사진에 아들을 합성해 선물한 '시간'이다. 공간이 살아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시간이 쌓인 장소들을 보존하는 일은 낡은 건물을 밀어버리고 살기 좋은 주상복합아파트를 짓는 일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우리는 꿋꿋이 아파트를 지어대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공간의 소중함에 눈을 돌려 진심으로 보듬어내는 사람들이 있고 같은 시간에 같은 마음으로 눈가 촉촉해진 사람들이 있다는 건 커다란 감동이었다...

 

 

아름답고, 고마운 이 책에는 아쉬운 점도 있다. 아쉬움의 크기가 작지 않아서 더 아쉬운, 아쉬움. 내내 부드러운 마음으로 읽어가다가 마치 과속방지턱처럼 덜컹거렸던 부분은 "강원도의 힘" 꼭지에서였다. 200305강릉, 이라고 적힌 사진 한 장에 관한 작가의 감상에서, 예기치못한 이율배반을 보았을 때.

 

작가는 아주 오래 전, 지금은 태백으로 편입된 강원도 황지라는 곳에 잠깐 다녀온 경험으로 강원도 전체에 관한 애잔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강원도의 자연이 훼손되는 것도 못마땅하고, 경포호수가 난잡한 상가건물에 둘러싸인 광경도 보기가 싫다. 나는 여기서부터 그의 아름다운 문장 드라이브가 조금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조악한 건물들이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현장을 볼 때, 누군가가 미워져야 한다면 그것은 철학이 없고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행정책임자이지 환경같은 것을 돌아볼 겨를없이 오로지 생계만을 위해 달려야하는 영세자영업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무조건 먹고 살기만 하면 되는 그들의 무지몽매함을 경멸할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기 힘든 강원도의 구조적 문제를 짚어 내는 것이 이 책의 흐름에 자연스러울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 글은 부자연스럽다고, 나는 느꼈다. 그래서 약간 거북했다가, 결국엔 마지막을 장식한 이 우아한 구절에서 마음이 몹시 좋지 않아져버렸다.

 

그래서 이 뻔뻔한 아이스크림 수레는 한때 호수를 포위하고 있던 저 가건물 횟집들의 오만을 한데 압축해놓은 것과 같다. 내가 끝내 보지 못한 다섯 개의 달 또는 일곱의 달이 저 수레의 통 속에서 아이스크림과 함께 달콤하게 얼고 있으리라. 그래서 그 언 달을 담을 고깔과자들이 강원도의 자연에 담겨 있을 모든 힘과 맞먹을 힘을 날카롭게 뽐내며 저렇듯 하늘로 치솟아오르는 것이리라. -p.143

 

 

책을 읽기 전 후르륵 한 번 넘기다가 사진을 보았을 때, 나는 마치 합성해 넣은 듯한 이 촌스러운 아이스크림 수레가 몹시도 고단하고 슬퍼보였다. 아이스크림 장사를 하기 위해 나왔을 아버지 혹은 어머니와, 그의 아들딸과, 그의 노부모가 떠올랐고, 곧 다른 아버지와 어머니와 아들딸에게 아이스크림을 팔게 될 그 장수의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져왔기 때문이다. 악착같이 벌어 가족들을 먹여 살리겠다는 책임감과 욕심이 그대로 묻어나,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초라한 수레를 불쑥 밀어놓은 장수의 뻔뻔함마저도 애틋하게 느껴졌다.

 

내게는 고단하고 슬프게 보였던 저 아이스크림 수레를, 강원도의 자연을 압도적으로 망치는 흉물로 보는 작가의 눈이 낯설었다.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겨울의 개"를 쓴 작가와 동일인이라고 믿어지지 않았다. 사진 너머의 삶과 역사를 가지런히 담아 내어주던 그 사람이 아니었다. '백사마을'의 깊이를 어루만지던 그 사람이 아니었고, 청계천을 시멘트로 덮었던 박정희와 청계천을 열었으나 다시 시멘트로 막아버린 이명박을 비판하던 그 사람도 아니었다. 그 수레를 바라보는 사람은, 풍경의 정취를 온전히 감상하지 못해 마음이 상한 나머지 고달픈 생계를 '덮어버린' 사람이었다.

 

그 전까지 참 가슴을 뭉클하게 해줬던 그의 아름다운 문자들이 이제는 비아냥을 가득 담아 누군가를 공격하고 있는 것이 슬펐다. 날카로운 것은 수레 위의 고깔과자가 아니라 사진을 해석하는 작가의 글이었다. 페이지를 넘기자 다시 조곤하고 온기 넘치는 문장들이 내게 다가와주었지만 과속방지턱의 충격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다.

 

이 올바르고도 아름다운 책이 담고 있는 수많은 글 중에서 유독 하나를 문제삼아 이렇게 길게 토로하는 아쉬움은 순전히 개인적인 것이다. 애초부터 사진작가가 그런 뜻으로 찍은 사진일 수도 있고, 사진을 글쓴이와 같은 눈으로 바라볼 수도 있고, 별 생각없이 지나치며 내가 과민하게 군다고 여길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다시 읽어봐도 아쉽다. 찬물에만 계속 담갔던 손보다, 따뜻한 물에 담갔다가 찬물에 담글 때 손이 더 차갑게 느껴지는 것과 같다... 아름다움 뒤에 오는 아픔이라서 더 씁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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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4-02-11 0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밥 차리면서 이 글을 읽는데..참 좋네요. 묘하게 뭉클거렸어요....

건조기후 2014-02-11 12:00   좋아요 0 | URL
생각을 많이 하게 해주는 책이었어요. 여운이 기네요..

치니 2014-02-11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솔직히 이 책을 끝까지 완독하지 못하고 말았어요. 문장이 아름답다는 점이 원체 부각되니 섬세하고 매끄럽게 잘 깎인 연필 바라보듯 곱구나 싶기는 한데 전반적으로 (제게는) 지루한 걸 못 참은 것 같아요. 그러던 와중에 이 분이 신형철 씨가 진헹하는 팟캐스트에 나온 방송을 들었는데 아 - 건조기후 님이 불편해한 그 지점을 만난 거에요. 책에서 그가 보여준 올곧음과 배치되는 이율배반이랄까 그런 지점. 자식들 이야기를 하는데 '딸은 딸이니까 연극을 한다고 해도 말리지 않았으나 아들은 음악을 하고 싶다는데도 말렸다. 아들인데 먹고 살 길 요원한 가난한 음악가가 되게 그냥 둘 수 없어서. 그리하여 현재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를 한다' 뭐 그런 내용으로 얘기하셨는데 그런 식의 단편적인 발언에 대해 조금도 부끄럽거나 자신의 책과 배치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은 노인 같아서 너무 생경했어요. 신형철 씨는 딱히 뭐라 대답하지 않았고요. 흠.

건조기후 2014-02-12 20:49   좋아요 0 | URL
저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던 건 아니에요. ㅎ; 항상 책을 읽을 때는 여러가지 느낌이 들기 마련이고 책에 대한 평가는 결국 어떤 쪽으로 선택하게 되느냐하는 문제인데 (말이 뭐 이렇게 거창하담) 저는 미문을 택했던 것 같아요. 무언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던 것도 좋았고요.

꼭 저 부분이 아니더라도.. 삶의 안과 밖이 다른 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었어요. 치니님 말씀 들으니 더 그렇네요..

페크(pek0501) 2014-02-11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좋은 글을 보니 그냥 추천만 누르고 가기가 섭섭할 것 같아 흔적을 남깁니다.
저도 이 책을 가지고 있어서 님이 말씀하신 꼭지를 찾아 봤답니다. (저는 앞부분 몇 꼭지만 읽고 참 잘 쓰는 분이구나, 했지요. 그리고 마저 읽어야지, 했지요.)

결국 인간이란, (제가 자주 생각하는 건데) 거기서 거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또 들었어요.
님의 의견에 공감하면서 많이 배우고 갑니다.
추천을 백 번쯤 누르고 싶은 글이지만 한 번만 누르고 갑니다. ^^

건조기후 2014-02-11 14:53   좋아요 0 | URL
아핫, 저 역시 그 생각을 했어요. 저 자신부터가 완벽하게 언행이 일치하는 사람이라 할 수도 없고..; 어차피 머리부터 발끝까지 똑같은 사람이 어디 있다고.. 다들 이랬다 저랬다 하며 살다 가는 거지.. 싶다가,

근데 그러면 뭔가 의문이 나도 그러려니 해야하고 할 말이 생겨도 그러려니 해야하고, 세상에 아무 말도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저런 생각을 그대로 써버렸어요. ^^

다락방 2014-02-11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우리 건조기후님 글 참 잘쓴다.
:)

joy3928 2014-02-16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읽고갑니다 깊고 아름다운 님의 시선에 감동
 
[중고] 성시경 - 정규 7집 처음
카카오 M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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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곡 한 곡이 예술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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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만리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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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함이 없다. 성실한 자료조사와 현장답사에서 나오는 소름돋는 현실감, 끝끝내 인간의 심성을 놓지 않는 따뜻한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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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09-30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게 얼마만입니까 건조기후님. ㅠㅠ

건조기후 2013-09-30 13:52   좋아요 0 | URL
헤헤. 서재 막 낯설고 ㅎ 다락방님 잘 지냈어요?
 

 

지난 화요일 오랜만에 PD수첩을 봤다. 수 년에 걸친 치졸한 탄압을 지켜보면서 결국 피디수첩에 관심을 꺼버렸지만, 우연히 <벼랑에 선 사람들, 주거취약자>라는 부제가 눈에 띄어 보게 됐다. <안철수의 생각> 대담자로 잘 알려진 제정임 교수와 단비뉴스취재팀의 책 <벼랑에 선 사람들>을 읽은 후였고, 그 처절한 기록이 아직도 머리에 가슴에 생생하게 남아있었기 때문에 피디수첩이 그 서러움을 어떻게 영상에 담아낼지 궁금했다. 시용PD, 시용기자라고 비하되는 이면에 그래도 조금쯤 다른 모습이 있지 않을까 기대도 잠깐.

 

일단 제목과 아이템을 그대로 갖다 쓰고 있었으므로 이 책에 관해 한 번이라도 언급이 나올 줄 알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책에 관한 이야기는 단 한 마디도 없었다. 주거 불안정에 관한 기사는 뉴스에도 많이 나오는 거고 사회비판적인 보도프로그램 성격상 사회과학 책과 아이템이 겹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라 하더라도, 제목까지 저렇게 똑같이 쓰면서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 건 도리가 아니지 않을까? 실제 시사 프로를 제작하는 현장에서 이런 문제가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직접 "만화방 숙식"을 체험하고 쪽방과 비닐하우스를 찾아다니면서 주거빈곤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아픔을 깊이 있게 담아낸 이 책의 저자들이 방송을 봤다면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그렇더라도 방송 자체로 내용이 좋았다면 이런 사소한(?) 트집같은 건 잡을 마음이 생기지도 않았을텐데. 많이 부실하더라. 국가의 주거정책에 문제점을 제기하는 것도,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하다못해 힘든 사람들의 사정과 입장을 진지하게 알아보려 노력하는 것도 아닌, 그냥 "이 사람들 참 불쌍하다" 였다. 선진국의 사례와 전문가의 의견을 토대로 실천가능한 해법을 충실하게 소개하고 있는 책에 비해, 최대한 비참한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것 이외에 어떤 지점에서 그들의 철학이나 가치관을 보여주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방송이었다.

 

<벼랑에 선 사람들>이라는 책이 훌륭한 이유는, 소외계층의 현실을 가감없이 전달하면서 그들의 삶이 그토록 내려갈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냉정하게 지적하고 그를 위한 해결책까지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들도 우리처럼 평범하게 살던 사람이었다", "지금처럼 허약한 사회안전망 안에서는 누구나 이렇게 하루아침에 삶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공감과 비판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담고 있다는 점에서 참 좋은 책이었다. 취재 대상이 곧 나의 모습일 수도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쓰여진 글과 취재 대상은 말 그대로 취재 대상일 뿐이라는 거리를 두고 만들어진 방송은 그대로 수준의 차이를 보여줬다.

 

MBC 사태의 본질을 잘 모르거나 알고도 모른 척하며 언론 탄압의 빈 자리를 꿰찬 자들에게 무슨 언론인의 소명과 자질을 말할 수 있을 것이며 애초부터 권력의 충복이 될 것임을 직간접적으로 맹세하고 들어간 자리에서 권력감시역할을 할 리도 만무하지만, 뻔한 민생르포를 특집처럼 내놓으면서 그나마도 이렇게 아무런 방향성 없는 방송이라니 씁쓸하기 그지 없었다. 예전같은 대담한 주제나 심층적인 보도를 기대하지도 않았으나 저렇게 남의 것을 도용하는 것도 아니고 아닌 것도 아닌, 이도 저도 아닌 뒷북 겉핥기 방송을 만들 줄이야. 국가나 권력이 불편해하는 영역에는 그 근처도 얼씬거리지 않겠다는 각오를 확고하게 보여주고 있는 듯했다. 비판정신이 사라진 저널리즘... 소망교회를 취재하다가 전출된 최승호 피디가 본다면 가슴에서 피눈물이 날 것 같다. 화면에 크게 박힌 PD수첩이라는 글자가 마치 남의 나라 언어인 양 낯설게 느껴졌다..

 

 

작년 1월 17일 이후 붕 떠버린 시간을 막상 눈으로 확인하니 가슴이 신산해진다. 광우병 보도를 시작으로 잔인하게 짓밟히며 그토록 긴 암흑의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힘은, 진실이라는 든든한 빽.. 뿐만 아니라 정권교체라는 절대당위성과 확신에 있었을 텐데 ㅜㅜ 앞으로의 시간을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견뎌낼 지 내가 다 막막 ㅜㅜㅜㅜ

 

20주년 기념으로 출판된 인터뷰집을 읽으며 한없이 존경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며 외부 압박이며 심지어 살해 위협에도 불구하고 사회 곳곳을 그토록 끈질기게 파헤치고 다니는지... 일상이 처절하게 너덜거릴지언정 스스로에게 사명을 부여하고 양심을 지켜가는 삶은 아름답다. 제 역할에 열심이었다고 오히려 핍박을 당하는 뒤틀린 세상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은 이들(중 일부는 '변절'하기도 했으나)을 보며 이 사회와 그 안에 속한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도 된다. 기자도 아니고 피디도 아니지만 그냥 한 시민으로서의 시선, 삶의 방향도 다시 한 번 다잡게 된다.

 

재작년에 이사를 하면서 책 책 책 책에 너무 진저리가 나서(이사업체에 책은 손대지 말아달라 한 건 나였지만ㅜ) 이제는 읽은 후 웬만해선 중고샵에 팔아버리게 되었는데, 그 와중에도 간직하고 있는 책 중의 한 권이다. 또 이사를 하게 되더라도 기꺼이 이고 지고 다니면서 곁에 늘 두고 싶은 책.

 

이 책을 읽던 즈음에 20주년 특집방송도 했었다. 촛불집회, 용산, 미네르바와 함께 PD수첩 그 자신이 탄압의 대표상품이었던 지난 5년. 그 때 MB정권 몇 년이나 남았네, 이제 몇 년만 참으면 되네 했던 말들이 귓가에서 부서진다. 하. 내 30대가 고스란히 이명박근혜로 점철되어버리다니 ㅜ 여차하면 그냥 신경끄고 밥벌이 일상으로 돌아가도 그만인 소시민의 심정이 이런데, 사회정의를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언론의 역할을 박탈당하는 동시에 유치한 밥벌이위협까지 받는 당사자들의 심정은 얼마나 참담할까.

 

먼 훗날, 또 몇 주년의 특집에서는, 이렇게 처참하게 무너져버린 시절의 이야기도 아프게 오고가겠지. 다시 또 "시간은 흐른다는 사실만이 유일한 해결책"일지 모를 5년을 보내게 되었지만, 변함없이 언론인의 자리를 지키며 제 역할을 하는 것 이외에 달리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리 역시 깨어 있는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잊지 않는 것 이외에 달리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뉴스타파 등 대안언론의 외연이 조금씩 확장되고 있고, 국민TV 창설을 위한 논의도 진행 중인 걸로 알고 있다. 하나하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꼼꼼하게 하는 것이 18대의 비극을 저지하고 19대의 희망을 만들어가는 길이라고, 다시 눈 똑바로 뜨고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괜히 비장해지는 마음에 웃음이 나고 한숨이 난다. 하... 무슨 이런 다짐같은 걸 해야하는 상황이라니. 안철수와 문재인 사이에서 행복한 고민을 하던 때가 불과 몇 달 전인데. 세상에, 안 철 수 도 있고 문 재 인 도 있었는데. 안철수가 사퇴하던 때 충분히 절망했던 나로선 선거결과에 남들만큼 심한 멘붕을 겪지는 않았지만,

 

아직도 가끔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꿈일 리가 없어서 더 잔인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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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31 14: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조기후 2013-01-31 21:38   좋아요 0 | URL
^^

순오기 2013-02-01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텔레비전 어떤 프로도 기억하고 지켜보지 않은지 오래라 뭘 하는지도 모르겠어요.ㅜ
그래도 이렇게 상세하게 알려주시니 방송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이 잡히네요.
건조기후님 30대는 이명박근혜, 우리딸은 20대를 몽땅 이명박근혜가 점령했다고 절망했어요.ㅠ

건조기후 2013-02-03 13:22   좋아요 0 | URL
아 이명박근혜의 20대 ㅜㅜ
그나마 김대중 노무현의 20대를 보낼 수 있었던 건 축복인 거였네요. 그러네요 -_-

transient-guest 2013-02-04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뻔뻔스럽게 저 방송을 다시, 그러나 뇌와 신경계는 몽땅 바꿔버리고서 다시 하는것이네요. 이름만 PD수첩이네요. 언제 다시 '수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앞으로 5년간은 no로군요. 이명박근혜라...진정한 잃어버린 10년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힘이나마, 분별이나마 우리 젊은 친구들에게 남아있게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up-and-down을 반복하지만, 발전하는 것이 역사라고 믿고 싶어요.

건조기후 2013-02-05 16:36   좋아요 0 | URL
이제 피디수첩의 수첩은 수첩공주의 그 수첩입니다. ;
저 역시 단기적으로 후퇴할지언정 역사의 거대한 흐름은 항상 진보한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아요. 다만 국민도 국민이지만 야당도 이명박 욕하고 박정희(근혜) 욕해서 반대급부로 권력얻으려는 거지근성에서 제발 벗어났으면 좋겠네요. -_- 정말 혁신하고 국민들의 실질적인 삶을 제대로 볼 줄 아는 눈을 키운다면 지지율은 자연히 올라갈텐데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