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media.daum.net/entertain/star/newsview?newsid=20161025095602113

 

최근 SNS에서 성희롱 논란의 중심에 선 영화 '은교'의 원작자 박범신 작가가 과거 한혜진에게 한 성희롱 발언으로 또 다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2년 6월 방송된 SBS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에서 박범신은 MC 한혜진을 향해 "혜진 씨 팬이다. 한때는 내 마음속의 은교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박범신은 "너무 한혜진을 좋아해서 미니홈피도 방문하고는 했다. 종교를 열심히 믿고 있더라. 굉장히 정숙한 생활을 하시는 분이구나 생각했다. 애인도 있는 것 같더라. 정보를 많이 캤다. 부모님도 계시고 종교도 있고 애인도 있다. 삼중 바리케이드에 있는 셈. 그래서 내가 포기했다"고 폭탄 발언을 해 주위를 놀라게 했습니다. 또, 박범신은 "한혜진이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관능미가 없다"고 말해 한혜진을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박범신은 한 술자리에서 여성들을 '늙은 은교', '젊은 은교'라고 부르는 등 성희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며 두 차례에 걸쳐 사과문을 게시한 뒤 트위터 계정을 폐쇄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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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도 계시고 종교도 있고 애인도 있다. 삼중 바리케이드에 있는 셈. 그래서 내가 포기했다."

 

작가로서의 업적과 관계없이 한 인간으로서 얼마나 함량미달인지 드러난 마당이지만 저 발언 정말 너무너무 충격이다. 바리케이드? 부모가 없거나 종교가 없거나 애인이 없거나 셋 다 없으면 뭘 어쩌겠다는 말? 세상에, 나이 칠십씩이나 먹은 작가라는 사람이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태도가 더없이 저열하고 추접스럽다. 예술한답시고 가상과 현실 구분 못 하는 사람들 진심 병신같고 혐오스러운데 저건 똥오줌 구분 못 하는 수준을 넘어서 자기가 똥오줌을 싸고 있는 건지 안 싸고 있는 건지도 모르는 거 아닌가. 저것도 분위기를 좋게 만들기 위한 농담인가. 가볍게 던지는 농담에서 평소의 가치관과 본성이 더 잘 드러나는 법이다. 얼마나 성차별, 계급주의적인 사고방식에 쩔어 있으면 저런 내용이 자연스럽게 농담으로 흘러나오는 걸까?

 

나는 <은교>를 책으로는 안 봤고 영화로 봤는데 나쁘지 않았고, (남자든 여자든) 늙어버린 자신의 육체를 바라보는 어쩔 수 없는 비애와 젊음(자체 또는 젊은 이성)에 대해 강렬한 욕망이 뒤얽히는 그 모든 감정들에 충분히 공감이 됐었다. 하지만 소설속에서 빠져나오지 못 한 머저리 작가의 추태를 보면서 오만 정이 다 떨어졌고 이제 은교 은교 말만 들어도 토가 쏠린다. 당신 마음 속의 은교는 제발 당신 마음 속에만 간직하길. 여고생들이 다니는 길목에 몇 시간씩 차를 세워놓고 허벅지와 종아리를 쳐다보는 것도 니 취향이려니 하는데, 누구나 그것을 예술하는 할아버지의 기행쯤으로 받아들일 거라 착각하고 자랑스레 떠벌리지는 마시기를. 예술가 이전에~ 사람부터~ 되세요. 이미 너무 늦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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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10-26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아- 파도파도 끝이 없네요. 삼중 바리케이트라니, 미쳤나봐요. 그 바리케이트 없으면, 어쩌려고요? -_-^

건조기후 2016-10-26 17:27   좋아요 0 | URL
제 말이요... 남자들 중에 여자 쪽에 남자형제나 부친이 없으면 은근 우습게 보는 인격장애들 있다는 거 새삼스럽지는 않은데, 그래도 작가라는 자가 여자를 대할 때 저런 바리케이트가 있는지를 생각하는 것 자체가 너무 놀라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10-26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추하게 늙었네요..

건조기후 2016-10-26 23:52   좋아요 0 | URL
어떻게 부모가 있나 없나 종교가 있나 없나를 들먹이며 여자를 판단하는지 너무 천박하고 비열해서 말도 안 나오네요. 사과문이라고 올린 것도 봤지만 본인이 추하게 늙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를 듯... 평생 착각하고 살겠죠 은교 타령이나 하면서.
 

jtbc 뉴스룸 엔딩으로 박효신의 신곡이 나온다. 뉴스 프로그램이 어쩌자고 이렇게 따뜻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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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6-10-06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 앵커가 지진에 태풍까지, 정치도 개판인 상태에서 자연재해를 겪는 국민을 위무하고 싶어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윤여정 배우와 대화할 때도 그렇고, 잠깐이나마 내려놓고 쉬었으면 좋겠다는 따스한 마음이 느껴진 게, 저만의 착각이 아니었나 봐요. 뉴스룸이 있어서 고맙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건조기후 2016-10-06 20:08   좋아요 0 | URL
평소에도 보면 국민 입장에서는, 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요즘엔 특히 더 국민들이 너무너무 지쳐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의식하고 같이 느끼는 것 같더라고요. 지진 때 직접 겪는 입장이 되어보니 그런 마음이 담긴 멘트 하나하나가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절감했습니다. 강진 왔을 때 뉴스 다 취소하고 지진속보하다가 클로징멘트로 부디 안전한 밤 되시라고 하는데 진짜 눈물 났었어요 ㅜㅜ 어제 이 곡 전주 나오는 순간 또 뭉클했네요..
 

구르미 보다가 가슴이 왈랑왈랑했던 장면... 서고에서 잠이 든 라온과 책으로 햇빛을 가려주던 세자가 같이 책상 위에 엎드려 꿈 이야기를 하고 이름을 불러주던... ㅜ 어제도 생각나고 오늘도 생각나고 계속 생각나네 ㅎㅎㅎ

 

 

 

 

 

 

 

눈을 감아도 내가 보이는 것이냐?

자면서도 그리 웃는 걸 보니.

 

예. 저하 꿈을 꾸었습니다.

 

어떤 꿈이었느냐?

 

저하께서 처음으로 라온아- 하고 불러주신 꿈이요.

 

더 자거라.

라온아.

 

-

 

어휴... 좋다...... 한낮의 나른한 공기 속에 다정하게 널부러져서는 손을 쓰담쓰담하며 나누는 나지막한 대화...

좋다좋아 ㅜ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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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9-30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오연수랑 조민기 주연의 드라마 [거침없는 사랑]이란 게 있었어요. 혹시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거기에서 오연수가 조민기를 엄청 좋아했거든요. 같은 업종에 종사했었는데, 바이어를 만나러 간 거였나, 호텔 주차장에서 조민기가 차 안에서 잠들어버린 거에요. 그걸 오연수가 보게 되고, 오연수가 햇빛을 한참이나 가려주면서 조민기 잠든 걸 쳐다보거든요. 그리고 조민기가 깨기 전에 가서 조민기는 몰라요. 그러다가 시간이 흘러서 조민기가 라디오를 듣는데, 라디오에서 디제이가 그 얘길 해주는거에요. 호텔 주차장에서 한 여자가 차 안에서 잠든 남자에게 빛이 드는 걸 가려주는 장면을 보았다, 그들에겐 어떤 사연이 있는걸까, 하면서요. 그 라디오 방송을 듣고 조민기가 그것이 자기와 오연수 얘기일 거라는 걸 짐작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이 페이퍼 보니까 그 드라마 생각이 나요.

건조기후 2016-09-30 14:14   좋아요 1 | URL
햇빛 가려주고 비 막아주고 하는 장면이 어느 순간 훅 들어올 때가 있는데 다락방님이 말씀하신 장면은 참 아련하네요. 오늘은 비도 많이 오고 쌀쌀해서 그런지 저 장면이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아요. 어디 조용하고 따뜻한 데 들어가서 애인이랑 널부러져서 졸린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싶네요... 애인이 없는 게 오늘따라 너무 싫고요 ㅋ ㅜㅜㅜ

단발머리 2016-09-30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기해요~~~ 건조기후님 이 페이퍼는 음성지원이 되네요 ㅎㅎ
우리 세자 저하께서 등장하셔서는^^

건조기후 2016-09-30 14:15   좋아요 0 | URL
저렇게 나른한 대화 좋아요... 목소리도 참 좋고 ㅎ
 

다시 지진

 

어제의 일본 오키나와/가고시마 지진. 일본지진 마구잡이 속보로 안 내보냈으면 좋겠다. 일본은 지각판이 여러 개 충돌하는 경계에 있어서 대부분의 지진이 그런 지각운동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와는 상관없는 지진일 가능성이 많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내용도 설명도 없이 무조건 일본지진도 조심해야한다고 경고하듯 긴박하게 쏴대는 기사들. 여러 차례의 지진을 겪으면서 민감해진 분위기를 이용해 일부러 공포심 조장하는 제목을 갖다 붙이는 일부 기레기들도 정말 짜증남...

 

어제 전국구를 들으니 (게스트로 나온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이번 경주 지진은 대다수 언론에 보도되는 것처럼 동일본대지진의 영향이 아니라 양산단층 자체에서 일어난 것이며, 며칠 전 발생한 4.5 지진도 지난 12일 5.8 지진의 여진이 아니고 별도의 새로운 지진이라고 한다. 통상 여진은 2.0 전후로 약하게 나타나다가 소멸하는 것이 전세계적으로도 일반적인 패턴이고, 본진을 100으로 봤을 때 여진 에너지의 총량은 많아봐야 5 정도이기 때문에 갑자기 4.5 규모로 발생하는 것은 여진으로 볼 수가 없다고. 수많은 기사를 보았지만 이런 내용 본 적이 없음. 여진이 날 때마다 규모 숫자만 바꿔서 올라왔던 기사들에 넌덜머리가 났었다. [규모 얼마의 여진이 발생했다 - 5.8 본진의 몇 번째 여진이며 - 피해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끝. 기자들이 도대체 뭐하는 사람들인지, 누구 말처럼 앞으로 경주 부근에서 나는 모든 지진은 무조건 5.8의 여진으로 몰아갈 태세였다. 이뭐병......

 

양산단층에서 주변 단층으로 확산되는 듯한 양상도 우려스럽지만 경주 지진에서 하나 주의깊게 보아야 할 점이 5.1, 5.8의 규모에 비해 너무 피해가 작다는 거라고 했다. 5.8의 지진이 어느 정도의 피해를 내는 규모인지 알 수가 없는 우리같은 일반인은 그냥 언론보도를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고, 공포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인명피해가 없다니까 5.8도 그렇게 심한 건 아닌가보다 할 수 있는데, 전문가가 보기엔 이게 너무 약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에너지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남아있는 것이므로 지진이 다시 올 것은 자명한데, 5.8로 분출된 힘이 전체 에너지의 20인지 50인지 80인지 모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규모로 발생할 지는 모른다고 한다. 이런 내용도 기사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음... 한숨만 난다.

 

전국구의 내용만 옳고 나머지는 모두 틀렸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지진이라는 게 정확한 분석 예측이 가능한 대상이 아니고, 더구나 연구가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서 학자들마다 견해가 갈릴 수 있다는 점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기자들이 너무 무비판적이고 천편일률적이다. 동일본대지진 영향이라는 것도 전문가가 그렇게 얘기하니까 그런가보다 하는데 솔직히 일본 동부에서 발생한 지진이 무려 5년 후에 같은 일본도 아니고 굳이 멀리 떨어진 경주에 영향을 준다는 게 납득이 되나? 우리같은 일반인이야 납득이 되면 되는대로 안 되면 안 되는대로 넘어갈 수밖에 없지만 기자들은 아무런 의문도 안 드는 걸까? 좀 이상하면 더 취재를 하고 다른 견해를 가진 전문가들도 인터뷰를 하고 하나의 가능성, 또 다른 가능성에 대해 자꾸자꾸 분석을 해나가야 하는 거 아닌가? 받아쓰기 대회가 아니잖아요?...

 

어쨌거나 다시 지진이 올 것이 분명한 것은 두려운 일이지만, 애초에 그 에너지가 한번에 터지지 않은 건 정말 다행이구나 싶다. 물론 5.8 지진이 전체 에너지의 10이나 20도 안 되는 거라면 비극이지만 지각판의 경계가 아닌 내부에서 발생하는 에너지가 그렇게 어마어마한 규모는 아니지 않을까. 전문가도 정확하게 알 수 없는 문제를 나같은 일반인이 단정할 수는 없으나,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보고 지레 겁먹거나 막연히 별 일 없을 거라고 무사태평이기보다는 이런저런 분석과 예측을 차분하게 듣고 나름의 대처를 하는 것이 제일 현명한 짓이라고 생각한다. 자연현상에 대한 나름의 대처라는 게 딱히 뾰족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저 연습하는 것이다. 내 삶의 새로운 변수로 작동하기 시작한 지진이라는 대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연습.

 

이렇게 어느 정도 차분할 수 있는 것도 어쩌면 행복인지도. 자연재해 앞에서 누군들 무섭지 않겠냐마는 당장 진원지 근처에서 느끼는 공포라는 것은 나처럼 거리가 좀 떨어진 곳에서 느끼는 공포와는 전혀 차원이 다르니까. 경주에서는 마치 배를 타고 있는 것처럼 땅이 울렁거리고 사람들이 멀미를 할 정도였다는데, 아직도 사람들이 집에 들어가기가 무서워서 공원에 텐트를 치고 살고 있다는데, 책장정리 따위의 호들갑은 아무 것도 아니었네.

 

그런데 왜 기자들은 경주 취재를 제대로 안 하나요? 지진이 날 때마다 느꼈던 것이, 지진제보가 가장 먼저 들어오는 곳이 부산이라는 것이다. 인구가 많고 젊은 사람들이 많으니 제보도 빠르고 SNS로도 금방 퍼지는 건데, 정부에서 먼저 알아채고 경보를 발령하는 시스템이 잘 되어있다면 모두가 처음부터 경주지진으로 인식을 하겠지만, 그게 아니라 일반시민들 제보가 결정적인 이런 나라에서는 인구가 감소하고 점점 고령화되는 지역은 급박한 위험에서조차도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절감하고 소름이 쭉 돋았다. 언론보도도 그렇다. 최근의 지진 모두 진원지는 울산과 경주였음에도 불구하고 부산 지진을 더 크게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고, 경주에서는 땅이 막 울렁이는데 서울에서 진동을 느꼈느니 어쨌느니가 중요한 사람들이 많다. 크고 많은 게 더 중요할 수 있지만 그것이 작은 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닐뿐더러 기본적으로 지진이 났다고 하면 진원지 중심이 되어야하는 거 아닌가. 물론 부산에도 서울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 그런 부분에 대한 보도도 필요하지만 경주에 대한 기사가 너무 빈약하니 답답하고 한심하다. 기자들조차 경주 일은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지.

 

그리고 원전

 

우리나라 전체 전기생산량을 100으로 봤을 때 원자력발전으로 얻는 전력이 30 정도이고 올해 여름처럼 전력수요가 최대치에 이를 때가 65라고 한다. 최고수준에서도 35만큼 여유가 있고, 단적으로 오늘 당장 원전을 모두 폐쇄해도 전력공급에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전력은 단가가 가장 싼 원전이 많을수록 이익이 높아지고, 원전 운영하는 민간사업자들은 생산하는 전력량에 상관없이 일단 가동만 하면 기본운영비를 지원받으니 원전을 정지하고 싶어할 리가 없다. 그러니 폐쇄는 커녕 하나라도 더 지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다.

 

민간-공기업-정부가 돈 먹고 먹이는 관계로 얼마나 끈끈하게 엮여 있으면 활성단층인 게 당장 드러났고 원전이 위험한 게 눈 앞에 아슬아슬하게 보이는데도 콧방귀 한 번 안 뀌는지... 수많은 사람들 목숨 담보로 성과급 2천만원 잔치나 하고 있는 게 진심으로 아무렇지 않나. 제일 코미디인 게 아직도 양산단층이 활성이냐 아니냐 논란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아니 지진이 일어났는데 무슨 논란... 어이가 없어서 정말 돌아버리겠다. 전국구에 출연한 전문가는 활성단층이네 아니네 떠드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신생대 제4기 이후에 활동한 적이 있는 단층을 활성단층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지금 7일된 활성단층을 갖고 있는 거라고 했다. ㅋ 7일짜리 신선한 단층 앞에서 신생대 기준의 개념을 들이밀면 어쩌자는 건지... 에휴...

 

가끔 이 나라 국민으로 살면서 정신병에 안 걸리는 게 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특히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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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6-09-27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전의 발전단가가 가장 싸다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궤변입니다.
여기에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발전소 건설비용과 핵 폐기물 처리 비용이 누락되어 있습니다.
건설비야 그렇다 치더라도, 폐기물 처리비용은 계산할 수가 없죠.
핵 연료봉은 10만년 이상 밀폐 보관해야 합니다.
그런 일이 과연 가능하기나 할까요?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갈까요?
그 뿐 아니라 원전을 짓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서도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이 모든 것을 감안하면 핵발전소는 가장 발전단가가 높은 에너지원입니다.
전기가 남아돌아도 신규 핵발전소를 짓는데에만 정신이 팔린,
이 땅의 원전 마피아들은 과연 핵 사고가 나면 자신들은 무사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 궁금하네요.

건조기후 2016-09-27 15:4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하지만 그런 비용까지 생각할 머리가 있다면 애초에 원전을 짓지도 않았겠죠... 돈에만 눈 먼 단세포 아메바같은 자들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있다는 게 이 나라의 치명적인 비극입니다 ㅡㅡ 정말 돈만 있으면 다른 건 아무 상관없는 멍청한 돈벌레거나 여차하면 외국으로 뜰 준비가 된 사악한 돈벌레거나 둘 중 하나겠지요. ㅜ
 

 

지진...

 

진동에 트라우마가 생긴 듯하다. 수시로 정지동작을 하고는 진동이 느껴지는지 신경을 초집중하고, 갑자기 뭔가 울렁이는 기분이 들면 생수병의 물이 찰랑거리는지 살펴본다. 내 몸에서 나는 약간의 근육경련에도 깜짝깜짝 놀란다.

 

지난 7월 울산 앞바다 지진 때도 엄청 공포였는데 이번엔 연속으로 두 번 겪으니 정말 심장이 쪼그라들고 눈물까지 났다. 당일엔 잠도 안 올 것 같아서 새벽까지 내내 폰으로 계속 뉴스 검색하면서 불안해했는데 어느 새 잠들었는지 눈을 떠보니 아침이었다. 그 때의 기분이 아직도 잘 잊혀지지 않는다. 일어나지 않고 잠시 가만히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았는데, 기분이 뭐라 말할 수 없이 묘했다. 거짓말처럼 돌아온 일상의 편안함.

 

그 날 저녁 7시 반쯤 첫 진동이 왔을 때 나는 방에서 막 운동을 하려고 사이클에 올라 페달을 몇 번 구르던 참이었다. 갑자기 양쪽 벽에 죽 늘어선 책장들이 한꺼번에 쓰러질 것처럼 마구마구 흔들렸고, 잠시 공포에 휩싸여 사이클에 엎드린 채 얼음이 되었다가 얼른 정신 차리고 사이클에서 내려왔다. 세상 편하게 코 골면서 자고 있는-_- 다롱이를 깨워 안아 올리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진동이 멈췄다.

 

운동할 생각이 싹 사라져 뉴스 틀어놓고는 카톡도 안 돼서 문자하면서 또 계속 뉴스만 검색해서 봤다. 다시 진동이 오더라도 이거보다는 약하겠지 싶어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두 번째는 완전 더 세게 와서 집 전체가 말 그대로 요동을 쳤다. 거의 패닉상태 비스무리하게 된 채로 당장 앞으로 넘어질 것 같이 기우뚱하게 흔들리는 책장 하나만 꼭 붙들고 있었다. 그 책장이 넘어지면 다롱이가 깔려버릴 위치에 있었어서 아까처럼 데리고 나가야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그렇게 내가 겁에 질린 채 책장을 온 몸으로 받치고 있을 때도 다롱이는 여전히 고운 자태로 코골며 꿈나라... 어휴 그 모습 진짜. 저 눔 시키의 안위가 내 생존보다 중요한 것이 나의 본능임을 서글프게 깨달으며 진동이 멈추기만을 빌었다. 질끈 감은 눈 사이로 눈물이 찍. 공포의 순간은 아무리 짧아도 길고 길었다.

 

이거보다 강력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하니 무섭고 불안하다. 양산단층이네 무슨 단층이네 하는 것들이 부산 한가운데를 관통하고 있는 사진을 볼 때마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영남에 다른 단층들도 많이 몰려있다는 사실에 모골이 송연... 단층밀집에다 원전밀집까지 아주 환상이네? 영도에는 땅이 갈라진 곳도 있다는데 마음을 완전히 놓고 살 수 있을라나 모르겠다. 이러다 잊고, 지진이 오면 공포에 떨었다가, 또 잊고, 그렇게 살 게 될런지. 차라리 공포에 충분히 익숙해져 있을 일본이 부럽다. 익숙하다고 괜찮은 건 아니지만... 그나마 전국이 거의 완벽하게 내진설계가 되어있으니 마음 놓고 익숙할 수 있다는 것이.

 

지난 번 7월 지진 때 책장 흔들리는 거 보고, 좋아라 산 책들이 흉기가 될 수 있음을 여실히 느꼈다. 저것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압사하기도 전에 책 모서리에 맞는 것만으로 기절할 것 같아. 그래서 책을 줄이거나 책장을 낮은 걸로 바꿔야겠다 생각했는데 이게 또 낮은 걸로 바꾸자니 각이 안 나오고 쉽지가 않아서 미루다가 또 지진이 왔다. 책장 바꾸는 게 힘들면 책장을 벽에 고정이라도 해놔야할 것 같다. 책 가득한 책장 막막 흔들리는 거 진짜 무서움 ㅜㅜ

 

자기 전에는 책장 칸칸이 앞쪽 공간에 놓인 잡동사니들을 다 치우고, 유난히 심하게 흔들렸던 책장 앞을 사이클로 막아 놓고, 중요한 물건들을 대충 가방에 넣어 방문 옆에 두었다. 그러는 내가 참 웃겼지만 웃겨도 웃을 수 없는 상황 ㅜ 일본이 괜히 매사에 미니멀한 게 아니구나 싶고.

 

추석 때 보기 싫은 사람이 온다고 해서 혼자 조용히 보내려고 호텔을 예약해두었는데 그것도 신경이 쓰였다. 설마 호텔이 무너질 리 있을까마는... 이미 세게 여러 번 터뜨렸고 여진도 300회-_- 넘게 발생하고 있다니 당분간은 괜찮지 않을까, 단층에 쌓였다는 응력인지 뭔지 에너지가 많이 해소된 상태일테니, 싶고, 집이나 호텔이나 지진 앞에서 다를 것도 없어 그냥 왔다. 어쨌거나 보기 싫은 사람 안 보고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이 무지하게 컸으니까.

 

비상구부터 살펴봐야할 것 같아서(앞으로는 습관이 될 듯ㅡㅡ) 편의점 가면서 계단으로 내려가봤는데, 돌아와서 보니 호텔방 문에 붙은 대피도에 계단은 표시가 안 돼있고 완강기로 내려갈 수 있는 출구만 안내가 되어있었다. 계단을 이용해야할 때는 몰라서 우왕좌왕할 게 뻔하고, 계단 말고 완강기를 이용해야할 경우에도 복도에는 두 방향 모두 비상구표시등이 있어서 헷갈릴 수 있기 때문에 계단으로 가지 않기 위해서라도 표시를 해야 할 것 같은데.

 

홀로 추석

 

어제 추석 전날이라 식당이 문 닫은 데가 많아서 먹고 싶은 건 못 먹고, 떡볶이랑 충무김밥이랑 샌드위치 대충 사들고 들어와 샤워하고 에어컨 빵빵 틀어놓고 빈둥대다가 자고 일어나 오늘도 열심히 빈둥대고 빈둥대고 빈둥대고 있다. 곁에 누군가 있다면 더 좋을 것도 같지만 이렇게 완벽하게 혼자만의 공간 혼자만의 시간이 주는 극강의 행복감이 있어서 그렇게 아쉽지는 않다.

 

연휴 내내 머리 텅 비우고 티비를 볼까 아님 책을 읽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책 없이 왔다. 책장에서 책을 고르고 있으려니 무섭게 진동하던 잔상이 남은 건지 어지러운 느낌도 들고, 그 탓인지 딱히 땡기는 책도 없고, 노트북이 생각보다 부담스러워서 책까지 싸오기도 싫고. 드라마나 하나 몰아서 볼까, 송재정이 W 대본을 풀었다던데 그것도 한 번 꼼꼼하게 보고 싶다 생각했지만 지금까지는 계속 티비 틀어놓고 그냥 뒹굴모드. 설레며 계획하는 시간은 늘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처럼 무한하게 느껴지는데 정작 실제로 하는 일은 별 게 없다. 사실 뭘 할지 생각하면서도 진짜 속마음은 별 거 없이 격렬하게 아무 것도 안하고 싶은 거라는 걸 알고 있는 거지.

 

컴퓨터가 고장나서 AS를 맡기려다 그냥 노트북을 샀었다. 맥북을 사려다, 내가 너무나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마치 기계처럼 맥북만 생각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검색을 해보니 의외로 엄청 저렴하면서 사양도 괜찮은 엘지 노트북이 있었다. 두 개 중에서 잠시 갈등하다가 엘지 노트북을 선택. 스펙 차이라고 해봐야 속도나 소음 문제일텐데 나는 좀 느려도(그래봐야 별 차이도 아닐) 아무 상관없고 저장용량은 엘지 쪽이 더 컸기 때문에 내가 쓰기에는 훨씬 적당해보였다. 거의 영화를 보거나 쇼핑할 때만 쓰니까 모니터도 더 큰 게 좋고. 맥북이 참 예쁘고 매력터지긴 하지만 저 사과로고 하나를 위해 70만원을 더 지출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짓인가..를 생각하니 답은 쉽게 나왔다. 실제로 받아보니 더 마음에 들었고 그렇게 지금까지 만족하면서 잘 쓰고 있었는데

 

호텔에 갖고 오려니 모니터가 큰 게 정말 짜증이었다. 가지고 다닐 일도 별로 없고 그럴 일이 있어도 그럭저럭 들고 다닐 만할 것 같았는데 막상 노트북 가방에 넣으니 완전 짐덩어리 ㅜ 그냥 노트북만 가져가려고 해도 내 백에 넣기엔 너무 크고, 그래서 달랑 하나 있는 커다란 백팩을 찾아 꺼냈는데 이건 또 같이 두었던 까만 가죽가방에 이염이 돼서 카멜색 가죽이 얼룩덜룩해져있네... 아 스트레스...... 보기 싫은 사람을 피하는 것도 이렇게 스트레스라면 그냥 보는 것보다 나을 게 뭔가 했지만.

 

추석에 처음으로 가족이나 친척들 없이 오롯하게 혼자 보내는 이 시간이 너무너무 좋다. 제사문화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보는 데는 동의하지 않고, 나의 부모, 부모의 부모, 사랑하는 사람의 부모, 사랑하는 사람의 부모의 부모를 1년에 몇 번쯤 생각하고 예를 갖추는 것 자체는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굳이 의무적으로 한 자리에 온 친척 일가가 모일 필요도, 또 굳이 상다리 부러지게 음식을 차릴 필요도 없이 어느 곳에서든 간소하게 애도/감사하는 시간을 가지면 충분한 거 아닌가 싶고, 지금처럼 제사를 위한 모든 노동을 특정인이 짊어지는 것도 몹시 불합리할 뿐 아니라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을 위해 피똥을 싸는 일은 정말 좀 바보같다는 생각. 제사 안 지내서 조상이 노해 후손이 벌을 받는다면 명절 연휴 때마다 외국으로 여행떠나는 사람들 다 폭삭 망하것네... 먹지도 못 할 음식 안 바친다고 후손들 저주하는 심뽀의 조상이라면 대접할 이유가 없고.

 

하... 그나저나 시간이 흐르는 게 안타까울 정도로 정말 좋다 좋아. 영혼이 평화로움... 나이 먹을수록 조금이라도 번잡스러운 걸 더 못 참게 되고, 이런 고요함을 점점 더 절실히 원하게 되는 듯하다. 앞으로 명절 때마다 이렇게 혼자 나와 버릴까. 어차피 방콕에 의미를 두는 시간이므로 외국까지 갈 필요는 없을 테지만 그래도 외국으로 나갈 수 있다면 더 좋고, 그게 힘들다면 최소한 이렇게라도. 하루종일 어제 사온 떡볶이와 샌드위치를 깨작대고 있는 것만 빼면 모든 것이 천국이다. 다음엔 먹을 거나 좀 충실하게 준비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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