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하기 1

 

화이트데이에 을 보내주신 분 덕분에 식사량이 팍팍 늘었던 지난 주. 원래 김을 엄청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 김 맛 짱이라서 보내주신 두 통을 며칠 새 홀랑 다 먹었다. 삼삼하면서도 짭조롬하고 고소한 것이 완전 밥도둑 ㅜ

 

한 통을 다 먹고 났을 때, 빈 용기를 버리려는데 이 원통이 철로 만들어진 거라 꽤 쓸만해보였다. 맛도 좋은 것이 포장용기까지 재질 좋고 탄탄해서 어딘가에 요긴하게 쓰일 듯하여 재활용하기로 결정. 당장은 쓸 곳이 없지만 일단 깨끗이 씻어 두려고 원통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스티커를 떼기 시작했다.

 

난 좀 이런 찌질한 짓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서 ㅋㅋ 마음에 드는 포장박스나 케이스가 있으면 겉에 붙어 있는 테이프라던가 스티커를 떼는 일에 온 신경을 초집중하고 심혈을 기울여 무슨 작품이라도 하나 만들어내듯 정성을 쏟는다. 스티커가 접착면이 너무 강하거나 찐득거리는 것, 스티커 자체의 종이질이 얇거나 약한 것은 뚝뚝 끊어져서 깨끗하게 떼어내기가 힘든데, 이 스티커는 접착력은 센 것 같아도 스티커 재질이 쫀쫀해서 잘 떼어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힘 조절을 잘 못해 접착면인 안쪽과 글씨가 적힌 바깥쪽이 포 떠지듯 마구 분리되어 찢겨나가면서 실패. 덕지덕지 붙은 거 일일이 제거하느라 뒷처리를 한참 했다.

 

아씽 잘 될 것 같았는데... 오기가 나서 아직 개봉하지 않은 나머지 한 통의 스티커를 떼기 시작. 이번엔 정말 조심스럽게 가장자리 부분을 손톱으로 잘근잘근 긁어가며 적당히 힘을 가해 조금씩 옆으로 당기면서 뜯어냈다. 조금만 빨라도 아까처럼 안쪽과 바깥쪽이 분리되는 사태가 발생하니 종이의 장력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천 천 히 천 천 히 움직이기. 스티커가 도중에 한 번 찢어지기라도 하면 수습난망이기때문에 힘이 골고루 들어가도록 균형도 잘 잡기. 찌직, 찌직, 1초가 영겁의 시간인 듯 세상이 정지해버린 듯 오로지 스티커 떼기에 정신통일하사불성의 집중력을 쏟은 결과,,, 얍, 성공!

 

음하하하하하하하. 정말 찌질하고 기분 좋구나.

 

밑에 작은 조각이 따로 떨어진 건 다시 한 번 감각을 살리기 위한 연습용으로 해본 거. ㅋ 사진은 스티커를 떼자마자 찍은 거라서 자세히 보면 지저분한 잔여물이 조금 남아있지만 지금은 깨끗하게 정리돼서 곱게 보관된 상태. 철로 만들어진 거라 표면에 자국도 전혀 안 남고 아 정말 좋다 좋아. 그런데 김이 무거워봤자 얼마나 무거울 거라고 이렇게 튼튼한 통을 썼을까? 나같은 사람 위해선가. ㅎ

 

어딘가에 쓰일 것 같아도 딱히 용도도 없고 결국엔 군것질거리나 사다 넣어둘 것이 뻔하지만 그래도 뿌듯한 건 뿌듯한 거. 요즘 한약 먹는 중이라 군것질은 거의 끊다시피 줄이고 있기는 한데 이것저것 쟁여두는 건 또 좋아하는 성격이라 뭐든 채워놓긴 채워놓게 될 거다. 지금도 책장 곳곳에 박혀있는 (이것처럼 재활용한) 케이스마다 쿠키며 초콜릿이 그득그득.. 초딩도 아니고 무슨 주전부리들을 이렇게 방구석에 쌓아 놓는지 ㅉ 약 때문에 못먹으니까 더 사재기에 집착하는 거 같다. 여기엔 과자말고 초콜릿 사다 넣어둬야지. 통 색깔이 초콜릿이랑 잘 어울린다.

 

김통에서 스티커 떼고는 신나서 먹을 거 채울 생각만 열심열심. 이러고 있다. ㅎㅎㅎ

 

 

 

 

재활용하기 2

 

<스노우맨> 미니북 케이스 만들기. 요 네스뵈 신간 이벤트로 받은 미니북을 책장 앞쪽에 세워두니까 예쁘긴한데 뭔가 아쉬워서 계속 눈에 걸렸다. 케이스가 있으면 좋을텐데 적당한 게 없고, 만들까 하다가 딱히 재료가 없어서 잊고 있었다. 그러다 마트에서 배달된 8개들이 칫솔세트 안에 파티션으로 투명한 판때기가 하나 끼워져있는 거 발견. 오예 이거야 하고 낼름 꺼내들었다.

 

판때기를 데스크보드에 대고 미니북의 가로 세로 높이 길이에 맞춰 칼로 약하게 선을 그어가며 재단을 한다. 클리어파일같은 PP재질이라 자꾸 미끄러지려고 해서 힘이 많이 들어갔다. 손목 나가는 줄.. 모서리 부분은 각이 잘 잡히도록 여러 번 더 그어주고 가장자리 잘라내서 접착제로 붙이면 끝,

 

완성. ㅎㅎㅎㅎㅎ 투명했던 접착제가 마르고 나니 허옇게 변해서 아주 깨끗하진 않지만 어차피 표지부분이 아니라서 티도 별로 안 난다. 눈에 걸렸던 거 해결하고 나니 속 시원하고 뿌듯뿌듯.

 

 

작은 소년의 공식

 

김통 스티커를 떼고 칫솔 포장재로 케이스를 만들던 와중에 읽은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탐정소설이었다. 요 네스뵈와 해리 홀레에 흠뻑 취했던 탓인지 스토리가 심심할 정도로 밋밋했지만 읽다보니 은근히 빠져들었다. 어릴 때 뤼팽에 한 번 반했었던 이후로는 장르소설을 거의 안 읽었는데 최근에 다시금 마력에 젖어들어가는 듯.. 이런 책이 눈에 자꾸 들어온다.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과학을 기반으로 한 냉철한 추리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숨 쉴 틈 없이 휘몰아친다"는 책소개글이 무색하게 개인적으로는 전혀 박진감을 느끼지 못했지만, 이야기가 흘러가는 도중에 유가와 교수가 사건의 핵심이 되는 지점들을 포착하는 순간은 의외로 짜릿했다. 관망하듯 주변을 맴돌며 사물과 사람을 예리하게 관찰하고 맥락을 연결해내는 그의 능력은 얼마나 탁월한가.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다가 크고도 정확한 그림을 그려내는 혜안 역시 섬세하고 완벽했다. 현재의 사건과 16년 전 사건에 얽힌 배경에는 공감이 되지 않아서 작가의 이름 앞에 붙은 '미스터리의 제왕'이라는 수식어는 잘 와닿지 않았지만,

 

물리학 교수가 말하는 한여름의 방정식은 따뜻했다. 자기 자신 이외에는 아무도 쪼갤 수 없는 소수에게 항상 1이라는 숫자가 있어주듯이, 아무도 지워줄 수 없는 기억을 갖게 된 교헤이에게 언제나 함께 할 것이라는 유가와는 작은 소년의 든든한 성장 공식이 되어줄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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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3-24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조기후님에게 이토록 귀여운 면이 있었다니요! >.<

건조기후 2014-03-25 09:57   좋아요 0 | URL
결혼도 안 했는데 이미 알뜰주부..가 되어버린 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슬퍼져요 ㅎㅎㅎ
 

 

장르소설 이벤트가 있다. 한 권 이상 구입시 알사탕 300개, 두 권 이상 구입시 적립금 2천원.

책 살 때마다 알사탕이 우두두두 떨어지는 환상적인 광경을 떠올리며 주문, 주문.

하지만...

 

알사탕 다운받기를 클릭하는데 넌 이미 받았기 때문에 받을 수가 없다고 튕겨내는 알사탕. 헉...

나한테 왜 이러니. 어떻게 니가 나한테 이럴 수가.

알사탕 너님의 노예로 산 지 10년인데, 역시 노예 따위는 이렇게 갑자기 이유도 없이 내침 당하고 버림받고 이러는 것인 거니.

(알라딘 이용한 지 10년, 알사탕이 처음부터 있었던 건 아니어서 말은 안 되지만 머 대충)

 

배신감에 휩싸여 다시 이벤트 페이지로 가봤더니, 왜 이제야 [계정당 1회]라는 글자가 이렇게 눈에 크게 들어오는 거냐 ㅜ

처음 주문했을 때 받은 300개가 끝이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난 그저 알사탕에만 설레어 다시 주문을 날린 거였다.

웃긴 건 주문조회를 하면 알사탕 받으라고 계속 뜬다는 거. 니가 안 준다며. 못 준다며. 그러면서 왜 자꾸 받으래. ㅡㅡ

역시 노예 따위는 이렇게 막 약올림 당하고 갈굼 당하고 이러는 건 거니.

 

이딴 괄시를 받으면서도 난 오늘도 알사탕이 폭탄으로 떨어지는 책을 장바구니에 홀랑 집어넣고 재빠르게 주문을 했다.

자고로 노예란 글자 제대로 모르고 제 몸 축나는 줄도 모른 채 주인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나같은 노예가 최고인 것이야.

솔로몬 노섭처럼 브래드 피트가 와서 날 구해주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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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네스뵈

그리고 해리 홀레

 

처음 <스노우맨>을 통해 요 네스뵈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진심으로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평소에 장르소설을 잘 읽지 않는 편인데 무슨 이유에선지 <스노우맨>을 본 순간 이끌려서 주문을 했고, 펼치자마자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 단숨에 읽어내렸던 기억. 지금도 이 책을 보면, 당시에 다 읽고 나서 책에 손만 대도 차가운 설원의 공기가 느껴질 것 같았던 기분이 그대로 되살아난다. 그러다가 최근에 <박쥐>와 <네메시스>가 동시출간되어 주문한 김에 <레드브레스트>, <레오파드> 까지 논스톱으로 다 읽어버렸다. 쉴 수도 없었고 쉬고 싶지도 않았던... 내내 흥분됐던 시간. 이런 건 정말 행운인 거다. <스노우맨>을 읽지 않았다면 요 네스뵈에게 관심을 갖기 힘들었을 것이고 (결국엔 읽게 되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 보다 빨리 만난 것 역시 행운인 것이다) 이토록 재미있는 책들을 놓친 채 살았을테니까.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는 총 열 권인데 현재까지 다섯 권이 국내 출간돼있다(아래 책 중 우리나라에 미출간된 책에 관한 내용은 요 네스뵈 홈페이지의 책소개를 옮겨온 것이다). 홀레 시리즈가 아닌 단권으로는 <헤드헌터>와 최신작 <The son>이 있는데, <헤드헌터>는 아직 읽기 전이고 <The son>은 4~5월 경에나 발간이 되는 것 같다. 국내 번역까지는 더 요원한 듯하고.

 

 

1. <박쥐>

 

해리 홀레의 탄생, 시리즈 1권. 노르웨이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던 요 네스뵈가 홀연히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나 6개월 후 가져왔다는, 소설가로서의 첫 작품. 소설의 배경도 오스트레일리아다. 노르웨이 여성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해리 홀레가 파견돼 나가는 것인데, 아무래도 시리즈의 시작이라 그런지 사건을 복잡하게 만들기보단 캐릭터 구축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해리의 첫 여인인 비르기타와의 대화를 통해 해리 홀레의 과거를 찬찬히 보여주고, 오스트레일리아의 비극적인 역사가 만들어낸 '잃어버린 세대' 이야기를 바탕으로 범인의 캐릭터에도 무게감을 주고 있다.

 

타국으로 파견근무를 나간 처지라 이방인으로 겉돌다보니 본래 성격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면이 있지만 삼십 대 초반의 해리 홀레는 확실히 다른 책에 비해 밝고, 충동적이다. 자기 감정에도 솔직해서(특히 이성에게) 불과 3년 후 -레드브레스트에서- 라켈에게 첫 눈에 반해 상사병 앓는 소년처럼 굴었던 것이 어색할 정도. 그러나 규정 따위에 얽매이지 않는 이단아적인 모습, 현실과 타협하지 않으며 자기 감각과 판단을 믿고 불같이 달려드는 무서운 외곬수 기질은 여전!하다. 그러다가 헛발질을 하기도 하지만, 작품 전체의 재미를 위해 한 두 번의 헛발로 반전을 만들어내는 것 역시 해리 홀레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니까. ㅎ

 

범인이 금발의 백인 여자들만 살해한 연유에는 의외로 '대의명분'이 있다. 그 방법은 분명 잘못됐지만 국가와 역사에 대한 분노, 증오, 복수심 모두 이해가 될 만하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내며 원주민 애버리진을 배척하는 한숨 나는 백인 우월주의, 주객이 전도된 괴상한 정책들. 세상에, 원주민의 자녀들 중 백인의 피가 조금이라도 섞인 아이들을 부모로부터 강제로 떼어내 국가에서 관리한다는 발상은 도대체 뇌의 어느 부분에 장애가 있어야 나오는 것일까? 백인들에 의해 저질러진, 저질러지고 있는 추악한 역사를 보면, 확실히 '어떤 면'에서 우월하긴 우월한 것도 같다.

 

 

2. <Cockroaches>

 

내년에 국내 출간 예정이라는 해리 홀레 시리즈 2권. 태국 주재 노르웨이 대사가 방콕의 호텔에서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노르웨이 당국에서는 이것이 외교적인 스캔들로 번지기 전에 가능한 한 사건을 빨리 덮고 정리하기를 원하지만 해리는 그것이 단순한 살인이 아님을 알아챈다. 무언가 다른 것이 있고 그 무언가가 계속 퍼지고 있으며 눈앞의 현실 뒤에서 그것들이 부스럭부스럭..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호텔방 안에 보이는 바퀴벌레가 전부가 아니라 벽 뒤에는 그보다 더 엄청난 수의 바퀴벌레들이 우글거리고 있는 것처럼.

 

가만히 바퀴벌레를 쳐다보면서 사건의 이면을 읽어내려는 해리의 기다란 실루엣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귓가를 스치는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그의 머리 속에 어떤 식으로 형상화되어 사건을 해결해나갈지... 두근두근 기대기대.

 

내년이 기다려진다. 나이 한 살 더 먹는 것쯤 아무 것도 아닌.. 것은 아니지만 그놈의 나이 먹기 싫다고 안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책이라도 얼른 볼 수 있으면 좋은 일.

 

 

3. <레드브레스트>

 

처음엔 기대했던 것보다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다다를 무렵 패전이 감도는 분위기 속에서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던 나치 신봉자들의 이야기는 지루하고 힘들었다. 열 줄이 넘어가던 문학상 수상 이력을 떠올리며, 역사의 아픔을 다루었다고해서 작품성이 높아지는 것인가.. 삐딱선을 타려던 찰나, 책 반절까지 꿋꿋이 읽어낸 독자에게 제대로 보상을 해주겠다는 듯 이야기는 폭풍처럼 전개되기 시작한다. 아름답고 똑똑했던 동료 엘렌의 죽음으로 어둡게 웅크리고 있던 해리 홀레가 슬픔을 벗고 나와 긴 팔다리를 휘저으며 종횡무진하는 과정을 따라다니다보면, 언제 덮을 수 있을까 막막했던 마지막 장을 어느 새 내 손이 잡고 있는 걸 보게 된다. 몹시도 벅찬 가슴으로.

 

다중인격장애자의 살인과 엘렌의 죽음이 40년대 나치즘과 2000년대 신나치즘의 고리로 엮이면서 전쟁과 역사와 인간의 삶이 시간을 넘나들며 아프게 흐른다. 전쟁을 겪지 못한 세대가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의 혼란과 상처를 얼마나 깊이 이해할 수 있겠냐마는, 거대한 위기상황 속에서 어느 한쪽으로의 선택을 강요당하며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버린 삶이 그저 안타깝고 서글플 뿐이다. 그 무간지옥에서 살아남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며 평범한 생활을 이룬 것처럼 보여도 전쟁 한복판에 대한 살벌한 기억은 평생을 지배하는 강력한 트라우마로 남아 인간의 정신을 또 다른 전쟁으로 몰아넣는다는 사실도 새삼 아연하고.

 

노르웨이의 역사도 우리만큼이나 얄궂다. 우리가 일제강점기 일본, 중국, 소련 등 중첩된 '적'들 사이에서 복잡한 선택을 해야했던 것처럼, 노르웨이도 나치 치하의 암흑기에 독일로부터의 독립을 우선해야할지 독일의 적인 소비에트 공산주의와 싸워야할지 선택의 기로에 놓여야했다. 조국이 공산주의가 될바엔 차라리 전체주의가 낫다고 생각한 노르웨이 청년들은 나라를 위해 삶을 바쳤다고 자부하지만 결국 독일이 패전국이 되면서 나치에 부역한 죄인으로 낙인찍힌다.

 

요 네스뵈는 이들의 선택이 개인적인 영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를 위한 진정에서 나온 선택이었음을 인간적으로 그려내고 있지만, 개개인에 대한 심정적인 이해의 범위를 넘어 역사적 평가까지 온정적으로 타협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인종청소를 자행하며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지 않았던 나치즘을 공식적으로 용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불행한 시대에 태어나 잔인하게 파괴된 개인의 삶들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

 

 

4. <네메시스>

 

네 번째 이야기. 원제는 소르겐프리(Sorgenfri, 슬픔의 자유)라고 한다. 요 네스뵈가 이 책을 주로 쓴 거주지가 있는 오슬로 거리의 이름이자, 해리의 전 여자친구 안나의 집이 있는 곳.

 

<레드브레스트>도 그렇지만 중첩에 중첩을 거듭하며 구성된 플롯이 굉장히 탄탄하고 치밀하다. 구석구석 장치해둔 복선과 암시와 속임수는 추리소설의 재미를, 사건의 저변을 뜨겁게 휘감아 도는 혈육 간의 애증은 인간 본연의 감정을 통찰하는 고전문학같은 미학을 선사해준다. 이야기는 은행털이범의 강도살인사건과 자살사건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약간 복잡해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두 사건의 본질은 하나의 이름 아래 가지런히 놓인다. 마치 두 개의 자석 주변으로 자기장이 형성되면서 철가루들이 일사불란하게 그림을 그려내듯, 두 사건이 애너그램(앞뒤 어느 쪽부터 읽어도 같은 단어가 되는 것)을 만들어내는 결말.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라는 이름 아래 아모로마(AMOROMA, 영원히 당신의 것)... 장관이다.

 

라스콜의 절대신같은 전지전능과, 그와 해리 간의 동지적 의식이랄까 의리랄까 하는 것이 조금 뜬금없긴 했지만.. 그런 식으로 따지고 들면 끝도 없고 재미도 없으니 의구심따위는 버리자. ㅎㅎ

 

 

5. <The devil's star>

 

아직 출간 전인 시리즈 5권. <Cockroaches>가 내년이니 이 다음으로 이어지는 국내 미출간 책들은 마흔 넘어서야 읽게 될 듯. 마..흔...... 흠.

 

역시 배경은 오슬로. 찌는 듯한 더위의 여름 어느 날 아파트에서 한 여자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여자의 손가락 하나가 잘려있고, 옆 표지에서 보듯 눈꺼풀에 별모양의 작고 붉은 다이아몬드 표식이 있다. 그리고 5일 후 한 남자가 아내가 실종되었다며 신고를 하고, 또 잘린 손가락이 발견된다. 그 손가락에 똑같은 다이아몬드 표식이 있는 반지가 끼워져있는 것을 본 순간 해리는 연쇄살인으로 이어질 것을 예감한다. 꼭짓점이 다섯인 별모양의 다이아몬드 표식은 손가락이 다섯 개인 것과 5일 간격으로 살인사건이 일어날 것임을 말해주는 상징.

 

이 책에서 드디어 톰 볼레로와의 진검승부가 이뤄지는 모양이다. <레오파드>를 보면 해리와 경관의 스쳐가는 대화에서 톰 볼레로가 결국 어떻게 됐는지 나와 있다. 겉으로는 전도유망한 형사지만 실상은 총기를 밀매하고 살인과 폭력에서 쾌감을 느끼는 사악한 신나치주의자 볼레로. 그의 추악한 진실에 가까이 다가갔던 엘렌이 그에 의해 죽었고, 본능적으로 볼레로에게 거부감을 느끼는 해리는 그의 간악한 술수로 인해 위험에 처하기도 여러 번이었다. 결코 섞일 수 없는 두 형사가 어떤 스토리를 거쳐 대결의 종지부를 찍게 될 지 궁금하다. 궁금하다고!

 

 

6. <The redeemer>

 

14세 소녀가 구세군에서 개최한 여름캠프 도중 강간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 후 12년이 지나 오슬로 광장의 크리스마스 공연에서 구세군 군인 한 명이 군중들 속에서 한 남자에 의해 살해당한다. 신문사 사진기자가 찍은 사진 중 하나에 범인으로 의심되는 자의 모습이 포착되지만, 사람 얼굴을 기억하고 구별해내는 데 천재적인 능력을 갖고 있는 베아테 뢴마저도 사진마다 다르게 찍힌 얼굴을 보며 혼란스러워한다.

 

소개글을 보면 범인은 자신이 영원히 혹은 찰나의 순간이라도 무언가에 의해 구원되기를 바라는 자인 것 같은데, 이번에는 종교나 신앙과 관련이 있는 이야기인 듯 하다. 구세군이 주요 소재인 것도 그렇고. 범인이 혹 저 소녀일까? 남자인 듯 여자인 듯 구별하기 어려워서 베아테 뢴의 안면인식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인지.

 

책소개 말미에 요 네스뵈의 인터뷰가 짧게 붙어있다. 구세군은 노르웨이에서 아주 대중친화적인 기구지만 진실을 은폐하고 통제하려는 폐쇄적인 조직은 언제나 흥미로운 소재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포커스를 맞춰 소설을 썼다고. 하지만 실제로 구세군에서 만난 직원들은 매우 친절하고 좋은 사람들이었으며, 살인청부업자는 아랍에서 만났던 사람을 모델로 했다는 변명 아닌 변명. ㅎ 하긴, 우리나라에서 이런 책이 나와 인기를 얻었다면 구세군단체에서 명예훼손이라고 소송을 걸었을 지도 모르겠다.

 

 

7. <스노우맨>

 

일곱 번째 해리 홀레 이야기, 드디어 <스노우맨>이다. 요 네스뵈의 책 중에서 가장 박진감이 넘치고 몰입도가 높았던 책. 10여 년 간 11명의 여자가 실종된 사건이 일련의 연관을 가진 연쇄살인사건임을 알게 된 해리의 활약상이 그려진다. 제목답게 온통 눈으로 뒤덮인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설경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해서, 말 그대로 "북유럽 특유의 서늘한 스릴러"의 진면목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막판에 라켈이 처한 위험은 하하호호 동심의 상징인 눈사람이 얼마나 공포스러운 살인도구로 쓰일 수 있는지를 살 떨리게 보여준다.

 

후편 <레오파드>에서처럼 생소하고 낯선 기구가 주는 공포감도 크지만 일상의 물건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용도로 쓰이며 갑자기 공격적으로 돌변할 때의 아찔함이란 차원이 다른 것 같다. 우리가 어린 시절 설레며 깔깔거리며 만들었던 눈사람이 무서운 현장의 기념비처럼 이용될 때, 닭을 잡을 때 쓰던 올가미가 사람을 죽이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될 때, 치료를 위해 방문한 병원에서 내 진료기록이 역으로 내게 위해를 가하는 유용한 정보로 활용될 때 뒷덜미를 내리치는 서늘함. 일상의 언저리에서 맴돌다가 어느 순간 나를 찌르고 들어오는 것들, 그 친숙함 때문에 더 소름이 돋았던 <스노우맨>.

 

 

8. <레오파드>

 

오슬로 외곽의 호바스 산장에 묵었던 사람들이 차례로 살해당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800 페이지에 육박하는 소설의 길이만큼 플롯도 복잡하고 등장인물과 배경도 다양하다. 이제 좀 익숙해졌다 싶은 노르웨이인 이름들도 한꺼번에 쏟아져나오니 피해자들의 이름이 헷갈릴 정도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가 산만하거나 늘어지는 법이 결코 없이 매순간 긴장과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과거 콩고의 탐욕스러운 국왕이 고문기구로 사용했던 '레오폴드의 사과'가 살인도구로 등장하는데, 이런 잔악한 도구를 만들어낸 자의 놀라운 창의력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고 싶은 심정. 24개의 바늘이 정확하게 어디를 얼만큼 찌를 것인지 그 각도와 길이를 얼마나 섬세하게 조절하고 또 조절했을까? 오로지 사람을 잔인하고 색다르게 죽이기 위한 열정과 노력에 눈물이 날 지경이다. 표지를 보면 빨간 공 위로 작게 물음표 모양의 철사고리가 알파펫 D에 걸려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저 매끈한 공의 무시무시한 본색을 목격하고 나면 표지 디자인이 얼마나 가슴 떨리는 아슬아슬함을 단칼에 표현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책 읽는 중에 저 사과 이야기만 나오면 턱이 뻐근하고 목구멍이 갑갑... 해리의 입으로, 레네의 입으로, 끝까지 누군가의 입에 들어가있던 공 때문에 나도 내내 숨이 좀 찼다.

 

 

9. <Phantom>

 

이제는 형사가 아닌 해리 홀레 시리즈 9권. 전편 <레오파드>에서 천성적으로 살인마 기질을 타고난 잔인무도한 범인을 정말이지 힘겹고도 힘겹게 '처리'하면서 너덜너덜 만신창이가 된 해리는 오슬로를 떠나 홍콩에서 나름대로의 평온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 동안의 거칠고 험난한 형사생활로부터 벗어나 스스로의 심신을 안정시키고 있던 중, 청천벽력같은 일이 일어난다. 올레그(해리가 사랑하는 라켈의 아들)가 살인혐의로 체포되었다는 것. 해리는 올레그가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진짜 살인범을 잡아내기 위해 오슬로로 돌아온다.

 

경찰을 떠났지만 해결해야 할 사건(올레그 사건인지 또 다른 사건인지..) 때문에 해리는 오슬로의 마약세계로 깊이 들어가게 되고, 마약이 범람하는 거리에서 조사를 벌이던 중 해리는 그의 과거와 더불어 올레그와 자신의 가슴 아픈 진실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까지가 책 소개글. 올레그와 해리의 진실이라는 게 뭘까. 우리나라 드라마처럼 실은 내가 니 아빠.. 넌 내 아들.. 일리는 없고, <스노우맨>에서 겪었던 일들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긴 것일까? 제목이 유령인 걸 보면 어떤 기억, 환상에 사로잡혀 괴로워하는 것도 같고. 이제나 저제나 책이 나오길 손꼽아 기다릴 밖에. ㅜ

 

 

10. <Police>

 

제목과 같이 이번에는 경찰이 살해되는 사건이다. 예전에 한 번 조사를 벌이다가 미제로 남아있던 사건의 범행 장소에서 그의 시신이 발견되고, 잔인한 살인자에 대해 언론은 극도로 분노에 찬 기사를 쏟아낸다. 경찰은 다급해지고, 그들 당국이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수 년 간 오슬로 범죄조사국의 주요 사건들을 주도적으로 해결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해온 것만은 명백한 해리 홀레의 도움이 필요해진다. 직업에 대한 사명감과 명민한 통찰력을 겸비한 타고난 형사 해리 홀레. 그러나 지금 그는 어느 누구도 도와줄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고 해리 스스로가 가장 그런 지위를 원하지 않는 상황.

 

하지만 늘 그랬듯, 아무리 피하려해도 이미 범죄에 대한 반응 패턴이 기계적으로 세팅되어 있는 해리의 두뇌는 자동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을 것이고 결국엔 범죄현장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레오파드>에서 사건에 관심 없다며 자료뭉치를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렸다가 다시 욕설을 내뱉으면서 쓰레기를 뒤지고 찾아내 읽고야 만 것처럼. 범인이 반드시 현장에 다시 나타나듯 그의 몸 속에 흐르는 어쩔 수 없는 피가 그를 그 곳으로 이끌 것이기 때문에.

 

 

etc. <헤드헌터>, <The son>

 

해리 홀레 시리즈가 아니라 그런지 아직은 그다지 땡기지가 않아서 안 읽고 있는 <헤드헌터>. 해리 홀레와는 정반대의 캐릭터를 창조하고자 하는 의도로 쓴 책이라고 한다. 세상살이의 법칙에 도통 순응하려 들지 않는 해리 홀레. 그러나 진심으로 자기 안에 담은 상대에게는 온전히 모든 것을 내어줄 수 있는 순정의 해리 홀레. 이런 해리와 반대라면 세속의 때에 절어 입은 웃지만 눈은 웃지 않는 그런 사람이겠지. 평생 아무런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은 진심같은 것은 단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을 사람. 어딜 가나 누구에게나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만 신경을 쓸 사람. 한 마디로 재미없는 캐릭터. 그나저나 책을 볼 때마다 이 헤드헌터가 우리가 통상적으로 쓰는 그 헤드헌터인지 살인자에게 어울릴 법한 헤드.헌터.인지 궁금했..지만 책소개를 보니 쓸데없는 생각이었구나.

 

업계 최고로 인정받는 직업에 아름다운 아내와 풍요롭고 화려한 삶을 살지만 실상은 내적인 불안과 컴플렉스에 시달리며 밤낮이 다른 생활을 하는 주인공. 아마도 이 세상 대부분 남자들의 욕망과 그 이면을 대변하는 인물이 아닌가 싶은 그는 나중에 좀 더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 만나는 걸로. <The son>은 홈페이지에도 아무 정보가 없어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지만 역시 해리 홀레 시리즈가 아니니 국내 출간을 느긋하게 기다리는 건 문제없을 것 같다. 그렇더라도 가능한 한 빨리 나와준다면 참 고마운 일일 것이다.

 

 

*

 

책을 읽다가 앞뒤가 맞지 않는 문장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대충 끼워 맞추면서 그러려니 하고 넘기다가 <레오파드>를 읽을 때는 여러 개가 나와서 메모를 해뒀는데 메모종이가 어디 갔나 모르겠네. 암튼 기억나는 건,

 

p.279

야를레 안드레아센같은 프로 잠수대원의 경우에는 통신선이 전면 마스크까지 이어져 있어, 팀장과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야를레는 인명 구조 과정을 수료한 지 겨우 6개월밖에 되지 않아, 아직도 이런 잠수를 할 때면 맥박이 빨라졌다.

 

프로 잠수대원인데 과정을 수료한 지 6개월밖에 안 돼서 맥박이 빨라진다는 건... ;

잠수는 프로인데 인명구조는 새내기란 말인가. 프로라도 시신을 찾는 일은 항상 긴장된다 뭐 이런 맥락도 아니고. 이해가 좀 안 된다.

 

p.510

스노모빌 자국을 발견했다. 거대한 송곳니 모양의 두 바위 사이,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이었다.

p.511

땅이 움푹 파였거나, 바람이 심하게 부는 언덕 능선과 같은 몇몇 곳에서는 자국이 워낙 또렷해 빨리 나아갈 수도 있었다.

 

p.510 처럼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에서 자국을 발견하는 것이 정상인데 p.511 문장은 모순된다. 움푹 파인 곳에는 자국이 남을 수가 없고 바람이 심하면 자국이 지워져서 '워낙 또렷할'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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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요 칸 그리고 나머지들
    from Oasis 2016-05-21 20:57 
    요 네스뵈 신간 리뷰에 같이 올리려고 찍었는데, 김영사 비채 이벤트가 있길래 나머지들도 같이 올려본다. 요 네스뵈로 가득한 요 한 칸. 요 칸. ㅎ 그리고 나머지들. 신간도 별로 없구만 읽은 책보다 안 읽은 책이 더 많다. 얼른얼른 부지런히 읽자. 안철수의 책이 새삼 눈에 띄네. 저 책이 출간되었을 때 물량 빠지는 속도가 거의 광속이었다고 하는데 꽃시절도 그 때로 끝이었나보다. 나는 아직도-_- 안철수와 다른 국민의당 소속들을 구분해서 보긴 하는데, '
 
 
다락방 2014-03-18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스노우맨을 재미있게 읽었으면서도 다음 책들 읽을 생각을 안하고 있었는데, 건조기후님 덕에 해리 홀레를 한 번 쫓아가며 읽어봐야겠네요. ㅎㅎ 저는 국내에 출간된 해리 홀레만 다 읽어도 마흔 넘겠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건조기후 2014-03-18 09:54   좋아요 0 | URL
저도 스노우맨 이후로 그냥 책만 사뒀지 읽지는 않았거든요. 이번에 맘먹고 다 읽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다 재밌을 수가 있는지 ㅜㅜㅜㅜ 다른 책들도 얼른얼른 번역돼 나왔으면 좋겠어요 아흑
 

 

어제 jtbc 뉴스 말미에 리조트 붕괴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그 시간 이후부터 이어진 일들이 가관이었다. 오티를 하고 있던 신입생 300명 중 250명은 무사히 건물을 빠져나왔는데 50명이 매몰됐다는 상황(정확한 조사가 나오기 전). 결국 사망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는데, 누군가가 대학교 게시판에 "그럼 50명은 추가합격되는 건가요?"라는 정신상태 심각한 글을 올리고 개또라이로 욕을 먹던 중, 실제로 추가합격기간이었던 해당 대학교의 안내문자를 받은 누군가가 그 문자를 캡쳐해 올렸다. 두 무개념들의 행동이 섞이면서 일은 일파만파 퍼져, "사고가 나자 대학교에서 추가합격문자를 보냈다"는 줄기의 막장소설이 완성되었다.

 

추가합격기간인 걸 알면서도, 우연히 타이밍이 고약하게 된 걸 알면서도, 굳이, 그 문자를 캡쳐해 올린 심리는 진심으로 연구대상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비극적인 사고를 두고 무언가 좀 더 극적으로 상황을 몰고갈 수 있는 소스를 투척하여 주목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절반, 소스의 사실 여부에 상관없이 이야기가 부풀려지면 부풀려질수록, 사람들이 분노하면 분노할수록 스스로의 작품(?)에 뿌듯해하는 뒤틀린 자기만족이 절반..인가? 정말 말로만 듣던 관심병 환자의 말기증상인 듯하다. 실상을 알면서도 기사제목을 이상하게 뽑은 기자들 역시 마찬가지고.

 

이런 이야기가 급속도로 퍼지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계속 인명구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교측이 무슨 수로 사망자를 예견하여 추가합격안내를 한단 말인지. 관심병 말기 환자는 병자라서 그렇다치고, 멀쩡한 사람들은 어째서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그대로 믿어버리는 걸까? 왜 그럴까? 왜때문에??

 

분석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스마트폰과 SNS의 즉흥적인 소통방식과 구조를 종종 언급한다. 그러나 스스로를 저 손바닥만한 기계에 지배당하는 멍청이라고 인정하지는 말자. 멘션을 쓰거나 댓글을 달거나 리트윗을 할 때, 그냥 한 번 생각만 해보면 된다. 이게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 다르게 볼 수 있는 문제인지 아닌지. 지금도 스마트폰과 SNS를 쓰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 대단한 일이 아니다. 한 템포만 쉬면 된다. 결국엔 자정작용으로 바로 잡힐 거라고 위로하지도 말자. 시비를 가리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지능을 다 갖고 있으면서도 고작 1초, 길게 봐서 10초 머리 굴리는 게 귀찮다...면, 뭐 그냥 그대로 기계의 노예가 되는 수밖에 없다. 내 머리가 내 머리가 아닌 채로 이렇게 휩쓸리고 저렇게 휩쓸리면서 단 한 번밖에 없는 소중한 인생 멍하게 흘려보내는 수밖에.

 

하루가 지난 오늘 다시 jtbc 9시 뉴스를 봤다. 손석희라는 이름 하나가 뉴스를 얼마나 차별화할 수 있는지를 다시 한 번 느꼈다. 쇼트트랙 계주 금메달 소식으로 활기차게 열었을 다른 뉴스와 달리, "good news는 잠시 접어두고 bad news를 먼저 전해드려야할 것 같다"며 위의 사건을 긴 시간 할애해 보도했다. 채 꽃도 피우기 전에 스러진 아이들을 뉴스로 조문하는 손석희와 제작진의 마음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대학교 입학식도 하기 전에 마감되어버린 짧은 생에 대한 안타까움은 합동분향소에 놓여져 있던 영정사진을 보는 순간 극에 달하는 기분이었다. 고등학교 졸업사진인 듯 보였다. 졸업사진을 찍을 때 이 사진이 이런 일에 쓰일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고3 때 이 대학교에 지원하는 친구를 따라 가본 적이 있다. 손에 손 누런 원서봉투를 든 또래들로 북적댔던 접수처가 눈에 선하다. 원서를 낸 후 대학교 학생식당이 궁금하다며 이리 돌고 저리 돌아 찾아낸 식당에서 쫄면을 먹었고, 굳이 그 곳까지 가서 식당을 찾아낸 게 웃겨서 친구랑 내내 깔깔댔던 기억도 생생하다. 그 때의 나와 같았을 아이들의 영정사진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아, 연이어 전해지는 뉴스들은 그냥 귓가를 맴돌다 멀어졌다. 그러던 어느 순간 음악이 흘러나와서 화면으로 눈을 돌렸다. jtbc 9시 뉴스는 언제나 손석희가 직접 선곡하는 음악으로 마무리를 하는데, 오늘의 노래제목은 Never die young... 이었다. ㅜㅜ

 

기분이 묘한 날이다. 유명기업이 소유한 리조트에 그토록 허술한 건물이 있었다는 것, 그 날림공사에 아무 죄없는 어린 학생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 올림픽 때마다 효자종목이라며 치켜세우던 쇼트트랙이 실은 지저분한 행정으로 탈이 많았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여자아이들이 금메달을 따내고야 말았다는 것. 국가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는 책임을 매번 국민이 지느라 힘들고 그 와중에도 제자리를 성실하게 지킨 땀들이 오히려 국가 위신을 세워주는 상황이... 참 거지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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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02-19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조기후님의 윗글을 읽으니 예전에 'Kill with me'라는 영화를 보면서 인지부조화를 느겼던 것이 떠오릅니다.

건조기후 2014-02-19 10:10   좋아요 0 | URL
모르는 영화라서 찾아봤는데.. 끔찍하네요.

순오기 2014-02-22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거지같은 일이 많아요.ㅠ
그래도 기운내서 열심히 살아야지요~

건조기후 2014-02-24 10:50   좋아요 0 | URL
선진국이라고 부를 수 있는 날이 오긴 할까 모르겠어요.
 

글자를 조합하는 능력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김훈의 글을 읽으면서 어떻게 이런 문장을 만들어낼 수가 있냐며 왠지 모를 좌절감에 휩싸였던 그 때를 다시 한 번 마주했다. 정제된 언어가 자아내는 감성과 이성이 촘촘하게 짜여, 마침내 책을 덮었을 때는 포근한 스웨터 하나를 선물받은 기분... 좋구나.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감동은 '시간'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었다. 긴 세월을 살아온 만큼 많은 것들을 품고 있는 작가 덕분일 것이다. 이제 2014년이 되었고 우리는 또 저마다의 1년을 살아가겠지만, 2014년은 따로 떨어져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작년부터, 저 멀리로는 2002년부터 이어져왔고 1987년, 1945년, 1910년 그리고 1000년, 100년, B.C 수백 년 수천 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시간이라는 새삼스러운 깨달음. 내가 태어난 이후부터 내가 시작된 것이 아니라 나같은 개인의 일생이 수없이 쌓여온 결과물 속에 내가 잠시 들어와있다는 사실이 피부로 느껴질 때면 잠시 아연한 기분이 된다. 내 삶으로부터 떨어져서 관조하는 마음으로 나를 되돌아본다. 내가 앉아 있는 방이 보이고, 방이 있는 집, 집이 있는 동네, 동네가 있는 도시, 도시가 있는 나라, 나라가 있는 지구, 지구가 있는 우주, 우주가 있는... 또 어딘가까지 떠올려본다.

 

공간과 함께 시간도 다시 느껴본다. 지은 지 30년은 된 이 건물에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머물다 갔을까. 행복했을까? 불행했을까? 100년 전인 1914년에 있었던 일들, 1014년에 있었던 일들, 그 때의 거리와 사람들도 불러내본다. 낡은 짚신으로 종종거리며 물을 길어 나르던 종들이 실제로 이 길 위에 있었을 것이다. 도포 자락 휘날리며 팔자걸음 걷던 양반들도 이 길을 다녔을 것이다. 구한말 개항으로 몸살을 앓았을 부산을 그려보고 임진왜란으로 폐허가 되었을 거리도 떠올려본다. 누군가 태어난 자리이기도 하고 누군가 죽기도 한 자리일 것이다. 지금 내가 앉아있는 여기에서 과거의 수많은 누군가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먼 어느 날에, 나의 삶을 궁금해하는 누군가도 있을까? 어쩐지 가슴이 먹먹해진다.

 

지난 주 <무한도전>에는 출근한 지 갓 하루가 된 신입사원이 등장했다. 김태호 피디를 닮은 이 청년은 무한도전을 보고 자란 세대일 것이고 10년 가까이 쌓여온 무한도전의 시간이 그 자신 안에도 고스란히 쌓여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눈 앞의 무한도전에서 자기 안의 무한도전을 보기도 할 것이고 그렇게 현재를 과거와 함께 살게 되기도 할 것이다. 또 그것이 섞여 앞날로 이어져 가겠지. 그 미래는 다시 누군가의 현재가 될 것이고, 누군가의 과거가 될 것이다. 시간이 쌓여가는 것을 눈으로 보는 것 같아서 아련하고, 설레고, 목도 좀 메어왔다. 이 책은 나와 아무 상관없는, 방송국 피디로 막 첫 발을 내딛는 신입사원마저도 무심히 보아 넘기지 못하게 했다. 생각을 자꾸만 하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책이다.

 

그리고 어제의 <1박2일>은 시간이 쌓이는 아름다움의 정점에 있었다. 아들의 과거였던 아버지의 현재가 다시 아버지와 아들의 현재가 되었다. 젊은 시절 연애하던 아버지와 어머니가 명동성당 앞에서 사진을 찍었고, 그 시절의 아버지보다 더 나이를 먹은 아들이 다시 명동성당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아래 사진은 제작진이 부모의 사진에 아들을 합성해 선물한 '시간'이다. 공간이 살아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시간이 쌓인 장소들을 보존하는 일은 낡은 건물을 밀어버리고 살기 좋은 주상복합아파트를 짓는 일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우리는 꿋꿋이 아파트를 지어대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공간의 소중함에 눈을 돌려 진심으로 보듬어내는 사람들이 있고 같은 시간에 같은 마음으로 눈가 촉촉해진 사람들이 있다는 건 커다란 감동이었다...

 

 

아름답고, 고마운 이 책에는 아쉬운 점도 있다. 아쉬움의 크기가 작지 않아서 더 아쉬운, 아쉬움. 내내 부드러운 마음으로 읽어가다가 마치 과속방지턱처럼 덜컹거렸던 부분은 "강원도의 힘" 꼭지에서였다. 200305강릉, 이라고 적힌 사진 한 장에 관한 작가의 감상에서, 예기치못한 이율배반을 보았을 때.

 

작가는 아주 오래 전, 지금은 태백으로 편입된 강원도 황지라는 곳에 잠깐 다녀온 경험으로 강원도 전체에 관한 애잔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강원도의 자연이 훼손되는 것도 못마땅하고, 경포호수가 난잡한 상가건물에 둘러싸인 광경도 보기가 싫다. 나는 여기서부터 그의 아름다운 문장 드라이브가 조금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조악한 건물들이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현장을 볼 때, 누군가가 미워져야 한다면 그것은 철학이 없고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행정책임자이지 환경같은 것을 돌아볼 겨를없이 오로지 생계만을 위해 달려야하는 영세자영업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무조건 먹고 살기만 하면 되는 그들의 무지몽매함을 경멸할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기 힘든 강원도의 구조적 문제를 짚어 내는 것이 이 책의 흐름에 자연스러울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 글은 부자연스럽다고, 나는 느꼈다. 그래서 약간 거북했다가, 결국엔 마지막을 장식한 이 우아한 구절에서 마음이 몹시 좋지 않아져버렸다.

 

그래서 이 뻔뻔한 아이스크림 수레는 한때 호수를 포위하고 있던 저 가건물 횟집들의 오만을 한데 압축해놓은 것과 같다. 내가 끝내 보지 못한 다섯 개의 달 또는 일곱의 달이 저 수레의 통 속에서 아이스크림과 함께 달콤하게 얼고 있으리라. 그래서 그 언 달을 담을 고깔과자들이 강원도의 자연에 담겨 있을 모든 힘과 맞먹을 힘을 날카롭게 뽐내며 저렇듯 하늘로 치솟아오르는 것이리라. -p.143

 

 

책을 읽기 전 후르륵 한 번 넘기다가 사진을 보았을 때, 나는 마치 합성해 넣은 듯한 이 촌스러운 아이스크림 수레가 몹시도 고단하고 슬퍼보였다. 아이스크림 장사를 하기 위해 나왔을 아버지 혹은 어머니와, 그의 아들딸과, 그의 노부모가 떠올랐고, 곧 다른 아버지와 어머니와 아들딸에게 아이스크림을 팔게 될 그 장수의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져왔기 때문이다. 악착같이 벌어 가족들을 먹여 살리겠다는 책임감과 욕심이 그대로 묻어나,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초라한 수레를 불쑥 밀어놓은 장수의 뻔뻔함마저도 애틋하게 느껴졌다.

 

내게는 고단하고 슬프게 보였던 저 아이스크림 수레를, 강원도의 자연을 압도적으로 망치는 흉물로 보는 작가의 눈이 낯설었다.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겨울의 개"를 쓴 작가와 동일인이라고 믿어지지 않았다. 사진 너머의 삶과 역사를 가지런히 담아 내어주던 그 사람이 아니었다. '백사마을'의 깊이를 어루만지던 그 사람이 아니었고, 청계천을 시멘트로 덮었던 박정희와 청계천을 열었으나 다시 시멘트로 막아버린 이명박을 비판하던 그 사람도 아니었다. 그 수레를 바라보는 사람은, 풍경의 정취를 온전히 감상하지 못해 마음이 상한 나머지 고달픈 생계를 '덮어버린' 사람이었다.

 

그 전까지 참 가슴을 뭉클하게 해줬던 그의 아름다운 문자들이 이제는 비아냥을 가득 담아 누군가를 공격하고 있는 것이 슬펐다. 날카로운 것은 수레 위의 고깔과자가 아니라 사진을 해석하는 작가의 글이었다. 페이지를 넘기자 다시 조곤하고 온기 넘치는 문장들이 내게 다가와주었지만 과속방지턱의 충격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다.

 

이 올바르고도 아름다운 책이 담고 있는 수많은 글 중에서 유독 하나를 문제삼아 이렇게 길게 토로하는 아쉬움은 순전히 개인적인 것이다. 애초부터 사진작가가 그런 뜻으로 찍은 사진일 수도 있고, 사진을 글쓴이와 같은 눈으로 바라볼 수도 있고, 별 생각없이 지나치며 내가 과민하게 군다고 여길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다시 읽어봐도 아쉽다. 찬물에만 계속 담갔던 손보다, 따뜻한 물에 담갔다가 찬물에 담글 때 손이 더 차갑게 느껴지는 것과 같다... 아름다움 뒤에 오는 아픔이라서 더 씁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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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4-02-11 0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밥 차리면서 이 글을 읽는데..참 좋네요. 묘하게 뭉클거렸어요....

건조기후 2014-02-11 12:00   좋아요 0 | URL
생각을 많이 하게 해주는 책이었어요. 여운이 기네요..

치니 2014-02-11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솔직히 이 책을 끝까지 완독하지 못하고 말았어요. 문장이 아름답다는 점이 원체 부각되니 섬세하고 매끄럽게 잘 깎인 연필 바라보듯 곱구나 싶기는 한데 전반적으로 (제게는) 지루한 걸 못 참은 것 같아요. 그러던 와중에 이 분이 신형철 씨가 진헹하는 팟캐스트에 나온 방송을 들었는데 아 - 건조기후 님이 불편해한 그 지점을 만난 거에요. 책에서 그가 보여준 올곧음과 배치되는 이율배반이랄까 그런 지점. 자식들 이야기를 하는데 '딸은 딸이니까 연극을 한다고 해도 말리지 않았으나 아들은 음악을 하고 싶다는데도 말렸다. 아들인데 먹고 살 길 요원한 가난한 음악가가 되게 그냥 둘 수 없어서. 그리하여 현재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를 한다' 뭐 그런 내용으로 얘기하셨는데 그런 식의 단편적인 발언에 대해 조금도 부끄럽거나 자신의 책과 배치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은 노인 같아서 너무 생경했어요. 신형철 씨는 딱히 뭐라 대답하지 않았고요. 흠.

건조기후 2014-02-12 20:49   좋아요 0 | URL
저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던 건 아니에요. ㅎ; 항상 책을 읽을 때는 여러가지 느낌이 들기 마련이고 책에 대한 평가는 결국 어떤 쪽으로 선택하게 되느냐하는 문제인데 (말이 뭐 이렇게 거창하담) 저는 미문을 택했던 것 같아요. 무언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던 것도 좋았고요.

꼭 저 부분이 아니더라도.. 삶의 안과 밖이 다른 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었어요. 치니님 말씀 들으니 더 그렇네요..

페크pek0501 2014-02-11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좋은 글을 보니 그냥 추천만 누르고 가기가 섭섭할 것 같아 흔적을 남깁니다.
저도 이 책을 가지고 있어서 님이 말씀하신 꼭지를 찾아 봤답니다. (저는 앞부분 몇 꼭지만 읽고 참 잘 쓰는 분이구나, 했지요. 그리고 마저 읽어야지, 했지요.)

결국 인간이란, (제가 자주 생각하는 건데) 거기서 거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또 들었어요.
님의 의견에 공감하면서 많이 배우고 갑니다.
추천을 백 번쯤 누르고 싶은 글이지만 한 번만 누르고 갑니다. ^^

건조기후 2014-02-11 14:53   좋아요 0 | URL
아핫, 저 역시 그 생각을 했어요. 저 자신부터가 완벽하게 언행이 일치하는 사람이라 할 수도 없고..; 어차피 머리부터 발끝까지 똑같은 사람이 어디 있다고.. 다들 이랬다 저랬다 하며 살다 가는 거지.. 싶다가,

근데 그러면 뭔가 의문이 나도 그러려니 해야하고 할 말이 생겨도 그러려니 해야하고, 세상에 아무 말도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저런 생각을 그대로 써버렸어요. ^^

다락방 2014-02-11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우리 건조기후님 글 참 잘쓴다.
:)

joy3928 2014-02-16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읽고갑니다 깊고 아름다운 님의 시선에 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