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새해가 시작됐지만, 지난 12월부터 옛날 책 읽기는 계속되고 있다. 새해 분위기에 걸맞는 뭔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달랑 숫자 하나 바뀌었다고 기껏 마음먹은 계획을 확 바꾸기도 힘들구나. 계속 주문은 꾸준히 하고 있고 ; 그래서 새 책을 받는 설렘도 여전한 삶의 기쁨이지만 옛날 책들을 한 권 한 권 읽어가는 상쾌함도 또 다른 행복. 하지만 역시 책은 그 때 그 때 읽는 것이 좋을 때가 많다는 걸 절감..;

2006년도에 나온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을 2011년 한 해가 다 저물어 가는 마당에 집어들었다. 언제 샀는 지 기억도 잘 안 나는데 갑자기 저 빨간 책등이 엄청 땡기는 거다. 그 땐 그게 이 정도의 감동으로 이어질 줄 몰랐다. 아 정말 이 사람은 가짜가 아니다, 읽는 내내 그냥 그거 하나만으로도 감격스러웠다.

 

전공은 아니지만 대학 때 경제학 수업을 들었고 주식책 몇 권 사서 어설픈 잡지식에 들떠 (아주 소액으로) 주식한답시고 깝죽대도 봤지만, 진작에 이 책을 봤다면 좋았을 뻔했다. 다른 책이 다 쓸모없다는 뜻은 당근 아니고, 제일 먼저 이 책을 읽었다면 공부나 주식이나 결과치가 꽤 달라졌을 거라는 생각이 들만큼 좋은 책이라는 것. 경제학적 지식은 물론 경제현상을 제대로 보는 시각을 키워주고 철학적 깨달음의 기회마저 넌지시 내어준다. 행간마다 느껴지는 그의 충고를 받아 곱씹다보면 그가 전달해주는 교과서적인 단순지식마저도 가슴을 잔잔하게 울린다.

 

35만 독자가 선택한 대한민국 최고의 투자서, 라는 띠지의 광고문구는 거짓이기도 하고 진실이기도 하다. 투자고수의 절대성공비법이라도 기대한 사람이라면 흔한 기술 분석 하나 없는 이 책이 무슨 최고냐 하겠지만, 경제가 돌아가는 거시적인 흐름속에서 내가 내 돈을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현명한지를 충 분 히 일깨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얼치기들이 뜬 소문에 홀리지 않고 차근차근 나만의 자산관리를 하게끔 분명한 방향을 잡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옛날에 [무릎팍도사]에 나온 그는, 주식에 투자하는 게 좋으냐는 질문에 이렇게 되물었다. 대한민국이 앞으로 더 발전할 거라고 생각하느냐고. 우리가 지금 예금을 하고 부동산을 사고 연금에 가입하는 모든 활동은 국가가 지금보다 나아진다는 당위에 기초한 것인데 국가가 발전하면 당연히 기업도 발전하고 앞으로 발전할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그는 그런 사람이다. 주식투자원칙이라는 것이 무려 '국가는 발전한다'라는 어처구니없이 당연한 짧은 문장 하나인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제시하는 방향과 당부하는 조언들을 새기지 않을 수가 없다. 아주 예전에 봤던 인터뷰도 떠오른다. 마음만 먹으면 주식으로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지 않느냐고 인터뷰어가 묻자 박경철이, 할 수 있지만 안 하죠 라고 딱 잘라 말했다. 정상적인 경제질서와 흐름을 교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던 그 매서운 눈빛이 바로 그 칼같은 원칙을 보여주는 것이었음을 다시금 느낀다.

 

다 읽고서야 개정판이 나온 걸 알았다. 말이 개정판이지 그냥 표지만 바뀌었다고 한다. 알라딘의 소개글을 보니 역시, 싶다.

 

이 책을 새로운 표지로 세상에 다시 내놓으며 저자는 또 하나의 말을 덧붙인다. 초판의 원고를 바꾸지 않았다는 것. 그것은 괜한 고집이 아니라 원칙은 시류에 따라 바뀌지 않는다는 믿음 때문이다. “지금 후반부의 전망을 그럴듯하게 바꾸고, 시류에 따라 개정에 개정을 거듭한다면 필자의 책은 늘 현재를 가리키는 것처럼 여겨질 것이고, 그것은 애초에 이 책을 쓴 기획의도와 맞지 않는 일이 됩니다. 즉 이 책은 변하지 않는 원칙과 늘 부닥치는 시행착오, 두 가지를 모두 염두에 둔 책입니다.”

 

워낙에 변칙과 불법이 정당화되는 세상이라 그런지 원칙과 기본을 강조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진심으로 애정을 갖게 된다. 나름의 자기철학을 세우고 실천하는 사람들 보면 늘 존경스럽기 마련인데, 그 철학이라는 것이 심지어 어떤 공공의 가치를 포함하고 있을 때면 말할 필요가 없다. 본인의 삶이 온전히 본인의 노력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자각한다는 것, 늘 '함께'라는 눈으로 사회를 바라본다는 것은 그냥 그 모습만으로도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일이니까.  

 

그리고 연이어 읽은 책. 이 책은 박경철의 책보다도 2년이나 더 이전인 2004년 출간되었다. 하, 근데 이게 6-7년 전 이야기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현장감이 그대로 살아있다. "요즘 논란이 되는 검경 수사권 조정" 어쩌구저쩌구 하는 데선 소름이 돋았다. 책 제목의 '풍경'이라는 단어가 말해주듯 국가 최상위법인 헌법에 내재된 가치가 말 그대로 얼마나 가치있는 것인지를 한 번 부드럽게 훑어주는 책이고, 몇 년이 지난다 한 들 헌법이란 게 쉽게 바뀌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헌법의 가치가 달라질 리 없고 따라서 책 내용이 크게 달라질 일이 없긴 하지만, 법조계라는 곳이 어쩌면 이렇게도 발전없는 그들만의 세계인지, 법과 현실은 어쩌면 이렇게도 괴리가 심한지, 그저 아연하기만 하다.

 

그 아연함과 함께 나 자신에 대한 또 다른 아연함을 안겨준 책이기도 하다. 가슴에 예리하고 깊은 생채기를 얻은 기분. 나는 어떤 의미에서든 스스로 부족하지 않다는 생각같은 건 감히 할 수 없는 인간이긴 하지만, 이렇게 '사소하다'  생각했던 부분에서조차 나의 무지와 덜떨어짐을 깨우치게 되는 것이 그닥 기분좋은 일만은 아니다ㅠ(고마움과는 별개로). 사소하다 라는 건, 평소 적어도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웬만큼(이란 말도 웃기긴 하다) 나름의 의식을 갖고 있어서 최소한 부끄럽게 살고있진 않다고 당연히 여겨온 거라는 뜻인데, 그게 실제적으론 내 삶에 전혀 녹아있지 않았으며 내가 헛껍데기만 쓰고 살아왔다는 걸, 이 책의 어떤 부분들은 아주 처절한 수치심을 던져주며 자각하게 만들었다. 그래 난 아직 멀었고 언제나 부족한 것 투성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이렇게까지 멍청했었나 하는 자괴감에 고통스러운 순간이 종종 들이닥쳤다. 좀. 생각 좀 깊이 하고 살자...

 

그리고 잠시 다른 책을 읽었다가 이 책을 봤다. 법조계에 종사하는(했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수시간동안 인터뷰를 한 결과물을 정리해낸 책이다. 요즘 읽고 있는 구간들 중에선 비교적 최근 책인데 그래도 '불멸'이란 단어답게 여전히 현실감은 생생하게 살아있다.

 

책 내용도 좋지만 일단 저자 개인적으로 이렇게 심층인터뷰를 통해 사회현상을 진단하는 미시적인 연구방법에 흥미가 많았다고 집필동기를 상세하게 말해주는 부분이 난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인터뷰가 얼마나 열심히 이뤄졌을지, 그 녹취를 엮어내는 일은 또 얼마나 성실하고 꼼꼼하게 진행됐을지 짐작하게 하는, 기분좋은 배려감. [헌법의 풍경]을 읽으면서도 여러모로 세심한 마음씀씀이 글씀씀이가 돋보였는데 왠지 그 분답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들이 털어놓는 이야기는 새삼 충격이라고까지 할 건 없었지만, 우리가 갖는 사법개혁에 대한 의지나 기대가 얼마나 무용하며 부질없는 짓인지를 '뼈저리게' 일깨워준다. 조밀하게 짜여진 날줄과 씨줄을 감히 어느 누가 끊을 수 있을 것인지 엄두가 나지 않는 무시무시한 견고함. 더 무서운 것은, 결국 그들도 우리같은 사람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는 거. 심정적으로 충분히 이해가 된다는 거... 물론 이해하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긴 하지만, 그들의 행태나 문화 자체는 우리가 사는 모습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무엇이 문제이고 또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헌법의풍경]을 읽는 도중에 잠깐 이 책을 읽었다. 한 번에 여러 권의 책을 읽진 않는데 드라마 덕분에 책이 너무 궁금해서 택배박스에서 꺼내자마자 바로 읽었다. 이 책도 나온 지는 꽤 됐다. 

 

드라마 [바람의화원]을 엄청 좋아했었는데 [뿌리깊은나무]도 원작 이정명-연출 장태유의 작품이다. 드라마가 원작 각색을 많이 했지만 소설은 소설대로 드라마는 드라마대로 다 좋다. 드라마에서 바뀐 어떤 부분들은 참 마음에 들지 않고 내 취향도 소설쪽에 더 맞지만 드라마를 정말 드라마답게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볼 때마다 했다.

 

TV드라마를 닥본사 하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다. 평소 TV를 잘 보지 않지만 이렇게 뭔가 꼭 봐야하는 프로그램이 하나 정도 있어주는 건 좋다. [무한도전]이나 [유희열의 스케치북]도 빠짐없이 보긴 하지만 본방사수는 아니고. 어쨌든 그냥, 이렇게 열심히 챙겨볼만한 재미있는 것들이 생기면 신난다. 이젠 끝나버려서 조금 허전하고 심심하게 됐지만.

 

이 드라마를 제외하면, 최근에 난 책도 옛날 책을 보고 TV도 옛날 TV를 보고 있다. 볼거리 빵빵한 올레는 수많은 채널을 제공해주긴 하지만 말 그대로 풍요 속의 빈곤이라 실제로 볼만한 건 별로 없다. 그래서 지금 방송 중인 것보단 이미 종영된 프로그램을 리모콘 꾹꾹 눌러 찾아내어 플레이를 할 때가 더 많다. 근래 본 것 중에는 [싸인]이 엄청 재밌었다. 언니는 결말이 정말 감동적이라고 했지만 나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끝까지 증거와 증인을 찾고 싸인을 발견해내는 방법으로 사건을 해결했으면 좋았을 거라고 난 생각하는데, 그래서 결국 스스로 싸인을 남기는 방법을 택한 그의 희생에 좀 짜증이 났다. 처음 살해된 피해자와 똑같은 싸인을 남긴 주인공의 숭고한(?) 죽음은 그저 구성상 완결성을 갖는 이상의 의미가 내겐 없었다. 어쨌든 그런데 이 드라마가 연기대상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아 의아했다. 최소한, 김래원이 타는 상을 박신양이 받지 못하는 건 정말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ㅡㅡ

 

옛날 책, 옛날 TV에 몰입하고 있던 와중에 마침 그 때 [무한도전]에서도 옛날 80년대 아이들이 놀던 풍경이 펼쳐졌었었다. 벌써 몇 주 전에 방송된 건데 아직도 생생하다.ㅋ 어린시절의 각종 놀이들에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올랐다. 우리 어릴 땐 다망구라고 불렀는데 다방구가 표준어였더라. 이건 해질녘에 자주 했다 눈에 잘 안 띄게.ㅎ 저녁 먹고 다시 모여서 깜깜한 밤에 하던 숨바꼭질도 재밌었다. 보통 여자애들처럼 나도 고무줄놀이를 제일 많이 했지만 딱지치기도 엄청 좋아했다. 딱지랑 구슬 완전 신주단지 뫼시듯 ㅎ 무한도전에서도 딱지치기를 제일 재밌게 봤는데, 딱지가 넘어갈 때 울리는 그 안정적이고 무게감있는 팡- 소리가 흑ㅠ 정말 정겨웠다. 우유곽으로 만든 딱지도 많았는데 이건 빳빳해서 잘 넘어가긴 했지만 난 그게 쉽게 너덜거리지 않아서 좋아했다. 지저분한 딱지는 따기도 싫었다.ㅋ 구슬도 때묻고 희뿌옇게 변한 거 싫고 하하. (쓰다보니 무슨 초딩 일기 같네) 동그란 딱지 쌓아놓고 입으로 퍽, 소리내서 무너뜨리는 놀이도 있었는데, 그것도 보여줬으면 엄청 웃겼을텐데. 태호피디 이거 몰랐어요? ㅋ

암튼 요샌, 사놓고 안 읽은 책들을 읽어나갈 계획을 실천하느라 (이런 계획이야 언제나 늘) 아마도 수시로 과거를 살게 될 것 같다. 그렇지만 따끈따끈한 신간들마저 과거로 넘어가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때 제때 읽어야지. 과연 그렇게 부지런을 떨 수 있을지 자신..은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지 않지만. ㅋ

 

옛날 책들 읽는 중에 잠깐 읽고 덮어둔, 구간 아닌 신간은 문재인의 책이다. 12월 6일(무려 한 달 전..)에 있었던 북콘서트에 당첨돼서 그 전 주 주말에 읽으려고 펼쳤는데 그 때 감기가 너무 심해서 책도 제대로 못 읽고 결국 북콘서트에도 못 갔다. 지난 여름에 갔던 [운명] 북콘서트가 정말 좋았어서 엄청 기대하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 한 감기따위에 굴복하게 되다니 ㅠ

 

책을 처음 받았을 때, 문재인이라는 이름을 새기고 있는 뻔한, 밝은 노란색 표지가 사람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가슴 한 구석에 잔뜩 웅크리고 있던, 슬픔도 그리움도 미움도 아닌 무엇이 나 여기 있었다고 이럴 때 한 번씩 티를 낸다.

 

마침 오늘 노무현 달력도 도착했다. 5월 20일이 29일로 잘못 표기돼서 오자정정 스티커를 준다기에, 혹시 이번 판 물량이 소진되면 다음 쇄엔 제대로 찍힌 달력이 나올 수도 있다고 혼자 믿으며 ; 일부러 늦게 주문했는데. 역시나 스티커가 같이 왔다. 스티커 색깔이 달력 색깔이랑 너무 달라서 더 티나고 보기 싫을 것 같아 안 붙이고 그냥 뒀다. 숫자 하나 틀린 게 뭐 그리 큰 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이건 날짜가 생명인 달력인데.

 

그러고 보면 달력도 꼭 노무현같고 참여정부시절같다. 첫 번째 달력은 참 맑고 예뻤다. 엄선된 사진이 말갛고 정겨웠다. 두 번째 달력은 사진이 아니라 그림이었는데 하나같이 마무리가 덜 된 듯 엉성하고 지저분했다. 그리고 이번 세 번째 달력은 결정적인 실수를 안고 있다. 고치라고 스티커를 줬는데 잘 맞지도 않는다. 그냥 틀린 채로 두는 것이 보기엔 더 좋다. 하는 일이 그렇게 어설펐다. 그 결과는 그리도 슬펐고...

 

암튼 한달쯤 전에 읽다가 덮어뒀던 이 책을 어제 다시 펼쳤는데, 생각보다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는다. 어려워서가 아니라 너무 원론적이어서 오히려 집중이 잘 안 되고 지루한 느낌마저 든다. 그러나 이렇게 지루한 원칙이 문재인의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덴 여지가 없다. 당연한 말을 늘어놓는다고 핀잔을 줄 마음이 생기지 않는 이유는 그가 본래 철저히 그런 사람이(라고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거나 잔머리를 굴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편해서' 원칙을 지키는 거라고 했다. 항상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력조차 필요없을 정도로 그게 아예 체화된 사람이라면 그의 말은 저절로 진정성을 갖는다. 그래서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신뢰를 얻고, 믿음이 있기 때문에 뻔한 소리라고 허투루 듣게 되지도 않는다. 마치 고등학생 논술같이 쉬운 문체로 차분하게 써내려간 간결한 문장들이 그의 그 원칙을 돋보이게 해준다. 말이 많지 않고, 길지 않고, 핵심만 뽑아 쉽게 풀어낸 글은 군더더기가 없는 그의 화법과도 참 닮았다.

 

이 책을 마저 읽고 난 후엔 박경철의 [자기혁명]을 볼 생각이다. 그가 쓴 주식투자서가 다른 책과 다르듯이 그가 쓴 자기계발서도 다른 책과는 다를 것이라고 믿으며, 내 돈 주고 사 본 적 없는 자기계발서를 주문했다. 심지어는 마구 설레는 마음으로.

 

여러가지로 정말 뭐같은 세상이지만, 마음을 설레게 하는 사람들도 참 많다. 그냥 좋은 사람임을 넘어서 설레게 하는 사람. 뭐같은 세상이 그런 분들을 세상밖으로 더 이끌어냈을 것이고, 뭐같은 세상 덕분에 이렇게 더 많이 설렐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건, 감사해야 할 일인가?

 

그나저나 페이퍼가 너무 길다.. 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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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1-06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그란 딱지, 언급하신 그 놀이는 제가 할 당시에는 '파파먹기'라고 했던것 같아요. 파, 파 하고 분다고. 저도 그거 하고 놀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저는 어릴때도 '다방구'라고 했어요. 움화화핫.
그런데 건조기후님은, 제가 읽기 힘들어하는 류의 책을 참 잘 읽으시네요. 멋지다...@.@

오랜만의 페이퍼, 아주 풍성하고 충실하고 근사해요. 설레임이 전해져요, 건조기후님.

건조기후 2012-01-06 19:19   좋아요 0 | URL
동그란 딱지 요새도 파나 모르겠어요 ㅎ 종이인형도 생각나고 ㅎㅎㅎ
책 안 힘들어요.. 힘들면 제가 읽었을 리가 ; 시골의사는 경제학쪽을 전혀 접하지 않았다면 쉽지 않으실 수도 있지만 김두식 교수님(제자도 아닌데 막 교수님)의 책들은, 혹 아직 읽기 전이시라면, 강추에요.

조만간 다락방님께서 강추하신 [불편해도 괜찮아]도 읽을 거에요. 문재인의 책 마저 다 보고 박경철 책까지 읽고 나면요.ㅎㅎㅎ 아 바쁘다 ㅎ 그 책 읽고 다락방님 리뷰도 다시 봐야지..

순오기 2012-01-12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조기후님, 오랜만이어요~~ 잘 지내시죠?^^

건조기후 2012-01-12 19:22   좋아요 0 | URL
네 잘 살고 있답니다. 순오기님만큼 열정적이게는 아니지만요 ^^:
 
내게는 내밀한, 당신의 이름

저는 다락방님처럼 감성스러운 여자사람이 못 되어서 ;; "소중한 한 칸" 같은 건 만들 생각도 못했지만. 그래도 다락방님의 소중한 한 칸 같은 책들이 저에게도 당근 있지요. 보여달라 하시니 저도 재밌을 것 같아 찍어봤어요.ㅎㅎ 말 그대로 정말 책장 한 칸을 비우고 모을까 하다가 그냥 그 자리에 꽂힌 채로 찍었어요 헤헤. (그러고보니 예전에 마음산책 이벤트할 때 웬디양님이 올리셨던 페이퍼가 생각나네요. 이렇게 사진 찍는 거 재밌어요ㅎ)

      

<나의 아름다운 정원>은 제가 가장 선물을 많이 한 책이에요. 다락방님이 좋아하시는 달달한 로맨스같은 건 전혀 없는 ; 그냥 꼬마 남자아이의 성장소설인데 (이미 읽으셨을 수도 있지만..) 동구가 너무 착해서 얼마나 울고 웃었는지 몰라요.ㅠ 어휴 우리 동구...

<호밀밭의 파수꾼>은 예전에 [책의날 10문 10답] 페이퍼에서 다락방님이 여러 번 읽은 책이라고 하셨던 기억 나요. 그 때 세 권이, 이 책이랑 <위대한 개츠비>, <상실의 시대> 였죠. 세 권 제목 나란히 적혀있는 것 자체가 저도 막 감격스러웠던. ^^

<농담>이에요. 쿤데라와의 인연이 시작된 책. 쿤데라의 쿤 도 모르던 스무살 시절에, 이상문학상작품집 뒤에 붙은 엽서 뜯어서 궁시렁궁시렁 적어 보냈더니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이었어요. 정말 "농담"처럼, 별 것 아닌 엽서로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세상을 만나게 됐던 거죠. 쿤데라 옆에 누워있는 책들 중간에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가 있고 맨 위에는 살짝 고개만 내민 <올리브 키터리지>가 있어요. 다락방님의 소중한 한 칸의 일부가 저에게도 있어요.ㅎ

     

윤대녕의 <천지간>은 이상문학상 수상작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에요. 음 저렇게 쭉 사놓긴 했지만 빠짐없이 전부 읽은 것도 아니고 앞으로도 이상문학상은 계속 나오겠지만 어쨌든 지금까지는 <천지간>만큼 저를 휘저어놓은 소설이 없었어요. (물론 "이상문학상 중에서"요)

<남한산성>도 좋아해요. 솔직히 김훈을 좋아한다고까지는 말할 수가 없는 게, 그의 책을 사놓고 읽지 않은 것들이 많아요. (좀 읽지 그래;;) 하지만 남한산성은 정말 좋아요. 어쨌든 그래서 이번에 사은품 이벤트에서 김훈 소맥잔을 두 개 챙겨놨지요. 나중에 김훈 소설 좋아하는 사람 만나면 이 잔으로 같이 소맥 할 거에요. 뭐 못 만나면 혼자 마시구요.ㅋ

<오만과 편견>보다 <제인 에어>의 남주가 더 좋다, 고 하셨었죠? 저는 제인 에어는 기억이 안 나고 ;; 다아시도 좀 귀엽고 멋지지만 책을 읽었던 당시에는 엘리자베스를 몹시 좋아했어요. 엘리자베스가 저와 정말 비슷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책 꾸질한 거 보면 아시겠지만 무척 오래 전에 읽은 책인데, 지금 보면 또 생각이 달라질까 모르겠지만 아마도, 여전할 것 같아요.

  
제 방에는 책장이 6개 있는데, 방문 옆으로 붙은 책장의 맨 위칸이 말하자면 펜트하우스ㅋ에요. 제가 소중한 한 칸을 만든다면 바로 여기가 될 이 곳에 <태백산맥>이 있어요.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어나올 것 같은 다락방님 한 칸에 비하면 참 멋대가리없지만 ;; 저는 누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 뭐냐"고 물으면 <태백산맥>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와요. 물어본 사람이 좀 부담스러워할 것 같기도 해서 그냥 단권으로 된 다른 책을 말하고도 싶은데, 도저히 염상진은 내려놓을 수가 없어요. 내려지지가 않아요. 흑.     

 

 

마지막으로, 제가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진주귀고리 소녀>도 있어요. 책은 보이지 않고 책에 딸려왔던 달력만 있네요. 무려 2006년 달력이에요. 2011년인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곱게 간직될, 그런.

 

   

다락방님과 겹치는 책이 한 권도 없어요. 하지만 소중한 한 칸,에서 좀 안 겹치면 어때요. 좀 덜 소중한 다른 많은 칸,에서 겹치면 그걸로 또 좋은 거죠. 덜 소중한 것도 소중한 건 소중한 거잖아요.ㅎㅎ 뭐 질보다 양인 거에요. 아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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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3-02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앗, 건조기후님!
저도 밀란 쿤데라의 [농담]을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보다, [불멸]보다 좋아해요. [농담]이 최고에요! 전 마지막 결말에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 수 없었어요. 아마도 가장 씁쓸하고 충격적인 결말이 아닐까..[농담]안의 농담은 최고였어요.
그리고 [호밀밭의 파수꾼] !! 저는 이 책을 엄청나게 사랑하지만 선물한 경험은 거의 없어요. 왜냐하면 이 책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을 별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아 나만 좋은거구나 싶어서 선물을 잘 하질 못하겠더라구요. 그렇지만 제가 세번을 읽었던 제 책은, 그러니까 색색깔로 밑줄이 그어지고 포스트잇이 덕지덕지 붙여진 제 책은, 제가 애정을 마구 마구 담았던 제 책은, 누군가에게 선물했답니다. (아 가슴찡하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은 제가 즐찾이 정말 아주아주아주아주 적었던 그 시절에 알라디너에게 선물받아 읽었던 책이에요.그 당시엔 그 분과 제 서재에 서로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음.. 어쨌든 저도 엄청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죠. 그런데 저는 심윤경 작가의 [달의 제단]을 더 충격적으로 또 더 슬프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요. 달의 제단은 정말 ㅠㅠ (건조기후님도 가지고 계시네요!)

저는 [태백산맥]을 아직 안읽어봤어요. ㅠㅠ

제가 알아볼 수 있는 혹은 읽었던 다른 책들이 여기저기 많이 보이는데요!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절반 읽다 포기했지만. ㅎㅎ 저는 김훈의 [남한산성]은 안읽어 봤는데요, 김훈의 [언니의 폐경](강산무진에 실려있죠!)을 진짜로 좋아해요. 그런데 건조기후님,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도 가지고 있으시구나! 므흐흐흣. 반가워요! 맨 밑에 상실의 시대 왼쪽 옆으로는 '임레 케르테스'의 [운명]인가요? 저 그것도 읽었어요! 진주 귀고리 소녀 뒤쪽은 일큐팔사 로군요!! 므흐흐흣

마지막으로, 네, 저는 눈이 안보이고 팔도 못쓰게 된 로체스터가 '이런 나를 사랑할 수 있겠냐고' 자신없게 찌질대는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남자라서 좋았어요. 그 점이 제게는 너무나 매력적이었죠. 당당하게 사랑하는 남자. 훗.

건조기후 2011-03-02 19:28   좋아요 0 | URL
정말요. 농담 이 최고에요. 저는 그 범생 여학생이 농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 일파만파 일이 커지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해요. 시작부터 몰입 지대루였어요.ㅎ
나의 아름다운 정원 도 역시 읽으셨구나. 정말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책이에요. 근데 저, 이 책 선물해주셨다는 그 분 알 것 같아요. ㅁ님 아니세요? 음. 아님 말구용, 이라고 하고 싶지만 거의 확신해요.ㅎㅎ
달의제단 은.. 보시다시피 너무 밑에 깔려있어 꺼내기가 힘들어서 아직.ㅋ; 강산무진 책 꺼내보니까 가름끈이 뼈 에 있네요. 읽다 말았나봐요.ㅋㅋ 이래서 김훈을 좋아한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었던. 남한산성 만큼 좋을까요? 분위기는 전혀 다른 거 같지만요.

여기저기 더 많을 거에요. 다락방님 페이퍼 보면 제가 이미 갖고 있는 책도 있었지만 덕분에 산 책도 꽤 되거든요.^^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옆에 슬며시 보이는 붉은 책 심플플랜 도 그렇구요 호밀밭의 파수꾼 옆에 옆에 그저좋은사람 도 그렇구요. 저 오늘은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도 주문했어요. 주문만 들입다 하고 있어요.ㅋㅋㅋ 도착하면 데니쉬 쿠키를 먼저 먹을 거에요.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남자였군요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로체스터는. 새로 읽을 책도 많은데 읽은 거 다 까먹고 다시 읽을 책도 늘어나니 미치겠네요. 나이 먹으니 미치겠는 일이 미치게 늘어나요.

웽스북스 2011-03-02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조기후님!! ㅎㅎ 저 두번째 사진에 찍힌 칸에 제가 좋아하는 책들이 많아요~~ :)

건조기후 2011-03-02 19:30   좋아요 0 | URL
웬디님께 해야할 숙제 있는데 헤헤. 올해 안으로는 꼭 읽고 리뷰 올릴 거에요. 약속드리는 건 아니구; 그냥 혼자 하는 다짐이에요.ㅎㅎㅎ
 

지난 1월 28일(헐 벌써 한 달이 다 지난..) 부산 국제신문사 대강당에서 조국 강연회가 있었다. 조국 트위터에서 보고선 달력에 표시까지 해두고 손꼽아 기다리다가 갔다. 강연 1시간 전부터는 사인회가 있었는데 살면서 줄까지 서서 사인 받기도 처음. 정작 당사자는 누구한테 해줬는지도 모르는 그런 사인, 받는 거 별로 좋아라하지 않지만. 그래도 조국 사인은 꼭 받고 싶었다.ㅎ

<진보집권플랜> <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 두 권 다 챙겨서 일찍 도착. 국제신문사는 옛날에 휴학했던 2년 간 아르바이트했던 곳이라 감회가 새로웠다. 대강당이 4층이라서 엘리베이터 탈 생각은 아예 안 하고 바로 계단으로 직행했는데, 비상구 으스스하고 허접한 건 여전하구나 싶고. 

올라갔더니 로비에 사람들이 두 줄로 서 있다. 하나는 책 판매하는 줄이고 하나는 사인 받는 줄. 일찍 가서 그런지 줄이 짧았는데 나중에는 사람들이 많이 와서 강연 시작이 좀 늦어졌다. 앞줄이 점점 짧아지고 한 명 남았을 때 은근 긴장.ㅎㅎ

안녕하세요. 저 두 권이에요. 하며 책을 슥 내밀었더니 아이고, 하시며 이름을 물어보신다. 땡땡땡요. 내 이름은 끝자를 숙으로 잘못 듣는 사람들이 많아서, 받침 없이 그냥 수에요. 했더니 날 올려다 보시며 허공에 ㅜ자를 그리신다. 수.요. 네^^ 서명을 많이 하셔서 그런지 손목에 약간의 경련이 일어나는 게 보였다. 

조국이 트위터에 인용했었던 도종환의 시 <담쟁이>가 좋아서, 서명 문구로 "담쟁이처럼" 써달라고 하고 싶었는데(예스24인가에서 한정판 친필서명본에 저 문구가 들어간 걸 봤었다) 입 속으로만 꿍얼거리다 왠지 떨려서 말 못했다.ㅋ 그냥 감사합니다 하고 강당으로 휙... 좀 아쉽다. 하지만 내겐 정말 말 그대로 "건승"이 필요한 때이긴 해서, 네 건승할게요. 이 책 꽂힌 책장 볼 때마다 속으로 대답한다. 하하하.    

 

강연은 두 권의 책에서 읽은 내용이 압축된 것이었다.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겠지만, 꼭 동의하진 않더라도 대체로 다 납득하고 수긍할만하다고 생각되는 이야기들. (책도 읽고 강연 메모도 해왔는데 이제사 다시 정리해서 쓰려니 참 번거로운 걸..;)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이다보니 쉽게 얘기하시려는 모습이 역력했는데 시간이 훌쩍 지나가는 것도 모르게 몰입도가 좋았고 재미도 있었고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이 생각보다 길었던 것도 좋았다. 준비된 강의보다는 즉석에서 오고가는 이런 말들이 더 흥미로우니까. 많이 웃었다.ㅋ  

본인의 언행 하나하나가 당을 대표하는 게 되어버리기 때문에 위험해질 수 있어서 당적을 가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씀하실 때 심히 공감하며 감동했고, 주변에 이민가고 싶다는 분들이 많은데 그럼 안돼죠 버텨야죠 할 때, 폴리페서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지식인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앙가주망의 길을 지켜갈 것이라고 할 때, 그리고 또, 여러 번,,, 마음에 물결이 일었다. 이런 어른이 있다는 것이 참 든든하구나. 개인적인 출세만 보고 달리자면 꼭대기까지 오르고도 남을 분이 단호한 표정으로 양심을 말하고 따뜻한 눈으로 공동체를 이야기한다는 것이 이렇게 감명을 주는구나. 차후 계획중이시라는 시민운동에 뜨거운 지지를 보내며.

어느 날 오후에는, 너무 졸려서 정신 좀 차릴 겸 <아침의 문>을 집어 들었다. 올해 수상작이 나오고 나서야 작년 책을 펼쳐든다. 매번 이렇게 한 템포씩 늦는 나를 또 깨닫고. 크게 또는 작게 나는 항상 이렇게 늦다. 인생의 큰 줄기에서도 그렇고 아주 사소한, 이런 책 한 권 읽는 일에서도 그렇고, 이러다 죽는 것도 늦어지는 거 아닌가 싶다. 아 그건 좀 싫은데.
 
암튼 단순히 잠 깨려던 목적은 완전 초과달성. 시작 좀 지나자마자 온 몸에 한기가 돌았고 그대로 얼어붙은 채 손가락으로 책장만 넘겼다. 이 짧은 소설을 받아내던 그 짧은 시간이, 가만가만 돌이키고 있으려니 몹시도 길게 느껴진다. 

너무 서늘하고, 슬프다. 직선적이고, 노골적이고, 그래서 너무나도 생생하게 피부에 와닿는, 누군가에게는 분명히 "딱 소설같은" 이야기일 것이나 엄연히 내가 살아가는 이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 꿈같은 현실. 극도의 아이러니가 충돌하는 디스토피아를 본다. 한쪽에서는 아이를 낳으라 하고, 한쪽에서는 아이를 죽이려한다. 한쪽에서는 인생은 60부터라며 멋진 노년의 삶을 그리고, 한쪽에서는 고작 스무살도 너무 힘들어 스스로 삶을 놓아버린다.  

세상은 점점 살기 좋아지는 것 같은데, 모두가 살기 좋아지는 세상은 아닌가보다. 아니, 이미 누군가에겐, 살기 힘들어지는 수준을 넘어 죽기 좋아지는 세상인지 오래. 경제가 발전하고 의료기술이 발달해서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평균수명도 점점 늘어나는데 그 경제발전의 이면에서, 과학이 발달한 뒷편에서, 생활수준이 높아진 그늘에서, 늘어난 평균수명만큼 또 늘어나는 죽음들. 늘어난 만큼 줄어드니, 그러면 결국 세상을 살아가는 목숨의 양에는 변화가 없는 걸까, 라는 엉뚱한 생각을 한다. 새삼, 높아지는 평균수명의 수치가 참 많은 비밀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삶과 죽음이 정면으로 맞닥뜨리던 마지막 순간엔 심장이 얼었다. "적어도 콘크리트보다는 따뜻한 인간이, 하물며 울지 말라고 속삭일" 때는 좀 뜨겁게 웃었다. 덕분에 심장도 녹아내렸지만.

아 정말, 세상, 좀, 힘들어도 괜찮은데 좀 그만그만하게 살만하게만 힘들었으면 좋겠다.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나을 정도로 힘들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사회면 기사를 보면 세상 정말 요지경이라는 말 밖에 안 나온다. 이게 뭐냐고. 왜 귀한 목숨들이 이런 식의 문을 통해 만나야 하냐고... 어휴.

그리고 어제는... 예약주문했던 <지식e> 6권이 도착해서 바로 읽었다. 선명한 주황색 바탕에 박힌 보라색 로고가 예뻤다. 이번 테마는 "사람". 眞진실한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善선한 마음을 잃지 않으며 美아름답게 살다 간, 살고 있는 사람들.

<의사 장기려>에서 툭. 울컥. 줄줄. “제가 뒷문을 열어 줄테니 어서 나가요” 돈이 없는 환자들에게 이렇게 얘기하는 의사. 못 먹어서 병이 난 환자에게 닭 두 마리 값을 내주라고 처방한 의사... 바보의사, 성산 장기려. 

알래스카에 매료된 사진작가는 곰에게 편지를 쓴다. <언젠가 너를 만나고 싶었어>. 그리고 무방비 상태로 출사 야영을 하다가 그토록 사랑했던 곰의 습격을 받으며 죽어간다. 그게, 안타깝다기보다는... 최소한의 보호장비조차 갖출 생각을 하지 않을 정도로 온 마음을 다해 알래스카를 사랑한 사진작가가 눈물 나게 아름다웠다. 조금이라도 내게 해가 될까 두려워하고 경계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그건 이미 사랑이 아닌 거라는 거...

<새끼 양과 산책하는 사자 리틀타이크>를 보면서도 줄줄. 약하고, 여리고, 착하고, 그러면서 의롭고 그런 것들이 주는 감동은 어찌할 수 없는 거 같다. 특히 짐승들의 그것은 사람에 비교할 수 없이 가슴을 울린다. 야성의 본능을 거부하는 사자. 우유와 곡물로만 식사를 하고, 우유에 조금이라도 핏방울이 섞이면 모조리 토해내버리는 사자. 화상을 입었을 때 내내 곁에서 상처를 핥아주고 옆을 지켜준 고양이를 누군가가 데려간 후 몇 달간 식음을 전폐하고 울기만 했던 사자. 그런 사자. 사자의 반려자였던 부부는 말한다. "우리의 고민은 이 아이가 사람을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이 아이에게 어떤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사자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집 안에 사자가 있는 상상을 수도 없이 했다. 그러다가 중학교 땐가 야생동물은 야생에서 살아가도록 두는 것이 동물들에게도 좋은 거라는 걸 알고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구나 마음을 접었다(어차피 실현되기도 힘든 일이어서 접는다 어쩐다는 게 웃기긴 하지만). 역시 생태계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게 옳은 일이기도 하겠고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사자를 반려동물로 삼는다는 게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혹시 이미 있을까?) 꿈은 꿈으로만 남게 되겠지..만. 어쨌거나 어린 시절 꿈꾸던 일을 실화로 보게 되어 행복했던 순간.

아인슈타인, 패러데이, 월리스, 루이스 칸의 이야기도 감동적이었고 안나 폴리트코프스키야와 마지막 밥말리를 보면서도 글썽거렸다. 하지만 확실히 예전같지는 않은 것 같다. 전달하고자하는 객관적인 사실만큼이나 주관적인 메세지들이 주는 감동도 꽤 컸었는데, 그저 사실 자체가 주는 감흥 이외에 지식e만의 그 압축된 멘트에 실려있는 에너지를 별로 느끼지 못했다. 내가 익숙해져서 그런 건지 실제로 지식e의 힘이 약해진 건지... 그러나 여전히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책이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요즘엔 계속 입에 달고 있는 노래가 모두 이들의 곡이다. 툭 하면, 보편적인 노래가 되어... 웅얼웅얼한다.

보편적인 노래를 너에게 주고 싶어 이건 너무나 평범해서 더 뻔한 노래
어쩌다 우연히 이 노래를 듣는다 해도 서로 모른 채 지나치는 사람들처럼
그 때 그 때의 사소한 기분 같은 건 기억조차 나지 않았을거야  

이렇게 생각을 하는 건 너무 슬퍼 사실 아니라고 해도 난 아직 믿고 싶어 너는
이 노래를 듣고서 그 때의 마음을 기억할까 조금은

보편적인 노래가 되어 보편적인 날들이 되어 보편적인 일들이 되어
함께 한 시간도 장소도 마음도 기억나지 않는
보편적인 사랑의 노래 보편적인 이별의 노래
문득 선명하게 떠오르는 그 때, 그 때의 그대
-보편적인 노래

사랑 노래 이별 노래를 들으면 다 자기 얘기 같고 뭐 그런 건데, 특별히 이렇다 할 경험이 없는 내게는 어차피 모든 노래가 보편적인 노래라서 이 노래가 아주 이질적으로 들린다. 애초부터 보편적인 노래가 될 노래가 없고 보편적인 날들이 될 날들이 없으니깐.  

그러고보면 나 참 재미없이 살았다 싶은데, 당시에는 전혀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이성에 관심도 없었고 오히려 다 바보같고 멍청해보이거나 너무 단순무식해보여서 혐오스럽기까지 했으니까. 게다가 난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항상 혼자 살아가는 것도 버겁다는 생각에 짓눌려 있었고, 그래서 누군가를 받아들일 여력이 조금도 없었다. 생각해보면, 그냥 쉽게 사귀는 성격이 절대 못 되는 건 그렇다쳐도 그렇게까지 벽을 쌓고 살 필요가 있었을까 싶기도 하고. 모든 노래가 보편적인 노래인 인생. 나쁠 건 없지만 가끔은 좀 암울한 것도 사실이라. 훔.

설명하려 했지만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있어
그렇지만 그게 왜인건지 내가 이상한 것 같아

나의 말들은 자꾸 줄거나 또 다시 늘어나
마음 속에서만 어떤 경우라도 넌 알지 못하는 진짜 마음이 닿을 수가 있게
꼭 맞는 만큼만 말하고 싶어

이해하려 했지만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있어
그렇지만 욕심 많은 그들은 모두 미쳐버린 것 같아

말도 안 되는 말을 늘어놔 거짓말처럼
사실 아닌 말로 속이려고 해도 넌 알지 못하는 그런건가 봐 생각이 있다면
좀 말같은 말을 들어보고 싶어
-커뮤니케이션의 이해


내 마음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나도.. 점점 자꾸 말이 줄거나 또 다시 늘어난다. 표현력도 떨어지고 어떨 땐 내 생각 자체가 이상한 것 같기도 하고. 이상하다기보단 꼭 부연설명을 해야 상대방이 아.. 하게되는 그런. 암튼 얘기하다보면  막 부족한 표현으로 말하려니 아예 말이 잘 안 나오거나 오히려 이것저것 늘어놓으며 말이 많아진다. 결론은 알맹이도 없고 혼자 횡설수설하는 인간이 되어버리고. 증상은 나날이 심해지는 거 같은데, 뭔가 해결방도가 없다.; 근본적으로 나 자신을 일반적인 기준에 맞게 리뉴얼하지 않는 이상. 그렇다고 뭔가 아주 독특한 생각을 한다는 게 아니고 단순히 어떤 규정된 주류적인 정서로부터 자꾸자꾸 멀어지는 것 같은 거다. 맞추기가 쉽지 않은 것들이 갈수록 늘어난다... 2절은 조곤조곤하지만 은근 후련하다. 이렇게 착하게 말하면 알아듣지 못하는 욕심 많고 미친 그들. 

난 어느 곳에도 없는 나의 자리를 찾으려 헤매었지만 갈 곳이 없고
우리들은 팔려가는 서로를 바라보며 서글픈 작별의 인사들을 나누네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 넌 행복해야 해 행복해야 해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잊지 않을게 잊지 않을게 널 잊지 않을게
-졸업식

처음 들었을 때 좀 울었다. 졸업을 앞두고 꽃망울처럼 설레야할 마음이 이미 초라한 절망과 위로로 누더기가 되어버린 이십대 청춘. 축하해. 가 아니라 행복해야해. 잊지 않을게. 라고 인사를 하는 광경이 하나의 흑백사진처럼 쓸쓸하게 떠올랐다. 이 곡의 어디가 문제라서 방송불가판정을 받았는지 모르지만, 아니 사실 어떤 단어가 귀에 거슬려서 그러는 건지 눈에 다 보이지만, 이런 노래나 금지하는 유치해빠진 어른들이 좌지우지하는 나라에 사는 젊은 그들이 가여워, 미치겠다. 

울지마
네가 울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
작은 위로의 말이라도 해주고 싶지만
세상이 원래 그런 거라는 말은 할 수가 없고
아니라고 하면 왜 거짓말같지
울지마
네가 울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어
뭐라도 힘이 될 수 있게 말해주고 싶은데
모두 다 잘 될 거라는 말을 한다고 해도
그건 말일 뿐이지 그렇지 않니
그래도
울지 마 
-울지마  

대체로 뜬구름잡는 말들이 많았지. 괜찮아 잘 될거야, 박카스 한 병 먹으면 모든 일이 다 잘 될 것 같고 You're gonna shine 이라고 끊임없이 되뇌이면 정말 밝은 날이 올 것 같았다. 실제로 그런 막연하고 달콤한 말들에 많은 위안을 받기도 했다. 그런 노래를 좋아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그래, 그건 말일 뿐이지. 구체적으로 뭐가 잘 된다는 건데.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 근데 사서 할만한 고생이 있고 굳이 내가 안 해도 될 고생이 있더라. 돌도 씹어먹을 나이. 그래도 돌은 못 씹겠더라. 그리고 씹으니 병 나더라. 

브로콜리 너마저의 가사가 참 좋다. 진짜를 건드리고 꺼내주는 이 기분이 상쾌하다. 내 안의 틈 사이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맑게 채워주는 이 기분이. 입으로 되뇌일수록 가슴엔 잔잔한 통증같은 게 느껴지는 이 싸한 기분이. 섬세하고 부드럽지만, 아니 그래서 더 예리하고 차가운, 평이해 보이지만 몹시도 많은 생각을 하고 쓴 것 같은, 쉽고도 깊은 노랫말.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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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2-26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민규가 2010년에 탔군요. 저는 꼬박꼬박 사 읽다가 언제부터인가 뚝 끊었어요. 2010년 작품집은 사야겠어요. 건조기후님의 글을 오랜만에 읽으니 저도 막 읽고 싶어졌어요. 지식 e 나왔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흐음, 역시 또 사야겠군요.
오랜만의 글 반가워요.
안그래도 오늘은 건조기후님 방명록에 좀 나타나주면 안되겠냐고, 보고싶다고 말하려고 왔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건조기후님의 글이 있어요! 마법같아요!
:)

건조기후 2011-02-26 09:43   좋아요 0 | URL
저는 꼬박꼬박 사기만 했어요. 아하하. 그러구 매번 이렇게 뒤늦게 읽어요.
이번 공지영 소설이 있는 35회 책도 사서 곱게 꽂아만 놓은.. 내년에나 볼라나 ;;
아니 근데 이런 변두리까지 다 챙겨주시고ㅠ 마법같이 나타나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다락방님! ^-^
 

지난 화요일 방송도 국가기관의 민간사찰 문제로 여지없이 이슈로 떠올랐던 <PD수첩>. 뒤늦게서야 보고 나서는 6월 22일 20주년 특집방송까지 봤다.  

토크콘서트라고 해서 PD들이 노래라도 한 곡 부르려나 완전 기대했었는데 그냥 가수들 음악 따로 패널들 얘기 따로... 그저 그런 특집이었다. 편집도 튀어서 산만하고... 방송예고글 봤을 땐 뭔가 굉장히 흥미로울 것 같았는데, 패널들의 얘기는 너무 짧아서 황당했고 그래서 상대적으로 가수들의 무대가 길게 느껴지면서 괜한 거부감마저 들었다.; 싫고 좋고 할 가수들도 아니고, 아니 오히려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는데도. (인공위성, 바비킴, 김창완밴드, 이상은, 노영심이 나왔다)

<PD수첩 20주년 특집 토크콘서트 '대한민국, 안녕하십니까?'>    

첫 번째, 내레이션 - 노종면(YTN 해직기자), 정영심(용산참사 유족), 박대성(미네르바), 한채민(촛불소녀) 
당시 방송됐던 장면들이 나오면서 그들의 내레이션이 흘렀다. 노종면 기자(외 5명)의 경우 "방송의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므로 해임처분은 재량권을 일탈한 것"이라고 판결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직기자로 남아있다. 회사는 항소했고 그들은 재판 결과에 따라 복직을 시켜달라며 '구걸'하지 않았거든. 구본홍을 바로 코앞에 두고 목소리를 높이던 그, 높았던 목소리만큼 제자리로 돌아가는 길은 높은 오르막길이 되고 있다. 용산 역시, 여전히 용산이다. 이제 용산이라고 하면 그 뒤엔 자동적으로 참사라는 단어가 붙어야 할 것만 같은, 길고 깊게 각인된 야만정부의 단면.

헐. 난 그 사람이 미네르바인 줄 몰랐다. 왜 미네르바 얘기에 못 보던 사람이 앉아있나, 피디인가 기자인가 했는데, 미네르바가 살이 빠져 그런 거였다. 그러고보니 방송예고글에 35kg나 빠져서 수척한 모습이었다는 말이 있었는데도, 사람이 살이 빠졌다고 저렇게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나 싶을 정도로 미네르바인지는 상상도 못했다. 몸도 힘들었겠지만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을 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법원이나마 중심을 지켜줘서 정말 얼마나 다행인지, 정말 이 나라 골로 가는 거 아슬아슬하게 버텨주고 있는데 그래서 가끔 무슨 판결 기사라도 눈에 띌라치면 지레 심장이 철렁한다. 똑같은 법서를 보고 공부한 사람들인데 어째서 누구는 개고 누구는 사람인지.

두 번째, 토크 - 진중권, 전원책, 박재동, 최유라 
사회자 이문세가 대한민국이 안녕하냐고 묻는 질문에 전원책은 안녕하다고 했다. 보수꼴통이니 빨갱이니 이런 소리 듣는다고 기분 나빠할 필요 없고 그렇게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시끄러운 것 자체가 안녕하다는 것이라고. (속 편한 소리 하십니다...;) 반대로 진중권은 안녕하지 못하다고. 현대미술 강연 나가는데 정보과 형사가 따라붙는 본인의 얘기며 미네르바 사태며 뭐 그런 당연히 나올 얘기들...  

암튼 두 분 나오면 재밌다. 백분토론 단골 파이터;였는데, 토론에서 참 살벌하다 어떻다 얘기가 나오니까 전원책 왈, 진중권이 방송에서 진짜 화나게 하는데, 방송 끝나면 또 웃게 만든다네.ㅋㅋㅋ 자기랑 부딪히면서 진중권이 크는 거라고 말할 때 뭔가 진짜 사회의 어른같은 기분이 들어서 보기 좋더라. 실제로 진중권이 전원책과 논쟁을 벌이면서 사회적 이슈를 확대하는 측면도 있지만 이미 그의 발언 자체로도 충분히 이목이 집중되는 사람이라 그렇게 큰 영향이 있는 것 같지 않은데, 다만 본인과 의견이 다른 상대를 향해 그런 말을 하는 것이 (그 쪽 사람들에게선)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인지라... 초큼 감동이었다는 거.

전원책 변호사와 박재동 화백은 고등학교 동창이라고 하는데 전원책의 말에 의하면 "이 친구는 수학시간에도 뒷자리에서 누드같은 그림 그리던 좌파였다"고 한다. 나도 수업시간에 그림 많이 그렸는데, 중고딩 때 나 좌파였나ㅋㅋㅋ 투닥투닥 재밌었다. 아 근데 너무 짧았다고...
 
세 번째, 내레이션 - <PD수첩>의 주요 장면들  
김미화(맞나?)의 내레이션과 함께 나오는 자료화면에서는 또 가슴에 불이 붙어 올랐다. 첫 촛불로 기록된 미선이효순이 추모집회와 SOFA개정요구집회, 쇠고기수입반대집회, 용산참사. 망루에 오르며 두 팔로 하트를 그려보이던, 누군가의 아들이자 남편이자 아버지였던 그 사람들이 어떻게 그 누구의 눈에는 그저 쓸어버릴 하찮은 목숨에 불과할 수 있었을까. 이제 태어나면서부터 인생 경로가 정해지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대한민국에서는 목숨값마저도 "평등하지 않다". 

네 번째, 토크  - <PD수첩>의 역대 PD 송일준, 최진용, 최승호
제일 기대했는데, 너무 기대했나벼ㅡㅡ 주옥같은 몇 마디가 가슴을 치고 들어왔지만 너무 짧고 썰렁했다. 고생담을 구구절절 늘어놓거나 방송철학을 거창하게 늘어놓기를 바랐던 것도 아니고 그저 그렇게 진솔한 얘기들을 좀 더 '길게' 듣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다섯 번째, 작은 PD수첩 -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뉴타운 개발 아래 짓밟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짤막한 다큐. "집 부서진 아이라고 친구들이 놀려서" 학교를 며칠씩이나 빠졌던 아이가, 온 동네가 박살 난 폐허더미 위에서 "제가 정들었던 집이에요" 라고 울먹울먹한다. 이 아이의 상처와 기억은 대체 어떻게 해야할까. 그 작은 가슴에 박힌 눈물덩어리를 어찌. 엄마한테 반찬투정이나 하고 동생이나 괴롭히고 숙제 안 해서 혼나기나 할 나이에, 어른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 아픔을 받아내야하는 가혹한 현실 속 그 아이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 어째서 이 나라는 10살도 채 되지 않은 꼬마 아이의 얼굴에 어른의 절망을 무자비하게 처발라버리는 건지. 아이의 얼굴은 아이답게 지켜주는 것이 국가가 해야할 일 아닌가?...

암튼 그렇게 눈물 쏙 빼놓고는 마무리는 참 발랄하게도 비행기 날리기(방청객들이 PD수첩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어서 무대로 날려보내기)를 한다. 에에. 평소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에서 잠깐 벗어나 좀 경쾌하고 다채롭게 가려고 했던 것 같지만, 아무래도 <PD수첩>이라는 프로그램을 쇼의 형식으로 담아내려던 기획은 무리였다 싶다. 쑥쑥한 가슴에 노래는 잘 안 들어왔고 음악이라기보다 그냥 번잡한 소리로만 들렸다. 어쨌든 PD수첩의 20년과 맞물렸던 그 간의 굵직굵직했던 사회문제를 한 눈에 되돌아볼 수 있었던 것, 너무 오래 전이라 몰랐던 방송도 슬쩍 맛보기로나마 알 수 있었던 것으로 충분히 의미는 있었다. 그만큼 지난 20년의 대한민국 역사를 "관통"해온 PD수첩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며.

흠. 그래도 이런 특집 정도면 어설프게 노래랑 섞어서 토크콘서트를 하느니 손석희(이럴 때 안 보면 언제 보나요)가 진행하는 미니 토론처럼 꾸몄더라면 참 좋았을 것 같은데 말이다. 진중권 외 패널들과 피디들이 한 자리에서 그냥 편하게 대화하는 형식으로... 뭐 이미 끝난 방송가지고 아쉬워해봤자지만. 그래도 좀 너무 헛헛해서, 마침 주문해놨던

<PD수첩 - 진실의 목격자들> 을 집어 들었다. 일주일 전에 받았는데 계속 못 읽고 있다가 이 참에 주말 독서로. 책날개에 보니까 지승호의 트위터가 소개돼있다. 서재는 닫으신 지 꽤 오래된 것 같은데 그 쪽에 집중하고 계신가보다. 알라딘엔 그 분과 개인적으로도 친분있는 님들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이미 알고 있으실 수도 있지만 혹시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latteemiele(프랑스어인가. 뭔 뜻일까?) 

<진심의 탐닉>을 한 편 한 편 마음 좋게 읽었지만 역시 난 미사여구 없이 있는 그대로 풀어 주는 이런 인터뷰가 더 좋다. 전문 인터뷰어의 인터뷰와 영화잡지기자의 인터뷰, 각각 인터뷰를 전하는 매체도 다르고 자연히 인터뷰 방식이나 색깔이 다를 수 밖에 없으니 굳이 비교선상에 놓을 문제는 아니지만... 그냥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그렇다는 거. 간결하고 압축된 대화 속에서 느껴지는 잔잔한 감동도 좋지만 이렇게 일견 무미한 듯 죽죽 이어가는 이야기 속에서 천천히 차오르는 감동, 차분하게 스며들어 깊숙히 퍼지는 울림이 좋다.  

<PD수첩>을 최초로 기획했던 김윤영, 그와 함께 초창기 멤버였던 김상옥, 종교문제를 중점적으로 파헤쳤던 윤길용,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김환균, 각종 이슈의 중심에 있었던 송일준, 권력의 핵심부를 건드렸던 최진용, 최근 검사 스폰서 문제를 고발했던 최승호, 황우석 신화를 깨뜨렸던 한학수, 쇠고기 협상의 문제점과 광우병 위험을 지적했던 김보슬 PD. 아아. 이름 하나하나 써내려가는 것만으로도 손가락이 찌르르르한다. 진실을 향한 열정, 용기, 양심으로 똘똘 뭉쳐 PD수첩을 스무살로 키워낸 이 사람들. 진짜 멋진 사람들이다. 시청자가 제일 무섭다고 말하는 그들. "외압에 맞서면 당장 죽는다. 그러나 굴복해서 얼마간 살아남더라도 더 이상 정직하지 못한 방송은 어차피 나중에 죽게 되어있다. 그럴 바엔 지금 죽는 게 낫다." 고 말하는 그들. 갖은 고난과 위협 속에서도 기어이 여기까지 꿋꿋하게 걸어온 그들에게 마음 속 깊은 존경, 존경, 존경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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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새벽에 주문한 책이 그 날 밤 집에 오니까 도착해있었다. 어두운 방안으로 막 들어오다 박스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택배오는 건 늘 현관입구 쪽에 자리가 정해져있는데 누가 왜 새삼 방 안에까지ㅜ 그대로 넘어졌으면 책상 의자에 턱을 제대로 찧을 위치였어서 순간 아찔. 암튼 바로 온 거 보니까 주문하면서 당일배송 체크돼있는 걸 그대로 넘겼나본데.. 급한 책도 아니구만 뭔가 마구 보채서 받은 기분.

상자를 뜯고 증정품 확인하고ㅋ (책은 4권인데 증정품이 3개) <진심의 탐닉>을 들고 김제동 편을 먼저 펴서 읽었다. 김혜리 기자는 말만 많이 들었지 직접 그녀의 인터뷰글을 보는 건 처음인데

음... 에에... 김제동에 대한 방송이나 기사는 눈에 띄면 거의 다 보는 편이기 때문에 아는 이야기가 많아서 그런지, 좀 밋밋했다. 내가 몹시 감동받았던 이야기가 너무 확 줄여져있어 어쩐지 마음이 상하기도 했고. 김제동이 얘기를 길게 하지 않은 건지 김혜리가 정리하면서 줄인 건지 모르겠지만 암튼 그녀 인터뷰에 대한 첫 인상은 그렇게 좋지 않았던 셈.

분량을 조절하긴 해도 그렇다고 내용을 윤색하는 게 아니라 "대화의 부피를 줄이기 위해 물기를 빼는" 거라는 말이 아주 그럴 듯하게 들렸는데, 잡지에 실렸던 인터뷰라 제한된 지면상 불가피한 일이겠지만 난 그 물기라는 것도 좋아한다. 그런 작은 거 하나에 훅 갈 때도 있고.ㅎ 구술 대화를 활자로 옮기면서 "어.. 어.. 그러니까" 뭐 이런 거, 열 받아서 내뱉는 씨발 존나 이런 욕지거리, 중간중간 얕은 한숨, 대답하기까지 걸리는 시간같은 미묘한 것들까지 표현해주는 인터뷰가 좋다. 말하지 않는 시간도 인터뷰 시간이고 그것 역시 인터뷰의 일부니까. 그래서 그녀의 손을 거친 정갈함이 나와는 별로 맞지 않았다. 좀 중구난방이라도 사실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게 좋은데.

단행본으로 다시 정리하면서, 애초에는 다소 거칠었을 인터뷰 질감을 조금 살려줬어도 좋지 않았을까? 고현정의 말마따나 "마구잡이 단어 나열이 정돈되면서 반듯반듯해졌고, 마치 내가 생각이 깊은 인간인 것 같은 착각이 들었고, 김혜리 기자와의 인터뷰는 그렇게 자신을 발견하게 해주는 신비한 힘이 있"어서 인터뷰이의 입장에선 좋겠지만, 역시 그런 건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다. 자칫 미화시키는 느낌이 들어 진실을 의심하게 되곤 하니까. 보기엔 좋고 예쁘지만,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 말같은 것 그닥 탐탁치않아 하는 나같은 사람은 마구잡이 단어 나열, 이런 게 더 좋다. 뭐 굳이 예쁜 걸 흐트리자는 게 아니라, 예쁘면 예쁜 그대로 예쁘지 못하면 또 예쁘지 못한 그대로의 모습이 좋다는 거...  

어쨌든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그녀의 인터뷰는 무척 아름답다. 그녀는 참 잔잔하게 흐르는 맑은 냇물처럼 사람을 바라본다. 아주 조심스럽고도 편안하게. 그녀와 인터뷰를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알 것도 같다. 나를 예쁘게 바라봐주는 진심어린 눈빛에 마음을 가만가만 풀어놓게 되는 기분이랄까. 질문도 마음을 울리는 것들이 있었지만, 평이한 질문에도 마음에 울림을 주는 답을 하는 것 또한 인터뷰이의 힘이 아니라 그녀라는 인터뷰어의 힘인지도 모르겠다. 인터뷰 앞뒤로 삽입된 그녀의 글도 참 좋다. (이런 날씨에 이런 비유라니 덥긴 하지만) 벨벳처럼 촉감이 보드랍고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문장들. 문학이다.  

암튼 한꺼번에 다 읽어버리긴 아까워서 몇 개 골라 읽었는데, 대체로 다 가슴 촉촉한 기분으로 잘 봤지만 무한도전 김태호PD가 압권이었다. 동아일보 입사시험 최종까지 합격했는데 포기한 이유. 

인턴 합격자 12명에 들었다고 출근하라는 연락이 왔는데 어째 남의 옷 입은 느낌만 들고 한숨만 나오는 거예요. "나 글 쓰는 건 싫은데..." 싶고. 정장을 입고 오라는 지시도 마음에 걸렸어요. 결국 "내일 못 갈 거 같습니다"라고 전화했더니 "왜요?" 묻더라고요. "마음이... 안 내키네요" 라고 대답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귀여운 말줄임표 ㅋㅋㅋㅋㅋ  
(아 이건 정말 말줄임표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하늘땅 차이인데. 김혜리가 김태호의 성격을 좀 더 잘 표현하기 위해 넣은 것인지 김태호가 실제로 말을 저렇게 소심스럽게 한 건지 궁금하다.ㅎ)

제일기획은 최종까지 갔는데 재학증명서를 빠뜨렸어요. 인사부 과장님이 다음날 퀵서비스로 보내면 받아주겠다고 했는데, 어린 생각에 설마 재학증명서 없다고 떨어뜨릴까 싶어 안 보냈더니 떨어졌죠. 그냥 정이면 될 줄 알았어요. 서로 눈을 바라보며 얘기했으니까...  

미치겠다ㅋㅋㅋㅋㅋ 사랑해요 태호피디ㅠ

저희가 제일 경계하는 것이 '자뻑'이에요. 우리가 높은 데에 있고 베푸는 방식으로 나누는 것이죠. <느낌표!>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러브하우스'를 하면서 일종의 거래가 아닐까 고민했어요. 어려운 사람의 신분을 노출하고 슬픔을 다시 끄집어내 상처를 보여준 다음 그 '대가'로 집을 지어주고 도움을 주는 게 아닌가 하는 불편함이었죠. 가출 청소년을 찾아다닐 때, 딸을 찾아나선 아버지가 속옷 바람이어야 하는데 제대로 옷을 입고 나와서 헐레벌떡한 느낌이 없다고 선배한테 야단맞은 일이 있어요. 전 표정만으로 다 보여줬다고 생각했고요. '러브하우스'도 방송국에서 간다고 말씀드리면 제일 좋은 옷을 입고 화장도 하고 계신데 리얼함이 떨어진다고 지우라고 시키는 일이 있었어요.  

그런 게 너무 싫어서 공익은 다시 안 한다고 결심했는데 <무한도전>을 하다 보니 어떻게든 나누고 싶었어요. 3, 4년 전 연말 방영분에서 몰래 어려운 분들의 집 앞에 선물을 놓고 왔죠. 그 분들을 노출하지 않았지만 다음날 아침 집 앞의 용달차를 보았을 때 가족의 아버지가 모든 걸 함축하는 리액션을 하셨어요. "오, 하나님!" 하는 한마디였죠. 치킨집과 삼겹살집을 찾아간 '박명수의 기습공격'은 '신동엽의 신장개업'을 저희 방식으로 새롭게 접근한 거에요. 거기서 음식점 주인, 먹으러 간 운동선수들, 돈을 쓰는 박명수, 누구 하나 밑지는 장사가 아니거든요. 초대된 선수들은 잘 먹어서 좋고 장사하시는 분들은 불로소득이 아니니까 떳떳하게 돈을 받을 수 있고 저희는 기쁨을 나눠서 좋고 세 가지가 결부돼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공익도 거품은 빼고 진실을 돋보기처럼 확장해서 보여주는 쪽이 맞지 않나 싶어요. 

아. 완전. 공감. 사람 아픈 데 찔러서 눈물 빼고 그거 팔아서 옛다 집 한 채, 옛다 가게 하나... 참 야만스럽다고 생각했다. 약자에겐 사람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병원24시인가, 치료비가 없어서 수술 못하는 환자들의 처지를 보여주고 모금하는 프로그램도 나는 좀 불편해서 잘 못 본다.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미안한.. 그런 기분도 있고, 당신은 도움을 받는 입장이니까 배려같은 건 기대하지 말라는 듯한, 너무 쉽게 가는 방식이 거북한 데서 오는 불편함. 에둘러 가더라도 다르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을 텐데.    

김태호는 그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었다. 눈물을 사고 싶지는 않은 사람. 섣불리 상처를 위로하려 하기보다는 그냥 한 번이라도 더 웃는 것으로 덜 아프게 해주고 싶은 사람. 웃음은 얼마든지 거래하고 싶은 사람.  

처음엔 <진심의 탐닉>이라는 제목이 다소 거창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탐닉이랄 거 까지야 싶었던 건데, 그러나 생각해보면 대체 이런 유명인들의 진심이라는 것을 어디까지 내어놓아야 할 것인가, 그 답도 쉬운 게 아니긴 하다(아예, 내놓을 필요가 있을까 싶을 때도 있고). 그들이 생각하는 진심의 정도와 내가 생각하는 진심의 정도가 다를 때, 내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이유로 그들의 진정성이 부족하다며 실망할 수야 없는 노릇이니까. 에... 바보같은 말을 하고 있구나. 사람의 진심이라는 것이 어디 누가 감히 판단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상대방에게 어떤 감흥을 주고 말고를 떠나서 그들에게서 나온 그 모든 것은 진심일 것이다. 조금쯤 꾸며서 하는 듯한 얘기도, 웬만해선 보여주려 하지 않는 모습도, 그 역시 또 다른 형태의 진심인 거겠지. 그들이 드러내는만큼 받아들이고 내 마음이 반응하는만큼 공감한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뭐 더 달리 있을 게 없는 거고. 그저, "나 이 사람 팬"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들의 그 맨모습 슬쩍 엿볼 수 있는 것으로 인터뷰를 읽는 즐거움은 충분하다 싶다. 게다가 이렇게 깊고 따뜻한 눈에 비친 그들이라면. 

천천히 하나 하나 골라가며 느릿하게 읽어가야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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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6-22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인용하신 태호피디 인터뷰 부분 때문에 저도 이 책을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건조기후 2010-06-22 23:56   좋아요 0 | URL
오, 미모의 다락방님. 헤헤.
김태호 편 정말 좋았어요. 아 정말 입사서류 안 내놓고 정이면 될 줄 알았다니.
다른 멋진 얘기도 많은데 저 말에 완전 꽂혀가지고.ㅋㅋ

오늘은 정우성 편을 읽었는데..
그 배우는 그냥 글자로도 사람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더군요. 어휴.

마노아 2010-06-22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나면 또 이렇게 써주세요. 감동이에요.^^

건조기후 2010-06-22 23:59   좋아요 0 | URL
인터뷰가 다 좋아요. 남은 것도 야금야금 조금씩 삼켜가며 볼라구요. ^^

글샘 2010-06-22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턱,에 바늘자국 안 내게 돼서 다행이에요. ^^ 재밌네요. 천천히 하나하나 골라가며 읽고 싶에 만드는 책... 참 드물죠. 좋은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마워요~~

건조기후 2010-06-23 00:07   좋아요 0 | URL
인터뷰 한 꼭지 읽고 나서 감도는 여운이 더 좋은 거 같아요. 그래서 바로바로 다른 사람 인터뷰로 잘 안 넘어가게 돼요.ㅎ

무해한모리군 2010-06-22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기대가 되요.

건조기후 2010-06-23 00:11   좋아요 0 | URL
저도 다음에 골라 읽을 인터뷰에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져 있을 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보고 있어요.ㅎㅎㅎ

2010-06-26 0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6 1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6 1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7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