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부터 노무현의 봉하마을 사저가 공개되었다.

아방궁이라며, 정작 아방궁에서 떵떵거리는 것은 본인인 자들의 온갖 조롱을 받았던 그 집.

아방궁이 뭔지도 모르고 왜 아방궁이라고 하는 지도 모르는 자들의 무차별적인 비난이 쏟아졌던 그 집...

이런 이유로, 저런 이유로, 이성을 잃은 저열한 공격에 얼마나 시달렸었는지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답답해진다.

 

*동영상과 사진은 모두 몽구넷에서.


가장 궁금했던 서재...

 

 

 

 

퇴임 이후에도 이렇게 끊임없이 책 읽고 토론했던 공간, 노무현의 서재.

이 책 읽어보자고, 이런 문제 토론해보자고, 가까운 데 살지도 않는 사람들한테 봉하마을 오라고 그렇게 졸랐다고(?) 한다.

그 일..이 없었다면 독서와 토론의 결과물들이 많이 나왔겠지.

누구의 집 안에는 책 한 권이 없어서 놀랐다던 전모씨의 말이 떠오른다.

 

 

"ㅋㅋㅋ를 쳤는데 영문(ZZZ)으로 바뀌어 버려. 보니까 결과적으로 '쿨쿨쿨'로 돼서 아이 잘됐다, 그것도 말이 된다 싶어서 그냥 냅뒀어." 


ㅋㅋㅋㅋㅋㅋㅋ ㅜㅜㅜㅜ

 


마지막으로 책이 좀 자세히 나온 사진 하나 더.

책은 총 1,000권 정도 된다고 하는데 노무현재단 홈페이지에 가면 자세한 목록을 볼 수도 있다.

http://archives.knowhow.or.kr/rmh/books

 

벌써 7주기인가 싶기도 하고 아직 7주기밖에 안 됐나 싶기도 하다.

눈으로 본 광경들은 아주 오래 전 일처럼 아득한데... 마음은 그렇지가 않아서.

 

처음 알라딘서재에 노무현 추모배너가 생겼을 때, 노무현이 제 자리를 찾기 전까지 떼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다.

이게 뭐라고 뭐 대단한 거라고 7년이 다 되도록 붙이고 있냐고

그렇지만 나에게는, 잊어도 될 때까지 잊지 않겠다고 아직도 당신 대신 분노하고 있다고 말하는 작은 표시

이 그리움이 백퍼센트 그리움이 되기 전엔 절대로 지울 수 없는 나만의 보잘 것 없는 저항...

 

지울 수 있을 것 같았던 2012년이 지나고 다시 지울 수 있을 것 같은 2017년이 오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대선이 갖는 또 다른 의미, 이번엔 찾을 수 있을까.

8주기를 지나 9주기 10주기는 조금 다른 모습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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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05-22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건조기후님 좋아한다고 전에 말했던가요?
건조기후님~~
제가 건조기후님 좋아해요^^

건조기후 2016-05-22 19:42   좋아요 0 | URL
헤헤헤. 단발머리님도 참... ㅎㅎㅎㅎㅎ

다락방 2016-05-22 21:16   좋아요 0 | URL
제가 좋아하는 두 분이 서로 좋아하다니 좋군요! 으흐흐

단발머리 2016-05-22 21:19   좋아요 0 | URL
건조기후님은 제가 좋다고는 안 하셨어요TT
단발머리가 부릅니다.
그녀의 ㅎㅎㅎㅎㅎ뿐.....

건조기후 2016-05-22 21:33   좋아요 0 | URL
아니 사람이 헤헤헤 하고 ㅎㅎㅎㅎㅎ 하면 다 좋아서 그러는 거지 안 좋아해서 그러는 것도 아닌데 콕 집어 좋아한다고 안했다고 그렇게 콕 집어 말씀하시면서 대문자로 눈물까지 흘리시면... ㅎㅎㅎ

단발머리 2016-05-22 21:34   좋아요 0 | URL
그래요~~~~~~? ㅎㅎㅎㅎㅎ

건조기후 2016-05-23 11:03   좋아요 0 | URL
^^
 

생일이 있는 달이라 여기저기서 할인쿠폰 지급되는 걸 보면서 나는 알라딘에서 쓰는 돈도 적지 않은데 정작 알라딘에서는 아무 것도 주는 게 없구나 싶어 괜히 혼자 섭섭. 옛날옛날에 알라딘에도 생일축하쿠폰같은 게 있었던 거 같은데.. 기억이 확실치는 않다. 어쨌든 이번에 아무 것도 없는 건 없는 거였다. 그랬는데.

 

 

책 주문하려고 알라딘앱을 열어 앱 실행시 적립금 1000원을 준다는 팝업창의 노란색 버튼을 눌렀더니 저런 메시지가 떴다. 이번 달에는 생애 최초로 알라딘앱을 설치한 사람한테만 적립금을 준다네. 생애 최초 ;; 오랫동안 알라딘 이용해 온 사람보다 무려 생애 처음 알라딘(앱) 접해보는 사람들이 더 중요하구나. 왜 생애 내내 단골보다 생애 최초를 더 우대하지? 어플 이용도를 높이려면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실행하는 모든 사람에게 주는 것이 더 효과가 클텐데, 이건 집토끼 차별이라고 밖에 할 수가 없다. 게다가 뭘 또 차별받고 있다는 걸 승인까지 하래. ;

 

하긴 쇼핑사이트들 보면 기존 고객보다 첫 이용 첫 구매에 혜택을 더 많이 주고있고 원래 잡은 고기한테는 밥도 안 준다는 (이해 안 되는) 말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왜 하필 '5월에는' 이냐! 생일축하는 못할 망정 1000원을 빼앗아버리다니... 부르르. 기분이 확 나빴지만, 역시 나는 어쩔 수 없는 단세포... 이 책 저 책 장바구니에 착착 채우고 사은품 고르다보니 어느 새 잊어버렸네. 핑크핑크한 셜록 오거나이저도 예쁘고 며칠 전에 알라딘 트위터에서 봤던 고흐 손수건도 예쁘고.. 이거 받을 생각에 막 설레다보니 어느 새 다... 잊어버렸네. ㅋㅋㅋㅋㅋ

 

어제 김제동의 톡투유를 보는데 인디언들은 1월 2월 3월이라고 하는 대신 다른 말로 부른다고 했다. 2월은 홀로 걷는 달.. 7월은 천막 안에 들어가있기 힘든 달.. 11월은 아직 다 사라지지 않은 달. 말이 참 예쁘지 않냐며 방청객들에게 우리도 이번 달이 각자에게 어떤 달인지 적어보자고 했다. 다들 자기만의 생활과 고민을 담아 적었는데, 내게 5월은 알라딘이라는 넘이 생일축하는 커녕 지난 달까지 주던 1000원까지 갑자기 훅 끊어버려서 마음이 상했지만 하루에 두 박스나 지른 달이다. 젠장.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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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6 1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조기후 2016-05-16 14:10   좋아요 1 | URL
책 사는데 적립금 천원 받는 것도 생애최초여야 하다니 사는 게 너무 고달프네요 ㅋㅋㅋ
저도 부자는 아니지만, 돈이 많고 적은 것과 상관없이 주던 거 갑자기 안 주니까 기분 나빠요. ㅎ
다른 곳은 혜택이 어떻게 좋은 지 모르겠네요. 저는 그냥 한 군데로 몰아 쓰는 게 편해서 그냥저냥 눌러앉아 있어요. ^^

다락방 2016-05-16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질렀어요, 건조기후님? 도라에몽 테이프가 굿즈로 새로 떴던데요... 하아-

그리고 날짜는 모르지만 생일 축하해요! 예전에 저도 알라딘에서 생일 쿠폰 받은 적 있어요. 단 한번이지만..

건조기후 2016-05-16 14:12   좋아요 0 | URL
헤헤. 축하 고마워요!
네 질렀지요... 굿즈는 왜 그렇게 자주 뜨나요 ㅜㅜ
책 사기도 바빠 죽겠는데 굿즈때문에 매번 환장하겠네요. 아이고 ㅋ

2016-05-16 14: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16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6-05-16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의 대부분 단골은 봉이죠~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리로 쭉 갑니다!!♥

건조기후 2016-05-17 09:13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은 역시 의리 ^^ 저는 굳이 다른 곳으로 안 바꾸는 건.. 단순히 게을러서인 것 같아요. ㅎㅎ
 

이번에 주문한 책은 책에도 꽃이 핀다 이벤트로 선택한 꽃 두 송이와 함께 왔다.

받고 보니 딱히 쓸 데가 없어서 그냥 장식용으로 두기로 하고 위치를 찾아 보다가

 

 

튤립은 신해철에게...

 

벚꽃은 세월호 아이들이 있는 천국을 그린 엽서 곁에 두었다.

 

일본에서 수입한 고물배로 사고가 난 마당에 벚꽃은 좀 그럴 수도 있지만

일본 나라꽃.말고 그냥 봄에 피는 예쁜 꽃.으로. 일본은 일본이고 꽃은 꽃이니까.

 

봄이 점점 슬퍼진다. 4월의 세월호, 5월의 노무현.

신해철의 생일도 5월이었는데.

 

아직도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잘 믿어지지가 않아서 故라는 글자 하나 붙이기 힘든 신해철.

여기는 봄비가 내리고 있는데, 거기는 어떤가요?

잘 지내시나요? 두 분...

너희들도 잘 지내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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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vis 2018-01-13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아요 5월생 기후님
5월생 저도 있어요ㅋ

건조기후 2018-01-14 11:05   좋아요 1 | URL
어머나 5월생 ㅎㅎㅎ 그래도 봄이 좀 슬프네요, 아직은...
 

 

장르소설 이벤트가 있다. 한 권 이상 구입시 알사탕 300개, 두 권 이상 구입시 적립금 2천원.

책 살 때마다 알사탕이 우두두두 떨어지는 환상적인 광경을 떠올리며 주문, 주문.

하지만...

 

알사탕 다운받기를 클릭하는데 넌 이미 받았기 때문에 받을 수가 없다고 튕겨내는 알사탕. 헉...

나한테 왜 이러니. 어떻게 니가 나한테 이럴 수가.

알사탕 너님의 노예로 산 지 10년인데, 역시 노예 따위는 이렇게 갑자기 이유도 없이 내침 당하고 버림받고 이러는 것인 거니.

(알라딘 이용한 지 10년, 알사탕이 처음부터 있었던 건 아니어서 말은 안 되지만 머 대충)

 

배신감에 휩싸여 다시 이벤트 페이지로 가봤더니, 왜 이제야 [계정당 1회]라는 글자가 이렇게 눈에 크게 들어오는 거냐 ㅜ

처음 주문했을 때 받은 300개가 끝이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난 그저 알사탕에만 설레어 다시 주문을 날린 거였다.

웃긴 건 주문조회를 하면 알사탕 받으라고 계속 뜬다는 거. 니가 안 준다며. 못 준다며. 그러면서 왜 자꾸 받으래. ㅡㅡ

역시 노예 따위는 이렇게 막 약올림 당하고 갈굼 당하고 이러는 건 거니.

 

이딴 괄시를 받으면서도 난 오늘도 알사탕이 폭탄으로 떨어지는 책을 장바구니에 홀랑 집어넣고 재빠르게 주문을 했다.

자고로 노예란 글자 제대로 모르고 제 몸 축나는 줄도 모른 채 주인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나같은 노예가 최고인 것이야.

솔로몬 노섭처럼 브래드 피트가 와서 날 구해주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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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오디오를 하나 샀다. 어차피 마음에 드는 건 열라 비쌀테니 애써 찾아볼 것 없이 대충 괜찮으면 사자 싶어서, 그냥 책장 한 칸에 쏙 들어가는 크기에 기본 기능만 있는 저렴한 걸로 골랐다. 그래서 크게 기대 안 했는데, 사용해 본 결과는 완전 대만족. 특출나게 좋거나 나쁘지 않은 지극한 적당함이랄까 ㅎ 처음엔 트레이가 하나 더 있었으면 싶었으나 2-3시간 연이어 음악을 들을 짬이 없으니 하나로 됐고, 카세트데크는 탑 부분에 매몰식?으로 들어가있어서 외관으로 보이지 않아 깔끔해서 좋다. 굳이 없어도 되지만 이렇게 티 안 나게 있어주니 혹시라도 필요한 일이 생기면 고맙게 쓸 수 있어서 든든. 그 외에도, 아주 조예가 깊은 음악감상을 하는 것도 아닌 나에겐 딱 필요한 만큼의 기능을 갖추고 있어서, 버릴 것도 바랄 것도 없이 말 그대로 적당해서 좋다.

 

오디오 덕분에 생활 패턴에도 약간의 변화가 왔다. 알람으로 설정해놓은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들으며 깨는 아침. 6시부터 시작하는 아침이 이렇게 상쾌하다는 걸 지금까지 정말 까맣게도 잊고 살았다. 새벽 6시가 이렇게 환하다는 사실도 새삼스러운 감격. (바보는 새삼스러운 게 많아서 행복하다) 겨울 내내 추위에 너무 시달려 한낮의 초여름 날씨를 느끼면서도 일찍 일어날 생각을 전혀 못 했는데, 뜻밖에 오디오가 이렇게 하루의 시작을 내게 선사해줬다.

 

아침을 일찍 시작하는 올 봄, 이 적당지극한 오디오 덕분에 만끽하고 있는 앨범들은

 

넬 5집. 주문을 하고선 벌써 5집이구나.. 생각하다 움찔, 하,,, 10년도 훨씬 더 넘었네, 놀라버렸다. 진짜, 놀랐다. 1999년 봄, 종로의 작은 레코드가게에서 저 빨간색 음반을 샀던 기억이 아직도 너무 선명한데. 영화 nell 을 보고 감명받아서 밴드 이름으로 쓰게 됐다고 어눌하게 말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마침, 지지난 주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넬이 나왔었다. [기억을 걷는 시간]을 심장에 숭숭 구멍난 채 듣고, 이어진 토크에서 4년 만에 방송하는 거라고 하는데 또 머리가 띵.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나와서 [Stay]를 부르던 장면이 난 또 생생한데... 어떻게 13년 전 일이, 4년 전 일이, 이토록 또렷하게 남아있는 건지.

 

그건, 아마도, 그들이 그 엄청난 시간의 간극을 전혀 느낄 수 없을 만큼 스스로를 온전하게 보존해 온 덕분일 것이다. 늘 그랬던 것 같다. 새 앨범이 나오고 그들의 음악과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종로 거리와 빨간 자켓의 느낌이 고스란히 되살아났었으니까. 가끔은, 매번 그 음악이 그 음악이라고 투덜대기도 했지만, 결국 난 그 느낌에 끌려왔고 설레지 않았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유희열이 물었다. 넬스러움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게 무엇인 것 같으냐고. 멤버들은 식상한 대답을 했지만 그게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그들이 하는 거. 지금까지 해왔고 앞으로 해나갈 그 모든 것.

 

내가 갖고 있는 넬스러움은 바로 13년 전의 그 느낌이다. 따뜻한 햇빛이 내리쬐던 봄날을 아련하고도 서늘하게 만들어버리던 목소리와 사운드. 저 가슴 한 구석에 처박혀있던 "날 것 그대로의" 고독이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것 같은 한기를 느끼며 난, 저마다 얼굴에 봄빛을 띤 사람들 속을 하염없이 걸었었다. 거리는 봄의 것이었지만 나는 겨울의 것이었던 그 때의 정서는 이후로 넬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반복되었다. 한결같이 온전한 그들의 음악에, 마치 주기적으로 주사를 맞기라도 하는 것처럼.

 

이번에도 난 시디를 걸고 가사지를 쭉 훑다가 한순간 주사바늘이 들어오기 직전에 경직되듯 멈칫 굳어버렸다. 앨범의 마지막 곡인 [Slip away] 의 한 구절, 이런 처절함.

 

마지막 순간까지도 너는 나를 위로했지

하지만 모르고 있는 듯 해 뭐가 날 이렇게도 슬프게 하는지

 

혼자 남겨질 그 날들보다

잊혀질 날들이 눈물겹다

 

너를 가질 수 없는 것보다

나를 줄 수 없음이 아프다

 

가질 수 없는 것과 줄 수 없는 것. 그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 비참함을 미묘하게 구별지어 표현해내는, 유독 슬픔의 영역에서 섬세하게 발달된 감정분화능력이랄까 그런 것이 점점 더 세밀해지는 것 같다. 이런 노래를 듣는 봄날은 봄날이 아닐 수 밖에 없다. 아픈 곳을 이렇게 아름답게 후벼파기도 힘든데 ㅠ 혹자의 말처럼 그렇기 때문에 한편으론 그들의 음악이 위로가 되어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Slip away 가 끝나고 나면 수록곡 리스트에는 없는 연주곡 하나가 조용히 흘러 나온다. 이런 히든트랙은 왠지 조금 더 내밀하게 전해주는 선물같기도 하고 돈 받고 파는 음악이 아니라 진짜 들려주고 싶어서 만든 음악같은 순수함이 더 느껴져서 자연히 마음이 더 끌린다. 꿈결을 걷는 듯한 선율... 일관되게 아름답다.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존박. 슈스케는 한 번도 안 봤다. 존박이나 허각의 이름을 기사로 몇 번 접해서 노래를 어떻게 하는 지 무척 궁금했는데, 일찌감치 가수활동을 시작한 허각은 취향에 맞지 않았고.. 존박은 일단 목소리가 좋았는데, 그가 뮤직팜에 들어가 무려 김동률과 함께 음악을 한다고 했을 땐 하루하루 손꼽으며 앨범을 기다렸다.

 

Falling 이 시작되자 심장이 간질간질. 다른 곡들 역시 김동률 특유의 소심한 가사도 여전히 귀엽고 그만의 색깔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멜로디도 좋고, 모든 곡이 흡족하다. 김동률의 목소리에서 물기를 빼고 말린 것 같은 존박의 목소리도 참 좋고. 이제 내게 김동률의 음악은 그 자체가 좋아서 듣는 것이기도 하지만 편안해서 찾게 되는 오랜 친구같은 것이기도 해서, 어떻게 보면 더 특별하지만 어떻게 보면 특별하지도 않은 당연한 일상같은 것이 되었다. 잘 지냈는지,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했던 이야기를 듣는 마음...

 

근데, 이렇게 나처럼 김동률에 워낙 익숙해있는 입장에서 보면 좀 주객이 전도된 느낌도 있다. 김동률이나 전람회를 거치지 않고 들으면 그 자체로 좋을 수 있는데 이게 마치 김동률 앨범에 존박이 객원보컬로 참여한 것 같아서, 역시 김동률이야, 가 되어버리는 것. 음악적 취향이나 추구하는 바가 비슷해서 나온 결과물이라면 상관이야 없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존박에게 김동률은 하나의 숙제가 되어버릴 것 같다.

 

 

 

 

 

 

 

 

 


뭐 좀 들을까 하고 보면 자연히 제일 먼저 손이 가는 에피톤 프로젝트. 줄기차게 듣다가 좀 지겹다 싶어 치웠다가도 이내 다시 듣게 되는 음반이다. 잔잔한 감성이 들을 수록 깊어진다. 그러고 보니 지지지난; 주 유희열의 스케치북엔 [선인장]을 불렀던 심규선이 나왔었다. 루시아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냈나 보더라. 목소리가, 음반이랑 똑같이, 정말 예뻤다.

 

포털 다음 메인에 [에피톤 프로젝트가 돌아왔다! 2집 티저 공개] 라고 뜬 거 보고 급 클릭해봤더니 새 앨범이 나온다고 한다. 지금보니까 알라딘에도 예약안내가 되어있다. 하. 또 간질간질... 설렌다. 근데 돌아오긴 뭘 돌아와. 어디 간 적 없어요. 내 곁엔 늘 있었답니다...

 

 

역시, 여전한가. 여전해서 질리는가 여전해서 좋은가 하는 것은 경계가 참 아슬아슬한데, 이렇게 아슬아슬한 지점에 위치해있어서 더 좋은 걸까. 여전해서 질리고, 질리니까 좋아하지 않는 건 당연한 수순인데, 여전해서 좋고, 좋으니까 질리지 않는 건 당연한 게 아니다. 아무리 좋아해도 지겨울 때는 있으니까. 

 

지겨운 걸로 끝이라면 인연이 거기까지인 것이고, 결국 뭔가를 오래도록 좋아할 수 있는 것은 지겨워도 다시 찾게 만드는 힘 때문인 것 같다. 매일 똑같은 하루가 지겨워도 어느 날의 아침은 진심으로 사랑스럽기 때문에 산다는 게 참 고마운 일인 것처럼. 흔한 이별 이야기가 지겨워 듣기 싫어도 어떤 노래에는 눈물이 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처럼. 평범한 일상을 흩트려 놓는 갖가지 감성들을 조곤조곤 펼쳐놓는 에피톤 프로젝트, 이 음반들이 지겹다가도 찾게 되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인지도. 흔한 듯 흔하지 않은 감성. 뻔한 듯 뻔하지 않은 노래...

 

어쨌든 결국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음악들. 내 봄은 이렇게 채워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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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4-30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토록 미치게 좋은 페이퍼에 아직도 추천이 없었다니!! 제가 하나 했습니다, 건조기후님!
그리고 뭐라구요? 에피톤의 새 앨범이 나온다구요? 우왕 ㅠㅠ 완전 짱기뻐요 ㅠㅠ 이날만 기다렸는데 ㅠㅠㅠㅠ 이 소식을 여기서 알게 되다니 더 기쁩니다. 흑흑

너무 좋아서 울것 같아요. 흑흑

건조기후 2012-05-01 07:55   좋아요 0 | URL
전 다락방님같은 인기 알라디너가 아니에요 ㅎㅎ 오히려 추천이 많으면 어색 ;;
에피톤 프로젝트 2집은 예정일이 6월 초래요 헛
새 앨범 나온대서 좋아 죽을 뻔했는데 기다리다 죽게 생겼어요 어흑흑흑

Arch 2012-05-01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시아 목소리가 좋다고 해서 지금 듣고 있는데요. 저도 들어봤고, 좋다 했는데 저는 건조기후님처럼 조근조근 예쁘게 생각하고 말하는 능력이 없나봐요. 저도 이 페이퍼가 참 좋아요.(<--다락방 따라쟁이?)
저는 자전거 타면서 듣는 음악 페이퍼를 쓰려고 했는데 이 페이퍼로 좌절 ㅡㅡ.. ^^ 언젠가 쓸 날이 오겠죠.
아, 좋은 노래랑 좋은 페이퍼로 시작하는 아침이라니~

다락방 2012-05-01 11:02   좋아요 0 | URL
써요,아치!

건조기후 2012-05-01 15:06   좋아요 0 | URL
자전거 타면서 듣는 음악! 궁금해요 아치님 ^^

마노아 2012-05-01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디오 어디서 사셨어요? 링크 좀 걸어주세요. 눈여겨뒀다가 저도 나중에 구입하려고요~
넬의 목소리는, 또 가사는 언제나 마음을 후벼파요. 어휴, 이 페이퍼 참 좋아요.^^

건조기후 2012-05-01 21:50   좋아요 0 | URL
옥션에서 샀어요. 포털에서도 필립스 MCM-207 검색해보심 나와요 ^^
http://itempage3.auction.co.kr/DetailView.aspx?ItemNo=A538755792&cc=&keyword=&scoredtype=0&frm2=through&acode=LC_PP_0101

마노아 2012-05-03 13:10   좋아요 0 | URL
히히, 옥션에서 바로 관심상품 찜해놨어요. 내 방이 확보되는 순간 저도 지를 거예요. 고맙습니다.^^

건조기후 2012-05-03 16:21   좋아요 0 | URL
사실 때 옥션말고 다른 사이트도 찾아보세요. 쇼핑몰마다 카드별 혜택이랑 쿠폰같은 게 차이 나요.
똑같은 물건 돈 더 주고 사면 억울해서 잠 못.. 자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