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쯤 잠에 들었던 거 같다. 대체로 당선되길 바랐던 분들이 딱 붙고 제발 좀 떨어지길 바랐던 사람들이 똑똑 떨어지는 이 드림즈컴트루 광경들이 너무 신나서 ㅋㅋ 순간순간 졸음이 쏟아져도 검색어에 오른 이름들을 수도 없이 클릭하며 지켜봤다. 어제 투표를 하고 돌아왔을 때만 해도, 경향신문이 예상한 1면의 4개 버전 중 [새누리 참패] 버전이 실제 1면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부산에서는 더민주가 5개 지역이나 이겼다. 득표율로 따지면 더 많이 가져야하는데... 망할. 어쨌거나 제일 기분 좋은 건 그 중 하나가 지역구 기반 탄탄한 여성가족부 장관을 이긴 자리라는 거. 지난 번 위안부 협상 때 "드디어 한일 간 극적인 타결을 이뤘습니다. ‘위안부’할머니들의 가슴 속 오랜 한을 푸는 데 도움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라고 넋 나간 소리를 지껄였던 인사다. 티케이고 피케이고 별놈의 함량미달자들이 수두룩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제발 좀 안 봤으면 하는 사람 중 하나였는데, 역경을 딛고 살아 온 젊은 변호사가 합법적으로 처치,해줬다. 바로 옆인 우리 동네도 좀 바뀌었으면 좋겠지만 솔직히 지난 번에 이어 출마한 2번후보가 그다지 매력적이지가 않다. 찍으면서도 한숨이...

 

그러고보니 3번당이 의외로 비례투표 지지율이 높아서 이 참에 확 정당명부비례대표제로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를 걸어본다. 각 정당이 또 앞으로 버라이어티한 일들이 많겠지만 ㅡㅡ 그래도 그나마 말이 통하는 사람들의 범위가 넓어졌으니 기본적인 일들은 좀 잘해줬으면 좋겠고. 이래저래 따지고 들어가면 많이 아쉽고 부족하긴 하지만 대충 분리수거가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당선자들 봐도 행복하지만 1번당 낙선자들 면면을 보면 행복감이 이루 말할 수가 없어... 사람이 남 안 되는 일에 더 기쁨을 느낀다는 게 맞는 거 같다. ㅎ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다락방 2016-04-14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는 건조기후님이 너무 좋아요 ♡

건조기후 2016-04-14 16:46   좋아요 0 | URL
아니 이렇게 이곳 저곳에 고백을 하고 다니시면... ♡
 

도대체 어디서 무슨 이야기를 듣고 무엇을 보고 판단을 하길래 저런 병신같은 결정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조중동 눈치보고 비위 맞춘다고 외연 확장이 이뤄진다고 믿는 걸까? 무서워해봐야, 새누리당에는 우습고 쉬운 상대로, 새누리당 지지자들에게는 역시 새누리당이 강하다는 자부심만, 힘겹게 지들 편 들어주는 사람들한테는 정말 이런 것들을 계속 지지해야하나 환멸과 수치심만 안겨줄 뿐인데.

 

며칠 동안 계속 틀어두었던 필리버스터 중계를 오늘은 완전히 머리속에서조차 지웠다. 필리버스터 중단에 가장 열성이었던 한 의원이 "소수정당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니 표를 달라"고 구걸하고 울었다는데 기사만 봐도 완전 정나미가 뚝뚝뚝뚝뚝뚝뚝 떨어진다. 차라리 나오지를 말지, 입이나 닫고 있지, 왜 나와서 그 뜨겁고 순수했던 연단에 찬물을 끼얹고 구질스럽게 만드나. 하긴, 새정치연합이 마구 쪼개지던 당시 탈당이냐 잔류냐 끝까지 결정 못하다가 잔류하기로 했을 때 뉴스룸에 나와서 한다는 말이 "신영복 선생께서 돌아가신 후 그 분의 글을 읽으며 마음에서 어떤 소리를 들었다"고 어이없는 말을 했을 때 정나미는 이미 떨어졌었다. 손석희가 바로 대꾸하기를, "이렇게 말씀드리면 좀 그렇지만 신영복 선생께서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결정이 바뀌었을 거라는 말씀이신지?" 내 말이. 듣는 내가 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지지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힘 없는 야당으로서 결과적으로 아무 것도 못하는 게 아니라, 힘 없다고 지레 포기하는 거 아무 것도 못 한다고 알아서 기는 거 그러면서 국회의원은 또 해먹고 싶어서 표 달라고 하는 거라는 걸 아직도 모르고 있다는 게 진심으로 놀랍다. 저런 상황에서 운다고 감동받거나 최소한 불쌍하게라도 느낄 거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아주 미치도록 애달프고. 당신이 원하는 동정이 아닌 완전히 다른 동정을 느끼며 나도 눈물이 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다락방 2016-03-01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니와가지고 기존 연설자들 얼굴에도 똥칠한건지 모르겠어요. 아휴 빡침이 ㅜㅜ

건조기후 2016-03-01 22:35   좋아요 0 | URL
나름 당 정리도 잘 되고 더벤져스도 멋지고 간만에 가슴이 뛰었는데 또 몇몇이 똥물을 뿌리네요. 짜증나서 투표도 하기 싫어요 ㅜㅜㅜㅜ
 

 

어제 jtbc 뉴스 말미에 리조트 붕괴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그 시간 이후부터 이어진 일들이 가관이었다. 오티를 하고 있던 신입생 300명 중 250명은 무사히 건물을 빠져나왔는데 50명이 매몰됐다는 상황(정확한 조사가 나오기 전). 결국 사망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는데, 누군가가 대학교 게시판에 "그럼 50명은 추가합격되는 건가요?"라는 정신상태 심각한 글을 올리고 개또라이로 욕을 먹던 중, 실제로 추가합격기간이었던 해당 대학교의 안내문자를 받은 누군가가 그 문자를 캡쳐해 올렸다. 두 무개념들의 행동이 섞이면서 일은 일파만파 퍼져, "사고가 나자 대학교에서 추가합격문자를 보냈다"는 줄기의 막장소설이 완성되었다.

 

추가합격기간인 걸 알면서도, 우연히 타이밍이 고약하게 된 걸 알면서도, 굳이, 그 문자를 캡쳐해 올린 심리는 진심으로 연구대상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비극적인 사고를 두고 무언가 좀 더 극적으로 상황을 몰고갈 수 있는 소스를 투척하여 주목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절반, 소스의 사실 여부에 상관없이 이야기가 부풀려지면 부풀려질수록, 사람들이 분노하면 분노할수록 스스로의 작품(?)에 뿌듯해하는 뒤틀린 자기만족이 절반..인가? 정말 말로만 듣던 관심병 환자의 말기증상인 듯하다. 실상을 알면서도 기사제목을 이상하게 뽑은 기자들 역시 마찬가지고.

 

이런 이야기가 급속도로 퍼지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계속 인명구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교측이 무슨 수로 사망자를 예견하여 추가합격안내를 한단 말인지. 관심병 말기 환자는 병자라서 그렇다치고, 멀쩡한 사람들은 어째서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그대로 믿어버리는 걸까? 왜 그럴까? 왜때문에??

 

분석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스마트폰과 SNS의 즉흥적인 소통방식과 구조를 종종 언급한다. 그러나 스스로를 저 손바닥만한 기계에 지배당하는 멍청이라고 인정하지는 말자. 멘션을 쓰거나 댓글을 달거나 리트윗을 할 때, 그냥 한 번 생각만 해보면 된다. 이게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 다르게 볼 수 있는 문제인지 아닌지. 지금도 스마트폰과 SNS를 쓰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 대단한 일이 아니다. 한 템포만 쉬면 된다. 결국엔 자정작용으로 바로 잡힐 거라고 위로하지도 말자. 시비를 가리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지능을 다 갖고 있으면서도 고작 1초, 길게 봐서 10초 머리 굴리는 게 귀찮다...면, 뭐 그냥 그대로 기계의 노예가 되는 수밖에 없다. 내 머리가 내 머리가 아닌 채로 이렇게 휩쓸리고 저렇게 휩쓸리면서 단 한 번밖에 없는 소중한 인생 멍하게 흘려보내는 수밖에.

 

하루가 지난 오늘 다시 jtbc 9시 뉴스를 봤다. 손석희라는 이름 하나가 뉴스를 얼마나 차별화할 수 있는지를 다시 한 번 느꼈다. 쇼트트랙 계주 금메달 소식으로 활기차게 열었을 다른 뉴스와 달리, "good news는 잠시 접어두고 bad news를 먼저 전해드려야할 것 같다"며 위의 사건을 긴 시간 할애해 보도했다. 채 꽃도 피우기 전에 스러진 아이들을 뉴스로 조문하는 손석희와 제작진의 마음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대학교 입학식도 하기 전에 마감되어버린 짧은 생에 대한 안타까움은 합동분향소에 놓여져 있던 영정사진을 보는 순간 극에 달하는 기분이었다. 고등학교 졸업사진인 듯 보였다. 졸업사진을 찍을 때 이 사진이 이런 일에 쓰일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고3 때 이 대학교에 지원하는 친구를 따라 가본 적이 있다. 손에 손 누런 원서봉투를 든 또래들로 북적댔던 접수처가 눈에 선하다. 원서를 낸 후 대학교 학생식당이 궁금하다며 이리 돌고 저리 돌아 찾아낸 식당에서 쫄면을 먹었고, 굳이 그 곳까지 가서 식당을 찾아낸 게 웃겨서 친구랑 내내 깔깔댔던 기억도 생생하다. 그 때의 나와 같았을 아이들의 영정사진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아, 연이어 전해지는 뉴스들은 그냥 귓가를 맴돌다 멀어졌다. 그러던 어느 순간 음악이 흘러나와서 화면으로 눈을 돌렸다. jtbc 9시 뉴스는 언제나 손석희가 직접 선곡하는 음악으로 마무리를 하는데, 오늘의 노래제목은 Never die young... 이었다. ㅜㅜ

 

기분이 묘한 날이다. 유명기업이 소유한 리조트에 그토록 허술한 건물이 있었다는 것, 그 날림공사에 아무 죄없는 어린 학생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 올림픽 때마다 효자종목이라며 치켜세우던 쇼트트랙이 실은 지저분한 행정으로 탈이 많았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여자아이들이 금메달을 따내고야 말았다는 것. 국가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는 책임을 매번 국민이 지느라 힘들고 그 와중에도 제자리를 성실하게 지킨 땀들이 오히려 국가 위신을 세워주는 상황이... 참 거지같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립간 2014-02-19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조기후님의 윗글을 읽으니 예전에 'Kill with me'라는 영화를 보면서 인지부조화를 느겼던 것이 떠오릅니다.

건조기후 2014-02-19 10:10   좋아요 0 | URL
모르는 영화라서 찾아봤는데.. 끔찍하네요.

순오기 2014-02-22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거지같은 일이 많아요.ㅠ
그래도 기운내서 열심히 살아야지요~

건조기후 2014-02-24 10:50   좋아요 0 | URL
선진국이라고 부를 수 있는 날이 오긴 할까 모르겠어요.
 

오늘자 한겨레신문을 보다가 좀 뜨악.

안철수 룸살롱 운운 기사는 지난 4월에도 나왔던 걸로 알고 있고 '논란의 진원지'라는 2009년도 프로그램이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라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인데, 오늘 한겨레신문 기사에는 '무릎팍도사'는 커녕 '예능' 내지 '오락' 이라는 말 한 마디 없이 '방송사 대담 프로그램'이라고 적혀 있었다. 논란의 그 프로그램이 마치 공식적인 검증 성격이라도 띄는 시사 프로그램이었던 것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뉘앙스. 웃자고 한 얘기에 죽자고 덤비는 사람들이야 원래 그 수준이려니 하지만, 농담삼아 주저리던 얘기를 심각하게 둔갑시키는 한겨레 기자의 묘수는 참 뜬금없다..

 

 

'대담 프로그램'이나 '사회자의 질문' 같은 말이, (아무리 강호동의 무릎팍도사가 진정성을 추구하는 방송이라고 해도) 예능과 어울리는 단어가 아닌 건 분명하다. 무릎팍도사가 대담 프로그램이 아니냐, 강호동이 사회자가 아니냐,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 그렇다면 왜 인터넷판은 위의 종이신문과 내용이 다른 건지 모르겠고.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48651.html

 

실수라고 해도 이상하고, 실수가 아닌 고의라면 더 문제 아닌가. 기자가 은근 안철수 안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친일인명사전 편찬, 참 역사를 지켜낸 '당신'을 찾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
이런 제목의 메일이 왔길래 열어보니

2004년 1월(벌써 8년 전...) 친일인명사전 편찬 모금 캠페인에 참여했던 사람들에게
8주년 기념으로 <상식과 정의를 향한 기록, 친일인명사전 편찬 18년> 영상기록 DVD를 보내준다고 한다.
아래 주소로 들어가서 받을 곳과 연락처를 남기면 된다.

그 때, 정말 십시일반의 힘을 제대로 보여줬던.
불법모금 어쩌구 문제가 생기자 당시 행자부 장관이었던 분이 "나도 했는데?" ㅎ 했던 기억도 나고.

어찌보면 뜬금없이 지금 이 시점에 웬 8주년.. 싶기도 하지만
기념이니까 신청. 
http://kimdongwon.org/minjok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