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시대가 끝나고 횃불이 아시아로 넘어가는 것은 축하할 일도 비웃을 일도 아니다. 국제적인 위험이 닥친 순간, 인류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참상을 넘어선 암흑기에 들어설 수도 있었던 시기에, 미국의 산업력은 평범한 러시아 군인들의 피와 더불어 말 그대로 세계를 구했다. 미국의 이상은 매디슨과 먼로, 링컨, 루스벨트, 케네디가 예찬했듯 한때는 수백만 명에게 영감과 희망을 줬다.
위구르 수용소를 운영하고, 군대가 무자비한 권한을 갖고 있으며,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감시 카메라를 2억 대씩 둔 중국이 패권을 쥐면 분명 우리는 미국의 세기, 그 호시절을 절절히 그리워할 것이다. 그러나 당장 우리에게 있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의 도둑 정치뿐이다. 위구르족에 대한 중국의 처우를 칭찬하고 그 나라가 행하는 억류와 고문이 “꼭 해야 하는 일”이라 말하고 화학 소독제를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라는 의료 조언을 건네는 사이 트럼프는 “그건 언젠가 기적처럼 사라질 것”이라는 태평한 발언을 내놓았다. 물론 그가 가리킨 대상은 코로나 바이러스였겠지만, 다른 이들도 지적했다시피 아메리칸드림을 말한 것과 다름없다.
—웨이드, 데이비스, <사물의 표면 아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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