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1640] 존재의 온도 - 혼자여도 괜찮은 나

존재의 온도 : 혼자여도 괜찮은 나
린결 지음 / 도서출판 새얀 / 2025년 10월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존재의 온도"는 바로 불안의 근원을 조용히 응시하게 만든다. 시집처럼 긴 호흡으로 말을 건네며, “지금 내 안의 온도는 몇 도인가”라는 단 한 문장으로 사유의 방향을 바꿔놓는다. 이 ‘온도’라는 은유는 편안함의 자각이자 삶의 리듬에 대한 감각이다. 남과 비교하는 순간마다 과열되거나 급랭해지는 일상의 체감 온도 속에서, 각자에게 고유한 중심값이 있음을 상기시킨다. 누구에게는 몰입으로 꽉 찬 하루가 적정이고, 누구에게는 느슨하지만 충만한 루틴이 적정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옳다’가 아니라 무엇이 ‘나에게 맞는다’이다.

책의 핵심 개념인 ‘절대적 충족’은 그 지점을 또렷이 비춘다. 남보다 우월해서가 아니라 ‘나로서 괜찮다’고 느낄 수 있는 상태, 곧 자기 수용의 온도를 일컫는다. 이 개념은 의외로 단단하다. 외부의 평가를 유예하고 내면의 감각을 재가동하는 일, 그때 비로소 자존감은 성과의 함수가 아니라 존재의 성질로 자리 잡는다.

우리는 너무 오래 ‘진행’의 문법에 갇혀 지냈다. 더 빠르게, 더 많이, 더 앞서라는 주문 앞에서 멈춤은 죄책감과 동의어가 되었고, 홀로 있는 시간은 공백으로 오해되었다. 그러나 이 책은 멈춤을 쉼표이자 물음표로 새기게 한다. 잠시 멈춰 “나는 지금, 나로 살아내고 있는가”를 묻는 순간, 속도의 각도는 미세하게 수정되고, 그 미세한 차이가 삶의 항로를 바꾼다.

요행과 치장으로는 중심을 대체할 수 없고, 결국 남는 것은 스스로를 지켜내는 자세뿐이라는 사실이 조용히 각인된다. 삶은 성취의 속도전이 아니라 방향의 예술이라는 메시지가 이 지점에서 완성된다. 길게, 멀리 가야 하는 여정에서 초기의 각도 차이는 결정적이다. 저자가 권하는 ‘잠시 멈춤’은 그래서 방황이 아니라 보정이며, 후퇴가 아니라 재설정이다. 남보다 늦어도 괜찮고, 남과 달라도 괜찮으며, 나의 속도와 방향으로 살아가도 괜찮다는 조용한 허락. 이 허락은 정서적 위무를 넘어 삶의 주도권을 되찾게 하는 최소 단위의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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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1633] 속이는 미디어, 분별하는 사고력 - 딥페이크 시대

속이는 미디어, 분별하는 사고력 - AI와 딥페이크 시대, 우리에게 꼭 필요한 미디어 리터러시와 감수성
오승용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5년 10월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속이는 미디어, 분별하는 사고력"은 오늘날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엇을 믿을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을 던진다. 저자는 오랜 시간 정치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 리터러시를 연구해온 학자이자 현장의 강연자로서, 언론의 프레임과 여론 조작이 개인의 인식에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치밀하게 파헤친다. 그러나 이 책의 핵심은 단순히 언론의 문제를 지적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문제는 미디어가 아니라 그것을 해석하는 우리의 태도”라고 단언한다.

우리가 접하는 뉴스, 유튜브, SNS의 모든 정보는 이미 ‘편집된 현실’이다. 감정을 자극하는 제목과 영상, 논리보다 빠른 감정 반응은 결국 ‘분노’와 ‘불안’이라는 사회적 감정의 불씨를 키운다. 이를 ‘감정 프레임’이라 정의하며, 한 번 형성된 여론이 얼마나 쉽게 왜곡되고 고착되는지를 생생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내가 믿고 있던 ‘사실’이 누군가의 의도에 따라 정교하게 편집된 결과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든다. 진실을 보는 눈을 기르기 위해서는 단순히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거리 두고 바라보는 힘’을 길러야 한다.

책은 “나를 알자”, “미디어에 기대지 말자”, “의도를 파악하자”라는 세 가지 명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단순하지만 강력한 구조는 자연스레 비판적 읽기를 연습하게 한다. 특히 저자가 말하는 ‘시스템 1과 시스템 2’의 사고 체계는 우리가 얼마나 익숙함에 속아 정보를 판단하는지를 깨닫게 한다. ‘빨리 판단하는 습관’을 경계하고, 낯섦 속에서 사고의 근육을 단련하라는 조언은 오늘의 미디어 환경에서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매일 보던 뉴스와 SNS의 글들이 과연 어떤 의도로 작성되었을까 생각되어진다. 진실을 본다는 것은 결국 ‘의심의 렌즈’를 갖는 일이며, 그 렌즈는 읽기와 사유를 통해서만 맑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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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1627] AI 시대의 필수 문해력 수업

AI 시대의 필수 문해력 수업 - 잘 읽고, 잘 쓰고, 잘 말하기 위한 지적 어른의 교과서
조기준 지음 / 아토북 / 2025년 9월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AI 시대의 필수 문해력 수업"은 실무와 일상 사이에 다리를 놓는 사용설명서이자, 빠르게 변하는 시대의 소음 속에서 언어의 품격을 지키기 위한 체크리스트다. 우리는 읽고 쓰기보다 ‘보는 것’에 익숙해졌다. 그 결과 문장을 끝까지 따라가고, 문맥을 헤아리며, 타인의 의도를 책임 있게 해석하는 힘이 빠르게 소모되고 있다.

저자는 편집자·작가·번역가·강연가로 오랜 시간 실무를 밟아온 사람답게, 문해력을 언어의 기술이 아니라 태도와 책임의 문제로 규정한다. AI가 초안을 대신 써주는 시대라도 문장의 톤과 뉘앙스를 가늠하여 신뢰를 구축하는 일, 즉 ‘말과 글의 인상’을 설계하는 일은 결국 인간의 몫이라고 설명한다.

책의 구성은 더 잘 읽기, 더 잘 쓰기, 더 잘 말하기, 더 잘 이해하기라는 네 축으로 직장인의 커뮤니케이션 전 과정을 복원한다. 줄임말과 맞춤법, 첫인상의 문장 같은 기초에서 출발해, 메일과 보고서의 구조, 회의와 발표의 말하기, 질문·거절·단톡방 에티켓에 이르기까지 실제 장면에 밀착한 조언이 이어진다. 말투의 세밀한 전환이 신뢰의 체감 품질을 바꾸는 과정을 설명한다.

생성형 모델은 기존 텍스트를 종합·정렬하여 가독성 높은 초안을 제시할 수 있지만, 맥락을 읽고 책임을 배분하며 마지막 어투를 결정하는 ‘면허’는 사용자에게 있음을 거듭 상기시킨다. 회의록을 자동 정리해도 결론의 문장을 어떻게 무게 있게 적을지, 언제 단호함을 선택하고 언제 유연함을 남길지는 사람이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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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1616] 매일의 태도 - 아직 서툰 어른들을 위한

매일의 태도 - 삶이 버겁고 아직 서툰 어른들을 위한
김유영 지음 / 북스고 / 2025년 8월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매일의 태도"는 거창한 성공담이나 즉효성 비법을 약속하지 않는다. 대신 삶을 지탱하는 기본기의 회복, 곧 매일의 마음가짐을 단단히 세우는 일을 책의 전면에 배치한다. 우리는 흔히 “긍정의 마인드”를 말하면서도, 실제 생활에서는 피로와 비교, 조급함에 밀려 스스로를 소모한다. 저자는 바로 그 간극을 응시한다. 단기간에 많은 것을 얻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욕망과, 냉정한 현실의 마찰 면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되, 도덕적 훈계나 공허한 위로로 물러서지 않는다.

이 책은 가볍게 읽히지만, 문장마다 멈추어 서게 만드는 압축이 살아 있다. 한 번은 처음부터 끝까지 흐름을 따라 읽는 경로이고, 또 한 번은 특정 문장을 북마크해 필요할 때 펼쳐보는 경로다. “독서는 만남이다”라는 저자의 언술처럼, 책은 지식을 전달하기보다 대화를 촉발하는 형식으로 작동한다. 덕분에 수동적 수신자가 아니라 자기 삶의 편집자가 된다.

실제 상담에서 마주한 흔들림과 회복의 서사가 추상적 교훈을 구체의 언어로 끌어내린다. 이를테면 ‘조급함을 덜어내기 위한 방법’은 거창한 의식이 아니라, 스스로의 내적 대화 톤을 점검하고, 불완전함을 수용하며, 회복 루틴을 일상화하는 실천으로 환원된다. 그 과정에서 ‘긍정’은 목표가 아니라 부작용이 적은 훈련이 된다. 긍정하라는 명령 대신, 긍정이 가능한 조건을 설계하라고 제안하는 태도가 인상적이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말의 힘에 기대지 않고, 일기·메모·필사 같은 자기 관찰 도구를 권한다. 이러한 도구는 감정을 흐르게 하고, 문제를 구조화하며, 목표를 작게 쪼개는 일에 유효하다. 관계 장에서는 존중과 대화의 강을 다시 흐르게 하는 문장들을 배치해, 다툼 이후의 수습과 경계 설정의 기술을 함께 다룬다. 페이지를 덮고 나면, 내일의 속도를 재촉하기보다 방향을 가다듬고, 작지만 확실한 태도를 하나 더 삶에 덧붙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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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1606] 가라앉는 게 아니라 깊어지는 거야

가라앉는 게 아니라 깊어지는 거야 - 아는 만큼 편안해지는 심리학
신고은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9월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책장을 열자마자 눈길을 붙잡은 문장이 있었다. “숨겨둔 모습은 비치볼과 같다.” 촌스러운 무늬가 싫다고 물속에 억지로 눌러 담아도 결국 더 큰 반동으로 튀어 올라 머리를 가격한다는 비유는, 우리가 싫어하는 ‘나의 일부분’을 억압할수록 더 거칠게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한 컷 만화처럼 직관적으로 각인시킨다. 이 책의 미덕은 바로 여기에 있다. 심리학의 개념들을 학술 용어의 장벽 뒤에 세워두지 않고, 생활감 있는 비유와 위트로 단숨에 이해하게 만든다.

저자는 “성장은 위로만 향하는 직선적 상승이 아니라, 아래로 깊어지는 과정”이라고 단언한다. 실패·슬픔·불안을 ‘추락’으로 해석하던 관성에서 벗어나, 그 무게만큼 단단한 뿌리를 내리는 시간으로 재명명한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은 다정한 선언에 가깝다. 우리는 지금 ‘가라앉는 중’이 아니라, ‘깊어지는 중’이다. “너 자신을 알라”는 고전의 격언을 오늘의 언어로 옮기며, ‘자아와 ‘자기’를 구분해 보여준다.

심리학 교과서의 무게를 덜어낸 문장으로 누구나 ‘가볍게’ 읽을 수 있고, 동시에 개념·연구·이론의 근거를 따라가며 ‘무겁게’ 곱씹을 여지도 충분하다. 덕분에 독서는 속도와 심도를 자유롭게 조절하는 체험이 된다. 무엇보다도 “작가가 내 마음을 알고 있나?” 싶은 대목이 잦다. 불안·자기혐오·비교의 습관처럼 ‘자주 넘어지는 자리’를 정확히 짚어주기 때문이다.

좋은 심리 에세이는 읽는 동안 위로하고, 덮은 뒤에는 움직이게 한다. 이 책이 바로 그렇다. 책을 덮는 순간, 우리는 작은 결심 하나를 품게 된다. 오늘의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비교의 습관을 한 걸음 물러세우는 일. 그리고 78점에서 멈출 줄 아는 용기. 그 사소하고 구체적인 변화들이, 가라앉는 시간을 ‘깊어지는 힘’으로 바꾼다. 이 책은 그 변환의 기술을 다정하고 또렷하게 가르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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