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바기 덕에 공부도 하고, 더불어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먹어왔던, 소, 돼지, 닭들에 대해서도 생각할 기회도 갖고. 한달 전부터 시작된 촛불집회는 끝날 줄을 모르고, 참여하는 시민들의 숫자는 점점 늘어만간다. 그 무리 중에는 물론 10회 이상 참여한 열혈 시민도 있긴 하다만, 횟수가 중요하랴. 참여하고 함께한다는데 의미가 있는거지. 시작한지 한 스무날 정도가 지났을 때만 해도 이렇게 많진 않았다. 청계천에 모이면 양쪽 도로와 저 뒤에 다리 너머까지 가득 메워질 정도였는데, 이제는 청계천에서 모이면 동대문 너머까지 줄을 서야할지도 모른다. -_- 이미 시위의 주제는 미친소를 건너뛴 것으로 보이지만, 최초 촛불을 들게 만든 광우병, 그리고 나아가 육식생활에 대해 공부하고 고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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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논쟁- 광우병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과학자들의 끈질긴 투쟁의 역사
김기흥 지음 / 해나무 / 2009년 8월
15,000원 → 14,250원(5%할인) / 마일리지 450원(3%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9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09년 08월 29일에 저장

살인단백질 이야기- 식인풍습과 광우병, 영원히 잠들지 못하는 저주받은 가족
D. T. 맥스 지음, 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08년 6월
16,500원 → 14,850원(10%할인) / 마일리지 820원(5% 적립)
2008년 06월 15일에 저장
절판
원제는 <잠들지 못하는 가문 - 의학 미스터리>. "영원히 잠들지 못하는 불면증에 걸리면 기력이 쇠진해져 목숨을 잃는다. 식인종, 미친 소와 이 불면증의 관계는 무엇인지 탐구한다. 정상적인 단백질이지만 구조이상이 발생하면 치명적인 신경질환을 일으키는 프리온 등 살인단백질의 알려지지 않은 과거와 인류를 위협하는 질병의 기원을 추적한다."(알라딘) 과학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실제로 변형단백질에 의한(추정) 정체불명의 질병을 앓고 있고, 두 아이에게 전해졌을까 걱정한다.
나는 왜 채식주의자가 되었는가- 채식주의자가 된 미국 최대 축산업자의 양심 고백
하워드 F. 리먼 지음, 김이숙 옮김 / 문예출판사 / 2004년 1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2008년 06월 06일에 저장
절판
채식주의자가 되는 길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여기 소개된 리먼의 선택과 싱어의 선택이 가능한데, 싱어는 윤리적 관점(동물도 우리와 같이 고통을 느끼는가)을 기준으로 채식을 선택하는가 하면, 리먼은 거대 축산 현장에서 보이는 비윤리적인 사육, 도축 환경이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기준으로 채식을 선택한다. 결론은 같지만 과정은 다른 셈. 리먼의 선택과정도 읽어볼만하다.
독소- 죽음을 부르는 만찬
윌리엄 레이몽 지음, 이희정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5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08년 06월 06일에 저장
절판
유명 프리랜서 시사전문 기자이며 다큐멘터리 기획자이자 도서 기획자인 윌리엄 레이몽의 <독소>. 현대인들의 식생활의 현실을 고발하는 책이다. 식생활로 인해 발생하는 비만, 암, 심장병, 당뇨, 식중독, 인간 광우병 등에 이르는 요소들을 책의 주제로 삼고 있다. "한미 FTA의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가장 민감한 삶의 요소인 먹을거리에 대한 사회적인 분위기를 환기할 수 있고, 취재와 자료 분석에 근거힌 ‘안전 먹을거리’ 안내서가 될 것이다."(알라딘) 싱어, 리프킨, 블리엣의 책들과 함께 읽으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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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의 눈
금태섭 지음 / 궁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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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는 늘 한 우물 안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 사실 중요한 지식을 보더라도. 그건 언제나 피상적이라고 믿고 있네. 심원한 것은 진리가 있는 산 정상이 아닌 진리를 찾는 과정에 놓여 있지. 이런 종류의 실수는 천체 관측에서 전형적으로 드러나네. 망막 중심보다 약한 빛에 더 민감한 망막 가장자리를 별로 향하게 하여 곁눈으로 별을 보는 것이 별을 분명히 보고 그 빛을 알아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네. 빛은 그것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에 비례해 희미하게 보이는 것이니까. 똑바로 쳐다보면 눈에 들어오는 빛의 양은 매우 많지만 곁눈질을 해서 보면 더 민감해질 수 있지. 지나친 통찰력은 우리를 혼란시키고 사고력을 약화시키지. 금성도 지나치게 오랫동안, 지나치게 집중해서, 지나치게 똑바로 지켜보면 사라지는 법이네." (『모르그 가의 살인』, 에드거 앨런 포)-19쪽

『흠흠신서』의 '흠흠(欽欽)'이란, 삼가고 또 삼간다는 뜻이다. 일체의 편견을 버리고 공정하게 양쪽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라는 것, 그리고 몇 번이고 돌이켜 생각해서 진실에 보다 가까이 가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라는 것, 그것이야말로 다산 선생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사법의 원리다. -262쪽

"논리적인 사람은, 바다를 보거나 폭포 소리를 듣지 않고도 한 방울의 물에서 대서양이나 나이아가라 폭포의 가능성을 추리해낼 수 있다. 그래서 인생 전체는 하나의 거대한 사슬이 되고, 우리는 그 사슬의 일부를 보고 전체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셜록 홈즈)-2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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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복종
에티엔느 드 라 보에티 지음, 박설호 옮김 / 울력 / 2004년 10월
구판절판


독재자는 다른 사람들이 그에게 부여한 그 이상의 권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인민들이 그를 참고 견디는 만큼, 독재자는 그들에게 동일한 정도의 해악을 저지른다. 따라서 인민들이 모든 해악을 감수하지 않고, 무조건 참고 견디는 태도를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독재자는 인민들에게 어떠한 해악도 끼치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놀라운 것은 인민들이 마땅히 느껴야 할 고통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태도이다. 실제로 인민들은 폭정을 묵묵히 참고 견디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고, 이를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여긴다. 이러한 태도는 정말로 기이하지 않는가? 수백만의 사람들은 비참한 노예 상태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는 어떤 막강한 권력에 의해서 강요당한 게 아니다. 오히려 인민들은 결코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권력을 휘두르는 절대자의 명성에 홀리거나 그의 마법에 사로잡힌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독재자는 홀몸이며, 자신에게 주어진 고유한 특권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러한 신비로운 특성을 도외시하면 그는 비인간적이고 잔혹하지 않는가? -14-15쪽

인민이 이와 같은 억압에 이끌리는 태도는 비겁함이고 명명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권력에 아부하는 자들 역시 겁쟁이들이고 졸장부들인가? 만약 두세 명의 사람들이 독재자의 모든 폭력 행위에 대해 저항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를 기이하게 생각하겠지만, 그래도 현실에서 있을 수 있다고 여길 것이다. 이 경우 사람들은 용기의 결핍으로 인하여 모든 것을 참고 견딘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수백 명, 수천 명의 사람들이 유일한 한 사람에 의해서 고통을 당하고 있다면, 우리는 그들이 저항할 수밖에 없는 게 아니라, 저항을 원하지 않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비겁함이 아니라, 굴욕이고 부끄러움이 아니겠는가? -17쪽

인민 가운데 누군가 자유를 획득하기를 원한다면, 그는 권력에 대항하여 싸울 수밖에 없다. 비록 가장 고귀한 목적인 자유의 천부적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싸우려 한다 하더라도, 나는 그에게 그러한 모험을 권유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혼자만의 힘으로는 인민 전체의 동물적 신분이 보편적으로 고유한 신분으로 바뀔 수 없기 때문이다. 개개인 각자에게 커다란 용맹심을 발휘하라고 무리하게 요구할 정도로 나는 욕심을 부리고 싶지는 않다. 인민들은 제각기 고유의 취향에 따라 자유로운 삶에 대한 막연한 희망과 확신을 가지고 불행한 삶을 계속 영위하려고 한다. 나는 이러한 태도를 무조건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권력에 봉사하느냐, 저항하느냐 하는 물음은 결코 개개인이 제각기 선택해야 하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24쪽

그러나 사람들은 자유를 그저 "열망"하기만 하였으며, 단순히 그러한 의지만 품는 것으로 만족하고 살아왔다. 실제로 언젠가는 반드시 자유를 쟁취해야 했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 땅의 인민들은 자유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는 단 하나의 사실만이라도 깨달아야 했었는데, 그렇지 못했다. 이는 사람들이 자유에 대한 열망과 의지를 다만 우연히 수동적으로 얻으려고 하기 때문이 아닐까? 일단 자유를 느끼면서 누리는 행복감은 엄청난 피를 흘려야 쟁취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가정해보자. 자유에 대한 열망조차 지니지 않은 나라의 경우, 그 나라 사람들은 자유에 대한 행복감을 쟁취하려는 노력을 쉽사리 포기할 것이다. 자유란 오로지 그것을 깨닫는 사람에게만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가? (계속)-24-25쪽

그렇다, 폭군은 사람들이 모시고 떠받들기를 그만둔다면, 즉시 스러져버릴 것이다. 폭군으로 하여금 더욱 많이 먹게 하면 해줄수록, 더욱 약탈하여 삼키게 하면 그렇게 해줄수록 그는 더욱더 강력하게 된다. 폭군은 그를 모시는 인민들에 의해서 점점 더 강해지고, 파괴와 약탈을 일삼는다. -25쪽

겁쟁이나 바보는 불행을 간파하거나 행복을 획득하는 방법을 전혀 알지 못한다. 이들이 끝내 성취하는 것은 눈앞에 보이는 개인적 욕망에 불과하다. 이들은 천성적으로 걸핏하면 자신을 불행하게 하는 무엇만을 차지하려고 한다. 근본적으로 고찰할 때 이러한 개인의 욕망이 내면에서 자유를 열망하는 어떤 힘을 배척한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 즉 신중한 자와 변덕스러운 자, 용기 있는 자와 비겁한 자들, 누구나 할 것 없이 행복해지고 싶어하며, 선을 바란다. 그러나 많은 선 가운데는 단 하나의 고결한 선이 있다. 그것은 자유이다. -26쪽

동물이라 하더라도 너희가 지금 좋아하고 있는 그따위 짓은 참지 못할 것이다. 너희는 차제에 우연히라도 결코 자유를 얻지 못한다. 오로지 자유롭게 되려는 욕구를 마음속에 지녀야만 즉시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롭게 될 것이다. 너희에게는 자유에 대한 욕구와 의지만으로도 충분하다. 독재자에게 복종하지 않을 것을 결심하라. 너희들은 자유롭게 되 것이다! 그를 창으로 찌를 필요도 없고, 뒤엎을 필요도 없다. 다만 그를 지지하지 않으면 족하다. 그러면 너희는 조만간 목격하게 될 것이다. 토대가 사라지면, 독재자는 마치 제 무게에 못 이겨 저절로 붕괴되어, 산산조각 나는 거대한 입상처럼 무너지고 말리라는 것을. -29쪽

"참주는 세 가지 사항을 추구한다. 첫째로 그는 인민들을 소심한 사람들로 만들어야 한다. 왜냐하면 소심한 자는 어느 누구에 대해서 반항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로 참주는 피지배자들 스스로 불신하도록 그들을 이간질시켜야 한다. 몇몇 중요한 사람들이 서로 신뢰하게 되면, 참주 체제는 위태롭게 변한다. 따라서 참주들은 지배에 해를 끼치는 자들보다도 더욱 혹독하게 고결한 지조를 지닌 자들과 싸워야 한다. (...) 셋째로 참주는 누구에게도 권력의 수단을 이양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어느 누구도 불가능한 것을 시도하지 않기 때문이다. 권력 수단 없이는 주어진 폭정을 사라지게 할 수 없다."(라 보에티, Von der freiwilligen Knechschft)-30-31쪽

자연이 우리 모두에게 고유한 권한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허용했음을 고려한다면, 어느 누구도 자신이 주어진 사회에서 평생 노예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36쪽

자고로 인간은 여태 한번도 가져보지 않은 무엇 때문에 한탄하지는 않는 법이다. 만약 과거에 겪었던 찬란한 기쁨의 삶을 기억한다면, 인간은 주어진 불행을 제대로 의식할 수 있다. 만일 과거로 사라진 즐거움에 대한 기억이 있다면, 현재의 좋지 못한 상태는 그제야 비로소 제대로 인지될 수 있다. 정말 그렇다. 인간은 본성, 기질, 천성에 의해 자유로우며, 자유롭게 되려고 한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붙는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인간이 교육에 의해 배워온 관습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교육받고 익숙하게 된 모든 일들은 마치 처음부터 주어져 있는 일감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은 어느 한 사람의 임의에 의해 정해진 것이다. 인간의 기질이나 본성은 처음부터 상대적인 것인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을 변하기 어렵고, 천성적으로 주어진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이는 참으로 유감스러운 선입견이 아닐 수 없다. (계속)-56쪽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 인간의 자발적 복종에 대한 첫 번째 근거는 습관이다. 인간의 순응 과정은 말의 태도와 같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고삐를 당기고 물어뜯지만 나중에는 얌전하게 변하는 말과 다를 바 없이 변한다. 안장이 등에 얹힐 때, 말들은 난폭하게 이를 팽개치지만, 길들여진 다음에는 안장을 단 채 경쾌한 걸음으로 걷는다. 사람들은 지금까지 신하로 살아왔으며, 그들의 조상도 그렇게 살아왔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불행한 삶을 하나의 의무로 생각하고, 심지어는 의무를 위한 삶을 자랑하기도 한다. 이로써 독재자의 소유권은 더욱 공고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장기 집권은 어떠한 부정도 정당화시키지 못한다. 그것은 부도덕하고 부정한 짓거리를 확대시킬 따름이다. -56쪽

역사를 탐구하는 자는 다음의 사실을 분명히 발견할 수 있다. 만약 사람들이 순수한 용기와 곧은 정신으로써 나쁜 지배자로부터 나라를 해방시키려고 한다면, 거사는 항상 성공한다는 사실 말이다. -59쪽

인간이 자유를 잃으면, 용기 또한 상실한다. 노예로 살아가는 인민들에게는 투쟁 욕구도 없고, 강인함도 없다. 독재자는 일반 사람들의 의지와는 반대로 얼마든지 그들을 괴롭힐 수 있다. 일반 사람들은 완전히 경직되어 있으며, 자유의 불길은 그들의 마음속에서 활활 타오르지 않는다. 원래 자유를 품은 사람은 어떠한 위험도 아랑곳하지 않고, 동지들과 함께 고귀한 명예를 위해서 장렬하게 자신의 몸을 바치려고 생각하지 않는가? 자유로운 인간들은 고결하게 투쟁하며 싸워 나간다. 그들은 가능하다면 만인과 자기 자신의 안녕을 위해서 각자 싸운다. 그리하여 그들은 패배의 불행 혹은 승리의 행복을 서로 나눈다. 이에 반해서 노예들에게는 투쟁의 용기도 없고, 다른 모든 사람들의 안녕을 위한 살아 있는 희생적 충동력도 없다. 노예들은 소심하고, 나약하며, 위대하게 행동할 능력을 지니고 있지 않다. 그래, 독재자들은 이를 분명히 꿰뚫어보고 있으리라. 만약 인민이 노예로 변화되는 과정에 있다면, 독재자는 그들을 더욱더 느슨하고 무기력하게 만들기 위해서 온갖 조처를 취할 것이다. -64-65쪽

오늘날에도 권력을 지닌 자들은 마구잡이로 불법을 자행하면서, 이른바 공공의 안녕, 인민을 위한 허울 좋은 "모델"로써 그것을 은폐하고 있다. 이러한 짓거리는 옛날의 그것보다 심했으면 심했지, 결코 나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71쪽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해악을 가한 자에게 복수하지 않고 그저 참고 살아간다. 이 사실에 대해 독재자 자신도 소스라치게 놀란다. 어리석은 사람들이 종교의 배후에 숨기 때문에, 신성의 끝자락은 교묘하게 감추어진다. 이를 통해서 비열한 압제자들은 마치 어떤 신적 존재로 군림할 수 있었다. -73쪽

독재자는 인간적 기쁨, 우정 그리고 사랑을 누릴 수 없으며, 권력 유지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현명한 철학자를 두려워하고, 양심 있는 자를 증오해야 한다.
(<히에른>에서 크세노폰이 독재자의 입장에서 심적 상황을 묘사한 부분을 라 보에티가 요약)-77쪽

한마디로 말해서 많은 사람들은 독재자의 비호를 받으며 전리품을 챙기기를 원한다. 그리하여 독재를 통해 이윤을 챙기려는 사람들의 수는 마치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대대적으로 확장된다. 자고로 인간의 신체에서 나쁜 피는 항상 곪아가는 상처 부위로 집결하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왕이 전제 정치를 행하면, 그의 주위에는 온갖 쓰레기 내지 거품과 같은 인간들이 모인다. 그들은 대부분의 경우 소인배, 혹은 속물들이 아니다. 그들은 불타는 공명심과 놀라운 탐욕으로 독재자를 도우려고 한다. 그렇게 해야만 그들은 착취한 이득의 일부를 얻을 수 있으며, 거대한 독재자 아래에서 작은 폭군들로 군림할 수 있다. -85-86쪽

오히려 그들은(신하 : 전제 군주의 추종자) 자신과 마찬가지로 고통당하면서도 저항할 줄 모르는 자들만을 골라 불법을 저지르곤 한다. 이들은 인민을 억압하고 불법을 자행함으로써 이득을 창출해 낸다. 이러한 짓거리를 행하기 위해서 그들은 독재자를 향하여 칭송의 목소리를 높인다. 이러한 더러운 인간들을 바라볼 때마다, 나는 그들의 사악함에 대해 깜짝 놀라곤 한다. -87쪽

배우자,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을 배우자! 위를 향하여 응시하자! 우리의 명예를, 우리의 사랑을, 우리의 선을 위하여! 우리의 행동을 깨닫고, 우리의 오류를 바른 방향으로 인도하게 하는 신의 사랑과 영광을 위하여! 내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고 해서, 나 자신을 속인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즉 신은 저 아래의 전제 군주와 그 패거리들에게 어떤 특별한 형벌을 내릴 준비가 되어 있다. 즉 선량한 자와 신의 은총을 받는 자라면 누구든지 폭정을 가장 저주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1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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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키호테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18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김정우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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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읽고나니 기왕에 읽는거 시공사에서 나온 두꺼운 완역본으로 읽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지만, 쉽고 편하게 재밌게 읽었다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듯 하다. 청소년용으로 나온 책이라 완역본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자르고 붙여 편집한 것인지 알 수 없어,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치만, 돈 키호테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딱 최소한 접할 만큼은 접한 듯하니 이 정도로 만족.

  철학자 김용규씨가 얼마전(?) 한겨레신문 토요일자 칼럼란을 통해 - 지금은 연재를 안하신다 - 두 차례에 걸쳐 돈 키호테 이야기를 하신 바 있다. 그만큼 다른 고전작품들보다 돈 키호테를 가지고 하고픈 말이 많으셨던듯 하다. 먼저 김용규는 "돈 키호테는 이상주의자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데, "이상주의를 ‘현실적 가능성을 무시하고 이상의 실현을 삶의 목표로 하는 공상적 또는 광신적 태도’ "라고 규정하면 그렇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가 가진 이상은 순결한 이상이었다. 돈 키호테를 둘러싼 전자의 해석은 칼 마르크스에 의한 것인데 마르크스는 돈 키호테를 " "유토피아 사회주의자들과 같이 "추상적 원칙에 의해" 세계를 해석한 "잘못된 의식의 화신" "으로 평가했다고 한다.

  김용규는 그럼에도 돈 키호테에게는 다른 이상주의자들이 가지기 어려운 미덕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자기 희생에 의한 이상 실현"이라고 한다. "더 나은 삶과 세상을 위한 인류의 이상은 숱한 사상가, 혁명가, 종교인에 의해서 시대를 거르지 않고 주장되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온전하게’ 성취되지는 못했다. 각각의 이유야 많다. 그러나 공통적인 원인들 가운데 중요한 하나는 모두들 자신의 이상에 대해서는 열변을 토하면서도, 그 이상을 실현하는 데 요구되는 희생은 떠맡으려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넘겨버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역사가 증명하듯이 누구도 “남의 뺨에 흐르는 땀에서 제 먹을 빵을 짜내면서” 더 나은 삶과 세상을 만들 수는 없는 법이다. 이상이란 ‘단지 꿈꾸고 바라기만 하는 공허한 어떤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희생을 대가로 이루어가야만 하는 고귀한 어떤 상태’인 것이다."

  돈 키호테는 성직자들이 앉아서 기도나 드리고 있던 시절, 비록 사람들에게 조롱을 받기는 했지만 자신을 희생해가면서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몸으로 노력했다는데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곳곳에서는 그런 장면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못생긴 동네처녀를 공주라고 하질 않나, 낡은 여관을 뻑쩍지근한 성이라는둥 엉뚱한 소리, 엉뚱한 짓을 일삼고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놀림을 받는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편력기사로서 꿋꿋이 나아간다. 그는 헛된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니다. 비록 소설 속에서 그렇게 묘사되고 있지만 그는 사람들이 바라는 이상사회를 위해 한발 한발 정진해나가고 있다. 비록 주변 사람들이 그것을 헛된 망상이라고 놀리지만. 

  이상사회는 완전하지만 도달하기 어렵다. 현실이기보단 비현실에 가까우며, 그것은 차라리 꿈꾸지 않느니만 못해 보인다. 수많은 철학자들이 자기 나름의 이상사회를 그리고 그 이상사회로 다가가기 위한 철학을 세웠다. 많은 철학자들이 자신의 철학을 완성시키는 부문은 이상사회였다. 플라톤이 그러했고, 헤겔도 그러했고, 칸트도 그러했다. 이들의 철학을 분야로 나누는 건 우습지만, 그들이 마지막에 자신의 철학을 완성한 곳은 정치철학이었다.

  과거 역사 속에서 수많은 이들이 이상사회를 꿈꿨지만 아무도 그곳에 도달하지 못했다. 실현 불가능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현불가능하다하여 꿈꾸지 말란 법도 없다. 개인의 자아실현은 꿈을 꾸면서부터 시작되고 완성된다. 국가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더 나은 사회를 향한 열망과 노력이야말로 사회를 좀 더 낫게 만드는 변화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이상이란 언제나 ‘아직은’ 실현되지 않음으로써 현실에 안주하려는 우리를 부추기고 불편하게 하고 변화하게 한다. 이것이 이상의 본래적 가치이며 역할이다. 따라서 진정한 이상주의자는 밤마다 희망을 쓸어안고 잠들고 아침마다 길 떠나는 자다."

  우리는 이상사회를 꿈꾸고 있는가. 그리고 있는가. 우리가 꿈꾸는 이상사회는 어떤 모습인가. 현실을 보면 너무나 멀고 암울하기만 하다. 국민으로서 누리고자 하는 기본적인 가치조차 무시당하는 현실에서, 집나간 민주주의를 찾아 길떠난 시점에서, 우리에게 이상사회는 너무나 멀리 떨어져있다. 그러나 현실이 암울하다 하여 이상을 접어버릴 순 없다. 이토록 참담한 현실에서도 우리는 이상을 꿈꿔야 한다. 그리고 한 발짝 나아가야 한다. 거꾸로 퇴행하는 역사를 되돌리고, 우리의 권리를 지키며 이상을 실현해야 한다.

  어쩌면 이상사회는 국민 모두가 그들의 기본권을 보장받고 누릴 수 있는 사회인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해본다. 그것이야말로 이상사회가 아닐까하고. 별다른게 없다. 그 옛날 선비들이 꿈꿨던 무릉도원이나 기독교의 천국이 이상사회가 아니다. 우리가 기본권을 보장받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그날이 이상이 실현된 날이 아닐까 싶다. 그 날을 위해 한 발씩 내디디기에도 우리는 갈 길이 멀다. 이상을 위해 함께 가자. 돈 키호테처럼. 돈 키호테는 혼자여서 세상이 그를 비웃었을지 모르나, 우리가 함께 가면 우리가 세상을 비웃는다. 한 두명의 돈 키호테로는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동참해야 한다. 수많은 돈 키호테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p.s. 파란색 인용문은 모두 김용규씨의 한겨레 칼럼을 인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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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05-25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키호테 완역본을 사놓고도 보지않고 곱게 책장에 꽂아두기만 했는데....
돈키호테들이 세상을 비웃을 수 있는 그런날이 보고싶네요. 먼저 책을 읽어야할까요?

마늘빵 2008-05-26 00:01   좋아요 0 | URL
시공사 것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 매우 두껍다고 들었는데. 저 역시 수많은 돈 키호테가 거리로 나와 세상을 비웃기를 희망합니다. 그들의 편력을 끝낼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10대와 통하는 정치학 - 고성국 박사가 들려주는 정치와 민주주의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1
고성국 지음, 배인완 그림 / 철수와영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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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대들이 거리로 나서고 있다. 광우병 걸린 소를 먹기 싫다며 그들이 직접 거리로 나왔다. 한쪽에서는 좌익반동세력들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다고 말하고, 한쪽에서는 우리 사회의 희망이라 말한다. 나는 후자의 입장이다. 어떤 이는 둘 다 아니고, 소비자가 잘못 산 상품에 대해 리콜 운동을 벌이는 것이라고도 했지만, 그렇게본다 하더라도 희망적이다. 최근 백분토론에 전화참여한 양선생님은 지금 촛불집회와 이명박 대통령 발언 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전 생략) 국민은 소비자인거죠. 국민의 건강과 관련된 서비스를 정부에서 해줘야 하는거죠. (중략) 반대를 하면 어린애들이 몰라서 그런다, 정치세력이 뒤에 있다, 그러면서 국민들을 말 잘 못알아듣는 어린애들 취급을 하지 않았습니까. (중략) 자동차 회사로 예를 들면요, 우리국민인 소비자가 자동차를 샀단 말입니다. 근데 의자가 좀 불편해요, 그게 고소영 강부자 내각에요, 핸들링이 좀 안좋아요, 영어몰입교육이에요, 근데 참았어요, 엔진이 힘이 없어요, 대운하 정책이에요, 그래도 참았단 말이에요, 근데 이 차가 브레이크가 안들어요, 이게 소고기 문제에요, 소비자 입장에서 지금까지는 그래도 다 참겠는데 더 이상은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하자를 발견했단 말이에요, 그래서 소비자인 국민이 이 자동차를 리콜을 시키려는데 회사에서는 뭘 모르는 소비자가 좋은 상품 모른다고 말을 해왔단 말이죠. (이하 생략)"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CEO(이명박)와 그 직원들(공무원, 한나라당)이 소비자(국민)의 불만을 제대로 듣지 않고, 좋은 상품을 못 알아본다고 큰소리 치는 형국이라는 말인데, 지금 상황을 아주 재밌게 적절하게 표현한 말이 아닐까 싶다. 십대들을 소비자의 일부로 본다면 상품이 맘에 안들고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해서 거리로 나와 시위를 하는데 회사는 물대포를 쏘고 강제연행하고 있다. 어제 본 동영상에도 중학생 한 녀석이 경찰에게 맞아 아파하는 모습이 보였다.

  무엇이 십대들을 거리로 나오게 만들었을까. 학생들이 집회에 나와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우리는 학교에서 배운대로 하고 있을 뿐이에요." 그렇다. 그들은 학교에서 배운대로 하고 있을 뿐이다. 선생님은 그렇게 가르쳤고, 학생들은 그렇게 배웠다. 그런데 선생님은 배운대로 실천하는 학생들을 잡아들인다고 거리로 나왔고, 학생들은 배운 것을 실천하겠다고 거리로 나왔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잘못된 건 그렇게 가르치고도 하지말라고 말하는 선생들이다. 그리고 이 나라 정부다.  

  <10대와 통하는 정치학>은 철수와영희에서 나온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1권이다. 이 책은 중고생이라면 알고 있을 정치에 관한 기본 상식들을 쉽고 재미나게 친절하게 풀어놓고 있다. 정치가 뭐에요, 좋은 정치와 나쁜 정치 뭐가 다른가요, 좋은 정치 어디서부터 시작하나요, 민주주의가 뭐에요, 민주 정치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어요, 기본권이 뭐에요, 기타 등등 정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져놓고 저자가 쉽게 답해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책은 전혀 정치적이지 않다. 좌편향도 우편향도 아니며, 객관적인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을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전혀 정치적이지 않은 이 책의 가르침은, 교과서의 그것과도 어긋나지 않아 보이는데, 여기 적혀 있는대로라면 지금의 십대들의 행보는 문제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왜 그들을 문제삼는가. 수능공부해야 할 녀석들이 도서관에 안가고, 야자 빼먹고 거리로 나온 것이 문제인가. 학원다니라고 열심히 벌어다 학원비 매달 채워주고 있는데, 그거 한 번 빼먹어서 문제인건가. 그렇지 않다. 학생들이 두려운게다. 시민단체가 들고일어나면, 노동자가 들고일어나면, 에이 또 이 녀석들이네 하면서 무시하면 되는데, 전혀 나오지도 않던 머리에 피도 안마른 새파란 녀석들이 거리에 나와 "미친소는 너나 쳐드삼" 이러고 있으니 그들이 두려운게다. 그러니 교육청 직원과 교감이 토요일날 자리배치까지 다 짜가면서 거리에 나와있지.  

  이 책의 장점은 매우 친절하고 쉽게 풀어썼다는데 있으며, 단점은 너무 문답형식에 따르려다보니 화면구성이 지루하다는 것이다. 중간중간 만화와 곁들여진 본문 서술이 끝나고 나면 뒤에 문답형식의 장이 계속 나오는데, 계속 단조로운 같은 구성이 반복되어 지루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게 또 이 책의 특징이라면 특징이기도 하다. 알고싶은 질문을 찾아서 해당 부분만 찾아 읽으면 되는. 마치 각종 사이트 고객센터란에 있는 '자주 하는 질문' 코너 같은 느낌이랄까. 왜 그런 코너들 보면 알고 싶은, 궁금한 부분을 깔끔하게 설명해주지 않나.

  청소년용 서적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중고생이 읽을 마땅한 정치입문서격인 책이 없는 차에 이 책은 괜찮은 교과서 역할을 해줄 수 있을 듯 하다. 다 알고 있고, 나도 오래전 배운 내용이지만, 읽으면서 머리 속이 말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다.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들이 읽어도 신선한 책이다. 당연한 것을 모르고 살면 피해보게 마련이다. 다음은 보너스 밑줄.

 "집회, 시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본권이란다. 양심, 사상의 자유가 기본권으로 인정된다면 그것을 표현하는 집회, 시위, 출판, 언론의 자유 또한 인정되어야 완전한 기본권이 된다는 생각에서란다. 그러므로 시위는 타인에게 심각한 손해를 끼칠 위험성이 없는 한 허용되어야 하는 거란다. 그것이 민주주의 정신이야." 그렇다면 질문.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일까? 답은 각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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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미로 2008-06-19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태에 딱 맞춰서 잘 나온 책 같네요^^ 어린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권해야 겠군요^^

마늘빵 2008-06-19 22:19   좋아요 0 | URL
네 지금 딱 아이들이 읽어야 할 책입니다. 교과서에 뭐라 쓰여있는지 어떻게 배웠는지 기억한다면 그들이 거리로 나오는건 당연한 수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