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받으며 사는 것의 의미 -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해
지야드 마라 지음, 이정민 옮김 / 현암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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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타인의 좋은 평가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요구하는 건 어렵다. 그런 바람을 내비쳤다가는 타인의 시선이나 신경 쓰는 사람으로 볼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자비나 동정 같은 건 바라지 않고, 거짓 박수를 받고 싶지도 않다. 평소 타인의 좋은 평가를 갈구한다는 사실은 인정하기 어렵다. 우리가 원하는 건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 듯 보이면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 P10

사람들은 온라인 활동에서 중요한 건 타인과의 관계 및 연결성, 정보 수집이라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정작 온라인 활동을 시작하는 동기가 타인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싶은 희망이라는 사실은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온라인상에서는 남의 시선을 의식해 협력적이고 희망적인 모습만을 내보이는 등 의도적인 방식으로 행동한다. 이처럼 남과의 비교를 전제로 최고의 모습만 뽐내는 사람들이 가득한 세상을 들여다보면서 자신감을 갖기란 힘든 일이다. - P15

평판은 사회적 동물의 가장 중요한 자산에 해당한다. 최고의 평판을 누리기 위해서는 순수한 의도와 경쟁력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도덕성과 유능함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혼자서 평판을 쌓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당신이 도덕적이든 유능하든, 둘 다든, 둘 다 아니든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관찰자가 존재해야 한다. - P26

수치심은 일반적으로 체면을 잃을 만한 상황,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진 치욕적 상황을 타인이 생생히 목격했을 때 발생한다. 그럴 때 우리는 ‘땅속으로 꺼지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사람들의 눈을 피해 달아날 수밖에 없다. - P45

죄책감은 숨거나 가린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반드시 충족시켜야 할 기준을 채우지 못했다고 다름 아닌 당신의 양심이 말해주기 때문이다. 수치심이 그 사람 자체를 비난하는 것이라면 죄책감은 해당 죄에 한해 일어나기 때문에 개선의 여지가 훨씬 많다. 당신이 뭔가를 어기기로 선택했고 그에 따라 응당한 평가를 받았다면, 이를 바로잡을 새로운 선택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수치심은 의지대로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전반적 평가이므로 개선의 여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 P46

심리학자 준 프라이스 탱니와 론다 디어링은 공동 저서 "수치심과 죄책감"에서 수치심은 자아 전체를 공격해 자존감을 해치고 결과적으로 숨고 싶게 만들기도 하지만 공감 능력을 떨어뜨리고 분노까지 유발한다는 점에서 더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수치심의 의미가 ‘나는 나쁜 사람이야.’라면 죄책감은 ‘나는 죄를 지었어.’라고 할 수 있다. 후자의 경우 자아비판의 과정을 거쳐 속죄할 수 있고, 피해자에 집중함으로써 이미 발생한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느끼게 된다. 그 결과 공감 능력을 발휘해 보상 방법까지 연구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죄책감은 수치심보다 훨씬 유연하고 도덕적으로도 유용하다. - P47

이미지를 의식적으로 관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사람들을 속인다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며 지속적으로 거짓인 상태를 유지하는 건 더더욱 불가능하다. 경제학자 로버트 프랭크는 감정의 전략적 역할에 대해 탐구한 명저 "이성 안의 열정"에서 좋은 사람처럼 보이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실제로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사람들은 스스로 이미지를 관리하도록 진화하기도 했지만 거짓 이미지를 알아볼 수 있도록 진화하기도 했기 때문에 거짓이라면 지속적으로 설득력을 갖추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결국 당신을 알아보게 되어 있다. 이 관점에서 볼 때 감정은 진실성을 보증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진실함은 꾸며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이들에게 확신을 주고 싶다면 진실한 감정에 수반되는 특징과 품성을 개발해야 한다는 게 그의 견해다. - P84

인간의 사회 활동을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가 개개인의 도덕성을 구축하는 속성들이다. 나는 이 속성을 ‘성격’이라고 불러왔다. 성격은 특정 집단이 한 사람의 외부 활동을 지켜보면서 갖게 된 인상을 바탕으로 그 사람이 지니고 있다고 결론 내린 속성들로 구성된다. 이 같은 속성, 혹은 속성이 있다는 믿음은 특정 집단이 한 사람에게 갖는 기대감을 결정한다. 이 속성들을 바탕으로 집단은 그 사람을 존중하고 따를지, 아니면 폄하하거나 단순히 무시할지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 속성이야말로 인간의 도덕적 커리어를 궁극적으로 결정짓는 기반이다.(롬 하레, 철학자이자 심리학자, "사회적 존재") - P103

소문에는 무수한 부작용들이 존재하지만 사람들이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거짓으로 행동한다는 냉소적 결론에 이르는 걸 방지하기도 한다. 그런 식으로 구축한 평판은 꾸준히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에어브러햄 링컨이 말한 것처럼 "항상 모든 사람을 속이는 건 불가능하다." - P105

나쁜 평가에 더 큰 중요성을 두고 반응하는 것은 그것이 진실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쁜 평가는 듣기에 거북하지만 좀 더 진실한 정보의 원천일 가능성이 높으며 따라서 더 큰 중요성을 띠게 된다. 이 때문에 부정적 피드백에 대한 조언이 그렇게 만연하고, 비판에 약간의 칭찬을 섞어 상대방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 사람들을 움직이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 P222

철학자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는 자아가 단 하나의 단순한 개체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보다 당신은 탄생에서 시작해 죽음으로 끝나는 이야기의 주인공으로서 당신 삶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행동과 선택들을 설명할 책임이 있다. 만약 이런 식으로 설명할 수 없다면 우리는 당신이 과연 당신이 말하는 사람이 맞는지 의심하기 시작할 것이다. 따라서 스스로 그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나의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이 내 행동에 대해 말하는 내용과 일맥상통해야 하고, 따라서 나의 서사는 그들의 서사와 일치해야 한다.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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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삶에 관하여 (반양장, 일반판)
허지웅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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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삶이란 웅크리고 침묵하는 삶이 아닙니다. 웅크리고 침묵해서는 어차피 오래 버티지도 못합니다. 오래 버티기 위해서는 지금 처해 있는 현실과 나 자신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얻어맞고 비난받아 찢어져 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저 오기가 아닌 판단에 근거해 버틸 수 있습니다. 요컨대, 버틸 수 있는 몸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 P7

자신이 받은 알량한 상처의 총량을 빌미로, 타인에게 가하는 상처를 아무것도 아닌 양 무마해버리는 비겁함 - P19

실제 타인에게 더 많이 사랑받을 수 있는 나로 화장하기 위해 오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들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그래봤자 세상에서 가장 많이 사랑받는 시체가 될 뿐이다. 사람은 누구도 완전할 수 없다. 책임감이 동반되는 관계를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그렇다. 나이를 먹고 경험을 쌓는다는 건 타인의 세계와 나의 세계가 그만큼 더 겹쳐졌다는 의미다. 수많은 인과율과 책임관계 안에서 사람은 나약하고 겉과 속이 다른 모순 덩어리가 될 수밖에 없다. (…)
내가 별로라는 걸 인지하는 사람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개인의 선량함이나 역량에 의존하는 방식보다 제대로 굴러갈 수 있는 체계가,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사실에 더 빨리 가닿을 수 있다. 그건 비관이 아니다. 비전이다. - P22

이제 와 나는 글을 쓰지 않으면 그냥 방송 건달일 뿐이다. 쓸 수 있는 시간도 줄어들었고 몸이 가장 많이 상했다. 그래도 컴퓨터 앞에 매일 시간을 정해놓고 앉아 있는 습관은 버리지 않았다. 엉덩이는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 P27

존경과 권위는,
스스로 선배라고 선언하여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의 행동과 품위,
아껴 보고 배울 점들로부터
자연스레 얻어지는 것이다. - P32

인간은 과거를 생각할 때마다 조금씩 죽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로잡힐 과거는 늘어간다. 후회를 남기지 않는 죽음 따위는 근사한 문장 안에서나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마지막 순간, 인간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멀찌감치 초과해버린 과거의 무게에 눌려 버둥거리며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우스꽝스럽지도 비장하지도 않은 그냥 인류, 라고 부를 만한 광경이다. - P33

사실 냉소는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편리한 방법 가운데 하나다. 비관과 냉소는 대개의 경우 피폐한 자들의 가장 쉽고 편한 도피처다. 나는 냉소의 영향력 아래 있을 때가 제일 아늑하고 좋다. 글쓰는 자에게는 냉소적인 태도가 객관성을 담보해 주기도 한다. 뜨겁고 충만할 때보다 냉소적일 때 했던 말과 글이 더 오랜 시간 유효하다. 그래서 나는 곧잘 타인의 진심을 무시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진정을 주장하는 말들을 무시한다. (…)
너무 많은 비관과 냉소는, 때로는 막연하고 뜨거운 주관보다도 되레 진실을 더욱 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일지 모른다. 이 글을 읽을 여러분은 부디 나보다 나은 미감과 연민을 가지고 세상의 진심들과 겨루어주길 바란다. - P101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이란 계산된 위악을 부리지 않고 돈 위에 더 많은 돈을 쌓으려 하기보다 내게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할 줄 알며 인간관계의 정치를 위해 신뢰를 가장하지 않고(나는 신뢰를 가장하는 데 천부적인 소질을 타고난듯 구토가 쏠리는 인간을 삼십 명 정도 알고 있다) 미래의 무더기보다 현실의 한줌을 아끼면서 천박한 것을 천박하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갖되 네 편과 내 편을 종횡으로 나누어 다투고 분쟁하는 진영 논리의 달콤함에 함몰되지 않길 하루하루 소망하는 자다. - P113

죽이고 싶은 사람들 사이에서 저렴하게 착취당하는 자들과, 죽이고 싶은 사람이 되어야 조직에 맞게 어른다워지는 것이라 착각할 수밖에 없는 자들이 슬프다. 한국의 군대는 주변부의 죽음을 끊임없이 상상하고 도발하게 만든다. 그곳에 우리는 꾸역꾸역 아들과 형제와 친구들을 밀어넣고 있다. 남자가 되어 돌아와라,는 말을 남기며. - P136

우리가 우리 행동과 생각의 준거를 과연 세상의 소위 ‘현실’이라는 것으로부터 찾아야 하는 것일까. 그것이 좀더 어른스럽게 정당한 것일까. 바로 그 ‘현실’이라는 것은 굳이 우리가 행동의 준거로 삼아 응원하고 부추기지 않더라도 저 홀로 알아서 능숙하게 재생산된다. ‘현실’을 존중하는 것과 ‘현실’에 종속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최소한의 공감하는 능력을 상실하거나 외면한 채로, 우리는 어느 순간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시급하고 묵직한 지상의 문제이며, 진짜 현실이다. - P171

집단행위가 거기 가담하는 개인을 익명으로 만들기 때문에 개별의 지분을 축소하는 착시효과를 낳기 마련이다. 스스로 폭력의 주체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1/n의 폭력이 무서운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 P185

좋은 영화는 볼 때보다 보고 나서가 더 중요하다. 사유가 필요하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그저 현실의 근심을 잊기 위해 찾아보는 프랜차이즈 오락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건 온당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당신보다는 내가 조금 더 행복할 것 같다. - P247

"시함에서 져도, 머리가 터져버려도 상관없어. 15회까지 버티기만 하면 돼. 아무도 거기까지 가본 적이 없거든. 종소리가 울릴 때까지 두 발로 서 있으면, 그건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뭔가를 이뤄낸 순간이 될 거야."(영화 ‘록키’) - P260

(영화 ‘설국 열차’에 관한 글)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은, 다름 아닌 가능성이다. 우리보다 아주 조금이라도 나을 수 있는 가능성이다. 커티스와 남궁민수는 지금의 체계와 규칙을 물려주고 그 안에서 아프니까 청춘이고 밖은 추우니까 열차는 달려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가능성을 물려준다. 그것은 한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선사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유산이다. - P310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많다. 반면 실패했다고 일컬어지는 사람의 이야기는 보기 드물다. 타인의 불행과 실패를 그저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볼 뿐, 정작 전염될까봐 사유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누군가의 성공담이 제공해줄 수 있는 건 잠시 동안의 쾌감과 환상뿐이다. 우리가 인생의 위기를 극복하고 혹시 모를 성장의 기회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경청해야 하는 것은 성공담이 아니라 굴복하고 실패한 이들의 이야기다.
- P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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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내가 결정합니다 - 프로 결정러가 되기 위한 41가지 핵 팁
야규 다케토모 지음, 김윤경 옮김 / 구층책방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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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란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결정해서 움직이는 행동이나 동작을 의미한다. - P19

당신의 인생 또한 지금까지 당신이 한 결정의 양과 질이 만든 결과이고, 앞으로 할 결정의 양과 질에 따라 미래의 삶이 크게 달라진다. - P21

‘결정하다’와 ‘행동하다’는 한쌍이다. 행동이 따라야 비로소 진짜 결정했다고 할 수 있다. - P55

빠르게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실패를 한다고 해도 바로 다음 결단을 내릴 수 있으므로, 실패를 빠르게 만회할 수 있다. - P64

결정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들 중 자신의 가치관을 명확하게 세우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나 여깃도 나 자신의 가치관을 명확하게 세우지 못했을 때에는, 무슨 일이든 그때그때 적당히 결정하곤 했다. 그러다가 나의 가치관을 뚜렷하게 세우고 나서 확고한 판단 기준이 생겼고, 이후로는 어떤 일이든 그 기준에 따라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망설이거나 흔들리는 일이 없어졌으며, 결정하기까지의 시간도 짧아졌다.
이렇듯 자신의 가치관을 명확하게 세우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 P77

성공하기 위한 7가지 체크 포인트
명확한 이상이 있는가?
현재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가?
적절한 기한을 설정했는가?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있는가?
목적 또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은 무엇인가?
진짜 목적 또는 목표는 무엇인가?(현실적으로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강한 동기가 있는가?(감정 면에서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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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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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전쟁이고, 나그네가 잠시 머무는 곳이며, 죽고 나면 명성은 잊힌다."-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 P4

"우리는 없는 것을 바라고, 있는 것은 무시한다. …… 삶은 그런 식으로 소진되며, 죽음은 예기치 못하게 다가온다."-루크레티우스 - P5

"당장 세상을 하직할 수 있는 사람처럼 행하고 말하고 생각하라."-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 P6

꽃다운 나이의 소녀들이
구멍 꿇린 그릇에,
어떻게 해도 채워질 수 없는 곳에,
물을 길어 붓네.
-루크레티우스
- P8

부고는 늘 죽음보다 늦게 온다. - P17

오늘을 사는 사람들은 옥상으로 올라가던 그 사람들이 그토록 살고 싶지 않았던 그 하루를 사는 것이다. - P18

사람은 두 번씩 죽는다. 자신의 인생을 정의하던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어 삶의 의미가 사라졌을 때 사회적 죽음이 온다. 그리고 자신의 장기가 더 이상 삶에 협조하기를 거부할 때 육체적 죽음이 온다.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일자리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수명은 전례 없이 연장되고 있다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사회적 죽음과 육체적 죽음 사이의 길고 긴 연옥 상태다. - P18

"내리는 눈을 올려다보고 있자면, 모래시계 바닥에 서 있는듯한 느낌이 든다."-만화 ‘허니와 클로버’ 주인공 - P22

"또 한 해가 가고 오네요."
"당신 나이가 되면 모든 게 선명해질까요?"
"아니요."
"그럼 더 혼돈스러워지나요?"
"그냥 빨리 흘러가요. 비 많이 왔을 때 흙탕물처럼."
-영화 ‘정사’의 대화 - P27

우리는 태어나고, 자라고, 상처 입고, 그러다가 결국 자기 주변 사람의 죽음을 알게 된다. 인간의 유한함을 알게 되는 이러한 성장 과정은 무시무시한 것이지만, 그 과정을 통해 확장된 시야는 삶이라는 이름의 전함을 관조할 수 있게 해준다. 그 관조 속에서 상처 입은 삶조차 비로소 심미적인 향유의 대상이 된다. 이 아름다움의 향유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시야의 확대와 상처의 존재다. - P37

첫째, 아무리 부부지만 상대를 완전히 파악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말기 바랍니다. 특히 각자, 상대가 모르는 외로운 전투를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배우자가 자신이 모르는 어떤 외로운 싸움을 혼자 수행 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씩 해주기 바랍니다. 그래서 외로운 전투 중인 상대를 되도록이면 따뜻하게 대해주기 바랍니다.
둘째, 살다 보면 둘 중 한 사람이 어처구니없는 실수나 잘못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때 나머지 한 삶은 자연스럽게 그 잘못을 한 상대보다 우위에 서게 되고, 사정없이 비난을 퍼붓게 되기 십상입니다. 바로 그 순간, 제발 정도 이상으로 잔인해지지 말기 바랍니다. 외로운 전투 중에 실수한 상대를 되도록이면 따뜻하게 대해주기 바랍니다. - P47

"힘은 너무나 약했고, 목표는 아득히 멀었다. 목표에 내가 도달할 수는 없었지, 목표가 시야에 들어왔다고 해도. 이 세상에서 내게 주어진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그러나 너희들은, 인간이 인간을 도와주는 그런 세상을 맞게 되거든 관용하는 마음으로 우리를 생각해다오."-베르톨트 브레히트, 후손들에게 - P69

과연 어떤 기준으로 지나온 학창 생활을 평가할 것인가? 학교 졸업 후 얼마나 높은 연봉의 안정된 직장을 가지게 되었는가가 유일한 기준은 아닙니다. 중요한 평가의 기준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바로 여러분이 현실에서 타인과 사는 일의 고통과 영광을 얼마나 잘 겪을 마음의 준비, 즉 정치적 덕성을 습득했느냐는 것입니다. 즉 얼마나 성숙한 정치 주체가 되었느냐 하는 것이, 졸업생들이 염두에 둘 만한 평가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 P114

이탈리아의 영화감독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는, "삶이 진행되는 동안은 삶의 의미를 확정할 수 없기에 죽음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즉 여러분들에게는 창창한 미래가 있고, 진정한 평가의 시간은 죽음을 앞두고서야 찾아옵니다. 그러면 미래에 우리가 죽음을 앞두고 스스로의 삶을 평가할 때 적용되어야 할 평가 기준은 무엇일까요? 그때 평가 기준은, 돈을 얼마나 벌었느냐, 얼마나 사회적 명예를 누렸느냐, 누가 오래 살았느냐의 문제는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 보다 근본적인 평가 기준은, 누가 좋은 인생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 P115

분노나 폭력이나 강제는 위력이 잘 작동할 때보다는, 위력이 자신의 실패를 절감할 때 나타나는 징후다. - P132

"삶이 진행되는 동안은 삶의 의미를 확정할 수 없기에 죽음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몽타주는 필름에 대해 죽음이 삶에 행하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한다."-이탈리아 영화 감독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 P134

"스스로 대성당을 짓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완성된 대성당에서 편하게 자신의 자리를 얻으려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생 텍쥐페리 - P146

아, 실로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고는 살 수 없다. 그 사랑을 통해서 인생의 권태를 이겨내고, 사랑의 상상 속에서 협애한 자아를 넘어 보다 확장된 삶을 경험한다. - P162

유명 정치인들 중에는 간혹 부부가 배시시 웃으며 함께 투표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들마저도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홀로 기표소에 들어가야 한다. 공공 화장실과 마찬가지로 기표소는 국가가 운영하는 고독의 공간이다. 화장실에서 홀로 변비를 신음하며 자신의 개인적인 똥을 공공의 변기에 흘려보내듯, 기표소에서 홀로 얼룩진 현대사를 신음하며 자신의 한 표를 공화국의 식도로 흘려보내야 한다. 이 고독을 통해 우리는 역설적으로 사적 개인을 넘어 마침내 공화국의 시민이 된다. - P167

모든 이야기에 끝이 있듯이, 인생에도 끝이 있다. 모든 이야기들이 결말에 의해 그 의미가 좌우되듯이, 인생의 의미도 죽음의 방식에 의해 의미가 좌우된다. 결말이 어떠하냐에 따라 그동안 진행되어온 사태의 의미가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모든 인간은 제대로 죽기 위해서 산다."는 말의 의미다. 어느 자리에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 삶은 선택할 수 없지만 죽음은 선택할 수 있다. 인간의 삶은 전적으로 자유와 존엄이 박탈당한 상태에서 시작되지만, 개개인은 자기 삶의 이야기를 조율하여 존엄 어린 하나의 사태로 마무리하고자 노력한다. 비록 우리의 탄생은 우연에 의해 씨 뿌려져 태어난 존재일지언정, 우리의 죽음은 그 존재를 돌보고자 한 일생 동안의 지난한 노력이 만들어온 이야기의 결말이다. - P175

"사생아가 비천하다고? 사생아는 자연스럽게 불타는 성욕을 만족시키다가 생겨난 존재이니, 지겹고 따분한 침대에서 의무 삼아 잉태된 정실자식들보다는 낫지!"-셰익스피어, ‘리어왕’의 에드먼드 대사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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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1호 세대 인문 잡지 한편 1
민음사 편집부 엮음 / 민음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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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사회에서 세대란 대가족 안에서 연령에 따라 지식을 전수하고 전통을 계승하는 ‘가족적 세대’를 말한다. 반면에 근대사회에서 세대란 일정한 연령층이 가족과 친족의 범위를 넘어서 학교와 군대, 대학과 회사 등의 사회적 제도를 통한 공통의 경험을 기반으로 공통의 의식이나 마음을 형성하는 ‘사회적 세대’를 말한다.(박동수) - P18

불평등은 부모들의 교육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구조를 변화시켜 자녀의 계층 하강 위험에 극도로 민감해진 중간 계급 부모들의 교육 기회 사재기를 부추긴다.(리처드 리브스, "20대 80의 사회") 또한 불평등은 파워 집단이 자녀의 재능과 상관없이 성공할 수 있도록 게임의 규칙 자체를 바꿀 수 있는 권력의 불균형 상태를 초래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착잡한 것은 불평등이 영유아 발달 과정에 영향을 미쳐 아이들의 인지 능력의 격차를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능력주의가 정당하다는 전제의 기초가 되는 능력의 자연성 그 자체가 의문시되는 것이다.(김영미)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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