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 풍림명작신서 17
헤밍웨이 / 풍림 / 1993년 1월
절판


"노인은 주위를 둘러보고 비로소 자기의 고독을 통감했다. 그러나 그는 거무스레한 깊은 물 속에 일곱 가지 색의 프리즘을 들여다볼 수가 있었다. 게다가 눈 앞에는 줄이 곧바로 뻗어 있고, 조용한 해양의 기분 나쁜 꿈틀거림이 보인다.
무역풍을 따라 구름이 뭉게뭉게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문득 앞쪽을 보니 들오리 한 떼가 하늘에 그 모양을 새겨넣은 것 같은 그림자를 뚜렷이 보이며 물 위를 건너간다. 한 순간 그림자가 엷어진다. 그러나 다음 순간에는 다시금 뚜렷한 모양을 취한다.
바다 위에 고독은 없다. 이렇게 노인은 새삼스레 생각했다"-65쪽

"노인은 이제는 병신이 되어 버린 고기를 차마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그는 흡사 자기의 몸이 도려내어지는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
그렇지만 나는 내 소중한 고기의 원수를 갚아, 상어를 때려죽인 것이다. 제기랄, 이제껏 본 적이 없는 거대한 덴쯔소였다. 큰 놈을 어지간히 많이 보아온 나지만서도."-108-109쪽

"좋은 일이란 오래 가지를 않는 법이지,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게 꿈이었다면 좋았을 터인데, 이제와서는 그렇게 생각된다. 고기 따위 잡지 못하는 편이 좋았을걸. 그리고 혼자 침대에서 신문지 위에 누워 있는 편이 훨씬 낫다.
그렇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만들어져 있진 않아.
그는 소리내어 말했다."-109쪽

"노인은 노를 바꾸어 쥐고는 상어 아가리에 칼을 꽂아 주둥이를 찢어내듯 후볐다. 상어는 털썩 미끄러져 내렸다. 노인은 저주의 말을 퍼부었다.
잘가라 가라노, 바다 밑까지 일마일의 여행이야. 친구에게 안부 전하게. 아니면 그건 네 엄마였냐?"-116쪽

"소년은 노인의 숨결에 귀를 기울이고 그 두 손을 보고는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그런 다음 커피를 가지러 살며시 밖으로 나왔다. 도중에도 그는 연거푸 눈물을 흘렸다."-1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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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와 21세기 - 1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1999년 11월
절판


"최소한 대학교육은 거의 완벽하게 국가의 손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대학교육은 그 나름대로의 법칙이나 자유경쟁의 사회체제에 의하여 자연스럽게 운영되도록 방치되어야 하는 것이다. 대학이야말로 사학이 관학을 리드해야 하며, 사학은 국가제도의 통제권 상위의 도덕성에 의하여 자율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는 것이다. 국가의 개입이 어느 상황에서든지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정적 효과만을 잉태시켜 온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브레인 코리아"와 같은 발상 그 자체가 근원적으로 대학의 성격 자체를 잘못 이해한데서 출발한 발상인 것이다."
('방송문화의 한 전기를 위하여'에서)

밑줄그은 이 주 : 개인적으로는 도올의 주장은 오해의 소지가 많다. 내가 보기에 그의 주장은 지금의 대학들이 돈되는 과를 키우고 기업맞춤형 인재를 양성해내기 위한 체제로 돌입한 것에 대해 동의하는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그쪽으로 상당부분 오해될 염려가 있다. 아마도 그의 주장은 정부든 기업이든 간섭을 받지 말고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과거의 서당과도 같은 형식으로 꾸려야된다라는 말 같다.-13쪽

"기술이란 본시 삶의 예술의 모든 것을 지칭한다. 즉 기술이란 살아가는 방편으로서 필요한 모든 예술 즉 기예(테크네)를 말하는 것이다."
('21세기의 3대 과제 중)-32쪽

"과학이란, 인간의 지식을 특징지우는 어떠한 측면이다. 과학이란 기술과는 무관한 인간의 사변이성의 산물인 것이다. 과학의 특징은 인간이 살고 있는 세계를 법칙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이때 '법칙적'이라는 것은 대강 희랍인들에 의하여 "연역적"인 것으로 이해되었는데, 이 연역적인 인간의 사유의 방법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수학"이라는 것이다."('21세기의 3대 과제 중)-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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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과 김용옥 - 하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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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주의는 하나의 인식론임과 동시에 하나의 신앙이기도 한 것이다. 그것은 진리라는, 포착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실존한다고 일컬어지는 현상에 대한 존경만이 아니라 숭배까지를 요구한다. 대학들은 그런 이데올로기의 제조공장이자 그런 신앙의 신전이 되어왔다. 하버드대학은 그 문장에 진리(veritas)라는 말을 새겨놓고 있다. ...... 문화적 이상으로서의 진리는 하나의 아편으로서, 그것도 어쩌면 근대세계에서 유일하게 심각한 아편으로서 기능해왔다."
이매뉴얼 워러스틴, <역사적 자본주의/자본주의 문명>(창작과 비평사, 1993), 85-86 -15쪽

"한국 사회, 특히 지식계엔 '긴장'이 필요하다. 지금 그게 너무 없어서 탈이다. 이름을 얻으면 얻는 만큼 언제든지 씹힐 수 밖에 없다는 걸 각오해야한다. 그건 매우 공평한 게임이다. 유명 지식인들이 씹히지 않게끔 몸조심하고 계속 공부도 열심히 하는 가운데 나라가 잘 된다."-70쪽

"어떻게 해서든 자기 메시지 전파를 위해 대중을 만나고자 하는 사람이 '대중매체 중독증'을 갖는건 당연한게 아닐까? 텔레비젼과 김용옥은 상호 공생관계였지 김용옥이 무리를 저질러가며 무슨 치열한 롤비를 한건 아니지 않은가. 우리가 진짜 문제삼아야 할 '대중매체 중독증'은 좌파, 진보적 지식인들이 '조선일보'를 상종하는게 아닐까?"-83쪽

"번역이란 정보의 대중화, 민중화, 즉 민주화를 뜻한다. 내가 알고 있는 민주화란 '누구든지 같이 참여한다'는 것이다. 칸트의 번역은 우리말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칸트철학에 같이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역설적으로, 같이 참여할 수 있게 한다는 그러한 전제가 없는 번역은 참다운 번역이 되지 못한다. 칸트의 저작이 우리말로 번역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칸트에 대하여 강의한다는 것은 칸트를 독점한 자가 그러한 능력이 없는 자들에게 칸트를 강요하는 일방적 부과에 불과하다. 이것이 바로 해방 후 오늘날까지 우리 학계를 지배해 온 '주입식 교육'이라는 것의 정체다! 정보가 민주화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그 정보를 독점한 자만이 특권을 누리게 된다. ... 중략 ... 논쟁에 있어서도 그들의 발언은 절대적 권위를 지닐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토론이 부재하여 상호간에 자극, 발전이 없게 되고, 따라서 그러한 학계는 정체되고 마는 것이다."-85쪽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고전이 아닙니다. 모든 고전은 몽땅 다시 해석되어질 수 있으며 또 그렇게 되어야 합니다. 성경이건 똥경이건 모든 고전에 고전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권위를 부여하는 것은 모든 정치권력에 맹목적으로 복속하는 것과 동일합니다. 그러한 고전 이해는 '왕정시대'에 살았던 인간들의 멘탈리티에나 적합한 것인데 오늘 '민주시대'를 구가하는 인간들도 고전 이해에 있어서는 그러한 멘탈리티에 의하여 지배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위선이며 괴리감이며 불철저성입니다."(김용옥, <절차탁마대기만성 : 도올문집> 3-4쪽)-88쪽

"지식인이 민중을 저항으로 유도할 경우에는 반드시 결과에 대한 책임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김동춘)-92쪽

"김용옥은 원래부터 편협하고 보수적인 학계와는 거리가 멀었으며 학계의 인정을 받으려고 애쓰지도 않았다. 학계가 그에게 제공할 수 있는 건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다."-101쪽

"그러나 적어도 현재 상태에서 말한다면 지금 내가 우리 지식사회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은 정직하게 느낀대로 표현해내야 하겠다는 결심입니다. 분노를 너무 성숙시키고 절제하여 애쓰다 보면 잘못된 것에 대한 본질적인 파악력을 놓쳐버릴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철저하게 분노를 표출하고 그 대가로 자신을 고독 속으로 밀어넣음으로써 역사 앞에 철저한 단독자로서 설 수 있다는 사실은 창조적 사상가로서의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용옥, 김현 <김용옥의 '저술세계' : 철학에서 연극, 영화, 동화론까지> '조선일보' 1989년 6월 27일, 9면.-107쪽

"나는 욕을 하나의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건전하게 수용해야 할 하나의 문화 양식인 것이지요.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가 말한 것처럼 언어는 권력의 한 체계입니다. 즉 욕설을 저속한 것으로 규정하는 계층의 사람들은 그 권력 체계에서 득을 보고 있는 자들이라는 것이지요. 그 사람들이야말로 사실은 욕설보다 더욱 저급한 차원에 있는 권력의 노예일 수가 있습니다. 나는 이 욕설의 사회화를 통해 우리의 기존 언어관에 혼란을 일으키고자 하는 사람입니다. 역사를 보편 한 시대가 혁명을 겪기 위해서는 먼저 새로운 언어 체계가 나오게 돼 있습니다. 이런점에서 나의 책에 나오는 욕설은 매우 중요한 선례를 남기게 될 것으로 봅니다."
(김용옥, 김현 <김용옥의 '저술세계' : 철학에서 연극, 영화, 동화론까지> '조선일보' 1989년 6월 27일, 9면.-107쪽

"소위 논문이라는 형식 자체가 근대 서구 대학교육에서 성립한 모종의 특수 형식을 지칭하는 것이지 철학논문 일반의 절대적 기준이 될 수가 없음은 명백하다. 좀 더 자세히 그 일치된 관념을 분석해 보면 그것이 너무도 막연하고 근거 없는 허구임이 드러난다. 그들의 관념은 이런 것이다. 일인칭을 쓰지 않는 서술문으로 감정의 표현이 없이 메마르게 쓸 것, 엄숙하고 고상한 말들만 골라 나열할 것, 철학사의 기존 개념의 조합속에서만 맴돌 것, 그리고 설명없는(저자, 책명 등만 나열하는) 주석을 붙일 것 등등이다. ...중략... '논문'이란 '자기의 주장을 펴서 시비적부를 가리는 글'이며 여기에 어떠한 일정한 양식이 주문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자기의 주장을 펴기 위해서, 또 자기 나름대로 체계를 의식하면서, 동원될 수 있는 모든 양식이 자유롭게 동원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용옥, 최영애 <도올 논문집>(통나무, 1991), 92-94)-127쪽

"나는 '공정한' '잣대'를 가지고 한국 진보적 지식인의 '치정주의'를 비판하는 강준만이 '살랑살랑 꼬리를 치는' 정도를 넘어 아예 노태우, 김우중 똥구멍을 핥으려 했던 김용옥 '똥' 강아지를 종자있는 강아지 족보에 올려놓고 '대국적으로 밀어 주자'고 말한 걸 읽은 기억이 난다" (진중권)-135쪽

"저는 지식인의 저널리즘 행위 또는 대중매체 이용 행태와 그 내용에 대해서만 이야기해 왔습니다. 그래서 철학자도 건드리고 국문학자도 건드리고 경제학자도 건드리고 정치학자도 건드리고 소설가도 건드려 왔습니다. 제가 아무리 그 분야에 대해 문외한일망정 그들이 대중매체를 통해 일반 대중을 상대로 생산해내는 현실 참여적 글과 말에 대해서는 평가할 자격과 능력이 저에게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도 저의 그런 믿음이 타당하며 그런 믿음에 근거한 저의 시도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159쪽

"내 경험으로 말하자면 분노는 결코 맹목이 아니다. 그것도 판단하고 선택하고 용납하고 거부한다. 그러니 분노하지 않는 법을 배울 게 아니라 제대로 분노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왕주, <쾌락의 옹호>(문학과 지성사, 2001), 43쪽)-177쪽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게 돼 있지만 또 반드시 존재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권력은 무조건 악이라고 공격하면 최악의 권력만 살아남는다는 걸 알아야 한다.
나는 '열린 권력'이라는 개념을 주장하고 싶다. 스스로 비판하고 비판을 환영함으로써 권력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권력을 지향하자는 것이다. 달리 말씀드리자면, 권력의 부작용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유형의 권력은 존재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자는 것이다. 권력은 무조건 악이라는 주장은 최악의 권력에 봉사하는 어리석은 자해행위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184쪽

"'지식폭력'을 살펴보자. 대학을 나오지 못했거나 서울대를 나오지 못한 사람들은 서울대에 아무리 많은 문제가 있어도 서울대 비판을 꺼려한다. 누군가가 글이나 말에 유명한 서양 사상가 이름을 들먹이면서 이야기를 하면 그 사상가가 누구냐고 묻기가 어렵다. 그리고 그 사람 주장에 뭔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소설 한 편을 읽어도 뭔가 남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지식으로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그런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게 다 '헤게모니'가 성립된 '지식폭력' 현상인 것이다."-204쪽

"삶과 앎이 따로 노는 사회에서는 삶과 유리된 앎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자기들의 기득권 강화를 위해 삶과 관련된 지식을 폄하하기 마련이며, 바로 그런 풍토 속에서 '지식폭력'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214쪽

"학력자격이 보증하는 '교양'은 지배자 측의 정의에서 '완벽한 인간'의 기본적 구성요소의 하나이고, 그 결과 교양 없음은 그 사람의 정체성과 인간으로서의 위엄을 훼손하는 본질적인 결함으로 인식되는데, 모든 공식적 상황, 즉 자신의 신체와 매너, 언어와 함께 다른 이들 앞에 설 때, 그 사람은 침묵을 강요당하게 된다."
(피에르 부르디외, <구별짓기 : 문화와 취향의 사회학 下>(새물결, 1996), 642-643)-232쪽

"관찰된 대상에 따라 관찰 지점을 변하게 할 수 있고 각각의 관점을 연속적으로, 그리고 분리해서 취할 수 있는 그들의 성향과 적응력 때문에 그들은 좌익과 우익에게 다른 쪽이 취하는, 또는 취해야 할 이미지를 돌려보내면서 좌우익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일종의 중립주의를 취한다. 그들은 이러한 객관성의 외양을 논쟁적으로 사용하는데 탁월하다"
(피에르 부르디외, <예술의 규칙 : 문학 장의 기원과 구조>(동문선, 1999), 367)-236쪽

"사회주의자라고 낙인찍히지 않기 위해 오로지 민족주의만을 연구해야 하고, 잡문은 입장이 들어가므로 학술 논문만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문 사회의 정서는 정신병적 상황이다. 분단과 군사독재는 우리를 이러한 정신병적인 상황으로 몰아갔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한번도 전복적인 자유주의나 개인주의가 나타난 적이 없다. 그러한 전복적인 개인주의자라면 이러한 우상과 위선의 덩어리를 그냥 두었을 리 없다. 따라서 나는 한국의 자유주의자들을 의심한다. 나의 일은 정치가 아니며 나는 정치를 모른다는 사람들을 더욱 의심한다. 그래서 인간의 논리, 혹은 문화의 이름으로 '정치'를 떠난다는 것은 그것보다 더 위험한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많다."
(김동춘, <탈정치의 시대에 '정치'를 생각한다>, '현대사상' 제 4호(1997년 겨울), 263-264쪽)-239쪽

"현재 한국 사회의 주요 갈등 구도는 '좌우'의 문제가 아니라 최소한의 '상식-반 상식' 문제라는 게 나의 소신인 것이다."-253쪽

"일부 좌파, 진보적 지식인이 저지르는 '지식폭력'은 크게 보아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도덕적 우월감'을 주무기로 사용하는 '지식폭력'과 또 다른 하나는 실천은 전혀 없이 '허공에만 대고 떠드는 거대 담론'을 주무기로 한 '지식폭력'이다."-2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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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과 김용옥 - 상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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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역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정치경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비해 권력과 금력에 있어서 우위를 누리지 못한다. 이러한 이유를 들어 문화 분야의 종사자들이 정치경제 분야에 끊임없이 개입하는 권리는 누리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회적 정서를 '문화특권주의'라 한다."(머리말)-5-6쪽

"'지식폭력'은 삶의 실질과는 무관하거나 큰 관계가 없는 현학적 지식 또는 제도적 지식 자격증으로 그걸 갖추지 못한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그 고통을 그들의 책임으로 돌리게 만드는 '상징적 폭력'을 의미한다."(머리말)-6쪽

"주고받는 계도 속에 명랑사회 이룩된다" -19쪽

"어떤 작품도 그것을 산출시킨 현실의 '맥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더구나 한 작가의 의식과 무의식을 생성시킨 역사적 '맥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37쪽

"어떻게 해서든 이데올로기화 시켜 자신이 그 수호의 전위를 자처함으로써 자신의 성공과 명예를 지키고 더 키우고자 하는 이문열의 무서운 욕망을 탐구하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목적 가운데 하나이다."-83쪽

"공인된 절차? 나는 정말이지 '피해자'가 '가해자'로 변신하는 게 너무 싫다. 학력과 학벌이라는 '공인된 절차'로 인해 서러움을 겪은 사람이라면 절대 '공인된 절차'를 앞장서서 역설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하며 알맹이와 내실을 따져야 한다는 주장을 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195쪽

"한국 사회의 모든 문제처럼 문학에도 담합, 파벌, 섹트가 좌우합니다. 거기에 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또 어떤 중심주의가 존재합니다. 서울중심주의, 무슨 대학교 중심주의 같은, 문제는 중심을 하나만 설정한다는 거죠. 다원적으로 설정하고 가치를 상대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 이론적인 중심에 들어가야 될 것 같은 느낌. 그 다음에 또 획일성, 베스트셀러 하나를 보면서도 느끼는데, 10위 안에 들지 못하면 흐름이 없다가 10위 안에 들면 사람들이 막 사는 거죠."
(<민족예술>지 2001년 4월호 문학평론가 방민호의 말)-1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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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지성인이다
헨리 지루 지음, 이경숙 옮김 / 아침이슬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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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민주적 공공영역으로 바꾸기 위한 첫번째 과제는 교육자들을 위해 공적 언어, 바로 비판의 언어를 개발하는 것이다. 비판의 언어는 교사와 학생이 집단 투쟁과 사회 정의를 위해 공적 삶을 재구성할 수 있게 허용하는 언어이다. ...중략... 언어는 '바깥에 있는' 사회적 실재를 반영할 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실제로' 있다고 여겨지는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피터 맥라렌, '지루를 읽기 위하여') -26쪽

"정치적 중립을 가장하여 난해한 지식이나 전문 지식을 휘두르는 행위에 맞서 교사가 사회적으로 변혁적인 실천을 심사숙고하는 변혁적 지성인이 된다면, 교사가 기존 진리체제들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 (피터 맥라렌, '지루를 읽기 위하여')-27쪽

"교육이란 기본적으로 정치, 윤리적 실천이며, 사회, 역사적으로 만들어진 구성물이라고 본다. 교육은 결코 교실로만 제한될 수 없다. 의미의 생산과 구성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의도적 시도가 있는 때라면 언제라도 그곳엔 교육이 연루되어 있고, 어떻게 그리고 어떤 지식과 사회정체성이 특정 사회관계 속에서 생산되는가 하는 문제에도 교육은 연루되어 있다. 교육은 가르치는 실천이기도 하려니와 가르치는 활동이 옹호하는 문화정치에 대한 인식과도 관련 있다." (피터 맥라렌, '지루를 읽기 위하여')-30쪽

"학교문화는 지배계급 출신의 학생들에게는 용기를 북돋우고 특권을 주면서, 피재배집단의 역사, 경험, 꿈은 배제하고 수치심을 느끼게 해서 아이들을 기죽인다. 학교가 무정치적이라고 주장하는 전통교육자들에 반대해서, 진보교육자들은 국가가 선별적 수상, 자격증 정책, 합법적 권력 따위를 통해 교육실천이 지배 이데올로기를 옹호하도록 손을 쓴다는 점을 면밀히 보여준다." ('서문')-38쪽

"권력은 신비화나 왜곡만 하는 것이 아니다. 권력의 진짜 위험성은 권력이 진리와 적극적 관계를 맺는 것, 즉 권력이 만들어내는 진리의 효과이다."(샤론 웰치)-46쪽

"문화자본 개념은 학교가 제도로 만들어놓은 특정한 방식의 말하기, 활동, 감동, 옷 입기, 사회화를 표상한다. 학교는 교육하는 장소일 뿐 아니라, 지배사회의 문화를 배우고 사회에 존재하는 계층, 계급 간의 차이를 학생들이 경험하는 장이기도 하다."-57쪽

"교사와 행정가들은 방법론 사용에 정통하고 능숙하기보다는 자신의 사회관, 학교관, 해방관을 검증하고서 교육에 임해야 한다. 교육자들은 자신의 이데올로기와 가치관을 회피하지 말고 비판적으로 직시해야한다. 그래서 사회가 개인인 자신을 어떻게 형성하는지, 교육자들이 무엇을 믿는지, 학생들과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더 적극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62쪽

"인간은 상당히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인간은 날 수도 있고, 살인을 할 수도 있다. 하지나 한 가지 흠이 있다. 바로 사고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베르톨트 브레히트)-133쪽

"위대한 진실은 비판 받기를 원하지, 우상화를 원하지 않는다" (니체)-145쪽

"이론이 실천으로 녹아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보다는, 이론과 실천 사이에는 일정한 거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중략... 이론은 어느 한 사회의 '사실'과 경험으로부터 비판적 거리를 두는 반대 담론으로 이루어진다. 실천과의 긴장과 갈등은 이론의 본질이며, 이론의 구조 안에 들어 있는 것이다. 이론은 실천을 지시하지 않는다. 차라리 특정한 시간 특정한 장면 안에서 필요한 프락시스 유형을 중재하고 비판적으로 이해하도록 돕기 위하여 어느 정도 거리를 둔다."(주 : 지루가 프레이리의 이론에 대해 말하며...)-230쪽

"하나는 역사가 현존 제도들과 사회관계들 속에서 현존 제도와 사회관계들의 의미를 알려주는 '역사적 맥락'과 그들의 정치적 기능을 은폐하기도 하고 명시화하기도 하는 '유물'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역사가 역사사회적 존재인 우리들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달리 말해 역사는 우리가 말하고, 사고하고, 옷 입고, 활동하는 방식에 의미를 부여하는 문화적 형식 속에서 닻을 내린 것이며, 이런 역사가 역사적 분석의 주제가 된다." (주 :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해 말하며)-231쪽

"첫째, 교사의 활동을 순수한 도구적 용어나 교수 용어로 한정하는 대신, 지적 노동으로 규명하기 위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다. 둘째, 교사들이 지성인 역할을 하는 데 꼭 필요한 이데올로기적, 실천적 조건을 분명히 할 수 있다. 셋째, 교사 자신이 인정하고 활용하는 교육을 토해 자신이 다양한 정치, 경제, 사회적 이해관계를 생산하고 합법화한다는 점을 분명히 할 수 있다." ('교사는 변혁적 지성인이다')-241쪽

"그 학문의 일원이 된다는 건 특정 질문에 답하고, 일련의 전문 용어를 사용하고, 한정된 영역을 연구한다는 의미이다." -271쪽

"지성인은 사상의 생산자이자 전달자라는 문자적 의미 이상이다. 지성인은 관념과 사회적 실천을 중재하고 정당화하고 생산하는 자이다. 그들은 본래 정치적 역할을 뛰어나게 잘 해낸다. 그람시는 보수적인 유기적 지식인과 진보적인 유기적 지식인을 구분했다. 보수적인 유기적 지식인은 지배계급에게 도덕적, 지적 지도력을 제공한다. 현 상태의 대행자로서 보수적인 지식인은 지배자의 권력관계를 동일시하며, 의식했든 아니든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와 가치를 선동한다. 이런 지식인들은 지배계급에게 경제적, 정치적, 도덕적 형태를 지지하는 근거를 부여한다."

"그람시는 진보적인 유기적 지식인은 노동계급에게 도덕적, 지적 지도성을 부여하려 애쓴다고 주장한다. 더 구체적으로, 진보적인 유기적 지식인은 노동계급이 정치적 각성을 높이고, 그래서 지도성을 개발하고 집단투쟁에 참여하도록 돕는 데 필요한 교육적, 정치적 기술을 부여한다."-278쪽

"변혁적 지성인 개념은 그람시의 진보적인 유기적 지성인 개념과는 다르다. 변혁적 지성인들은 그들의 사회형태를 만든 억압적 지식과 실천에 저항하는 집단이면 어떤 집단 출신이건, 어느 집단과 일하건 상관하지 않는다. 변혁적 지성인은 억압의 조건에 변혁적 비판을 가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는 이들에게 도덕적, 교육적, 지적 지도성을 제공한다."-279쪽

"꿈은 낮에도 밤에도 찾아온다. 어떤 꿈이든 그 동기는 실현하고자 하는 소망이다. 그러나 백일몽은 밤에 꾸는 꿈과 다르다. 낮에 꿈을 꾸는 동안 '나'는 철저히, 의식적으로, 개인적으로 소망했던 더 나은 삶의 환경과 이미지를 상상한다. 백일몽의 개념은 밤에 꾸는 꿈처럼 억제된 표현과 그런 표현의 연상으로 돌아가는 여행이 아니다. 백일몽은 가능한 한 아무 거리낌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여행에 관심이 있다. 그래서 더 이상 알지 못하는 것을 재구성하는 대신, 아직은 아닌 것의 이미지를 삶과 세계에서 꿈꿔보는 것이다." (에른스트 블로흐)-311쪽

"능력별 편성은 학생들을 학교 교육에서 소외시키는 것 이상이다. 학생들의 사회적 포부나 자아존중감마저 훼손해버린다. 오크스는 사회적 서열이 밑바닥인 학생들은 학교가 자신을 부당하게 대접한다는 각성도 없이 자신의 포부부터 낮춘다고 비판한다. 오크스의 입장은 이 지점에서 매정하게 돌변하여, 사회적 실패를 개인의 실패로 부당하게 바꿔치기하고, 그 실패가 장래에 어떻게 개선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우리의 의식을 흐려놓는다. 본질적으로 학교의 역할은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데, 즉 불평등한 사회를 수용하도록 학생들을 사회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3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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