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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라는 것은 참 웃기는 것입니다. 현재는 절대로 볼 수가 없지요. 현재가 바로 '지금' 이라고 할 때 말입니다.


만약 내가 나의 아름답고 존경하는 그 친구를 바라본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 친구가 누구냐 하는 것은 묻지 마세요 -_-;)


그럼 그 친구에게 반사된 광자가 제 눈에 들어오고 그 눈에 들어온 광자가 시신경을 타고 제 뇌까지 들어가서 그것을 해석할 때 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그렇지요. 즉시 볼 수는 없습니다. 저희는 과거만 볼 수 있지요. 물론 '본다' 라는 것이 그렇게 의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듣는다' 거나 '느낀다' 등등의 세상과 접하는 모든 활동은 역시 사건이 일어난 후에 시간이 있어야 되고, 결국 과거는 나에게 현재가 되는 것입니다.


결국, '과거에 살고 있다' 는 것은 일부 나이 지극하신 분들에 국한된 게 아닌 것이겠지요. 이런 생각을 하니 쪼금은 '죽음'이나 '생명'에 대해 다시금 넉넉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에코님이 죽음을 극복하는 방법은 '자식을 낳는 일과, 책을 쓰는 일' 이라고 했을 때 약간 심정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곰곰이 생각할수록. '죽음'에 대해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샤르트르와 하이데거의 견해가 참으로 참고할 만합니다. 그래서 가끔씩 넘 무서운 영화를 보고 났을 때면 그들이 한 말들을 되씹으면서 명상을 하고는 합니다.


으음... 이제 죽음을 극복했으니, 무서운 괴물이나 귀신이 나와서 날 잡아먹을라고 해도, 난 무섭지 않을꺼야 라고 하고 말이지요. ^^;


뭐. 어쨌든 이게 본론이 아니고, 지하철에 본 한 여자에 대해서 여러 생각이 나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아아 글이 길어질 것 같지요? ㅡ.ㅡ;)


으음.. 제가 그 여자를 본 것은.. 엊그제 인 것 같습니다. 라틴어 세미나를 하려고 가고 있었으니까.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이 없네요 -_-; 라틴어 세미나가 오전 10시에 있었고. 제가 그 여자를 본 것은 지하철 2호선에서였으니까. 아마 9시 30분 전후가 될 것입니다.


원래 모든 평일의 오전 9시 30분 전후에는 지하철 2호선 열차에는 앉은 자리가 있고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것인지, 혹은 그 날 그 때 그 지하철만 그랬던 것인지는 잘 모릅니다. (아마 이는 귀납적 방법으로 증명이 가능한 명제일 것이고, 그렇다면 유한한 생을 가진 인간으로서는. 그리고 과거를 모름으로 증명할 수 없겠지요.. ㅡ.ㅡ;)


지하철의 긴 녹색 의자에 저는 어떤 신사분 한분과 앉아 있었고, 제 맞은편에 그녀가! 3명쯤 되는 아줌마들과 앉아 있었습니다. 두 쪽 다 빈 여백의 공간이 많았지요.


저와 제 옆의 신사는 둘 다 멍하게, 거의 입을 벌린 채로, 그녀만을 바라보았답니다.


자아... 이 쯤되면 궁금하신가요? 왜 그녀를 우리가 그렇게 '멍'하게 바라보았는지 말입니다.


그녀는 매혹적인 금발에 레이스가 보이는 옷을 입은데다가, 붉은 립스틱은 그녀의 붉은 매니큐어와 붉은 구두와 매우 잘 어울리는 그런 타입의 여자가 아니었습니다. 그저 평범한. 조금은 귀여웠나? 하는 얼굴의 회사원 틱한 옷을 입고 있었지요.


그녀는 조이스의 <<율리우스>>를 낭독하면서 그 지적인 눈썹을 방긋거리면서 제게 미소를 보내는, 혹은 지하철 바닥 한 가운데 책상을 펼쳐 놓고 논어의 구절을 암송하면서 한숨을 쉬는 그런 타입의 여자도 아니었고.


자신의 가슴에 난 상처를 보여주면서 신을 믿으라고 하지도, 혓바닥이 푸르고 이빨이 붉고 조그만한 날개가 달려있어서 아! 그녀가 나는 것을 보고 싶다! 라고 생각하게 만들지도.


뭐. 이런것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저 앞에서도 말했지만, 약간 귀엽나 싶은 외모에. 마르지도 뚱뚱하지도 않은 보통 몸매에. 수수하고 평범한 회사원 같은 옷.


그렇다면 제가 왜 이리 장광설을 늘어 놓는 것일까요.


그녀의 저런 평범성이야 말로 저의 성적인 욕구를 자극시키고, 저는 인간관계, 특히 성관계에 있어서 사디스틱한 면모를 들어냄으로 그녀를 향해 어쩔 수 없이 다가가서 키스를 하면서 혀를 물어서 빼내 트렸다... 라는 사건을 기술하기 위해서일까요?


저는 이부분에 대해서 정말 해명의 필요성을 느낍니다. 제 예전의 끄적임들을 어캐 보고서인지 02들 중 일부는 제 파괴적인 성격에 대해서 상상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은 데 말입니다.


정말, 명백히. 제가 기억하고 있는 한에서. 저는 누구에게 폭력을 가해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아.. 물론 벌레는 몇 마리 죽였을 겁니다. 그러나, 저는 벌레도 죽이기 싫어하고, 안 죽이기도록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모기가 귀찮게 하더라도 어떻게든 내몰도록 노력하지, 죽이지는 않습니다.


물론 산길을 가다가나 길을 가다가 실수로 벌레를 밟은 적이 단 한번도 없다고 주장할 수는 없을 겁니다. 혹시, 제가 벌레들에게 있어서는 희대의 살인마.. 아니 희대의 살충마로 불리우고 지명수배까지 당해서, 매일 여름밤이 되면 모기 특공대를 보내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잘 모르는 일입니다. 그 쪽 분들과의 교제는 제가 피하는 경향이 있어서 말입니다.


어쨌든. 해명이 잘 되었나 모르겠습니다.


아. 어쨌든 그 여자에 대해서 말입니다. 저와 제 옆의 신사는 입을 헤.. 하고 벌린 채로 그 여성을 바라보고 있는 이유는 말입니다........


아아... 글을 쓰기도 힘이 드는군요. 쩌업.


음음..


생각해 보면. 얼른 가서 리쾨르 서평 쓸 것도 있고 말입니다. 레비도 조금 더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음. 이렇게 글을 길게 쓰고 나면 조금 힘들어서. 아무래도 쪼금 쉬었다가 이 모든 일을 수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6시에는 문학모임도 있고 말입니다.


참. 정말 말해주고 싶었는데. 그 여자를 왜 바라보았는지 말입니다. 아! 나중에 여러분이 혹시 그 여자 분을 지하철에서 뵙게 되면, 인사라도 하면서 이야기도 나누면 좋을텐데 말입니다.


하지만. 뭐. 그런 것이지요.

저는 이만. 가서 쉬어야겠습니다.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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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6-06-03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뭡니까. 그래서 그 여자를 본 이유가.
(불쑥 댓글을 달아 죄송합니다. 즐찾한지는 좀 되는데 인사드린 적은 없는 듯.)

기인 2006-06-03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힌트는 다음편에 ^^; ㅎㅎ
반갑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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