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단체, 패키지여행, 이 세 가지가 결합해서 빚어내는 어떤 편견. ‘여행부심‘과 ‘예술부심‘이 이중으로빚어내는 어떤 오만. 거기에는 후세대에 비해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전시를 생활 밀착적으로 관람하는 문화를경험하기 힘들었고, 그래서 예술에 관심을 갖고 취향이라는 걸 만들어가기 어려운 조건이었으며, 지금처럼 여행이 보편화되기 이전에 젊은 시절을 보냈고, 그래서 여행을 가기까지 거쳐야 하는 복잡한 절차들이 쌓은 심리적 장벽을 패키지여행의 형태로 넘어보려는 세대에 대한 아무런 이해도 없었다. - P27

저 멀리서 관조했다면 사실 나 또한 그저 그런 생각으로 지나쳤을지 모른다. 편견을 갖기 쉬운 몇 가지 키워드에 의해 어떤 사람들이 ‘한 묶음’으로 정리돼버리면, 그 속에 제각각 다른 감정과 사연, 불가피한 사정과한계가 있는 개별 인간들이 있다는 걸 떠올리기 힘들어지니까. 거기에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질서를 어지럽히며 타인에게 피해를 준 사례가 추가되면 ‘안 그런사람들‘까지 ‘그런 사람들‘로 한꺼번에 묶여버리기 쉬우니까. - P28

여기까지 해볼 수 있겠다는 마음이 여기까지해볼 수 있게 만들므로. 스트레칭으로 몸을 최대한 길게뻗어보는 것처럼 내 마음도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최대한 길게 뻗어보고 싶다. 나는 더 잘 싸우고 싶다. 더. 더. - P50

위선과 위악은 간단히 나눌 문제가 아니지만(일단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가를 철학적으로 따지고 들어가기시작하면 끝이 없으니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합의된 선과 악의개념을 차용해보면), 위선이 위악보다 나았던 이유는, ‘선을 위조한다는 것‘은 적어도 위조해야 할 선이 무엇인지를 인지하기에 가능한 것이라 상대와 ‘선‘에 대해 따로합의할 필요 없이 엇비슷한 선상에서 대화할 수 있어서다. 그리고 위선을 부리는 사람은 대개 자신에 대한 타인의 평가를 아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웬만하면 타인의 말을 귀담아들으려 노력한다. - P57

혹시 나 자신이 너무 가식적으로 느껴져서 견디기힘든 날이 있는가? 누군가 나에게 가식적이라고 비난해서 모멸감을 느낀 날이 있는가? 괜찮다. 정말 괜찮다. 아직은 내가 부족해서 눈 밝은 내 자아에게 그리고 타인에게 내 ‘가식의 상태‘를 들키고 말았지만, 나는 지금 가식의 상태를 통과하며 선한 곳을 향해 잘 걸어가고 있는중이다. 노력하지 않는 사람보다 최선을 다해 가식을 부리는 사람이 그곳에 닿을 확률이 훨씬 높을 것이다. ‘척’한다는 것에는 어쩔 수 없이 떳떳하지 못하고 다소 찜찜한 구석도 있지만, 그런 척들이 척척 모여 결국 원하는대로의 내가 되는 게 아닐까. 그런 점에서 가식은 가장속된 방식으로 품어보는 선한 꿈인 것 같다. - P6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은 너무 복잡해졌다. 우리 모두는 일터에서 하루를 헤쳐나가면서도 실은 얼뜨기라는 걸 들키지 않으려 허세를 부리게되었다. 나는 세상이 매분 매시간 실없는 일을 합리화하려 애쓰는 사람들의 엄청나게 부조리한 노력으로 가득하다고 본다.
- 스콧 애덤스, 『딜버트』의 작가 - P8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프린트 -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구글벤처스의 기획실행 프로세스
제이크 냅.존 제라츠키.브레이든 코위츠 지음, 박우정 옮김, 임정욱 감수 / 김영사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획 실행 프로세스

팀의 누군가는 이미 문제에 관해 상세히 알고 있는 예가 흔하다. 그 사람은 문제와 관련한 해결책이나 실패한 실험 혹은 현재 진행 중인 작업에관해서도 알고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기존의 해결책들 또한 검토해봐야한다. 많은 스프린트 팀이 미완의 아이디어에 살을 붙이거나 실패한 아이디어를 수정함으로써 좋은 결과를 얻었다. 예를 들어, 새비오크는 스프린트를 실시하기 전에도 이미 로봇의 특성을 구성하는 개성을 표현할 아이디어를 거의 모두 가지고 있었지만, 이들을 조합할 기회가 없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0년 이후 한국 인터넷 담론장의 문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주도적으로 이슈를 끌고 가지 못한 진보담론의 리더십 부재. 둘째, 다음(아고라)을 필두로 한 ‘진보’ 커뮤니티의 게토화. 셋째, 두발자유화 문제에서부터 2015년 4월 이후 새롭게 그어진 반여성 전선에서까지 볼 수 있는 ‘진보 네티즌‘ 자체의 보수성. 넷째, 자신의 오류 가능성을 부정하고 상대편을 악마화하는 성찰 불가능성. 이러한 문제는 지금의일베가 나타날 수 있는 훌륭한 토양을 제공했다. - P4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튼, 술집 - 기억도 마음도 신발도 놓고 나오는 아무튼 시리즈 44
김혜경 지음 / 제철소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랜 풍화를 거쳐 깨알보다 입자가 작아진 모래들은 속절없이손가락 사이를 스쳐 가고, 나는 내 살을 간지럽히는수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결국 이상향이란 찾을수 없겠다는 생각에 슬퍼진다. 나는 내가 가늠할 수없는 모래들의 산 위에서, 미련하게 마시고 토하기를 반복했던 시절을 떠올린다. 그저 퍼마시는 게 잘마시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된 나는, 낮과 밤에 따라급격하게 달라지는 모래의 온도 차이를 알게 된 나는, 고작 지금의 한때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아니까. - P154

그럴 땐 눈을 감자! 고개를 돌리자! 내가 왜 이꼴을 다 지켜보고 있나! 적당히 모르고, 알아도 모른척 살자! 내 몸뚱이 하나도 건사하기 힘든데 이 세상에 대해서 뭔 고민을 더 하냐! 그 시간에 목구멍을타고 미끈하게 흘러 내려가는 럼을 떠올리자! 아니바로 마시자! 트렁크가 고장 났을 때 드라이버를 꺼내서 고치거나 수리공을 부르는 대신 그냥 쾅쾅 쳐서 문을 닫는 것처럼! 어떻게든 일단 살아남고 보는게 잘못은 아니잖아! - P16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